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받는 영약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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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 제갈수의 대처
"하.. 하...“
미희는 순간적으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여 벌어진 일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 미안해요...”
미희가 미안하다고 말하였지만 쓰러진 남성은 이미 말이 없었다. 이미 그 남자의 머리와 몸이 미희의 손에 의해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미희는 목이 없이 피를 흘리고 있는 시신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려보면,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미희는 여전히 경공으로 도주를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경공으로 도주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미희의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대낮이었기 때문에 더욱 방심하고 있었던 것도 있었다.
미희는 열심히 달리다가 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미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지를 알기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나무를 타고 접근하였다. 미희가 높은 나무에서 그 사람을 발견하였을 때, 미희는 다행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평범한 30대 약초꾼이 첩첩산중에서 약초를 캐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리고 미희가 다행이라고 느끼는 순간! 미희의 붉은 눈이 굼틀거렸다.
“아.. 안 돼..”
그게 미희의 이성의 끝이었다.
미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완료되어 있었다. 미희의 음부는 약초꾼의 양물을 삼키고 있었고 약초꾼의 말라버린 몸은 미희의 손에 목과 몸이 분리되어있었다.
“아... 이럴 수가”
미희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약초꾼의 시체위에서 일어났다. 대낮에.. 자신의 마공을 억제하지 못하고 무공하나 익히지 않은 평범한 양민을 죽였다는 것이 미희에게는 충격이었다. 미희는 멍한 표정으로 그 약초꾼의 시체를 멍하게 바라만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희가 죽인 약초꾼의 시체가 팽가익을 비롯한 추격대에게 발각이 되었다. 팽가익은 미희가 죽인 약초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약초꾼의 몸에는 내공의 흔적도 없었고 몸의 근육을 보아 외공을 익힌 흔적도 없었다.
즉! 말 그대로 무공이 전혀 없는 양민을 마공으로 학살한 것이었다.
제갈수와의 연락을 통해서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팽가익에게 있어서 이것은 미희를 공식적인 마공에 미친 마녀로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게다가 지금은 개방의 방주인 취개가 주변에 있지 않은가?
팽가익은 시신을 다 살펴보고서는 옆에 있는 비연대주에게 지시를 하였다.
“이 시신.. 취개가 올 때까지 조사만 하고 있는 척을 해라.”
“네!”
비연대주는 직접 양민의 시신을 조사하는 척을 하기 시작했고 팽가익은 무심한 표정으로 추격대의 무사들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내렸다.
고작 1각(15분)만에 팽가익의 예상대로 취개가 나타났다.
“또 시체인가?”
벌써 취개가 팽가익을 비롯한 추격대의 주위를 따라 다닌지도 1주일이 지났다. 취개는 여러 번 팽가의 무사들이 미희에게 당한 시신을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팽가의 무사려니.. 하면서 시신을 살펴보았다.
“어? 이거...”
“네. 어르신.. 평범한 양민입니다.”
취개의 물음을 놓치지 않고 비연대주가 대답하였다. 취개도 똑같이 양민의 몸에 내공과 외공을 익힌 흔적을 확인해보았지만 없었다.
“쯧쯧.. 너희 팽가 때문에 양민도 희생당했구나!!”
“.....”
“내가 이번일이 마무리되면 바로 무림맹으로 돌아가서 이 사건을 공론화 시킬 것이다! 어떻게 마공을 익힌 사람을 바로 처단하지 않고서 이용하다가.. 이런 사건을 발생시키다니!!”
취개의 노기가 섞인 말에 팽가익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 이런 취개의 노여움이 반가웠다. 제갈수가 바라던 상황이 확실하게 연출된 것이다. 취개는 묵묵히 듣고 있는 팽가익에게 계속 역정을 퍼부었다. 그리고도 화가 안 풀리는지 씩씩거리면서 투덜대었다.
“이러면 정파라고 해도 사파나 마도와 다를 것이 뭐가 있나!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니...”
“죄송합니다.”
취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팽가의 기세를 제대로 꺾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였다. 한동안.. 아니 백년가까이 팽가의 무력은 너무나 강력했다. 그리고 그 무력을 토대로 5대세가의 수장이 되었으며 9파1방은 팽가의 입김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사실 마교나 혈교의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에 서로 세력싸움을 해야 하는 무림문파들의 입장에서는 팽가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일은 모든 상황과 증거가 팽가의 잘못이었고 팽가를 찍어 누를 명분도 있었다. 즉 정파무림 전체가 팽가를 핍박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취개는 이제는 자신이 미희를 추격하는 것을 따라다닐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희를 추격하면서 미희의 무공의 경지와 경공의 수준으로 볼 때, 취개는 자신이 직접 나선다면 미희를 이미 잡았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팽가의 경공이 전체적으로 숲에서 형편없어서 미희를 못 잡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취개는 나서지 않았다. 팽가의 무사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이 자신에게 이득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미희의 탈주도 얼마 안 있으면 끝이 날것이라 생각하였다. 팽가의 본대.. 팽가의 모든 장로들과 무사들이 포함된 본대가 하루 안에 이곳까지 도착할 것이며 그러면 수많은 무사들에 의해 천라지망이 펼쳐져서 미희의 도주도 끝날 것이다.
취개는 무림맹으로 가서 이후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여기 남아서 오만하고 더러운 팽가 장로들과 얼굴을 붉히는 것보다 그것이 좋았다.
“팽가익!”
“네! 어르신!”
“난. 이제 떠나겠네! 아마 팽가가 어떻게든 저 마녀를 잡길 바라네.”
“네!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자네를 통해서 팽가에게 경고하겠네.. 이번 일은 개방이.. 그리고 정파무림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
그 말을 끝으로 취개는 자신을 따르는 거지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런 취개의 모습에 한숨을 푹 쉬는 팽가익이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반나절이 지났을까? 자신의 집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던 제갈수의 방에 전서구가 한 마리 들어왔다.
“짹짹...”
“직통 전서구라.. 얼마나 중요한 일이기에...”
제갈수가 전서구의 목에 묶여진 쪽지를 열어서 내용을 확인하였다. 여기에는 팽가익으로부터 취개와 미희에 대한 보고가 적혀져 있었다. 제갈수는 미희가 일반 양민을 마공으로 죽였고 취개가 그것을 확인했다는 사실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편해졌군..”
그리고 다음 내용에 취개가 이 사실로 정파무림의 이름으로 팽가를 위협할 것이라는 내용에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예상했던 일이야. 그리고 그에 따른 준비도 완벽하지 않던가?”
제갈수는 이런 상황을 문서로 정리하였고 그 문서를 가지고 가주전에 있는 팽완을 찾아갔다.
팽가의 가주인 팽완! 그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팽완은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피곤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갈수가 들어오자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인가!”
“상황보고입니다.”
제갈수는 팽가익이 보내온 취개와 미희에 대한 일을 팽완에게 보고하였다. 팽완은 보고를 들으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제갈수가 원한 방향으로 정확하게 가는 것이었다.
“자네가 원한 방향으로 가는 게 확실하군.”
“네! 이제 저희가 먼저 나서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주일 후에 무림맹주와 회담이 잡혀있습니다. 그 회담에서 무림맹주와 거래를 하신 다음에 공식적인 이 사건에 대한 발표를 하시면 됩니다. 마두를 죽이지 않고 이용했다는 거짓 사실을...”
팽완은 스스로 팽가의 잘못을 인정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먼저 말하고 사죄를 하는 것이 최고의 수라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미희가 사용한 흡정마공은 팽가도 몰랐던 마공이라고... 고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책임은 지더라도 마공을 사용했다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수 있었다. 게다가 팽가에는 여성 무인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팽각은 어떤가?”
“부상이 심각하여 근방에 있는 의원에서 치료중이라고 합니다.”
“그럼 화린과 화영은...”
“죄송합니다. 폭발로 인하여 제대로 된 흔적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도 제대로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결론은..”
“살아 있더라도 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무사를 보내더라도 거리차이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팽완의 주먹은 음녀들의 탈주이후에 수많은 책상이 부셨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주먹이 다시 앞에 있는 책상을 부셨다.
“정말이지 꼴도 보기 싫군..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
제갈수가 신은 아니었다. 아니 그저 팽가에서 가장 뛰어난 군사였을 뿐이었다. 제갈수는 팽각을 비롯한 추격 2개조라면 충분히 미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계산하였다. 그리고 제갈수를 비롯한 팽가의 모든 초점이 미희에게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덜 신경 쓴 것도 사실이다.
화린이 혜와 같이 준비했던 마지막 함정은 완벽했다. 화린은 작정하고 스스로가 미끼가 되어 팽가의 모든 추격대를 진에 빠지게 하였다. 그리고 준비해두었던 벽력탄을 그곳에서 터트려버렸다. 팽가괴의는 무림최고의 화마라고 하는 엄청난 위력의 폭탄인 벽력탄을 우연한 기회에 얻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물건을 애장품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탈주전날 몰래 화린이 훔쳐놨었다. 그런 벽력탄에 의해서 팽가의 추격대 대부분이 죽었고 단 한사람 팽각만이 살아남았으나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는 정도였다. 폭발이 일어나는 동안 화린과 화영은 미리 만들어둔 땅속 깊은 은둔지에서 살아남았고 추격을 따돌리고 도망칠 수 있었다.
팽완은 정말로 살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자 제갈수가 말했다.
“저를 한번만 더 믿어주십시오. 이번에 무림맹주의 회담과 저희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발표가 지나면 비곡은 음녀들이 머물던 곳이 아니라 마두들이 모여 있던 곳이 됩니다. 그래서 화린모녀가 살아서 비곡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고작 한사람의 어이없는 말에 무너질 팽가가 아닙니다.”
“……. 알았다.”
사실 팽완도 다른 방안이 없었다. 그리고 제갈수가 잘못했다고 팽가에 있어서 제갈수를 대체할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그를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그는 팽완의 매제였다.
어두운 밤에 팽가의 입구에는 화려한 마차와 그 마차을 호위하는 말을 탄 무사들이 나타났다. 팽가의 입구를 경비하는 무사들은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 그 마차의 마부가 들고 있는 간단한 문서하나만으로 쉽게 들여다 통과시켰으며 그 마차를 비롯한 일행이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다.
팽가의 외원은 조용했다. 최소한의 경비무사를 제외한 모든 팽가무사들이 미희를 잡으러 출동했기 때문에 무사인 남자들은 없었고 남겨진 가족들은 무사히 귀환을 바라는 마음에 조용히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외원을 지나서 내원의 입구로 마차가 도착하였다. 그리고 마차가 내원으로 들어가서 외부에서 볼 수 없게 내원의 문이 닫히자 제갈수가 나타났다. 그리고 마차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마차에서는 한 남성이 내렸는데 그는 바로 제갈세가의 현 가주인 제갈각이었다.
제갈수는 제갈각에게 공손하게 포권을 취하면서 인사하였다.
“팽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림맹주님”
“하하.. 왜 자네 그러나. 임시맹주에 불과하네.”
제갈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무림맹주라는 말이 좋은지 얼굴은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제갈수와 제갈각은 걸어서 가주전까지 이동하기 시작했다. 팽가의 내원의 구조는 마차나 말을 탈수가 없었기 때문에 둘은 걸어서 이동할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둘은 오래간만에 만난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자네 오래간만이군.. 팽가로 장가간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으니..”
“네. 맹주님.”
“먼저 자네에게 말해야겠군. 그때의 지원은 고마웠네.”
“아닙니다. 전 그냥 말을 전해드린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자네가 없었다면 연락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겠지.”
제갈각은 예전에 자신의 동생인 제갈현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 제갈수를 통해서 팽가에 지원을 요청했었다. 그리고 팽가는 예전에 제갈세가로부터 빚이 있었기 때문에 도와줬고 제갈각은 가주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지?”
“무슨 아이들을 말씀하시는 지?”
“알지 않는가?”
제갈각은 미, 혜, 선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제갈수는 그녀들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미는.. 여전히 팽무하의 첩으로 살고 있습니다. 희첩이라 호적에도 안 올라가 있습니다.”
“그렇군.”
“그리고.. 선과 혜는 죽었습니다.”
“.....”
제갈각은 잠시 말을 잊었다. 아무리 죽기를 바라던 아이들이었지만 죽었다는 말에 아주 약간의 양심을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선을 실제로 팽무하 삼형제의 학대를 받아서 죽어버렸다. 하지만 혜는 음녀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죽은 것으로 처리하였으며 제갈각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거참 나도.. 쓸데없는 것을 물어봤군. 그나저나 팽가의 가주께서 날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뭔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 이 친구.. 내 앞에서 머리 굴리는 건가?”
제갈각은 하찮은 눈빛으로 제갈수를 보았다. 제갈각의 입장에서는 제갈수는 세가에서 뒤쳐져서 팽가로 도망친 도망자에 불과했다. 그리고 제갈수와 제갈각의 나이가 비슷했기 때문에 제갈세가에서 둘이 성장하면서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능력을 충분히 알았다. 제갈수는 제갈각보다 한수 아래였다. 그리고 그 사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제갈각의 머리에 남아있었다.
무엇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곳까지 올 제갈각이 아니었다. 제갈각은 팽가의 현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입수하였으며 그 정보를 토대로 무림맹의 임시맹주에 불과한 자신을 불렀다는 것은 팽가의 상황이 그만큼 급하다는 것에 반증이기도 했다.
“자네 그냥 솔직하게 나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게나. 어차피 팽가나 제갈세가나 같은 5대 세가 아닌가?”
“.......”
“내가 아무리 이름밖에 없는 임시 무림맹주라고는 하지만.. 난 팽가를 도와줄 수가 있네.”
“...... 가주님과 같이 이야기를 하시죠.”
“허허허 자네가 그것을 원하면 그러지.”
제갈수에게 있어서 제갈각과의 대화는 엄청난 곤욕이었다. 제갈수가 근본적으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제갈세가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제갈세가의 사람들의 특성이 심계가 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제갈수가 팽가사람들이 편한 이유가 팽가의 단순한 기질 때문이었다. 한동안 편한 팽가사람만 상대하다가 제갈각을 상대하려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그에 반하여 제갈각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자신보다 하수인 제갈수가 이곳에서는 군사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 자신의 심계를 따라올 사람이 이곳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팽가에서 부탁해서 이곳에 왔으니 자신이 갑의 입장이었으니 금상첨화였다. 제갈각는 임시 무림맹주의 직을 자청한 자신의 판단에 스스로 만족하였다.
제갈각는 제갈기의 반란이후에 무너져가는 제갈세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잠시 비어있던 임시 무림맹주의 역할을 자청하였다. 사실 9파1방과 5대세가의 입장에서는 환영이었다.
무림맹이라는 단체가 무림에 큰 사건이 있을 때 역할을 하는 단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태평성대! 사파의 세력도 정파보다 현저히 약했으며 마교나 혈교의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 게다가 세외세력들도 숨죽이고 있었으니.. 정파 무림을 수호하는 무림맹의 역할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모든 세력들은 자신의 문파나 세가에 모든 무력을 집중시켜 문파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더 중요했었다. 그래서 무림맹주라는 자리를 서로 하지 않겠다고 하는 분위기였다. 무림맹주가 되면 명예는 따라왔지만 그 무림맹주가 속해있는 문파가 무림맹을 먹여 살리고 운영해야했다. 즉 엄청난 돈과 인력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제갈각도 정식 무림맹주가 아닌 임시 무림맹주가 되었다. 제갈세가는 제갈각을 무림맹주로 지원해줄 무력도 돈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제갈각과 제갈수가 가주 팽완이 기다리고 있는 호화로운 접객실로 들어섰다. 평소에 귀빈이 오면 맞이하는 호당에서 팽완과 제갈각이 처음으로 만났다. 팽완이 먼저 포권을 취하면서 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저는 팽가의 가주 팽완입니다.”
“저는 제갈세가의 가주이자 임시 무림맹주인 제갈각입니다. 반갑습니다.”
음험한 음모가 있는 회담의 시작이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이오.”
길고긴 팽완의 말이 끝났다. 그리고 제갈각은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인 차를 들이켰다.
팽완은 제갈각에게 현재 팽가에서 도망친 사람들이 비곡이라는 곳에서 지내던 마공을 익혔거나 사악한 무공을 가진 마두들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비곡은 팽가괴의가 마두들을 대상으로 무공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하는 장소였으며 그중에서 이번에 흡정마공을 익힌 여인이 팽가괴의의 내공을 흡수하고 다른 마두들과 함께 탈주하였다고 말했다.
제갈각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좋았다. 보는 사람들의 눈만 없었다면 통쾌하게 웃고 싶은 심정이었다. 팽가가 일으킨 문제도 마음에 들었고 이런 상황을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자신을 부른 것은 보나마나 제갈수의 머리에서 나온 뻔한 계략이 틀림없었다. 임시에 불과하지만 무림맹주인 자신을 설득하여 최소한의 욕을 먹으면서 일을 처리하고자 함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제갈각은 여기서 얼마나 자신이 얻어낼 것을 얻어내고 도와줘야 할지를 결정할 시간이 왔다는 것을 느꼈다. 팽가에 많은 것을 얻으면서 빛까지 내어주고. 자신의 지휘를 이용해서 약간의 비호만 해주는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밀고 당기는 것은 기본이었다. 이 자리는 거래와 다를 것이 하나 없었으니..
“흠.. 안타깝군요. 그런데 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
팽완이 대답을 못하자 옆에 있던 제갈수가 말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거참.. 무엇을 어떻게 도와 달라는 건지..”
제갈수는 너무나도 당연한 제갈각의 여유를 보면서 울화통이 터졌지만 여기에서 아쉬운 것은 팽가였지 제갈각이 아니었다.
“저희가 이 사건을 공론화하면 저희측에 서 주십시오. 무림맹에서 최대한 방어를 해달라는 말입니다.”
제갈각은 여전히 느긋하게 탁자에 놓인 간식을 베어 물고서는 말했다.
“그것이 명분이 없는데..”
당연히 명분이 없으니 부탁하는 팽가였기 때문에 제갈수의 얄미운 말이 더욱 화가 나는 제갈수였다.
“저희의 잘못을 없던 것으로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화 해달라는 것이지요.”
“거참...“
제갈각은 이제는 본격적으로 흥정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제갈각이 눈빛이 변하자 제갈수도 이제부터 진짜구나라는 생각에 자세를 다잡았다. 팽완은 둘의 대화를 옆에서 보기 시작했다.
“날.. 무림맹주로 만들어주시오.”
“무림맹주?”
“그렇소. 날 정식 무림맹주로 만들어 달라는 말이오.”
뜬금없는 제갈각의 말에 순간적으로 제갈수와 팽완이 말을 잊었다. 제갈수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어.. 어떻게..”
제갈각이 들고 있던 찻잔의 테두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쉽지.. 아주 쉽지.. 돈과 무사만 있으면...”
“......”
제갈수는 그때서야 제갈각이 팽가의 무사와 돈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무림맹주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그리고 이것은 엄청난 인원과 자금이었다.
“너.. 너무 과하오!”
“에잉.. 쯧쯧.. 아직도 상황을 모르시는 것이오?”
제갈각은 장난은 끝이라는 듯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지금 내게 이 모든 상황을 털어 놓았다는 것은 이미 모든 대부분의 사실이 외부로 퍼졌다는 소리와 동일하지 않소.”
제갈수와 팽완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이정도 문제면 팽가는 어떤 대접을 받게 될 것 같소? 내 생각에는 적어도 10년 봉문이오.”
“무슨.. 고작 마두 몇 명 데리고 있었다고...”
팽완의 어이없는 표정과 함께 입에서 투덜거림이 나왔다.
“고작 마두라기에는.. 흡정마공은 너무나 강한 마공이오!”
“......”
“게다가 현재 팽가의 상황을 보셔야죠. 팽가는.. 솔직히 경계 대상이오. 모든 무림의 문파들에게 있어서!”
제갈수의 말이 하나 틀린 것이 없었다. 팽가는 너무나 무력이 강했다. 다른 문파에는 한명.. 많아야 두 명 있는 화경의 경지의 고수가 공식적으로 4명이 넘었다. 거기에 초절정과 절경의 무사들의 수를 비교를 하면 그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즉! 무력이 너무 강하여 경계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런 팽가에게 있어서 이런 일이 발생하였다.. 다른 문파들이 적당히 넘어갈 것 같소?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든 꼬리를 물고 넘어져서 팽가의 발목을 잡으려 할 것이오. 그리고 내 생각에 적어도 봉문을 시키려 작정할 것이고!”
“......”
“많이 호전적인 사람들은 팽가가 봉문을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랄수도 있소! 팽가가 봉문을 거부하여 오히려 이번기회에 팽가를 쓸어버리겠다는 생각까지 가능한 상황이란 말이오!”
제갈각은 제갈각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제갈각의 말에 제갈수와 팽완은 흔들렸다. 몰론 팽가가 마두를 이용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오명이고 잘못이었다. 게다가 흡정마공까지 가진 마녀가 팽가에서 나타났으니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모든 일의 시작이 팽가였으면 끝도 팽가였다. 미희만 잡아들인다면 팽가가 이렇게 까지 뒤집어쓸 일이 아닌 것이었다. 그런데 제갈각의 머리에 말과 명분이 합쳐진 이 상황은 정말 좆같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제갈각은 채찍을 주었으니 당근을 주어야 할 차례라는 것을 알았다. 겁을 주었으니 자신이 받아가는 것만큼 도와준다는 것을 알려줘야 엄청나게 받아먹고도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지금은 팽가가 급하다고 하지만 적당히 달래서 먹어야 탈이 없었다.
“나를 무림맹주에 올려달라는 것은 단순히 나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요.”
“그러면..”
“몰론! 솔직히 나도 무림맹주의 자리가 탐이 나오. 하지만 그대들이 나를 무림맹주에 올리면서 투자하는 돈과 무사들은 모두 팽가가 이번 일의 대가로 처리하겠소.”
“대가?”
“그렇소! 무림에 분란을 일으키고 팽가 스스로 잘못을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무림맹에 무사들을 지원하고 돈을 지원한다는 것으로 대체하자는 말이오.”
그때서야 팽완과 제갈수의 귀가 솔깃해졌다. 제갈각이 무림맹주가 되면서 투자한 무사들과 돈들이 모두 팽가의 기부가 되는 것이었다. 팽가의 입장에서도 제갈각을 지원하는 것보다 이번 일의 대가로 가는 것이 모양새도 좋았다.
“어떻소? 내말을 듣겠소?”
제갈각의 말에 팽완은 제갈수를 바라보았다. 제갈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팽가의 엄청난 돈과 무사들을 지원해야겠지만.. 그래도 모든 일을 덮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게다가 제갈각 정도의 인물을 무림맹주에 앉게 해주어서 같은 편으로 만든다면 득이 되면 되었지 손해가 될 것은 아니었다.
팽완은 제갈각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제갈각이 뒤통수를 치지 않게 하기위해 하나의 제안을 추가하였다.
“하지만... 이번 일에 앞서서 두 가문이 피로 뭉쳐야겠소.”
“피로?”
“서로 믿게 하는 것에 혼인만큼 확실한 것이 어디 있겠소.”
“흠.. 그건 그렇소.”
그렇게 팽완과 제갈수는 제갈각과의 구체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제갈각을 지원할것인지.. 어떻게 제갈각이 팽가를 도울 것인지... 마지막으로 가문의 사돈관계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하아.. 잘한 것인가?”
“네.. 가주님 이것이 최상이었습니다.”
제갈각이 떠나고 나서 팽완이 가주전에서 제갈수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팽완은 오랜 시간동안 제갈각과의 대화에서 그의 교활한 대화에 경악을 하였다. 평소에 제갈수의 잘난척하는 화법이 재수 없던 팽완이었지만 제갈수는 제갈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리고 제갈각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대부분 얻어갔다. 하지만 팽가에게 있어서는 고작 이번 일을 최소화 하는 것과 가주의 딸 하나를 제갈세가로 시집보네고 가주의 아들중에서 한명이 제갈각의 딸과 결혼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것이 최상입니다. 제갈세가는 저희를 배신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확실한 아군이 필요합니다.”
제갈수는 적어도 정확하게 제갈세가의 상황을 짚고 있었다. 현재 제갈세가는 너무나도 약했다. 얼마나 심각했으면 위문세가에게 5대세가의 자리를 줘야 된다는 말이 나올정도였다. 그런 제갈세가를 억지로 5대세가에서 떨어지지 않게 했던 것이 제갈각이 임시 무림맹주라는 것이었다. 그런 제갈세가에세 이번 팽가와의 거래는 도약의 기회였다. 제갈각이 팽가의 지원을 받아서 세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즉 제갈각이 배신을 하면 팽가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는 있었다. 하지만 팽가가 피해를 받으면 제갈세가는 일어설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제갈각은 확실한 팽가의 아군이 될 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명분.. 그 빌어먹을 명분이 있습니다. 바로 무림맹이란 무림맹주란 명분이..”
제갈수가 분한 듯이 말하였고 팽완도 고개만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