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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맛보다 - 2부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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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28 회 작성일 24-03-11 16: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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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맛보다
그녀를 맛보다

9. 재료의 원산지



대학을 졸업할 쯤 나 좋다는 지금의 남편이 나타났다. 지방 공무원이라도 되어볼까해서 대학 도서관에서만 살던 내게 남편의 등장은 썩 달갑지 않았다. 부족하지는 않지만 풍족하지도 않은 집안 사정상 나도 졸업후에는 취직을 해야 하니까...

하지만 남편의 구애는 끈질겼고 남편의 집안은 머고 사는 것에는 지장없는 부자 쪽에 속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형제 중 둘째로 활달하고 적극적이며 사교성도 좋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늘 인기가 많았다. 그런 남자가 나와는 별로 안 어울릴 것 같아 날 가지고 장난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꽤 진지했고 나 또한 지방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난 후 ‘취집’이란걸 하는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그냥 혼사 이야기가 오고가고 남편집에서 날 잘 보았는지 우리집에 요구하는 것도 별로 없었다.

결혼 후 시아버지가 하는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 중국 측 책임자가 농간을 부려 회사에는 막대한 손해가 났고 거래처는 끊어질 판이었다. 그래서 남편이 긴급 투입되었다. 아주버님은 원래 한국에서 총책임자였기에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당시 대리를 달고 말단에 있던 남편은 급히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난 지금 독수공방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나도 따라 가고 싶었다. 한국에 있어보았자 할 일도 없고 외국에 대한 호기심도 났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남편이 있는 곳이 중국의 시골이고 먼저 가서 자리를 잡으면 불러준다고 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 매일 통화는 하지만 남편은 날 데려 가지도 않고 나 또한 가야할 필요성을 모르고 있다. 남편이 주는 생활비는 점점 줄어들었다. 2달 동안은 주지도 않았다. 시댁의 분위기로 보아 사업이 잘 안되는 모양이었다. 남편도 짜증만 자꾸 내지 생활비 이야기는 안 한다. 그래서 난 내가 벌어볼 요량으로 취직을 준비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쉽지 않았다. 치열하게 스펙을 쌓은 졸업 예정자도 떨어지는 판에 현실 감각없는 나를 써줄 곳은 없었다. 하긴 난 어릴 때부터 무난한 생활을 했다. 그냥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지금 생각하면 모범생이었지만 결국 내 의지 보다는 날 보고 즐거워하시는 주변 분들을 위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부자집 아들을 데리고 결혼 승낙을 받으러 가는 날... 부모님의 만족해 하시는 얼굴을 보고 난 비로소 이 결혼 선택이 잘 한 것이구나 깨달았으니 말이다.



그날도 주제 넘게 중견기업에 원서를 내고 그래도 학점이 좋아 1차 통과해서 면접을 보고 들어가는 길이었다. 하루 종일 면접 일정 때문에 힘이 들어서 편의점에 머라도 좀 사가지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나온 꼬꼬면? 머 그거라도 먹을까해서...

그런데 누군가 날 처다본다. 누굴까? 피곤한데 자꾸 누가 날 잡는 것 같다.

편의점을 나와 길을 걷는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온다. ‘아~! 어떡하지?’

그때 앞서가는 남자가 갑자기 뒤돌아 본다.

‘힘내세요-’

헉...내 한 숨 소리를 들었나보다. 아...무서워....

‘실례했었습니다. 근데 힘은 내세요’

갑자기 그말에 웃음이 나오려다 눈물이 나왔다.

그래 누가 나에게 지금 힘내라고 말해 주었던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남편과 비슷한 나이대인 것 같다. 30대 중반 정도?

그러고는 획 돌아서 앞서 걸어간다. 가만히 뒤에서 보니 재미있다. 술을 한 잔 했나보다. 그러고는 우리 아파트 쪽으로 간다. 난 집이 그쪽이나 급히 내 갈길을 갔다.





10. 난 원래 음식이었어요.



취직을 준비하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구직자들이 시간이 남아서인지 심심해서인지 구직자 카페에는 늘 신기한 것들이 많다. 그러던 중 우연히 소라를 알게 되고 난 호기심반 두려움 반의 마음으로 하나씩 보게 되었다. 난 처음엔 야한 사진들을 볼 자신도 없었다. 난 소설이 좋았다. 그나마 나 혼자서 상상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부끄럽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우연히 SM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용어들이 이해는 안 되었지만 그동안 수동적으로 살던 내가 지금 혼자 외따로 있으면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누가 날 지켜주었으면 해.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누굴 만나고 누구와 어떻게 해본다는 생각은 안 해보았다. 그래도 난 유부녀니까.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았다. 남편이 없는 동안 자위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난 가끔씩 속옷만 입고 집안에서 자위하는 것을 즐겼다. 이것이 내가 아는 가장 안전한 섹스라고 생각했으니까.

처음에는 컴퓨터 앞에서 소라를 보며 치마를 걷어 올리고 내 가슴과 클리를 만지면서 느끼기 시작했다. 내 음탕함에 점점 신음 소리가 커지면 난 절정을 느끼기 전에 보통은 그만 둔다. 누가 들으면 챙피할 거니까.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난 속옷 바람에 거실 한 복판에서 업드려 즐긴다. 마치 뒤에서 누가 쑤셔주는 것을 상상하며... 이젠 컴퓨터 모니터보다 비타 500 병과 손가락을 쑤시며 음탕한 말들이 나도 모르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혼자 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지고 정말 누군가와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아니 어쩌면 나의 음탕함을 누군가의 구속으로 채워 넣고 싶었다.



그날도 면접을 보고 들어오면서 편의점에 들렀다. 요즘은 면접 준비하느라고 밥을 못먹을 때가 많다. 그런데 그때 그 남자가 또 서있는 것이다. 참 신기했다. 늘 라면 코너에 서있는 그 남자...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저기요...’

‘밥은 먹고 다니세요!’라고 말했다. 그냥 고맙다는 말보다 라면 코너에 서성이는 그 남자에게 필요한 말인 것 같으니까.

‘네..그쪽도 밥은 먹고 다니세요-’ 그의 머쓱한 목소리.

나는 ‘그럼 사주세요’ 라고 당돌하게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머 좋아하세요?’

그의 말에 머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거나 잘 먹어요’

‘그럼 요 앞 밥집에 가요’라는 말에 난 당황했다.

‘동네 사람 봐요-’그래...여자는 의식을 한다...남의 눈을.

‘그럼 차에 타세요’ 그의 말에 난 묘한 설레임을 가지고 따라 나섰다. 다행히 아파트 입구 밖에 차가 있었다.

차를 타고 살짝 고민되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차를 타기 전 해야 했다.

난 차를 타버렸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따라 나서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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