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많은 여자후배... 그리고 임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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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마도 한참 혈기왕성하던 스물한살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물이 가득찬 주전자를 걸고 턱걸이도 할수 있었으며, 수레바퀴를 걸고
룰렛을 돌릴수도 있었을것 같았던 하늘을 치솟는 듯한..
바위처럼 단단하고 대쪽처럼 꼿꼿하며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립이 있었던
그런 시절이었으니 만큼, 아침에 한번 몸풀고 점심때 가볍게 누르기
안다리후리기 뒤돌려메치기 풍차돌리기 한판승을 거두고 나서도 저녁때면
또다시 치맛자락을 붙잡고 졸라대던 환락과 방종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나날들이었으리라.
당시 난 2학년이었고, 물론 그런 생활의 연속이다 보니 학교를
거의 나가지 않았었지만, 신입생 수질조사겸 해서 한번 학교에
산책가본적이 있다. 그리고 난 꼬박꼬박 출석할 것을 맹세하고야 말았다.
공대 역사상 초유의 팔등신슈퍼모델꽃미녀가 바로 우리과에 들어왔고,
그녀는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선배고 동기들이고 어떻게 한번 시식이나 해볼까 하는 일념으로
수많은 금전과 노력을 길바닥에 뿌려가며 그녀에게 접근 하는것이
눈에 훤하게 보였고, 그녀의 품에는 언제나 꽃다발이 끊이지 않고
안겨 있었다. 물론 그녀에게 식사한끼 대접하려 서있는 줄은 메탈리카
입장권을 구매하려 서있는 인파를 방불케 했고, 그녀의 귀가에 보탬이 되려
수업시간 종료에 맞춰 건물앞에 대놓은 차들의 행렬은 추석 귀경길의
고속도로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의 그런 안타까움과
흑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 도도하고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았으며
나의 기립보다도 더욱 드높은 자존심과 콧대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라고 해서 그녀에게 마음이 없었을까.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하여 그녀의 시간표를 입수하는데 성공했으며
내 시간표가 아닌 그녀의 시간표에 맞추어서 꼬박꼬박 출석을 했다.
어 형 왜 일학년과목 들어요, 으응 나 이거 빵구나서 이번학기에 때울라고
이런식의 핑계를 대며 열심히 그녀의 그림자를 밟았으나, 난 다른이들과는
달랐다. 난 그래도 고수라고 자부하고 있던차 나의 포커페이스와 아웃사이더
기질을 십분 발휘하여, 그녀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할수 있었고
언제나 그녀의 대각선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긴머리를 찰랑거리며
그녀의 눈에 뜨이도록 했던 것이다. 물론 말을 건다던지 인사를 하거나
하는 따위의 행동은 하지 않았으며, 최대한 신비에 싸인 인물로 보이도록
내 자신을 컨트롤 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는 오고야 말았다.
우리과에서 나와 그녀만 듣는 타 단과대의 교양강의가 하나 있었고
그 수업은 금요일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런 이중생활을 한지 한달쯤 되었을까, 그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나서는데
너무나도 고맙게도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물론 나의 용의주도함으로 인해
강의동 현관에서 비를 맞고 갈건지 빗발이 좀 잦아질때까지 기다릴것인지
망설이고 있는 그녀를 위해 난 그 건물 학과사무실로 잠입하여 우산을 하나
입수하는데 성공했으며, 그 우산은 무척 작은데다가 살도 하나 꺾여서
두명이서 비를 맞지않고 쓰려면 아주 가깝게 밀착해야만 하는
하늘의 은총과 축복이 담긴 사랑의 매개물이었던 것이다.
"비가 많이 오는군요. 같이 쓰죠"
"네 고맙습니다."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주는 바람에 우산은 자꾸만 휘청거렸으며, 난 완급을
조절하여 바람에 날린 빗줄기가 그녀쪽을 향하는 순간마저 우산을 뒤로 살짝
넘겨, 그녀가 나에게 바짝 붙어 내 팔에 매달릴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괜히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지막 액션을 보여주려
버스정류장에 까지 왔을때,
"우산 그냥 쓰고 가세요. 전 좀 맞고 가지요."
라고 말하며 뛰어가려는 찰나.
"저때문에 비 많이 맞으셨는데 옷이라도 말리고 가세요"
아아 젖은 머리칼을 넘기며 커피를 사겠다는 그녀의 그 말에 이성을 잃고
감동의 눈물을 글썽일뻔했지만 그러나 나의 프로의식에서 배어나오는
가장된 이성의 포커페이스로 그럼 고맙지요. 라고 말하곤 그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차한잔, 식사한끼를 함께 하게 되었다.
"머리가 길어서 자주 봤어요. 음악하세요?"
"아 예 악기를 하나 다루지요. 타악기의 일종인데 무척 섬세한 필링으로
마음을 진동시켜 정서의 순화에 일조하는 트라이앵글이라는 악기입니다."
라는 식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그녀와 내가 같은과고, 내가 1년선배라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 물론 나도 몰랐던 사실인양 행동했지만 - 그녀가 나보다 한살이
많다는, 즉 삼수를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후로 그녀와 나는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는 되었지만
그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일단 맛만 조금 보여주고 애태우게 하려는
고단수의 수법을 쓰고 있는 그녀로써는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었고,
난 그녀의 머리위에서 역으로 그녀의 도도함에는 무표정으로 대응하지만
언제나 무의식중의 돌출이라는 나만의 노우하우가 담긴 방법으로 그녀에게
나의 존재를 인식시켰다.
마침내 인내와 극도의 절제가 담긴 기나긴 연극의 절정은 다가오고야 말았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1,2학년 아웃사이더들 끼리의 술자리가 있었으며
어찌하다 보니 그녀도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조차 나의
포커훼이스는 여전했으며 그녀의 도도함도 여느때와 다를바 없었으나,
술이 한잔 두잔 돌던 와중 콜라만을 홀짝이던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으며,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던 그녀마저도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다.
인내와 수고의 씨앗은 정말로 씁쓸했으나 그 열매만은 달콤할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달으며, 난 정말 감사히, 무척 감사히 그녀를 인근 모텔로 업고오다
시피하여 반년동안 뿌린 씨앗의 황홀하고록 감미로운 열매를, 모든이가
탐하였으나, 감히 건드리지 못한 그 금단의 열매를 시식하게 되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후,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채 하얀 살결을 드러내고
골아떨어진 그녀를 남겨둔채 난 그곳을 나섰다. 그토록 갈망했던 것을
얻었으나, 이유모를 허탈감이 엄습해 왔으며,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내 능력의 확인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여름방학이 끝났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학교 어느곳에서도 보이질 않았다.
다들 궁금해하는 눈치였으며, 나또한 궁금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기만을 바랬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갈 무렵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녀로부터의 연락이 왔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한번 만났으면 하는 ....
자기를 책임지라던지 하는 그런 류의 이야기일것 같았고
난 그녀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날밤 그 일로 인한 죄책감이라기 보단
그녀가 목적이 아니라, 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한것이 목적이었다는
그것에 대한 죄책감이었으리.
"선배.. 이렇게 만나자고 한건, 선배같은 사람이라면 날 도와줄수 있을것
같아서 실례인줄 알면서 이렇게 불쑥 나타났어요."
라면서 말을 꺼내었고, 그녀는 그날밤의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만취했던 그녀에겐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들만 남아있었고
그남자가 설마 나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전히 그녀는
나의 포커페이스속의 진짜 표정을 읽지 못하고 내 연극속의 히로인으로
남아있던 것이었다.
그날밤 이후 예정일이 몇주가 지났는데도 올것이 오질 않아서 혹시나 하고
약국서 진단시약 막대를 사서 첫 소변 한방울을 떨어뜨렸더니 청보라색 줄이
두줄이 생겼다는.... 겁도 나고 막막하기도 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할수
없었고, 계속 망설이다 보니 너무 시간이 지났다고, 주위에 믿을만한 사람을
찾다보니 나를 찾게 되었다는 그 말을 들으며, 난 정말 이 연극을 지속할수
없었다. 그리고 연민과 동정 그 이상의 무엇을 그녀에게서 느낄수 있었으며
그녀에게 지은 죄값을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몰랐다.
병원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줄수 있겠느냐는 그 말에
난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고, 그녀와 함께 근교의 외진
여자 의사가 있는 산부인과를 수소문 했고, 결국 찾아갔다.
그녀는 옆이 터진 진찰용 치마로 갈아입고 진료실로 들어갔으며,
난 그녀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병원 쇼파에 앉아있을수 밖에 없었다.
잠시후
"보호자시죠? 선생님이 잠깐 보시자는데요"
"......"
진료실로 들어가니,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으며
지긋한 나이의 여의사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무 늦은감이 있지않나 싶군요. 4개월이상이 되면 태아는 이미
하나의 완전한 생명체가 된답니다. 신체의 모든 장기가 생성되고
성별이 구분되며, 조건반사의 신경수용체가 생성이 되지요,
가끔 이런 경우가 생기긴 하는데, 저는 그럴때마다 보호자와 산모를
설득해서 그냥 출산하도록 권유하고 있지요.
자 한번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어보시겠어요.."
그리고 허리띠를 풀러서 조금은 불러보이는 그녀의 배에 대고 있는
청진기를 내 귀에 꽂아주었다.
아아 수술대위에서 찢겨져갈 나의 분신의 마지막 심장고동소리라니.....
아직 세상빛을 보지도 못한 나와 그녀의 소중한 아이의 심장박동이
천천히.... 그리고 규칙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들려왔단 말이다....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오늘은 만우절 이브
마육봉
물이 가득찬 주전자를 걸고 턱걸이도 할수 있었으며, 수레바퀴를 걸고
룰렛을 돌릴수도 있었을것 같았던 하늘을 치솟는 듯한..
바위처럼 단단하고 대쪽처럼 꼿꼿하며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립이 있었던
그런 시절이었으니 만큼, 아침에 한번 몸풀고 점심때 가볍게 누르기
안다리후리기 뒤돌려메치기 풍차돌리기 한판승을 거두고 나서도 저녁때면
또다시 치맛자락을 붙잡고 졸라대던 환락과 방종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나날들이었으리라.
당시 난 2학년이었고, 물론 그런 생활의 연속이다 보니 학교를
거의 나가지 않았었지만, 신입생 수질조사겸 해서 한번 학교에
산책가본적이 있다. 그리고 난 꼬박꼬박 출석할 것을 맹세하고야 말았다.
공대 역사상 초유의 팔등신슈퍼모델꽃미녀가 바로 우리과에 들어왔고,
그녀는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선배고 동기들이고 어떻게 한번 시식이나 해볼까 하는 일념으로
수많은 금전과 노력을 길바닥에 뿌려가며 그녀에게 접근 하는것이
눈에 훤하게 보였고, 그녀의 품에는 언제나 꽃다발이 끊이지 않고
안겨 있었다. 물론 그녀에게 식사한끼 대접하려 서있는 줄은 메탈리카
입장권을 구매하려 서있는 인파를 방불케 했고, 그녀의 귀가에 보탬이 되려
수업시간 종료에 맞춰 건물앞에 대놓은 차들의 행렬은 추석 귀경길의
고속도로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의 그런 안타까움과
흑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 도도하고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았으며
나의 기립보다도 더욱 드높은 자존심과 콧대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라고 해서 그녀에게 마음이 없었을까.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하여 그녀의 시간표를 입수하는데 성공했으며
내 시간표가 아닌 그녀의 시간표에 맞추어서 꼬박꼬박 출석을 했다.
어 형 왜 일학년과목 들어요, 으응 나 이거 빵구나서 이번학기에 때울라고
이런식의 핑계를 대며 열심히 그녀의 그림자를 밟았으나, 난 다른이들과는
달랐다. 난 그래도 고수라고 자부하고 있던차 나의 포커페이스와 아웃사이더
기질을 십분 발휘하여, 그녀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할수 있었고
언제나 그녀의 대각선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긴머리를 찰랑거리며
그녀의 눈에 뜨이도록 했던 것이다. 물론 말을 건다던지 인사를 하거나
하는 따위의 행동은 하지 않았으며, 최대한 신비에 싸인 인물로 보이도록
내 자신을 컨트롤 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는 오고야 말았다.
우리과에서 나와 그녀만 듣는 타 단과대의 교양강의가 하나 있었고
그 수업은 금요일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런 이중생활을 한지 한달쯤 되었을까, 그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나서는데
너무나도 고맙게도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물론 나의 용의주도함으로 인해
강의동 현관에서 비를 맞고 갈건지 빗발이 좀 잦아질때까지 기다릴것인지
망설이고 있는 그녀를 위해 난 그 건물 학과사무실로 잠입하여 우산을 하나
입수하는데 성공했으며, 그 우산은 무척 작은데다가 살도 하나 꺾여서
두명이서 비를 맞지않고 쓰려면 아주 가깝게 밀착해야만 하는
하늘의 은총과 축복이 담긴 사랑의 매개물이었던 것이다.
"비가 많이 오는군요. 같이 쓰죠"
"네 고맙습니다."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주는 바람에 우산은 자꾸만 휘청거렸으며, 난 완급을
조절하여 바람에 날린 빗줄기가 그녀쪽을 향하는 순간마저 우산을 뒤로 살짝
넘겨, 그녀가 나에게 바짝 붙어 내 팔에 매달릴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괜히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지막 액션을 보여주려
버스정류장에 까지 왔을때,
"우산 그냥 쓰고 가세요. 전 좀 맞고 가지요."
라고 말하며 뛰어가려는 찰나.
"저때문에 비 많이 맞으셨는데 옷이라도 말리고 가세요"
아아 젖은 머리칼을 넘기며 커피를 사겠다는 그녀의 그 말에 이성을 잃고
감동의 눈물을 글썽일뻔했지만 그러나 나의 프로의식에서 배어나오는
가장된 이성의 포커페이스로 그럼 고맙지요. 라고 말하곤 그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차한잔, 식사한끼를 함께 하게 되었다.
"머리가 길어서 자주 봤어요. 음악하세요?"
"아 예 악기를 하나 다루지요. 타악기의 일종인데 무척 섬세한 필링으로
마음을 진동시켜 정서의 순화에 일조하는 트라이앵글이라는 악기입니다."
라는 식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그녀와 내가 같은과고, 내가 1년선배라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 물론 나도 몰랐던 사실인양 행동했지만 - 그녀가 나보다 한살이
많다는, 즉 삼수를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후로 그녀와 나는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는 되었지만
그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일단 맛만 조금 보여주고 애태우게 하려는
고단수의 수법을 쓰고 있는 그녀로써는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었고,
난 그녀의 머리위에서 역으로 그녀의 도도함에는 무표정으로 대응하지만
언제나 무의식중의 돌출이라는 나만의 노우하우가 담긴 방법으로 그녀에게
나의 존재를 인식시켰다.
마침내 인내와 극도의 절제가 담긴 기나긴 연극의 절정은 다가오고야 말았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1,2학년 아웃사이더들 끼리의 술자리가 있었으며
어찌하다 보니 그녀도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조차 나의
포커훼이스는 여전했으며 그녀의 도도함도 여느때와 다를바 없었으나,
술이 한잔 두잔 돌던 와중 콜라만을 홀짝이던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으며,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던 그녀마저도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다.
인내와 수고의 씨앗은 정말로 씁쓸했으나 그 열매만은 달콤할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달으며, 난 정말 감사히, 무척 감사히 그녀를 인근 모텔로 업고오다
시피하여 반년동안 뿌린 씨앗의 황홀하고록 감미로운 열매를, 모든이가
탐하였으나, 감히 건드리지 못한 그 금단의 열매를 시식하게 되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후,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채 하얀 살결을 드러내고
골아떨어진 그녀를 남겨둔채 난 그곳을 나섰다. 그토록 갈망했던 것을
얻었으나, 이유모를 허탈감이 엄습해 왔으며,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내 능력의 확인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여름방학이 끝났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학교 어느곳에서도 보이질 않았다.
다들 궁금해하는 눈치였으며, 나또한 궁금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기만을 바랬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갈 무렵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녀로부터의 연락이 왔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한번 만났으면 하는 ....
자기를 책임지라던지 하는 그런 류의 이야기일것 같았고
난 그녀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날밤 그 일로 인한 죄책감이라기 보단
그녀가 목적이 아니라, 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한것이 목적이었다는
그것에 대한 죄책감이었으리.
"선배.. 이렇게 만나자고 한건, 선배같은 사람이라면 날 도와줄수 있을것
같아서 실례인줄 알면서 이렇게 불쑥 나타났어요."
라면서 말을 꺼내었고, 그녀는 그날밤의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만취했던 그녀에겐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들만 남아있었고
그남자가 설마 나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전히 그녀는
나의 포커페이스속의 진짜 표정을 읽지 못하고 내 연극속의 히로인으로
남아있던 것이었다.
그날밤 이후 예정일이 몇주가 지났는데도 올것이 오질 않아서 혹시나 하고
약국서 진단시약 막대를 사서 첫 소변 한방울을 떨어뜨렸더니 청보라색 줄이
두줄이 생겼다는.... 겁도 나고 막막하기도 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할수
없었고, 계속 망설이다 보니 너무 시간이 지났다고, 주위에 믿을만한 사람을
찾다보니 나를 찾게 되었다는 그 말을 들으며, 난 정말 이 연극을 지속할수
없었다. 그리고 연민과 동정 그 이상의 무엇을 그녀에게서 느낄수 있었으며
그녀에게 지은 죄값을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몰랐다.
병원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줄수 있겠느냐는 그 말에
난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고, 그녀와 함께 근교의 외진
여자 의사가 있는 산부인과를 수소문 했고, 결국 찾아갔다.
그녀는 옆이 터진 진찰용 치마로 갈아입고 진료실로 들어갔으며,
난 그녀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병원 쇼파에 앉아있을수 밖에 없었다.
잠시후
"보호자시죠? 선생님이 잠깐 보시자는데요"
"......"
진료실로 들어가니,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으며
지긋한 나이의 여의사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무 늦은감이 있지않나 싶군요. 4개월이상이 되면 태아는 이미
하나의 완전한 생명체가 된답니다. 신체의 모든 장기가 생성되고
성별이 구분되며, 조건반사의 신경수용체가 생성이 되지요,
가끔 이런 경우가 생기긴 하는데, 저는 그럴때마다 보호자와 산모를
설득해서 그냥 출산하도록 권유하고 있지요.
자 한번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어보시겠어요.."
그리고 허리띠를 풀러서 조금은 불러보이는 그녀의 배에 대고 있는
청진기를 내 귀에 꽂아주었다.
아아 수술대위에서 찢겨져갈 나의 분신의 마지막 심장고동소리라니.....
아직 세상빛을 보지도 못한 나와 그녀의 소중한 아이의 심장박동이
천천히.... 그리고 규칙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들려왔단 말이다....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뻥!"
오늘은 만우절 이브
마육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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