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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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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25 회 작성일 23-12-01 08:4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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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 시험에만 메달려 사는 친구놈이 안쓰러울 때면 쏘주 한잔이라도 퍼 먹일 요량으로 전화질을 하면 맨날 도서실로 오란다. 도서실이란 곳은 책이 수두룩하게 진열된 곳이어야 할텐데 이 놈이 쳐박혀 있는 곳은 책이 있기는커녕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각자가 보따리를 따로 싸갖고 다니면서 보는 열람실만 딸랑 갖춘 곳인데 차라리 고시원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빈둥거리며 놀면서도 대기업에 떡하니 붙는 내 꼬라지만 안 봤다면 적당한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벌써 월급봉투를 챙겼을 텐데 저보다 한참은 못나 보이는 내가 좋은 직장에 붙은 것이 약올라 몇 개씩 붙은 중소기업 자리도 마다하고 다시 취직시험에 메달려 산다.



이 놈을 만나러 도서실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마도 이 곳에서 용되어 나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싶었다.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 열람실에서 눈이 빠지게 공부하는 사람을 찾기 보다는 수북하게 쌓아놓은 책 더미속에 코를 쳐박고 자는 사람들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열람실은 남자와 여자좌석이 칸 막이로 나뉘어졌고 가운데엔 유리창 붙혀놔서 드나들면서 창문을 통해 누가 뭘하는지 대충은 알만한데 여자 열람실이라고 대단한 것도 없이 머리 쳐박고 졸음과 씨름하는 애들만 있기는 매 한가지다.



처음엔 기도라는 사람이 출입을 통제하는 것 같더니 몇 번 안면을 익힌 다음 부터는 들락거래도 신경도 안쓴다.



“얌마, 코박고 자면 잠 귀신이 대신 공부시켜주냐?”

친구 놈이 책보따리를 머리밑에 깐 채로 드르렁 코골며 자는 열람실엘 들어가서 어깨를 흔들어 깨우며 말했다.

“아쓰, 한 참 꿈꾸는데 누구야?”

“야, 일어나, 쏘주나 까러가자.”

“왔어? 기다리다 잠들었잖어.”

“미안, 아직 쫄따구라서 일찍 나오면 눈치보이거든.”

“안주는 뭘 살껀데?”

“음,,, 오뎅 국물이 좋지 않을까?”

“째째하긴, 얌마 대기업 월급이 얼만데 쫀쫀하게 구냐?”

”얌마, 안주 가리는 백순 첨 본다, 나가자.“



내가 먼저 등을 돌리고 밖으로 나가는 시늉을 하니까 병수놈도 자리를 털고 따라 나서며 계단이란 계단을 모두 미끄럼질하며 쌩하니 내려가 버렸다. 도서실을 나서면 육교가 있고 그 밑엔 오래전부터 터잡은 포장마차가 있다. 가끔 병수도 위로할겸 이 곳을 찾는 이유는 엄마일을 돕는 명자라는 아가씨가 맘에 들어서인지도 모른다.



“학상, 왔어?”

걸출한 입담으로 작은 포장마차를 가득 채우는 아주머니와 달리 명자는 아무말 없이 설거지 그릇을 치운다든지 닭발이나 꼼장어를 꺼내 데펴주는 잔 심부름만 하지만 은연중 이 포장마차가 잘되는 이유는 그녀에게 있는 것은 확실하다.



“아줌마, 꼼장어랑 오뎅이랑 주고 쏘주 한병 까 주세요.”

“그려, 공부하기 힘들제?”

“이 놈은 잠만자요. 공부는 튼 놈인걸요.”

“그랴도 독서실 다니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지. 울 명자도 공부좀 시킬라면 거길 좀 보내야쓰것는데 돈이 많이 들잖아.”

“왜요? 재수 시킬라구요?”

“글씨, 고등핵교만 나와두 공장같은데 다닐만하던데 요즘 취직이 안되나벼.”

“워낙 경제가 어렵잖아요. 대학교 나와도 취직자릴 잡겠다고 재수하는 놈두 있는걸요.”

“그랴서 울 명자두 공불 더 시켜야쓰지 않칸나 싶어서.

근데, 독서실만 댕기먼 셤은 붙을란가?

학원도 댕기구 과외두 시켜야 쓰면 난 못한께.“

“그건 따님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에 따라 다르죠.

고등학교때 얼추 기초를 잘 닦았다면 도서실에서 열심히 책만 읽어도 좋은 성적이 나올테고, 엄마 생각해서 대학교를 애초부터 포기했다면 이제 부터라도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받고 해서 딸리는 과목을 보충해나가야 할꺼에요.“

“근데, 이 년이 내 사정 봐가며 공부했을라구?

지도 대학가긴 싫었겠지?“

“엄마, 나두 꿈이 있단말야.

부잣집 딸로 태어나기만 했어도 내가 이렇게 살진 않는다.“

명자도 몇 번 얼굴을 익힌 나를 의식한 듯 강하게 엄마의 말에 반항하며 말했다.

“얘길 들어보니 대학교엘 가길 원하는 것 같네요.

우선 명자 실력을 대충은 알아야 어떻게 공부할지 방향이 잡히니까 제가 몇일 가르쳐보죠.“

“학상이 그럴 시간있어?”

“아휴, 전 직장다녀요. 그러니까 퇴근 후 한시간씩만 제가 몇일 갈켜보죠.”

명자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려운 살림으로 대학을 스스로 포기한 마당에 과외비를 받을 것도 아니고 직장에서도 아직 신참이라 일찍 퇴근하긴 글렀어도 조금씩 시간을 내서 이 아이의 실력을 가늠해서 가망성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더 공부할 것인지 애시당초 포기토록 할 것인지 방향을 잡아주고 싶었다.



“어서 먹어.” 아주머니는 서비스 안주로 조개탕을 끓여 내 주신다.

“어휴, 됐어요. 술도 다 먹어가는데...”

“그랴도, 우리 딸애 과외시켜준다는데.”

“꼭 그런건 아니에요. 우선 공부할 준비가 됐나만 몇일 본다는거죠.”

“알았어. 알았어. 그냥 딸애만 가르쳐줘봐.”

“아주머니 일도 바쁠텐데 딸애가 공부한다고 돕지 않으면 힘들잖아요.”

“돈 되면 잡부 한명 더 쓰면 되지 딸애 신셀 망칠수 있남?”

“그럼, 낼부터 한시간씩 해 볼께요.”

“그랴, 그럼 낼 여기와서 명자랑 우리집엘 가서 해봐.”



병수와 나는 소주 두병을 비우고 포장마차를 빠져 나왔다. 날씨가 스산한 것이 곧 눈이라도 뿌릴 것 같고 찬바람이 점차 강해지는 것이 밤새도록 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 같다.

“병수야, 너 술 많이 먹었는데 도서실 또 들어갈꺼니?”

“당근이쥐.”

“술 냄새나잖아.”

“관리실 쇼파에서 눈 좀 붙혔다 일어나면 말짱해.”

“그래? 기도 형이 화내면 어쩔라구?”

“그 형? 나한테 꼬릴 잡힌게 있지.”

“뭔 꼬릴?”



나는 병수가 이끄는대로 도서실로 다시 들어갔다. 입구에 있는 관리실은 텔레비전만 켜진 채로 아무도 없었다. 보일러에서 훈훈한 온기가 열람실 보다 더 세게 불었다. 병수는 마치 자기 방에 들어선 것처럼 편안한 자세로 쇼파에 길게 누웠다. 나는 그 놈이 눞고 난 귀퉁이에 엉덩이만 겨우 걸친 채로 반대편 벽 가까이 있는 텔레비전의 화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어, 니들 왔냐?” 기도 형이 관리실에 들어서며 반겼다.

병수도 얼른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쏘주깐냐?”

“네, 요 아래 포장마차에서요.”

“그래? 명자도 있던?”

“어떻게 알아요?” 병수가 물었다.

“고년 참 맛있었는데...”

“형이 먹어봤어요?”

“그럼, 이 동네에서 명자년 안먹은 놈이 아무도 없다.”

“설마.”

“병수야, 넌 못먹었냐?”

“어떻게 먹어요?”

“푸히히, 고 년이 얼마전에 우리 도서실엘 왔었잖냐.

한달에 얼마냐 하루에 얼마냐 물어보더라.

그래서, 추운데 들어와서 얘기하라고 했더니만 삐꼼 고개를 들이밀더라구.

고년 엄청 예뻐보이더만.”

“그래서? 그날 잡아 먹었어요?”

“당연하지. 방이 따끈하잖냐. 쇼파에 앉혀놓고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슬슬 무릎위로 손을 얹었지. 반응이 없다라고 그래서 허벅지도 만졌지. 가만히 있는걸 보니 생각이 있나 싶어서 그냥 덮쳤지.”

“찍소리도 안해요?”

“찍소리? 좋아서 더 날뛰더라.”

“암튼, 형은 기도일은 안하구 여자들만 너무 밝힌다.”

“야, 기도란게 뭐 희망이나 보람 따위가 있는 일이냐?

그나마 여자 잡아먹는 낙 때문에 버티는거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순진하게만 보였던 명자의 얼굴이 기도형의 음험한 얼굴과 교차하자 병수가 꼬릴 잡았다는 얘기는 듣지 않아도 뻔할 것 같았다.



“형, 딴 앤 어떤 애유?”

“뭐, 너도 해볼려구?”

“형이 챙겨준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알았어. 내가 찍어 논 애가 있는데 몇일만 기다려봐.”

“고마워, 형.”



나는 더 듣고 싶지 않아서 겨우 걸친 쇼파에서 엉덩이를 떼며 일어섰다. 두 사람의 대화가 상상속의 일을 실제처럼 떠벌리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싶다. 기도형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말없이 도서실 문을 나섰다. 날씨가 차갑다. 아까부터 불기 시작한 바람이 점점 체감온도를 떨어뜨리는게 아무래도 지독한 감기에 걸릴 것만 같았다.



터덜터덜 포장마차 앞을 지나는데 명자와 마주쳤다. 생긋웃는 모습이 기도형의 얼굴과 교차해서 생각했던 방금전의 일들이 미안하기만 하다.



“이제 가세요?”

“네, 친구놈은 도서실엘 들어갔고요. 난 낼 출근하려면 집에 가야할 것 같아서요.”

“저도 집에가는 길인데 어느 방향이에요?”

“저쪽 시장길 따라 똑바로 가다보면 우리 동네에요.”

“어머, 같은 동네였네요.”

“그래요? 그럼 날씨도 추운데 어서 갑시다.”



명자와 나는 나란히 걷고 있다. 두 사람은 주인과 손님으로서 몇 번을 만난 적이 있을 뿐 개인적인 얘기가 오고간 것은 오늘이 처음있는 일이다. 어쩌면 내일부터 명자를 가르키겠다고 말한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힘든 일을 겪은 터라 궃이 할 말도 없었다.



“몇살이에요?”

“스물여섯이요.”

“그럼 한참은 오빠네요. 전 이제 스물셋이에요.”

“엄마 일 돕는거 힘들죠?”

“아뇨. 난 괜찮은데, 엄마가 언제까지 허드렛일 할꺼냐고 성화일 뿐이에요.”

“맞는 말이죠. 젊은 사람에겐 꿈이 있어야 하는데, 훌쩍 엄마를 뛰어넘을 준비를 해야죠.”

“그렇잖아도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요. 아직 시작하기엔 늦지 않았으니까 열심히 해봅시다.”



명자네 집은 우리집 가기 한 블록 전에 있었다. 서로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사는 방법이 달라서 한 번도 동네에선 얼굴을 마주치지 않았을 뿐이었다. 어차피 내일 부터는 몇일이 될는지는 몰라도 명자네 집을 들락거려야 할 판이라 명자가 차 한잔하고 가라는 말을 뿌리칠 필요는 없었으므로 명자가 이끄는데로 그 녀의 집 문을 들어섰다.



“엄마가 왈패에요.

어쩌면 아빠가 없는 몫까지 다 하느라 그렇겠지만.“

“아빠가 안계세요?”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하지만 엄마가 두 사람 몫을 거뜬히 해내거든요.”

“형제자매는요?”

“오빠가 있는데, 학교 다니다가 지금은 군대갔어요.”

“음, 엄마 의지가 강한 분이군요.

생활이 어려워도 자식들의 앞길을 위해 헌신적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엄마 고생이 안쓰러워서 공부를 접었던건데, 요즘 생각하면 공부해서 보란 듯이 사는 것이 엄마를 돕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그렇겠네요. 명자씨가 엄마의 가업을 이어받아서는 안되겠죠.”

“어릴 땐 엄마 고생을 돕는게 효도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젠 아니에요.

어서 엄마가 바라는 번듯한 직장도 갖고 멋진 신랑도 얻고 그렇게 살기로 했어요.“



명자의 목소리가 다소 밝아졌다. 내 앞에 놓은 커피잔은 한 방울도 남김 없이 어느새 목구멍을 통과하고 있었다.



“한 잔 더 드실래요?”

“좋아요. 향이 좋네요.”



명자가 부엌에서 다시 커피를 타는 동안 나는 집안을 두루 살펴보았다. 가난한 사람들의 살림이라는 것이 그저 그렇겠지만 밖에서는 억청스런 아주머니도 집에서는 세간이며 모든 것들이 반듯하게 정돈되고 청결한 것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속내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자란 명자가 기도형의 말처럼 아무에게나 몸을 내 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저, 명자씨. 한가지 물어봐도 돼요?”

“물어보세요.”

“혹시 남자친구 있어요?”

“없는데요.”

“그렇구나. 도서실 기도형은 알아요?”

“아, 늙스레하고 밥맛 떨어지게 생긴사람이요?”

“네. 그 사람이 명자씨를 잘 알던데.”

“호호, 가끔 우리 포장마차에 와선 오뎅국물에 쏘주 한병씩 마시곤 해요.”

“그 사람이 명자씨를 좋아하는건 알아요?”

“뭐에요?”



나는 뭔가 얘기가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참에 확실히 해 놓지 않으면 동네 걸레라고 소문난 여자 때문에 아까운 내 시간이 날라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말을 멈추지 못했다. 세상의 반은 남자 또 반은 여자. 공공연하게 여자를 먹었느니 맛이 어땠느니 떠벌여도 되는 남자와 그런 일을 당하고도 말 한마디 새나갈까 두려워하며 살아야 하는 여자들이 함께 어우러진 세상은 적어도 아니다. 더구나 그 한가운데에 명자가 있다면 더욱 아니다.



“전, 엄한 엄마랑 살아선지 몰라도 남자 따윈 몰라요.”

“남자랑 키스도 안해봤어요?”

“키스요? 전 손목도 안잡아봤어요.”

“친구들도 다 그래요?”

“결혼한 애도 있고, 첩살이하는 애도 있어요.”

“겨우 스물셋인데 벌써요?”

“남자를 잘 못 만나면 그렇게 되는거 아닌가요?”

“남자가 뭔지는 아는거죠?”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제 친구중엔 재수한다며 독서실 다니다 끼리끼리 만난 애랑 어울려서 임신까지 한 애도 있고 어떤 애는 학원선생이랑 눈 맞아서 공부도 때려치우고 첩살이 하는 애도 있는걸요.“



나는 명자가 세상의 일들을 전혀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적어도 남자와 여자가 잘못 짝을 맞추면 기묘한 현상으로 인해 인생이 더욱 모질고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는 것쯤은 모르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자는 주변 친구들의 일로부터 남녀 관계를 이미 꿰뚫고 있었다. 적어도 벌레나 병균으로 부터 안전지대에서 살아야 할 꽃다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험난한 일들로부터 귀막고 눈가림하지 않은 상태에서 명자의 가슴속에는 친구들로부터 얻은 앙금이 남아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군대가기 전날밤 친구들과 선배들이 총각딱지를 달고 가면 안된다고 나를 어떤 사창가로 밀어 넣었던 일이 생각난다. 빳빳하고 싱싱한 좆이 굴러들어왔다고 연신 좋아하는 그 여자는 내심 자신의 처녀를 짓밟은 남자들에 대한 복수의 심정으로 총각딱지를 달고 찾아온 촌닭같은 나를 마구 학대했었다. 그렇게 흘린 땀 속엔 여자의 성에 깃발을 힘차게 꽂았다는 우월감에 가려졌을 뿐이지 진정한 승리는 사창가의 그 여자였다. 불현 듯 그 여자의 엉덩이가 보고 싶다. 마구 짓밟혀지더라도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어하던 후장을 유린함으로써 그녀를 위한 총각딱지가 맥없이 사창가에 나뒹군것만은 아닌지도 모를텐데.



“내일부터 공부 시작될텐데, 특별히 딸리는 과목이 있어요?”

“수학이랑 모두 자신없어요.”

“그럼, 공부하던 책들은 있어요?”

“몇권 사놨는데 우선 이걸로 하면 될까요?”



명자가 가리킨 곳을 보니 책꽂이에 빼곡이 수험교제들이 놓여있었다.



“그럼 됐어요.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낼 저녁때 포장마차로 갈께요.”



나는 호흡을 잠시 고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군하사 하나를 놓고 중대 내무반 놈들 중에서 안 먹어본 놈이 없다고 노가리를 까대던 일들이 생각난다.



“새벽부터 시립도서실엘 갈꺼에요. 저녁 아홉시부터 공부하고 싶은데 괜찮죠?”

“그럼요. 열심히 공부해 봅시다.”



첫날은 그렇게 명자가 문 밖까지 배웅해 주는 모습을 뒤로 한 체 총총히 그 집을 벗어났다.



아침일찍 회사로 출근하며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콩나무 시루처럼 부딛끼는 지하철에서 싱글벙글하며 하루가 시작됐다. 상사들의 여러 가지 지시사항이나 내가 알아서 해야할 일들도 그렇게 쉽게 보일 수가 없다. 마음은 벌써 퇴근 시간에 맞춰져 있다.



“아줌마, 저 왔어요.”

“왔어? 그래, 명자야 어서 모시고 나가라.”



흘깃 포장마차에 앉아 쏘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마침 기도형도 혼자 멍하니 명자의 얼굴을 안주 삼아 쏘주를 마시다 나를 발견하곤 반가워한다.



“명철이 왔냐?”

“기도형, 혼자 쏘주 마셔요?”

“응, 맛있잖냐.”

“깡소주 마시면 몸 버린다는데...”

“난 맨날 이게 좋더라.”

“병수는요?”

“걔? 늘어지게 자고 있지.”

“그 놈 정신좀 차리게 야단좀 치세요. 그래가지고 어디 취직하겠어요?”

“다 그런놈들 뿐이야. 거기서 어디 용나오겠냐?”

“하긴, 기도형만 불쌍하죠. 허구헌날 관리실에서 쳐 박혀계시니.”

“그래서 가끔 이렇게 쏘주 까잖냐.”

“전 이만 가 볼께요.”

“어, 쏘주 한잔 안하고?”

“네, 전 명자 과외선생이걸랑요.”



그 순간 기도형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변하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제 노가리까며 맛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던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텐데 하는 마음으로 아주머니께 꾸벅 인사를 하곤 명자와 함께 포장마차를 빠져나왔다.



“그 형, 명자씨 보곤 완전히 넋을 잃은 것 같던데?”

“그래봤자죠. 뭐.”



명자는 도서실에서 종일토록 공부하며 풀리지 않은 문제들만 내게 내밀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히 진도를 나가는 걸로 봐선 분명 가을에 있을 시험에선 좋은 성적을 거둘것이 확실했다. 복잡한 이차원 방정식 문제는 슬쩍 미분을 적용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아직 그 정도의 단계까지는 안되더라도 어차피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니까 범위를 뛰어 넘어 문제 적응 훈련이 필요하다. 영문법을 던져버리고 생활영어를 반복적으로 외우며 그 속에서 문법적인 원리를 터득하도록 지도했다. 명자는 자신이 갖고 있던 공부방법과 달리 새롭게 접근하는 나의 방법에 점차 동화된 듯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골똘히 문제를 풀어가는 중에 언제부턴가 내 어깨위엔 명자의 머리가 올라와 있다. 싱그러운 풀 냄새처럼 그 녀의 머릿결로부터 은은한 향기가 코 끝에 뭍어났다. 어깨 끝에 걸린 명자의 앞가슴이 자꾸 압박되어 들어오고 있다. 넋을 잃고 공부에 몰두하며 신경을 온통 책과 연습장에 집중시키면서 자신도 모르게 쏠리는 현상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랫도리가 점차 힘이 들어간다.



“명자씨, 어깨에 기대지마. 계속 누르니까 힘들다.”

“어머, 죄송해요. 한참을 눌렀나봐요.”

“아무래도 책상에 의자를 하나 더 갔다놔야겠어.

이렇게 밥상머리에서 하려니까 자세가 영 삐딱하잖아.“

“알았어요. 내일 엄마한테 의자 하나 더 사달라고 할께요.”



명자는 어깨에서 벗어나며 길게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린 채 기지개를 폈다. 희고 가는 목덜미며 풍만한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고 갸름한 허리선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맘 같아서는 명자의 가느다란 허리를 힘껏 안아주고 싶다. 짤록한 허리깨를 잡아주면 풍만한 가슴이 가득 내 가슴에 안길텐데.



“잠시 쉬고 식사하실래요?”

“어, 좋지만. 넘 늦었는데 이젠 집에 가야겠어.”

“라면 끓여드릴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럴래? 담 부턴 저녁을 많이 먹고 와야겠어.”

“왜요?”

“응, 밤에 뭘 먹는 것보담 공부시간을 늘리는게 좋잖아.”

“괜찮아요. 물 올려놓고 올께요.”



명자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가스랜지위에 물을 올려 놓는다. 뒤 돌아선 모습 속에서 당당하게 솟구친 엉덩이를 보니 맘이 여간 설레는 것이 아니다. 물이 끓을 동안만이라도 뒤 돌아선 명자의 엉덩이를 만져보고 싶다. 허리에 팔을 두르고 도툼한 엉덩이에 좆을 문대고 싶다. 명랑한 노랫말을 풀어놓은 앵두같은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고 싶다.



“엄만 새벽 한시나 되야 들어와요.”

“엄청 힘든일 하시네.”

“엄마 고생이 싫어서 공부를 포기했었는데.”

“정말 엄마를 생각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엄마 그늘을 벗어나려고 노력해야해.”

“이젠 알 것 같아요. 엄마가 정말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어떤 엄마도 자식이 자신의 길을 따라오길 원하지 않을꺼야.

적어도 고생은 자신만으로 끝내고 싶을테니까.“

“오늘 종일 선생님을 생각했어요.”

“왜?”

“내 실력이 너무 딸린다고 포기하면 어쩌나 걱정되서요.”

“나도 명자씨가 아무 준비도 안된 채 공부 가르쳐달라고 하면 그만 둘 생각이었어.”

“제가 잘한거죠?

앞으로도 종일 공부하다 모르는 것만 선생님한테 물으면 되는거죠?“

“그게 공부 잘하는 비결이야. 그리고 앞으론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명철오빠라고 부르면 안될까?”

“어머, 그래도 되요?”

“응, 김명철. 이게 내 이름이야.”

“전 이명자. 아빠가 지어준 이름이죠.”



약간 덜 풀어진 라면에다 김치를 함께 얹어 먹으니 일품이다. 오늘같은 라면발 보다는 엄마의 포장마차 일을 도우며 갈고 닦은 음식솜씨를 멋지게 보여줄 날이 있을까?



“명자씨, 공부 시간을 한시간으롤 제한했으면 좋겠어.”

“그렇기로 했잖아요.”

“응, 그 약속을 꼭 지켜야할 것 같아.”

“왜요?”

“공부에 몰두하는 명자씨를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벌써 열한시잖아.“

“어머, 벌써 그렇게 됐어요?”

“응, 이젠 갈 시간이 된 것 같아.”

“아이, 너무 시간이 빨리간다.”



명자는 라면 먹던 그릇을 치우고 나와 함께 공부하던 밥상에 올려져 있던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약간 굽힌 그녀의 상채를 통해 가슴속이 훤히 보인다. 뽀얀, 아니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속살들이 어지럽게 눈에 들어왔다. 붉은 듯 푸른 듯 작은 젖몽오리가 허리 굽힌 속에서 브라자를 벗어나 내 눈에 들어왔다. 살포시 만져보고 싶다. 어쩌면 깊게 빨아주고 싶다. 올라간 엉덩이를 타고 흐르는 허리를 가리던 옷가지도 약간 들어졌다. 찰진 속살들이 어찌 눈에 들어오는지.



“방이 따뜻하네.”

“커피 한잔 타 드릴까요?”

“너무 늦은 것 같기는 한데...”

“금방 이면 되요. 기다려요.”



명자가 또 가스랜지에 물을 올리러 간다. 뒤돌아선 모습이 훨씬 예뻐 보인다. 바지런하게 커피잔에 커피를 넣고 설탕을 넣고 프림을 넣은 모습 속에서 마치 소꿉장난하던 어린 시절의 각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밤엔 커피가 안좋데요.”

“어제 맛있게 마셨는데, 오늘은 어떨까?”

“맛있을꺼에요. 매일 마시면 안 좋을텐데, 다른 차를 준비해야겠어요.”

“아냐, 난 커피향이 좋거든.”



명자는 공부할 때 보다는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커피잔에 입술을 대며 마셨다. 저 입술이 닿는 커피잔이 되고 싶다. 어쩌면 고운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붙들어 맬 수 있는 손잡이가 되고 싶다. 나는 은은한 커피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온통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안에 있는 명자 생각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명철오빠는 공부가 좋아요?”

“아니, 싫어서 얼른 취직한거잖아.”

“그럼 취직하려고 공부한거에요?”

“아니, 먹구살라구.”

“호호, 그런 대답이 어디있어요?”

“쉽고 당연한 것이 진리거든.”

“저는 선생님이 될꺼에요.”

“여자에겐 좋은 직업이지.”

“아이들에게 희망을 많이 심어주고 싶어요.”



명자의 눈빛이 흐려지고 있었다. 가난과 씨름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밝혀주지 못한 현실의 선생님들에 대한 원망이 서려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커서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줘야 할 선생님들이 그저 철밥통만 챙기면서 어린 아이들마저 촌지 봉투의 두께에 따라 평가하는 일부 선생들의 행동은 옳지 않다. 스스로의 진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토록 하는 것이라고 못본척 해 줄 수는 있지만 여리고 아물지 않은 마음들에게 적어도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방법론적인 부분에 대한 해답은 줄 수 있어야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그런 명자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슈를 한 장 꺼내 명자의 앉은 자리로 다가갔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려고 티슈를 내밀었지만 명자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조심스럽게 명자의 얼굴에 티슈를 대고 눈물을 찍어냈다. 명자는 갑자기 쓰러지며 내 어깨에 매달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명자의 그런 어깨를 안아주며 한참을 다독거렸다. 흐늑거리던 명자의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어느새 큰 소리로 엉엉 울기시작했다. 그런 명자를 두고 일어나기엔 맘이 너무 아프다. 작은 감동만으로도 사람의 인성은 크게 변하는 법인데 오늘 명자는 어떤 일로 크게 마음이 성숙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를 조금 더 바짝 안아들였다. 내 손은 등을 지나 허리께로 움직이고 있었다. 잘록한 허리 사이로 두 팔을 넣어 바짝 잡아 당겼다. 명자의 몸이 들려지며 내 무릎위에 엉덩이가 올아왔다. 한 손은 허리를 잡고 다른 손으론 그녀의 고운 머릿결을 따라 쓰다듬기 시작했다.

명자의 두 팔이 내 목을 끌어 안는다. 조금 용기를 내어 그렇게 매달리던 형상 그대로를 유지하며 그녀를 따뜻한 바닥에 눞혔다. 할닥이느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감히 어디를 더 손댈 것인가 고민할 틈도 없이 눞혀진 그녀의 가슴을 타고 브라자 사이로 손길을 넣어 본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젖무덤이 손에 잡혔다. 뜨거워 할닥이던 목젓에 부드럽게 입술을 대어본다. 귀밑으로 손을 넣어 부드럽게 매만진다. 아득한 세상으로 떨어져간다. 온 몸으로 명자의 몸위에 포개본다. 가만히 들어올려진 옷사이로 매끄러운 속살이 드러난다. 그 위로 손을 얹으며 천천히 온 몸으로 손을 움직였다. 목구멍을 통해 넘어온 깊은 숨소리는 온 방안을 진탕시키고도 남았다.



“명자야, 벗어봐.”

나는 갈망하듯 명자의 청바지를 벗기려는 시도를 포기한 채 명자에게 엉덩이를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명자가 엉덩이를 반짝 들어올리고 바지를 내려주지 않는다면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반쯤 흘러내린 바지를 마져 내리고 하얀 꽃무늬가 수 놓아진 분홍색 팬티를 마져 내렸다. 검은 수풀이 우거지고 분홍색 질구가 솟아 올라있다. 촉촉한 물기가 질펀해지며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를 이룬다. 나는 그 곳을 쓸어내듯 손바닥으로 만지며 살짝 가운데 손가락을 질구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흑,,,”

허리가 꺽이며 파득이는 명자의 몸을 느낄 수 있다. 서둘러 바지를 벗고 그런 명자의 몸부림에 몸을 실었다. 뜨거운 불에 덴 듯 부드러운 애액이 흐르는 입구에 도달했을 땐 단단한 막힘을 느껴야했다.



“아직 처녀야?”

“응, 숯처녀.”

“한번도 안해봤어?”

“응, 명철씨한테 주려고 참았나봐.”

“하고 싶어?”

“응, 넣어줘. 나를 가져줘.”



나는 그런 명자의 갈망이 순간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싶었다. 많은 남자들이 먹었느니 맛있느니 하면서 함부로 지껄여대던 명자의 순결함에 내 좆이 꼿힌다는 것은 어떤 우월감. 적어도 다른 놈들처럼 상상속으로만 먹어대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서로를 원하고 갖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주는 최초의 남자가 된다는 우월감에 아랫도리가 불끈하며 힘이 들어갔다.



“아악~~~”



명자의 크고 짧은 비명을 신호로 내 몸의 굵고 강한 놈은 그녀의 아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떤 침입도 막아낼 듯이 질구 깊숙이 자리잡은 장애물이 터져버리자 질구는 허탈한 듯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예전에 숱하게 몸을 대주던 창녀들과는 달리 마음속으로만 환희할 뿐 몸의 움직임은 그저 민밋한 터널을 지나듯 작은 반응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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