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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그래서 난 쪽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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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834 회 작성일 24-03-22 06: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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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글을 내가 퍼왔습니다. 다른 동호회에 썻던 글인데, 뭐 재밌다구하길래
네이버3 친구 여러분들도 한번 읽어보시라구 갖구왔습니다)

며칠전 뮤직비디오 보니까 하리수의 섹시함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건 뭐...점점 요염해져서 한때 저친구가 남자였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temptation란 좀 지난 뮤직비됴를 보면서...음...꼴렸다... -.-;;
노래제목도 얼마나 야리한가.....유혹이라....
근데, 사실 난 오래전에 이미 하리수같은 트렌스젠더의 유혹을 받은적이 있다.
정확히 그애는 트렌스젠더는 아니었다.
트렌스젠더가 되기위해 몸부림치던 게이였다.
화장을 싸악 마친 그애는 너무나 예뻣기에 난...얼마나 갈등했던가?

벌써 오래전... 고삘이 시절로 추억을 더듬어본다. 그시절의 나는 생긴건 돌쇠같지만,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는 예술청년(?)이었다.
같은반에 빌빌거리는 놈이 하나 있었다.
현수(가명)라는 그자식은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거같은 허약체질이었다.
키가 작은 그애는 뒷자리에 앉은 나와는 별로 얘기를 나눌 기회도 없었다.
공부도 지지리 못하는 놈이 앞자리에 앉아서 악전고투하는거 같았다.
공부를 잘하나..운동을 잘하나..까불줄을 아나...
하여간 별로 관심이 안가는 놈이었다.
근데..어느날부터 현수가 호모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말투나 표정 (싸악 흘겨보는 그 눈매...입술 삐쭉거리며..) 뭐 그런것들이
남자답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호모라는 소문은 놀라웠다.
애들은 현수를 호모라고 놀려대고, 현수는 억울하고 속상해했다.

나는 어느날 녀석을 학교 뒷동산으로 조용히 불러냈다.
그리고 소문에 대해 물어봤다. 너 호모냐? 절대 아니라고한다. 울면서...
나는 원래 눈물에 약하다.
게다가 대화를 해보니 녀석과 나는 공통점이 많았다.
나처럼 예술가(!)였던 것이다.
그당시에 월간팝송이란 잡지가 있었는데 그녀석은 그걸 사보고 있었다.
나도 너무 사보고싶은 예술서적이었지만,
돈만 생기면 매점으로 달려가느라 사볼수가 없었다.
돌쇠체격을 유지하면서 예술을 하기란 너무나 어려웠다.
나는 그날부터 녀석의 보호자를 자청했다.
현수를 괴롭힌다는건 나하고 싸울 각오를 해야되는 일이다.
자연히 현수의 면전에서 걔를 놀리는 일은 없어졌다.
1학년은 그렇게 지나갔다.
학교에서 보호해주고... 나는 월간팝송과 그외 여러 팝자료를 빌려보고...
그정도 관계였다.

2학년이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겨울방학을 보낸 현수는 훨씬 여성스러워져서 나타났다.
정말...호모같았다.
우리는 또 같은 반이 됐다.
현수는 쉬는 시간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볼펜 두자루를 드럼처럼 두드려가며 팝송을 불러대는데, 정말 끝내줬다.
호모 현수에서 카수 현수로 이미지가 바뀌어갔다.
elton john의 rocket man은 특별히 나한테 바치는 노래라고하며 불러줬다.
우리는 점점 친해졌고, 나는 현수의 집에도 놀러가게 됐다.
녀석의 방....그토록 깔끔떠는 방은 처음 봤다.
인형...알수없는 화장품들..
벽에 걸린 007 숀코넬리의 웃통벗은 판넬....서양 남자애들의 육체미 사진들...
녀석은 정말 호모였던것이다.
너 호모 아니라고 했잖아? 아니랜다. 호모가 아니라 게이란다. -.-;;
어쨋든 나한테는 특별히 게이적인 행동을 안하니까 그러려니 했다.
우리는 주로 팝송에 대해 얘기하며 적당한 친구관계를 유지했다.

여름방학이 지나자 녀석은 또 한단계 업그레이드되어 나타났다.
이젠 완전히 게이티를 퐁퐁 풍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한테 은밀히 말하기를...자서전을 쓰고 있단다.
제목이 "어느 게이의 사랑과 진실"이란다. -.-;;
가을이 되자, 자서전을 다 썼다면서,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원고를 주기로
했단다.
원고비를 받으면 탕수육을 사줄테니 기자 만나는데 같이 나가자고 하는거다
나는 탕수육이란 말에 미칠듯 기뻐서 동의했다.
미리 그 원고를 봤어야 하는건데....탕수육에 이성을 잃었다.

어쨋든 덕수궁 근처 다방에서 기자를 만났다.
녀석이 대학노트 한권을 기자에게 준다.
그 노트를 읽는 기자...점점 얼굴이 일그러져 간다.
그리곤 현수에게 노트를 툭 던지며 하는 말.
"정말 나도 거지같은 글깨나 읽어봤지만 이건 정말..."
그리곤 그냥 나간다. 커피값은 자기가 내겠다며.
현수는 울먹이고, 나는 얼른 그 노트를 봤다.
자서전이라기 보단 빨간책이었다.
주로 동성섹스의 방법등을 그림까지 곁들여 설명한 섹스 경험담이었다.
이런 걸레같은 책을 자서전이랍시고 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현수를 한대 쥐어패고 싶었지만, 워낙 징징 짜고있어서
오히려 위로해줘야했다.
녀석이 괴롭다며 술한잔 먹자고한다.
현수는 자기가 잘아는 집이라며 종로 3가 뒷골목 허름한 주점으로 날 데리고갔다.
그곳은 ...녀석의 아지트였던 것이다.
주인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화장한 40대 아저씨였다.
현수는 잠깐 기다리라더니 방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화장을 싸악 하고 옷도 여성스럽게 갈아입었다.
정말 ...예쁜 여자였다. 누가 남자로 볼것인가?

징그럽긴 하지만 어쨋든 현수와 나는 그때까지도 친구였다.
현수는 내실로 들어가서 술을 마시잔다. 들어갔다.
담배 찌든냄새와 화장품 냄새가 묘하게 섞인 재수없는 방이었다.
현수와 나는 막걸리를 마셨다.
술취한 현수가 울면서 나한테 기대온다.
세상은 참 힘드네 어쩌네하면서...자기를 꼭 좀 안아달랜다.
나는... 웃기는 얘기지만, 정말 안아주고 싶었다.
하리수...하리수 정도의 섹시함이었다. 술도 먹었으니깐...
하리수 아니 현수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 순간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일어났다. 튀어나갔다.
현수가 내이름을 부르며 쫒아왔다.
그녀는 너무 예뻤기에 종로 3가 뒷골목을 뛰는 나는 너무 쪽팔렸다.
종로 1가에서 나는 막걸리를 토해냈다.

그이후.. 나는 현수를 외면했고
현수 역시 나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했을뿐이다.
3학년이 되면서 그애는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가출했다.
이태원 까폐에서 요염한 현수를 봤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파고다 극장에서 난잡한 현수를 봤다는 소문도 들었다


그래도 파고다의 현수보다는 이태원의 현수 소문이 사실이길 간절히 바랬다.
우정의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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