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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어딘가에 있을 형제들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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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639 회 작성일 24-03-24 02: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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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 친구 빛나리와 나는 전화방에 재미를 붙여 많은 돈과 시간을 쏟고 있었습니다.

사법고시를 치르는 것도 아니고 다큐멘터리 방송에 출연하려는 것도 아니었는데 열심히 했습니다.

왜 열심히 했겠습니까? 당연히 떡치는 일 때문에 열심히 했지요.



그날도 마찬가지로 전화방 업주 매상 올려주고 한국통신 매출 올려주는데 충분히 기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여자와 연결될 때마다 나이가 서른 여섯이라고 하면 많다는 듯이 끊곤 했습니다.

서른여섯이란 나이가 어때서 그러는지 몹시 섭섭했습니다.

하지만 섭섭한 건 섭섭한 일이고 당장 이 난국을 헤쳐 나가려면 경쟁력있는 나이가 필요했습니다.

얼른 서른 한살로 수정했습니다. 한순간에 대단히 경쟁력이 높아졌습니다.

물론 동사무소나 구청엔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바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2.


“서른 한살인데요. 아, 그러세요? 나보다 누나 시네요?”



하필 통화된 사람은 33살 여자였습니다. 좆 됐습니다.

누나라는 단어를 한번 입에 올렸더니 사정을 알지도 못하는 그 여자는

아예 반말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열받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도 재미있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리고 여기서 잠깐, 떡을 치려는 젊은 후배들에게 전하는 일산 마루의 명언 한마디 -



“자존심을 버릴 줄 아는 사람은 그 사람과 떡을 칠 것이요,

자존심을 살리려 한다면 그 사람과 결혼해야 할 것이다”

-------------------------------------------------------------------



각설하고 -

통화는 제법 부드럽게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끈적끈적하고 껄떡거리는 본론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 걸로 보아

일단 전화상의 작업은 마무리되었다고 해도 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마지막 피치를 올리려고 만나자고 했지요.

그리고 그녀가 있는 곳과 내가 있는 곳의 중간 지점이 어디쯤 되는지

잔머리를 굴리고 있을 즈음 여자가 말했습니다.




“어이, 동생. 나 혼자 사니까 그냥 집으로 와”




반말은 듣기 거북했지만 집으로 오라는 말은 아주 듣기 좋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앞뒤 정황을 분석하니, 그 여자는 젊지만 이혼녀였고

따라서 무척 굶주린 상태일 것이며 또한 집에 오라니 여관비나 술값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령 그 여자가 꽃뱀족 또는 이와 유사한 족이어도 나야 뭐 뺏길 것도 집에서 알아도

상관없는 입장이었으니 걱정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특히 그 여자가 동생이라는 호칭을 쓰며 오라는 것은 ‘꽃뱀’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말해주는 증거였습니다.

만약 정말 꽃뱀족이라면 그냥 오랜만에 젊은 자X나 맛보자는 앙증맞은 발상이었겠지요.



3.

알려준대로 그 여자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들어갔지요.

조그만 연립주택이었는데 그 여자는 현관에서 맞이했습니다.

외모는 생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다만 조금 사납게 생긴 것이 취향에 안맞았지만

이런데 까지 와서 취향 따진다면 그놈은 대범하지 못한 놈입니다.

그런 사람은 나중에도 큰 인물되긴 힘듭니다. 나는 큰 인물답게 취향을 포기했습니다.

그 여자도(이하 ‘안방녀’로 호칭) 사나운 인상치고는 반갑게 맞아주는 걸로 보아

앞으로의 일정은 매우 순조로울 것이라는 예상이 귀언저리살을 살짝 스쳐갔습니다.

하지만 안방에 들어가니 웬 남자 놈 하나가 떡~ 하니 자리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이게 도무지 뭔 일인지 영문을 몰라 얼른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안방녀 왈,



“응. 아까 통화하다 이리로 오라 했어”


누구한테 한말인지 모르겠고 또한 누구한테 한 말이었는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안방녀는 보험을 가입했던 것입니다.

일명 선수들이 즐겨 이용한다는 보험, 엉덩이 큼직한 아줌마가 와서 사정사정해야

겨우 가입해준다는 그 보험이 아니라

어느 경지에 올라갔을 때 저절로 가입하게 된다는 선수들의 보험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바람을 맞는다던가 또는 폭탄이라던가 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한 놈을 더 부른 것입니다. 이런 썩을 경우가 있나요?

심순애를 놓고 싸우는 김중배와 이수일도 아니요, 춘향이를 놓고 싸우는

이도령과 변학도도 아닌데 생판 첨보는 놈하고 마주 앉아

여자 하나 놓고 싸워야 하는 지저분한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놈의 나이는 실제로는 나와 동갑이었는데 내가 워낙 나이를 줄였더니

그 시키도 대뜸 반말을 찍~ 하고 나섰습니다.

지도 열받은 건 마찬가지겠지만 그렇다고 반말을 찍~ 하다니요.

아주 싸가지 없는 놈이었습니다.

한술 더 떠서 지가 제일 연장자랍시고 음식도 시키고 소주도 시키고 폼잡고 돈도 냈습니다.

보기에도 매우 건방져 보여 내가 그 놈에게 말했습니다.



“형~”




하지만 셋이 앉아 있기에는 너무도 부담스럽고 어색한 자리라 뭔가 결론이 지어져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밤새도록 원치 않는 술만 먹고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습니다.



“다 아는 사람들이니까 어떻게든 결론을 내립시다. 어때요. 누구 하나는 가야 하지 않겠어요?”



일부러 어린 티를 내느라 조금 어색했습니다만 빨리 할수록 좋은, 아주 영양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놈 시키가 갑자기 골 때리는 제안을 하지 않겠어요?



“그럼 자X가 큰 사람이 남도록 하자!”



자기 딴에는 나름대로 위트와 유머가 넘치면서 실속있고 현실적인 제안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머는 유머답게 써야지 그게 어디 유머입니까?

신성한 떡을 두고 자X 크기나 재면서 칠사람 고르라니요. 아주 유치한 놈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정색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럼 내가 갈께요 ^^”



4.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안방녀는 나를 찍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색함이 있어도 당연했고 또 한사람이 비참한 꼴을 보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상당히 슬픈 표정과 억울한 표정을 동시에 지으며 방문을 나서던 그 시키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까지도 나는 냉정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안방문을 나서는 그놈 시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형~ 이것도 인연이니..... 내가 먹고 나중에 애기해줄께”



녀석이 돌아가고 나서 내가 떡치는 동안 경찰이나 추적 60분 카메라가 오지 않을 걸로 보아

얌전히 돌아갔거나 근처 전화방에 또 가서 작업을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안방녀는 말 그대로 ‘색녀’였습니다.

특히 신체 일부분이 부딪히며 합체와 분리를 반복하는 순간에 지르는 교성은

충분히 색녀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처음 본 사람을 집으로 불러도 겁도 안 나는지 나 뿐만 아니라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도 꽤 많은 듯한 분위기를 느껴졌습니다.

기분이 잠시 나빠졌지만 떡치는데 많은 생각하면 안됩니다.

그런 생각은 나중에 돌아가서 친구 빛나리에게 애기해주면서 떠올려도 됩니다.



떡은 잘 진행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색녀가 특출한 특기 한가지를 가지고 있다면 안방녀는 골고루 잘하는 ‘선수’였습니다.

박찬호처럼 공만 잘 던지는 선수가 아니라 이종범처럼

방망이면 방망이, 수비면 수비, 도루면 도루 모든지 잘하는 최우수선수였습니다.

사나운 인상이 맘에 걸렸지만 불을 끄니 다행히 사라지더군요.



5.

이후 몇번 더 그집에서 떡을 쳤습니다.

최소한 내가 다녀가는 동안에는 다른 남자가 온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안방녀가 전화로 급히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었습니다.

그때까지도 호칭은 누나라고 했지요. 신선하지 않습니까?


집에 도착하니 안방녀말고 또 다른 한쌍이 있었습니다.

아는 사이인데 오늘 이렇게 모인 것은 스와핑이란 걸 하자고 불렀답니다.

나는 떡을 좋아하는 떡맨이지만 스와핑이란 것까지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떡이라고 가벼운 듯 말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애정은 가지고 합니다.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진다는 말 그대로 만남의 길고 짧음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목적이 떡이어도 떡을 보람되고 맛있게 치려는 상황과

마음 씀씀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스와핑이라니 매우 당황했습니다.

마음이 가볍지 않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앉혀두고 훈계 및 계몽에 가까운 일장연설을 했습니다.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명연설이었습니다.

많은 말을 했지만 핵심만 줄여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야, 씨발 니네끼리 해라. 떡을 쳐도 품위 있게 쳐라 씁새들아”



그 뒤로 안방녀와는 연락도 하지 않았습니다.

떡은 치지만 나름대로 사고와 품위는 있어야 한다는 게 아직도 변함없는 나의 생각입니다.




* * * * *




시간이 조금 흐르고 생각하니 안방녀는 그 전화방을 통해서 여러명 잡아 먹은 것 같습니다.

아니 수십명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나도 거기에 한명이겠지요.

비슷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나도는 이야기에서 그녀의 인상착의와 같은 인물과 상황을 몇 번 접했습니다.

그러니 나와 형제가 된 사람도 무척 많을 겁니다.

이 얘기를 하면서 갑자기 지금 어딘가에 있을 나의 형제들이 생각납니다.

그 사람들도 지금은 떡을 칠 때 품위를 생각하며 치고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형제들, 이 글 보면 내게 연락하시오!





글을 마치는 일산마루의 한마디 -



“피는 떡보다 진하다”




- 일산마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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