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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감나무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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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645 회 작성일 24-03-09 18: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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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부 잔칫집







“ kbs 아침 6시 뉴우스를 말씀드리겠니다.

첫번째 소식입니다.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어제 한강 성수대교 건설현장을 찾으시어 관계자 및 산업역군들을 격려하셨습니다. 각하께서는 산업역군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면서… “



삼촌이 크게 틀어놓은 전축의 라디오 소리에 잠을 깼다.



농촌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방문은 활짝 열려져 있었고, 삼촌은 외양간에서 소에게 줄 풀을 여물통에 담고 있었다.

비는 그쳐 있었다. 알싸한 아침공기가 선잠을 깨운다.



삼촌은 아침 5시가 좀 넘으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그리고는 곧바로 지게를 지고 뒷산에 올라가 아침이슬이 촉촉하게 배어있는 소꼴을 한 짐 그득하니 베어 와서는 그야말로 웰빙자연식을 소에게 아침으로 준다. 당연한 것이 소는 우리집 재산 1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봄에 송아지를 배서 온 식구가 신주단지 받들 듯 모시고 있다.



옆자리를 보니 엄마도 없다. 엄마의 아침도 삼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른 아침을 먹고 다들 밭으로 논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농촌의 하루 시작이라 역시 5시가 좀 넘으면 아침을 하러 일어난다.



그럼 숙모는?

아직… 쳐…자빠져 자고 있다.



“ 드르렁~ “

얼씨구? 코까지 곤다.

하기사 어제밤에 그 지랄을 했으니…. 뭐….



숙모의 아침 또한 늘 이렇다. 숙모가 엄마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는 것을 한두 번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엄마는 손위임에도 형님 대접을 못받고 있다.

그런 숙모를 삼촌이나 할머니는 늘 못마땅해하며 야단을 쳤다.

그래도 숙모는 꿋꿋하니 제 하고 싶은대로 한다.



밉다!

미운데…



이뿌다. 특히 엉덩이가 이뿌다. 엎드려서 자고 있음에도, 탱탱하니 톡 튀어나온 것이 완전 오리궁뎅이다.

어젯밤 철떡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에이 씨팔….!

또 선다.







“ 우리 장손 기후이~ 일났나? “

좀더 뭉기적 거릴려니 할머니께서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부르신다. 할머니는 나를 부르실 때 늘 접두사를 붙이신다.

‘우리 장손~ ‘



더 자고 싶은데… 어젯밤 그 난리통에 잠이 부족했다.



“ 아씨… 어~~~ 할매~ 일난다…. “

짜증스럽게 대답한 나는, 이불을 반쯤 걷어부치고 자고 있는 숙모의 엉덩이를 한번 더 바라보고는 새벽발기로 분기탱천한 그놈 대가리를 지긋이 누르면서 방문을 나섰다.



“ 기후이 잘잤나? 좀 더 자지 와~? “

삼촌이 웃통을 벗더니 수돗가로 가며 나를 유심히 보며 말했다.



‘ 삼촌 니 같으면 잘 잤겠나? ‘



하고 쏘아 붙힐려다…



“ 어… “

하곤 마지못해 대답했다.



“ 엄마는? “

“ …형수? 감나무한테 안갔겠나? “



엄마는 잘 잤을려나?





우리집에는 감나무가 세그루나 있다. 사릿문 입구에 단감나무 하나, 외양간 옆에 하나, 그리고 뒷마당에 또 하나…

이 셋중 키가 제일 큰 것이 뒷마당에 있는 감나무, 그 담이 사릿문쪽, 그리고 외양간 옆 나무다. 그 이유는 심은 순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릿문쪽 감나무는 내가 태어난 던 해 심은 것이고, 외양간 옆 나무는 삼촌이 작년에 결혼할 때 심은 것이다. 외양간 나무는 아직까지 내 허리까지 밖에 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뒷마당 나무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엄마가 시집올 때 심었다고 한다.



엄마는 그 나무를 제일 아낀다. 감이 가장 많이 열리기도 하지만, 씨알도 제일 굵고 실하며, 특히 홍시나 곶감을 만들었을 때 아주 달다. 아마도 우리 마을 감나무 중 최고로 맛있을 것이다.



뒷마당 감나무는 먹감나무다. 다 익으면 불그스럼한 주황색 껍질에 군데군데 먹을 칠해 놓은 것처럼 무늬가 있어 흔히들 먹감이라고 한다. 단감이 아니면 대부분의 감은 홍시나 곶감을 만들기전에는 떫다. 그런데 먹감은 더더욱 그 떫은 맛이 강하다. 하지만 다 익은 감을 따다가 껍질을 깍고 가을날 맑은 바람과 따가운 햇살에 말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하얀 당분이 표면을 덮으면서 떫음은 모두 사라지고, 입에서 살살 녹은 꿀 같은 곶감이 된다. 오죽했으면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이라고 했을까? 우리집 뒷마당 먹감나무에서 열리는 감으로 만든 곶감은 우리 동네에서 제일로 쳐준다.

잘만든 곶감은 쓰일 곳이 많다. 수정과에도 넣고, 떡 만들때도 넣는다. 귀한 것이라 시도때도 없이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사 끝나고 난 뒤 음복할때나 가끔씩 얻어 먹고, 또 할머니께서 집안장손이라며 할머니방 거렁(선반) 높은 곳에 신주단지 모시듯 모셔놓은 단지에서 곶감을 하나씩 꺼내어 몰래 주시곤 했다. 그때 그 맛이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이다.



홍시는 또 어떤가?

감을 따는 과정에서 흠집이 좀 낫거나 씨알이 시원찮은 놈들은 따로 빼서 홍시를 만든다. 엄마는 커다란 대나무 광주리에 그놈들을 가지런히 빼곡하게 채워서는 안방과 붙어있는 광에 고이 모셔둔다. 동지가 지나고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불 때면 꼭꼭 숨겨놓은 그 감들은 설탕보다 더 달콤한 홍시가 된다. 할머니께서 입맛이 없다고 하실 때면 엄마는 홍시를 하나씩 내드렸다.

그럴때면 항상 할머니께서는 “ 우리 장손 기후이꺼는? “ 하신다. 나는 헤헤거리며 덤으로 얻어먹곤 했다.



또…

모처럼 밤 늦게 공부한다고 양철로 만든 앉은뱅이 반상에 책을 펴고 있으면,

“ 아이고 내새끼~ 공부하나? “

하면서 또 홍시를 하나 꺼내오곤 했다.

그럴때면 항상 나는 게눈 감추듯 혼자 홀라당 먹어버리고는 손가락을 쭉쭉 빨면서 건성으로 말한다.

“ 엄마꺼는? “

“ 나는 괘안타~ 니 먹는것만 봐도 배부르다 “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곶감과 홍시를 주는 뒷마당 감나무를 엄마는 지극정성으로 아낀다.

아마도 어젯밤에 바람에 감 떨어진 것이 걱정 됐는지 아침밥을 다하자마자 괜찮나 싶어 보러 갔을 것이다.



“ 오늘은 비 좀 안올랑가요? “

뒷마당을 돌아나오며 엄마는 할머니를 보며 말했다.



“ 그케 말이다. 비 좀 안아와 할낀데… 걱정이다. 에이구… “

“ 올해 농사는 망쳤지 싶다. 좀 있음 태풍 온다고 라지오(라디오)에서 카던데… “

세수를 마친 삼촌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할머니의 말을 받았다.



“ 아이고… 그래도 뭐 우야겠노… 하늘이 하시는 일인데… 니는 밥먹고 논물 좀 보러 나가봐라 “

“ 내 어제 보이… 괘안터라. 아래께 논뚝 다져놨다 아이가? “

“ 그래도… 함 더 봐라…. 그건 글코… 쟈는 안일어나나? 몇신데 아직도 디비자고 있노? 어이? 내 참 살다살다 별 시안한(희안한) 인간도 다 본데이… 아침부터 속 천불난데이 “

“ 아이고 할마씨…. 쟈 저카는거 하루 이틀이가? 피곤한 갑지… 아침부터 할마씨 잔소리고? “

“ 이기 뭐라카노? 지 색시라고 니 지금 편드나? 어이? 이 호로자슥아~? “



뭐… 새롭지도 않다. 하루이틀 보아온 광경이 아니라서…

나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삼촌을 닥달하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는 도끼눈을 뜨고 삼촌을 보고있다.

삼촌은… 엄마를 보고 있었다.



엄마는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 텃밭에서 따온 고추며 상추를 씻고 계셨다.

뒤돌아서 쪼그리고 앉은 엄마는 나이롱 월남치마를 팽팽하니 당겨 다리 사이에 끼고 있었다. 당겨진 치마로 인해 엉덩이의 굴곡이 완연했다. 나이답지 않게 잘록한 허리로 인해 엄마의 엉덩이는 더욱 풍만해 보였다.



숙모의 엉덩이가 날씬하면서도 탱탱한 아가씨 엉덩이라면, 엄마의 엉덩이는 풍만하면서 부드러운 엉덩이다. 그렇다고 쳐지지는 않았다.



삼촌은 엄마의 어디를 보고 있을까?





온 식구가 아침밥상 앞에 둘러 앉았다.

할머니와 삼촌… 그리고 내가 큰 상…

엄마와 숙모가 작은 상…



큰 상을 먼저 차려서 대청마루로 내온다. 할머니,삼촌,내가 숟가락 드는 것을 보고, 엄마는 그제야 자기가 먹을 작은 상을 차린다. 작은 상 반찬은 큰 상 차리고 남은 반찬 몇가지로 대충 차린다.

엄마가 작은 상을 내올때쯤…

삼촌방문이 빼꼼히 열린다.

숙모가 눈꼽도 채 떨어지지 않는 얼굴로 겸연쩍게 웃으며 나온다.



“ 아이고… 형님~ 제가 차릴라 그랬는데…. “

우리들은 숙모를 곁눈질을 하고는 아무도 대꾸를 안한다. 늘 들어왔던 레파토리라서…



숙모가 엄마 맞은편에 앉으며…

“ 오늘도 된장에 고추… 아… 지겹데이~ “

이번에도 아무도 대꾸를 안한다. 역시 익숙하기 때문에… 아마도 곧이어

“ 아… 아침이라 입이 씹네요… (입맛이 쓰다) “ 이럴 것이다. 그런데….



“ 형님~ 어제 잠은 잘 잤어요? “

어…? 다른 말이네…



“ 웅… 뭐…. “

“ 그래요? 다행이다. 난 좀 걱정했는데… “



“ 으응~ 괘안타… 잘잤다 “

“ 그라만 오늘밤은 우예 할라고요? 자기 오늘 고칠 수 있나? “

“ 그케… 함 해봐야지.. 비만 안오면 우예 함 올라갈볼낀데… “

“ 오늘도 못고치만 우리방에서 또 자요~ 우리는 괘안으니까… 자기 맞제? 괘안체? “

“ 어?...응…. 괘안타…. 오늘 안되만 어제매로 우리방에서 자지요 뭐… “



엄마가 급히 손사래를 쳤다.



“ 아… 아이다. 오늘도 못고치만 기후이는 할매방에서 자고, 난 비 안떨어지는데 자만 된다. 걱정하지마래이~ “



두번이나 같이 자자고 조르는 숙모가 의아스럽다.

뭐야? 같이 또 자자는 말인가?



“ 오늘도 안되만, 나도 같이 삼촌방에 잘란다. 할매는 코골이땜에 시끄러버 못잔다. 알자나? “

“ 허허~ 우리 종손… 할매 코 안고께… 니는 내랑 같이 자자 “

“ 안한다. 그라만 엄마가 할매랑 같이 자라 “



순간 엄마가 당황스럽게 대답한다.

“ 어? 어... 그라까? “



“ 아니… 아니… 형님 불편타… 기훈아…. 니가 고마 어머니랑 자고, 형님은 우리랑 자요~~ 네? “

숙모가 급하게 끼어들었다.



어? 이건 뭐지? 어째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왠지… 엄마를 어떻게 해서든 자기네방에 재울려는…..

혹시… 삼촌이랑… 숙모가 엄마를?

갑자기 어젯밤 둘이 떡을 치며 한 대화가 떠오른다.



‘ 자기… 니… 형님 보지에 좆 박고 싶제…? ‘



이것들이….. 확!!!!



삼촌은 밥그릇에 고개를 쳐박고는 아무 말도 없다.



“ 안한다. 내는!!!!! 절대 할매 방에 못잔다!!!! “

나는 소리를 빽 질렀다.



“ 아… 알았다. 왜 소리를 지르고 그카노…. 오늘밤에도 같이 자자~ “

숙모가 마지못해 승낙했다.



때아닌 잠자리 문제로 난리를 친 아침식사가 그렇게 끝이 났다.



“ 춘삼이네 언제 갈라카노? “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와 숙모를 향해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 좀 있다 가봐야지요. 신랑신부는 몇시에 내려온다 하던가요? “

“ 그기사 내가 아나? 뭐 저녁때 안내려오겠나…. “

“ 아마도 점심때부터 손님들 안오겠어요? 시간 마차가 가보지요 뭐… 어무이도 너무 빨리 오시지 말고, 시간 마차가 오시소 “



춘삼이 아제는 7촌 아제다. 9촌인가? 잘 모르겠다.

얼마전에 대구에서 결혼식을 올린 그 집 둘째아들이 신혼여행을 마치고 오늘 마을 어른들께 인사하러 오는 날인 모양이다.



엄마와 숙모는 친척이고 하니 어제 오늘 일 거들어 주러 가는가 보다. 엄마는 좀 도움이 되겠지만, 숙모는 별로 도움이 안될텐데…. 또 어제처럼 술이나 마시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 니 가는거 좋은데 어제매로 술 먹지 마래이~ “

삼촌 역시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 이따 삼촌도 기후이 하고 같이 오시소 “



잠잠하던 하늘이 다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걱정스런 얼굴로 하늘을 쳐다 보았다.



“ 아이고.. 비가 이키 오만, 감도 제대로 안여물낀데…. “

“ 지금 감이 문제가 아이죠. 내사 나락이 걱정돼 죽겠구만… 형수는 참…. “

“ 호호~ 맞네요. 감이 문제가 아인데… 나는 감이 더 신경 쓰이네요… “

“ 엄마는 그저 감… 감…. 에휴~ “





할머니를 먼저 보내고, 삼촌과 나는 점심때가 한참 지나서 잔칫집에 쭈뼛거리며 들어섰다.

춘삼이 아제는 우리 마을 제일 부자다.

천막을 친 넓은 마당에 벌써부터 손님들로 북적였다. 음식이 아주 떡벌어진다. 그야말로 동네잔치다.



주인인 춘삼이 아제랑 아지매는 여기저기 손님들한테 인사하러 다니고 있었고, 앞치마를 두른 마을 아낙들 열댓명이 음식을 들고 내며 분주히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아낙들 속에서 금방 엄마를 찾아냈다. 열댓명이 아니라 수백명이 있어도 나는 엄마를 단박에 찾아낼 수 있을것이다.



“ 엄마~! “

나는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엄마도 나를 금방 알아보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이렇게 왁자지껄한 속에서도 내가 부른 소리를 금방 알아듣다니….

엄마와 나는 한 몸인 듯 하다.



반면 삼촌은 한참을 두리번거린다.



“ 형수 어데있노? “

“ 저 있자네. 저 오네… “

“ 어데? “

삼촌이 자라목을 뺀다.



“ 삼촌~ 왔어요? “

“ 아이구~ 형수 고생 많습니데이~ “

삼촌은 반색을 했다.



“ 고생은요~ 호호~ 음… 보자… 어데 안노? 아… 저짜 안즈만 되겠다. 기훈아~ 일로 온나… “

“ 집사람은요? “

“ 동서요? 어…. 여 있었는데…. 아… 저 있네요… “

엄마의 손끝은 마당 한 켠에 자리잡은 젊은 남자들 한 패거리가 모여있는 곳을 가르켰다.



숙모는 아주 난리가 났다.

벌써부터 술을 몇잔했는지 젊은 남자들 틈에 섞여 얼굴이 볼그죽죽한 얼굴로 연신 헤픈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살살 눈웃음치며, 뭐가 그리 좋은지 옆자리 남자의 어깨를 손으로 톡톡 치며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삼촌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 저기… 내 확!!!!!!!!! “

용수철처럼 튀어 나갈려는 삼촌을 엄마가 급히 잡는다.



“ 좀.. 참으소… 동창인거 것데요. 오랜만에 만났으이 반갑겠지요. 이해 하이소~ “



삼촌을 진정시킨뒤 엄마가 그쪽으로 급히 갔다. 그리곤 정신없이 웃고있는 숙모의 귀에 대고 뭔가 말했다.



숙모의 얼굴이 잠깐 굳어지더니 이어 배시시 웃고는 주위 남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듯 하며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 와? 또 젖먹고 싶나? 잔칫집 왔으만 조용히 밥 얻어먹고 가만 되지… 와 찾노? “

“ 이기 마… 확! …휴우… 니 좀있다 집에서 보제이… 오늘 디질줄 알아라… “

삼촌은 손이 올라갈려다가 주위를 의식했는지 손을 내리고는 낮게 으르렁 거렸다.

어젯밤 방사로 잠시 좋았던 사이가 하루를 못간다.



“ 흥~! 그카만 내 무서워할 줄 아나? 지랄염병한다 “



나는 짜증이 밀려왔다. 둘은 틈만 이 지랄이다.

“ 작은 엄마… 삼촌… 고만 쫌 해라~ “



둘을 진정시키고 삼촌과 나는 엄마가 마련해준 자리에 앉아 잔칫상을 받았다. 잡채에 떡갈비에 오색떡과 귀한 제철과일에…. 부자는 부자인가 보다. 삼촌과 숙모 때문에 밀려왔던 짜증이 잔칫상을 받자 스스르 풀렸다.



“ 우와~! “

삼촌과 나는 정신없이 먹었다. 엄마가 춘삼이 아제네 눈치를 보며 한상을 더 내왔다.

삼촌은 막걸리를 들이켰다. 삼촌은 술도 약할뿐더러 잘 안마신다. 촌사람 답지 않게 착실하기 그지 없다.

아마도 숙모때문일 것이다. 속궁합이 아무리 좋다 한들 아무 남자나 보고 눈웃음을 흘리는 마누리를 좋아할 남편이 누가 있겠는가?



대구에서 섬유공장 다녔다고?

그 섬유공장 옆에 다방 아니고?

모를 일이다.

삼촌과 숙모는 어릴 때 서로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결혼은 중매쟁이를 통해서였다.



“ 삼촌! 술 좀 그만 좀 먹어라. 그카다 취하겠다~ “

“ 됐다. 놔라~ 내 오늘 저걸 직이던지, 내가 디지던지 둘 중 하나 한다. “

“ 삼촌~ 와그카노~ 겁나구로~ “

사실 걱정이 됐다. 삼촌은 나에게 친구이며, 형이며, 동시에 아버지다.





“ 기훈아~ “

삼촌을 말리는 데 어디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낭랑한 목소리…



돌아보니… 점숙이다.

옆마을 점숙이…



“ 어? 니가 여 왠일이고? “

“ 춘삼이 아제하고 친척이다. 니는 여 우예왔는데...? “

“ 내도 친척이다. “

“ 엄마야~ 맞나? 그럼 니하고 나하고도 친척이가? 호호호~ 좋데이~ “



가시나가 아양을 떤다.

아… 점숙이…

내 아다라시를 저 가시나한테 받쳤다.

우리 학교 걸레다. 좀 논다 하는 내 친구들중 이년 안 먹어본 놈이 없다. 개나 소나 다 박았단다.



좆도 니기미… 내 소중한 동정을 저 따위 년에게 바치다니….

올 봄… 복숭아 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날 밤…. 그만 분위기에 취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좋았지 않냐고?

좋기는 지랄…

뭐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하고나니 찝찝한 것이 기분이 영 아니었다.

점숙이 저 가시나는 내 물건을 받아들이더니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져서는 아주 난리를 쳐댔다.

혼자서 찧고 까불고 생난리도 아니었다.

색끼로 치면 숙모랑 서로 형님아우 다툴 년이다.



“ 가시나… 시끄럽다. 아는 체 말고… 저어얼로 가라~ “

“ 호호~ 머시마…. 와? 부끄럽나? 내 좋다할 땐 언제고 인제 와서 와 이카노? 호호~ “

“ 야이 가시나야~! 조용히 안하나? 우리 엄마 여 있다. 조용히 해라 “

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삼촌은 우리 둘한테는 관심없고 숙모를 찾는지 고개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점숙이 년이 입으로 손을 가리더니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 내 조용히 시킬라카만… 지금 내 좀 따라 온나… ? “

“ 뭔 소리고? “

“ 뭔 소리는 데이트 신청이지… 호호… “

“ 가시나 이기 돌았나? “

“ 그래… 돌았다… 그카만 함 보자… 너거 엄마 어데 있노? “

“ 울 엄마는 와? “

“ 왜긴… 앞으로 시어머니 되실 분인데… 미리 얌전히 인사드려야지… “

점숙이 년이 목을 길게 빼고는 두리번 거린다.



“ 이기 정말 미쳤나… 아… 알았다. “

점숙의 협박에 굴복하고 말았다.



점숙이 년이 먼저 일어서서는 집 뒷마당 쪽으로 돌아 나갔다.



“ 삼촌! 내 잠깐 친구하고 얘기 좀 하고 오께…”

“ 어? 응… 그래.. 알았다 “

삼촌은 여전히 숙모를 찾고 있었다.



춘삼이 아제는 부자답게 집 뒷마당도 넓었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점숙이 년이 내 손을 잡아끌더니 장작더미가 높다랗게 싸여진 구석으로 갔다. 담모서리 그 구석에는 담과 장작더미 사이에 사람 하나 드나들 수 있는 틈이 있었다.



점숙이년이 배시시 웃는다.



“ 내 안보고 싶었나? “

“ … 내가 와? “

“ 칫! 머시마 무뚝뚝하기는…. 난 쪼매 보고 싶었는데… 난 지난번에 니 만나고 난 뒤에 니 생각 마이 했는데… “

이런… 여우 같은 년을 봤나…



“ 지랄한다. 니 일준이랑 안사귀나? 금마 말고도 많잖아~ 근데 내가 보고 싶었다고~? “

“ 아이다~ 그거 다 헛소문이다. “

헛소문은…. 온 읍내가 다 아는데…



점숙이 년이 내손을 살짝 잡는다.

“ 놔라… 와이카노? “

점숙이 한테서 화장품 냄새가 살짝 풍겨왔다. 나는 손을 빼지 않았다.

아랫도리 그놈이 슬슬 깨어날려고 한다.



“ 호호~ 니 억수로 부끄럼 많네… 그래서 니가 좋데이… “



점숙이가 내 손을 자기 가슴쪽으로 이끈다. 그리고는 나머지 손으로는 내 아랫도리를 잡는다.

어헉~! 이 미친년….

나는 화들짝 놀라 엉덩이를 뒤로 뺐다.



“ 야이… 가시나야… 니 미쳤나? 누가 보면 우얄라고 이카노? “

목소리가 절로 기어들어갔다.



“ 호호~ 아무도 안본다. 여는 장작 가질로만 안오면 안보이는데다… “

점숙이 년 말이 맞다. 완벽한 사각지대다.

다시 점숙이 년 손이 내 아랫도리로 온다. 이제 놈은 완전 발기하여 교련복 바지를 뚫을 듯 고개를 쳐들고 있다.



“ 엄마야~ 니꺼 억수로 커데이… 말뚝 것데이… 킥킥~ “

나는 점숙이를 담벼락으로 밀어부치고는 셔츠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주물렀다. 꽤 풍성한 유방이 손에 잡힌다. 지난번 봄에는 얼떨결에 이루어진 일이라 제대로 느낄 틈이 없었다.



“ 아~하~ “

점숙이가 달착지근한 신음을 내뱉는다.

나는 고개를 기울여 점숙이의 입술을 찾았다. 키스는 난생 처음이었지만, 그것을 본능이었다.

입술을 마주치자, 점숙은 한손으로 내 목을 감더니 능숙하게 내 입술을 빨았다. 그러더니 혀를 내밀고는 내 입술을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어찌할 줄을 몰라 가만히 있었다. 점숙의 혀가 내 입안을 헤집더니 내 혀를 착하고 감아왔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아….

이렇게 또 나의 ‘날카로운 첫키스’는 점숙이년에게 도둑맞았다.

갑자기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엄마는 사라졌다. 점숙이의 오른손 움직임 때문이다.



점숙이년… 역시 선수다.

왼손으론 내 뒷목을 잡고 계속 혀를 감아오면서도, 오른손으로는 내 교련복 허리띠를 풀고, 쟈크를 내리더니, 내 뒷 엉덩이 팬티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서는 바지와 팬티를 한번에 내려버린다.

마치 제 것인양 나보다 더 바지와 팬티를 잘 벗겨낸다.

내 자지가 용수철 마냥 튀어 올랐다.

소리가 난다면 ‘팅~~~’ 하고 울렸을 것이다.



“ 아하~ 내 지난번엔 제대로 못봤는데, 와~ 정말 멋지데이… “

점숙이가 뜨거운 숨을 급하게 내쉬면서 솓아오런 내 것을 멍하니 내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제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역시 단번에 팬티를 벗어서는 치마 옆주머니에 쑤셔넣었다.



“ 니 참말로 여서 할라카나? “

“ 뭐 어떻노? 지난번엔 복숭아 나무밑에서도 했음서… 괘안타 아무도 안온다. 다들 먹느라고 정신없더라 아이가? “

“ 그땐 밤이었고… 누가 보면 우얄라고 이카노? “

“ 아이고… 이 머시마… 빙시같이 쫄기는… 조도 안먹을끼가? “

“ 아… 이 가시나… 이거 완전 미쳤데이… 하아~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좆대가리에서는 벌써 겉물이 흐르고 있었다.



“ 그래 내 미쳤는데… 그럼 니껀 와이카노? 킥킥~ “

점숙이년이 낄낄거리며 오른손으로 대가리를 살살 어루만지더니, 끈적하니 배어나오는 겉물을 대가리 전체에 번들번들하니 발랐다.



“ 아우~ 기후이 니 좆 정말 멋지데이~ 못참겠다… 빨리 하자~ “

점숙이가 뒤돌아서더니 담벼락을 손으로 짚고는 제 손으로 치마를 허리께로 훌러덩 깐다.

그리고는 허옅게 드러난 맨엉덩이를 바짝 치켜올렸다.



아… 씨발…. 개씹하자는건가? ……조쿠로~



나는 멍한 눈으로 점순의 엉덩이를 잠시 바라보았다. 엄마의 풍만한 엉덩이, 숙모의 탱탱한 엉덩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마치 수확 직전의 사과 같은 느낌이랄까? 아직 푸릇한 빛깔이 약간 남아있는… 그것…

하지만…. 보지는 아니었다.

아직 약간 소녀끼가 남아있는 새하얀 엉덩이와는 대조적으로 점숙이의 씹두덩은 벌겋게 부풀어 올라서는 마치 별개의 생명체 마냥 연신 옴찔거리며 희멀건 액을 토해 내고 있었다. 액은 길게 늘어져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 아하~! 야아~~ 니 지금 머하노? 부끄럽구로… 그만 쳐다보고.. 빨리 해라… “

점숙이 엉덩이를 요사스럽게 흔들며 말했다.



“ 오… 오야~ 알았다. “

나는 점숙의 말대로 말뚝 같이 뻗쳐있는 좆을 한손으로 잡고는 대가리를 점숙의 벌렁거리는 보지에 살살 문질렀다. 점숙의 액과 내 겉물이 이내 끈끈하게 섞였다. 그리고는 대가리부터 천천히 그러나 좆뿌리까지 힘차게 밀어넣었다.



“ 어헉~! “ “ 아하~! “

점숙이와 내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터져나왔다.



오오~ 이런 천국이 있나…

확실히 지난번 할 때와는 달랐다. 무작정 넣어서, 정신없이 쑤시고는, 부지불식간에 찍~하고 싸버렸던 첫경험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아… 이래서 다들 빠구리에 미치는구나…

절로 공감이 되었다.

끝까지 밀어넣은 내 좆을 점숙의 보지는 오물거리며 착착 감겨왔다. 그냥 넣고만 있었음에도 사정감이 급격하게 몰려왔다.



‘ 으윽~! “ 하고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지난번처럼 또 토끼마냥 찍~하고 싸버릴 순 없는 일이다.



“ 천천히 넣었다 뺏다 함 해봐라… 너무 급하게 흔들지말고… 오야~ 그래… 그렇게…. 아~ 좋데이…“

점숙이 년도 호흡을 가다듬더니 능수능란하게 나를 조절시켰다.



“ 쌀꺼 같으만… 허벅지 힘 꽉 주고… 일단 빼라… 그라고 좀 진정되만… 다시 박아라… 그라만 쪼매 더 오래할 수 있다… “

“ 가시나… 조용해라… 내도 할 줄 안다. “



나는 점숙이가 시키는 대로 천천히… 박고…. 천천히…. 빼고… 천… 천... 히…



아~! 씨발~!

그런데 안된다. 천천히 안된다. 씨발~!

천… 천…. 히 할라 했는데…. 나도 모르게 허리가 빨라진다.



“ 으으… 씨발 천천히 안된다. 쌀라칸다. 점숙아… 내 싼다…. “

“ 아하~! 안된다. 빼라! “



점숙이가 급하게 엉덩이를 앞으로 뺐다. 그리곤 재빨리 앞으로 돌아서서는 꺼떡거리는 내 좆을 잡고는 두세번 훑어내렸다.



“ 으으윽~! 커흑~! “

눈앞에서 별이 번쩍했다. 혼자서 딸딸이 칠때와는 천지차이다.

나는 컥컥거리며 사정했다. 좆물이 튀어나갔다. 담벼락으로도 튀고 땅바닥으로도 튀고…

그리고… 점숙이의 얼굴에도 튀었다.



갑자기 머리가 띵하니 울려왔다.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다. 간신히 담벼락을 잡고는 버텼다.

헉헉거리는 나를 보고 점숙이 년이 헤벌쭉 웃는다.



“ 히히~! 조안나? 근데 니 너무 빨리 쌌다. 내도 막 조아질라 캤는데…. 근데… 처음에는 누구나 다 글터라… 앞으로 내가 마이 갈키주께… 너무 걱정마래이… 내하고 쪼매만 더 하만… 잘 할 수 있을끼다. 키킥~! “



쪽 팔렸다.

나는 아무런 대꾸도 안하고 바지를 올렸다. 점숙이는 자기 얼굴에 튄 내 정액을 티셔츠로 대충 닦았다.



“ 머시마… 마이도 쌌다… 키킥~ “

킥킥거리는 점숙이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허무함이 몰려왔다. 지난번엔 끝나고 난 뒤 찝찝한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허무하다. 왜 이러지?

내 자신이 혐오스럽다.



‘ 엄마는 남의 집 일 거들어 준다고 고생하는데…. 나는 이기 뭐하는 짓이고? ‘

눈물이 핑 돌았다.



“ 기훈아~ 내 니 좋아질라 한다. 우예만 존노? 호호~ “

치마를 툭툭 털며 점숙이년이 살살거린다.

타고난 백여우다.



최점숙… 옆마을에 살고 있는 나보다 한살 많은 학교동창….

내 친구 일준이의 애인... 그리고… 또 석구의 애인… 그리고… 또 창수 애인… 그리고 또 기타 등등…

나는 뭐지? 기타 등등?



점숙이는 엄마가 없다.

읍내에서 술집을 하던 점숙이 엄마는 점숙이가 어릴 때 다른 남자랑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다.



점숙이가 먼저 나갈려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표정이 어둑한 나를 돌아다 보며 한마디 한다.



“ ….기훈아~ 내 너무 싫어하지 마라… 알았제~?

“ ….. “

“ 알았나? “

재차 묻는 점숙의 눈빛에서 외로움이 잠깐 비친 것 같았다.



“ 아… 알았다 “

“ 호호~ 머시마… 내 먼저 간데이~ “

이내 살살거리며 사라져 가는 점숙을 보고는 나는 장작더미 틈에서 나왔다.



점숙과는 반대방향으로 뒷마당을 돌아 나갈려는데 뒷마당 저 끝에서 누군가 획하니 지나간 것 같았다.

누구지? 혹시 점숙이랑 그 짓한 거 들킨 거 아닌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앞마당으로 나왔다. 아까 삼촌이랑 앉은 자리를 급하게 찾았다.

그런데… 삼촌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갔지?



이런… 삼촌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숙모 때문에 속상해서 연거푸 들이킨 막걸리에 기어코 사단이 난 모양이다. 원래 우리 삼촌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 삼촌! 삼촌! 엄마~! 작은 엄마~! “

나는 삼촌을 흔들어 깨우면서 엄마와 숙모를 불렀다.

곧이어 엄마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 아이고.. 삼촌… 와 이캄미꺼? 일나보소~ “

나와 엄마가 한참을 흔들어 깨우니…



“ 어?… 기후이가? 아이고.. 형수님… 죄송함미데이… 어… 취하네… “

혀꼬부라진 소리를 하더니 삼촌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러나 다시 푹 고꾸라졌다.

이런… 완전히 맛이 갔다.



“ 삼촌… 집에 가입시다~ 기훈아… 삼촌 집에 델코 가자… 니가 그쪽에서 부축해라. 나는 이쪽에서 부축하꾸마~ “



나와 엄마는 삼촌을 양쪽에서 부축했다. 각각 삼촌의 팔을 하나씩 어깨에 걸쳐서는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춘삼이 아제네 집이랑 우리집은 그다지 멀지 않다.



“ 숙모는 어데갔노? 삼촌 이카고 있는데…. 씨… “

“ 그케… 아까부터 안비던데… 먼저 집에 갔나?... 아이고… 무거버라… 예삿일이 아이데이.. 헉헉! “

아무리 내가 부축한다지만, 덩치가 산만한 남정네를 한쪽에서 부축한다는 것이 엄마한테는 힘들 것이 분명하다.



“ 삼촌~! 고만 정신 좀 차리바라!!!! “

힘겨워하는 엄마 때문에 나는 소리를 빽 질렀다.



“ 어? 어… 어… 알았다. 내… 정… 신… 차리께… “

삼촌은 정신이 좀 돌아오는지 몸을 좀 가누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결 더 수월해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엄마와 나의 부축이 필요하다.



어느새 날이 어둑해져 있었다. 해가 늦게까지 있는 여름이긴 하지만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라 평소보다 좀 더 일찍 땅거미가 내려 앉았다.



고요한 시골 좁은 골목길을 나와 엄마, 삼촌이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찌르륵 찌르륵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 아하… 헉헉! “

갑자기 엄마가 작은 신음을 내뱉는다.



“ 엄마… 힘들지? “

“ 아… 아이다… 쪼매만 더 가만 된다… “



나는 삼촌을 보았다. 삼촌은 눈을 감고는 고개를 뚜욱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저 우리 두 사람이 이끄는대로 발걸음만 비틀거리며 옮기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보았다. 삼촌에게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목을 길게 빼고는 삼촌 목너머로 보니 엄마는 땀을 흘리면서 입을 약간 벌리고는 호흡을 짧게 내뱉고 있다.



눈길이 조금 멍해 보인다. 아마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 으응…! “

또 엄마가 신음을 한다.

목을 뒤로 빼어 엄마를 봤다. 이번에는 눈을 감고 양미간을 잔뜩 찡그리고는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코신음을 한 모양이다.

많이 힘든가 보다.

엄마쪽에 쏠린 삼촌의 무게를 좀 더 내쪽으로 끌어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몸을 앞으로 약간 더 숙이면서 삼촌 팔을 좀 더 끌어왔다. 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돌려 엄마를 보았다.



나는 보았다…

엄마의 어깨의 걸쳐진 삼촌의 팔을….



또 나는 보았다…

팔에서 꺽여져 내려온 삼촌의 손을….



또 나는 보았다.

삼촌의 손이 헐렁한 엄마 티셔츠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또 나는 보았다.

티셔츠에 들어간 삼촌 손이 뭔가를 주물럭 거리는 움직임을…



그리고…

또…

나는 보았다.



옷속에 들어간 삼촌 손을 티셔츠 위에서 꽉 잡고 있는 엄마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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