(4S주부야설) 유부녀 즐기기 - 아내 덕분에 - 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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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5분 만에 커피숍에 도착해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곤 라테를 주문했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지만 난 1분 1초라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싶었다
아니,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상관없었다 그녀를 볼 수 있다면 오늘 밤 날밤이라도 샐 수 있다고 나 자신을 다독였다
40분쯤 지나 선가 택시가 한 대 멈춰 섰고 회색 원피스에 검정 카디건을 두른 그녀가 내렸다
얼른 일어나 밖으로 나가 그녀에게 손짓했다
< 여기예요 윤주 씨>
나를 알아본 그녀의 표정은 변화 없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목례한다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얼굴이었고 천천히 내걷는 발걸음에 그녀를 부축하고 싶었지만 주위를 의식해 싫어할까 봐 커피숍 문만 열어주었다
<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여요... 괜찮으세요?>
< 이제 좀 살만한걸요... 오래 기다리셨죠?>
< 3일만큼 하겠어요?>
< .......>
< 병원은 가보셨어요?>
< 오늘 아침에.... 겨우...>
< 죄송해요... 전 윤주 씨가 아픈지도 모르고 이 생각 저 생각... 저 참 바보 같네요>
< 네? 무슨 생각요?>
< 아니에요... 이렇게 얼굴 보니 다 풀렸어요 후후>
그녀의 얼굴은 정말 아파 보였다
핏기가 전혀 없는 얼굴에 목소리도 겨우 들릴 만큼 나지막이 대답했고 어깨춤은 풀 죽어 우는 아이처럼 쳐져 있었다
마주 잡아 깍지 끼고 있는 손이 오늘은 더 작아 보였다
쪼르르르르륵~~~~
그녀 배에서 그녀의 몸을 닮은 소리가 났다
순간 그녀가 배를 가리며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했고 난 이 상황을 자연스레 짐작했다
< 앗! 윤주 씨 배고프세요? 우리 뭐 먹으러 갈까요?>
< 그날 이후... 아무것도...>
< 이런... 나갑시다>
나는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의자를 잡아빼려 하며 일어나라고 부추 켰고 마지못해 탁자 위의 휴대폰을 집어 들며 힘없어 따라 일어났다
이건 부추기야... 나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작고 앙증맞은 그녀의 손이 주먹을 꼭 쥔 채 내 손에서 떨고 있었다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이 정도로 살아있다는 게 신기했고 그래서인지 그녀는 손 하나를 내게 내주곤 너무나 쉽게 내게 끌려왔다
계산을 한 후 밖으로 나와 차에 태우고 무작정 죽집을 찾아 돌아다녔다
다행히 근처에 죽집을 발견했고 주차위반 딱지를 떼건 말건 대충 차를 세운 후 그녀 쪽 문을 열어 내리게 했다
< 이리로 와요.. 죽이라도 먹읍시다>
< 괜찮은데....>
< 괜찮긴요 어떻게 그런 몸으로...>
음식점 안엔 한쪽 테이블에 아기를 안고 죽을 나눠 먹는 젊은 아기 엄마뿐이었고 주인 여자가 자리를 안내했다
< 호박죽 하나 소고기 야채죽 하나 주세요>
그녀를 자리에 앉히고 재촉하듯 메뉴판도 안 보고 외쳤다
마주 앉아 컵에 물을 따라 그녀 앞에 놓으니 백지장같이 하얗고 힘없어 보이는 손으로 컵을 잡아 조심스레 입으로 가져간다
< 병원부터 가야 할까 여기부터 와야 할까 생각했는데 우선 기운부터 차리고 같이 병원 가시죠>
< 오전에 병원은 다녀왔어요... 여기 약도 받았고...>
< 네... 다행이네요 몸살... 이래요?>
< 그런 것 같다고.. 특별한 건 없었으니까요..>
< ... 미안해요 윤주 씨.. 저 때문에...>
< 아니에요... 가끔.. 가끔 아파요... 혼자...>
< .........>
혼자라는 말이 내 귀에 계속 맴돌았다
분명 남편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외롭고 쓸쓸하게 육체적 고통과 씨름했으리라
남편이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보기도, 물어볼 자격도 없는 나 자신이 한없이 뒤에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뒤에 서는 것도 싫었고 앞에 서는 것도 싫었다
나란히... 그녀와 나란하게... 동등하게 대해주고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기운 없이 힘들게 며칠을 앓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였고, 그녀의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 이제부터 제가 챙길게요...>
< ........>
< 아프지 마세요...>
< ........>
무엇을 어떻게 챙긴다는 말인가
이제 고작 두 번째 만남에서 챙겨주겠다는 말로 남편의 몫을 하겠다는 말에 그녀의 반응이 더 우스웠다
<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은 직접적인 허락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남자는 무엇이든지 자기 생각대로,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결론지어버리지만 챙겨준다는 말에 고맙다고 하는 것은 분명 나를 인정하는 것이리라
< 어느 쪽으로 드릴까요?>
주인 여자가 테이블에 반찬을 내려놓으며 호박죽을 들곤 묻는다
< 네 이리로... 그것도 이리로 주세요>
그녀 앞에 놓인 몇 가지 반찬을 좌우로 치우고 두 그릇을 전부 그녀 앞에 놓게 했다
< 저보고 이걸 다 먹으라고요?>
< 취향을 몰라서... 드시고 싶은 거부터 드시고 싶은 만큼 드세요... 대신 전부 드셔야 합니다 후훗>
< 호호... 하나는 지훈 시드세요... 많이 못 먹어요>
< 윤주 씨가 남겨주시면 먹을게요. 얼른 먼저 드세요>
그녀가 미소 지으며 못 이기는 척 수저를 들고 죽 그릇에 가져간다
< 동치미....>
3일간 아무것도 들어가질 않은 상태라 몸에 거부반응이 날까 겁이 나 동치미 국물부터 마시라고 죽 그릇 옆으로 밀어주었다
나를 한번 올려다보곤 밀어준 동치미를 한 수저 떠먹은 뒤 예의 밝은 미소로 말한다
< 참 시원하네요....>
나는 혹시나 그녀가 부담될까 봐 더 이상 얼굴을 마주치지도, 말도 하지 않고 휴대폰을 만지며 마치 볼일이 많은 사람처럼 딴청을 부렸다
죽을 떠먹는 그녀의 동작이 조금씩 안정을 찾았고 이젠 양쪽의 죽 두 그릇을 자유롭게 번갈아가며 먹는듯했다
별로 씹을 게 없을 텐데도 그녀는 죽 한 수저, 동치미 한 수저를 오몰조몰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천천히 삼키어갔다
< 이제 다먹었어요>
휴대폰으로 오늘의 기사를 유심히 살펴보는척 하다가 그녀의 말에 고개를들었다
두 개의 죽 그릇중 호박죽이 조금더 비어있었다
< 조금더 드시지않구요...>
< 제가 남겨야 지훈씨 드신다면서요? 호호>
< 풉... 그럼 잘먹겠습니다>
사실 생각했던것 보다 그녀는 양쪽의 죽을 많이 먹은듯했다
걱정했던것보다는 상태가 좋아보여 마음이 놓였다
< 아주머니 호박죽하나 포장해주세요>
넋을 빼고 티비를 보던 주인여자가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녀가 먹던 죽 그릇을 내쪽으로 가져와 큼직하게 한 숟갈씩 입에부었다
< 어머.. 수저 제껀데...>
< 암거며 어때여... 숟가라은 숟락락이지...>
그녀가 황급히 수저통에 손을 대곤 놀란 토끼눈을 하며 말했다
입안 가득히 음식이 차있어 똑바로 말은 안나왔지만 별로 중요하지않았다
< 음식 남기면 나중에 지옥가서 남긴 음식 다먹어야된대요...>
< 풉~>
한 움큼 죽을 삼키고 한말에 그녀의 얼굴이 활짝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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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장소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니 건물안에서 황급히 나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반갑고 설레이는 마음이 두려움 보다, 몸살의 고통보다 컸지만 태연한척 그를 맞았다
테이블로 안내하곤 의자를 빼어 나를 앉혀 준다
태어나 처음 받아보는 남자의 행동이었다
그동안 나를 많이 걱정해준것같아 한편으론 고마웠고 한편으론 뒤늦게 연락한것에 미안했다
그가 편안한걸까?
이제겨우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그의 은은한 미소, 자상한 행동과 말투에 긴장이 사라지고 어깨춤에 잔뜩 들어가있던 힘을 빼니 전신이 노곤노곤해진다
쪼르르르르르륵~~
조금전부터 뱃속에서 신호가 왔을때 알아차렸어야 했지만... 늦었다
민망함에 고개를 들수가 없었지만 그가 깜짝 놀라 나를 일으킨다
< 이런... 나갑시다>
마치 의자에 불이라도 난것처럼 벌떡 일어나더니 내 의자마저 빼고 손을 잡아 그의 쪽으로 당긴다
서있을 힘조차 없었기에 그에게 몸을 맡긴채 차에 올랐다
어디로 가는건지 의아했지만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길가에있는 죽집 앞에 세우곤 다짜고짜 죽 두 그릇을 시킨다
호박죽은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는 음식이었고 두어번 이곳에서 사먹은 기억이 있었다
혹시나 나를 알아볼까 쓸데없는 걱정을 했지만 그건 정말 쓸데없는 기우였다
젊은 애기엄마가 아이를 안고 먹으며 나를 한번 흘깃 쳐다본다
( 우리관계를 어떻게볼까...)
그가 의자에 앉기도 전에 우렁찬 목소리로 죽을 주문했고 내 컵에 물을 따라주었다
아무말없는 분위기가 싫었지만 내가 먼저 말을 걸기엔 아무래도 어색해 괜시리 물을 마시는척 이라도 해야 했고 다행히 그가 정적을 깨주었다
<가끔.. 가끔 아파요... 혼자...>
중간에 멈칫했지만 난 혼자라는 말을 끝까지 하고 싶었다
이로써 남편과의 사이가 어느정도라는지 그가 알아주길 바랬고 설령 눈치 못 챘더라도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외간 남자에게 고자질하는것같아 속이 시원했다
내말을 끝으로 한동안 물 컵만 바라보다 그가 입을 열었다
아프지말라고....
이제부터 자신이 챙겨준다고...
그말에 왈칵 눈물을 쏟을뻔했지만 허벅지를 뒤틀며 억지로 참아야했다
남편에게 받은 서러움이 이정도까지 일줄은 나도 알지 못했고 내 앞의 남자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또한, 아이에게 죽을 떠먹이며 연신 우리쪽을 힐끔거리는 애기엄마에게도 사연있는 여자로 비쳐지기가 싫었다
< 고마워요....>
지금 날 챙겨주는 사람이니 당연히 고마웠고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의 표현을 하고 싶었다
주인여자가 음식을 내오고 그는 내앞에 음식 그릇을 모조리 밀어놓았다
< 취향을 몰라서... 드시고 싶은 거 부터 드시고 싶은 만큼 드세요... 대신 전부 드셔야 합니다 후훗>
< 호호... 하나는 지훈씨 드세요... 많이 못먹어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나왔다
평소엔 많이 먹지않는 식습관 이었지만 지금 상태로는 이것도 모자랄 지경으로 먹음직스러웠다
며칠 굶은 사람의 본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내딴엔 숟가락 가득 푹푹 떠서 한 입 가득 입에 넣어 허겁지겁 삼켰지만 그릇안의 죽은 내려갈지 몰랐다
< 동치미....>
그가 그릇들 사이로 맑은 동치미 그릇을 밀어놓는다
아무래도 급히 먹는 모양새가 그에게도 추하게 보였나 보다
국물을 한 수저 마시니 식도부터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는 내가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내내 휴대폰을 만지고 무언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배려심.....
멀뚱멀뚱 먹는 모습을 쳐다보면 잘 먹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이 남자는 지금 최대한 나를 배려하고 있는 중이리라
그의 선심에 응답하듯 좌우의 죽 그릇을 번갈아가며 입에 담았다
하지만 많이 먹지 않던 습관 때문인지, 며칠 동안 곡기를 먹지 못한 때문인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질 않았다
< 이제 다 먹었어요>
그가 고개를 들어 그릇을 쳐다보곤 겨우 그거 먹었냐는 듯 물으며 내가 먹던 죽을 그대로 퍼먹기 시작했다
< 어머.. 수저 제 건데....>
입안 가득 욱여넣고 뭐라고 말을 하지만 무슨 말인지 또렷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허물없이 털털한 그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 음식 남기면 나중에 지옥 가서 남긴 음식 다 먹어야 된대요...>
풋~ 웃음이 나왔다
그런 그의 모습이 그냥... 보기 좋았고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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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집까지 태워다 주고 싶었지만 남의 눈에 띈다며 걸어서 집에 간다고 했다
차에 앉아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연민의 정이 흐른다
며칠 만에 보고..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짧은 만남 속에 나눈 대화조차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지만 우린 눈빛과 마음으로 많은 것을 주고받았고 서로의 마음을 읽은 듯했다
어서 빨리 예전의 몸으로 돌아와 밝은 목소리로 전화하길 바랐고 바람대로 그녀에게 연락이 온건 의외로 다음날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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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까지 바래다준다는 그의 말을 뒤로 한 채 음식점을 나와 터벅터벅 걸었다
집까지는 20분 정도 걸어야 했지만 그의 차에 타고 내릴 때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두려웠다
유부녀의 현실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3일 만에 본 그의 얼굴은 초조해 보였고 온통 내 걱정으로 지낸 사람처럼 느껴졌다
잘 어울리는 정장의 옷차림이나 말끔하게 면도한 얼굴, 특히 나를 배려하는 매너 있는 몸짓 하나하나에 와이프 외의 다른 여자라서가 아닌 평소 몸에 배어 있는듯했다
갑자기 그의 와이프가 부러웠다
내 남편과는 너무도 상반된 그의 행동이 저절로 그의 와이프의 이미지까지 투영되어 그려진다
( 이쁘겠지....)
사고 났을 때 창문 너머로 얼핏 봤지만 자세한 생김새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볼 수 없었다
나보다 더 이쁘면 어쩌나...
직장 생활을 한다니 몸매도 나보다 훨씬 좋을 거야...
나같이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와는 달리 옷차림이나 액세서리, 세련된 헤어스타일, 자신 있는 말투... 드라마에서 본 전형적인 도시의 직장인 여성상이 떠올랐다
그런 와이프를 둔 남자가 왜....
새로운 여자라면 물불 안 가리는 게 남자라더니 그 남자도 같은 걸까?
혹시 그저 내 몸을 갖기 위한 제스처뿐이었을까?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걷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사모님! 차 안 찾아가세요? >
아차! 차....
그날 이후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던 터라 차를 맡기곤 까맣게 잊었었다
< 아... 네. 지금요... 찾으려고요...>
< 하하하 세차까지 해놨습니다>
< 감사합니다... 얼마였죠?>
< 25만 원이고요.. 저쪽 사무실에 가시면 됩니다>
그 남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서서 돈을 지불하고 키를 받아 한쪽에 세워 둔 차로 향했다
차는 깨끗하게 고쳐져있었고 내부까지 세차한 듯 좋은 향기가 났고 잠시 가라앉은 내 마음을 다스리는데 충분히 도움이 되는 듯했다
여전히 남편의 귀가 시간은 9시였다
빨라야 5분, 늦어도 5분, 알람시계라도 달아 놓고 퇴근하는지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생활이 지긋지긋하게 싫었다
현관을 들어서는 남편의 시선이 아주 잠깐 나를 스치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이것 역시 똑같은 반복이었다
이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고 좋아지든 최악의 경우로 가든 결판을 짓고 싶었다
< 여보 얘기 좀 해요>
짧지만 단호한 말투로 남편에게 말했다
방문을 열어둔 채 옷을 벗던 남편이 나를 한번 쳐다보곤 역시 아무 말 없이 하던 일을 한다
난 주방으로 가서 물을 한잔 받아들고 소파로 왔다
< 뭔데?>
잠옷으로 갈아입은 남편이 반대편 소파로 앉으며 귀찮다는 듯 말한다
< 지금 이건 뭐죠? 우리 집안이 왜 이렇게 추워졌어요? 난 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어요. 당신 혹시 여자 생겼나요? 아니면 말 못 할 병이라도 걸렸어요?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 거예요? >
< 이 사람이 왜 이래?>
< 말해봐요. 이러는 이유가 뭔지. 민준이 유학 가면서부터예요. 지나가는 강아지도 자기 친구가 아프면 떠나지 않고 주위를 지켜준다네요. 내가 강아지만도 못한 여자인가요?>
< 입안 닥쳐? 말이면 단 줄 알아? 남편이 밖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왜 칭얼대는 거야?>
< 그러니까 그 잘난 이유 좀 들어보자고요>
짝!!!!
난데없이 그의 손이 정확히 내 오른뺨을 때렸다
< 이 여편네가 얻다 대고 대들어?>
난 어서 빨리 이놈의 몹쓸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것은 이혼이었다
남편한테 한대 맞아서가 아니라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부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짧은 시간에 느꼈기 때문이다
친정엄마 얼굴이 스친다
자상한 미소로 나를 반기는 아빠의 모습도 지나간다
민준이가 슬픈 표정으로 다가온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거라 판단되고 되도록 빨리 정리해야만 할거 같았다
볼을 넘어 입술까지 흐른 눈물을 한 번에 닦아내고 남편에게 말한다
< 이혼해요>
< 그래 이혼해. 나도 너랑 못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