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남긴 교훈] 절대 친구에게도 면도기는 빌려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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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제 첫직장 상사였던 사람 이야기를 하나 했었는데요.
요번에는 제 고교동창 넘들과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올립니다.
요건 라디오프로에 가끔 있는 웃기는 이야기 응모나 만화 ‘일쌍다반사’ 같은데 소재로 보내려고도 했었습니다만,
혹시라도 당사자들이 알게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우려해서 지난 세월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다가,
경방에만 살짝 올립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군요.
제가 군대가려고 휴학하던 때 이야깁니다.
(아..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거 야한 이야기 아닙니다. 걍 황당했던 에피소드...)
저에게는 고등학교 때 끼리끼리 모여서 지금 생각하면 멍청한 짓들만 골라서 하고 다니며 희희낙락하던 친구들이 몇 넘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모이면 옛날이야기를 꺼내면서 “이거 영화로 만들면 대박일텐데~” 합니다만(우리끼리 착각일지라도) 그래도 저는 그 중에서 가장 참한(?) 편에 속했었더랍니다.(믿거나 말거나)
고교 졸업 후에도 자주 얼굴을 보던 그 넘들 중에 A라는 넘이 있었습니다(별명이라도 쓸까 했는데 그것도 위험해서) 몸집이 꽤 크고 묵직해서 우리에게는 무척 든든한(?) 친구였지만 이 넘의 문제는 상당히 지저분한 넘이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넘이 어느날 덜컥 어느 면류를 파는 음식점 체인의 주방에 취직하더군요.(그 업체의 영업을 우려해서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매우 우려를 했지요. 저런 지저분한 넘이 어떻게 음식을 만드냐?
취직한 이후에도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음식 만들 때는 좀 났겠지. 위에 주방장도 있고, 다른 직원들도 있을 텐데.. 라고 애써 생각하면서도, 절대로 그 넘이 일하는 곳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지저분한 넘은 얼마안가 잘리겠지.. 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오늘 이야기할 에피소드가 있던 때,
그 넘은 서울경기지역(은폐하느라 일부로 넓게 잡았습니다)의 모 놀이공원시설 스낵코너의 지점에서 주방 No1의 위치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No1라고 해도 쬐그만 매장이었기 때문에 주방은 그 넘 하나뿐이었습니다만, 어쨌거나...
당시 휴학 중이던 나는 어느날 심심한 나머지,
그 넘이 일하는 음식점은 절대 가지 않는다는 친구들과의 묵계를 어기고 그곳에 놀러갔던 것이죠.
갔더니 한창 바쁠 때더군요.
국수 하나 말아준다는 걸 당연히 거절하고(^^;) 한가해질 때까지 기다리는데,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주방으로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구경삼아 들어갔는데, 어라~ 생각보다 주방이 깨끗한 겁니다.
그래서 “호오~ 직장에서는 좀 다르구만!” 했습니다만, 웬 걸요...
음식을 만들다가 갑자기 지 손을 바지 춤 안에 넣더니 북북 긁어대더군요.
지 사타누니를....;;;;;
그리고 그 손을 씻지도 않고 그냥 국수를 마는 겁니다.
저는 허거걱... 황당.....
윽~ 비위가 상해서 그 넘 뒤통수를 한대 갈겨줬죠.
“얌마~ 지저분하게 음식 만들다 뭔 짓이야~ 너 맨날 이러냐?” 했더니,
그 넘은 “괜찮아~ 먹고 안 죽어” 하더군요.
그러면서 가려워서 참을 수가 없어서 그런다면서 또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사타구니를 긁어대는 겁니다.
알고 봤더니, 이 넘이 어디서 사면발이를 옮아온 겁니다.
그래서 “그럼 병원 가야지, 지저분하게 계속 긁어대고 있을 거냐?” 했더니,
“아씨~ 쪽팔리게 어떻게 이런 걸로 병원 가냐” 라는 그 넘의 대답,
저 : “그럼 우쩔건데?”
그 넘 : “너.. 뭐 좋은 약 아는 거 없냐?”
저 : “걍~ 밀어버려야지.. 어쩌겠어?”
그 넘 : “뭘로..?”
저 : “당근 면도기로 미는 거 아니겠냐? 다른 게 있나?”
밖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국수를 먹는 해맑은 얼굴의 아가씨를 불쌍하다는 듯 보면서 주방에서 이런 대화가 오가고 있었는데,
불쑥 그 넘이 글쎄 이러는 겁니다.
“그럼 니가 면도기 좀 빌려줘라”
“................;;;;;”
다시 그 넘의 뒤통수를 치며
“미쳤냐? 니 면도기는 어쩌고..?”
그 넘 : “내 껀 전기면도기가 아니잖아. 밀다가 베기라도 해봐 쪽팔리잖아~”
저 : “그럼 전기면도기 하나 사든가~”
그 넘 : “야~ 거시기 하나 밀려고 전기면도길 사냐? 돈 아깝게... 그냥 빌려줘~ 임마~”
저 : “짜식이... 나도 전기면도기 없어~”
그 넘 : “아씨~ 친구란 자식이 의리도 없게.. 그깟 면도기 하나 가지고..”
저 : “여기서 의리가 왜 나오는데...”
그 넘 : “이걸 어쩌지... 그럼 딴 넘들한테 빌리나?“
저는 다시 황당.... “딴 넘들한테 빌리려고?”
그 넘은 당연하다는 듯이 “응~”
저 : “딴 넘들이 미쳤다고, 니 거시기 밀라고 지들 면도기 빌려주겄냐?”
그 넘 : “당근 사실대로 말 안하고 빌려야지~”
순간 다른 친구넘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제 뇌리를 스치고...
저 : “그래봐라. 내가 다 불어버릴테니까...”
그 넘 : “하여튼 짜식이 쫌생이 같기는...”
이렇게 거기서 그 넘과 노닥거리다가 그 날은 헤어졌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 넘이 말은 그렇게 해도 설마 지 거시기를 밀겠다고 딴 넘들 면도기를 빌릴까? 하는 생각이 컸더랬죠.
그런데 며칠 뒤에 B라는 친구넘을 만난 겁니다.(이 넘을 위해서 이니셜로 합니다)
문득 며칠 전 있었던 A와의 일이 생각나서 그 넘을 화제에 올렸죠.
그랬더니 B(이제부터 ‘불쌍한 넘’이라고 칭하겠습니다)가 이러는 겁니다.
불쌍한 넘 : (반색하며) “나도 어제 그 넘 봤는데...”
저 :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어) “.............. 왜?”
불쌍한 넘 : “갑자기 전기면도기 있으면 빌려달라잖아?”
저 : (그 넘이 정말로...) “........................”
불쌍한 넘 : “왜?”
저 : (표정관리하며) “면도기는 왜 빌려달라는데?”
불쌍한 넘 : “지가 이번에 면도기를 전기면도기로 바꿀까 하는데, 사기 전에 한번만 써보고 싶대나? 뭐 그러던데...”
저 : “그래서 빌려줬냐?”
불쌍한 넘 : “응.. 그럼 안 빌려 주냐? 친구 사이에...”
저 : (니가 걸려들었구나... 불상한 넘...) “.......................”
저는 앞에 있는 그 불쌍한 넘을 위해서 늦게나마 조치를 취하려고 했지요.
저 : “그래서 어제 빌려준 거야?”
불쌍한 넘 : “아니, 빌려줬다가 어제 돌려받은 거야”
이미 늦었나....;;;;;
저 : (조심스럽게) “너 혹시 오늘 그 면도기로 면도했냐?”
불쌍한 넘 : “아니...”
크으~ 아직 안 늦었구나!!!
그래서 얼른 비리를 모두 폭로하려는 찰나....
불쌍한 그 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불쌍한 넘 : “그거 내꺼 아니고, 울 아버지 꺼야~”
저 : “.....................................”
허걱................;;;;;;;;;;;;;;;;
(이제부터 ‘불쌍한 넘’에서 ‘불쌍한 분의 아들넘“로 바꿉니다)
저: “니꺼도 아니고 니네 아버지 꺼는 왜 빌려주는데?”
불쌍한 분의 아들넘 : “나도 전기면도기 없거든...”
저 : “ 니네 아버지가 뭐라 안 그러시냐?”
불쌍한 분의 아들넘 : “당근 혼났지. 울 아버지 아끼는 면도기였는데 남한테 빌려 줬다고...”
저 : “그리고 오늘 쓰시면서 다른 말씀은 없으시고..?”
불쌍한 분의 아들넘 : (좀 이상한 듯) “아니 별 말 없든데...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데?”
어쩌겠습니까? 이미 엎질러진 일,
저는 그냥 물어본 것처럼 애써 수습하고 진실은 모르는 척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구야~ 미안하다~ 이미 수습할 단계는 지난 것 같구나~
그래도 그 넘(A를 말합니다)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었으면 깨끗이 닦아서 돌려주었겠지 기대하며 전화를 했었습니다만,
그 넘 : “아니, 그냥 안에만 털고 돌려줬는데...:
저 : “.......;;;;”
그 넘 : “왜? 털고 줬으면 됐지 뭘...”
저 : “그래도 걔네 아버지 껀데 좀 깨끗이 닦아서 주지”
그 넘 : (화들짝 놀라며) “그기 정말이야?”
저 : "몰랐냐?“
그 넘 : “빌려주면서 아무 말 없던데...”
저 : “..................”
그 넘 : “OO야~”(제 이름)
저 : “왜?”
그 넘 : “이거 정말 우리 죽을 때까지 비밀이다”
저 : “..............................:
그 후로도 B라는 넘의 아버님은 자주 뵈었는데, 정말 뵐 때마다 양심이 푹푹 찔리던 것이 생각납니다.
재작년에 돌아가셨는데, 그때 문상을 가서도 향을 피우는데 이 일이 문득 생각나더군요.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나서 표정관리하기 애 먹었던 순간도 있었군요.
문득 옛날 일이 생각나서 올렸습니다.
PS : 괴담 하나
그 A라는 친구넘 아직도 그 음식점 체인에서 일합니다.
관리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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