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팬티 1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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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정사.

유희에 젖어 있던 몇 날이 지나고 우리는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아니, 어쩜 그것은 또 다른 쾌락을 위한 몸짓이었는지도 모른다.

몇 시간 전, 아내는 자영의 전화를 받고 부산하게 서두르며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 물론 나도 동행이라, 아내의 코디에 따라 산뜻한 정장 차림을 하였고.

"서둘러야겠어요."

이상하리만치 서두르는 아내의 몸짓엔 어딘가 모르게 긴장의 빛이 엿보였다.

왜일까? 단순히 친구인 자영의 초대에 응하는 것일 뿐인데.

패키지! 후!후! 자그마치 1인당 139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들여 우리 5인은 그렇게 호텔로 들어섰다.

화려한 실내장식은 우아한 자세로 우릴 맞이했다.

눈부심으로 인해 가볍게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건 결코 나쁜 기분이어서가 아니었다.

지정된 장소에서 짐을 풀고 곧이어 우린 야외풀장으로 몸을 던졌다.

적당히 알맞은 온도의 물은 긴장을 풀게 하고 안정감을 주었다.

배영을 하며 두둥실 떠 있을 때 자영이 다가왔다.

의도적인 듯한 몸짓으로 내 겉을 스치며 성기를 건드리곤 잠수했다.

나도 장난기가 동했다. 잠수해서 자영의 곁으로 다가갔다.

단순한 푸른빛 수영복은 팬티 라인이 끈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난 의도적으로 한쪽의 끈을 잡고 힘찬 발길질을 했다.

내 몸이 앞으로 나아가며, 따라서 내 손에 잡힌 자영의 팬티 끈도 따라왔다. 졸지에 그녀는 브라만을 착용한 모습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고.

당황한 자영의 두 손은 자기 음부를 가렸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풀장이지만 간간이 물놀이하는 몇 팀이 있었기에 자영은 두리번거리며 자신을 쫓는 눈빛이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자신들의 놀이에 집중되었기에 둘의 행위를 관찰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난 자영의 팬티를 가만히 물 밖으로 꺼내어 두 눈을 감고 중요 부분을 뒤집어 한껏 숨을 들이켰다.

수영장 물 특유의 소독내와 함께 야릇한 그녀의 음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난 눈을 뜨고 자영을 쳐다봤다.

홍조 띤 얼굴의 자영이 다가오지도 못한 체 물 위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내 정희와 함께 찬수, 그리고 인형집 내 여인이 물속으로 들어왔다.

난 서둘러 자영의 곁으로 왔다.

자영을 감싸듯 안으며 그녀의 사타구니에 수영복을 착용시켰다.

한쪽의 끈을 묶고 다른 한쪽의 끈을 묶으려는 찰라 찬수가 잠수했다.

난 서둘러 자영의 몸에서 떨어졌다.

한참 후 잠수에서 나온 찬수는 나를 향해 웃음을 보였다. 나도 어색한 미소로 답했다. 아마도 이상한 상상을 했으리라.

찬수는 장난기 섞인 얼굴로 내 아내 곁으로 다가섰다.

아내의 뒤에 몸을 감춘 찬수. 무슨 행동을 할까?

아내의 싱그러운 미소는 이내 부끄러움으로 변해 버렸다.

자영이 골라준 비슷한 종류의 비키니 수영복 하의가 찬수의 손에 들려졌다.

찬수는 그 수영복을 자기 아내 자영에게 던졌다.

아내의 상체가 갑자기 물속으로 들어갔다.

설마 여기서.

찬수는 나를 향해 웃음을 보이며 물을 출렁이고 있었다.

묘한 상황에서 내 아내를 농락하는 찬수는 어떠한 거리낌도 없이 그렇게 자신의 욕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하얀 등딱지를 내보이며 출렁거리던 아내의 몸이 솟구쳐 올랐다. 아마도 숨의 한계를 느끼는 것 같았다.

기다란 찬수의 성기는 그 상황에서도 아내의 몸에 잠식되어 있었고 두 사람은 마치 하나가 되듯 그렇게 물속에서의 정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자영과 내 여인이 잠수했다.

내 두 다리로 그녀들의 매끈한 감촉이 느껴졌다.

자영의 손인지, 내 연인의 손인지 모를 한 손이 내 수영복 사이로 파고들었다.

가냘픈 손가락의 감촉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또 다른 손이 내 팬티를 발목까지 내렸다.

잇따른 동작으로 이어진 그녀들의 입술은 어느새 내 성기를 물고 있었다.

차가운 수영장의 물과 함께 감싸인 성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팽창해 있었다.

물의 감촉과 어우러진 그녀들의 입술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혀의 감촉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찬수와 아내는 묘한 자세를 유지하며 물을 일렁이고 있었고 시선은 줄곧 내 행위를 엿보고 있었다. 아마도 내 표정에서 쾌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아내와 찬수의 몸이 조금씩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아내의 시선이 내 눈빛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아내의 눈빛을 받으며 타인의 입술에 성기를 물린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더 흥분케 했다.

"좋아요?"

난 갑작스러운 아내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체 두 눈만 멀뚱히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었을까? 자신이 타인과 즐기는 모습을 내가 보는 게 좋으냐고 물어보는 것인지, 물속에서 타인의 애무를 받는 내 기분이 좋으냐고 물어보는 것인지.

"푸~~~~ , 하~~~~"

두 여인이 한계가 왔었는가 보다. 물속에서 벗어난 두 여인의 숨소리는 꽤 거칠었다.

난 두 여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무엇보다도 숨을 참아가며 정성스레 애무했던 고마움 때문이었다.

"우리 한잔하러 가지?"

찬수는 우리들의 시선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마도 동의를 얻으려는 듯.

여인들은 긍정의 미소를 보냈다.

내 어색한 미소를 보고는 찬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살을 가르고 밖으로 나갔다.

회원전용의 강압 샤워 줄기가 몸이 시원하다 못해 따갑게 부딪혀왔다.

물살에 숨이 막히는지 찬수는 연신 얼굴을 훔쳐냈다.

그런 찬수의 모습을 보며 난 나도 모르게 살의를 느꼈다. 마치 철천지원수처럼 갑자기 느껴졌던 건 왜일까?

"좋다. 어때? 좋지 않아?"

뭐가 좋다는 말인지.

찬수의 질문은 항상 애매모호했다. 마치 내 아내를 공식적으로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농락할 수 있다는 게 좋다는 건지 아님, 이 호텔의 전용 샤워장이 좋다는 건지.

"응? 으응. . ."

건성으로 대답하는 나를 뒤로하고 찬수는 물기를 닦으며 밖으로 향했다.

뒤따르는 내 어깨는 왠지 무거워 축 늘어진 체 한여름의 강아지처럼 그렇게 졸졸 따라갔다.

로비엔 아직 여자들이 나와 있지 않았다.

옆에 서 있던 찬수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담배를 빼 물었다.

무심코 찬수의 손을 쳐다보았다.

어? 찬수의 손은 떨고 있었다. 라이터를 켜는 손이 떨림으로 인해 세 번째에서야 간신히 담뱃불을 붙였으니.

난 물끄러미 찬수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손을 떠냐고 물으려 했던 내 입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했다. 그의 얼굴이 긴장하고 있었기에.

왜일까? 아! 그래, 자영도 저 표정이었어. 뭔가 초조하며 불안한 듯한 얼굴.

무엇이 그들을 불안하고 초조하게 하는 것인지.

내 생각은 깊어질 수 없었다. 여인네들이 우리를 향해 방긋 웃으며 다가왔기에.

"많이 기다렸어요? 호호!"

난 다시금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건 또 뭔가, 마치 나이트의 무희처럼 착 달라붙는 옷차림이며, 거기다 세 명이 무슨 트리오 밴드라도 되는 듯 똑같은 디자인으로.

그나마 나은 것은 색상이 제각각이라는 거 하나밖에 없었다.

"왜요? 우리 이상해요?"

아내는 내 눈빛에서 못마땅함을 느꼈는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어봤다.

"아, 아냐. 조, 좋아. 어서 가지!"

난 더듬거리며 간신히 말을 마치고 서둘러 나이트클럽으로 발을 옮겼다.

그건 어쩌면, 컴컴한 조명 아래라면 조금 나으리라는 간교한 마음에서였다.

뒤따르며 걸어오는 일행은 발소리보다 웃음과 재잘거림의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마치 태엽 풀린 인형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