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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욕망의 포효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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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91 회 작성일 24-03-26 00: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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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은 슬쩍 담운을 쳐다보고는 자신의 방으로 왔다. 


초조함에 방을 서성이면서 효준과 함께 있었던 여자를 떠올렸다. 

효준을 경계하고 밀어내는 것 같았다. 분명 결혼 전에 만났던 여자가 맞을 것이다. 

버릴 땐 언제고 다시 그 여자에게 손을 내미는 효준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배경을 보고 결혼해 놓고 실수 한번 한 거로 이혼까지 밀어붙인 효준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와이프를 외롭게 만든 장본인은 효준이었다. 

일에 미친 사람처럼 일만 하고, 애정을 주지 않은 그만 바라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외롭고 쓸쓸했다. 헛헛함이 너무 싫었다.


“윤효준. 두고 봐. 내가 당신 반드시 되찾고 말 테니까.”


방을 서성이던 진선은 욕실로 들어와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


집에 들어온 희수는 집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버티고 있는 휘석을 봤다. 안 그래도 속이 터질 것 같은데 휘석을 보니 속이 더 후끈거렸다.


“왜 여태 있어?”


“궁금해서 갈 수 없었어. 뭐 하다가 왔어?”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왔어. 피곤해. 그만 가라.”


희수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도 복잡하고, 몸도 피곤했다. 하던 일을 못 하게 돼서 심란했다. 

비서라니, 생각도 안 했던 직책이었다. 음식하는 사람한테 비서를 하라니, 효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희수야.”


“휘석아, 나중에 얘기하자. 좀 자고 싶어.”


정말로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 희수를 보던 휘석이 현관으로 향했다.


“쉬어.”


“휘석아.”


희수가 부르자 휘석이 돌아봤다.


“응?”


“나더러 비서를 하란다.”


“뭐? 무슨 말이야?”


“주방에 들어가지 말고 비서를 하래.”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요리사한테 요리하지 말라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사표 내면 다른 곳에 못 가게 할 테고, 비서는 하기 싫고. 내가 비서로서 뭘 하겠어. 그저 자기 심부름이나 하라는 거잖아. 미치겠어.”


거실 바닥에 주저앉은 희수는 무릎을 세우고 그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그녀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가슴이 뻐근한 휘석은 희수에게 다가와 잠시 바라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울지 마. 뭐 그런 일로 울어?”


갑자기 희수가 고개를 팍 들었다.


“안 울어! 미쳤어? 내가 왜 울어?”


“깜짝이야. 어깨를 들썩여서 우는 줄 알았어.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부딪쳐 봐야지. 안 질 거야. 꺾이지 않을 거야. 망할, 윤효준. 날 옛날의 강희수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 그만 가. 씻어야겠어. 빨리 가.”


“알았어. 갈 테니까 쉬어.”


휘석은 걱정스러웠지만 현관을 나섰다. 


희수는 욕실로 들어와 빠르게 샤워를 하고 나와서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전부 꺼내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배가 고팠다. 효준을 상대하느라고 체력도 소비했고, 밥도 못 먹어서 배가 무척 고팠던지라 정신없이 먹었다. 

다 먹고 달달한 믹스커피 한잔 타서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채널을 고정해 놓고 커피를 마셨다. 

멍한 표정이었지만 눈빛은 죽지 않았다.


윤효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징징거리는 아이 같다는 표현은 모욕적이었다. 

싫다는 감정도 너무 노출하면 꼴불견이 되는 것이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윤효준에게서 벗어나려고 감정소비를 너무 과하게 하고 말았다. 

커피를 홀짝이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성 실장에게서 온 전화였다.


“네, 실장님.”


[강희수 씨, 내일부터 대표실로 출근하세요. 얘기 들으셨죠?]


“네.”


[정장 차림으로 출근하는 겁니다.]


“알았어요.”


[8시까지 나오세요.]


“네.”


[내일 뵙겠습니다.]


“네.”


성 실장이 전화를 끊자 희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숨이 탁 막혔다. 앞으로의 날이 걱정스러워 술이 당겼다. 하지만 내일 출근해서 술 냄새 풍길 수 없어서 참기로 했다. 

이성을 잃지 않으면서 효준을 상대할 수 있도록 단련해야 했다. 

윤효준을 다시 만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보처럼 당했지만, 오늘처럼 끌려 다니지 않을 생각이다.


“할 수 있어, 강희수.”


씁쓸하고, 쓸쓸한 기운이 몸속으로 퍼졌다. 악질적인 나쁜 놈이지만 사랑했던 남자다. 

악감정만이 드는 건 아니었다. 증오하고 미워하는 감정과는 별개인 애틋함 또한 가슴을 휘저었다. 

사랑했었으니까! 그래서 그의 배신이 더욱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희수는 멍하니 있다가 벌떡 일어나 지갑을 들고 집을 나섰다.



대표실 앞에 선 효준은 문고리를 잡고 잠시 숨을 골랐다. 

희수가 출근해 있을지 궁금했다. 엄포를 놓았으니 도망가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래도 모를 일이었다. 

효준은 문을 열었다. 


어제 성 실장이 준비해 놓은 희수 책상에 그녀가 앉아있었다. 그런데 희수가 아닌 줄 알았다. 

긴 머리를 단정하게 묶었을 모습을 상상했는데 완전 짧은 커트 머리의 희수가 자신을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희수가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효준은 희수를 노려보다가 가까이 다가와서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아, 아파요. 왜 이래요?”


“머리가 이게 뭐냐고!”


“제 머리 제 마음대로 했는데 왜요?”


희수의 큰 상징은 검고 윤기가 좔좔 흐르는 긴 머리였다. 한 번도 짧은 머리를 본 적이 없었다. 

오늘이 처음이었다. 자신에게 반항하기 위해서 커트를 한 희수에게 화가 난 효준은 팔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아프다고요! 왜 이러는 거예요?”


“머리 왜 잘랐어?”


“자르고 싶어서요.”


“나한테 반항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내가 커트하는 것이 대표님께 반항하는 건가요? 그런 줄 미처 몰랐는데요. 아프니까 좀 놓아주세요.”


정말 아픈지 희수가 인상을 찡그렸다. 효준은 그녀를 놓아주고 뒤로 물러나서는 감상하듯 그녀를 주시했다. 

긴 머리가 짧아져서 당황하긴 했지만, 나름 괜찮았다. 깔끔하고 단아한 이미지가 부각되었다.


“나쁘지 않아. 하루 사이에 변한 모습에 당황했을 뿐이야. 여전히 예뻐.”


“제가 할 일은 뭔가요?”


희수는 효준의 말을 무시했다.


“일단 내가 출근하면 차를 줘. 어떤 차든 괜찮아.”


“알겠습니다.”


희수가 탕비실로 들어가자 효준은 자리로 와서 재킷을 벗고 의자에 앉았다. 


생각지도 못한 희수의 엉뚱함에 아찔했다. 순순한 그녀가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애지중지하던 머리카락을 자를 줄이야. 각오를 단단히 한 것 같았다. 

자신을 도발하고 있다는 생각에 오기가 눈을 떴다. 그녀가 탕비실에서 나와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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