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나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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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대담무쌍한 풍류꾼들의 화끈한 모험담들 잘 읽었습니다. 정
말 두둑한 배짱을 가진 젊은 분들이 무척 부럽습니다. 잠시 열기
를 시킬 겸 엉뚱한(?) 신세타령 좀 하겠습니다.
저는 66학번입니다. 하지만 정신 연령은 여전히 사춘기를 못 벗
어난 상태라 어떤 땐 즐겁지만 괴로울 때도 많습니다. 31세인 큰
아들과 28세인 작은아들은 나만 보면 늘 중얼거립니다. "우리 아
버지는 언제나 어른이 될까?"
지금까지 내 글을 몇 개 읽어본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나이 살이나 먹은 게 주책이 너무 심하다!" "저거 아직도 왕자
병을 앓고 있구나!" "사람 염장 질르는데 도가 텄구나!"
그렇습니다. 나는 잘난 체를 하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 같이 답
답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열등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나는 타고난 겁쟁이입니다. 한때는 대인 공포증에 시달리기도 했
습니다. 누가 옆에서 큰 소리만 쳐도 병아리 가슴처럼 떨리곤 했
습니다.
나는 평생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내가 겁쟁이라는 것
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이제
내 나이 60에 가까우니 속시원하게 고백해도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나는 평생 배짱이 두둑한 남자가 제일 부러웠습니다. 나
는 배짱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중고등학
교 때 기계 체조도 해보고, 권투도 해보고, ROTC로 장교가 될
수도 있었지만 사병으로 가서 고생 싫컷했습니다. 월남에도 가보
고, 중동 건설 공사장에도 가보았습니다. 그러나 배짱이 커지기는
커녕 오히려 대인 공포증에 시달리는 불쌍한 겁쟁이로 전락했습
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5년 정도 백수 신세가 된 적도 있습
니다.
그런데 나는 힘이 무척 셉니다. 중3 때 권투를 1개월 정도하고
그만두었는데 사범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너 왜 그만 두냐?
넌 특수 체질을 가진 보기 드문 통뼈야. 맷집만 기르면 챔피언도
될 수 있는데...." 그때는 그냥 웃고 말았는데 나중에 그 분의 말
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 디젤기차를 타고 서울로 통학을 했는데 열차는 매
시간 1대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열심히 뛰었지만 개찰구 문이
막 닫혔습니다. 꼬박 1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때만해도 서
울에 전차가 다녔고, 서울역에 광장에는 거지, 신체장애자, 정신
병자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지겟꾼, 니어커꾼 아저씨들이 양지쪽
에 앉아서 속옷을 벗어 이를 잡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남영동 쪽으로 걸었습니다. 그런데 어
디서 요란한 풍악소리가 들려 가보니 공터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
습니다. 검은색 도복을 입은 차력사들이 여러 가지 시범을 보이
며 약을 팔고 있었습니다. 계룡산에서 9년 9개월 동안 도를 닦았
다는 차력사가 누우면 구경꾼 중에 아무나 와서 대장간에서 쓰는
커다란 망치로 그의 배를 내려치는 시범을 보이겠다고 장담했습
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대려도 그 시범은 좀처럼 보여주지 않고
아주 시시한 것만 보여주면서 약만 열심히 팔았습니다. 얼마 후
그 차력사가 구경꾼을 향해 누구든지 와서 자기 배를 주먹으로
쳐보라고 했습니다. 감히 지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
가 나섰습니다. 참고로 내 손은 지금도 아주 작고 부드러워서 자
기 손과 바꾸자는 여자들이 많습니다. 내 체중은 그때나 지금이
나 63kg입니다. 차력사는 내 손을 만져보더니 "아이고, 학생은
안되겠네(당시는 교복을 입었음). 윤정희(당시 유명한 여배우) 손보다
작으니 다칠 것이 뻔하지. 다른 사람 나오세요." 이 말을 듣고 약이
바짝 오른 나는 자신도 모르게 차력사의 배에 일격을 가했습니다.
그러자, 차력사는 "어우!"하며 주저앉더니 한동안 일어서지를 못
했습니다 .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고통의 빛이 역력했습니다.
나는 차력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와, 아저씨 정말
대단하십니다. 내 주먹을 맞고 다운되지 않은 사람은 아저씨가
처음입니다."
믿지 않으실 분도 있겠지만 80페센트 이상 사실입니다.
F(힘) = M(질량)V(속도)의 제곱이라는 것은 물리 역학의 기초
법칙이지요. 나는 비록 주먹은 작지만 약이 오르면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집니다.
얼마 전 굉장히 흥분해서 두꺼운 베니어판으로 만든 방문을 쳤더니
그 자리에 주먹자국이 생겼습니다(이건 100퍼센트 사실).
나는 평생 너댓 번밖에 주먹질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너
무 약을 올리고 선제 공격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먹을
휘둘렀는데 단 한 방으로 싸움은 끝났고 상대방은 병원으로 갔고
나는 치료비를 물어주었습니다. 나는 <야인시대> 같은 영화에서
장시간 결투를 벌리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말 내
주먹을 한 대 맞고 버틴 사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무용담을 들려주고 싶습니
다. 내가 40대 후반이었을 때 직장에서 가까운 서울 청파동에서
15년 정도 살았습니다. (다음에는 옆 동네인 효창동에서 10년 정
도 살았음) 청파동에는 정말 복잡한 미로가 수없이 많습니다. 집
을 찾지 못해서 해맨 적이 셀 수 없을 정도이고, 15년 동안 파악
하지 못한 미로가 얼마나 많은 지 모를 지경입니다.
어느 날, 가까운 곳에 있는 블랙스톤이라는 까페에서 마담과 초
저녁부터 밤 11시까지 포천 막걸리 2되와 양주 한 병을 마시고
잔뜩 취한 상태로 골목길에 들어섰습니다. 머리를 숙이고 비틀거
릴 정도였습니다. 문득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녀석이 길을
막더니, "담배 한 대만 빌립시다."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나는 화
가 나서 "야, 언제 받자고 젊은 놈에게 담배를 빌려주냐?"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그녀석이 본색을 들어냈습니다. "이 아저씨
혼 좀 나야겠구나." 어느 새 옆에 그리고 뒤에 다른 녀석 두 명
이 나를 포위했습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앞에 녀석
의 손이 올라가는 것이 보이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습니
다. 그의 주먹이 빗나가자 나는 일어서면서 그의 옆구리에 일격
을 가했습니다. 그는 "억"소리를 내며 앞으로 굴렀습니다(앞으로
나둥그러지면 절대로 다시 일어서지 못합니다). 그리고 거의 동
시에 머리로 옆에 있는 녀석에게 박치기를 했습니다. 그녀석도
"억" 소리를 내면 쓸어졌습니다. 뒤에 있던 놈은 도망쳤습니다.
닷새쯤 후에 도망쳤던 놈이 경찰과 함께 내 직장에 나타냈습니
다. 간단히 말해서 옆구리를 맞은 놈은 장파열로 입원 중이고, 박
치기를 당한 놈은 앞니 두 개가 부러졌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내
게 담배 한 대 달라고 한 잘못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경찰은
세 녀석이 모두 전과가 없다고 했습니다. 초보 깡패들이었습니다.
(술마실 시간이 되어서) 간단히 끝을 내겠습니다. 나는 두 깡패의
치료비 500만원 중 100만원을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들은 순순히 합의를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작년 이맘때 18세 된 남자애들 30여명 중 팔씨
름에 자신 있다는 4명을 연거퍼 모두 쓸어뜨렸습니다. 그들의 체
중은 70kg+, 80kg+, 90kg+ 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또 비슷한
또래 4명과 팔씨름을 했는데 3명까지는 물리쳤는데 마지막 1명에
게 졌습니다.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아침식사도 걸른 상태
였습니다. (이상입니다.) 물론 내 글을 모두 믿는 분들은 없겠지
만, 순전한 뻥이나 구라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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