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겪은 경험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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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처음 서울에 올라온 저로서는 제일 신경쓰이는 부분이....혹시라도 주위에서 나를 알아보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어요. 사실 전철안에서 치한의 공격대상이 되는 것보다 저를 당황하게 만드는 사실은 혹시나 누가 저의 그런 처지를 목격하고 나쁜 소문이 돌아서는 안된다는 조바심 때문이었어요. 왜냐하면 아직 저에게는 시골에서조차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물론 그것이 서울 생활에 대한 저의 적응이 아직 모자란 탓이라는 것을 곧 알아차렸어요.서울은 인구 천만명의 도시답게......주위사람들의 얼굴을 서로 모르고 지나치며 .....남의 일에 그렇게 관심을 주며 사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특히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남의 사생활을 들추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를 안심하게 만들었어요. 시골에서와 달리 전철에 함께 타고 가는 수많은 승객들이 아무도 저와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그 수많은 승객들이 모두 저와는 일면식도 없는 타인들이었어요. 이것이 우선 저를 안심시켜줬어요. 그러니 소문날 염려가 없는거죠.그런 사실을 모르고 공연히 저만 혼자 가슴 조이고 떨며 얼굴 붉히고 부끄러워 며칠을 두고 고민했으니까요. 미친 개에게 물린 셈 치면 간단할 것을....공연히 나만 혼자 속상해 하고 전전긍긍 했던 것이 바보스러웠어요. 아무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얼마나 편한지 몰라! 시골같으면 거리에서 남자랑 이야기만 해도 키쓰했다고 과장해서 소문이 나고 그러는데.......... 이젠 안심하고 전철을 타야겠다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죠. 설사 처음과 같은 그런 일을 당하더라도 시골 촌티를 내지 말고 당당하게........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었지만.....남들처럼 의연하게.....수선을 피우지 말고 조용히(?) 대응해야지......어쩜 남자들은 여자가 호들갑을 떨며 대응하면 더욱 더 짓궂어지고.....어쩌면 그러길 은근히 바라고 있는지도 몰라! 반응이 없으면 쉽게 끝날 일도 호들갑을 떨며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공연히 남자들의 입맛을 돋워주고 그러는지도 몰라! 무대응,무반응,무관심,그러면 남자도 싱거워서 쉽게 물러서겠지..........내가 먼저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결론지었죠. 아무리 마음을 독하게 다져 먹어도 한편으로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었어요. 다같이 전철에 타는데 다른 여자들은 아무말 없이 조용히 가는 이유를 이젠 어느정도 알 것 같았어요.여자가 저뿐이라고 남자들이 저한테만 그러겠어요? 다른 여자들에게도 그런 일이 흔하게 일어나겠지요. 그러나 슬기롭게.....주위사람들에게 핀잔받지 않는 방법으로 넘기는 거겠죠. 어찌보면 저보다 훨씬 더 예쁜 언니들이 많은데......저에게만 남자들이 그러는 것은 아닐꺼예요. 이제 전 마음을 정리했어요. 가다가 정 못견디겠으면 다음 역에서 조용히 내려 다른 열차를 바꿔 타고 가는 방법으로 말이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출입문 입구에 서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죠.불편하면 재빨리 내려 다른 칸으로 가던가...아니면 다음 열차를 타면 되는 거라고 간단하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자란 시골에서 전 어릴때 어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은 적이 있어요. 동네 처녀가 밤중에 남자들하고 만나다가 뒷산에서 윤간을 당하고 임신까지 한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어른들 말씀이....윤간한 남자들 욕은 하지않고....여자가 얼마나 몸을 헤프게 하고 다니며 꼬리를 쳤길래 남정네들이 무더기로 그런짓을 했겠느냐는 거였어요. 결국 저의 뇌리에서는 강간이건 화간이건....섹스와 관련한 일은 좋으나 싫으나 여자만 욕을 먹는다는 사실이었어요.여자가 남자를 유혹하고 끌어들이기 때문에 남자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쪽으로 항상 해석을 하더라구요. 저와같은 경우....전철안에서 모르는 남자에게 추행을 당해도....남들이 생각하기엔....다른 여자들은 모두 아무일 없이 잘들 가는데.....유독 저만 그러는 것은...저에게 헛점이 있었거나........남자에게 꼬리를 치고 유혹한 것이 틀림없다고 오해할 것이 뻔해요. 결국은 여자만 나쁜년 되고 말죠! 출입문 입구에 서 있다가....정 못견디겠으면 내려서 다른 칸으로 옮기던가....다음 열차를 타면 간단하다는 것을 깨닫고 속으로 미소를 지었어요. 8월초순 일주일동안은 서울이 텅빌 정도로....바캉스를 떠난 사람들이 많았던 탓인가? 전철도 한가했구요.전처럼 발이 밟히는 그런 경우는 없었어요. 그날이 8월 둘째주 월요일었어요. 과히 붐비지도 않는 전철에서....출입구 앞 한켠에 서 있는 저의 뒤에 어느 남자가 바짝 다가선 느낌으로 저는 긴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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