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늙어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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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지 한달이 넘은것 같은데...
헤어진 순간의 기억이 안나는게 참 이상합니다.
인사는 했는지... 어디로 갈건지 행방을 물어보았는지..
더 이상한것은 헤어짐의 실감이 안납니다.
아무일 없듯이 밥을 먹고, 쇼핑을 하고, 아이와 놀이동산을 갑니다.
하지만 매일 그녀의 부제를 인식합니다.
화장실 세면대유리에 붙어있는 그녀의 칫솔.
한쪽구석에 굴러다니는 그녀의 면도기.
나의 고급면도기.
폼클렌져 한무더기.
한여자가 일년을 같이 살다가 떠났는데..
남은게 고작 칫솔하나인가 하고 잠시 생각한적은 있었지만
실감이 안납니다.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하나도 안슬픕니다.
사람과 사람이 헤어졌는데 하나도 안 슬픕니다.
어떻게 보면 홀가분합니다.
조금 짜증났던 새벽 동대문쇼핑을 다시 안해도 된다는게 홀가분합니다.
나의 성기를 애무할때 불편할까봐 매일밤마다 했던 성기면도를 안하니 홀가분합니다.
면도후 성기와 엉덩이를 폼클렌져로 안딱아내니 화장품가게를 안가게되어 홀가분합니다.
일년전 그녀의 치과치료비 카드결재도 이번에 끝나서 홀가분합니다.
그냥 끊는전화도, 문자하나도 없는게 홀가분합니다.
가면 갈수록 이성적인 사람으로 변해가는듯 합니다.
문득 보고싶은사람, 문득 듣고싶은 음악은 없어지고
사는데 필요한 사람과 만나고, 사는데 필요한것만 사게됩니다.
원래 사람은 이렇게 이성적이지 않을텐데.. 하고 생각만 하고있습니다.
나이먹으니 성숙한, 완성된 사람으로 변한다는 생각보다는
짐승, 동물같이 변해가는 기분입니다.
때되면 밥먹고, 때되면 일하고, 때되면 잠자고..
서울 한복판에 동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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