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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수건 (………)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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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060 회 작성일 24-03-09 08: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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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수건 (………)



(제목) 빨간 수건

(부제) ………







(언제) 조금 오래 전. 기름보일러나 가스보일러가 나오기 훨씬 전. 어느 해 겨울.

(어디) 충OO도 OO군 OO읍 읍 소재지 외곽. 산골 농촌마을.



최판석 : 28세. 레미콘 운전기사. 판석 부모의 승낙까지 얻어 애자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

김애자 : 24세. 읍네 조그만 공장의 경리. 5년 동안 판석을 사귀면서 판석을 매우 사랑 함.



■ (장면 001) 오전 10시 경. 애자가 다니는 공장 사무실.



(F.I.(fade-in) : 화면이 점차 밝아 옴)



(사무실 안의 전화기가 갑자기 따르릉, 따르릉 하고 전화벨이 울리자 애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를 받으며) 여보세요 ? 오빠야 ? 응. 오빠. 마침 전화를 잘 했어.



왜 ?

응. 산청(경남 산청군. 판석의 부모님이 계시는 곳)에서 전화가 왔거든.

누가 ?

응. 누구 긴 누구야. 오빠 어머님이시지.

(판석이 퉁명스럽게) 그래. 뭐라고 하셔 ?

응. 이번 주 토요일에 집에 올 수가 있냐 그러셨어 ?

누구 ? 나 ? 아니면 너 ?

오빠 느 은 ? 당연히 둘 다 지.

둘 다 ?



응. 그 날이 오빠 아버님 생신이잖아. 집안 어른들을 다 모이시라고 하고 그 자리에서 날 며느리로 정식 소개하시려는가 봐.



오빠 ? 듣고 있어 ?

응.

그래서 말인데… 주말이라 열차 표가 없을 까 봐. 조금 있다 표 사러 나가려고 해.

그래 에 ?



응. 그리고 오빠 어머님이 나에게 뭐라고 하셨는지 알아 ?

뭐라고…

응. 내가 빨리 보고 싶데. 지난달에 서울 오셨을 때 보시고도 말이야.

그랬어 ?

응. 그리고 우리 둘을 빨리 결혼 시켜야 오빠가 밥을 굶지도 않을 건데 하셨어.

(판석이 볼멘 소리로) 내가 언제 굶고 사냐 ?

아니. 오빠가 자취를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걱정되지 안 그래 ?

또, 또. 그 노인네 잔소리가 시작 됐네.

오빠 느 은 ? 잔소리라니 ? 나도 오빠가 걱정이 돼서 죽겠는데 그래.

걱정도 팔자다.



그리고 아버님께서 겨울내의 고맙다고 여러 번 인사를 하셨다고 말씀 하셨어.

내의라니 ? 무슨 내의 ?

응. 내가 오빠 모르게 아버님과 어머님 내의를 두툼한 걸로 두 벌씩 사다가 부쳐 드렸거든. 양말하고.



오빠. 나 잘했지 ?

(판석이 마지못해) 으 응…

어머님께서 말씀하시길…내가 귀여워 죽겠다고 말씀 하셨어. 호호호.

그랬어 ?



응. 참. 아버님도 저번에 내가 지어드린 보약 드시고 몸이 많이 좋아지셨대.

응. 그렇다고 하셨어.

응. 그래서 이번 달에 내 월급 타면 준다고 하고 보약을 네 첩 주문해 놨어.

(판석이 놀라면서) 뭔…네 첩씩이나 ? 그 비싼 걸 말이야 ?

응. 아버님 두 첩. 어머님 두 첩. 어머님이 그 보약 좋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거든.

그랬…니 ?



응. 우리 엄마 아빠가 안 계시니까…오빠 어머님께서…당신을 내 친 엄마같이 생각하라고도 말씀 하셨어.



그리고 어머님께서 나 오빠한테 시집 올 땐…나더러 아무것도 해 가지고 올 거 없이 그냥 몸만 가지고 오라고 하셨어.

무슨 쓸데없는…

그래도 그럴 수는 없잖아. 지금까지 내가 모아 둔 통장을 다 드렸지만…

통장이라니 ?

응. 나. 지난 번 적금 타고 지금까지…이것저것 다 모으면 5년 간 모은 게 한…천만 원이 조금 넘었을 거야.

그래 ?

응. 그런데 지난번 오빠 아버님 수술비랑 입원비로 나간 돈을 빼면 통장엔 겨우…천만 원 조금 넘게 들어 있었는데…그 통장하고 내 도장하고 어머님께 다 드렸어.



아버님께서 그 돈으로 이제 논을 사게 생겼다고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대.

(시무룩하게) 노인네들이…기운도 없다고 하면서 농사를 어떻게 지으려고 논은 무슨 논…이야.



오빠. 그래서 나 조금 있다가 열차 표 두 장 사러 나갈 거야. 우리 사장님에게 잠깐 나갔다 온다고 말씀드려 놨어. 한의원에 들려 아버님 어머님 보약도 찾아 놔야 하고.



아냐. 그럴 필요 없어.



(의아해 하며) 왜 ?

응. 난 그 날도 일이 잡혀있어서 아마 못 갈 거 같아.

(실망 섞인 목소리로) 뭐야 ? 그런 게 어딨어 ? 오빠.

(조금 신경질 섞인 목소리로) 일이 있어서 안 된다는데 왜 그래 ? 어머님에게는 내가 전화하마.

그래도…오빠 아버님 생신이 신데…



알아. 그런데 지금이 겨울이라 그렇지 않아도 공사가 없어서 레미콘도 이 달 들어 벌써 보름이나 놀다가 겨우 오늘 일이 터진 거란 말이야.



어디 오빠회사만 그래 ?

그래도 우리회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야. 다른 레미콘회사는 문을 닫네 마네 그러는 거 몰라 ?

알아.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저녁에도 안되겠다 싶어…그래서 내가 미리 너한테 지금 전화 한 거야.



저쪽 현장에서 이 새끼들이 공구리(콘크리트 타설) 작업 단도리(준비)가 늦게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밤에도 공구리를 쳐야해서 지금 바로 레미콘을 준비해 야 해.



(애자가 실망을 하며) 치 이∼

미안하다. 일이 안 되려니까 자꾸 겹치네. 여태껏 놀았는데 말이야.

오빠. 오늘이 우리 5주년 기념일인데…

알아. 일이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 ?



그러면…오빠 대신 다른 레미콘이 나가면 안 돼.

야. 너 ? 지금 내가 밥을 먹네 마네 하는 판국인데 나한테 들어 온 일은 남에게 대차를 주라고 ?

(애자가 못내 서운해하며) 그래도 우리 5주년 기념일인데…

야. 배부른 소리하지마.

오…빠.

알아. 미안해.



늦게…끝나 ?

응. 작업의뢰서 상으로는 밤 10시에 첫 탕 나가서 새벽 2시 두 번째 탕인데 마치고 레미콘 닦고 물 청소하고 나면 3시, 4시. 주차장에 레미콘 세워 놓고 집에 오면 새벽 5시…정도.



그럼…안…되겠네.

그 러 음. 너무 늦어.

그럼…우리 언제…

응. 그건 내가 이쪽 일을 봐 가면서 전화 할 깨.

오빠…

응.



나…지금 무지하게 오빠보고 싶다 말이야.

누군 안 그래 ?

(조그만 목소리로)…손님도 가고…

엉 ? 무슨 손님이 ? 어디로 갔어 ?

아이∼오빠는. 이제 다 잊어 먹는구나 ? 손님 간지가 (날짜를 헤아리느라 뜸을 들이다가) 음…10일 ? 맞아. 그사이 10일이나 됐네. 지금은 날아 갈 거 같이 개운하거든.

난 또…뭐라고.

뭐라니 ? 나는 오늘 저녁 오빠 만나는 거 생각하느라 온 종일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내 몸도 지금…온통…불덩이 같은데…여기저기가 근질근질 하고 말이야. 오빠. 알지 ?

알아. 나도 그래.

그리고 참. 어머님이 너희들 그렇게 지내다가 혹시 만약에…아기가 들어서면 바로 결혼식 올리자 고도 하셨어 ?



어머니가 ? 참…노인네가…

오빠가 2대 독자잖아 ? 그래서 손자도 빨리 보고 싶으신 가 봐.

하여튼 노인네들이란 극성이야 극성.



그럴 줄 알았으면 저번에 우리 그 아기…말이야.



지우지 말 걸 그랬어. 아들이었는데…

(버럭 성질을 내며) 아 그걸. 누가 알았어 ?

그래도…그런데 오빠. 나 오늘 컨디션 매우 좋거든…틀림없이 우리 아기 가질 거 같은 예감이야.

뭔 얘기야 ?

응. 어제저녁 태몽도 좋고…

태몽이라니 ?

응. 무지하게 큰 능구렁이가 내 치마 밑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거든. 우리 회사 아줌마들에게 물으니까 틀림없이 아들 태몽이래. 아들 태몽.



(판석이 갑자기 말머리를 돌리며) 야. 그 공장전화 이렇게 오래 해도 돼 ?

응. 전부 현장에 나가고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어. 나 혼자 있어.

그래 ?

응. 그래서…오빠. 첫 탕 나가지 전에 잠깐 거기서 만나면…안될까 ?

안 돼.

그럼…오빠…자취방으로 갈까 ?

얘 는 ? 야. 난 지금 레미콘을 끌고 가서 배차 플랜트에서 대기하면서 일을 기다려야 해.

치…이. 오빠 미워.

알아. 자. 그럼. 내가 다시 연락할 깨. 끊는다. (딸깍 전화 끊는 소리)

아니 (다급하게) 오빠, 오빠. 오…빠. (전화가 끊긴 소리만 들린다) 에이…거지 같이 이게 뭐야. 난 몰라. 이∼잉.





(애자가 수화기를 내려놓자 그때 현장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사무실 문을 열고 얼굴만 내민 채) 미스 김. 작업장갑 좀 내줘야겠는데.

네. (의자에서 일어서서 캐비닛으로 가면서) 여기 있어요. 들어오세요. 아무도 없어요.

응. 아무도 없어 ?

네. 얼마나 요 ?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응. 한 타스…



네 (애자가 캐비닛에서 장갑을 꺼내 아줌마에게 건네준다)

(사무실을 한바퀴 둘러보고 난 아줌마는) 다들 어디 가셨나 ?

(장갑을 받아든 아줌마가 사장실이라고 쓴 팻말이 걸려 있는 문을 가리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사장님이 있느냐는 신호를 보내자 애자가 웃으며) 아이∼안 계세요.

어디…

네. 생산부장님하고 같이 납품하러 가셨어요.

생산부장님 하고 ?

네.



아니 생산부장님은 요 며칠 안 보이는 거 같았는데 뭔 일이 있었어 ?

네. 맹장인가 뭔가 수술을 하느라 며칠 나오시지 못했어요.

그랬어 ?

네.

저기 읍네 현대의원에서 수술을 하셨데요.



아니 현대의원이 아니고 중앙의원이던데 그 2층에 (순간 아차 하고 말머리를 돌리며) 연천 아줌마가 그랬는데…



네. 그랬어요.

응 (얼른 다른 말로 바꾸며) 그런데 말이야. 오늘 저녁에 우리공장 아줌마들이 회식을 하기로 했거든. 미스 김도 알지 ?

네 알아요. 사장님께서 나가시면서 내가 늦게 오면 회식비를 지급하고 잘 드시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랬어 ?

네.



그럼. 미스 김도 오는 거지 ?

그럼 요.

저녁 7시 읍네에 있는 장군 불갈비 집이야.

네 (대답을 마친 애자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얼른 말을 바꾸며) 아니, 아니. 전 못 갈 거 같아요.



왜 ?

다른데…갈 데가 좀 있어서…

(아줌마가 알겠다는 듯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오라. 알았어. 그 최기사님 만나려 가는 거지 ?

(당황해 하며) 아니, 아니 예요. 아줌마.

(빙그레 웃으며) 아니긴 뭐가 아냐 ? 그렇다면 누가 잡아먹나 왜 얼굴까지 붉히고 그래.

아녀요. 그 오빠는 오늘 저녁 일하세요 일.

일 ?

네 ?



아니, 이 겨울철에 무슨 공사가 있다고 레미콘이 일을 해 ?

네. 줄곧 놀다가 어쩌다 한 건 터졌데요.

그래서 ? 최기사님 만나는 일도 아닌데 왜 못 나와 ?

그게…

무슨 일인데 그래 ?



네. 오빠가 일 마치고 새벽 4시나 5시에 들어온다고 하잖아요 ?

그럼 우리랑 같이 가서 많이 먹고 오면 되겠다.

그런데…오빠가 늦게 오면 오빠 자취방에 연탄불도 꺼지고…

아, 연탄불이야 갈아주면 되지 ?

그리고 시장에 들려서 밑반찬거리도 좀 준비해야하고…오빠 빨래한 것도 갖다 주어야 하고 그리고…방 청소도 해주어야 하는데…요 며칠 한…10일간 못 갔거든요.



그래 알았어. 하여튼 미스 김은 지극 정성이야.

아줌마는…

그래. 그 때가 좋을 때지.

(계면쩍게 웃으며) 미안…해요.

미안하긴…

그래서…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마…세요.

아니, 이 좁은 바닥에서 최기사 님하고 우리 미스 김하고 연애하는 거…아니지 ? 결혼할 거 라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이야기를 하라 마라 그래 ?



아니, 그 말이 아니고 오늘 저녁에 회식 못 가는 걸…

응. 그 얘기도 알아들었어.

미안해요.

아, 왜 나한테 미안 해 응 ?

그냥…



그런데 참. 미스 김…

네.

(잠시 무슨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흔들며)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지.

무슨 말씀인지…

아냐 아무것도 아냐.



내가 괜히 한 소리야.

네 에 ?

그래. 다른 거는 다 그만두더라도 이 말만은 미스 김에게 꼭 해 줘야겠구나.

무슨 말씀인지…

응. 내 말을 듣고 난 뒤…그 뭐야 ? 미스 김이 질문은 하지말고 듣기만 하는 거다 아 ?

네.



응. 그 뭐야 ? 좋아. 하여튼 최기사님 하고 얼른 결혼식부터 올려.

그게 좀…

아니 ? 넌 그 이유는 알 거 없고…좌우간 남자는 하루 빨리 결혼식을 올려야 내 사람이 돼.

오빠가…돈을 조금 더 모아서…

돈 그까짓 거는 둘이서 살면서 모아도 돼.





아니 ? 나도 믿고 싶지는 않은데…자꾸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 그래.

(애자가 의아해 하며) 무슨 소문이…

아니, 그 최기사님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봤데나 어쨌데나…하여튼 말이 조금 있어.

호호호. 그건 소문이겠죠 뭐.

그래. 나도 그냥 소문이면 이런 이야기를 안 하는데 소문이 제법 구체적이라서…그래.

누가…

응. 저기 마감반에 미스 홍 있지 ?

아∼네. 미스 홍.

그래 미스 홍이 그래.

(애자가 웃으며) 아, 네. 그건 소문이 예요 소문 ?

소문 ?

네.

왜 ?



그건 미스 홍이 글쎄…우리 오빠더러 한번 만나자고 했데요.

뭐 ? 그랬어 ?

네.

아니 미스 김과 사귀는 걸 알면서도 ?

네.

미스 홍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래 ? 그래서 ?

(애자가 여유있게) 그래서 오빠가 거절을 했더니 두고보자 그러면서 내가 소문을 안 내나 했데 요.

미스 홍이 ?

네.

그래서 아마∼미스 홍이 나쁜 소문을 내고 다닐 거 예요.

그럼…그게 그렇게 된 거 구나.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내가 걱정하는 건…그런 소문이 아니고…

아이∼걱정하지 마시라니까 요.

아…알…았어. 그런데…아무튼 하루라도 서둘러 빨리 결혼식부터 올리고 봐 응 ?

네.

그럼 난 간다.

네. 저녁에 맛있게 많이 드셔요.

그래.

회식비가 모자라면 외상으로 하고 오세요.

그래 알았어.



(아줌마가 사무실을 나간 뒤 애자가 독백으로) 흠…미스 홍이 결국…내 이걸 그냥 콱. 아, 아니지. 괜히 상대하다가 나만 우스운 꼴이 될지 몰라. 참자 참어. 그런데…정작 아줌마가 이야기 한 소문을 무슨 소문인지 안 물어 봤네. 내일 아침에 물어 봐야지.



■ (장면 002) 그 날 저녁 8시 경. 판석이 자취방으로 가는 길 중도에 산아래 배차 플랜트 앞.



(애자는 퇴근길에 오늘 저녁 오빠를 만날 수가 없다는 것이 너무 서운하여 무거운 발걸음으로 시장에 들려 밑반찬용 멸치와 오빠가 잘 먹는 당근조림을 할 당근이랑 연뿌리, 쇠고기 등의 야채와 부사 사과도 산 후 다시 자기 집에 들려 오빠의 팬티와 런닝 등 빨래한 것을 들고 집을 떠나 걸어가면서 독백으로) 연탄불이야 구멍을 조금만 열어 놓고 다 닫으면 내일 아침까지야 겨우 가겠지만…아니지. 그러다 불이 꺼질 질도 몰라. 그러면 오빠가 새벽에 얼마나 추울까 ? 방이 너무 추워 연탄불을 지금 갈아 놓아 놓고 바람구멍을 조금 더 열어 놓으면 오빠가 새벽에 들어와도 춥지 않고 따뜻하게 눈 좀 붙일 건데…(애자는 부지런히 길을 재촉하며 걷다가 조금 쉬어갈 요량으로 손에 들었던 무거운 물건들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거대한 석산(石山) 크러셔 공장과 그 옆의 콘크리트 제조용 골재 플랜트구조물을 올려다보며 다시 혼자 소리로) 언제 봐도 크긴 크구나. 저게 산 하나를 야금야금 완전히 다 잡아 먹더니 이제 다음 산도 잡아먹기 시작하네. 휴∼힘들어. 날씨는 왜 이리 추운지 ? 참. 오빠 방에 연탄불은 살아 있는지 ? 꺼졌으면 다시 피우지 뭐. (애자는 다시 한번 눈앞의 클라크 공장과 플랜트를 쳐다보며) 어 ? 그런데 공장에 왜 불이 모두 꺼져 있지. 엉 ? 오늘 저녁 오빠가 일을 한다고 했는데…가만 ? 그러고 보니 덤프트럭도 안 다니고 레미콘도 모두 다 서 있고…이상하다. 내가 잘못 알아들었나 ? 어머∼벌서 8시가 넘었네. 얼른 가서 후딱 해놓고 와야지. (고개를 들어 잿빛 하늘을 우러러 보며) 오늘 저녁에 눈이 온다고 했는데…그래 어서 가자.



■ (장면 003) 연이은 시간. 최판석이 경남 산청군에서 이 곳 플랜트를 따라 와서 임시적으로 월세로 얻어 놓고 자취하는 집.



(애자가 플랜트를 끼고 돌아 작은 산 아래로 난 길을 조금 가다가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뒤에는 아담한 야산을 병풍 같이 두르고 있었고 동네 앞에는 크고 작은 다랑 논 (다랑이로 된 논. 비탈진 산골짜기 같은 곳에 층층으로 된 좁고 작은 논배미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 대필자 정O영 註釋). 들이 무수히 펼쳐져 있는 30-40호 산골마을에 도착하여 마을을 중앙으로 관통한 길을 따라 야산 바로 밑에 있는 판석이가 자취하는 집의 대문 앞까지 와서 집 주인 아줌마를 부르려다가 보기에도 깐깐한 주인 집 아저씨가 결혼도 안 한 여자가 남자 자취방에 드나든다는 소리를 하더라고 하여 왠지 꺼림칙하여 물건을 든 손으로 대문을 살며시 여니까 나무로 된 대문이 소리 없이 슬며시 열리자 얼른 들어선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쪽에 안채와 기역자로 들어 선 사랑채가 있는데 이 사랑채는 모두 세 칸으로써 대문 앞에서부터 오른쪽에 판석이가 세를 얻어 자취를 하는 문간방이 있고 그 다음 가운데가 소 외양간이 있으며 안채와 가까이 있는 끝 방은 옛날에 주인이 백 섬 천 섬 할 때 머슴들이 자는 방 이였는데 지금은 주인 집 가세가 형편없이 기울어 거의 비워두고 있으며 간혹 먼 데 있는 친척이 다니러 와서 묵어 가기도 하고 동네 잔치 때 잔치 집에서 방이 모자라면 그 방에서 잔치 집 손님을 재우기도 하는 방이 있다)



(註 : 문간방 : 여기서 문제의 이 문간방에 대해서 이 글의 대필자는 도시 출신이므로 이 글에 나오는 그런 문간방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 도저히 설명을 할 엄두가 나지 않고, 그렇다고 영영(?) 소식이 없는 설앵초님에게 여쭤 볼 길도 막막하고 해서 골머리를 앓다가 문득 야전(야설의 전당 (http://www.cocity.net) 의 기타 자료실에 있는 IMAGE 자료실. 3549번. 제목 : 산골 놈. 거처 (문간방) 등록자 : bmsig(baram57. 2005.03.18 등록)의 이미지에 나오는 문간방이 떠올라 다시 찾아보니 불이 켜진 부엌쪽이 오픈된 거만 빼고는 그 이미지가 근사하게(?) 맞아 떨어져서 이 글의 핵심무대인 문간방에 대하여 독자 님들의 이해를 돕고자 문간방 이미지 등록자인 bmsig(baram57)님과 저작권에(?) 대한 협의를 무사히(?) 마치고 그 이미지를 차용해 오기로 하였음 = 대필자 정O영 註釋)



(애자는 불이 꺼져있는 문간방 앞에 손바닥만한 마루에 가지고 온 짐을 살며시 놓고 빨래 보자기 안에 있는 손 지갑을 꺼내서 방문 열쇠를 꺼내려고 조용히 허리를 굽히는데 그 때 문간방 안에서 사람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애자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우려 다시 한번 들으려고 조심스럽게 방문에 귀를 갖다대니 틀림없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남자 여자가 주고받는 말소린데 가만히 들어 보니 남자의 목소리는 오빠의 목소리가 분명한데 누군지 모르지만 여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갑자기 긴장한 애자는 마루 밑을 쳐다보니 오빠의 다 낡은 슬리퍼만 놓여 있었고 오빠 구두나 여자의 신발 같은 것은 없었다. 애자는 성급한 마음에 오빠하고 부르려다 순간 멈칫하여 그 자리에 서서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윽고 조심스레 소리나지 않게 발을 움직여 문간방 오른쪽에 있는 부엌과 담벼락 사이에 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조심조심 걸어가 문간방의 뒷문 앞에 도착하여 들고 온 짐을 살며시 놓고 방문에 귀를 대고 방안의 동정을 살핀다. 간혹 여자의 간드러진 웃음소리와 그 웃음소리에 따라 덩달아 웃는 오빠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자 애자는 불현듯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쳐 머리가 터질 듯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 애자는 손가락에 침을 발라 창호지로 된 방문에 구멍을 뚫어놓고 그 구멍으로 방안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데 처음에는 방안이 잘 보이지 않다가 부엌문 앞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밤새도록 켜놓는 백열구 불빛의 간접조명 때문에 비로써 차츰차츰 방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앞의 방문을 향해 머리를 두고 나란히 누워 있었고 제일 먼저 애자의 눈에 들어 온 건 발가벗은 다리 넷이 서로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 것과 방문안쪽 두 사람의 머리맡에 나란히 놓인 오빠의 구두와 여자 하이힐 한 켤레였다)





(오빠 판석이가 오른 손을 들어 누워있는 여자의 가랑이 사이로 넣으며) 다리 좀 벌려 봐.

(여자가 웃으며) 흐를 건데…

아직 ?

응. 자기가 오늘따라 너무…많이 싼 거 같지 않아 ?

응. 난 기분이 좋으면 자지 물도 많이 나오고 그래..

그럼 기분이 좋았어 ?

그럼. 최고였지. 넌 ?

응. 나도.

다리를 조금 더 벌려 봐.

흐른다니까 ? 그래.

아니 ? 흐르면 내가 손바닥으로 막지 뭐 그래.

그래도…

조금 더, 조금 더. 응. 이제 됐어.

안 흘러 ?



응. 가만. 따뜻한 게…흐르는 거 같은데.

어떻게 해 ?

어떻게 하긴…아니 다리 오므리지 말고 그냥 벌리고 있어. 응. 그렇게.

아이…

괜찮아. 따뜻한데. 그런데 정말 뭐가 이렇게 많이 흘러 ?

자기가 많이…싸고 선…

내가 ?

응.

넌 ?

아이∼나두…



(판석이 여자의 보지물을 손바닥으로 만지며) 따뜻하고 좋아.

조금 닦아 낼 까 ?

관 둬. 이렇게 흘러내리는 걸…손가락에 발라서 (여자의 보지 살 위를 문지르며) 여길…여길…살살 비비면…좋아 ?

(간드러지게 웃으며) 아이∼몰라.

난 미끈거리면서도 부드럽고…여기 이 털도 까칠까칠하고…좋은데 ?

나도…좋…아.



(판석이 도톰한 여자의 음핵을 만지며) 여긴 왜 이렇게 오동통해 ?

몰라. 나도 바지를 입으면 거기가 갈라져 보여서 신경이 많이 써져.

그래. 난 살이 많아 잡기도 좋고 그리고 촉감도 좋고…좋은데 ?

자기만 좋다면 난 괜찮아.

엉덩이 좀 움직이지마.

아이…자기가 그러니까 자꾸 몸이 뒤틀리고…이상해지잖아.

그럼…우리 또 한번 더 할 까 ?

아이…조금 있다가…



아냐. 이게 (판석이 여자의 손을 잡아 자신의 자지를 만지게 하며) 이렇게 섰는데.

어머…벌써 ?

응. 기분이 좋으면 금방금방 서.

어휴…살 떨려. 뜨겁기는 왜 이렇게 뜨거워 응 ?

그럼 열이 나지 안 나 ? 어때 ? 지금 ?

…응. 불이 난 것처럼 뜨겁고…껄떡껄떡하는 게 내 손을 아는 가 봐.

그럼. 이게 누구 손인데…

호호호. 주인을 알아본다는 말이야.



그래 (판석이가 여자의 보지를 덮고 있는 손바닥으로 보지를 탁탁 치며) 빨아…줘 ?

아이∼지금은 젖어 있어서 괜찮아.

그래도…난 빨고 싶은데…

그럼…씻고 와 ?

아니.

그럼 어떻게 ?

그냥 이대로.

에이…안 돼 (몸을 일으키려고 하며) 금방 닦고 올 깨. 잠깐이면 돼.

아니 그냥…

에이. 정말 ?

응. 그래도…

싫어 ?



아니 나도 좋은데…그게 흐르잖아 ?

괜찮아. 넌 그냥 그대로 가만히 누워있어.

…아…알았어.

냄새 날 건데

어떤 냄새 ?



응. 접때 자기 껀…입에서 냄새나던데…

그래 ? 어떤 냄샌데 ?

응. 뭐야…조금 비릿하고…미끈거리고…아이∼몰라.

싫었어 ?

아니 처음엔 그랬는데…나중엔…좋았어.

(판석이 여자의 발 아래로 내려가 여자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손으로 여자의 보지 털을 만지며) 좀 비벼 봐도 되지 ?



어떻게 ?

아니 자지로…(손으로 여자의 보지를 문지르며) 여기를 비벼주면 말이야.

그렇게 하는 게 좋아 ?

응. 까칠까칠한데다 비비면 자지 대가리가 찌릿찌릿한 게 너무 좋아.

그럼 그렇게 해.

알았어. 우선 이렇게…보지 물을 자지 대가리에 좀 발라서…

(판석이가 자신의 자지를 잡고 힘을 주어 여자의 보지를 문지르자 여자가 온 몸을 비틀며) 아이∼간지러워.



어 ? 흐른다 흘러.

아이∼어떻게 해 ?

어떻게 하긴 (판석이 재빠르게 보지에 입을 대고 '쪽 하고 소리가 가 나도록 빨고 나서) 이렇게 하면 되지

아이∼몰라.



(순간 방문 구멍으로 이를 지켜보던 애자는 갑자기 목구멍에서 뭔가 치밀어 헛구역질이 올라 와 하마터면 '우 엑'하고 토할 뻔했지만 손바닥으로 얼른 입을 막고 헛구역질만 연신 해댄다) 웁∼욱, 욱.



(방안이 자세히 보이지 않아 모르지만 보지 물이 질질 흐르는 듯한 그 여자의 보지를 빨아 준 오빠 판석의 행동은 오빠가 언제나 애자 자신에게 했던 거와 똑같이 하고 있는데도 그때는 그것 자체가 너무 좋았고 더 흥분이 되어 어쩌면 애자 자신이 자신의 보지를 더 빨아 주기를 원했던 것인데 지금은 아…지금은…애자는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어 억지를 부려서도 모등 걸 다 토해 내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웁, 웁.



어때 ?

뭐가 ?

냄새 안…나 ?

냄새가 나긴 나는데.

어떤 냄새야 ?



싫은 냄새야 ?

아니. 좋아.

정말 ?

응. 맡아볼래 ?



자 (판석은 자신의 입안 가득히 머금고 있던 여자의 보지 물과 자신의 자지 물로 범벅이 된 분비물을 혀로 밀어내어 여자의 입안에다 넣어 준다)



엥 ? 이게 뭐야 ?

뭐 긴 뭐야 ?

아이…싫어.

우리 둘이…사랑의 물인데…

그래도…

난 좋은데…



…넘겨 ?

응. 난 먹을 수 있어.

아이…

어 ? 또 흐른다.

응. 다리를 들고…엉덩이도 더 들어 봐.

(여자가 다리를 높이 들고 엉덩이도 들면서) 이렇게 ?



응. 아니 다리는 (양손으로 들어 올려진 여자의 다리를 더 넓게 벌리며) 오므리지 말고 이렇게 더 벌려야지

(여자는 자신의 두 손으로 양쪽 다리를 쫙 벌리면서) 이렇게 ?

응. 그래야 보지 물이 밀려나오지 않고 보지구멍에 고여있지.

됐어 ?

응. 이제 멈추었어. 호오. 그거 얌전히 고여 있는데.

(판석이 다시 고개를 숙여 여자의 활짝 벌려진 보지에 입을 대면서) 정말 많은데…나…빤…다.

응. 살살…

알았어 (보지를 단숨에 집어삼킬 듯 입을 크게 벌려서 보지를 덮고 그냥 빨아 댄다) 쩝, 쩝.



(여자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할딱거리며 엉덩이를 흔들며 몸부림을 친다) 아∼아∼어머∼어머∼(두 손으로 판석의 머리를 움켜쥐며) 아 하. 아 흐 흐. 아 으. 하 아.



(판석은 입에 더욱 힘을 주어 여자의 보지를 사정없이 빨아 댄다) 쩝, 쩝, 좋아. 쪽, 쪽.

응 (여자는 연신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응. 너무 좋아. 아∼아∼ 자기야 나 미쳐.

그래 쩝, 쩝.

아∼자기야, 자기야. 잠깐, 잠깐, 아휴∼나 미쳐. 자기야 잠깐

(판석은 보지에 입을 댄 채 눈만 위로 치켜 뜨고 여자를 올려다보면서) 왜 그래 ?

(여자는 숨을 헐떡이며) 아∼아∼아이∼숨막혀. 자기야. 잠깐, 잠깐만. 나 자기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



(판석은 여전히 여자의 보지를 입에 문 그 자세로 여자를 올려다 보며) 뭔데 ?

아이∼그러지 말고 이리 올라 와 봐.

왜 그래 ?

응. 지금, 지금. 할 이야기 있어. 이리 올라 와 봐.

(판석이 서운한 듯) 난 더 빨고 싶은데…

응. 그래. 자기야. 우리 이야기 좀 하고 다시…응



알았어 (판석이 몸을 일으켜 세워 여자의 몸 위로 올라타고 상체를 숙여 오른손으로는 여자의 왼쪽 젖꼭지를 주무르고 입술로는 여자의 오른쪽 젖꼭지를 살짝 물고 당긴다)

(여자는 가슴을 오므리고 다리를 바르르 떨면서 가늘고 긴 팔뚝으로 판석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아이∼자기야. 잠깐. 잠깐. 어휴∼나 미쳐.

(판석이 여자의 얼굴을 마주보고) 뭔데 그래 ?



응. 잠깐 아휴 숨차.

(판석이 손으로 여자의 젖꼭지를 살짝 비틀자 여자는 또 한번 자지러지며) 아니 잠깐, 잠깐. 자기야.

응 알았어.

아휴∼내가 왜 이래 ? 응 ? 정말 찌릿찌릿해서 정신을 못 차리겠네. 자기야. 자기야.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봐.



알았어. 뭔 이야긴데 그래 ?

응. 자기야. 자기는 내일 당장 우리 엄마에게 인사드리러 가자 응 ?

엄마에게 ?

응. 아빠한테도 인사드리고.

그래 에 ?



응. 참 그 전에…그 뭐야. 애자라는 여자하고는 완전히 정리해야 돼.

아니 정리하고 말고 가 어딨어 ?

왜 ?

아니 만난 지가 ? 한 달 ? 아니지 한 달이 뭐야 ? (정말 천연덕스럽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니 겨우 20일도 안됐는데 그걸 정리하고 말고 가 어딨어 ?

정말 ?

그럼. 그 여자와는 아직…(표정하나 변함이 없이) 손도 한번 안 잡았어.

그게 아니던데…



그게…아냐. 다 헛소문이야. 아, 자기가 원하면 내일 당장 애자와 대면 해 줄 수도 있어. 어때 ? (자신있게) 내일 세 사람이 만나 말아 ?



아냐. 내가 왜…난 보고 싶지도 않아. 나야 자기가 깨끗이 정리만 하면 돼.

아, 정리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니까 그래.

그래. 그럼. 내일 당장 우리 집에 가.

아니 자기 집에 갈 때는 가더라도 지금은…에이 뭐야. 기분이 다 식었잖아 ?

아이…다시 하면 되지 뭐.

그래.



참. 어제 내가 산청에 가서 자기 어머님 아버님 뵙고 여동생도 보고 와서 우리 엄마에게 이야기했거든 ?

(판석은 여자의 까칠까칠한 보지 털을 모아 잡아당기는 장난을 하면서) 응. 그래서 ?



내 이야기를 들은 우리 엄마가 그 자리에서 선뜻 2천만 원을 주시면서 애자 그 여자가 자기 부모님에게 준 천만 원 (당시 그 곳의 논 한 마지기 200평이 약 200만원 정도였으니 천만 원이면 5마지기의 논을 살 수 있는 큰 돈 이었다고 함 = 대필자 정O영 註釋) 을 돌려주고…



(판석은 여자의 보지구멍엔 손가락을 넣으며) 그거만 돌려주면 되는데…왜 ?

응. 남는 돈으로는 지금 자기 논 그 옆에 내 놓은 논을 사들이라고 드렸어 ?

그랬어 ?



응. 자기야. 나 잘했지 ?

그럼. 우리 노인네들이야 농사짓는 논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일어나 깜빡 죽잖아. 평생의 소원이었어.

그래.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

그랬을 거야.

그리고 자기 여동생에게도 백만 원 줬어.

뭐 ? 그 계집애에게 백만 원씩이나 ?

응.

왜 ?

아니 자기 여동생이 그 애자 씬가 뭔가 그 여자하고 제일 잘 친해서 자기 식구 중에 나와 결혼하는 걸 제일 반대 할 것 같은 가장 강적이 자기 여동생이라고 했잖아 ?



그래. 그랬더니 ?

응. 그랬더니 여동생이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져서 나더러 이제부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고 금방 언니, 언니하며 따라 다녔어.

미친 년…



자기야. 뭐라고 ?

아냐, 아냐.

응. 그래서 그 애자씨 돈은 지기 어머님께서 오늘 애자씨에게 다시 보내주었을 거야.

그럼…이제 다 정리가 됐네.



그리고 참. 우리 아빠가 말씀하신 건데 오빠더러 지금 그 회사 레미콘 운전하지말고 내일부터 우리 레미콘 사무실에 나와서 근무하라고 하셨어.



정말 ? (뛸 듯이 기뻐하며)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

그럼.

아버지 책상 옆에 자리를 마련한다고 하셨어.

이거…정말이야 ?

그럼.



(갑자기 판석은 여자의 가랑이로 머리를 박고 벌겋게 달아 오른 여자의 보지를 미친 듯 빨아대기 시작한다) 쩝, 쪽.

아∼아∼ 자기야. 자기야. 아∼아∼ 항. 자기야 나 미쳐.



(그때 방밖에서 자신도 모르게 하염없이 얼굴에 타고 내린 눈물을 닦던 애자는 급기야 이어서 들려 오는 여자의 숨넘어가는 비명소리에 다리에 힘이 빠져 더 이상 지탱할 수가 없어 손으로 입을 막고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발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나 대문을 살며시 열고 골목으로 나오는데 그때까지 간신히 참았던 구역질이 갑자기 올라 올 것 같아 급하게 손바닥으로 입을 막으니 입안 가득히 더러운 오물이 가득하다. 애자는 컴컴한 골목길에 혼자 쪼그려 앉아 꾸역꾸역 끝없이 토하고 있었다)



■ (장면 004) 다음 날 아침. 애자가 다니는 공장 사무실.



(애자가 어딘 가로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 어머님이셔요 ? 어머님. 저 애자 예요.

(전화기 반대편에서 시큰둥하게) 으 응.

안녕하세요 ?

(여전히 시큰둥하게) 응.

아버님도 별고 없으시고요 ?

응. (조금 쌀쌀맞게) 그런데 무슨 일이야 ?

네. 안부전화를 드리려고…



그런데 우리…판석이가 너한테 아무 소리 안 하던 ?

무슨…말을…

응. 너한테는 지가 알아서 이야기를 한다고 했는데 에 ?

오빠는 아무 말도…

그래. 아직 판석이가 이야기를 안 했다면…판석이가 곧 이야기를 하겠지 뭐.

무슨 이야기를…

그래. 그건 판석이에게 직접 들으렴. 난 할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구나.

어머님…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이만 전화 끊는다.

어…어머님…



(딸깍. 뚜 뚜 뚜)



■ (장면 005) 그 날 저녁 11시경. 판석의 문간방 앞 .



(주인집 아줌마가 동네에 놀러 갔다가 밤 늦게 돌아오면서 문간방 댓돌에 남자와 여자 구두 두 개가 나란히 놓인 것을 보고 혼자 말로) 애자가 왔나 ? (똑똑 문을 두드리며) 애자 왔어 ?



(애자가 방문을 열면서) 네. 아줌마.

응. 그래. 애자 왔구나. 어제도 오고 오늘도 또 왔구나 ?

(애자가 머뭇거리며) …

(이때 판석이 흠칫하다가 주인 아줌마를 힐끔 쳐다보고 얼른 끼여들어) 아줌마. 이제 오세요.

응. 총각.

늦게까지 노시고 오시네요.

그래. 뭐하고 있었어 ?

(판석이 재빠르게 말을 받으며) 네. 그냥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래 (주인집 아줌마가 애자를 쳐다보며) 그런데, 애자 얼굴이 빨게 졌네.

네. 술을 조금…어제 그제가 오빠 만나지 5년 된 거…기념한다고 지금 먹고 있어요. 아줌마도 한 잔 하시겠어요 ?



아니. 난 안 먹어. 얼른 씻고 잠자야지 (술이 취해 벌겋게 된 판석이를 쳐다보며) 둘 다 술이 많이 취했구나.

네.

(애자가 술에 취해 벽에 기대어 앉아 씩씩거리고 있는 판석에게) 오빠. 아줌마 술 한잔 드려 응 ?

그래. 자 (판석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술잔을 잡고 비틀거리며 일어서면서) 자. 아줌마. 한잔만 하세요.

아니, 아니. 난 됐어. 둘이서 마시는데 좋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판석이 퉁명스럽게) 분위기는 무슨…(빈 술잔을 건네며) 아, 한 잔 하세요.

아. 난 됐다니까. 밤이 늦었는데…애자는 자고 갈 거지 ?



네. 오빠 곁에서 자고 갈 거예요.

응. 그래. 늦은데 밤길 다니지 말고 자고 가. 내일 둘 다 출근하잖아 ?

그럼요.

응. 그러면 그만 마시고 치워놓고 어서 자. 많이 취했어.

네.

(주인 아줌마가 진정 걱정하는 마음으로) 둘이…어서 결혼하여 살림을 합쳐야 할 건데…



아참. 아줌마 (애자가 방바닥에 놓인 핸드백을 열고 봉투를 건네며) 저 기, 이거 오빠…이 달치 방세예요.

천천히 줘도 되는데…

제가 온 김에 드리려고요

응. 그래. (봉투를 받으며) 고마워.

그리고 참 뭐…(애자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우리 오빠한테 밀린…거 없어요 ?

뭐…말인가 ?

네. 뭐…오빠에게 돈을 꾸어 준 돈이 있다거나…전기세나 다른 뭐…

(판석이가 손을 흔들며) 야.야. 나, 그런 거 없어.

(애자가 판석에게 에게 눈을 흘기며) 아니, 오빠에게 말고…아줌마에게 묻는 거잖아 ?

응. 없어.

정말이세요 ?

그럼.



있으면 왜 ?

아니…있으면…

애자가 갚아 주려고 ?

네.

아이, 착하기도 하지. 그런데 없어. 돈 줄 사람이 있는데 없는 것도 있다 할까 ? 호호호.

정말이세요 ?

그럼. 애자가 저 어 기, 뭐야 ? 동네 점방(구멍가게)에서 판석 총각의 술값, 라면 값 등 외상값도 모조리 찾아가서 대신 다 갚아 주고…마치 어디로 이사 갈 사람같이 말이야.



아니 예요. 그야 뭐…

(판석에게 빈정 대며) 총각은 좋겠수.





(애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 그만 들 자. 내일 아침에 둘 다 출근 할 건데.

네.



참 그리고 (주인 아줌마는 애자에게 손짓을 하여 가까이 오게 한 후 애자에게 귓속말로) 저기…

네 아주머니.

응. 다른 게 아니고 (미적거리며) 그 뭐야 ?

무슨 말씀인지 ?

응. 그게…그럼 바로 이야기하지 뭐.

네 그러세요.

다름이 아니라…아이∼참 내. 이거…

아이, 무슨 말씀인데…그러세요 ?



응. (외양간 옆에 붙은 머슴방을 가리키며) 저기. 그 방에 먼 데 사는 친척 한 분이 와 계시거든…

그건 아까…잠깐…먼발치에서 뵈었어요.

응. 그런데 말이야 (여전히 미적거리며) 그 손님이 잠귀가 되게 밝거든…

그래…서요 ?

응. 자다가 무슨 소리만 들리면 금방 잠이 깨는 사람이라…



애자가 나중에 총각하고 잘 때…

(그때서야 주인 아줌마의 얘기가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고 부끄럽게 웃으며) 아, 네.

그래. 우리끼리 있을 때는…소리가 좀 커도 괜찮지만…아무래도 남이 있으면…그렇잖아 ? 무슨 말인지 애자는 알지 ?



(얼굴이 붉어지며) 그럼 요. 조심 할…깨 요.

그런데 그게…조심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한창 기분이 오르면…나도 그렇거든.



그런데 총각하고 애자는…소리가…좀 크잖아 ? 응 ? 아이∼이거 원. 내가 미안해서.

아니 예요. 조심을 할 깨요.

그래 그래 (총각도 들으라는 듯) 내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는가 보구나.

아니…예요.



그래 난 또 어제…저녁처럼…

…어제 저녁…

응. 어제 저녁은 왜 ? 애자가 다른 날보다…소리가 좀 더 컸지 ?

(애자는 가슴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감정을 억누르고)…그건…

그래. 그럴 수도 있어. 그런데 오늘만은 좀…조심을 해 달란 말이야.

…네.

아니 ? 내가 애자에게 호호호. 무슨 쓸데없는 이야기를…

아, 아니 예요.

그래. 이해하지 ?

네.

그리고 참…(애자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총각이 젊어서 더 강하게…더 오래 하니까 더 좋지 ?

네 ?

아니, 아니. 호호호. 아무것도 아냐. 그럼. 난 간다. 잘 자.

네. 아주머니. 주무세요.



(판석이가 방문을 닫고 들어오는 애자를 쳐다보며) 무슨 이야기야 ?

아냐. 아무 이야기도.

아니 지금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선 아무 이야기가 아니라니 ?

여자들끼리 이야기야. 뭘 그런 거 까지 알려고 그래 ?

(판석이 퉁명스럽게) 알았어.



■ (장면 006) 다음날 아침 9시 경. 역시 판석이 자취하는 그 문간방 앞.



(주인 아줌마가 문간방 방문 앞에 서서) 아니 이 총각이 방문 자물통도 안 채우고 갔네. 가만 ? 아직 출근 안하고 안에 있나 ? 에이. 지금 시간이 몇 신데…그래도…(방문 앞에 허리를 굽히고 서서 방문을 두드리며) 총각, 총각. 안에 있어 ? 이 총각은 잠귀가 되게 밝은데. 어 ? 이상하다. 안에 없는 것 같은데. 그럼 나갔나 ? (문간방 문을 드르륵 열고 얼굴을 들이밀다 말고 갑자기 코를 막고 깜짝 놀란다) 아니 이게 무슨 냄새야 응 ? (다시 손으로 입과 코를 막으며) 이거 ? 연탄가스 냄새 아냐 ? 어휴 ∼숨막혀. 아니 ?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방안에서 부엌으로 난 작은 방문이 열린 것을 보고) 어 ? 이 문이 열렸네. (자신도 모르게 방으로 들어 와 열려진 부엌문을 통해 부엌을 쳐다보다가 연탄아궁이 뚜껑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연탄아궁이 뚜껑을 열어 놓고 자다니 ? 그러나 잠깐 뭔가 이상하다는 듯) 가만 ? 연탄아궁이와 부엌문을 죄다 열어 놓고…아니 ? 그럼…혹시 ?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면서 다급하게)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응 ? 총각 ? 그런데 총각 옆에…저…저…애자 아냐 ? (총각을 흔들어 깨우며 큰 소리로) 이봐. 총각, 총각, 아니 ? (총각을 흔들다 말고 손바닥에 싸늘하고 뻣뻣하게 굳은 총각 판석의 몸이 만져지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머∼이거 큰일났네. (총각의 뺨을 연거푸 때리며) 이봐요. 총각. 총각 (갑자기 찢어지는 목소리로) 악∼사람 살려. 사람 살려.



(주인집 아줌마의 찢어 질 듯한 비명소리를 들은 주인 집 아저씨가 안채에서 신발도 신지 않고 부리나케 한 걸음으로 달려 와 문간방 안으로 들어가 죽은 듯이 가만히 누워 있는 판석의 가슴에 귀를 대어보고 손목도 잡아 본 후 아줌마를 쳐다보고 원망하는 말투로) 그만큼 연탄가스를 조심하라고 했잖아 (다시 그 옆에 판석의 손을 꼭 잡고 그림같이 나란히 누워 있는 애자의 손을 잡아보고 가슴에도 귀를 대어보고 난 뒤 갑자기 탈진 한 듯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 휴∼하고 길게 한숨을 내뱉은 후) 이래서 내가 방을 비워 두고 세를 놓지 말자 했는데…그 몇 푼 받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허탈한 목소리로) …갔…어.



네 에 ?



둘 다…갔어…





(새벽부터 내린 눈이 산골을 온통 하얗게 덮고 있었다)









F.O.(fade-out) : 화면이 점차 어두워 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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