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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젖과 꿀이 흐르는 숲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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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87 회 작성일 24-03-04 14: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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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한 혓바닥이 좆기둥에 달라붙을 때마다 태오는 입술을 씹으며 우림의 귓바퀴를 톡 간질였다. 

붙잡아 흔들까 말까 망설이는 태오를 올려다보며 우림이 눈웃음쳤다. 사탕 문 다람쥐 같은 게 그래도 제법 질척한 소리를 내었다.


“좆 무니까 좋아? 하아, 우림아……. 고개는 왜 끄덕여. 네가 이러니까 나도 참을 의욕이 안 나잖아.”


좋냐는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던 우림은 눈을 땡그랗게 뜨고 태오를 바라봤다. 그

녀는 태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그냥 다시 자지를 빠는 데에나 집중했다. 

맛이 있는 건 아니지만 건드릴 때마다 흠칫거리는 태오가 재미있기도 하고 생각보다 말랑말랑해서 빠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태오는 소꿉놀이하듯 자지를 주물럭거리며 노는 우림의 머리를 붙잡았다.


“흐, 응?”


“입 더 크게 벌려. 좆물 먹고 싶다며. 이래서 언제 싸겠어?”


우림은 눈을 반짝 빛내며 턱에 힘을 줘 입을 더 크게 벌렸다. 잘 배워 보겠다는 눈빛만큼은 대단한 우등생이었다.


컥! 


혓바닥을 밀치며 들어오는 거대한 부피감에 우림의 눈꼬리가 떨렸다. 쿨럭거리는 목구멍까지 성기를 처박은 태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읍…… 우윽, 웁!”


그는 우림의 머리를 붙잡아 고정한 채 허리를 퍽퍽 밀었다. 


구멍을 쑤셔 대는 자지에 입가가 축축하게 젖었다. 침을 질질 흘리는 입술을 윤활유 삼은 자지가 뜨거운 몸체를 미끄러트렸다. 

키스할 때처럼 표피를 야릇하게 비비는 행동에 우림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풀렸다. 

우림은 코로 숨을 쉬며 입술을 오물거려 빠져나가는 성기를 빨았다.


“우림아……. 하, 우림아…….”


그 꼴을 본 태오는 탄식했다. 이런 걸로도 느끼려고 드는 게 예사롭지 않았다.


“좆 빠는 걸 배워서 뭘 하려고.”


“우흡, 우…… 웁!”


“아니야. 대답하지 마. 네 대답 들을 때마다 돌아 버릴 것 같아…….”


태오는 좁은 입술에 자지를 욱여넣으며 우림이 대답하지 못하도록 퍽퍽 쑤컥였다. 

할딱거리는 습윤한 숨소리가 자지를 삼켰다. 태오는 기둥 밑을 잡은 우림의 손을 붙잡아 세게 흔들었다.


“하아, 하…….”


그는 자지를 쥐어뜯듯 털었다. 일부러 빨리 사정하려고 조급하게 굴었다.


욕조를 낮게 울리는 거친 숨소리에 우림의 귓바퀴가 붉어졌다. 

우림은 낮게 억눌린 태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웃었다. 

자지나 빨면서 순해 빠진 얼굴로 웃는 우림을 보며 태오가 얼마나 욕을 씹어 삼켜야 했는지 우림은 모를 것이다.


“싸 줄 테니까 입 벌려.”


성기를 빠르게 흔들며 태오가 우림의 머리를 붙잡아 뒤로 젖혔다. 

우림이 발간 혀를 내밀고 태오를 올려다봤다. 그의 얼굴이 왈칵 구겨지며 희뿌연 정액이 터졌다.


태오는 사정 시간이 길었다. 짙고 비린 정액을 우림의 입술에 뿌려 대며 태오가 이를 갈았다.


“하아, 만족해? 이제 누가 봐도, 좆 빤 입술이 됐어.”


팍 터진 정액이 우림의 뺨을 적시고 눈물처럼 미끄러졌다. 우림은 입술에 묻은 정액을 혀로 핥아 보며 말했다.


“먹을 만한 것 같아요, 이사님…….”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림은 수줍게 웃었다.


씻고 나온 두 사람은 호텔이 자랑하는 오션 뷰가 넓게 펼쳐진 침실에 박혔다. 

햇살이 부서지던 푸른 바다가 파도가 부서지는 밤바다로 변했다.


“꿀이라도 처발랐나, 뭐 이렇게 달아.”


태오는 양쪽 엄지로 주름진 음부를 활짝 벌리고 구멍에 혀를 처박았다. 


하도 빨고 쑤셔 대서 질펀하게 젖은 질구가 벌어지며 끈적끈적한 액이 혓바닥에 엉켰다. 

혀가 구멍을 벌리고 들어오는 느낌은 자지를 넣을 때만큼이나 선연했다. 

엉덩이를 치켜든 자세로 엎어져 있던 우림은 과한 쾌감에 바르르 떨며 앞으로 움찔 기어갔다.


“흐, 가써요, 하응……. 하읏, 아으으……!”


혀가 쑥 빠져나가고 오므라드는 구멍에 자지가 박혔다.


“한 번만 더 해.”


부르튼 구멍에 성기를 쑤셔 넣은 태오가 주르륵 미끄러지는 우림을 끌어안으며 하체를 쳐 댔다.


“흐앗! 아…… 아흣, 하…… 으으! 앗! 아흣!”


정액을 듬뿍 담은 콘돔 몇 개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었다. 체크아웃 후 휴지통을 비우게 된 직원이 다 쓴 콘돔 개수를 보고 기함할지도 몰랐다.


더 나올 것도 없는데 태오가 안을 쑤셔 대면 또 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우림은 침대에 납작 누워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너무 느껴서 온몸이 발씬거렸다. 열락이 불꽃처럼 터지며 전율에 떨게 했다.


“흐으…… 아흣, 으아읏!”


태오는 기어이 자세까지 두어 번 더 바꾸어 가며 우림의 안에 쌌다. 비릿한 정액으로 질펀하게 젖은 콘돔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우림아.”


그래도 땀에 젖은 태오가 몸을 꽉 껴안는 건 좋았다.


“저녁 뭐 사 줄까.”


태오를 멈춘 건 우림의 체력이 아니라 저녁거리였다. 

우림의 식사에 상당히 집착하는 편인 그는 너무 빨려서 부르튼 젖꼭지에 입바람을 솔솔 불며 다시 채근했다.


“바닷가니까 회 먹을래? 조개찜 같은 것도 많이 팔던데.”


곧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하니 자극이 너무 과하지 않도록 그는 유륜 바로 옆에 키스했다. 

봉긋하게 살이 오른 뽀얀 젖가슴에는 그의 입술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읏, 룸서비스요…….”


간지러운 애무에 우림은 허벅지 사이를 좁혔다. 축축하게 젖은 엉덩이 사이로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들어왔다.


우림이 팔을 뻗자 인간 핫팩이 우림을 끌어안았다.


“룸서비스 뭐.”


그는 우림에게 팔베개를 해 주고 룸서비스 메뉴판을 보여 줬다.

바닷가 호텔이라 그런지 얼큰한 해물 라면이 메뉴에 있었다. 

우림이 라면을 가리키자 태오의 눈썹이 못마땅하게 들썩였다.


“라면?”


“안 돼요?”


“의사가 맵고 자극적인 거 안 좋다고 했어. 젖 뭉친다고.”


“이사님은 그분들을 돌팔이라고 부르면서……. 그리고 난 음란병이 든 거라잖아요.”


건강검진 결과도 그렇고 약을 먹는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우림은 현대 의학이 슬슬 미덥지 않았다.


“쪼그만 게 못 하는 말이 없어.”


“이사님도 내 목덜미 계속 확인했잖아요.”


꽃잎 반점이 없어질 때까지 씹질하라는 말은 태오와 계속 몸을 섞으면 반점이 없어진다는 뜻이었다. 

귀신도 무서워한다는 태오의 기운이 귀문을 봉인할 만큼 몸에 쌓이면 최근 우림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도 멈출 것이다.


귀신도 태오를 무서워한다는 말은 묘하게 납득이 갔다. 그는 멋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기가 무척 세 보였다.


우림은 태오가 오늘따라 집요하게 구는 게 그것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냄새를 묻혀 놓으려는 짐승처럼 목덜미를 유난히 빨아 댄 것도 태오였다.


“어차피 몇 입 안 먹을 거, 먹고 싶다는 거 먹이는 게 낫겠지.”


태오는 졌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데스크에 연락을 넣어 룸서비스를 주문했다.


엉망이 된 객실을 대충 정리하고 간단히 씻고 나오자 벨이 울렸다. 

태오는 목욕 가운만 입고 있는 우림을 침실에 넣어 두고 문을 닫은 채 혼자 밖으로 나갔다.


스위트룸이라 침실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었다.


“어디로 옮겨 드릴까요?”


“이쪽에 놔 주세요.”


문에 귀를 대자 직원과 태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뒤 태오가 문을 열어 줬다. 

우림은 가운을 느슨하게 동여매 가슴팍이 다 보이는 태오를 묘하게 바라봤다. 

배부른 짐승처럼 나른한 분위기는 날카롭고 매서운 평소와 달리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내가 아니라 이사님을 숨겨야 할 것 같은데…….”


“뭐?”


태오가 젓가락을 챙겨 주며 물었다. 우림은 고개를 저었다. 말한다고 태오가 이해할 것 같지는 않았다.

태오는 라면 국물에 빠진 관자와 전복을 건져 앞접시에 덜었다. 라면도 조금 있기는 했으나 해산물이 더 많았다.


“얼른 먹어.”


우림은 젓가락으로 그것들을 떠먹으며 태오의 손가락을 흘긋거렸다. 

후르르륵! 면발을 챱챱 먹으면서 손을 집요하게 쳐다보는 우림의 눈길이 신경 쓰였던 태오가 먼저 물었다.


“할 말 있어?”


“반지 사이즈 몇이에요?”


“반지?”


“커플링 사려고요. 깜짝 선물 해 주고 싶어도 사이즈를 모르면 못 사잖아요.”


콜록. 태오는 작게 기침하며 차가운 얼음물을 꿀꺽꿀꺽 삼켰다.


“오늘이 8일째예요. 10일 기념으로 커플링 하는 거 어때요?”


맑은 눈망울이 속삭였다.


잤잖아? 키스했잖아? 물고 빨고 난리도 아니었지? 너랑 나랑 당연히 사귀는 거지?


눈망울 너머로 순진해 빠진 생각이 빤히 읽혔다. 

그 모습에, 반나절을 침대에 박혀 쑤셔 댔는데 태오는 또 배가 당겼다. 그는 조금 느릿하게 입술을 열었다.


“반지…… 해 본 적 없어서 모르겠는데. 가서 같이 고르자.”


“좋아요.”


우림은 헤실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커플링]


커플링을 검색하자 반짝거리는 한 쌍의 반지가 화면 가득 떠올랐다.


* * *


새벽 5시 46분이었다. 이른 저녁에 잠들어 7시간쯤 잤다. 

우림은 어두운 침실 안을 둘러보았다. 거실과 연결된 문이 아주 살짝 열려 있었다. 

암막 커튼으로 단단히 막아 놓은 침실과 다르게 빛이 환했다. 우림은 하품하며 그쪽으로 걸어갔다.


“입찰권 따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해이해진 겁니까. 몇 번을 말했을 텐데요. 엘파로 자체가 최고급 하이엔드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오늘 아침 기사까지 3시간 남았습니다. loT시스템 이슈는 제대로 확인했습니까?”


달칵. 타다닥. 탁탁.


언제 노트북을 꺼내 왔는지 태오는 누군가와 -아마도 새벽부터 상사의 잔소리를 듣고 있을 어느 불쌍한 회사원- 통화하며 마우스를 달칵거렸다. 

PPT 자료를 빠르게 넘겨 보는 태오의 눈빛이 차가웠다. 우림은 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슬쩍 문을 닫았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기분 좋았다. 우림은 주스와 커피를 챙겨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앉았다. 

파도와 바람의 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왔다. 

바다는 핑크빛 노을로 물들어 있었다. 바다와 하늘의 교차점에서 고개를 내민 해가 수면 위로 햇살길을 깔며 하늘을 더 밝게 퍼트렸다.

바닷바람이 우림의 머리칼을 뒤로 날렸다. 목덜미에 남은 꽃잎 반점으로 새벽노을이 내려앉았다.


“…….”


현기증이 나고 눈앞이 어지러웠다. 


우림은 어느새 몸을 조금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수면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아름답고 시원한 바다에 풍덩 빠지면 어머니의 태내에 있을 때처럼 황홀할 것만 같았다.

바다를 좀 더 느끼고 싶었다.


까르르. 어디선가 어린애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위험하게 뭐 하는 거야.”


기척도 없이 다가온 태오가 테라스 난간에서 몸을 쭉 내밀고 있는 우림을 끌어당겼다.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우림은 옅게 웃으며 그에게 기댔다.


“바다가 예뻐서요. 파도가 잔잔해서 서핑 배우기도 좋대요. 서핑 해 보셨어요?”


“미국에 있을 때 잠깐.”


“이사님 수영도 잘하시잖아요. 다음에 바다 수영 보여 주세요.”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월요일의 태오는 특히 더 바빴다.


“이제 서울 올라가야 하죠?”


“출발해야지.”


태오는 우림의 목덜미에 입술을 누르며 속삭였다. 

나른하게 잠긴 목소리에선 다급함을 찾아볼 수 없었으나 출근길이라 차 막힐 걸 생각하면 서둘러야 했다.


“월요일 파이팅.”


우림은 미리 내려 놓은 커피를 태오에게 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조금 식은 커피를 마시던 태오의 입꼬리가 곡선을 그렸다.


* * *


집으로 돌아온 우림의 핸드폰이 울렸다.


「한국대 무용과 최주혁」


우림의 동기이면서 4학년인 그는 과 대표를 맡고 있었다.


“여보세요?”


- 아, 우림아. 그동안 잘 지냈어? 오랜만이다.


팀플을 같이 한 적이 있어 번호를 알고 있으나 주혁과 우림은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조금 어색하게 안부를 물은 주혁은 곧바로 용건을 꺼냈다.


- 다름이 아니라 과실에 있는 사물함 때문에 전화했어. 과실 위치가 바뀌어서 짐 다 빼야 하거든. 혹시 챙겨야 할 물건 있어?


우림은 과 사물함에 뭘 넣어 놓았던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책이랑 편하게 입을 운동복 같은 걸 넣어 뒀었다.


“아……. 내가 오늘 가서 뺄게.”


우림은 침대 위에서 빈둥거리던 몸을 일으켰다. 잘 놀고 푹 쉬어 때깔은 좋은데 너무 게으름을 부렸나 싶었다. 

스트레칭은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해 와서 몸이 굳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된 연습을 했던 게 언제인지 까마득했다.

우림이 대문을 열고 나오자 경호원이 따라붙었다.


“어디 가십니까?”


“학교 가려고요.”


우림이 혼자 운전해서 가는 것까지는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뒤꽁무니에 검은색 외제 차가 따라붙었다.

우림은 주차장에 반듯이 차를 주차해 놓고 과실을 찾아갔다. 

과 단톡방을 찾아 바뀐 과실 번호를 알아냈지만 쓸 일은 없었다.


“저번 주부터 백무 주식 떡상 하더니 오늘 기사 났더라. 폭락 때 사서 먹었어야 했는데……. 백우림 할아버지 죽는다고 많이 떨어졌었잖아.”


“그래서 폭락한 거였어?”


“너 몰라? 백우림 걔, 자기 할아버지 말고 친인척 하나도 없대. 다 죽어서. 거기 후계 구도 제대로 안 잡혔다고 말 많았는데 웬 젊은 이사가 다음 회장 된다던데?”


“넌 그런 걸 어떻게 아냐?”


“재테크 시대잖아.”


“그냥 백우림한테 관심이 많은 거겠지.”


“인정. 우리 과에 재벌 3세 있는 거 존나 신기해.”


“아, 부러워……. 백우림은 얼마나 부자일까? 걔 초딩 때부터 미성년자 주식 보유 순위에 올라와 있었다며.”


“그럼 뭐 하냐. 걔 인생도 존나 피곤하지 않을까? 스토커 붙고 쌩지랄 나서 학교도 휴학했잖아.”


“돈도 많은데 뭐가 피곤해. 교수들도 백우림한테는 설설 기더라. 솔직히 걔가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잖아. 그냥 돈빨, 얼굴빨이지.”


심심풀이 가십이 되는 건 이제 익숙했다. 

앞에서는 친구처럼 굴다가 뒤에서는 저럴 거라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수십 번 같은 일을 겪어도 또 실망하고 속상했다.

이런 감정은 영 익숙해지지 않았다. 우림은 씁쓸함을 느끼며 조금 열려 있던 문을 활짝 열었다.


“안녕.”


우림은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괜찮은 척 쿨한 척 그랬다. 어릴 때는 울며 도망쳤지만 이제는 그게 더 싫었다.


어떡하지? 들었나?


딱딱하게 굳어 우림을 쳐다보는 여러 쌍의 눈동자가 당황으로 떨렸다.


“……아, 안녕. 우림아.”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와, 우림이 얼굴 뽀얀 것 좀 봐. 쉬는 동안 더 예뻐진 것 같아.”


누군가 물꼬를 트자 앞다투어 말을 걸어왔다. 언제 뒷얘기를 했냐는 듯. 우림은 태연스레 받아넘기며 사물함을 열어 물건을 챙겼다.


“근데 우림아, 너 남친 생겼어?”


“맞아, 맞아! 프사 바뀌었더라!”


우림이 물건을 다 챙겨 일어나자 동기들은 핸드폰을 보여 주며 수선을 떨었다. 해바라기밭에서 찍은 태오의 사진이 프로필로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8]


배경 위를 둥둥 떠다니는 하트가 귀엽게 깜빡거렸다.


“응. 남친 있어.”


상황을 떠나 이 말만큼은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오늘 아침 우림이 프로필을 바꾸자 태오도 우림의 사진으로 프로필을 바꾸었다. 우림과 똑같이 [♡+8] 문구를 띄워 놓고 유치한 자랑질에 동참해 줬다. 

우림이 아는 한 계속 기본 프로필이었던 태오가 같이 해 줄 줄은 몰랐기에 우림은 계속 그의 프로필을 훔쳐보며 뺨을 붉혔다.


“우림이 남친도 존잘이다. 키도 엄청 커 보여. 별스타 훈남 재질.”


“별스타는 왜 안 해? 너 정도면 팔로워 금방 늘걸? 요즘은 재벌 인플루언서도 많은데.”


“우림이랑 사귀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


“남친은 뭐 하는 사람이야?”


별스타 훈남이라니. 태오를 직접 보면 그런 말은 하기 힘들 것 같아서 우림은 웃음이 났다.


“이사님이야.”


“어려 보이는데 벌써? 스타트업 그런 건가?”


“그 사람 회사가 스타트업은 아니지. 아까 유진이가 그랬잖아. 웬 젊은 이사가 다음 회장 될 거라고. 내 남친이 그 사람이야.”


우림이 아까 전의 대화를 다 들었음을 알게 된 동기들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우림은 부드럽게 웃으며 과실을 나왔다. 어쩐지 속이 시원했다.


차에 올라탄 우림은 미안하다는 사과를 쏟아 내는 과 단톡방의 알림을 껐다. 딱히 진심 같지는 않았다.


손에 쥔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명은 ‘태오 오빠♡’였다.


- 학교 갔다며.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받는 거예요?”


- 그게 내 일이야.


“그게 왜 이사님 일이에요.”


우림은 픽 웃었다. 우림은 태오의 언어를 곧잘 이해하는 편이다. 학교 갔는데 별일은 없었냐, 괜찮냐 걱정하며 물어 오는 게 싫을 리 없었다.


- 불만 있으면 말해 봐.


말한다고 해도 들어주지는 않을 것처럼 말투가 퉁명스러웠다. 우림은 수화기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보고 싶어요.”


- …….


달싹거리는 숨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사람 감시는 뻔뻔하게 하면서 이런 거에는 당황하는 게 정말 귀여웠다. 

우림은 태오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 보며 웃었다. 역시 직접 보고 싶었다.


“보고 싶어요, 이사님…….”


때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을 테니까 잠깐 얼굴을 봐도 되지 않을까?


“점심 언제 먹어요? 나랑 같이 먹을래요?”


- 우림아.


“네?”


- 운전 조심해서 와.


낮게 속삭이는 말에 가슴이 간질거려 미칠 것 같았다. 우림은 운전석에 몸을 파묻으며 작게 대답했다.


“금방 갈게요, 이사님.”


* * *


일정 거리를 유지해 가며 우림을 따라붙던 경호원들도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오지는 않았다. VIP 전용이라 엘리베이터는 막힘없이 올라갔다.


“왜 이렇게 긴장되지?”


회사를 온 건 처음이 아닌데 남친 회사를 온 건 처음이었다. 태오를 짝사랑하던 시절과 지금은 엄연히 달랐다.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꺼내 바르는 우림의 뺨이 불그스름했다.


띵!


아직 다 열리지 않은 문 쪽으로 걸어가던 우림은 문 앞의 커다란 그림자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흐악!”


“뭘 그렇게 놀라?”


태오는 태연스레 엘리베이터에 올라 아래층을 눌렀다. 층수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 어디 가요?”


“밥 먹으러 가야지. 반지까지 맞추려면 좀 촉박해.”


맞다, 반지! 그거 중요하지!


“내가 생각해 둔 디자인 있는데, 볼래요? 몇 가지 골라 놓고 가면 금방 맞출 수 있을 거예요.”


“기성품으로 하려고?”


“디자인 새로 할 거예요?”


“하고 싶은 대로 해.”


하나뿐인 특별한 반지도 좋지만 첫 커플템으로는 기성품도 괜찮았다. 빨리 받을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었다. 

우림은 얼른 태오의 손가락에 반지를 채워 주고 싶었다.


“하나뿐인 커플링은 결혼할 때 해요.”


띵! 지하 3층에서 문이 열렸다.


우림은 먼저 쏙 빠져나갔고, 태오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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