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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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일이다.
서울에서 아주 잠시 직장생활을 했었다.
쪽팔리는 일이지만 그 때 굉장히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하던 일이 기술영업쪽이었는데 아무리 해도 실적이 안 오르는 것이다.
작정하고 한 두어달 술만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해도 슬럼프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채팅에 빠졌다.
채팅방에 그렇게 심심한 아줌마들이 많은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거기에 혹한 나는 직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채팅 창을 열어놓은 다음에 심각한 표정을 하고는 채팅에 몰두했다.
몰랐지만 그 당시 회사 여직원들 중 하나가 내가 채팅하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힘들어하는걸 알았는지 쉬쉬해 준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차라리 나를 불러서 그 때 말려주었으면
내가 좀 더 일찍 채팅으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을 그만두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
한편으로는 아쉽다.
각설하고.
아무튼 채팅으로 유부녀 한 사람을 만났다.
어떻게 만났는지는 솔직히 지금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찌 어찌 하다가 서로 굉장히 오랫 동안 이야기를 나누게된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호기심이 발동한 그녀가 먼저 만나서 차나 한잔 하실래요? 하고 이야기를 걸어준 것이
만남의 시작이었다.
채팅으로 누군가를 만나본 경험이 전혀 없던 나에게는 어색한 일이었다.
하지만 만나본 그녀는 스스럼이 없었다.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차를 마셨다.
내가 마음에 든다고 한 그녀는 자기 가족의 사진까지 보여주었다.
신랑이 잘 생겼다고 하자, 그러면 뭐하느냐고 하는 그녀는 자기 신랑이 어딘가 굉장히 맘에 안드는 눈치였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만남은 한 두달 가량 지속되었다.
그녀는 신랑 몰래 밤에도 나와 채팅을 했고, 우리는 종종 낮에 만남을 가졌다.
낮에 회사 근처 비디오방에서 같이 영화를 보기도 하고, 밤에 같이 노래방에 가기도 했다.
그러다 어찌 어찌 해서 키스 정도를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녀는 키스를 능숙하게 잘 했다.
다리가 무척 예뻤던 그녀는 키스를 하는 동안에 내가 허벅지를 만져주는 것을 좋아했다.
허벅지를 만져주면 고양이 앓는 듯한 소리를 내서 나를 미치게 하곤 했다.
가끔은 인심쓰듯 내 성기를 꺼내어 만져주기도 했다.
그럴때면 그녀는 꼭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기꺼는 굵어서 넣으면 느낌이 아주 좋을것 같애.
하지만 섹스는 두달 가까이 되도록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지막 만난 날이었던가. 습관처럼 비디오방에서 키스를 하다가
그녀는 나를 데리고 비디오방 옆에 있는 여관으로 갔다.
여관으로 가는 도중에 그녀는 누군가에게서 오는 전화를 받았다.
어쩐지 아는 남자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는 나도 굉장한 흥분상태였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아무튼 우리는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나와의 두달 가까운 친구 아닌 친구 관계를 청산하고 싶다는 듯이
섹스에 몰두했다.
그녀는 다리는 날씬했지만, 가슴은 절벽이었다.
가슴이 컴플렉스였는지, 섹스하는 동안에도 브래지어는 벗지 않았다.
아무튼 우리는 그날 세 번의 섹스를 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꽤 잘 통하는 그녀였음에도, 섹스는 무슨 일인지 잘 맞지 않았다.
그녀는 후배위를 좋아했는데 나는 정상위쪽이 더 좋았다.
나는 오랄 받는걸 좋아했는데, 그녀는 오랄을 해주는걸 싫어했다. 만지는 건 괜찮아도...
내가 해주는 오랄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는 섹스를 했다. 세 번 하는 동안, 나는 앞으로 이 여자와 애인 사이가 되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날 나는 그녀에게 화장품 세트를 선물했는데, 그녀는 그 선물을 좋아했다.
너무 기뻐해서 오히려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섹스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어도,
그녀는 나와 여관을 나오면서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녀는 그 뒤로 계속 내 전화를 피했고,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듯, 아니 잊으려는 듯 했다.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녀는 채팅 상에 아는 사람이 많았다.
나 이전에도 만난 남자들이 제법 많았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만난 남자들과도 정사를 가지고는,
정사가 끝나고나면 칼같이 관계를 정리하곤 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뒤에 그 사실을 알았다. 조금 허탈했다.
하지만 그녀 덕분에 나는 슬럼프를 탈출했다.
그것 만으로도 그녀에게 감사할 일이었다.
하지만 감사하지 못할 일도 생겼다.
응당 아가씨들을 만났어야 도리이겠건만, 어찌된 일인지
그 후로 만나는 사람들은 전부 유부녀들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제는 더이상 채팅을 하지 않는다.
인생을 낭비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채팅임을 잘 알기에...
하지만 가끔은 그 때로 돌아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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