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코트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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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이라 할 순 없지만 건강하고 탄력적인 이미지가 그녀를 두드러지게 하였다.
테니스코트야 바로 집앞이고, 그거까지 막을수는 없다고 남편은 생각한다.
테니스를 배움으로서 외출은 더더욱 힘들어질거라고 남편은 내심 생각하면서 선심쓰듯 그녀에게 허락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그녀는 거울앞에 서서 이리저리 자신을 비추어 보느라 정신없다.
"괜히 흰색으로 샀나봐..."
그녀는 날이 밝자마자 남편과 애들을 출근시키고선 대충 집을 치우고는 백화점셔틀버스에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는 스포츠웨어코너에서 점원아가씨가 신경질을 낼만큼 오랜시간 라켓과 옷을 골랐다.
그녀는 아침부터 근래 보기 힘들게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외국산유명라켓과 테니스웨어, 신발을 고르고 돌아와서 입어보는 이 순간에도 그 들뜸은 가시질 않는다.
"더 까매보이네..."
하얀색반바지와 노란색상의는 정말 그녀를 더더욱 검어보이게하는 것이 사실이디.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그녀를 더더욱 건강해보이고 섹시해보이게 하는걸 그녀는 모르고 있다.
"어쩌면 좋아...바꾸러갈까...."
하지만 신경질내던 점원아가씨를 떠올리니 그것도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다른곳에 가서 또 사는건 남편에게 욕먹을것같고....
에라 모르겠다하며 희선은 체념해버린다.
중요한건 실력이지 겉모습이 아니잖아하며...
하지만 여전히 불만스럽긴 매한가지인 것이다.
다음날 아침
시계는 10시를 넘고 있었다.
내려다보니 그 남자도 변함없이 나타나 주위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드디어 그녀는 라켓을 둘러메고 문밖을 나선다.
두근두근...희선은 테니스코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매일 위에서만 내려다보던 코트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눈에는 오로지 코트만이 보이고 다른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후회가 밀려온다.
괜한짓을 ....했어....그냥 돌아갈까...
망설이며 쭈빗거리는 순간,
"아휴! 이게 누구야 애기엄마! 어서와요 잘왔수"
영철엄마다.
여전히 수다스럽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왠지 반갑다.
아프리카식인종마을에서 고교동창을 만났더라도 이보다 반가울까.
"아, 안녕하세요"
"애기엄마 인사해요 여기 계신분들하고."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남자가 있다.
그는 심판석에 앉아 있다.
자신을 내려다보고있다.
얼굴이 활짝 달아오른다.
"안녕들하세요...."
희선은 얼굴도 제대로 들지못하고 서둘러 인사를 한다.
여기저기서 인사가 건네오지만 희선은 그남자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러있다는걸 본능적으로 깨닫고는 그저 목례만으로 일일이 답례하고 있을뿐이다.
이윽고 인사가 대충 끝나자 영철엄마가 희선을 잡아끌며 말한다.
"그렇잔아도 내가 복식파트너가 없어서 이러구 수다만 떨고 있잖아. 애기엄마 테니스좀 치지? 그럼 우리둘이 파트너해서 저 할망구네 이겨버립시다"
"네네..."
정신없이 대답하고 벤치에 앉는다.
"이게임 언제 끝나? 빨리 끝내고 망구팀 우리랑 한번 붙자구"
"하하하 맘대로 해봐 아무도 파트너안해주더니 오늘 드디어 파트너구했나보네 영철엄마"
망구팀이란 영철엄마또래의 아줌마팀인 듯 싶었다.
그러구보니 내려다볼 때 저 여자들이 이곳에선 최강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수준이란 희선이 보기엔 테니스라기보단 배드민턴같아 보였다.
"영철엄마, 오늘 내기 한번 걸지...뭐 내기할까..점심내기 어때?"
"내기?.."
영철엄마가 그제서야 희선의 눈치를 살핀다.
이 여자가 정말 잘치긴하는거야?하는 의혹이 가득한 시선이다.
"....좋아 까짓꺼! 뎀벼! 점심내기닷!"
호쾌하게 큰소리쳐놓고는 여전히 선희를 힐끔거린다.
이거 오늘 점심값 날라가는거아냐..하는 불신이 가득하다.
희선은 묵묵히 앉아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을 지켜보고 있다.
그 남자는 심판을 보고 있다.
하지만 틈틈이 내려꽃히는 그 시선을 희선은 분명 느끼고 있다.
게임이 끝나고 드디어 희선네 차례다.
그제서야 희선은 조금씩 불안해진다.
결혼이후론 잡아본적이 없는 라켓이 묵찍하게 느껴지며 손바닥에 땀이 밴다.
"로빈씨 심판 계속 봐줄꺼지? 자기가 봐야해"
로빈?.....그남자이름이 로빈?
"하하하 왜요 영철어머니"
목소리....청량하다. 맑으면서도 깨끗하다.
희선은 불안해하던것도 잊고 귀를 쫑긋 세운다.
무심한 표정으로 공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신경은 온통 로빈이란 남자에게 쏠린다.
"로빈씨가 안보면 나 수긍할수없어.게다가 이건 내기잔아"
"하하하 "
희선이 웃음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때 남자와 정면으로 시선이 부딛치고말았다.
두 시선은 찰라적인 순간에서도 공중에서 묘하게 얽힌다.
깜짝 놀란 희선이 얼른 고개를 돌리자 남자의 눈에서 슬쩍 웃음끼가 스친다.
"알았어요 영철어머니...그럼 준비하세요"
"호호호 고마워 자기"
희선은 테니스공을 바닥에 튀겨본다.
반발력이 좋다.
그녀는 서비스라인에 선다.
공을 두세번 튀기던 그녀가 하늘로 서빙한다.
순간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구레해지며 그대로 고정되어 버린다.
저건!!
깨끗한 폼이다.
몸이 도약을 준비하는 표범처럼 일순간 움츠려들며 하늘로 올라간 공을 기다린다.
마침내 공이 타점에 왔을 때 그녀의 모든 근육이 일제히 펴지며 공에 무게를 실린다.
파악!!!!!
경쾌한 파열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상대코트에 공이 내려꽃힌다.
.........
탄성과 환호성이 코트에 몰아친다.
그러나 막상 희선에겐 아무소리도 들리지않는다.
희선은 바지호주머니에서 헤어밴드를 꺼내어 긴 생머리를 묶는다.
그리고는 다시 두 번째 공을 튀기다가 서비스!!
파앙!!!!
또다시 작렬한다.
다시금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들리고 웅성거림이 환호성이 된다.
와아!! 대단한데
저 여자 선수였나봐
맞아맞아 정말 끝내주는데.
그중에서도 영철엄마의 기쁨에 찬 음성이 제일 크게 단지를 쩌렁쩌렁하게 햇다.
게임은 의외로 쉽게 판가름났다.
희선의 연습서비스를 본 망구팀은 그대로 전의를 상실했고, 마지막 안간힘으로 영철엄마쪽으로 공을 집중시켯음에도 베이스라인에 선 희선이 커버하면서 강력한 크로스스매싱으로 반격해오는데는 도무지 당해낼 수 가 없었던 것이다.
희선은 그 옛날 처녀때와 하나도 손색없는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서는 기뻐했지만, 그남자의 시선에 담기는 무게가 더더욱 짙어짐에 더 기뻤다.
그녀는 알지못했지만, 긴 생머리를 질끈 묶은채 베이스라인에서 이리저리 뛸때마다 그녀의 출렁이는 가슴과 미끈한 허벅지에서 종아리까지 그곳의 남성들에게 연신 침을 흘리게 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게임이 진행될수록 그녀의 땀에 젖은 상의는 그대로 그녀에게 밀착되어 남성들로 하여금 시선을 띠지 못한채 입을 다물지못하게 한 것을 그녀자신은 알지못했다.
운동후의 상쾌한 피로감만을 그녀는 만끽하며 여기저기 인사받기에 바빴던 것이다.
가볼데가 있어서 곤란하다는 로빈을 억지로 끌다시피하여 아줌마들이 몰려간곳은 새로 생긴 한정식집이었다.
앉자마자 희선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언제부터 테니스 쳤느냐
혹시 선수한건 아니냐
살림하긴 너무 아깝다 등등..
온갖 찬사에 오히려 희선이 당황스럽다.
로빈은 아무말없이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하다.
가끔씩 희선을 쳐다볼때마다 그녀는 숨이 탁탁 막혀올만큼 짜릿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점심은 끝났다.
다음날아침...
출근하면서 남편은 갸웃거리며 희선에게 말했다.
"당신..좀 달라진거같아..."
"네?..호호...뭐가요?"
"글쎄...뭔가 활기찬것같고말야....."
"맨날 똑같은데요 뭐 호호"
"아니야...웃음도 많아졌고...애들한테 신경질도 안내고말야..."
"좋은 쪽으로 바뀐거네요"
"그렇긴하지만...."
남편은 우물거리며 출근하고 애들도 등교시키자 그녀는 어제 돌아오자마자 빨아놓은 옷을 챙긴다.
그녀의 콧노래가 테니스코트까지 메아리치는 듯 높아진다.
사실 그녀는 오늘 로빈과 약속을 한 것이었다.
어제의 일이다.
점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에게 마침내 로빈이 말을 건낸것이다.
"저.."
"네?"
아줌마들은 자신의 차로 가고 있어 주위엔 두사람뿐...
"내일 저하고 둘이 한번 플레이하실 수 있을까요? 아까 게임하시는거보고 꼭 한번 쳐보고 싶었습니다만..."
"호호호 저하고요?..저 남자하곤 안쳐봤는데..."
"그럼 내일 쳐보시죠. 그럼 약속한겁니다 하하"
"호호"
"근데 묻고싶은게있어요"
"뭡니까?"
"본명이 로빈인가요? 아님 .."
"하하하 내일 제가 지면 가르쳐드리지요 "
하루아침에 일어나보니 유명해졌더라란 말이 있다.
바로 희선의 경우가 그랬다.
10시에 코트로 나간 그녀는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인사받기에 급급했다.
남자들의 인사엔 끈적한 무엇인가가 있었고, 여자들에겐 질투와 시기가 느껴졌다.
로빈은 이미 나와서 몸을 풀고 있다가 희선을 보자 반색하며 반가워했다.
"좋은 꿈 꾸셨습니까"
듣기좋은 청량한 음성이 그녀에게 건네져왔다.
"호호 몸은 다 푸셨나요"
"하면서 풀 생각입니다"
"저하고 같군요 호호"
"미리 말씀드리지만...양보는 없습니다"
"또 제가 할 말을 하시네요"
이미 두사람의 시합이 알려진 모양이었다.
세 개의 코트중 하나엔 선이 새로 그어져있었고 아무도 들어가지않았는지 발자국하나 없다.
시합규칙은 희선에게 원포인트를 주기로 결정났다.
러브 휩틴으로 항상 시작하는것이다.
희선은 반대했지만 관중들의 여론이 그렇게 흐르고 로빈도 이의 없다고 하여 결정났다.
3세트 2선승제
그리고 마침내 시합이 시작되었을 때 코트는 서서히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
플레이볼!!
그녀의 서브였다.
첫서브는 볼트!
긴장한 자신을 발견하며 희선은 심호흡을 한다.
로빈역시 자세를 낮추어잡고선 강렬한 눈빛으로 번뜩인다.
세컨서비스!!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공은 센터라인을 스치듯 미끄러져 흐른다.
흠칫!!
로빈이 미쳐 손을 갖다댈수도 없이 공은 스쳐가버렸다.
와아!!!
탄성이 터지고 환호성이 오른다.
써티 러브!
써비스에이스다.
로빈은 잠시 멍하니 공이 떨어져 스쳐갔던 곳을 응시한다.
그리고는 그녀를 바라본다.
이미 웃음끼는 사라진 얼굴이다.
그리고는 다음 서비스를 위해 자리를 옮기며 라켓을 빙빙 돌린다.
다시 희선의 써비스.
파악!!
이번엔 포핸드쪽이다.
로빈의 근육이 민감히 반응한다.
중심을 잃지않으며 포핸드로 희선의 역시 포핸드로 스트록을 구사한다.
희선은 예측했다는 듯 똑같이 포핸드로 응수한다.
하지만 순간 팔이 저려온다.
과연 위에서 지켜보던 것보다 실제로 맞부딛친 그의 힘은 대단하다.
희선은 잊고있었던 승부의 쾌감에 몸이 떨려온다.
아아 얼마만인가.
잊고있던 짜릿함이 그녀를 속속들이 채운다.
로빈이 대각선으로 패싱드라이브를 건다.
그녀의 걸음이 다급해진다.
겨우 라켓을 갖다댔지만 공은 로빙되고 만다.
로빈은 공을 쫓으며 낙하지점에 벌써 도착해있다.
그리고는 힘찬 스매슁으로 그녀의 코트에 내리 꽃는다.
희선은 이미 베이스라인보다 더 멀리 가있다.
하지만 코트에 원바운드된 공은 아직 공중에 있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달려간다.
라켓에 공이 닿으려는 찰라, 그녀는 미치지못하고 그대로 넘어진다.
사람들이 놀라서 달려오고, 로빈도 네트를 넘어 한달음에 달려온다.
"희선씨 괜찮습니까"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두사람의 눈이 공중에서 부딛친다.
그녀의 입술이 열린다.
"써티 휩틴?"
그녀의 눈이 빛나고 있다.
"하하하 오케이"
로빈은 다시 네트를 넘어가고 그녀는 일어나 옷을 턴다.
남성들의 시선은 유난히 흙이 많이 묻은 그녀의 가슴께에 못박힌 듯이 떨어지지않는다.
이후 그녀는 좌우코너를 찌르는 스트로크로 로빈을 공략했고, 로빈은 네트플레이로 대처했다.
하지만 역시 체력이 문제였다.
희선이 입술을 깨물며 패싱샷을 날렸지만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그녀는 에러가 잦아졌고 마침내 6:2로 세트를 넘겨줘야 했다.
그리고는 라켓을 들 기운조차 없어진 그녀는 기권을 하고만다.
하지만 승자보다는 패자가 오늘의 히어로였다.
찬사와 탄성은 패자의 몫이었고 누구도 그걸 부인할순 없었다.
겨우겨우 기다시피 집으로 돌아온 그녀의 귓전엔 아까 세트후에 그가 한 이야기만이 맴돌고있었다.
"다음달에 단지별테니스대회가 있습니다"
"...?..."
"시에서 주최하는겁니다.남여한팀으로 단식두게임과 혼복식한게임합니다만..."
"...."
"저하고 팀을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
그녀는 며칠간을 앓아누워있어야했다.
몸살이었다.
남편은 하루 결근해가며 그녀를 간호했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테니스를 치다가 앓아누운걸 몰랐다.
그저 단순한 감기몸살로 여겼지만 그 상태가 위중하단걸 깨닫고는 친구인 개업의마져 불러와서 그녀를 진찰케 할 정도로 좌불안석했다.
돌이켜보면 잔병치레 한번 안하던 아내였다.
그녀의 공백에서 비로서 남편은 아내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다.
사흘째 되던날 영철엄마가 와서 로빈의 전갈을 주고 갔다.
"그사람이 애기엄마체력이 너무 약하다면서 아침운동하자더라 다 나으면 말야 그래서 내가 수상하다고 그랬지 두사람 연분나면 어쩌느냐구 그랬더니 부부끼리 같이 운동하자는거야 호호호 자긴 매일 새벽네시면 산에 올라간대 그러니 다 나으면 테니스코트로 오래더라"
그날밤 퇴근하자마자 옆에서 근심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남편에게 그녀는 말을 꺼냈다.
"여보 미안해요"
"미안하긴...빨리 일어나..내가 미안하지뭐..."
희선은 남편에게 불현 듯 죄스러움을 느낀다.
"여보 우리 나 다나으면 운동해요. 제가 너무 약해졋나봐요"
"그래그래 다 나으면 운동하자. 나도 꼭 할게"
둘은 어린애들처럼 손가락을 건다.
마주보며 킥킥거리면서....
테니스코트야 바로 집앞이고, 그거까지 막을수는 없다고 남편은 생각한다.
테니스를 배움으로서 외출은 더더욱 힘들어질거라고 남편은 내심 생각하면서 선심쓰듯 그녀에게 허락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그녀는 거울앞에 서서 이리저리 자신을 비추어 보느라 정신없다.
"괜히 흰색으로 샀나봐..."
그녀는 날이 밝자마자 남편과 애들을 출근시키고선 대충 집을 치우고는 백화점셔틀버스에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는 스포츠웨어코너에서 점원아가씨가 신경질을 낼만큼 오랜시간 라켓과 옷을 골랐다.
그녀는 아침부터 근래 보기 힘들게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외국산유명라켓과 테니스웨어, 신발을 고르고 돌아와서 입어보는 이 순간에도 그 들뜸은 가시질 않는다.
"더 까매보이네..."
하얀색반바지와 노란색상의는 정말 그녀를 더더욱 검어보이게하는 것이 사실이디.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그녀를 더더욱 건강해보이고 섹시해보이게 하는걸 그녀는 모르고 있다.
"어쩌면 좋아...바꾸러갈까...."
하지만 신경질내던 점원아가씨를 떠올리니 그것도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다른곳에 가서 또 사는건 남편에게 욕먹을것같고....
에라 모르겠다하며 희선은 체념해버린다.
중요한건 실력이지 겉모습이 아니잖아하며...
하지만 여전히 불만스럽긴 매한가지인 것이다.
다음날 아침
시계는 10시를 넘고 있었다.
내려다보니 그 남자도 변함없이 나타나 주위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드디어 그녀는 라켓을 둘러메고 문밖을 나선다.
두근두근...희선은 테니스코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매일 위에서만 내려다보던 코트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눈에는 오로지 코트만이 보이고 다른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후회가 밀려온다.
괜한짓을 ....했어....그냥 돌아갈까...
망설이며 쭈빗거리는 순간,
"아휴! 이게 누구야 애기엄마! 어서와요 잘왔수"
영철엄마다.
여전히 수다스럽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왠지 반갑다.
아프리카식인종마을에서 고교동창을 만났더라도 이보다 반가울까.
"아, 안녕하세요"
"애기엄마 인사해요 여기 계신분들하고."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남자가 있다.
그는 심판석에 앉아 있다.
자신을 내려다보고있다.
얼굴이 활짝 달아오른다.
"안녕들하세요...."
희선은 얼굴도 제대로 들지못하고 서둘러 인사를 한다.
여기저기서 인사가 건네오지만 희선은 그남자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러있다는걸 본능적으로 깨닫고는 그저 목례만으로 일일이 답례하고 있을뿐이다.
이윽고 인사가 대충 끝나자 영철엄마가 희선을 잡아끌며 말한다.
"그렇잔아도 내가 복식파트너가 없어서 이러구 수다만 떨고 있잖아. 애기엄마 테니스좀 치지? 그럼 우리둘이 파트너해서 저 할망구네 이겨버립시다"
"네네..."
정신없이 대답하고 벤치에 앉는다.
"이게임 언제 끝나? 빨리 끝내고 망구팀 우리랑 한번 붙자구"
"하하하 맘대로 해봐 아무도 파트너안해주더니 오늘 드디어 파트너구했나보네 영철엄마"
망구팀이란 영철엄마또래의 아줌마팀인 듯 싶었다.
그러구보니 내려다볼 때 저 여자들이 이곳에선 최강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수준이란 희선이 보기엔 테니스라기보단 배드민턴같아 보였다.
"영철엄마, 오늘 내기 한번 걸지...뭐 내기할까..점심내기 어때?"
"내기?.."
영철엄마가 그제서야 희선의 눈치를 살핀다.
이 여자가 정말 잘치긴하는거야?하는 의혹이 가득한 시선이다.
"....좋아 까짓꺼! 뎀벼! 점심내기닷!"
호쾌하게 큰소리쳐놓고는 여전히 선희를 힐끔거린다.
이거 오늘 점심값 날라가는거아냐..하는 불신이 가득하다.
희선은 묵묵히 앉아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을 지켜보고 있다.
그 남자는 심판을 보고 있다.
하지만 틈틈이 내려꽃히는 그 시선을 희선은 분명 느끼고 있다.
게임이 끝나고 드디어 희선네 차례다.
그제서야 희선은 조금씩 불안해진다.
결혼이후론 잡아본적이 없는 라켓이 묵찍하게 느껴지며 손바닥에 땀이 밴다.
"로빈씨 심판 계속 봐줄꺼지? 자기가 봐야해"
로빈?.....그남자이름이 로빈?
"하하하 왜요 영철어머니"
목소리....청량하다. 맑으면서도 깨끗하다.
희선은 불안해하던것도 잊고 귀를 쫑긋 세운다.
무심한 표정으로 공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신경은 온통 로빈이란 남자에게 쏠린다.
"로빈씨가 안보면 나 수긍할수없어.게다가 이건 내기잔아"
"하하하 "
희선이 웃음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때 남자와 정면으로 시선이 부딛치고말았다.
두 시선은 찰라적인 순간에서도 공중에서 묘하게 얽힌다.
깜짝 놀란 희선이 얼른 고개를 돌리자 남자의 눈에서 슬쩍 웃음끼가 스친다.
"알았어요 영철어머니...그럼 준비하세요"
"호호호 고마워 자기"
희선은 테니스공을 바닥에 튀겨본다.
반발력이 좋다.
그녀는 서비스라인에 선다.
공을 두세번 튀기던 그녀가 하늘로 서빙한다.
순간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구레해지며 그대로 고정되어 버린다.
저건!!
깨끗한 폼이다.
몸이 도약을 준비하는 표범처럼 일순간 움츠려들며 하늘로 올라간 공을 기다린다.
마침내 공이 타점에 왔을 때 그녀의 모든 근육이 일제히 펴지며 공에 무게를 실린다.
파악!!!!!
경쾌한 파열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상대코트에 공이 내려꽃힌다.
.........
탄성과 환호성이 코트에 몰아친다.
그러나 막상 희선에겐 아무소리도 들리지않는다.
희선은 바지호주머니에서 헤어밴드를 꺼내어 긴 생머리를 묶는다.
그리고는 다시 두 번째 공을 튀기다가 서비스!!
파앙!!!!
또다시 작렬한다.
다시금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들리고 웅성거림이 환호성이 된다.
와아!! 대단한데
저 여자 선수였나봐
맞아맞아 정말 끝내주는데.
그중에서도 영철엄마의 기쁨에 찬 음성이 제일 크게 단지를 쩌렁쩌렁하게 햇다.
게임은 의외로 쉽게 판가름났다.
희선의 연습서비스를 본 망구팀은 그대로 전의를 상실했고, 마지막 안간힘으로 영철엄마쪽으로 공을 집중시켯음에도 베이스라인에 선 희선이 커버하면서 강력한 크로스스매싱으로 반격해오는데는 도무지 당해낼 수 가 없었던 것이다.
희선은 그 옛날 처녀때와 하나도 손색없는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서는 기뻐했지만, 그남자의 시선에 담기는 무게가 더더욱 짙어짐에 더 기뻤다.
그녀는 알지못했지만, 긴 생머리를 질끈 묶은채 베이스라인에서 이리저리 뛸때마다 그녀의 출렁이는 가슴과 미끈한 허벅지에서 종아리까지 그곳의 남성들에게 연신 침을 흘리게 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게임이 진행될수록 그녀의 땀에 젖은 상의는 그대로 그녀에게 밀착되어 남성들로 하여금 시선을 띠지 못한채 입을 다물지못하게 한 것을 그녀자신은 알지못했다.
운동후의 상쾌한 피로감만을 그녀는 만끽하며 여기저기 인사받기에 바빴던 것이다.
가볼데가 있어서 곤란하다는 로빈을 억지로 끌다시피하여 아줌마들이 몰려간곳은 새로 생긴 한정식집이었다.
앉자마자 희선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언제부터 테니스 쳤느냐
혹시 선수한건 아니냐
살림하긴 너무 아깝다 등등..
온갖 찬사에 오히려 희선이 당황스럽다.
로빈은 아무말없이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하다.
가끔씩 희선을 쳐다볼때마다 그녀는 숨이 탁탁 막혀올만큼 짜릿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점심은 끝났다.
다음날아침...
출근하면서 남편은 갸웃거리며 희선에게 말했다.
"당신..좀 달라진거같아..."
"네?..호호...뭐가요?"
"글쎄...뭔가 활기찬것같고말야....."
"맨날 똑같은데요 뭐 호호"
"아니야...웃음도 많아졌고...애들한테 신경질도 안내고말야..."
"좋은 쪽으로 바뀐거네요"
"그렇긴하지만...."
남편은 우물거리며 출근하고 애들도 등교시키자 그녀는 어제 돌아오자마자 빨아놓은 옷을 챙긴다.
그녀의 콧노래가 테니스코트까지 메아리치는 듯 높아진다.
사실 그녀는 오늘 로빈과 약속을 한 것이었다.
어제의 일이다.
점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에게 마침내 로빈이 말을 건낸것이다.
"저.."
"네?"
아줌마들은 자신의 차로 가고 있어 주위엔 두사람뿐...
"내일 저하고 둘이 한번 플레이하실 수 있을까요? 아까 게임하시는거보고 꼭 한번 쳐보고 싶었습니다만..."
"호호호 저하고요?..저 남자하곤 안쳐봤는데..."
"그럼 내일 쳐보시죠. 그럼 약속한겁니다 하하"
"호호"
"근데 묻고싶은게있어요"
"뭡니까?"
"본명이 로빈인가요? 아님 .."
"하하하 내일 제가 지면 가르쳐드리지요 "
하루아침에 일어나보니 유명해졌더라란 말이 있다.
바로 희선의 경우가 그랬다.
10시에 코트로 나간 그녀는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인사받기에 급급했다.
남자들의 인사엔 끈적한 무엇인가가 있었고, 여자들에겐 질투와 시기가 느껴졌다.
로빈은 이미 나와서 몸을 풀고 있다가 희선을 보자 반색하며 반가워했다.
"좋은 꿈 꾸셨습니까"
듣기좋은 청량한 음성이 그녀에게 건네져왔다.
"호호 몸은 다 푸셨나요"
"하면서 풀 생각입니다"
"저하고 같군요 호호"
"미리 말씀드리지만...양보는 없습니다"
"또 제가 할 말을 하시네요"
이미 두사람의 시합이 알려진 모양이었다.
세 개의 코트중 하나엔 선이 새로 그어져있었고 아무도 들어가지않았는지 발자국하나 없다.
시합규칙은 희선에게 원포인트를 주기로 결정났다.
러브 휩틴으로 항상 시작하는것이다.
희선은 반대했지만 관중들의 여론이 그렇게 흐르고 로빈도 이의 없다고 하여 결정났다.
3세트 2선승제
그리고 마침내 시합이 시작되었을 때 코트는 서서히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
플레이볼!!
그녀의 서브였다.
첫서브는 볼트!
긴장한 자신을 발견하며 희선은 심호흡을 한다.
로빈역시 자세를 낮추어잡고선 강렬한 눈빛으로 번뜩인다.
세컨서비스!!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공은 센터라인을 스치듯 미끄러져 흐른다.
흠칫!!
로빈이 미쳐 손을 갖다댈수도 없이 공은 스쳐가버렸다.
와아!!!
탄성이 터지고 환호성이 오른다.
써티 러브!
써비스에이스다.
로빈은 잠시 멍하니 공이 떨어져 스쳐갔던 곳을 응시한다.
그리고는 그녀를 바라본다.
이미 웃음끼는 사라진 얼굴이다.
그리고는 다음 서비스를 위해 자리를 옮기며 라켓을 빙빙 돌린다.
다시 희선의 써비스.
파악!!
이번엔 포핸드쪽이다.
로빈의 근육이 민감히 반응한다.
중심을 잃지않으며 포핸드로 희선의 역시 포핸드로 스트록을 구사한다.
희선은 예측했다는 듯 똑같이 포핸드로 응수한다.
하지만 순간 팔이 저려온다.
과연 위에서 지켜보던 것보다 실제로 맞부딛친 그의 힘은 대단하다.
희선은 잊고있었던 승부의 쾌감에 몸이 떨려온다.
아아 얼마만인가.
잊고있던 짜릿함이 그녀를 속속들이 채운다.
로빈이 대각선으로 패싱드라이브를 건다.
그녀의 걸음이 다급해진다.
겨우 라켓을 갖다댔지만 공은 로빙되고 만다.
로빈은 공을 쫓으며 낙하지점에 벌써 도착해있다.
그리고는 힘찬 스매슁으로 그녀의 코트에 내리 꽃는다.
희선은 이미 베이스라인보다 더 멀리 가있다.
하지만 코트에 원바운드된 공은 아직 공중에 있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달려간다.
라켓에 공이 닿으려는 찰라, 그녀는 미치지못하고 그대로 넘어진다.
사람들이 놀라서 달려오고, 로빈도 네트를 넘어 한달음에 달려온다.
"희선씨 괜찮습니까"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두사람의 눈이 공중에서 부딛친다.
그녀의 입술이 열린다.
"써티 휩틴?"
그녀의 눈이 빛나고 있다.
"하하하 오케이"
로빈은 다시 네트를 넘어가고 그녀는 일어나 옷을 턴다.
남성들의 시선은 유난히 흙이 많이 묻은 그녀의 가슴께에 못박힌 듯이 떨어지지않는다.
이후 그녀는 좌우코너를 찌르는 스트로크로 로빈을 공략했고, 로빈은 네트플레이로 대처했다.
하지만 역시 체력이 문제였다.
희선이 입술을 깨물며 패싱샷을 날렸지만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그녀는 에러가 잦아졌고 마침내 6:2로 세트를 넘겨줘야 했다.
그리고는 라켓을 들 기운조차 없어진 그녀는 기권을 하고만다.
하지만 승자보다는 패자가 오늘의 히어로였다.
찬사와 탄성은 패자의 몫이었고 누구도 그걸 부인할순 없었다.
겨우겨우 기다시피 집으로 돌아온 그녀의 귓전엔 아까 세트후에 그가 한 이야기만이 맴돌고있었다.
"다음달에 단지별테니스대회가 있습니다"
"...?..."
"시에서 주최하는겁니다.남여한팀으로 단식두게임과 혼복식한게임합니다만..."
"...."
"저하고 팀을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
그녀는 며칠간을 앓아누워있어야했다.
몸살이었다.
남편은 하루 결근해가며 그녀를 간호했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테니스를 치다가 앓아누운걸 몰랐다.
그저 단순한 감기몸살로 여겼지만 그 상태가 위중하단걸 깨닫고는 친구인 개업의마져 불러와서 그녀를 진찰케 할 정도로 좌불안석했다.
돌이켜보면 잔병치레 한번 안하던 아내였다.
그녀의 공백에서 비로서 남편은 아내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다.
사흘째 되던날 영철엄마가 와서 로빈의 전갈을 주고 갔다.
"그사람이 애기엄마체력이 너무 약하다면서 아침운동하자더라 다 나으면 말야 그래서 내가 수상하다고 그랬지 두사람 연분나면 어쩌느냐구 그랬더니 부부끼리 같이 운동하자는거야 호호호 자긴 매일 새벽네시면 산에 올라간대 그러니 다 나으면 테니스코트로 오래더라"
그날밤 퇴근하자마자 옆에서 근심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남편에게 그녀는 말을 꺼냈다.
"여보 미안해요"
"미안하긴...빨리 일어나..내가 미안하지뭐..."
희선은 남편에게 불현 듯 죄스러움을 느낀다.
"여보 우리 나 다나으면 운동해요. 제가 너무 약해졋나봐요"
"그래그래 다 나으면 운동하자. 나도 꼭 할게"
둘은 어린애들처럼 손가락을 건다.
마주보며 킥킥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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