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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욕망의 포효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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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93 회 작성일 24-03-27 00: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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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면 정말 곤란해요. 사람 가지고 놀지 말라고요! 내가 우스워요? 싫다고 했잖아! 싫다는데 왜 사람을 괴롭혀? 당신이 뭔데? 

나 아프게 하고 고통스럽게 한 당신이 다시 시작하자고 하면 내가 그러자고 할 거 같아요? 내가 이러는 게 잠깐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냐고! 

나, 진심이야. 진심으로 당신하고 다시 엮이고 싶지 않다고. 그러니까 천박하게 굴지 마. 

여자가 필요하면 당신 전처를 만나던가, 다른 여자 만나. 

다시 한 번 내 몸에 손대면 내가 죽어줄게. 계약서로 묶여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몸이니 당신한테서 벗어나려면 죽는 수밖에 없을 것 같으니까!”


“죽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희수는 눈이 찢어질 듯이 그를 쏘아봤다.


“그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설마 나 때문에 그런 극단적인 짓을 할까? 부모님은 어쩔 건데? 부모님이 당신 때문에 고통 받을 텐데 그럴 수 있겠어?”


“내 부모님 얘기는 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니까.”


“솔직하지 못하군. 정말 변하긴 변했어. 예전의 강희수는 거짓말쟁이는 아니었는데 말이야.”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한다는 거예요?”


“나한테 관심이 있잖아. 끌리고 있잖아.”


“이런 미친……. 날 괴롭히려고 나타났어요? 그러려고 청음으로 끌어들였어?”


“당신 생각했다는 말, 거짓말 아니야.”


“듣기 싫어.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내가 징징거리는 아이 같다고? 당신은 가질 수 없는 걸 탐내는 무개념의 사이코 같아. 

어떻게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할 수 있어? 어떻게 내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 수가 있냐고.”


효준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계약서 따위를 지껄이며 그녀의 팔을 꺾어버렸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자신을 비서 따위로 전락시킨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이렇게 바락바락 화를 내는 건 두려워서지?”


“뭐?”


“나 때문에 흔들릴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 슬슬 느끼고 있지?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지? 우리가 어떻게 사랑했었는지 말이야.”


효준은 희수가 더욱 펄펄 뛸 걸 알면서 몰아붙였다. 그녀가 분노하고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에게 자신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는 희수보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때가 아니고,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다시 돌아왔다는 걸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그 후에 그녀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당신은 구제 불능이야.”


“맞아. 난 구제 불능이야.”


효준은 느닷없이 희수를 품으로 끌어들이더니 그녀의 입술을 낚아챘다. 

발버둥 치면서 그를 밀어내려고 하는 희수를 꼭 끌어안은 효준은 집요하게 그녀의 입술을 점령했다.

저항하는 그녀를 힘으로 제압한 그는 거칠게 그녀 입술을 차지했다. 


입술이 부딪치자 강력한 스파크가 일었다. 

희수는 이대로 꺾일 수 없다는 일념으로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입술에서부터 퍼지는 상큼한 전율에 이성을 잃고 본능을 깨우고 말았다.


상대가 윤효준이라는 걸 알지만, 거칠었던 키스가 서서히 부드럽고 달콤하게 변해갔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쓰던 그녀의 입술도 차츰차츰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그를 밀어내려던 손은 어깨에 얹어졌고, 입술 사이로 혀가 나왔다.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그의 혀도 허공으로 나와 그녀의 혀를 옭아맸다. 

그녀의 혀도 적극적으로 그의 혀를 애무했다. 

섞인 타액은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갑작스러운 키스이기에 두 사람의 이성은 이미 사라졌다.


그의 혀가 그녀 입술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녀의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었던 때처럼 그는 과감하게 그녀를 취했다. 

키스가 좋다며 키스해달라고 조르던 그녀를 떠올리며 그의 혀는 입속을 휘저었다. 


너무도 짜릿하고 희열이 느껴지는 키스에 그녀는 무릎이 꺾일 것만 같았다. 

그가 안고 있어서 주저앉지는 않았다. 

그의 입술과 혀를 만끽하던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뗐다. 그리고는 그의 가슴에 이마를 갖다 댔다.


“희수야.”


“아무 말 하지 마. 당신은 정말 저질이야. 이 키스에 아무 의미도 부여하지 마. 본능이 잠시 눈을 떴을 뿐이야. 당신을 용서한다거나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야.”


희수는 효준을 밀치고 탕비실로 들어왔다. 

도망쳐야 했다. 그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싫다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다가 그의 키스에 무너진 자신이 너무도 한심했다.


휘석의 말대로 흔들리는 걸까? 그럴 리가 없었다. 고작 저런 인간에게 흔들릴 자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건 왤까?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존심도 없고, 벨도 없는 여자라고 효준이 무시하면 어쩌지? 무슨 상관인가! 나쁜 건 그이니까, 자신이 그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마음은 아팠다. 그의 숨결에 이성을 놓아버렸다는 건 본능이 그를 원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를 원한다고? 그에게 안기고 싶다고? 그를 안고 싶다고? 

아니라고 부정해봤지만, 키스가 부여한 의미는 그를 원하는 것이었다. 


마음이 이렇다고 해서 그와 뭔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이런 욕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수치스러웠고, 모욕적이었다. 

왜 이런 날이 왔을까? 자신을 생각했다는 그에게 화를 냈지만, 자신도 그랬다. 

그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나쁜 사람이고, 악마 같은 남자였지만 잊을 수가 없었다.


잊었다고 착각을 했을 뿐, 그로 인해 떠오른 기억들은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끔찍했다.

이 마음을 억누를 수 있을까? 그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끝까지 선을 그을 수 있을까? 

무서웠다. 마음이 꺾이고 짐승처럼 본능만이 남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 희수는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나야.]


“휘석아. 어디야?”


[촬영 중이야. 목소리가 왜 그래?]


“7시쯤에 나 데리러 와줄래?”


[무슨 일 있어?]


희수가 대답하지 않자 휘석이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


[알았어. 데리러 갈게.]


“고마워.”


희수는 전화를 끊었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무섭지 않을 듯했다. 

휘석이 곁에 있으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휘석의 잔소리를 듣는다면 살짝 무너진 마음의 빗장을 다시 꽉 잠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온 효준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거실로 나왔다.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신 그는 음악을 틀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키스 후에 희수의 목소리가 애달프게 들렸다. 

그녀를 아프게 한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었다. 

8년 전에는 그녀를 떨쳐내려고, 8년이 지난 지금은 그녀를 다시 얻으려고 상처를 입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퇴근할 때 희수를 데리러 온 휘석을 봤다. 

남녀 관계는 알 수 없다고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희수가 휘석을 처음 소개했을 때 너무 친해 보여서 살짝 긴장했다. 몇 번 만나보고 나니 두 사람은 남매 같은 그런 사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도 휘석의 차를 사라지는 희수를 보니 씁쓸했다. 


맥주 한 캔을 쭉 들이켜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었다. 

이곳에 자리 잡은 것도 아는 사람이 없는데 누군가 하면서 현관으로 나왔다. 

인터폰을 켠 그는 방문자를 확인하고 얼굴이 굳었다. 


진선의 얼굴이 보였다. 미행까지 한 여자인데 이곳 알아내는 것이 뭐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는 문을 열어주었다. 

진선이 들어왔다.


“나, 왔어.”


효준은 팔짱을 끼고 진선을 응시했다.


“여보.”


“호칭 바꿔.”


“효준 씨.”


“뒷조사했어? 미행했어? 그래서 여기를 알아냈어?”


“남편이 지내는 곳이니, 알아둬야지.”


“누가 남편이라는 거야? 그것도 지겹네. 왜 왔어?”


효준은 주방으로 들어와 냉장고에서 또 맥주를 꺼냈다. 오늘의 피곤함이 누적된 상태에서 진선을 보니 피곤이 더 확 치솟았다.


“보고 싶어서.”


“역겹군.”


“효준 씨.”


“아버님 동원해도 별수 없을 거야. 당신 위해서 아무 말 하지 않는 거 아니야. 아버님 쓰러질 것이 두려워서 입 다물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까불지 마.”


“협박하는 거야?”


“나대지 말라고. 여기든 청음이든 오지도 말고.”


“싫어. 난 당신하고 살 거야.”


진선이 효준을 뒤에서 안았다. 등에 얼굴을 대고 꼭 끌어안았다. 효준이 떼어내려고 하자 악착같이 더 달라붙었다.


“왜 이래? 놓으라고!”


“싫어. 여기서 잘 거야. 당신 옆에 있을 거라고.”


“더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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