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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9년 전 심야 고속버스에서 만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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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010 회 작성일 24-03-21 05: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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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은 써야겠다고 맘을 먹고 잇었는데.. 통 내키질 않아 안썼습니다.
혹시나 그 여인이 이걸 보지는 않을까?
어디선가 우연히라고 이 이야기를 듣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그 아가씨 지금은 시집도 가고 애기도 낳았겠죠..
그 아가씨 이름 "이름이 참 촌스럽죠?" 하면서 가르쳐 줬어요.
"김ㅁㅇ자" 라구....
그 아가씨가 갑자기 보고 싶네요.

서울 본사로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지점 관리를 하고 있었죠. 학습지...
여기 저기를 돌아 다니면서 전국에 흩어진 지점을 관리하고 도와주는
업무가 제 일이었죠.
장기 출장이 많고 지방에 가면 몇일씩....

부산이었죠. 거기가 아마.
지점 두군데를 돌아 보고 서울을 올라가려는데 시간이 너무 늦은 거예요.
기차도 없고
고속버스도 없고.
고속보스 터미널에서 낭패를 보고 어쩌나 고민고민하고 있는데...
깡패같이 생긴 40대 아저씨가
"서울 갑니다. 서울."
하더라구요. 그래서 으잉 이게 뭔 소리지? 하고 물어 보니
차 놓친 사람을 위해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좀 미심쩍었는데
가보니까 고속버스 한대에 사람이 반쯤 타고 있더라구요.
두배 정도의 돈을 주고 탔습니다.

타보니 과관이더라구요.
두사람 씩 앉는 자리에 모두 한사람씩 앉아 있었습니다.
뒤에 딱 한자리가(두자리 다) 비어 있어 가서 앉았습니다.

근데 이 자리가 바퀴있는 곳이라 불편하더라구요. 도저히 5시간씩 앉아 갈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자리로 갔습니다.
이왕 자리를 옮길거 아가씨 옆자리로 가고 싶은 늑대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참한 커트머리 아가씨 옆으로 갔습니다.
"여기 좀 앉아도 되겠습니까?"
박력있게 물었습니다.
아가씨 살짝 날 쳐다 보고는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양복을 입고 007가방을 든 저는 가방을 위로 올리고
윗옷을 벗고는 옆에 앉았습니다.
버스좌석은 확실히 좁았습니다. 거의 몸이 밀착된 것 같더라구요.

전 그이후로 3시간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갔습니다.
심야시간이고 버스이 불은 모두 꺼지고..
텔레비젼만 혼자 밝았다 어두웠다 요란했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잠이 들었는지 한 시간 정도는 그냥 흘러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문득 내 허벅지에 닿는 듯한 그녀의 다리감촉에 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때 부터 내내 이상하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못된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자는 척 하다가 한 쪽 팔을 아래로 툭 떨어 트렸습니다.
그녀의 허벅지와 내 허벅지 사이에 손이 떨어졌습니다.
그녀의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허벅지가 느껴졌습니다.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한 1,2분이 지났을까요?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렇게 힘없이 늘어져 그녀의 허벅지 감촉을 가슴 두근거리며 느끼고 있는데
그런 늑대같은 내 손에 따뜻한 또다른 맨살의 느낌이 닿았습니다.
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그건 그녀의 손이었습니다.
약간 간지럽히듯이 내 손에 터치를 했습니다.

정말 식은 땀이 흐르고 온 몸을 주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보같은 저는 정말 그렇게 심장이 멎는 줄 알고
그만 잠을 깨는 척했고 모른 척하고 손을 치웠습니다.
그녀도 손을 치웠고
그녀의 가느다란 한숨이 들렸습니다.

하지만 전 도저히 그 상큼한 그녀의 터치를 포기 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자는 척했습니다.
정말 잠이 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고 그녀의 손의 감촉만이
저의 정신과 온 몸을 휘 감았습니다.

몇 분뒤 저는 다시 손을 떨어 트렸습니다.
"한번만 더 만져 줘.." 하는 마음으로
그녀 허벅지의 감촉은 손등이 저려 올 정도로 부드러웠습니다.
너무나도 포근했고 말랑거리는 듯 했습니다.

뺨을 한대 올려 붙이고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아저씨 이 사람 좀 봐요!"
하고 소리를 지르면 어떻하나 두려우면서도
자신을 컨트롤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손길은 다시 내 손에 와 닿았습니다.

난 터지는 가슴과 떨리는 온 몸을 주체 할 수 없어
그만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다시 그녀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는 고속도로의 희미한 가로등 빛속에
우린 서로 마주 보았습니다.

내가 먼저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녀도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다만 그녀는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고
이런 말을 했던게 기억 납니다.

"아저씨 손이 내 허벅지에 닿는 순간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아저씨 손을 잡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어요.
창피를 무릅쓰고 손을 잡으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울고 싶었어요." 라고..
전 미안하다고 했죠. 나보다 아가씨가 더 용기있고 멋진 사람이라고. 했죠.

정말 그랬습니다.

그리고는 손을 놓더니 내 팔장을 깊숙히 끼면서 내게 안겼습니다.
전 날아 갈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내 손이 그녀의 다리 사이로 그만...
그녀의 부끄러운 그 부분과 너무 가깝게 내 손이 닿아 버렸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다리 사이에 있던 내 손을 끌어 올렸습니다.
그건 "안되요 이건..."하는 호소 같은 거였습니다.

바보 같이 전 숙스럽고 미안하고 감당하기 힘들어서....
그만 손도 다시 잡지 못하고 서먹서먹하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시 잠시 손을 잡기가 무섭게 차는 고속버시터미널로 들어섰고
내려야 했습니다.

그녀는 친구가 나와 있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전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정말 친구가 차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친구가 나오는 동안 통성명을 하고
서로 하는 일 이이갸 하고
새벽에서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전 부산 돌아갈때라도 한번 더 보자고 했습니다.

그녀는 이상하게 저랑 시간이 맞질 않았고
저에게 명함을 줬습니다.

꼭 전화하라고...

참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애인 있느냐고. 전 있다고 했죠. 결혼까지 생각한 살마이라고.
그때 그녀는 "그러면서 제 손은 그렇게 꼭 잡아요?"
하고는 "저 계속 만나 주실 거죠?"
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
"우리 그냥 사는 이야기나 하고 만나요.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다른 생각은 만나다 보면 어떻게 되겠죠?"
자신 만만해 보였습니다.
참 이뻐 보였습니다.

그녀의 친구는 심야 버스에서 만난 저를 탐탁치 않은지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끌고 가다시피 차에 태우고 가버렸습니다.
"꼭 연락해요."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전 그 명함을 지갑 깊숙히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지하철로 내려 갔습니다.
꾸벅 꾸벅 졸면서 지하철을 타고 영등포로 갔습니다.

영등포에 내려서 사우나를 찾았습니다.
사우나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습니다.
술 취한 사람 처럼 몽롱한 상태였습니다.
꿈인지 생신지..

도데체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그렇게 집으로 와서 잠이 들었습니다.
2시간 정도를 그녀 생각에 파 뭍혀 황홀의 바다를 헤업쳤습니다.
다시 만날 그녀를 생각하면서...

눈을 떴을때는 오후2시경이었습니다.
엄청 잠을 잤습니다.
잽싸게 벗어논 바지 뒷 주머니를 만졌습니다.
빨리 그녀에게 전화 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지갑이 없는 겁니다.
지갑을 잃어 버린 겁니다.
어디서 잃어 버렸는지....

택시에서 돈 주고 흘린 것 같았습니다.

택시 내린 곳을 두시간이 둘러보고 근처 가게에 물어 보고 총소하는 아저씨에 물어봤습니다. 모두다 "모르겠는데..."
경찰서에도 갔습니다.
경찰들은 돈 얼마 들었느냐고만 물었습니다.
답답한 경찰들......

택시 뒷자리에 흘렸다면 기사가 주었을 텐데..
기사에게 전화가 오기를 일주일 동안 아무 일도 못하고
기다렸습니다.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신용카드니, 신분증이니 이런 걸 다시 하고 싶은 맘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 허탈함이란......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내가 전화 할거라고 내 전화번호도 안가르쳐 주고
당시엔 핸펀도 없던 시절이라..............

그렇게 그녀와의 만남은 끝나 버렸습니다.
그녀 때문에
일년 이상을 앓았습니다.

그리고는 9년이 지나 지금까지 와 버렸습니다.....

공개로 찾고 싶어서 다음에도 올려 보았지만 답장은 없었습니다.
혹시
부산 광안리 근처 신세화 백화점에서 일하신 분...
연락 좀 주세요.
근처에 아시는 분이라도 있으면....

오늘 웬지
그녀의 용기 있고 따뜻했던 손길이 그리워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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