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의 시간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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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딸 은희가 태어나 돌을 맞았다. 돌잔치가 끝나고 하객들이 모두 돌아간 뒤 혜숙은 썰렁해진 집에서 자신의 마음이 많이 비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혜숙에게 찬석과의 달콤함 신혼생활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럴수록 혜숙은 찬석의 품을 찾았고 찬석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혜숙이 찬석에게 파고들수록 그 행복을 지키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자신의 마음엔 이상하게 허전함이 차올랐다. 두 사람 모두 혜숙의 이 허전함이 무엇인지 몰랐다.
[미숙이니?]
[언니, 이게 얼마만이에요]
[응, 미안해 연락 못해서]
[언니 잘 지내죠? 언니만 잘 살면 되죠]
[응, 신랑이 잘해줘]
[언니는 이뻐서 누구랑 살아도 사랑 받을 거야]
[나 애기 낳았어]
[진짜요? 딸? 아들?]
[딸]
[진짜 이쁘겠다. 언니 많이 닮았어요?]
[아직 커봐야 알 거 같아. 얼마 전에 돌이었어]
[보고 싶다. 언제 놀러 가도 돼요?]
[그래, 한 번 와, 근데 변호사님 요새도 만나니?]
[아니요, 언니 없는데 뭐하러...그 때 언니 결혼하고 나서 안 만났어요. 변호사님이 만나자고 조르긴 했는데...]
[그랬구나...너도 별일 없지?]
[네, 애인도 생겼어요]
[남자?]
[아니요, 저 여자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여자에요]
[그렇구나, 너 바이라 여자 남자 다 좋아했잖아]
[그래도 여자가 훨씬 좋아요 남자들은 그냥 그래요]
[훗 그랬구나, 조만간 집에 한번 놀러와]
혜숙은 미숙의 목소리를 듣자 다시 몸 안에서 생기가 돋아나고 있음을 느꼈다.
세 사람은 혜숙의 집 거실에서 술상을 마주 하고 앉았다.
[형부, 언니 이쁘니까 좋죠?]
[네, 그럼요]
[형부, 말 낮추세요]
[으응, 그래]
[언니, 그만 이리와. 먹을 거 충분해]
혜숙이 접시에 안주를 더 챙겨왔다. 찬석과 미숙은 이 날 처음 보는 사이였다. 아내를 잘 따르는 젊은 후배가 연신 찬석을 형부라고 부르는 통에 찬석은 기분이 들떠 있었다. 미숙의 짧은 청치마 때문에 미숙이 앉은 자세를 바꿀 때마다 치마속의 하얀 팬티가 눈에 들어와 찬석은 한껏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도 형부 같은 사람 있으면 시집가고 싶다]
[으흠...]
미숙의 칭찬에 찬석은 계면쩍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당신, 오늘은 혼자 편하게 자요, 내가 미숙이랑 밀린 얘기나 좀 더 하고 애 데리고 잘게요]
찬석은 다음 날을 위해 자는 시간을 항상 시계추처럼 정확하게 지키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부터 그런 찬석을 바라보면서 혜숙은 밤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언니, 형부 진짜 괜찮다]
[그러니? 근데 그냥 요즘 좀 그래]
[왜 언니 형부랑 안 좋아?]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문제야]
[왜? 언니...]
[요새 사는 게...나도 잘 모르겠어]
[권태기 왔나보다...]
[글쎄, 그런가?]
[첨엔 좋았지?]
[응, 그런데 안 그래야지 하면서 자꾸 딴 생각 나]
[언니, 처녀 적에...]
[응, 왜?]
[변호사 아저씨가 그랬는데 언니 결혼하고 시간 좀 지나면 자기 찾을 거랬어]
미숙은 말하면서 혜숙의 브래지어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아...]
혜숙이 가벼운 신음소리를 냈다.
[언니, 다시 변호사 아저씨 만날 거야?]
[아니, 절대...]
[그래, 형부랑 애기만 생각해...]
[그래야지...]
[언니 나 진짜 언니 보고 싶었어]
미숙이 혜숙의 입술을 덮쳤다. 갑자기 입속에 침입한 미숙의 혀를 빨면서 혜숙은 옛날 생각이 났다.
혜숙은 몸이 뜨거운 여자였다. 한편의 마음과 달리 혜숙은 그 남자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준석과의 첫 데이트 때도 그 남자의 미션을 수행할 정도로 혜숙은 암캐놀이에 깊이 빠져 있었다. 항문에 애널 플러그를 꼽고 보지엔 삶은 계란이 든 콘돔을 끼우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미션이 끝없이 그녀에게 주어졌다. 길에서 술에 취한 척 모르는 사람에게 강간을 당하기도 했다. 미숙과의 만남도 미션 중의 하나였다. 레즈 카페에서 미숙을 만나고 미숙을 두 사람의 쓰리섬에 끌어들인 것도 혜숙 자신이었다.
미숙의 혀가 혜숙의 보지를 헤집고 있었다. 옆에서 자고 있는 딸아이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아주 낯선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미숙아]
[언니, 나 진짜 언니 좋아하는 거 알죠?]
[응, 미숙아, 나 좀 어떻게 해줘]
[근데 언니 처녀 때 생각 많이 나요?]
[그런 가봐, 그냥 많이 답답해...]
미숙이 혜숙의 귀에 속삭이기 위해 다가왔다. 미숙의 호흡이 혜숙의 귀를 간지럽히자 혜숙은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온 몸에 혈액이 숨차게 공급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미숙이 살짝 혜숙의 귀를 핥았다.
[미숙아 나 좋아... 어쩌니?]
[언니는 원래 미션 수행한 거였잖아, 레즈는 아니었지 않아?]
[몰라, 하다 보니까 좋아졌나 봐, 너 생각 많이 났어]
[언니 좋으면 가끔 올게....나야 언니 좋아하니까 좋은데 예전 언니 놀던 거...]
[그런 거 다 잊었어...]
[진짜? 그래도 하고 싶을 때 많을 거 같아]
혜숙은 미숙이 옛날을 생각하게 하자 웅크리고 있던 마음이 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의 자신은 한 마리 앙큼한 암캐였다. 몹시 격렬한 감정을 어떤 식으로든 주고받아야 직성이 풀리곤 했었다.
[응, 미숙아, 나 한 대만 때려줘]
미숙이 가볍게 혜숙의 뺨을 때렸다.
[아, 미숙아]
[언니, 형부 저 방에 자니까 더 짜릿하지 않아?]
혜숙은 미숙이 남편을 언급하자 스스로 싸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식어버린 커피를 먹는 심정이 되었다.
[아니, 남편 얘기 하지 마]
[으응....언니]
혜숙이 찬석을 떠올리자 찬석의 마음 깊은 곳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길이 완전히 막혀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혜숙은 언젠가부터 자신이 이중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혜숙은 미숙의 손이 자신의 클리토리스에 닿자 다시 피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언니, 좋아?]
[응, 계속 해줘 미숙아]
미숙이 손가락을 혜숙의 보지 안으로 넣자 혜숙은 허리를 꼬며 반응했다. 능숙한 미숙의 손길이 혜숙의 몸을 불덩어리로 만들고 있었다. 혜숙은 자신을 누군가 몹시 학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배어나오고 있었다. 자신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어느 중턱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니, 좋아?]
[응, 미숙아 너무 좋아]
[근데 옛날이랑 좀 달라..]
[아니야, 좋아]
혜숙은 미숙이 자신의 감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 지 그것을 말하는 순간 모든 흥분이 깨끗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미숙은 혜숙의 마음에 들어오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듯이 미숙은 혜숙의 귀에 대고 혜숙이 원하는 말을 했고 혜숙은 그제야 모든 결박이 풀리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혜숙아, 너 내가 싸줄까?]
[아, 미숙아]
[다 젖을 텐데...]
[괜찮아 빨면 돼 해줘]
[해주세요 해봐]
[해주세요]
[그래 언니, 이 걸레야 너 이런 거 좋아하는 거 알아]
미숙이 자신의 뺨을 한 대 더 때리자 혜숙은 심장이 뭉클거리며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예전처럼 누워있는 혜숙을 올라타고 보지를 혜숙의 얼굴에 비볐다. 혜숙은 미숙의 보지냄새를 맡자 더욱 흥분해 게걸스럽게 미숙의 보지를 빨았다.
[다 젖을 텐데]
[괜찮아 빨면 돼, 해줘 미숙아]
미숙은 흥건하게 혜숙의 얼굴 위에 오줌을 쌌고 혜숙은 자신의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해방감을 맛보았다.
[언니, 보지물 장난 아니야]
미숙이 혜숙의 보지를 다시 빨기 시작하면서 혜숙은 이제 옛날의 자신으로 고스란히 돌아가 있었다. 미숙의 손가락에 혜숙은 몇 차례 오르가즘을 느꼈다.
찬석은 변함없이 약국 일에 충실하고 시간 어기는 일 없이 퇴근하여 집안일을 거들었다. 두 사람은 겉모습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부부였지만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서로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있었다. 혜숙이 그 남자를 제 발로 찾아가 만나면서부터 두 사람의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처음엔 자신의 생활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혜숙은 집안일을 등한시 하는 것은 물론 아이를 돌보는 일마저도 가정부에게 맡기다 시피하고 밖으로 돌았다. 찬석보다 늦게 귀가하기가 일쑤였다. 찬석도 혜숙도 둘의 사랑을 어떻게 다시 찾아야 하는지 방법을 모른 채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혜숙의 상습적인 약물 섭취와 남자들과의 문란한 성생활은 계속 이어졌고 스스로 그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온순한 성격의 찬석이었지만 둘 간의 부부싸움도 빈번해졌다.
초등학생이 된 은희를 안고 재우던 찬석이 은희가 잠들자 시계를 보았다. 벌써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술에 취해도 항상 집에 꼬박 꼬박 들어오던 아내였다. 가정부 아주머니도 벌써 한 잠을 자고 있었다. 찬석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아내는 끝내 그 날 집에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다가 다정하던 아내와 이렇게 사이가 벌어졌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찬석은 자신이 아내를 더욱 사랑했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자신은 그래도 일이 있고 은희를 돌보는 낙으로 살았다고 해도 아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허전함에 비틀거릴 때 잡아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 아팠다. 어린 딸 은희도 더 이상 엄마 곁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혜숙은 갈 때까지 갔다. 혜숙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혜숙이 이혼을 할 수 있는 정신상태도 아니었다. 일단 치료가 필요했다. 혜숙의 약물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감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혼 따위는 그 다음이었다. 그 맘 때쯤 이 비극을 모른 채 고향으로 내려가 사시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찬석을 간신히 버티고 서있을 수 있게 해 준 유일한 버팀목은 어린 딸 은희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은희와 함께 찬석은 혜숙의 면회를 다녀왔다. 혜숙은 병원에 있으면서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었다. 혜숙도 과거를 후회하는 빛이 역력했다. 찬석은 온화하게 미소 짓는 혜숙에게서 과거의 화사했던 처녀 적 모습을 떠 올렸다. 하지만 혜숙에게는 자신을 강제 입원시킨 찬석에 대한 미움도 없지 않았다. 엄마에게 정을 붙이지 못한 은희는 혜숙이 팔을 벌려 오라고 해도 찬석의 손만을 꼭 쥔 채 가려하지 않았다. 은희는 엄마의 정을 모르고 자라고 있었다.
밖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가자 가정부 아주머니가 곤히 자다 만 얼굴로 힘들게 인사를 했다. 면회를 다녀오느라 피곤했을 터인데 은희는 찬석과 달리 아직 쌩쌩하다. 아이를 씻기고 큰 수건으로 둘둘 말아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 대충 치우고 들어갔을 때 아니나 다를까 이미 은희는 깊이 잠이 들어 있었다. 은희 방이 따로 있었지만 은희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찬석과 안방에 있는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잤다. 은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찬석은 점점 커갈수록 혜숙의 미모를 쏙 빼 닮아간다고 생각했다. 은희가 아들이었으면 혜숙이 저러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멀리 다녀오느라 피곤했던 찬석도 이내 잠에 빠졌다.
새벽에 깨어났을 때 은희는 찬석의 자지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것은 은희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은희에게 찬석의 자지는 엄마의 젖인 셈이었다. 늘 은희는 더듬대지 않고 정확하고 신속하게 찬석의 자지를 잘 찾아냈다. 은희는 발기된 상태를 좋아했다. 은희에게 아빠의 자지는 장난감이었고 언제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진정제였다.
제지를 한다는 것이 그만 언제부터인지 이렇게 되어버렸다. 찬석이 꼼지락거리자 은희가 빳빳하게 선 찬석의 자지를 더욱 꼭 쥐었다. 은희는 자신이 완전히 잠에서 깰 때까지 늘 찬석이 옆에 있기를 원했다. 저녁에 잘 때도 칭얼댈 때가 많았지만 아침엔 꼭 이렇게 1시간 정도 어리광을 부려야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다.
은희가 아빠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벼왔다. 그리곤 은희가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었다. 찬석이 따로 성생활을 해서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은희에게서 성적 느낌을 받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이런 깊은 은희와의 정서적 유대감이 찬석의 성적인 욕망을 많이 완화했을 것이다. 찬석이 입술을 갖다 대주자 은희가 부족한 모정을 채우려는 듯 찬석의 입술을 빨았다.
은희가 찬석의 자지를 마치 어른들이 하는 성행위처럼 아래위로 훑어가며 키스에 몰두하자 찬석은 자신의 자지에서 여자 보지의 그 끈적임을 찾는 강열한 욕망이 퍼지고 있음을 느꼈다. 찬석은 스스로 흠칫 놀랐다.
혜숙은 몇 차례 퇴원과 입원을 반복했다. 혜숙이 완전히 집으로 돌아온 것은 은희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고 나서였다. 혜숙이 먼저 이혼얘기를 꺼냈다. 찬석은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했다. 혜숙은 자신이 이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자신의 마음속에 애정의 결핍이 도사리고 있을 거라고 스스로 자신에게 변명해 보았다. 그러나 입원해 있으면서 자신이 누구보다 자기중심적이라는 사실과 자신이 갈증 나 한 것은 언제나 그 남자가 주는 자극과 흥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찬석에게 미안했다. 자신이 채우려고 했던 그 무엇이 찬석이 원하는 아내의 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란 것을 잘 알았다. 혜숙은 앞으로도 자신이 없었다. 자신은 극심한 자극 속에서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허무감을 이겨낼 수 있었다. 혜숙은 찬석의 곁을 떠나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태의 발단은 여름의 어느 아침이었다. 날씨는 아침부터 푹푹 찌기 시작했다. 혜숙은 안방에서 혼자 기거하고 은희와 찬석은 은희 방에서 함께 잠을 잤다. 여름날이라 새벽에도 벌써 날은 환히 밝았다. 혜숙이 은희와 찬석의 방문을 열었을 때 혜숙은 그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은희가 팬티 밖으로 나온 찬석의 자지를 만지면서 둘은 정신없이 키스를 하고 있었다.
조용히 문을 닫고 방으로 돌아온 혜숙은 찬석이 자신과 달리 잘 버티고 사는 이유가 이것이었다는 것에 심한 배신감을 떨칠 수 없었다. 혜숙이 방문을 열었다는 것을 안 찬석은 혜숙에게 설명할 시간이 있을 거라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이후 변명할 기회를 보고 있었지만 그로부터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광기어린 격랑의 시간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찬석은 딸의 강간범으로 구속되었고 언제 촬영 되었는지 모르는 은희와 찬석의 사진 한 장이 증거로 제출되었다. 그 이후 은희의 성행위 흔적에 대한 의사의 소견서도 제출 되었다. 찬석은 은희의 보지에 자지를 넣는다는 것을 생각조차 한 일이 없다. 하지만 의사의 소견서엔 상습적으로 성행위를 했다는 진단이 들어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은희와 떨어져 산적이 없었으니 찬석이 구속된 이후 은희에게 생긴 일이 아니면 그것은 조작된 것이 틀림없다고 찬석은 생각했다. 이혼이 결정되고 재산은 분할되었다. 친구에게 소개받은 변호사가 찬석을 적극적으로 돕기는 했지만 감옥 안에서 찬석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은희를 걱정하면서 그렇게 세월을 보내야했다.
사실 혜숙은 용의주도한 사람이 못되었다. 혜숙의 옆에 그 남자가 있었다. 일련의 사태는 그 변호사 남자가 주도적으로 혜숙을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혜숙이 다시 병원에 입원하기 전의 생활로 돌아가면서 다시 접한 약물은 혜숙에게 자신의 의지라는 것을 완전히 상실케 했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은 거짓 변명에 불과했다.
혜숙과 그 남자는 은희를 데리고 동거를 시작하면서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는 쾌락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 남자도 결국 이혼한 뒤였다. 어린 은희는 한 번도 자신을 항변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은희는 자주 혜숙과 그 남자의 음란한 성적 희롱에 내몰렸다. 악몽 같던 은희의 생활은 혜숙과 그 남자가 마약사범으로 구속되면서 끝이 났다.
찬석은 감옥에 있으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혜숙과 은희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찬석은 변호사에게 면회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은희를 좀 보살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결국 혜숙의 구속으로 자유롭게 된 은희가 변호사와 함께 찬석의 면회를 올 수 있게 되었다. 3년이 넘어 만난 은희는 이미 다 큰 처녀꼴이 났다. 찬석과 은희는 아무 말 없이 끌어안고 한참동안 울기만 했다. 오래 떨어져 있던 간격을 두 사람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빠, 내가 탄원서 많이 내고 또 변호사님이 노력을 해서 아빠 곧 나올 수 있대]
[아빤 괜찮아. 혜미야, 아저씨 말씀 잘 듣고 잘 먹고 건강하게 있어, 아빠가 나가면 이제 아빠랑 살면 돼]
은희의 목소리도 조금은 어른스러워졌다. 커가면서 은희는 누가 봐도 혜숙의 딸이었다. 은희가 야무지게 다물고 있는 입술 탓인지 은희는 고혹적인 엄마 혜숙보다 자신감 있고 강인해 보였다. 웃는 은희의 얼굴을 보면서 찬석은 자신이 살아있었어야 하는 당연한 이유를 실감했다.
얼마 뒤 찬석이 출소를 하고 찬석과 은희는 방이 2개인 작은 아파트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몰라도 방을 따로 써야한다고 찬석이 은희를 설득해도 은희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다 큰 딸은 아빠랑 같이 자는 게 아니야]
[나 아직 다 안 컸어. 크려면 아직 한참 남았어. 무슨 아빠가 딸을 미워해?]
[미워하는 거니? 그렇다는 거지. 에고]
[그러니까 나 다 클 때까지만 같이 자]
은희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은희 모르게 찬석이 혜숙을 만나고 온 것 외에는 두 사람에게 별 다른 일은 생기지 않았다. 혜숙은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예전의 화사한 미모가 얼굴에서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혜숙이 자신과의 결혼생활을 지켜내지 못하고 이렇게 불행한 삶을 선택한 그 이유가 찬석은 납득되지 않았다. 혜숙은 후회가 없다고 했다. 또 혜숙은 찬석을 다시 찾지 않겠다고 했으나 찬석은 자식 낳고 산 사람의 인연이 끊는다고 끊어지는 것일지 궁금했다. 찬석은 혜숙의 앞으로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강한 연민을 느꼈다. 혜숙이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는 찬석의 등 뒤에 이런 말을 던졌다.
[혜미 걔 어린애 아니야. 재혼하지 말고 데리고 살아]
그간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찬석은 혜숙이 아직도 자신과 은희 관계를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혜숙이 전혀 다른 뜻으로 하는 말이란 것을 찬석은 알지 못했다.
찬석이 제약회사에 취직을 하고 은희는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했다. 두 사람의 생활은 빠르게 안정되어 갔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파출부 아주머니가 오후에 와서 빨래와 청소, 저녁꺼리와 아침식사를 준비해놓고 갔다. 찬석과 은희는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침대에 누워 밀린 부녀간의 정을 나누느라 지치도록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빠 학원에 아저씨 아줌마들이 많아서 나 이뻐 죽을라 그래]
은희한테 안 어울리게 검정 고시학원에는 뒤늦게 공부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찬석은 은희가 생활의 리듬을 위해 학원에 꼭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찬석도 집에서 은희를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쳤다.
[재밌고 좋지 뭐. 조금만 더 다녀. 검정고시는 쉬우니까 그것만 끝나면 안가도 돼]
[아니, 싫다는 게 아니고 아저씨 아줌마들 늙어서 공부하는 거 좀 불쌍해]
[그것도 좋은 취미야, 맨날 술 마시고 노래방가고 그런다고 무슨 재미냐?]
[아빠는 왜 술 안 마셔? 친구 없어?]
[별 볼일 없이 무슨 술을 마셔?]
찬석은 은희의 걱정이 무엇인지 몰랐다.
[사람들이랑 안 어울려도 회사에서 아빠 인기 되게 많아. 여자들이 아빠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럼 당연하지. 울 아빠 브아이핀데. 잘생겼지 또 똑똑하지. 음......]
은희가 찬석의 얼굴을 손으로 한번 쓰다듬고는 준석의 품을 파고들었다. 하긴 그랬다. 술자리가 적지 않았으나 찬석은 퇴근하자마자 집에 오기 바빴다. 공부도 시켜야 했지만 은희와 지내는 시간을 빼앗기기 싫었다. 은희는 자신보다 다른 것에 찬석의 마음을 빼앗기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다른 것이란 여자를 의미했다.
찬석이 다니는 제약회사는 대부분의 매출이 음료나 흔한 기초약품들이었다. 하지만 자산이나 매출의 부피가 큰 회사였고 연구에 만만치 않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었다. 회사의 규모 로 인해 늘 거래처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다.
그날 찬석은 자신과 상관도 없는 약품 용기를 생산하는 거래처 직원들과 휩쓸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한 여자와 단 둘만 이어진 술자리를 하게 되었다.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집 방향이 같아 함께 오다가 준석의 집 앞에서 한 모금 술을 더하자고 서로 마음이 통했을 뿐이었다.
은희에겐 이미 늦겠다고 전화를 해 놓은 터라 마음 놓고 그녀와 작은 포장마차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은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응, 은희야]
[아빠, 어디야?]
[집 앞이야. 집 앞에서 회사 분들이랑 술 한 잔 하고 있어]
[아 글쿠나. 아빠 그럼 언제와]
[한 30분안에 갈거야. 씻고 졸리면 자고 있어]
[근데 아빠 나 손으로 이렇게 밀면 때나와. 아빠 빨리 와서 목욕하자]
[아, 그렇구나 알았어. 오늘은 일단 그냥 자고 내일 봐서 하자]
[그럼 빨리 와야 돼]
[응. 알아써 울 공주님]
갑자기 무슨 때 타령인지 준석은 영문을 몰랐다. 하긴 샤워를 매일 해도 가끔은 때도 밀고 그래야하긴 했다. 그렇다고 같이 목욕을 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고 은희는 이때부터 좀 수상했다.
찬석은 마주 앉은 여자의 눈빛에서 자신이 무척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하는 강한 신호를 감지 할 수 있었다. 찬석 자신이 외로우니까 넘겨짚는 감정일지도 몰랐다.
[따님이 아빠를 무척 따르나 봐요]
[예, 둘만 살고 외로우니까 자꾸 더 그런 거 같아요]
찬석과 여자가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또 은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응 우리 공주님 아빠 금방 갈게, 왜?]
[누구랑 있어?]
[어떤 고운 아주머니랑 둘이 있지. 왜?]
이 말이 은희를 폭발 시킬 줄은 찬석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은희는 꾸역꾸역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교활하게 다시 물었다.
[아, 그렇구나. 아빠 너무 많이 마시지마. 근데 거기 어디야?]
찬석은 중요한 정보를 말하고 말았다.
[여기 XX 실내 포장마차야. 인제 자. 아빠 금방 가]
찬석과 그 여자는 은희가 도착할 때까지 그런 소동이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은희가 실내 포장마차에 불쑥 들어섰다. 은희는 아무 예고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억설과 행패로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야, 딸은 목욕을 못해서 그냥 손으로 밀면 때가 질질 나오는 데 아빠라는 사람이 여자랑 술 마시면서 노닥거리고 있어도 돼?]
그 여자와 주위 사람들은 찬석의 점잖은 분위기에 맞지 않는 너무도 황당한 이 사태를 파악하느라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씨발, 나는 잠도 못자고 목욕도 못하고.. 씨발...너는 술만 쳐 먹으면 다냐? 그게 아빠냐?]
은희는 당당하게 그 여자와 아빠를 번갈아 보면서 욕을 해댔다. 취기가 약간 오른 찬석은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은희를 달래려 말했다.
[은희야,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이러지 우리 공주님이?]
[씨발 아빠면 뭐해? 딸이 목욕도 못하고 이러고 있는데 이렇게 어떤 년이랑 술만 쳐먹고]
찬석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당황하여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계산을 하는 둥 마는 둥 그 여자에게 거듭 고개 숙여 미안하단 인사를 하고 은희를 앞세워 허둥지둥 포장마차를 빠져 나왔다. 혜미의 팔을 잡고 끌다시피 얼마를 걸어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골목으로 돌아 선 찬석은 은희에게 단호하고 위엄있는 말투로 물었다.
[왜그래? 혜미야]
아빠가 늦게 와 화가 난 것은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광적인 은희의 행동을 찬석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어린 딸에게 무조건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 순간 은희가 와락 찬석의 허리를 껴안았다.
[미안, 아빠 화내지 마. 아빠 응? 근데 그 아줌마 못생겼어]
[아니 아빠랑 일 때문에 만나는 거잖아 그 아줌마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일 때문이면 낮에 만나지, 왜 집에 까지 와서 술먹어? 나 기다리는데]
[아니 얘기가 길어지다 보면....]
[아빠가 다른 아줌마 만나고 나 버리면 나 죽을 거야]
혜미가 얼마나 세게 안고 있는지 찬석은 허리에 가벼운 통증을 느꼈다. 은희는 이때부터 죽을거야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은희야 일단 이거 놔봐.. 아빠가 잘못해써.. 너무 아파]
은희는 팔을 풀고 웃으면서 찬석을 올려다보았다.
[아빠 나 밉지?]
[딸이 미운 아빠가 어딨어?]
[지금 아빠가 나 미워하잖아]
[아니 다른 사람들 있는데서 그러면 애꿎은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잖아]
[내가 누구 때렸어? 뭐 뿌셨어? 나 그 아줌마 싫다고]
[......]
찬석은 할 말을 잃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아빠를 좋아해서 이런 행동을 하기도 했겠지만 그 동안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으면 아이가 이럴까 싶어 찬석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얼토당토 않는 행동을 하는 은희였지만 물끄러미 딸의 얼굴을 바라보던 준석은 어둠속에나마 은희의 얼굴이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다.
찬석은 은희가 자신이 얼마나 이쁜지 가늠하고 있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화를 내기 보단 빨리 달래서 집으로 가자 생각하고 은희의 어깨를 감싸고 집으로 향했다.
[은희야 그럼 은희 시집가기 전까지 아빠 다른 아줌마 만나지 마?]
[응 당연하지]
[그럼 은희 시집가면 만나도 돼?]
[아니 안돼]
[그건 왜?]
[나 시집 안가고 끝까지 아빠랑 살거니까]
[아빠 죽을 때까지?]
[응]
[으이구 퍽이나. 공주님 알았어 어서 가자]
찬석은 그날 밤 은희의 말이 어린아이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집에 들어왔을 때 은희가 욕조에 받아놓은 물은 다 식어 있었다.
[아빠 내가 다시 물 받을께. 아빠는 들어가서 옷 벗고 빨리 와]
[아니이...같이 하게?]
[엉, 그럼 같이 안해? 아빠 왜 나 안 씻어줄라고 그래?]
[다 큰 딸은 아빠랑 목욕 같이 하는 거 아니야]
[또또...나 아직 다 안 컸어]
[다 컸어 이제]
[아빠 나 미워?]
[아니 안 미워 우리 천사가 왜 미워?]
[나 막 때 밀려. 때 밀어 줘야지. 나 막 때가 꼬질꼬질하면 좋겠어? 좋겠냐고?]
[알았어. 알았어. 때 밀어줄게 어서 들어가]
찬석은 특별히 목욕을 같이 하고 싶지 않다는 것 보다는 그래도 아빠로서 어떤 태도가 바람직한 것인지 판단이 안 서 망설이고 있었다. 저렇게 원하면 그냥 하는 것이 뭐가 나쁘랴 싶기도 하고 주저되는 바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냥 하기로 했다. 옷을 벗고 손으로 자지를 가린 채 찬석이 욕실에 들어서자 은희는 물을 받으며 욕조에 앉아 있었다.
[이리 들어와 아빠 때 불리자]
은희는 찬석이 들어오도록 일어서서 자리를 내 준 다음 찬석을 욕조에 기대어 앉히고 자신은 찬석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 찬석의 가슴에 기대어 누웠다. 물이 점차로 차 올라오고 있었다. 물이 욕조에 가득 차 수도꼭지를 잠그자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다. 증기가 피어올랐지만 욕실 문을 열어 둔 탓에 욕실 안은 쾌적하고 아늑했다.
[아빠 내 가슴 좀 만져봐 많이 컸지?]
찬석은 어색해 하며 팔을 욕조난간에 올려놓고 있었다. 은희의 그 말에 순간 당황했지만 아까 들어 올 때부터 봉긋한 은희의 가슴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젖꼭지 색깔이며 탄력 있어 보이는 젖가슴이 더 이상 완벽하게 그려낼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운 기하적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아빠는 딸 가슴 만지는 거 아니야. 나중에 네 신랑이 만지는 거야]
[아이~~ 만져보라고. 빨리]
찬석은 가슴을 손바닥으로 한번 살짝 감싼 다음 바로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러자 은희가 찬석의 손을 붙잡고 가슴에 계속 붙여 두었다.
[아빠 손 떼지 마. 떼지 말라고 했어. 손 떼지 말고 있어. 그러고 내말 들어]
[으응... 그래]
찬석은 긴장한 채 어색하게 은희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었다.
[있잖아 아빠 나 어린애 아니거든 다 알거든]
[.......]
[나 아빠랑 살 거야. 그냥 사는 게 아니고 부부처럼, 그리고 애도 낳을 거야]
찬석은 은희의 말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은 혜미야 네 생각이 그럴지 모르겠는데 더 크면 좋은 신랑을 만나 시집가서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거야}
[아빠]
[응?]
[아빠는 나를 딸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또 내가 어리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아빠로 좋아하는 거랑 남자로 좋아하는 거랑 구별 못해서 내가 이러는 거 아니라니까. 나 다 컸어, 아빠]
찬석은 뜨거운 물 때문에 몸이 나른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은희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편안한 이완을 즐겼다.
[나는 아빠가 아빠라서 좋은 게 아니구 진짜 사랑하는 거야. 자기 아빠랑 결혼하고 싶다는 건 농담으로 그러거나 어려서 뭘 몰라서 그러거나 그러는 거잖아. 근데 나는 그게 아니라니까...아빠가 어떤 아줌마랑 재혼해도 난 아빠 여자야. 얘기 할 동안 손 떼지 말라고, 계속 만지고 있어. 아빠 난 아빠를 사랑해. 사랑하는 감정이랑 아빠라서 좋은 거랑 내가 구별 못하는 거 같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찬석은 어이가 없었다. 은희의 말이 당돌하게 느껴졌다. 어색해서 가슴에서 손을 살짝 떼려고 하면 은희는 자기 손으로 감싸 손을 가슴에서 치우지 못하게 했다. 은희는 강력한 어조로 자기주장을 펼쳤다.
[아무리 아빠래도 아무리 아빠를 좋아하는 딸이래도 가슴 만지라고 하는 딸은 없어. 아빠 알아?]
[,,,...]
[난 아빠 사랑한다고. 나도 아빠가 내가 이러면 나 싫어할까봐 안 그러려고 했는데 그러다 오늘처럼 진짜 아빠 뺏기면 난 못살아. 난 진짜 죽어, 아빠. 지금은 모르지만 아빠도 날 사랑하게 될 거야, 이쁘지? 어리지? 성격 좋지? 아빠 잘 이해하지? 공부도 잘 할 거고 우리 서방님 밥도 잘해주고 빨래도 잘 해 줄 거야. 애기도 낳아 줄 거고, 이런 여자가 어디 있냐?]
준석은 할 말을 잃었다. 은희가 도발적인 것은 꼭 제 엄마 혜숙을 닮았다.
[은희야, 알겠는데, 지금은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면 네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아]
[난 엄마처럼 아빠 안 떠나. 아빠랑 애들 많이 낳고 살다가 아빠가 나보다 먼저 죽으면 애들 다 컸으면 따라 죽고 애들 뒷바라지 할 거 남았으면 다 하고 따라 죽을 거야. 그년이 나한테 그랬어. 자기는 실수였다고. 아빠를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 그 때 자기감정을 잘 몰랐다고. 그래서 내가 그랬어. 나는 정말 아빠 사랑한다고. 아빠로서 말고. 몇 번 나랑 얘기했는데 나 보구 아빠랑 결혼해서 살으래. 화나서 속 뒤집으려고 한 말이 아니고. 진심으로. 물어봐 나중에라도, 정말이야. 그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래도 엄만데 엄마가 그렇게 말할 때는 여자끼리는 서로 아는 게 있단 말이야, 아빠한테도 그렇고 나한테도 인간 같지 않게 굴었지만 그 때만은 그년이 진심으로 말한 거야, 아빠 놓치지 말고 아빠랑 행복하게 살라고]
은희의 눈에서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찬석은 저번에 혜숙을 만나고 나올 때 혜숙이 찬석의 뒤통수에 대고 한 말의 뜻을 이제야 깨달았다. 찬석은 은희를 되돌려 마주 보게 앉혔다.
[나중에 어쩌려구 그래 ? 그리고 나중엔 후회하게 돼. 그 때는 어쩔 거야?]
은희는 울음이 섞여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면서도 이 말에 대답을 해야 아빠에게 자기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가...흑...후회하게 될 거.....같으면 이러겠어? 남들이...남들이...미친년이라고 할 거 뻔히 알면서. 어지간하면 나도...허윽... 안 그러고 싶었어. 근데 아빠를 사랑하는 걸 나더러 어떡하라고”
은희는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찬석의 가슴에 안겨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찬석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찬석은 자신이 부재하는 시간 동안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모르지만 딸에 대한 연민으로 마음 한 구석이 몹시 아파왔다. 찬석은 은희를 꼭 안고 맘껏 울도록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울음이 대충 멈추자 은희가 찬석에게서 가슴을 떼고 찬석을 올려다보았다. 눈물범벅이 된 은희의 얼굴에서 준석은 슬픔과 아름다움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잠시 쳐다보다가 곧 바로 서로의 입술을 찾았고 혀를 얼기설기 섞어가며 침이 온 얼굴에 뒤범벅이 되도록 오랫동안 키스를 나눴다. 키스 중간 중간에 찬석은 은희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자기 딸 은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찬석은 무얼 하든 은희가 하는 대로 내 버려 둘 참이었다.
[미숙이니?]
[언니, 이게 얼마만이에요]
[응, 미안해 연락 못해서]
[언니 잘 지내죠? 언니만 잘 살면 되죠]
[응, 신랑이 잘해줘]
[언니는 이뻐서 누구랑 살아도 사랑 받을 거야]
[나 애기 낳았어]
[진짜요? 딸? 아들?]
[딸]
[진짜 이쁘겠다. 언니 많이 닮았어요?]
[아직 커봐야 알 거 같아. 얼마 전에 돌이었어]
[보고 싶다. 언제 놀러 가도 돼요?]
[그래, 한 번 와, 근데 변호사님 요새도 만나니?]
[아니요, 언니 없는데 뭐하러...그 때 언니 결혼하고 나서 안 만났어요. 변호사님이 만나자고 조르긴 했는데...]
[그랬구나...너도 별일 없지?]
[네, 애인도 생겼어요]
[남자?]
[아니요, 저 여자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여자에요]
[그렇구나, 너 바이라 여자 남자 다 좋아했잖아]
[그래도 여자가 훨씬 좋아요 남자들은 그냥 그래요]
[훗 그랬구나, 조만간 집에 한번 놀러와]
혜숙은 미숙의 목소리를 듣자 다시 몸 안에서 생기가 돋아나고 있음을 느꼈다.
세 사람은 혜숙의 집 거실에서 술상을 마주 하고 앉았다.
[형부, 언니 이쁘니까 좋죠?]
[네, 그럼요]
[형부, 말 낮추세요]
[으응, 그래]
[언니, 그만 이리와. 먹을 거 충분해]
혜숙이 접시에 안주를 더 챙겨왔다. 찬석과 미숙은 이 날 처음 보는 사이였다. 아내를 잘 따르는 젊은 후배가 연신 찬석을 형부라고 부르는 통에 찬석은 기분이 들떠 있었다. 미숙의 짧은 청치마 때문에 미숙이 앉은 자세를 바꿀 때마다 치마속의 하얀 팬티가 눈에 들어와 찬석은 한껏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도 형부 같은 사람 있으면 시집가고 싶다]
[으흠...]
미숙의 칭찬에 찬석은 계면쩍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당신, 오늘은 혼자 편하게 자요, 내가 미숙이랑 밀린 얘기나 좀 더 하고 애 데리고 잘게요]
찬석은 다음 날을 위해 자는 시간을 항상 시계추처럼 정확하게 지키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부터 그런 찬석을 바라보면서 혜숙은 밤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언니, 형부 진짜 괜찮다]
[그러니? 근데 그냥 요즘 좀 그래]
[왜 언니 형부랑 안 좋아?]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문제야]
[왜? 언니...]
[요새 사는 게...나도 잘 모르겠어]
[권태기 왔나보다...]
[글쎄, 그런가?]
[첨엔 좋았지?]
[응, 그런데 안 그래야지 하면서 자꾸 딴 생각 나]
[언니, 처녀 적에...]
[응, 왜?]
[변호사 아저씨가 그랬는데 언니 결혼하고 시간 좀 지나면 자기 찾을 거랬어]
미숙은 말하면서 혜숙의 브래지어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아...]
혜숙이 가벼운 신음소리를 냈다.
[언니, 다시 변호사 아저씨 만날 거야?]
[아니, 절대...]
[그래, 형부랑 애기만 생각해...]
[그래야지...]
[언니 나 진짜 언니 보고 싶었어]
미숙이 혜숙의 입술을 덮쳤다. 갑자기 입속에 침입한 미숙의 혀를 빨면서 혜숙은 옛날 생각이 났다.
혜숙은 몸이 뜨거운 여자였다. 한편의 마음과 달리 혜숙은 그 남자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준석과의 첫 데이트 때도 그 남자의 미션을 수행할 정도로 혜숙은 암캐놀이에 깊이 빠져 있었다. 항문에 애널 플러그를 꼽고 보지엔 삶은 계란이 든 콘돔을 끼우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미션이 끝없이 그녀에게 주어졌다. 길에서 술에 취한 척 모르는 사람에게 강간을 당하기도 했다. 미숙과의 만남도 미션 중의 하나였다. 레즈 카페에서 미숙을 만나고 미숙을 두 사람의 쓰리섬에 끌어들인 것도 혜숙 자신이었다.
미숙의 혀가 혜숙의 보지를 헤집고 있었다. 옆에서 자고 있는 딸아이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아주 낯선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미숙아]
[언니, 나 진짜 언니 좋아하는 거 알죠?]
[응, 미숙아, 나 좀 어떻게 해줘]
[근데 언니 처녀 때 생각 많이 나요?]
[그런 가봐, 그냥 많이 답답해...]
미숙이 혜숙의 귀에 속삭이기 위해 다가왔다. 미숙의 호흡이 혜숙의 귀를 간지럽히자 혜숙은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온 몸에 혈액이 숨차게 공급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미숙이 살짝 혜숙의 귀를 핥았다.
[미숙아 나 좋아... 어쩌니?]
[언니는 원래 미션 수행한 거였잖아, 레즈는 아니었지 않아?]
[몰라, 하다 보니까 좋아졌나 봐, 너 생각 많이 났어]
[언니 좋으면 가끔 올게....나야 언니 좋아하니까 좋은데 예전 언니 놀던 거...]
[그런 거 다 잊었어...]
[진짜? 그래도 하고 싶을 때 많을 거 같아]
혜숙은 미숙이 옛날을 생각하게 하자 웅크리고 있던 마음이 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의 자신은 한 마리 앙큼한 암캐였다. 몹시 격렬한 감정을 어떤 식으로든 주고받아야 직성이 풀리곤 했었다.
[응, 미숙아, 나 한 대만 때려줘]
미숙이 가볍게 혜숙의 뺨을 때렸다.
[아, 미숙아]
[언니, 형부 저 방에 자니까 더 짜릿하지 않아?]
혜숙은 미숙이 남편을 언급하자 스스로 싸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식어버린 커피를 먹는 심정이 되었다.
[아니, 남편 얘기 하지 마]
[으응....언니]
혜숙이 찬석을 떠올리자 찬석의 마음 깊은 곳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길이 완전히 막혀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혜숙은 언젠가부터 자신이 이중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혜숙은 미숙의 손이 자신의 클리토리스에 닿자 다시 피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언니, 좋아?]
[응, 계속 해줘 미숙아]
미숙이 손가락을 혜숙의 보지 안으로 넣자 혜숙은 허리를 꼬며 반응했다. 능숙한 미숙의 손길이 혜숙의 몸을 불덩어리로 만들고 있었다. 혜숙은 자신을 누군가 몹시 학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배어나오고 있었다. 자신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어느 중턱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니, 좋아?]
[응, 미숙아 너무 좋아]
[근데 옛날이랑 좀 달라..]
[아니야, 좋아]
혜숙은 미숙이 자신의 감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 지 그것을 말하는 순간 모든 흥분이 깨끗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미숙은 혜숙의 마음에 들어오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듯이 미숙은 혜숙의 귀에 대고 혜숙이 원하는 말을 했고 혜숙은 그제야 모든 결박이 풀리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혜숙아, 너 내가 싸줄까?]
[아, 미숙아]
[다 젖을 텐데...]
[괜찮아 빨면 돼 해줘]
[해주세요 해봐]
[해주세요]
[그래 언니, 이 걸레야 너 이런 거 좋아하는 거 알아]
미숙이 자신의 뺨을 한 대 더 때리자 혜숙은 심장이 뭉클거리며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예전처럼 누워있는 혜숙을 올라타고 보지를 혜숙의 얼굴에 비볐다. 혜숙은 미숙의 보지냄새를 맡자 더욱 흥분해 게걸스럽게 미숙의 보지를 빨았다.
[다 젖을 텐데]
[괜찮아 빨면 돼, 해줘 미숙아]
미숙은 흥건하게 혜숙의 얼굴 위에 오줌을 쌌고 혜숙은 자신의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해방감을 맛보았다.
[언니, 보지물 장난 아니야]
미숙이 혜숙의 보지를 다시 빨기 시작하면서 혜숙은 이제 옛날의 자신으로 고스란히 돌아가 있었다. 미숙의 손가락에 혜숙은 몇 차례 오르가즘을 느꼈다.
찬석은 변함없이 약국 일에 충실하고 시간 어기는 일 없이 퇴근하여 집안일을 거들었다. 두 사람은 겉모습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부부였지만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서로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있었다. 혜숙이 그 남자를 제 발로 찾아가 만나면서부터 두 사람의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처음엔 자신의 생활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혜숙은 집안일을 등한시 하는 것은 물론 아이를 돌보는 일마저도 가정부에게 맡기다 시피하고 밖으로 돌았다. 찬석보다 늦게 귀가하기가 일쑤였다. 찬석도 혜숙도 둘의 사랑을 어떻게 다시 찾아야 하는지 방법을 모른 채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혜숙의 상습적인 약물 섭취와 남자들과의 문란한 성생활은 계속 이어졌고 스스로 그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온순한 성격의 찬석이었지만 둘 간의 부부싸움도 빈번해졌다.
초등학생이 된 은희를 안고 재우던 찬석이 은희가 잠들자 시계를 보았다. 벌써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술에 취해도 항상 집에 꼬박 꼬박 들어오던 아내였다. 가정부 아주머니도 벌써 한 잠을 자고 있었다. 찬석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아내는 끝내 그 날 집에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다가 다정하던 아내와 이렇게 사이가 벌어졌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찬석은 자신이 아내를 더욱 사랑했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자신은 그래도 일이 있고 은희를 돌보는 낙으로 살았다고 해도 아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허전함에 비틀거릴 때 잡아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 아팠다. 어린 딸 은희도 더 이상 엄마 곁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혜숙은 갈 때까지 갔다. 혜숙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혜숙이 이혼을 할 수 있는 정신상태도 아니었다. 일단 치료가 필요했다. 혜숙의 약물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감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혼 따위는 그 다음이었다. 그 맘 때쯤 이 비극을 모른 채 고향으로 내려가 사시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찬석을 간신히 버티고 서있을 수 있게 해 준 유일한 버팀목은 어린 딸 은희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은희와 함께 찬석은 혜숙의 면회를 다녀왔다. 혜숙은 병원에 있으면서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었다. 혜숙도 과거를 후회하는 빛이 역력했다. 찬석은 온화하게 미소 짓는 혜숙에게서 과거의 화사했던 처녀 적 모습을 떠 올렸다. 하지만 혜숙에게는 자신을 강제 입원시킨 찬석에 대한 미움도 없지 않았다. 엄마에게 정을 붙이지 못한 은희는 혜숙이 팔을 벌려 오라고 해도 찬석의 손만을 꼭 쥔 채 가려하지 않았다. 은희는 엄마의 정을 모르고 자라고 있었다.
밖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가자 가정부 아주머니가 곤히 자다 만 얼굴로 힘들게 인사를 했다. 면회를 다녀오느라 피곤했을 터인데 은희는 찬석과 달리 아직 쌩쌩하다. 아이를 씻기고 큰 수건으로 둘둘 말아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 대충 치우고 들어갔을 때 아니나 다를까 이미 은희는 깊이 잠이 들어 있었다. 은희 방이 따로 있었지만 은희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찬석과 안방에 있는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잤다. 은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찬석은 점점 커갈수록 혜숙의 미모를 쏙 빼 닮아간다고 생각했다. 은희가 아들이었으면 혜숙이 저러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멀리 다녀오느라 피곤했던 찬석도 이내 잠에 빠졌다.
새벽에 깨어났을 때 은희는 찬석의 자지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것은 은희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은희에게 찬석의 자지는 엄마의 젖인 셈이었다. 늘 은희는 더듬대지 않고 정확하고 신속하게 찬석의 자지를 잘 찾아냈다. 은희는 발기된 상태를 좋아했다. 은희에게 아빠의 자지는 장난감이었고 언제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진정제였다.
제지를 한다는 것이 그만 언제부터인지 이렇게 되어버렸다. 찬석이 꼼지락거리자 은희가 빳빳하게 선 찬석의 자지를 더욱 꼭 쥐었다. 은희는 자신이 완전히 잠에서 깰 때까지 늘 찬석이 옆에 있기를 원했다. 저녁에 잘 때도 칭얼댈 때가 많았지만 아침엔 꼭 이렇게 1시간 정도 어리광을 부려야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다.
은희가 아빠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벼왔다. 그리곤 은희가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었다. 찬석이 따로 성생활을 해서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은희에게서 성적 느낌을 받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이런 깊은 은희와의 정서적 유대감이 찬석의 성적인 욕망을 많이 완화했을 것이다. 찬석이 입술을 갖다 대주자 은희가 부족한 모정을 채우려는 듯 찬석의 입술을 빨았다.
은희가 찬석의 자지를 마치 어른들이 하는 성행위처럼 아래위로 훑어가며 키스에 몰두하자 찬석은 자신의 자지에서 여자 보지의 그 끈적임을 찾는 강열한 욕망이 퍼지고 있음을 느꼈다. 찬석은 스스로 흠칫 놀랐다.
혜숙은 몇 차례 퇴원과 입원을 반복했다. 혜숙이 완전히 집으로 돌아온 것은 은희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고 나서였다. 혜숙이 먼저 이혼얘기를 꺼냈다. 찬석은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했다. 혜숙은 자신이 이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자신의 마음속에 애정의 결핍이 도사리고 있을 거라고 스스로 자신에게 변명해 보았다. 그러나 입원해 있으면서 자신이 누구보다 자기중심적이라는 사실과 자신이 갈증 나 한 것은 언제나 그 남자가 주는 자극과 흥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찬석에게 미안했다. 자신이 채우려고 했던 그 무엇이 찬석이 원하는 아내의 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란 것을 잘 알았다. 혜숙은 앞으로도 자신이 없었다. 자신은 극심한 자극 속에서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허무감을 이겨낼 수 있었다. 혜숙은 찬석의 곁을 떠나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태의 발단은 여름의 어느 아침이었다. 날씨는 아침부터 푹푹 찌기 시작했다. 혜숙은 안방에서 혼자 기거하고 은희와 찬석은 은희 방에서 함께 잠을 잤다. 여름날이라 새벽에도 벌써 날은 환히 밝았다. 혜숙이 은희와 찬석의 방문을 열었을 때 혜숙은 그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은희가 팬티 밖으로 나온 찬석의 자지를 만지면서 둘은 정신없이 키스를 하고 있었다.
조용히 문을 닫고 방으로 돌아온 혜숙은 찬석이 자신과 달리 잘 버티고 사는 이유가 이것이었다는 것에 심한 배신감을 떨칠 수 없었다. 혜숙이 방문을 열었다는 것을 안 찬석은 혜숙에게 설명할 시간이 있을 거라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이후 변명할 기회를 보고 있었지만 그로부터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광기어린 격랑의 시간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찬석은 딸의 강간범으로 구속되었고 언제 촬영 되었는지 모르는 은희와 찬석의 사진 한 장이 증거로 제출되었다. 그 이후 은희의 성행위 흔적에 대한 의사의 소견서도 제출 되었다. 찬석은 은희의 보지에 자지를 넣는다는 것을 생각조차 한 일이 없다. 하지만 의사의 소견서엔 상습적으로 성행위를 했다는 진단이 들어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은희와 떨어져 산적이 없었으니 찬석이 구속된 이후 은희에게 생긴 일이 아니면 그것은 조작된 것이 틀림없다고 찬석은 생각했다. 이혼이 결정되고 재산은 분할되었다. 친구에게 소개받은 변호사가 찬석을 적극적으로 돕기는 했지만 감옥 안에서 찬석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은희를 걱정하면서 그렇게 세월을 보내야했다.
사실 혜숙은 용의주도한 사람이 못되었다. 혜숙의 옆에 그 남자가 있었다. 일련의 사태는 그 변호사 남자가 주도적으로 혜숙을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혜숙이 다시 병원에 입원하기 전의 생활로 돌아가면서 다시 접한 약물은 혜숙에게 자신의 의지라는 것을 완전히 상실케 했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은 거짓 변명에 불과했다.
혜숙과 그 남자는 은희를 데리고 동거를 시작하면서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는 쾌락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 남자도 결국 이혼한 뒤였다. 어린 은희는 한 번도 자신을 항변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은희는 자주 혜숙과 그 남자의 음란한 성적 희롱에 내몰렸다. 악몽 같던 은희의 생활은 혜숙과 그 남자가 마약사범으로 구속되면서 끝이 났다.
찬석은 감옥에 있으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혜숙과 은희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찬석은 변호사에게 면회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은희를 좀 보살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결국 혜숙의 구속으로 자유롭게 된 은희가 변호사와 함께 찬석의 면회를 올 수 있게 되었다. 3년이 넘어 만난 은희는 이미 다 큰 처녀꼴이 났다. 찬석과 은희는 아무 말 없이 끌어안고 한참동안 울기만 했다. 오래 떨어져 있던 간격을 두 사람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빠, 내가 탄원서 많이 내고 또 변호사님이 노력을 해서 아빠 곧 나올 수 있대]
[아빤 괜찮아. 혜미야, 아저씨 말씀 잘 듣고 잘 먹고 건강하게 있어, 아빠가 나가면 이제 아빠랑 살면 돼]
은희의 목소리도 조금은 어른스러워졌다. 커가면서 은희는 누가 봐도 혜숙의 딸이었다. 은희가 야무지게 다물고 있는 입술 탓인지 은희는 고혹적인 엄마 혜숙보다 자신감 있고 강인해 보였다. 웃는 은희의 얼굴을 보면서 찬석은 자신이 살아있었어야 하는 당연한 이유를 실감했다.
얼마 뒤 찬석이 출소를 하고 찬석과 은희는 방이 2개인 작은 아파트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몰라도 방을 따로 써야한다고 찬석이 은희를 설득해도 은희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다 큰 딸은 아빠랑 같이 자는 게 아니야]
[나 아직 다 안 컸어. 크려면 아직 한참 남았어. 무슨 아빠가 딸을 미워해?]
[미워하는 거니? 그렇다는 거지. 에고]
[그러니까 나 다 클 때까지만 같이 자]
은희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은희 모르게 찬석이 혜숙을 만나고 온 것 외에는 두 사람에게 별 다른 일은 생기지 않았다. 혜숙은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예전의 화사한 미모가 얼굴에서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혜숙이 자신과의 결혼생활을 지켜내지 못하고 이렇게 불행한 삶을 선택한 그 이유가 찬석은 납득되지 않았다. 혜숙은 후회가 없다고 했다. 또 혜숙은 찬석을 다시 찾지 않겠다고 했으나 찬석은 자식 낳고 산 사람의 인연이 끊는다고 끊어지는 것일지 궁금했다. 찬석은 혜숙의 앞으로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강한 연민을 느꼈다. 혜숙이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는 찬석의 등 뒤에 이런 말을 던졌다.
[혜미 걔 어린애 아니야. 재혼하지 말고 데리고 살아]
그간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찬석은 혜숙이 아직도 자신과 은희 관계를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혜숙이 전혀 다른 뜻으로 하는 말이란 것을 찬석은 알지 못했다.
찬석이 제약회사에 취직을 하고 은희는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했다. 두 사람의 생활은 빠르게 안정되어 갔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파출부 아주머니가 오후에 와서 빨래와 청소, 저녁꺼리와 아침식사를 준비해놓고 갔다. 찬석과 은희는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침대에 누워 밀린 부녀간의 정을 나누느라 지치도록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빠 학원에 아저씨 아줌마들이 많아서 나 이뻐 죽을라 그래]
은희한테 안 어울리게 검정 고시학원에는 뒤늦게 공부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찬석은 은희가 생활의 리듬을 위해 학원에 꼭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찬석도 집에서 은희를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쳤다.
[재밌고 좋지 뭐. 조금만 더 다녀. 검정고시는 쉬우니까 그것만 끝나면 안가도 돼]
[아니, 싫다는 게 아니고 아저씨 아줌마들 늙어서 공부하는 거 좀 불쌍해]
[그것도 좋은 취미야, 맨날 술 마시고 노래방가고 그런다고 무슨 재미냐?]
[아빠는 왜 술 안 마셔? 친구 없어?]
[별 볼일 없이 무슨 술을 마셔?]
찬석은 은희의 걱정이 무엇인지 몰랐다.
[사람들이랑 안 어울려도 회사에서 아빠 인기 되게 많아. 여자들이 아빠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럼 당연하지. 울 아빠 브아이핀데. 잘생겼지 또 똑똑하지. 음......]
은희가 찬석의 얼굴을 손으로 한번 쓰다듬고는 준석의 품을 파고들었다. 하긴 그랬다. 술자리가 적지 않았으나 찬석은 퇴근하자마자 집에 오기 바빴다. 공부도 시켜야 했지만 은희와 지내는 시간을 빼앗기기 싫었다. 은희는 자신보다 다른 것에 찬석의 마음을 빼앗기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다른 것이란 여자를 의미했다.
찬석이 다니는 제약회사는 대부분의 매출이 음료나 흔한 기초약품들이었다. 하지만 자산이나 매출의 부피가 큰 회사였고 연구에 만만치 않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었다. 회사의 규모 로 인해 늘 거래처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다.
그날 찬석은 자신과 상관도 없는 약품 용기를 생산하는 거래처 직원들과 휩쓸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한 여자와 단 둘만 이어진 술자리를 하게 되었다.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집 방향이 같아 함께 오다가 준석의 집 앞에서 한 모금 술을 더하자고 서로 마음이 통했을 뿐이었다.
은희에겐 이미 늦겠다고 전화를 해 놓은 터라 마음 놓고 그녀와 작은 포장마차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은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응, 은희야]
[아빠, 어디야?]
[집 앞이야. 집 앞에서 회사 분들이랑 술 한 잔 하고 있어]
[아 글쿠나. 아빠 그럼 언제와]
[한 30분안에 갈거야. 씻고 졸리면 자고 있어]
[근데 아빠 나 손으로 이렇게 밀면 때나와. 아빠 빨리 와서 목욕하자]
[아, 그렇구나 알았어. 오늘은 일단 그냥 자고 내일 봐서 하자]
[그럼 빨리 와야 돼]
[응. 알아써 울 공주님]
갑자기 무슨 때 타령인지 준석은 영문을 몰랐다. 하긴 샤워를 매일 해도 가끔은 때도 밀고 그래야하긴 했다. 그렇다고 같이 목욕을 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고 은희는 이때부터 좀 수상했다.
찬석은 마주 앉은 여자의 눈빛에서 자신이 무척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하는 강한 신호를 감지 할 수 있었다. 찬석 자신이 외로우니까 넘겨짚는 감정일지도 몰랐다.
[따님이 아빠를 무척 따르나 봐요]
[예, 둘만 살고 외로우니까 자꾸 더 그런 거 같아요]
찬석과 여자가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또 은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응 우리 공주님 아빠 금방 갈게, 왜?]
[누구랑 있어?]
[어떤 고운 아주머니랑 둘이 있지. 왜?]
이 말이 은희를 폭발 시킬 줄은 찬석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은희는 꾸역꾸역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교활하게 다시 물었다.
[아, 그렇구나. 아빠 너무 많이 마시지마. 근데 거기 어디야?]
찬석은 중요한 정보를 말하고 말았다.
[여기 XX 실내 포장마차야. 인제 자. 아빠 금방 가]
찬석과 그 여자는 은희가 도착할 때까지 그런 소동이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은희가 실내 포장마차에 불쑥 들어섰다. 은희는 아무 예고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억설과 행패로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야, 딸은 목욕을 못해서 그냥 손으로 밀면 때가 질질 나오는 데 아빠라는 사람이 여자랑 술 마시면서 노닥거리고 있어도 돼?]
그 여자와 주위 사람들은 찬석의 점잖은 분위기에 맞지 않는 너무도 황당한 이 사태를 파악하느라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씨발, 나는 잠도 못자고 목욕도 못하고.. 씨발...너는 술만 쳐 먹으면 다냐? 그게 아빠냐?]
은희는 당당하게 그 여자와 아빠를 번갈아 보면서 욕을 해댔다. 취기가 약간 오른 찬석은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은희를 달래려 말했다.
[은희야,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이러지 우리 공주님이?]
[씨발 아빠면 뭐해? 딸이 목욕도 못하고 이러고 있는데 이렇게 어떤 년이랑 술만 쳐먹고]
찬석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당황하여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계산을 하는 둥 마는 둥 그 여자에게 거듭 고개 숙여 미안하단 인사를 하고 은희를 앞세워 허둥지둥 포장마차를 빠져 나왔다. 혜미의 팔을 잡고 끌다시피 얼마를 걸어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골목으로 돌아 선 찬석은 은희에게 단호하고 위엄있는 말투로 물었다.
[왜그래? 혜미야]
아빠가 늦게 와 화가 난 것은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광적인 은희의 행동을 찬석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어린 딸에게 무조건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 순간 은희가 와락 찬석의 허리를 껴안았다.
[미안, 아빠 화내지 마. 아빠 응? 근데 그 아줌마 못생겼어]
[아니 아빠랑 일 때문에 만나는 거잖아 그 아줌마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일 때문이면 낮에 만나지, 왜 집에 까지 와서 술먹어? 나 기다리는데]
[아니 얘기가 길어지다 보면....]
[아빠가 다른 아줌마 만나고 나 버리면 나 죽을 거야]
혜미가 얼마나 세게 안고 있는지 찬석은 허리에 가벼운 통증을 느꼈다. 은희는 이때부터 죽을거야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은희야 일단 이거 놔봐.. 아빠가 잘못해써.. 너무 아파]
은희는 팔을 풀고 웃으면서 찬석을 올려다보았다.
[아빠 나 밉지?]
[딸이 미운 아빠가 어딨어?]
[지금 아빠가 나 미워하잖아]
[아니 다른 사람들 있는데서 그러면 애꿎은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잖아]
[내가 누구 때렸어? 뭐 뿌셨어? 나 그 아줌마 싫다고]
[......]
찬석은 할 말을 잃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아빠를 좋아해서 이런 행동을 하기도 했겠지만 그 동안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으면 아이가 이럴까 싶어 찬석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얼토당토 않는 행동을 하는 은희였지만 물끄러미 딸의 얼굴을 바라보던 준석은 어둠속에나마 은희의 얼굴이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다.
찬석은 은희가 자신이 얼마나 이쁜지 가늠하고 있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화를 내기 보단 빨리 달래서 집으로 가자 생각하고 은희의 어깨를 감싸고 집으로 향했다.
[은희야 그럼 은희 시집가기 전까지 아빠 다른 아줌마 만나지 마?]
[응 당연하지]
[그럼 은희 시집가면 만나도 돼?]
[아니 안돼]
[그건 왜?]
[나 시집 안가고 끝까지 아빠랑 살거니까]
[아빠 죽을 때까지?]
[응]
[으이구 퍽이나. 공주님 알았어 어서 가자]
찬석은 그날 밤 은희의 말이 어린아이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집에 들어왔을 때 은희가 욕조에 받아놓은 물은 다 식어 있었다.
[아빠 내가 다시 물 받을께. 아빠는 들어가서 옷 벗고 빨리 와]
[아니이...같이 하게?]
[엉, 그럼 같이 안해? 아빠 왜 나 안 씻어줄라고 그래?]
[다 큰 딸은 아빠랑 목욕 같이 하는 거 아니야]
[또또...나 아직 다 안 컸어]
[다 컸어 이제]
[아빠 나 미워?]
[아니 안 미워 우리 천사가 왜 미워?]
[나 막 때 밀려. 때 밀어 줘야지. 나 막 때가 꼬질꼬질하면 좋겠어? 좋겠냐고?]
[알았어. 알았어. 때 밀어줄게 어서 들어가]
찬석은 특별히 목욕을 같이 하고 싶지 않다는 것 보다는 그래도 아빠로서 어떤 태도가 바람직한 것인지 판단이 안 서 망설이고 있었다. 저렇게 원하면 그냥 하는 것이 뭐가 나쁘랴 싶기도 하고 주저되는 바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냥 하기로 했다. 옷을 벗고 손으로 자지를 가린 채 찬석이 욕실에 들어서자 은희는 물을 받으며 욕조에 앉아 있었다.
[이리 들어와 아빠 때 불리자]
은희는 찬석이 들어오도록 일어서서 자리를 내 준 다음 찬석을 욕조에 기대어 앉히고 자신은 찬석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 찬석의 가슴에 기대어 누웠다. 물이 점차로 차 올라오고 있었다. 물이 욕조에 가득 차 수도꼭지를 잠그자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다. 증기가 피어올랐지만 욕실 문을 열어 둔 탓에 욕실 안은 쾌적하고 아늑했다.
[아빠 내 가슴 좀 만져봐 많이 컸지?]
찬석은 어색해 하며 팔을 욕조난간에 올려놓고 있었다. 은희의 그 말에 순간 당황했지만 아까 들어 올 때부터 봉긋한 은희의 가슴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젖꼭지 색깔이며 탄력 있어 보이는 젖가슴이 더 이상 완벽하게 그려낼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운 기하적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아빠는 딸 가슴 만지는 거 아니야. 나중에 네 신랑이 만지는 거야]
[아이~~ 만져보라고. 빨리]
찬석은 가슴을 손바닥으로 한번 살짝 감싼 다음 바로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러자 은희가 찬석의 손을 붙잡고 가슴에 계속 붙여 두었다.
[아빠 손 떼지 마. 떼지 말라고 했어. 손 떼지 말고 있어. 그러고 내말 들어]
[으응... 그래]
찬석은 긴장한 채 어색하게 은희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었다.
[있잖아 아빠 나 어린애 아니거든 다 알거든]
[.......]
[나 아빠랑 살 거야. 그냥 사는 게 아니고 부부처럼, 그리고 애도 낳을 거야]
찬석은 은희의 말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은 혜미야 네 생각이 그럴지 모르겠는데 더 크면 좋은 신랑을 만나 시집가서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거야}
[아빠]
[응?]
[아빠는 나를 딸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또 내가 어리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아빠로 좋아하는 거랑 남자로 좋아하는 거랑 구별 못해서 내가 이러는 거 아니라니까. 나 다 컸어, 아빠]
찬석은 뜨거운 물 때문에 몸이 나른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은희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편안한 이완을 즐겼다.
[나는 아빠가 아빠라서 좋은 게 아니구 진짜 사랑하는 거야. 자기 아빠랑 결혼하고 싶다는 건 농담으로 그러거나 어려서 뭘 몰라서 그러거나 그러는 거잖아. 근데 나는 그게 아니라니까...아빠가 어떤 아줌마랑 재혼해도 난 아빠 여자야. 얘기 할 동안 손 떼지 말라고, 계속 만지고 있어. 아빠 난 아빠를 사랑해. 사랑하는 감정이랑 아빠라서 좋은 거랑 내가 구별 못하는 거 같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찬석은 어이가 없었다. 은희의 말이 당돌하게 느껴졌다. 어색해서 가슴에서 손을 살짝 떼려고 하면 은희는 자기 손으로 감싸 손을 가슴에서 치우지 못하게 했다. 은희는 강력한 어조로 자기주장을 펼쳤다.
[아무리 아빠래도 아무리 아빠를 좋아하는 딸이래도 가슴 만지라고 하는 딸은 없어. 아빠 알아?]
[,,,...]
[난 아빠 사랑한다고. 나도 아빠가 내가 이러면 나 싫어할까봐 안 그러려고 했는데 그러다 오늘처럼 진짜 아빠 뺏기면 난 못살아. 난 진짜 죽어, 아빠. 지금은 모르지만 아빠도 날 사랑하게 될 거야, 이쁘지? 어리지? 성격 좋지? 아빠 잘 이해하지? 공부도 잘 할 거고 우리 서방님 밥도 잘해주고 빨래도 잘 해 줄 거야. 애기도 낳아 줄 거고, 이런 여자가 어디 있냐?]
준석은 할 말을 잃었다. 은희가 도발적인 것은 꼭 제 엄마 혜숙을 닮았다.
[은희야, 알겠는데, 지금은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면 네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아]
[난 엄마처럼 아빠 안 떠나. 아빠랑 애들 많이 낳고 살다가 아빠가 나보다 먼저 죽으면 애들 다 컸으면 따라 죽고 애들 뒷바라지 할 거 남았으면 다 하고 따라 죽을 거야. 그년이 나한테 그랬어. 자기는 실수였다고. 아빠를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 그 때 자기감정을 잘 몰랐다고. 그래서 내가 그랬어. 나는 정말 아빠 사랑한다고. 아빠로서 말고. 몇 번 나랑 얘기했는데 나 보구 아빠랑 결혼해서 살으래. 화나서 속 뒤집으려고 한 말이 아니고. 진심으로. 물어봐 나중에라도, 정말이야. 그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래도 엄만데 엄마가 그렇게 말할 때는 여자끼리는 서로 아는 게 있단 말이야, 아빠한테도 그렇고 나한테도 인간 같지 않게 굴었지만 그 때만은 그년이 진심으로 말한 거야, 아빠 놓치지 말고 아빠랑 행복하게 살라고]
은희의 눈에서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찬석은 저번에 혜숙을 만나고 나올 때 혜숙이 찬석의 뒤통수에 대고 한 말의 뜻을 이제야 깨달았다. 찬석은 은희를 되돌려 마주 보게 앉혔다.
[나중에 어쩌려구 그래 ? 그리고 나중엔 후회하게 돼. 그 때는 어쩔 거야?]
은희는 울음이 섞여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면서도 이 말에 대답을 해야 아빠에게 자기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가...흑...후회하게 될 거.....같으면 이러겠어? 남들이...남들이...미친년이라고 할 거 뻔히 알면서. 어지간하면 나도...허윽... 안 그러고 싶었어. 근데 아빠를 사랑하는 걸 나더러 어떡하라고”
은희는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찬석의 가슴에 안겨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찬석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찬석은 자신이 부재하는 시간 동안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모르지만 딸에 대한 연민으로 마음 한 구석이 몹시 아파왔다. 찬석은 은희를 꼭 안고 맘껏 울도록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울음이 대충 멈추자 은희가 찬석에게서 가슴을 떼고 찬석을 올려다보았다. 눈물범벅이 된 은희의 얼굴에서 준석은 슬픔과 아름다움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잠시 쳐다보다가 곧 바로 서로의 입술을 찾았고 혀를 얼기설기 섞어가며 침이 온 얼굴에 뒤범벅이 되도록 오랫동안 키스를 나눴다. 키스 중간 중간에 찬석은 은희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자기 딸 은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찬석은 무얼 하든 은희가 하는 대로 내 버려 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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