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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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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207 회 작성일 24-03-09 08: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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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 - 2편


"헐..쟤 김하연 아니야? 옆에 남자는 누구지?"
"설마 남자 친구? 2학년 넥타인데?"
"아니야 쟤 김하연이 친동생이잖아"
"아..난 남자 친구라고 "
"친동생인데 하나도 안 닮았네.."
"하긴 못생긴 건 아닌데 괜히 김하연 옆에 있으니까 못나 보인다."

빌어먹을 다 들린다. 이 잡것 선배들아..
아침부터 멘붕이오고 있다. 그 이유는 내 옆에서 팔짱 끼고 생글생글 웃고 있는 나의
친누님 때문이다. 집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늘 그렇지 듯 누나가 해준 아침을 먹고 아..오늘은 같이 먹었지..
평소엔 누나가 아침을 내 것까지 차려놓고 학교에 가기 때문에 나는 그냥 데워 먹기만 하면 됐는데..
뭐 어쨌든 평소보다 푸짐한 아침상에 간만에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한 식사는 즐거웠다.
그리고 집에서 나서자마자 팔짱을 껴오는 누나 때문에 잠시 당황은 하였지만 팔에서 느껴져 오는 뭉클한 느낌은 매우 매우 흡족했다.
누나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 이후에 거의 처음으로 하는 누나와의 신체접촉도 결코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종욱아 하면서 낭보며 웃는 누나의 싱그러운 미소에 심장이 덜컥했으니까..
하지만 나의 기분은 학교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다운되기 시작했다.
누나는 여전히 싱글벙글했지만..아니 오히려 이게 문제다!
평소에 무뚝뚝한 표정은 아니지만 이렇게 환한 웃음을 짓는 누나가 아니었기 때문에
누나의 환한 미소에 넋이나간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난 매우 아주 매우 부담스러웠다. 평범한 난 사람들 시선 따윈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누난 평소에도 추종자 비스름한걸 언제나 끌고 다녔으니까..아니 걔네가 쫓아다닌 거구나..
머 어찌 되었든 학교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누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더욱 늘었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늘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면 어김없이 저와 같은 대화를 나눴고..나는 묘한 열등감에 괜히 짜증이 났다. 이런저런 이슈를 모으면 학교에 도착했는데 누나가 3학년 층엔 안 올라가고 우리 교실까지 쫓아왔다.
덕분에 우리 교실은

"와 김하연 선배다!"
"선배 동헌아 한 번만 해주세요 ;"
"선배 ;"

뭐 대충 이런 상황이다. 새삼 누나가 학교 아이돌인 걸 깨닫는다. 간절한 동급생들의
말을 무시한 채 누나가 나에게 말했다.

"종욱앙..오늘 도시락 싸왔으니까 이따 점심시간에 우리 교실로와 알았지?"
"쿡 헉..아..아? 어..알았어"

처음 보는 누나의 애교에 난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끼고 자리로 다가가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누나의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여 버리고 첫 교시가 시작할 때까지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대부분은 누나와 그렇게 친해 보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거냐 혹시 누나한테 무슨 일 있느냐 소개해주면 안되느냐부터 수많은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이렇게 동급생들에게 둘러싸여 본 적이 많지 않은 나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정말 오랜만에 수업이 빨리 시작되길 바랐다.

입학할 당시에는 김하연 친동생이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많이 찾아 왔지만, 누나와 내가 말도 잘 안 하는 그다지 친한 남매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엔 지나가는 고등학생 1의 삶을 살아왔다.

"누나랑은 원래 별로 안 친한 거 아니었어?"

수업이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무렵 단짝 세영이가 간만에 말을 걸었다.
이 녀석과 그다지 친하지도 안 친하지도 않은 말 그대로 반 친구 사이였기 때문에 평소엔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이 이내였는데 새삼 나에게 말을 먼저건 것을 보면

오늘 아침 일이 충격적이긴 충격적인가 보다. 얼짱 김하연이 친동생이라지만 팔짱 끼고 남자에게 애교까지 부리는 모습이.

세영이 이 녀석도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아서 남자애들에게 인기가 꽤 많은 아이다. 하지만 성격이 매우 날카로워서 고백하는 남자가 드물기는 하지만..
나랑은 다른 게 고등학생 1이란 이미지가 아니라 전문직 여성 분위기를 풍기는
여고생이랄까?

"응..좀 어색한 사이이긴 하지"

누나가 고백을 했지만, 여전히 누나는 누나다. 그래서 아직 누나가 어색한 건
사실이고.. 어제의 고백 때문인진 몰라도 누난 확 달라졌지만 내 쪽에서 그대로랄까?

"친하지도 않은 남매가 팔짱 끼고 등교하냐? 남동생 도시락도 싸오고?!"
"야.. 갑자기 왜 그래 선생님께서 쳐다보잖아!"

세영이의 약간의 큰 목소리 때문에 선생님께서 우리 쪽을 주시하시고 인상을 찌푸리신다. 이 녀석은 갑자기 흥분하고 난리야 이상하네...

"아 미안 그냥 흥 학교스타님께서 평범 남 남동생에게 갑자기 친근한 이유가 궁금해서! "
"나도 모르겠다"

갑자기 뾰로통해진 세영이 녀석을 무시하고 누나 생각에 잠겼다.
나에게 좋아한다고 했던 누나.. 갑자기 변한 이유..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넋 놓다 보니 어느새 점싱시간이 되었다.

난 아침에 누나 말대로 삼 학년 교실에 갈까 하다 괜스레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누나에게 스탠드로 오라고 문자를 보낸 뒤 교실을
나갔다. 사월에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 앉아있는데 뛰어오는 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종욱 앙~~"
"커 컥"

아침에 이어 시작된 누나의 애교에 또다시 정신을 놀뻔했다.
누나는 내 옆에 꼭 붙어 앉았다.

"히잉 종욱아보고 싶었엉.."
"…!?"
"종욱이도 누나 보고 싶었지? 헤헤?"

사슴 눈망울로 얼굴 뜨거워지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누나를 보면서
식은땀이 났다.

"누나 학굔데 그런 발언은 조금…."
"왜에..? 사실인걸, 뭐 어때..치 넌 누나 사교시 동안 못 봤는데도 안 보고 싶었어?"
"보,보고 싶었지!"

그런 표정으로 물어보면 어떻게 안 보고 싶었다고 말하냐.

"히히 오늘부터 종욱이랑 매일 도시락 먹을 거야!"
"매일?"

이 사람이 멀쩡한 급식 놔두고 갑자기 왠..

"왜에? 시러.?"
"아,아니 좋은데 누나 힘들까 봐.."

또 그 울 것 같은 표정 제발..서서히 정신이 붕괴하는 거 같아..

"헤헤 괜찮아 이젠 매일 종욱이랑 등하교하고 밥 먹고 잠도 같이 잘 거야!"
"그..그래"
"앗싸 헤헤 자 약속"

무엇인가? 굉장히 위험한 걸 들은 것 같지만, 누나의 애교에 나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누나와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을 듣기 위해 교실로 돌아왔다.

"예쁜 누나가 직접 싸준 도시락을 먹고 왔으면서 표정이 왜 그러냐?"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세영이 녀석이 시비조로 말해왔지만 난 누나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느라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오후 내내 누나 생각만을 하며 보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누나는 그동안 날
좋아한다는 낌새조차도 내보이지 않았다. 분명 동생으로서가 아닌 남자로서 날 좋아한다면 티가 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했지만

내가 언제 연애를 해봤어야지 여자 마음을 알지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사실이기도 했고.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어째서 갑자기 고백했을까?

고백 이후 갑자기 확 바껴버린 누나의 행동들도 이상하다 생각했고..아 생각하다 보니 끝이 없네..누나에 대해 이거 저것 생각하던중 어느새 오후 수업이 끝나 있었고 종례시간이 되었다.

종례시간에 담임 선생님께서 야자 어쩌고저쩌고 하고 있는데 복도에서 웅성웅성 대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 지하고 복도를 쳐다봤더니 누나가 날 보면서 눈부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종욱이는 좋겠네! 예쁜 누나가 있어서 "

담임 선생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고 반 아이들 특히 남자애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받으며 종례가 끝났다. 난 칠 교시가 끝나면 보충수업도 안 받고 집으로 바로 가기
때문에 가방을 싸고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누나가 우리 반으로 들어왔다.

"종욱앙~~ 집에 같이 가장!"
컥..누나에 애교 섞인 목소리에 나를 포함한 반 남학생들이 쿨럭댔다.
아 몇 번을 들어도 저 초절정 귀여움엔 적응이 안될까 같아..

"얼씨구 남자 친구를 부르는 것인지 남동생을 부르는 것인지.."

나에게 다가오는 누나를 보면서 세영이 녀석이 투덜대기에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어느새 내 자리까지 와있는 누나 때문에 꾹 삼켰다. 저 녀석 왜 오늘따라 시비조야..
그렇게 세영이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반 아이들을 뒤로하고 학교 밖으로 나갔다.

"저녁에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아니 특별히 없는데? 아.참 누나 야자 안 해?"
"응, 종욱이랑 집에 같이 가야 하고 공부는 집에서 해도 되니까"

누나에 대답에 쉽게 수긍이 갔다. 뭐 누나는 수재이니까.
아버지와 이혼하신 어머니는 항상 외국으로 장기출장을 가시기 때문에 집에선 항상
누나와 나뿐이였다. 생각해 보니 집안일은 특히 식사 같은 경우엔 거의 누나가 했지
내가 한 적은 없는 거 같았다.그래서 간만에 누나에게 저녁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락이 고맙기도 했고.

"오늘 저녁은 내가 할 게 누나 먹고 싶은 거 있어?"

누나의 적극적인 모습 때문이었을까. 평소 친하지도 않던 누나에게 마치 정말 친근한 말투로 말했다. 마치 원래부터 정말 친밀한 남매 사이인 것처럼.

"난 종욱이 먹고 싶어!!!"

..!! 뭐..병시나??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변해줘..
누나의 뜬금없는 크리티컬에 할 말을 잃은 나였다.

"헤헤 아닌가..우움 종욱이강 날 먹는 건가?"

아니 이 여자가 진짜..그런 순수한 눈망울로 그런 발언하지 맛!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저녁에 먹고 싶은 걸 말하라니까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그렇지만..정말 종욱일.."
"아씨 그냥 저녁 라면 끊여준다?!!"
"종욱이가 끊여주는 라면도 좋지만 으음 마늘 스파게티 해줘!"
"마늘 스파게티..?"
"웅웅"

그렇게 마늘 스파게티 재료를 사기 위해 누나와 난 집 근처 마트로 향했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팔짱을 낀 채 꼭 붙어가는 누나가 약간은 부담스러웠다.
팔에 전해지는 뭉클한 느낌이 매우 좋기는 하였지만 계속 이러고 있으면 정말 이상한
기분이 될 것 같아 누나와 약간 떨어지기로 했다.

"우웅..종욱인 나랑 팔짱 끼고 다니는 거 싫어..?"

내가 누나의 몸을 띠고 가려 하자 누나는 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누나의 그 표정은 정말이지..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누나와 그렇게 다니기엔 주변
남자들의 저 초미녀를..하는 시선도 부담스러웠고 누나의 몸에 이상하게 중독될 거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트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종욱앙~~ 왜구래.."

정말이지 팔짱 안껴주면 이 자리에서 울어버리겠어 하는 누나의 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누나의 손을 잡아줬다.

"헤헤 종욱이랑 손잡았다."
"차라리 손잡고 가는 게 나은 것 같아"

약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쩌면 팔짱을 끼는 것보다 손잡고 다니는 게 더 남매
사이가 아닌 연인 사이 같았지만 난 누나의 그 뭉클한 것을 느끼는 것 보단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누나와 마트를 들렸다 집에 오는 내내 손을 잡고 있었다.

"난 씻고 좀 쉴 건데 저녁은 몇 시쯤 먹을래?"
"음 일곱 시쯤? 씻고 누나랑 공부하자!"

아..누나 모범생이었지..오늘 하루 너무 많은 걸 겪었더니 잠시 잊었어.
씻고 방에서 잠시 쉬고 나니 어느새 여섯 시가 넘었다.
마늘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는 누나에 말에 따라 나는 오래간만에
요리할 준비를 하였다. 마늘 스파게티는 담백 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것이
나의 입맛에도 잘 맞았다. 오래간만에 하는 요리라서일까 괜스레 기분이 들떴다.
누나에 대한 감정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리 느껴졌다.
요리가 다 되어갈 때쯤 누나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커 커 컥.. 누나 옷, 옷이 왜 그래?"
"응? 내 옷이 왜?"

누나의 옷차림은 팬티인지 바지인지 구별이 안 되는 핫팬츠를 입고 위에는 가슴선이 다 드러나는 소매 없는 티를 입고 있었다. 난 누나가 이렇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을 것을 처음 봤다. 얼굴만 예쁜 줄 알았는데 매끈한 다리 하며, 여고생이라곤 믿기지 않는 풍만한 가슴, 당장에라도 만지고 싶게 만드는 엉덩이까지..
패션잡지 모델도 저리 가라 하는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도저히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도 모르겠고 호흡이 거칠어지는 듯하였다.

"누,누나 뭐라도 좀 걸치지 조,조금 보기 그런데.."
"우웅..뭐가 예쁘지 않아?"
"아니 예쁘기는 한데..조,조금은 민망한데.."
"헤헤..종욱이는 뭐가 민망한 걸까? 누나 몸을 막다 보고 싶어? 만지고 싶어..?"
"마,만지다니 뭘?!! 다 됐으니까 먹기나 해!"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황급히 식탁을 차렸다.
하지만 먹으면서도 문제였다. 누나가 스파게티를 먹으려고 상체를 숙일 때마다
가뜩이나 파인 소매 없는 티 사이로 누나의 풍만한 가슴이 더욱더 드러났다.
나는 스파게티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알지 못한 채 본능에 따라
누나의 가슴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흐음..종욱인 마늘 스파게티 별로야?"

누나의 갑자스런 말에 화들짝 놀란 나는

"아..아니 내가 만든 거지만 맛있는데? 왜 누나 별로 맛없어?"
"아니! 난 종욱이가 해주는 거라면 다 맛있지! 네가 별로 맛없어 하는 거 같아서.. 아님 다른 게 먹고 싶은 거야?"
"아냐! 나도 오래간만에 먹어서인지 맛있는데 하하?"
"아앙..난 또 종욱이가 내 가슴만 보길래 스파게티 말고 누나 가슴 맛보고 싶어하는 줄 알았지..!"

...!

정말 여러 번 놀라게 하는구나..누나의 이런 모습들이 정말로 적응이 안 된다.
그렇게 스파게티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 여전히 모른 체 저녁 식사를
겨우 끝마칠 수가 있었다.
저녁을 먹은 뒤 누나는 공부 하는 것 같았다.
나야 뭐 원래부터 공부하지도 않았고 평소에 지금 시각이면 집에서 혼자 므훗한
영상을 보며 넋 놓거나 아니면 무협,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오늘따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자고 싶었다.
어제완 다른 하루, 평소와는 다른 하루, 누나의 행동으로 보아 앞으로도 계속 저럴 것
같은데 오히려 이제 이러한 날들이 지속하지 않을까? 괜스레 더 피곤해지는 것 같다.
어쨌든 난 누나를 전혀 이성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오후에 하던 생각들이 다시 났다. 왜 고백했을까? 누나가 언제부터 나를 좋아할
걸까? 누나와 진지한 이야기를 해봐야 할 듯싶다. 어쩌면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넌 날 왜 좋아해? 언제부터 좋아했어? 라는 질문이 별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성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상태에서 하는 질문이라면
충분히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것들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물어보고 싶었다.
누나가 보통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금단의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누나 공부해?"

굳이 그러한 것들이 아니더라도 누나 오늘의 행동이나 앞으로의 생각 같은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 누나 방으로 찾아갔다.

"응.. 들어와 "
"괜히 내가 방해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종욱이라면.."
"그냥 누나랑 얘기 좀 하고 싶어서…."
"그래 궁금한 게 많겠지..커피 마실래?"
"응"

누나도 내가 왜 왔는지 대충에 눈치 챈듯싶었다. 누나가 커피를 타는 동안 약간의
생각을 다시 정리해 봤다.

"고마워"
"아니 뭘..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

분위기가 진지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누나는 오늘 보여준 변화된 모습이라 아니라
평소처럼..고백하기 전의 누나로 돌아가 있었다.

"진심..인거지?"
"..."

누나의 마음을 무시하는 발언일 수도 있다. 오늘 하루 아니 어제 그녀가 나에게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부터 진심인지 아닌지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난 다시 물어봤다. 짐작하는 것과 당사자에게서 듣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정말..진심..인거지?"
"..응..진심이야.."

고백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 당황스러움이 가장 컸다. 하지만 지금 진심이라는 그녀의
대답엔 당황스러움 보다는 불안함이 더 컸다.
누나는 가족이다.. 부모님께서 이혼하시고 어머니가 일하시면서 항상 나를 챙겨준
가족은 누나뿐이었다.
그런 누나가 날 동생이 아니라 남자로 대하고 있다..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언제부터였어?"
"꽤 오래됐어..."
"상처 안 받았으면 좋겠어..오해하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궁금한 것도 있지만..아니
정말로 궁금해..어째서 나한테 고백한 거야?"
"....."

솔직하게 말했다. 궁금했으니까...누나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누나가 나에게 고백한 이유를 모르는 이상 그녀의 마음을 어떻게 대하여
할지 정말 알 수가 없게 되어버리니까. 평범한 이성 친구였다면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누나는 가족이다. 먼 친척도 아니고 단 하나뿐인
나의 친누나이다.

"참을 수 없었으니까.."

그 말은 누나가 고백할 때도 했었다. 미안하다고 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고.
도대체 무엇을 참을 수가 없었다는 것일까.

"전부 참을 수가 없었어."
"그러니까 뭐가!"

괜스레 큰소리를 냈다. 대충 누나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듣고 싶었다. 내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자존심 상할까.
친동생에게 고백했다는 것 자체로도 혼란스러울 텐데 그동안의 마음마저 말하라고
하다니.. 하..나는 왜 이런 것들을 그녀에게 묻는 것일까?
그녀의 마음에 대한 소유욕? 확인 욕구?

"전부..네가 내 마음을 모르는 것도 참기 힘들었고! 나를 그냥 누나로만 보고 있는
것도 참기 힘들었고! 온종일 보고 싶은 것도 참기 힘들었고! 날보며 웃어 줬으면
좋겠는데..나만 보면서 웃어줬으면 좋겠는데! 다른 여자애들 앞에서 웃고 있는 네 모습
보는 것도 참기 힘들었고! 전부 그냥.. 전부 힘들었어.."
"..."
"알아..나도 알아 이런 말 하면 오히려 네가 부담스럽다는 거..다시는 예전 사이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거 이렇게 다 말해줘도.. 매달려도.. 니가 나를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거.. 안다구.."

어느새인가 그녀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있었다.
큰 눈망울에 맺히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위로해 줘야겠지만 그것이 더욱 큰 상처가 된다는 건 연애 한번 안 해본 나도 알 것
같았다. 지금 그냥이게 베푸는 친절은 쓸데없는 동정심으로 비치는 거 같았다.
그래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누나가 진정될 때까지 나는 그저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커피도 어느 순간부터 식어버리고 들썩하던 누나의 어깨가 진정 될 때쯤에 입을 열었다.

"누나.."
"아무 말도 하지 마..헤헤 괜찮아..각오했으니까.. 근데 종욱이 너도 이제 마음 단단히
먹어"
"응?"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누가 뭐래도 사람들이 날 경멸한다 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종욱이 네가.. 날..
그냥 가족이 아니라, 누나가 아니라 여자로 사랑하게 만들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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