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여자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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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날 밤, 준호 녀석이 우리 집에서 자고 갔던 일로 우연히 내 안의 비밀스러운 욕구를 깨닫게 된 이후, 나와 아내의 삶은 근본적으로 바뀌어 버렸다.
나는 알 수 없는 충동으로 아내가 다른 남자의 품 안에서 욕보여지는 것을 원했다. 그것을 보길 원했다.
내 눈엔 언제나 천진난만한 고교생 제자로만 비치는 아내가, 그 정숙하고 순수한 얼굴을 쾌락으로 일그러뜨린 채 다른 녀석에 의해 정복되는 것을 나는 진심으로 욕망했다. 왜 그런 충동이 나를 지배하는 것인지, 그때는 완전히 알지 못했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나는 그 충동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당시 작가로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이 일에 대한 시나리오를 짬으로써 옛날 글쓰기에 대해 품었던 아름다운 환상이 되살아나는 듯한 착각까지 느꼈다.
그리고 나는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결과 결국 그 일에 성공했다.
두 번에 걸친 내 부탁으로 다른 남자가 아내의 몸에 손도장을 찍게 하는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그중 한번은 내가 직접 입회한 자리에서였다. 그때의 흥분이란.
나로선 겪어보지 못한 사람한테 그대로 전달할 재주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몹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아내를 다른 남자의 품에 맡기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천천히 이야기하겠다.
어쨌든 아내는 그로 인해 꽤 상처받았다.
그날 밤, 나는 울먹이는 아내를 품에 안은 채 밤새도록 그녀를 달래야만 했다.
"당신이 내 것이니까, 완전히 내 것이기 때문에 남한테 빌려줄 수도 있는 거야."
나는 그때 아내한테 말했었다. 아내도 그때는 벌써 상당히 내 욕구를 이해하고 거기 동참하고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그건 알아요. 하지만, 오늘 같은 식으로는 싫어요. 제발 오늘 같은 일은 다시 없게 해 주세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그런 일도 할 수 있으니까 제발 오늘처럼만 되지 않게 해 주세요."
그건 나 또한 동감이었다.
그 불미스러운 일로 내가 배우게 된 것은 내 비정상적인 충동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모든 상황이 내 통제 속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녀석이 아내를 안더라도 그 녀석은 적어도 아내한테 있어서는 내 분신과 같은 것이어야지, 진짜 "다른 남자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심하고 다른 방향으로 계획을 잡은 내가 마침내 `동수`라는 그 친구를 우리 집으로 데려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불미스러운 일이 있고서 근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였다.
"안녕하십니까. 진동수라고 합니다."
"예. 말씀 많이 들었어요."
양손에 무거운 장비 가방을 짊어지고 온 건강한 동수 녀석을, 아내는 다소곳이, 다소 경직된 매무새로 맞이했다.
가을바람이 어느새 꽤 스산해진 날이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나는 전부터 자료취재 겸 하여 온라인으로 알고 지내던 남자가 하나 있었다.
나보다 다섯 살쯤 많은 남자.
자기 말로는 무슨 영화인입네 어쩌네 하지만 실은 싸구려 에로 영화에 가끔은 불법 몰래카메라나 취급하는 그러는 녀석이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골라잡은 건 말끝마다 영화인 어쩌고, 거드름이나 피는 그 중년 남자가 아니라 그 남자를 통해 알게 된 동수라는 그의 젊은 조수였다.
그 "감독"이라는 작자의 조카라는 동수는 삼촌과 달리 성실하고 미더워 보였다.
나는 그 녀석한테 부탁해서 우리 부부의 세칭, "섹스 비디오"를 만들도록 할 작정이었다.
"......영화요?"
"아니, 영화라기보다는 기록 테이프 같은 거야."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더 한 일도 벌인 적이 있는지라 별 불만 없이 수락했다.
한 번이라도 자신의 섹스 장면을 비디오에 담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게 또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카메라의 위치나 앵글을 잡기가 힘들다.
또 기껏 잡더라도 고정된 앵글에서 잡는 (카메라맨이 따로 없으니까!) 성애 장면이란 게 참으로 단조로워서 재미가 없다.
시험 삼아 한번 찍어보고 몹시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화면에 비치는 한창나이의 아내는 너무나도 어여뻐 보였지만, 이제 중년에 접어든 나의 왜소하고 단조로운 동작은 한마디로 따분했다.
그런 식의 단조로운 화면이 재미를 줄 수 있는 건 대중의 관음 대상인 연애인 몰래카메라 정도일 것이다.
가정용 비디오카메라의 성능을 과대평가할 게 아니다. 더구나 연출도 촬영감독도 없는 상황이라면.
동수 녀석을 선택한 건 그래서였다.
녀석은 시다로든 뭐로든 간에 하여튼 성인 영화의 촬영 현장에도 있었던, 말하자면 프로였다.
그리고 아내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실은 플러스 알파에 대한 의도도 분명히 있었다.
동수 녀석한테 그 의도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녀석은 어색한 듯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가 내가 아내의 사진을 보여준 순간 표정이 바뀌었다.
평소 과묵한 녀석의 표정이 녀석답지 않게 상기되는 것을 나는 분명히 확인했었다.
4.
녀석을 도와 집 안에 몇 가지 장비들을 설치했다.
스탠드 비슷하게 생긴 조명기 불빛에, 티브이에서나 보던 반사판과 마이크까지 설치해 놓고 나니까 내 집이 내 집 같지 않고 기분이 이상했다.
아내는 당연히 훨씬 더 긴장하여 어디에 시선을 둘지 안절부절못한 채 앉아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래도 우리 집의 손님인 동수한테 하다못해 과일이나 음료수라도 내놓고 그러련만 아내는 동수와 시선조차 마주하려 들지 않았다.
`하긴. 그러고 보니 둘이 나이가 비슷하겠군.`
동수는 젊다. 그리고 아내의 젊음은 눈부시다.
이제 시드는 나이의 진입을 눈앞에 둔 나는 왠지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질투심을 느꼈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괴롭거나 쓰라리지 않고 오히려 맵싸하니 가슴으로 파고드는 감미로움이 있었다.
아내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구석에 어영부영하고 있자, (우리 집은 원룸이라 대하기 곤란한 손님이 오더라도 틀어박혀 있을 공간조차가 마땅치 않다) 동수는 특유의 무뚝뚝한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하였다.
"사모님은 먼저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계시죠."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아내는 떨떠름한 표정이지만 고분고분 욕실로 향하는 것이었다.
역시 프로가 다르긴 다른가 보다.
우리는 어느새, 이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나나 아내나 이 작업의 "감독님"인 동수 녀석의 지시에 아무 말 없이 따르게끔 되었다.
나는 대학 시절에 문학을 한답시고, 연극패하고 어울리며 무대 예술이니 뭐니 하면서 껍쩍대고 다닌 적이 있다.
아내 역시 제자로서(?) 그런 내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설프게나마 연극 동아리를 들락거린 일이 있다.
그걸 빌미로 내가 말해 두었었다.
"연극을 하다 보면, 때로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하고 러브신도 해야 하고 그렇지? 영화도 마찬가지야. 그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고. 실제로 나 아는 어떤 선배는 프로 극단에서 연습할 때, 여자고 남자고 `서로의 벽을 없애기 위해서` 나체로 작업을 하기도 하고 그런다고. 동수란 친구가 감독으로 올 텐데, 그 친구 앞에서 벗는 게 하나도 이상한 게 아닌 거야. 그 친구한테 이건 사적인 놀이가 아니라 공적인 작업이니까, 카메라 틀어놨을 때 당신은 그 친구 하라는 대로 다 해야 해. 그 친구한텐 이게 일이라고. 사심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니까 서운해하지도 말고,"
이렇게 설득하면서 산부인과 진찰의 예까지 들고 그랬던 것 같다. 여자가 의사 앞에서 다리를 벌리는 건 부끄럽거나 떳떳지 못한 일이 아니다.
"신혼여행 사진 찍어보셨죠?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져도 제대로 연출을 해야 나중에 기념으로 남을 작품이 나옵니다. 명심해 주세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설명하는 동수 앞에서, 우리는 선생님 앞의 착한 학생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모님 밭 갈러 가십니까? 좀 예쁘고 섹시한 옷 없어요?"
욕탕에서 나와 셔츠에 운동복 차림인 아내가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옷장에서 자네가 좀 골라주지."
내가 거들었다.
아내의 옷장이 활짝 열렸다. 그런데 녀석은, 아내의 기성복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속옷과 홈웨어가 있는, 물론 내 양해하에 그곳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 역시, 동수가 거들이며 네글리제며 브래지어, 심지어 팬티까지를 꺼내어 들춰보고 살필 때마다, 마치 그것을 걸친 아내의 알몸이 희롱당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좋겠네요."
동수가 골라잡은 것은 속이 다 비춰 보이는 원피스형 홈웨어, 그리고 어깨끈이 없는 브래지어와 입을 때 체모가 드러나지 않을까 아슬아슬할 정도로 앙증맞은 순백색의 팬티였다. 아내가 기겁했다.
"그걸로요?"
"왜요, 사이즈가 안 맞나요?" (녀석은 무심한 척 속으로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을 거라 확신한다.)
"그건 아닌데. 저기, 그걸 입고 찍는단 말씀이에요?"
"어때서요? 어차피 다 벗을 건데."
홍당무가 된 얼굴로, 아내가 내 눈치를 보았다.
나? 나로서야 녀석의 센스에 백 퍼센트 동감, 공감할 따름이었으니까.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내를 살피며 동수가 나한테 무어라 귀띔했고, 나는 동의하며 찬장을 향했다.
거기에는 평소에 내가 아껴두던 고급 위스키 몇 병이 모셔져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억지로라도 두 모금을 끝까지 삼키도록 했다. 사랑한다느니 뭐니 하는 속삭임과 키스 또한 잊지 않고.
동수 녀석은 카메라 테스트 겸 해서 아내에게 바로 여기, 녀석이 보는 앞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했다.
아내는 동수와 카메라로부터 돌아선 채 여자들 특유의 옷 갈아입는 테크닉으로 부끄러움을 감추려고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아내의 속살은 거반 그 광채를 드러냈고, 아내가 뒤돌아섬으로써 감출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속살이 아닌 동수 녀석의 눈매에 언뜻언뜻 비치는 탐욕스러운 빛뿐이었다.
나는 벌써 바지 앞섶이 팽팽해 짐을 느꼈다.
기분 탓인지 동수의 바짓자락 역시 예사로운 상황은 아닌 듯 보였다.
그렇게 촬영은 진행되었다.
나와 아내는 침대 위에 올라가 조명 아래서 사랑을 나눌 채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카메라 뒤에 선 동수가 모든 상황을 조종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나는 뻣뻣하게 굳은 아내의 몸을 어루만지고, 그나마 그녀의 반 몸을 가리고 있는 아내의 나머지 부끄러움마저 천천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어루만지고 벗겨내는 동작 하나하나는 내 의사라기보다, 어디까지나 동수의 사인에 의한 거였다.
내가 아내의 옷을, 바로 다른 남자의 지휘와 감독 아래 벗겨내고 있다는 것은 그제 것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자극이었다.
아내는 나와 동수,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한 꺼풀 한 꺼풀씩 모든 걸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명은 생각보다 무척 강해서 상당히 신비스러운 느낌까지를 전해 주었다. (그 속에 드러난 아내의 속살은 그만큼 더 아름다웠다!)
이윽고 그 조명 속에서 아내의 젖가슴이 눈부시게 드러났을 때, 아내는 어쩔 줄 몰라 하다 결국 자기 얼굴을 가렸다.
"유방에서 손을 치우게 해요. 그리고 젖꼭지에 뽀뽀하고, 점점 입술을 아래로 가져가요. 천천히."
알아, 알아! 이 색꼴자식아.
나는 흥분으로 호흡을 가누기 힘들 지경이었다.
내가 아내의 윗몸을 충분히 애무한 다음 마침내 팬티를 끌어 내리게 될 즈음에는, 아내도 체념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내 아래에서 바르르 떨고만 있었다.
마침 아내는 저 눈부신 조명 아래 완전한 알몸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나는 일부러 그녀의 다리를 크게 벌려, 드러난 사타구니가 의도적으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향하게 했다.
그곳을 카메라의 액정 화면을 통해 환히 들여다보고 있을 동수의 시선을 생각하면서 나는 무언가 정수리를 강하게 찔러오는 격한 흥분을 느꼈다.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컷, 컷! 잠깐만요~!"
동수의 컷 사인이 울려 퍼진 건, 내가 막 그녀의 문 안으로 진입하려던 참의 일이었다. 아내가 통증을 호소했다.
나는 흥분한 나머지 아내야 아파하건 말건 그대로 그녀를 유린해 버리고 싶었지만, 착한 아이처럼 감독의 요구에 응하여 물러섰다.
"사모님이 아파하네요. 괜찮으세요?"
"........."
"아직 충분히 젖지 않았나 봐."
"그걸 그대로 들어가면 안 되죠. 나중에 이걸 보면서 젊을 때 부부 성관계가 강제적이었다든가, 재미없었다고 생각하게 되면 어떡해요?"
스물대여섯 살의 총각이, 삼십 대 중반을 넘어서려는 유부남한테 하는 충고다.
삼십 대 유부남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아랫도리를 꼿꼿이 직립시킨 채 조언을 구하고만 있었다.
"어디 봐요."
아내가 아! 하는 당혹스러운 탄식을 발했다. 감독의 손이 함부로 아내의 다리 사이, 그 금단의 영역에 가 닿았기 때문이다.
"그렇네요, 아직 충분히 촉촉하지 않은데요? 이대로 하면 아프겠어요."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눈앞에서 아내의 사타구니 이곳저곳을 만져대는 것이었다.
아내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 손길인 줄 아는 걸까? 아니면 내가 미리 말해 둔 "감독에의 절대복종"을 그대로 실행하고 있는 걸까?
녀석은 짐짓 태연하게,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내의 음문을 벌리고 헤집고, 어루만졌다.
"이건. 입으로 좀 해준 다음에 넣어야 하겠는데요?"
"......자네가 한번 해 보겠나."
"아아 앗......!!!"
아내 혜란이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듯한 신음을 발하며 몸을 뒤틀어댔다.
동수 녀석이 그렇게까지 거리낌이 없을 줄은, 사실 나도 몰랐다.
녀석은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서 아내의 은밀한 문을 벌리고 거기에 입을 갖다 댔다.
아내의 벌려진 그곳을, 녀석의 혀가 숨 가쁘게 희롱하고 있었다. 아내는 얼굴을 가린 채 몸을 뒤틀며 교성을 발하고 있고.
나는 백일몽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아내는 어떤 생각으로 저 애무를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대충 된 것 같네요."
아내가 절정으로 치닫는 탄식을 토해내고 축 늘어져 버린 다음에야 녀석은 입가에 묻은 분비물을 닦으며 내게 아내를 돌려주는 것이었다.
카메라가 다시 돌아갔다. 조명에서 뿜어나오는 열기에 방 안은 온통 뜨거웠다.
그러나 또한, 조명의 열기 이상의 다른 것이 이미 방 안에 스며들어 있었다.
내가 어떻게 다시 아내의 문을 열고 안으로 스며들어 갔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방 안은 이미 아까의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완전히 떨쳐내고 있었고, 내가 허겁지겁 아내의 몸을 탐하듯, 아내 역시 전에 없던 열기를 보이며 내 몸에 매달려 왔다.
아내 몸 안에서 힘차게 움직이는 내 양물은, 아내 자체보다도 좀 전에 내가 본, 동수 녀석의 애무에 할딱이던 아내의 영상으로 인해 더 그럴 수 없으리만치 뜨거워져 있었다.
절정의 순간 나도, 아내도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쏟아내고 말았다.
둘의 몸은 땀과 다른 분비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억지로 고개를 돌려 동수 녀석을 바라보니 녀석 역시 심상치 않은 열기로 얼굴이 온통 발그레 익어 있었다.
아내가 욕실로 들어간 사이 나와 동수는 방안에 벌려놓았던 장비들을 정리했다.
"몇 분이나 찍었냐?"
"한... 십오 분? 근데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면 십분 될까 말까 할 겁니다."
"그래. 어차피 한두 번 더 해야겠구먼. 다음 주 주말쯤에 괜찮냐?"
"예. 근데 형님."
동수가 우물쭈물하는 이유를 잘 아는 나는 미리 준비했던 사례금 봉투를 동수한테 내밀었다.
"수고 많았고. 솔직히 말해봐, 지금 꼴려서 미치겠지?"
녀석이 씩 멋쩍게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렇다, 나이와 위치에 상관없이 "남자들끼리만"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법이다.
나는 녀석의 등을 툭 치며, 주머니 속 열쇠 꾸러미를 내밀었다.
"여기 세 번째 것이 욕실 열쇠야. 들어가서 내가 그러랬다고 하고 바지를 벗으면 형수가 알아서 잘해줄 거다. 장비 남은 건 그냥 둬. 내가 대충 구석에 정리해 둘 테니."
신이 나서 달려들어 간 동수는 내가 장비를 다 치워 놓을 때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궁금해져서 살짝 욕실 문 사이로 들여다보니 아내는 알몸으로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맨 채 변기에 앉아 있는 녀석의 아랫도리를 열심히 애무하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앉은 아내의 뽀얀 뒷모습과 녀석의 페니스를 입에 문 채로 열심히 얼굴을 아래위로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살짝 열린 문 사이로 그 광경을 바라보는 나와, 몸을 부르르 떨어가며 아내의 애무를 음미하고 있던 녀석의 눈이 살짝 마주쳤다.
녀석은 나를 보고 멋쩍은 듯 씩 웃었다. 나도 피식 웃어 보여 주었다.
동수한테서 나중에 들은 바로는, 처음에 아내가 비눗물을 묻힌 손으로 수음해 주었는데, 녀석의 그것이 아내 얼굴에 내용물을 잔뜩 쏴대고도 도통 진정되지 않아서 할 수 없이 다시금 입으로 해 주게 된 것이었다고 했다.
씩 웃던 녀석의 얼굴이 일순 경직되고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동수는 헉하며 움찔, 아내의 머리를 힘껏 부여잡고는 끝까지 가 버렸다.
아내는 놀란 듯 잠시 흠칫 했지만 동수의 세찬 손놀림도 있고 하여 터져 나오는 동수의 정액을 그대로 입으로 받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당장 뛰어 들어가 그녀를 쓰러뜨려서 범해버리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눌러 앉히고 욕실 문을 가만히 닫았다.
이십 대 사내의 젊은 정액이 아내의 입 안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그 끈끈한 젊음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삼켜 버렸을 것이다.
설사 당장 그렇게 하지 못했을지라도 언젠가 그녀는 그렇게 하고야 말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그녀한테 원하는 것이었으므로,
욕실에서 나온 동수는 약간 맛이 간 듯한 표정으로 내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나는 사람 좋게 웃어 보이며 녀석을 전송했다.
그리고 욕실 앞에서 아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다가 그녀가 나오자마자 세차게 그녀를 번쩍 들어서 침대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광풍이었다.
그렇다. 그것은 하나의 폭풍이었다.
우리의 부부관계를, 그리고 우리의 가치관과 육체 자체에 몰아닥쳐 모든 것을 변화시켜 버리는, 하나의 세찬 폭풍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