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질문] 결혼식에 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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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해당부서의 팀장이었고... 그녀는 제 부하직원이었구요...
하던 일이 워낙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하는 일이라 여직원들도 꽤 많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그녀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때 OT 및 Training 담당을 제가
직접해서 사이는 각별한 사이었습니다...
고민도 많이 들어주고... 그녀 집안문제, 남자문제, 이혼하신 아버지문제 등
회사선배로 인생선배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해주었던 사이였습니다.
그녀가 해당 업무에서 중차대한 실수를 했을때도... 늘... 부하직원에게
엄격하고 공정한 업무처리로 신뢰를 받던 저도... 회사에서 처음으로 편법으로
실수를 덮은적도 있습니다. 물론 제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다른 부하직원들과의 공평성 문제로 최소한 몇개월 감봉처분이 당연한 사안을
원천적으로 덮은적이 있을만큼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레 더 친밀해지고... 서로 좋아하게 되고... 근무 중
몰래 영화보러가기도 하고... 쇼핑하러 가기도 하고... 서로 고백까지는
안했지만 둘다 분명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습니다...
좋아하다 보니까... 제가 용기내서 먼저 키스를 했는데... 의외로 잘 받아주었
습니다... 그녀가 그러더군요... 지난번 일... 고마웠다고...
부하여직원 실수를 빌미로 제가 제욕심 채우는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었는데...
나중에 그녀가 그러더군요... 제 성격이 내성적이라... 쑥스러워 할까봐...
그후 회사에서... 부서에서 자기는 괜찮은데 내가 어색해 할까봐 일부러
그랬다고... 사실 저를 좋아한다고...
그리고 그후 그녀와 1년반정도 연인 보다는 조금 못미치는 정도의 연애아닌
연애가 있었습니다... 잠자리는 없었지만... 그 부분만 빼고... 나머지는
무수히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영화보러가면 둘이 손 꼭 붙잡고... 제 어깨에 기대어서 영화보고...
길을 걸을때는 항상 팔짱끼고... 자기전에 문자 주고받고...
부서 회의 중 그녀가 실수한 부분을 질책하다가... 굉장히 화난척 하면서
소회의실로 따로 데리고 들어가서... 브라인드 내리고... 한 10여분간
키스한적도 있었고... 불꺼진 지하 교육장에서... 그녀를 뒤에서 꼭 껴안고...
그녀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다가... 밖에서 문을 잠그는 바람에
그대로 밤새도록 노래를 불러준적도 있었습니다...
어쩌다 제가 사는 원룸에서 같이 샤워를 해도... 부하 여직원이고... 부하실수를
빌미로 제 욕심 채우는것 같은 죄책감에 그 이상은 진행을 시킬수가 없었습니다...
그녀가 늘... 저에게... 미안해하지 말라고, 뭐가 미안해서 그러냐고...
자기도 좋아서 그런다며 항상 저를 배려해주었지만... 저는 늘 그 부분이
걸렸습니다... 그녀는 외형적인 성격이고 전 내성적인 성격이었거든요...
부서내에서 눈치빠른 여직원들은 알고 있더군요...
늘... 둘이 같이 감기에 걸리고... 제 옷에서 그녀의 화장품냄새가 나고...
그러던 중 3년전 가을부터 다음해 봄까지 회사가 어려워서 제 부서관할의
직영매장들을 매각해서 회사운영자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서는
폐지되고... 전 보직이 변경되었습니다...
부하직원들은 다행히 한 4년간 업계에서 나름대로 실전경험이 많은지라
스카웃되어서 더 좋은 조건으로 옮겼고... 그녀도 더 좋은 곳으로 옮겼습니다.
전... 매각 후 사후 회사업무를 처리하고... 1년간 휴직계를 내고 쉬었습니다.
그래도 해놓은 공적이 있어서 1년간 월급과 상여금... 인센티브도 다 받았습
니다... 올 4월에 복귀해서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구요...
Out of sight. Out of mind 라고... 그녀는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하느라
바쁘고... 저는 하고 싶었던 일어공부와 일본여행... 갑자기 닥친 어머님 병간호로
시간을 보내며 그녀와는 안부전화만 나누게 되더니... 그 1년동안 결국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자연스레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바쁘게 지내는 저에게 그녀의 전화가 왔습니다...
잘 지내냐고... 어머니는 어떠시냐고... 내년 봄에 결혼한다고... 축하해 달라고...
서로 고백한번 못하고 사귀다가 흐지부지 끝난 인연이지만...
애써 태연한척...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축하한다고... 어떤 남자냐고... 뭐하는 사람이냐고... 나이는... 프로포즈는
제대로 받았냐고...
목이메었지만 태연하게 웃으면서 전화 받아주었습니다...
그녀... 마지막에 그러더군요... 나보고 꼭 와서 축하해 달라고...
마지막 말 할때... 떨면서 하더군요...
서로가 한동안 말이 없다가... 분위기 어색해서 제가 먼저 웃으면서 회사주소 아니까
청첩장 꼭 보내달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그냥 네이버3회원님들처럼 즐기며 살걸 하는 후회가 듭니다...
나중에 청첩장 오면... 아마 갈것 같습니다... 도의적으로 안가는것이 맞지만...
전... 갈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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