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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감나무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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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747 회 작성일 24-03-09 18: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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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 비가 내린다. 그것도 가뭇없는 소나기가 아니라, 일주일째 내리붓는 가을장마이다.



이 놈의 비는 정작 내려야 할 유월 칠월은 팔순할매 고쟁이에 오줌 지리듯 시시때때로 찔끔거리며 농사꾼 속을 태우더니, 청개구리 삼신이 들렸는지 때늦게 쏟아붓고 있다.



 



“ 아이고, 생지랄을 한다. 오랄땐 안오디만, 햇빛 한줌이 아쉬울 이때 뭔 지랄이고? 니미럴~ “



대청마루에 앉아 하릴없이 담배만 뻑뻑거리던 삼촌이 구멍돋?하늘을 쳐다보며 걸죽하니 욕설을 퍼부었다.



그도 그럴것이 입추가 지나면 그 해 농사를 판가름하는 것은 ‘햇볕’이다. 온갖 곡식이 익어가는 이즘은 풍년이냐 흉년이냐는 오로지 태양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일은 말할 것도 없고, 고추, 벼등 가을에 수확하는 모든 곡식에게는 말그대로 금싸라기 같은 햇볕이라 할것이다. 이때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과일은 달지않고, 벼는 병충해에 시달리며, 고추는 썩는다. 한해 농사를 망칠 수 도 있다.



 



“ 야 이눔아~! 아무리 그래도 지엄한 하늘에다 대고 그 따우로 말하는 기 어데있노? 배락 맞는다~ “



사랑방쪽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머니는 찌그덕 거리는 방문을 열고는 봉당(대청이나 방문앞에 흙으로 만든 기단)에 놓여진 고무신을 발에 꿰시며 도끼눈을 하고는 삼촌을 바라본다.



 



“ 벼락은 니미~ 할마씨 또 어데 갈라고 그카노? “



“ 아이고~ 까꿉증이 나서 못살겠다. 마실 한바퀴 돌고 오꾸마~ “



“ 비도 이키 오는데 할마씨 마실이 뭐고? 그카다 넘어지기라도 하만 우얄라꼬? “



“ 문디 자슥~ 내 걱정은 말고, 시간날 때 외양간이나 좀 치워놔라~ 벌써 며칠째 그카고 있노? 어이? 저래 더러분데 소가 잘 자겠나? 이 천하에 쓸모없는 자슥아~ “



우산을 펴시며 할머니는 잔소리를 늘어놓으셨다.



 



“ 아따~ 할마씨 또 시작했다. 알았구마~ 고만 좀 하고~ 빗길이나 조심하소 “



할머니의 폭풍잔소리에 삼촌은 일찌감치 두 손을 들어버렸다.



 



우리 삼촌… 김성배… 올해 31살… 작년에 결혼한 새신랑이다.



비록 할머니의 잔소리를 삼시세끼 밥보다 많이 얻어먹는 삼촌이지만, 우리 집안의 어엿한 가장이다. 우리 집 다섯식구의 입은 오롯이 삼촌 두 어깨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퉁명스럽게 툴툴거리는 삼촌이지만 저 듬직한 두 어깨로 10년넘게 이 집을 떠받치고 있었다.



 



“ 기훈아~ 내랑 외양간 좀 같이 치우자! “



대청마루에서 할머니와 삼촌의 말싸움을 한창 재미나게 쳐다보던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 알았다~ “



삼촌과 나는 14살 차이다. 올해 고2… 중학교때 까지만 해도 농삿일이나 집안일은 거의 열외였는데 고등학교 들어가자 마자 틈만나면 일을 부려먹는다.



 



“ 아씨~ 엄마랑 작은 엄마는 어데갔노? 방학숙제 해야 되는데…“



건성건성으로 소똥을 치우며, ?툴거리는 나를 보며, 삼촌이 피식 웃는다.



 



“ 아이고마 새끼~ 힘드나? 골마실 춘삼이 아제네 안갔나… 낼 그 집 큰아들 치운다꼬 일 도와주러 갔다. 기훈이 힘들면 고마 들어가라. 내 혼자 해도 된다. 니는 들어가서 숙제해라 “



 



늘 이렇다. 그래서 나는 삼촌이 좋다.



 



“ 삼촌 혼자 해도 되나? 미안쿠로~ “



“ 허허~ 됐다. 니는 마 일안해도 된다. 내 혼자 하기 심심해서 그런기다. 닌 공부 열심히 해가 니 아부지가 못시켜준 니엄니 호강 꼭 시켜주야 된다. 알았나? “



 



난 배시시 웃으며 삼촌을 봤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외양간의 소똥 치우는 일을 무슨 천직이라도 되는 양 웃통까지 벗어 제끼고 일하고 있는 삼촌은 나에게는 친구이자 큰형 같고, 또 아버지 같은 존재다.



골고루 잘 발달된 삼촌의 상체 근육에서 더운 김이 무럭무럭 피어 오른다.



 



“ 아이고, 삼촌… 비도 오고 하는데, 왜 이캐요? 고마 비 그치만 하던동 하지~ “



엄마가 사릿문을 열며 들어섰다. 머리에는 광주리를 이고 있었다. 아마도 잔칫집 일을 도와주고 먹거리를 좀 얻어오신 모양이다.



 



“ 엄마~ “  “ 형수 왔습니꺼? “



나와 삼촌은 동시에 엄마를 불렀다.



 



우리 엄마… 올해 37살… 20살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와서 25살에 청상이 되었다. 내 나이 5살 때 아버지를 먼저 보냈다. 아이는 당신이 키우겠다며 그만 딴 사람 찾아가라는 할머니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나를 버리지 않은 고마운 분이다.



 



나?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올해 17살… 평범한 고2학생이다.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고추가 다른 애들 보다 크다는 거 외엔…



얼마전 학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옆에서 오줌을 싸던 단짝 창수가 내껄 힐끗 거리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 우와아~~~! “



하고는 팔뚝을 들어 보였다.



 



“ 아이고, 저 땀 좀 보소~ 고마하고 저 수도가에 엎드리소. 내가 등목이라도 해주께요 “



엄마는 황급히 광주리를 마루에 내려놓더니 머리에 얹힌 수건을 풀고는 수돗가로 갔다.



 



“ 아… 괘안니더~ “



삼촌은 짐짓 빼는 듯 하더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수돗가에 엎드렸다.



엄마는 물 한바가지를 퍼서는 삼촌등에 끼얹으며 손으로 삼촌등을 여기저기 문질렀다. 등근육이 울끈불끈 하다.



 



“어이구 시원타~! “



삼촌이 과장된 감탄사를 내질렀다.



삼촌 오른쪽 옆구리에서 등목을 해주던 엄마는 물이 튀어 치마가 젓는지 치마를 말아 쥐고는 무릎 조금 위 허벅지 사이로 감아 넣는다.  그리고는 삼촌 머리맡으로 가더니 삼촌 머리위에도 찬물을 한바가지 들이 부었다.



 



“ 흡~! ”



삼촌은 헛바람을 삼키며 고개를 들더니 눈길을 어느 한곳에 고정시켰다.



바로 코앞에 있는 치마를 말아 감아넣은 엄마의 허벅지를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었다.



동시에… 나는 보았다.



엎드린 삼촌의 아랫도리에서 얼룩무늬 군복 바지를 뚫고 나올 듯이 솟아오르는 그것을…



우리 집안 남자들은 그것 큰 것이 유전인가 모양이다.



 



 



무소의 뿔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죠? 모두들 잘 계셨는가 모르겠습니다.



 



생업에 쫓겨(다른 말로는 게을려서) ‘호연리 연쇄살인사건’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소라에 걸맞는 것으로다가 하나 올립니다. 잘 될라나 모르겠습니다 ^^



‘호연리’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기다리는 분이 있을래나… 쩝…



 



가을장마입니다.



아마도 농사꾼들은 애가 탈겁니다. 제가 농군의 자식이라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우리 농산물 많이 애용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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