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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721 회 작성일 24-03-22 15: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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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30일..

3년동안 주간이든 야간이든 끌어오던 운전강사생활을 마쳤다

이제 다시는 이런 직업은 가지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2000년 봄...처음으로 운전강사자격증을 손에 쥐고

나름대로 강사라는 직업에 대한 희망과 보람을 기대하면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첫직장에서 난 불과 1주일만에 짤리고 말았다

이유는...수강생들의 불만이 많다는 이유였다

난 정말로 최선을 다해 가르치려 애썼고 비단 면허에 관련된것뿐만 아니라

안전운전...에 관한 부분도 열심히 설명했다

목이 쉬어라 한시간 내내 떠들었다

그러나 수강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 아니 그사람은 왜 면허따는거만 갈쳐주면 되지 딴소릴 하구 난리래.. "

그랬다...결론은...난 항의가 많이 들어오는 불량강사였다

다른 직장에 출근하던 첫날...난 다짐했다

절대..점수에 관한 부분이 아니면 얘기하지 않겠다

그 직장에서 5개월...그리고 다음직장에서 2년 3개월...

난 항상 최우수 강사였다...

민원 같은건 단 한번도 들어온적 없었고...

내가 가르친 학생들의 합격률은 거의 100%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 즐겁지 않은 하루하루였다

가끔 신입강사들이 들어와서 목이 터져라 설명하고 있는걸 볼때면...

나도 저럴때가 있었는데...그땐 참 나혼자만이었지만 보람되었엇는데..

라는 생각을 해보곤 했다

그리고 그 신입강사들이 3개월을 넘기면서 나와 같은 전철을 밟는걸 보면서

역시...안되는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우리끼리 농담으로 말할때 우리를 제조업이라고 말한다

전문직도 서비스업도 아닌 제조업...

일반인들은 왜 운전강사가 제조업이냐고 물을것이다

그러나 우리 생각엔 우린 분명히 제조업이다

폭탄 제조업 ...

우린 우리가 가르치는만큼 길거리에 폭탄들을 뿌리고 있다

난 학생을 받으면 처음에 수업들어가기전에 항상 얘기를 나누곤 했다

" 운전학원에 왜 오셨어요? "

" 운전 배우러 왔죠 "

" 면허 따러 오신게 아니구요? "

" 그게 그거 아니에요? 운전 배워서 면허 딸려구요 "

" 대단히 죄송하지만..그건 분명히 틀린 문제입니다

여긴 운전학원입니다...그러나 전 운전을 가르치진 않습니다

제가 가르치는건 면허를 따기 위한 방법입니다

지금부터 제게 면허를 따기위해 배우시는 모든것들은...

실제운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얘기입니다

만약 제게 운전을 배우고 싶으시다면 운전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20시간 또는 25시간 짧은 시간에 두가지를 같이 배우시면

면허시험에는 떨어질수도 있습니다 "

운전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수강생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40만원을 내고 학원에 등록한 목적은 면허증을 사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시험을 보고난후 웃으며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그리고 또 한사람의 폭탄이 되어 도로를 달린다...

난 항상 수강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었다

" 여기서 어떻게 하라고 했죠? 라는 질문은 환영합니다

모르면 백번이라도 다시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왜? 라는 질문은 삼가해 주십시오

운전을 배우시는것보다 면허를 따는게 우선이라면...

왜? 라는 질문은 필요 없는 질문입니다

그냥 무조건 제가 가르치는대로 외우고 그대로 하십시오 "

하지만 난 왜? 라는 질문을 하는 학생이 있길 바랬다..

그러나 3년간 단 한명도...왜? 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저 시키는대로 외우고 그대로 움직여서 면허증만 따갔을뿐이다

언젠가 어느 여학생이 이런질문을 한적이 있었다

" 면허를 따는거랑 운전을 배운다는건 같은것이 아닌가요? "

난 그녀에게 장내에 그려져 있는 코스들을 보라고 했다

" 혹시 밖에서 저렇게 생긴 도로를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

꽤 젊었던 그녀는 금방 내말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운전보다는 면허증을 선택했다

도로주행을 처음 나가는 수강생들이 가장 겁내는것이 차선변경이다

뒤에 오는 차가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들은 단지 백미러에 차가 보인다는

하나만으로 겁내고 진입하기를 꺼려한다

정말로 운전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라면...

난 그들에게 백미러에 보이는 뒷차가 어느정도 거리에 잇는것인지를 가르쳐 줘야 한다

그러나 10시간이라는 시간은 그런걸 가르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난 그냥 백미러를 꺽어버렸다

" 눈감고 들어가세요 사고 안 납니다 "

일반 운전자들 누구나 앞에 학원차가 보이면 조심하기 마련이다

설사 들어오면 안되는 거리에서 들어온다고 해도...

일반운전자들은 그저 속도를 줄인다던지..피해서 가버린다

한번 그렇게 하고나면 수강생들은 이제 아예 백미러를 보지 않는다

차가 있든 없든...가르쳐준대로 깜빡이 켜고 천천히 들어갈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밖에 나가 자신의 승용차를 몰더라도...그렇게 할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난 그렇게 가르칠수밖에 없다

왜? 10시간이라는 시간은 변속 재대로 하기에도 바쁜 시간이므로..

신호등 쳐다볼 여유도 없는 사람한테 뭘 기대하겠는가...

장내는 컴퓨터만 재대로 가르쳐 주면 되는것이고...

도로주행은 시동 안 꺼트리고 돌기만 하게 만들면 되는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가르친 나는 항상 인기강사였다

" 주차가 안 된다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들어가다 실패했으면 그냥 나오시구요

천천히 나오다 보면 컴퓨터에 빨간불 두개 같이 들어오는 지점이 있어요

거기서 브레이크 한번 밟아주면 감점 안 당해요 "

" 거긴 재대로 주차하는데가 아니잖아요 "

" 맞아요...그렇지만 감점 안 돼요..

컴퓨터는 센서만 읽을뿐이지 거기가 어딘지는 몰라요 "

수강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중히 기억한다

그들이 밖에 나가 어떻게 주차를 하는지는...난 모른다

이제는 그런걸 안 가르쳐도 된다는게...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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