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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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 옆에 끼고
술보다 손이 바빴던 시절
나는 애 어른이 되었고
공사판 한창일 적엔
나 따르던 새악씨도 많았다네.
아침, 저녁 바뀌었던 여우는 다들 어디로 갔는가?
세종대왕이 주머니 가득
막걸리 잔 가득
호기를 담고
부어라, 마서라, 오늘 또 깨어지자.
영원할 줄 알았네.
나도 친구도 믿어 의심치 않았지.
비오는 오늘
빛바랜 작부의 치맛자락 옆에 두고
깍두기 놓고
깡소주 들이키면
옛날의 기억은 생생거리며 달려오지만
이제 어디로 간단가.
오늘도 긴 하루
할 말은 끝이 없지만
누가 내 손을 잡으리.
흘러간 두만강 푸른 물을 들으리.
다 지나간 버린 세월만큼이나
아이들 얼굴도 가물가물
나도 좋은 아빠, 멋진 남편이 되고 싶었다오.
다시 유행가 소리 들리네요.
2000년 7월
손이 떨려
글자 한자도 적지 못하지만
명자, 숙자, 영자 왜 놈의 자자는
왜 그렇게 많았는가?
오늘 숨을 거둔다하더라도
울어줄 이가 아무도 없는데
무엇이 앞을 가리는가?
그래, 허무는 세월을 먹고 자라나 보다.
이제 당신의 세월은 갔다네.
울음소리에
겁내는 사람은 없다네.
꽁지를 내린 늑대는
쓰레기장 구석에 밥상을 차리고
여우와의 추억을 반찬삼아
저녁을 맞는다.
그래도 교훈적인 얘기는
듣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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