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애마부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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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구사일생으로 미국에서 돌아온 북극곰입니다. 저의 MSU 후배인 마일드군이 모처럼 저의 옛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글을 올려놓았고 여러 분들이 관련 글을 원하시기에 글을 올려봅니다.
때는 바야흐로 1992년 정도인가? 한참 북극곰에 학업(?)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유학생들 사이에서
빅 뉴스가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애마부인 2인가 3인가 하구 서울에서의 마지막 탱고 등에 나오던
오수비가 우리 Lansing에 와서 살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갸갸갸 이리 좋을 수가. 머 가슴 크기
때문에 좋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왠지 우수에 찬 눈빛이 맘에 들어서 은근히 좋아하던 배우였는데
제가 사는 동네에 온다니 기쁘더군요. 그러던 중 제가 다니는 교회에 오수비씨가 출석하기 시작했고
가끔씩 눈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몇 주간 지켜보니까 참 조신하고 얌전한게 연예인 티를 전혀
안 내는 참 참한 아짐이었습니다. 첨에 에로배우 출신이라고 색안경 쓰고 보던 사람들도 사람은 알고 볼
일 이라고 다시금 그녀를 새로운 시각으로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시내 중심가에 Cafe Latte라는
카페를 열었을 때 온갖 Lansing에 거주하던 남정네들은 거기 가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혹시나 오수비씨가
가게에 나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하루 일과 중의 하나였습니다. 어쩌다가 오수비씨가 가게에 나와있을 땐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머쓱한 표정으로 커피 한잔을 그녀에게 주문하였고 그녀는 항상 밝은 미소로 우리
남정네들을 대하였습니다. 한국 남정네들이 뭘 생각하고 그녀를 보고 침을 질질 흘리는지 뻔히 알았겠지만
그녀는 싫은 기색 한번 하지 않고 우리들을 대해주었습니다.
마일드군이 말한 대로 오수비씨의 남편은 법과대를 졸업해서 변호사 준비를 하던 아주 시팍스럽고 삐리리한
SOB 였습니다. SOB가 뭔지 모르시는 분은 인터넷에서 SOB를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망할 자식은
(죄송합니다. 지금도 그넘에 대한 감정이 좋지가 않네요) 참하고 이쁜 마눌을 두고도 유학생들 사회에 끼어
들어서는 반반한 여학생들에게 수작을 걸곤 햇습니다. 도서관에서 수작 부리다가 다른 남학생들에게 개쪽을
당하고 쫓겨나기도 하고 대학원생들 기숙사인 Owen-Hall 에 술이 잔뜩 취해서 와가지고는 어떤 여학생에게
좋아한다고 행패를 부리며 그 여학생 방 문을 두드리다가 학교 경찰에게 연행되어 가기도 했습니다.
그 현장에서 저도 제 눈으로 똑똑히 그 광경을 목격했구요. 뒤늦게 오수비씨가 나타나서는 자초지종을 듣고
학교 경찰에게 사정을 해서 남편을 데리고 가더군요. BMW 525인가 그랬는데 하여간 그넘을 차에 태우고
쓸쓸히 사라지던 그녀의 씁슬한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 식량을 구하러 동네 수퍼에 왔는데 주차장에 낯익은 차가 서 있더군요.
바로 그녀의 차였습니다. 괜히 가슴이 쿵쿵 뛰는데 그녀가 산더미만한 짐을 들고 주차장으로 걸어오더군요.
얼른 그녀의 짐을 받아서 차에 실어주고 보니 우유였습니다.
곰 : 왠 우유를 이리 많이 사세요?
오 : 아... 내일이 제가 아이들 급식 당번이라서요......
그러고는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를 짓더군요.... 곰은 무심결에 말했습니다.
곰 : 저 한국에 있을 때 무지 팬이었는뎅.....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절 바라보며 피식 웃더군요.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 : 제가 나온 영화 중에 어느 것이 맘에 들었어요?
곰 : 서울에서의 마지막 탱고요....
오 : 왜 그랬죠?
곰 : 제가 첨으로 본 야한 영화였거든요..... (허걱.... 넘 솔직했다.... -.-;)
그러자 그녀는 한참을 웃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 : 절 보면 가슴 큰 여자라는 것 밖에는 연상 안 되지 않나요?
곰 : 헉...... 그...그런 말씀을....... (-.-;;)
오 : 곰씨도 그런가요?
곰 : 전 가슴 큰 여자 싫어하는데요? (허거거걱....... -.-; 닝길 또 실수다)
그녀는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더군요. 뭐가 그리 웃긴지.... 당황하는 절 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 : 그럼 왜 제 팬이라고 하셨어요?
곰 : 왠지 눈빛이 슬퍼보여서요... 그게 맘에 들었는데요.... (완전히 3류 연애소설 같은 대사였슴다.)
오 : 그런가요?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더군요...)
왠지 그녀가 슬퍼보여서 전 그녀의 울적한 기분을 바꿔줘야 한다는 생각에 불쑥 엉뚱한 말을 꺼냈습니다.
곰 : 싸인 해주세요.
오 : -.-;;
그녀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살짝 웃으면서 절 바라보더군요.
오 : 어디다가 해드릴까요?
곰 : 배요... 배에다가요........ (허걱..... 나 왜 이러냐.....미치겠당....)
저도 모르게 그런 황당한 대답을 하였고 그녀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펜을 꺼내서는 제 흰 티의 배에다가
쓱쓱 싸인을 해주더군요..... (간지러워서 뒤지는 줄 알았슴다.)
무안한 나머지 곰은 담배를 꺼내물었고 오수비씨는 제 차 트렁크에 걸터 앉았습니다.
곰 : 트렁크 찌그러지는데요? (저도 왜 이런 미친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슴다.)
오 : 저 안 무겁거든요.... 가슴 크다고 무게까지 많이 나가는 거 아니거든요....
곰 : 허걱....네......그럼 계속 앉아 계세요....... -.-;;
둘 사이에 조용한 침묵이 흘럿습니다. 갑자기 그녀가 참 안 되어 보이더군요........
곰 : 많이 힘드시죠? 요즘..........
오 : 네.... 후후..... 넘 많이 알려져서 그게 더 힘드네요......
곰 : 힘 내세요..... 다들 오수비씨 편이던데........
오 : 고마워요........
또 침묵이 흘렀습니다. 왠지 뭔가 말을 해야할 것 같더군요....
곰 : 애마부인 3편이랑 서울에서의 마지막 탱고 테입 구하려다 못 구했는데 아직 소장하고 계시나요?
오:..................
오수비씨는 그 말을 듣자 잠시 황당하다는 얼굴로 절 쳐다보더니 갑자기 주먹으로 제 머리통을 꽝
내리치더군요....... 으갸갸갸갸갸
곰 : 어흑....... -.-;
오 : 이 와중에 그런 말이 나와요?
곰 : 죄송함다....... ㅜㅜ
오 : (실실 웃으면서) 장난이었어요.... 예전 일을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곰 : 넹...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오 : 이젠 가봐야겠네요.... 고마웠어요.......곰씨
곰 : 넹....살펴가십쇼.....
그리고는 그녀는 떠나갔습니다. 젠장... 주먹은 굉장히 맵더군요...... 그 후 마일드군이 말한 사건이 발생
하였고 교민 사회에서는 그 남편 넘이 죽일 넘이라고 다들 분개했고 끝내 두 사람은 별거인가 이혼인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 주일이 지난 후 교회에서 목사님이 오수비씨가 연예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귀국
하니까 격려해주자는 요지의 광고를 하시더군요.... 그리고 그녀는 조용히 떠나갔고 얼마 있다가 립스틱
짙게 바르고 라는 영화를 찍었더군요. 친구놈을 협박하고 달래서 겨우 그 테입을 미국으로 보내게 해서는
그 영화를 보았습니다. 솔직히 지루해서 죽을 뻔 햇습니다. 빵빵한 가슴도 한번 안 보여주더군요... ㅠㅠ
머 그건 그렇고 지금 그녀가 어디 있던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뭐 저랑 별로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왠지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별로 야하지 않은 얘기를 끝까기 기대(?)하면서
읽어주신 변퉤들에게 채찍질을 선사합니다. 철썩...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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