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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아야할 모든건 그녀에게 배웠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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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47 회 작성일 24-03-19 16: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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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로 기억된다.
대부분의 회사가 그러하듯 우리 회사도 연말이 바쁜 축에 속한다.
한참을 일로 씨름하던 오후 3시 정도였을게다.
전화벨이 울려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약간 떨리는듯한 목소리가 수화기 바깥으로 들려왔다.
참 신기한 일이다. 난 그 4마디를 듣자마자 전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10년 전의 목소리인데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 그녀의 목소리가 비음이 다소 섞인 독특한 목소리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엔 그 이유가 모자랄 것 같다.
그녀는 내 첫사랑의 여자였다. 내 첫키스의 상대이기도 하고 내 동정을 갖은 여자이자 내게 처녀를 바친 여자이기도 했다.


우리는 대학3학년때 처음 만난 캠퍼스커플이었다.
미팅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발랄하기 그지 없었고 어설픈 대학 초년생의 탈을 벗은 세련된 여대생이었다.
그 전에 여자를 제대로 사귀어본 경험이 없던 나는 느즈막히 내 눈 앞에 나타난 이 새로운 사람에게 깊이 매료되었다.
같이 도서관을 가고 공강시간에 맞춰서 식사를 하고 시험이 끝난 날은 코가 삐뚜러지게 맥주를 들이켰다.
돌이켜보면 내 대학 생활의 절반은 그녀를 떼어놓고선 전혀 얘기할 수가 없다.
그 만큼 우린 같이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말이다. 어느 봄날 만난 우리가 여름이 끝날 무렵까지 손 한번 잡지 않았다면 믿기겠는가?
이전에 여자를 제대로 사귀어본 경험이 없는 나는 그녀를 서클이나 같은 과 여자 동기 대하듯 대했었고 흔히 말하는 연애다운 연애를 하지 못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하던가 내가 꼭 그 짝이었다.
맘 한구석엔 남부럽지 않은 연애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서도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진행을 시켜가야할지 몰랐었다.
여기서 또 다른 단계를 원한답시고 그녀와 무리한 접촉을 하다 관계가 소원해질까 염려가 되었고,그녀를 배려한답시고 신사적인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나중에 연애를 할때 지나친 배려는 사족임을 알았지만..)

그렇게 뜨뜨미지근한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었다.
아마 그날은 중간고사가 끝난 날이었을게다. 우리는 시험이 끝남을 자축하자며 대공원으로 향했다.
主는 대공원에서 야외 바람을 쐬자는 것이었지만 어찌하다보니 대공원은 보가 되고 主는 대공원 인근 술집이 차지했다.
홀가분한 탓인지 가을에 취해선지 우린 꽤나 마시고 꽤나 취했다.
특히 그녀..이전에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을 만큼 많이 취했다.

집을 바래다 주는데 비틀거리던 그녀가 종국에는 먹은 술을 다 게워냈다. 그리고는 더 걷지 못한채 벤치에 무너지듯 앉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처음 접한 나는 어지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저 등을 두드려주고 괜찮냐고 물을 밖에..
그런데 마음 한편에 왠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욕망이 꿈틀거렸으니 아마 그때부터가 그녀와의 진짜 연애의 시작점인 것 같다.
무너지듯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댄 그녀에게서 향수냄새(듄이었던가..지금도 난 좋아한다),술냄새,토사물 냄새가 섞여서 내 코를 간지럽혔다.
더러운건 더러운거고 깨끗한건 깨끗한거다.
하지만 그때 난 그녀에게서 불결함을 느낄 수 없었다. 행동보다 생각이 앞서서 지금까지 그녀를 상대했지만 그 순간은 행동이 먼저였다.
난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댔다..

아무리 취했다고는 하여도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를 정도는 둘 다 아니었다.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고 다음날 우린 다시 만났다.
하지만 이미 우린 어제의 우리가 아니었다.
그 조그만 입맞춤의 위력이 그리도 큰거 였을까? 그날 그녀는 내게 팔짱을 끼었고 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비로서 친구에서 한 단계를 뛰어넘음을 직감으로 느꼈다.

매일 그녀를 집으로 바래다주며 우리의 진도는 일취월장 발전하였다. 마치 그간의 시간을 메꾸려는듯 말이다.
입을 맞춘 다음날 설왕설래가 이루어지는 키스를 하였고 그 다음날은 키스중에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바로 다음날은 그녀의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맨가슴을 만졌다.
그 다음날은 바지 위로 그녀의 둔덕을 지긋이 눌렀고 이 와중에 그녀는 내게 아무런 제지를 내리지 않았다.
그녀의 집 앞 건물 뒤에 있는 주차장은 이 모든 행동을 가능하도록 도와주었고 우린 점점 정점을 향해 나아갔다.
어느 순간인지 모르지만 이미 우린 묵시적으로 거사를 치룰 맘과 몸의 준비가 끝났다.

대공원을 다녀온 바로 다음주 토요일 오후 우린 점심을 먹었고 난 식사 후 그녀에게 제안을 했다.
"맥주 사가지고 여관에 가자.."
핑계는 좋았다. 술 마시기도 이른 시간이고 영화보기도 애매한 시간이니 잠시 쉬자는 감언이설을 풀었는데 그녀는 선선히 응낙을 했다.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건 남의 눈치 보지않아도 되는 둘만의 공간이었다.
쉬었다 가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모르던 초자인지라 1박의 셈을 고스란히 지불하고 우린 어두운 방안에 앉았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자 맥주를 마셨고 의미없는 농담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봐야 얼마나 길까..이미 서로에게 목이 마를대로 마른 청춘 아니던가.
누가 뭐랄것도 없이 우린 정열적인 키스를 하였고 서툰 손짓으로 서로의 몸을 더듬었다.

스커트가 흘러내리고 셔츠가 벗겨지고 아이보리의 브라와 팬티가 드러나자 마치 내가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이 들었고 내게 이런 순간이 오는가 신기해하기도 했던것 같다.
한번의 경험도 없었지만 본능이 시키는대로 우린 서로의 몸을 핥고 만지고 빨았다.
그리고는 선선히 열어주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내 몸을 눕히고 그녀의 안에 잠입했다.
입구엔 뜨거운 물이 흘렀고 첫진입은 생각보다 용이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자 그녀의 고통스런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육체의 환희를 논하기엔 서로가 너무 정신이 없었다. 내겐 처음이라는 의미가 더욱 중요했다.

그렇게 우린 서로에게 처음의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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