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받는 영약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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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미희의 도주
달빛도 제대로 없어서 너무나 어두운 밤이었다. 하지만 그런 밤에도 눈에 띄는 전신이 불게 물든 여인이 있었다. 여인의 긴 생머리에는 피로 물들여져있었고 가름한 얼굴과 매끈한 피부, 오뚝한 코도 붉었다. 게다가 커다란 눈에 있는 눈동자도 붉었다. 가늘고 예쁜 손은 몇 명의 사람을 헤쳤는지.. 손톱에는 사람의 살점이 드문드문 묻어있었고 얇은 옷은 피 때문에 비쳐보여서 가슴과 허리 엉덩이의 라인은 몰론 유두의 윤곽까지 고스란히 보일 정도였다. 그녀는 피의 여신이었으며.. 광녀.. 아니 마녀였다.
그런 여인의 주변에는 죽었지만 아직도 뜨거운 피를 흘리고 있는 무사들이 여러 명이 있었다. 그리고 단 한명의 무사만이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 무사도 두 팔이 잘린 것이 삶이 얼마 남지 않아보였다. 여인은 그런 무사의 위에 올라타서는 성교를 하고 있었다. 아니 무사와 강제로 성교를 하고 있었다. 무사는 마치 목석처럼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여인의 은밀한 균열은 남성의 양물을 삼키고 있었다.
“아! 아~~~~”
여성은 신음을 질렀지만 남성은 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분한 표정을 짓는 것 외에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였다. 그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발기된 자신의 분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나.. 너무 좋아! 아!!!!”
여성은 흥분했는지 스스로 가슴을 움켜잡았다. 어찌나 세게 움켜잡았는지 가슴에 멍이 들 정도로 잡았다. 그리고는 그 무시무시한 손이 무사의 가슴을 짚고서는 손톱으로 가슴을 긁기 시작했다.
‘아!! 이 미친 마녀야’
손톱에는 자신의 살점이 묻어나기 시작하자 무사가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은 여전히 무사의 가슴을 손톱으로 긁었고 그 손이 목으로 움직여서 목에도 상처를 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여성의 허리는 계속 움직였고 음란한 신음은 멈추지가 않았다.
“아!!! 아앙!!! 아~~~ 주.. 죽을 것 같아~~ 헝!!!”
여인은 눈이 뒤집혀서 마음껏 쾌락을 음미했다. 그리고 그런 여인의 옥문으로 밑에서 죽어가는 사내도 마지막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사내의 양물이 사정하는 동시에 사내의 의식도 사라졌다.
비극의 밤이 지나가고 해가 떠올랐다.
“하.. 내가 미쳐...”
여인의 눈에는 어제 벌어졌던 참혹한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여인의 아래에는 미라처럼 말라붙은 시신이 있었다.
“아.. 어떻게 하지.. 흡정마공이 감당이 안 되네.”
한숨을 푹 쉬는 여인은 바로 미희였다.
미희는 빨리 시신의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미희의 가랑이에서는 누런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미희는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는 기억했다. 하지만 마공에 의한 본능을 이성이 통제하지를 못하였다.
미희는 후회할 시간도 부족했다. 급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미희의 내공도 어느덧 4갑자가 넘어갔다. 오랜 시간동안 팽가무사들의 추적을 받으면서 미희의 마공은 여러 명의 팽가무사들을 잡아먹었다. 그래서 미희의 내공도 어느덧 4갑자가 넘었다. 하지만 내공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미희의 붉은 눈동자와 함께 마공의 부작용이 심각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밤만 되면 스스로를 통제할 수가 없어서 오히려 남자들을 사냥하는 상황이 오게 되었다. 미희는 내공을 점검하고 숲에 던져둔 봇짐을 찾았다.
“가자!!”
아직도 전신에 피를 뒤집어쓴 미희는 급한 마음에 시체를 처리하지도 않고 경공으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미희는 한참동안 경공으로 뛰어갔다. 흡정마공 덕분에 내공은 충분했다. 아니 넘쳐났다. 미희는 쉬지 않고 경공으로 달렸다. 그러다가 호수를 발견하였다. 미희는 호수에 바로 몸을 빠뜨렸다.
“푸.. 하~”
미희는 호수를 수영으로 가로질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미희의 몸이 씻겨졌다. 미희는 수영을 하면서도 내공을 사용했기 때문에 팔을 저을 때마다 물기둥이 솟아났다. 미희가 팔을 몇 번 젖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호수의 반대편에 도착하였다.
“아.. 시원해.”
미희는 간단하게 몸에 묻은 물을 털어냈다. 그러자 미희의 고혹적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얇은 음녀의 옷이 팽가 무사들의 도에 의해 군데군데 찢어졌기 때문에 옷의 기능을 거의 하지 못했지만 미희는 신경 쓰지 않았다. 미희가 몸을 말리고서는 들고 있던 봇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에 들어있는 금창약을 찾아서 몸에 난 상처에 바르기 시작했다.
“아! 허리의 상처가 너무 심각한데...”
미희의 허리에는 심한 상처가 나있었다. 도주하던 도중에 팽가익을 만나서 입은 검상이었다. 미희는 팽가익과 잠시 겨루면서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아니 도저히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내공은 몰론 흡정마공 덕분에 미희가 많았지만 무공자체가 급이 다른 수준이었던 것이다. 결국 미희는 도망을 선택했고 미희가 도망치는 것도 정말 간신히 도망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미희는 팽가익을 만나지 않고 도망쳐야 된다는 판단을 하였다. 지금의 자신이 팽가익을 상대할 수 없기 때문에...
“어깨... 윽!!”
미희가 다음에는 금창약을 어깨에 발랐다. 어깨에도 살점이 한 움큼이 떨어져 나가있었는데, 이 상처는 팽무하를 삼형제를 상대하면서 생긴 상처였다. 팽무하 삼형제는 미희를 추적하면서도 다 같이 다녔는데.. 미희는 팽무하 삼형제 중에서 팽무이를 죽이는 성과를 얻었지만 심각한 내상과 함께 어깨의 상처를 얻었다. 하지만 미희의 마공의 위력에 의해서 내상은 쉽게 회복되었지만... 외상은 심각했다.
“아!!!! 악!!!!!!”
금창약을 바르고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 열양공으로 약간 상처부위를 뜨겁게 하자 그 고통에 미희는 고통의 신음을 참지 못하였다. 이런 고통스러운 응급처치를 받은 미희의 상처는 벌써 오랫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염증과 고름이 심각했다. 응급조치가 끝난 미희는 고통을 참으면서 상처부위를 닦아내고 가지고 있던 비단으로 상처를 감쌌다. 미희가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더이상 치료에 시간을 쓸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희는 짐을 챙기고 다시 도망가기 시작했다.
미희가 달리면서 생각했다.
‘하.. 조금이라도 많이 도망쳐 둬야지... 밤이 되면.. 내가 스스로를 감당할 수가 없어..’
미희는 며칠째 낮에는 도망치고 밤에는 오히려 돌아와서 팽가무사들을 급습하는 생활을 반복하였다. 낮에는 미희의 이성이 도망치기를 원했지만 밤에는 마공에 의한 본능이 오히려 남자를 찾아서.. 추격자들을 찾아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상황이 너무.. 심각해.. 이제 간신이 하북을 벗어났는데..’
원래 미희의 계획대로라면 더 멀리 도망쳐서 추격자들을 따돌렸어야 했다. 하지만 미희와 혜의 생각과는 달리 흡정마공의 위력이 엄청나서 큰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그래도 미희는 살고 싶었다. 그래서 달렸다! 쉬지 않고...
팽가익을 비롯한 무사들은 불길한 생각으로 특정한 방향을 향해서 계속 달렸다. 미희를 추격하던 1개조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팽가익은 며칠째 이런 상황을 겪었고 그 결과는 늘 동일했다. 그리고.. 어제의 참혹한 현장에 도착하였다.
“하... ”
팽가익은 처참한 현장에 한숨을 먼저 쉬었다. 7명의 맹호대 무사들과 2명의 비연대 무사로 구성된 추격대는 모조리 시신으로 현장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한 구의 시선은 역시나 미라가 되어 있었다.
“이 지점에 어제의 사건 지점이다! 이 지점을 기준으로 모든 추격대들이 추격을 시작한다.”
“네!”
팽가익과 함께 있던 비연대주는 순식간에 지휘를 하기 시작했다. 비연대주의 품에서 자그마한 다람쥐가 나왔는데 이 다람쥐는 영물로 유명한 만천설류였다. 수명이 무려 천년이 넘었으며 역대 비연대주들이 대물림을 하는 영물이었는데, 영물로써 아주 강한 위력이나 공격을 하지는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명령을 하달하여 많은 무사들을 지휘하는데 있어서는 최고의 영물이었다.
비연대주가 지도를 보고 주변과 하늘을 관찰하여 현재의 위치를 확실하게 파악하였다. 그리고 팽가익의 지시를 적은 지시문을 만천설류의 등에 묶었다. 그리고 평소에 만천설류가 가장 좋아하는 견과류를 잔득 먹이면서 말했다.
“설아. 부탁한다.”
“찍..”
만천설류가 전광석화와 같이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 만천설류에 의해서 한 시진 이내에 모든 추격조들이 팽가익의 지시에 따를 것이다.
팽가익이 현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임무에 투입되어 희생당한 무사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것부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팽가익의 속이 썩어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밤마다 미희의 습격이 있었고 그 습격을 받는 추격조에 높은 경지의 무사가 있을 경우에만 미희에게 반격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어제와 같이 경지가 비교적 낮은 무사들로만 이루어진 추격조가 미희에게 습격 받을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하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다 같이 모여서 추격을 할 수도 없었다. 미희의 내공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미희의 탈주 가능한 지역을 모두 탐색하려면 무사들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설프게 강한 절정급들의 고수들은 오히려 흩어지면 미희에게 각개격파를 당하였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추격대는 고수들이 있는 추격대와 낮은 무공의 무사들로만 구성된 추격대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정말이지 미치겠군!!”
“진정하시지요....”
“...”
팽가익의 노기가 얼굴을 통해서 드러났다. 비연대주는 침착하게 지도를 보면서 팽가익에게 말을 하였다.
“다행히.. 이제 점점 한계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루의 도주거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얼마 안 있으면 계속되는 천장절애가 이어지는 절벽이 나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도주의 범위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사실 미희가 밤마다 돌아왔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많이 도망칠 수가 없었다.
“하.. 그래도 그때까지는.. 이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단 말인가..”
팽가익은 피 같은 부하들의 희생에 한숨만 내쉬었다.
반시진만에 팽가익의 부하들이 죽은 시신들을 수습하였다. 그리고 그 동안에 팽가익의 후발대인 팽극천이 도착하였다.
“허허.. 아우 또.. 시신이 있네. 허허”
“……. 네.”
팽극천이 아주 고소하다는 듯이 팽가익을 비꼬았다. 그리고 팽가익은 화가 났지만 참았다.
원래는 추격대의 최고 지휘자는 팽극천이었다. 그는 팽가 10대고수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었고 가장 높은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추격에 팽극천은 스스로가 무사들을 지휘하는데 있어서는 팽가익에게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제갈수를 비롯한 팽가의 지휘부도 알았기 때문에 결국에는 팽가익이 추격대의 최고 지휘자가 되었다. 팽극천은 자신의 지휘를 팽가익에 빼앗긴 것에 앙금을 품었다. 그래서 최전선에 나서지 않고 후발대에 속하게 된 것이다. 팽가익은 염소 소갈딱지만한 팽극천의 마음 씀씀이가 답답했지만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희생자가 생길 때마다 오히려 좋아하는 팽극천의 모습은 정말 꼴 볼견이었다.
“크크크 아우 잘해보게나. 난 여기서 쉬고 있겠네.”
팽극천이 나무위로 올라가서 느긋하게 누워버렸다. 그리고 팽가익은 무사들이 죽어서 화난 마음과 어린애처럼 구는 팽극천 때문에 속이 쓰렸다.
팽가익이 무사들의 시신들을 임시로 묻기 위해서 부하들을 시켜서 가묘를 만들고 있을 때였다. 팽가익의 기감에 낮선 기가 느껴졌다. 게다가 이 기는.. 엄청난 고수의 기운이었다.
“모두! 경계!”
“네!”
팽가익은 단 한명의 희생자도 더 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낮선 사람이 듣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큰 목소리로 부하무사들을 경계시켰다. 그러자 50여명의 무사들이 경계태세를 취하였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나무위에 있던 팽극천은 내려와서는 팽가익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쳇.. 무슨 뻘 짓이냐? 누가 있다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야?”
팽극천은 자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느끼지 못한 인기척을 팽가익이 느낄 수가 없다고.. 하지만 숲 저편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껄껄껄껄!!!!!”
“!!!!”
엄청난 내공이 들어있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몇몇 내공이 낮은 무사들은 귀를 막기 시작했다. 팽가익은 저 멀리서 느껴진 기감을 느꼈던 것이고 그런 팽가익이 느꼈던 기감을 팽극천은 못 느끼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크크크!!!”
기괴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계속 웃으면서 팽가의 추격대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내 얼굴을 드러냈다.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전형적인 거지였다. 온몸에 땟국물이 줄줄 흘렀고 옷도 몇 번을 기웠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낮부터 술을 잔득 먹었는지 온몸에는 술 냄새가 풍겼는데 오히려 그 모습과 기도에 팽가익이 감탄을 하였다.
“취개님이시군요.”
“껄껄껄.. 역시 팽가에 인재가 많구나.”
그는 무림에서 손꼽히는 화경의 고수.. 게다가 그의 허리에 9결은 개방의 방주인 취개가 확실했다.
취개의 등장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묘해졌다. 팽가익은 개방과 하오문이 팽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정보를 제갈수로부터 연락을 받아서 알고 있었지만.. 개방의 방주인 취개가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하였다.
이런 취개의 등장에 먼저 팽극천이 먼저 공손하게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하였다.
“취개님이시군요. 저는 팽가의 10대고수의 수위자리에 있는 팽극천입니다. 반갑습니다.”
팽극천과 취개가 같은 화경의 경지라고는 하지만 팽극천이 이제 걸음마를 걷는 어린아이라고 하면 취개는 성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팽극천의 배분이 취개보다는 훨씬 낮았기 때문에 후배로서 먼저 공손하게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취개는 인사를 받아주면서 이상하다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팽극천인가?”
“네. 그렇습니다.”
“호오.. 그래? 그럼 자네는 누구인가?”
취개는 옆에 있는 팽가익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물어보았고 팽가익도 포권을 취하면서 인사를 하였다.
“저는 팽가 10대고수의 두 번째 자리에 있는 팽가익입니다. 명성이 자자한 취개님을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오호... 그래?”
취개는 재미있다는 듯이 팽극천과 팽가익을 번갈아가면서 보았다.
팽극천은 왜? 취개가 그런 눈으로 둘을 보는지가 궁금했지만 팽가익은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취개는 개방의 방주였다. 그리고 개방은 정보수입이 가장 중요한 단체였다. 자연스럽게 개방의 고수들은 다른 사람의 무공을 알아보는데 있어서 더욱 뛰어날 수 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여기에 있는 사람은 개방의 방주인 취개였기 때문이다.
“이상하군.. 크크크 아니 역시 팽가답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서도 감추고 있으니 껄껄껄...”
취개의 말에 팽가익은 불편한 심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팽극천은 눈이 동그래지면서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취개는 들고 있던 타구봉으로 팽극천을 한번 가리키고 다음에는 팽가익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자네 둘.. 자리가 바뀌었잖아. 껄껄껄!!!”
그 말에 팽가익은 몰론 팽극천도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팽극천은 취개가 지휘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하하하.. 지휘권 때문에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아우가 지휘를 하는 것은 무공이 높아서가 아닙니다. 그저 저보다 경험이 많아서..”
“아니야.. 무공도 이 녀석이 훨씬 높은데?”
“!!!!”
취개의 말에 팽가익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고 팽극천은 경악의 눈빛을 뿜어댔다. 그리고는 아직은 웃는 얼굴을 유지하면서 취개에게 말했다.
“하하.. 취개님 제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화경입니다. 그에 반해 이 녀석은 초절정에 불과합니다. 초절정! 우리 둘은 그릇이 다르단 말입니다!”
취개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팽극천을 보았다.
“이놈 이거.. 이제 간신히 걸음마를 하는 주제에.. 뭘 안다고 까부는 거야? 넌 이 녀석한테 안 돼.”
“취개님께서 낮부터 약주를 많이 하신 것 같으신데..”
“뭐 술이 취해? 내가 낙양에 있는 술을 모조리 다 마셔도 내 눈은 똑바르다. 넌 애보다 약해.”
팽극천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 아니 이제는 화가 난다는 눈빛으로 취개를 노려보았고 그런 팽극천의 기세에 취개의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즉시 취개의 거침없는 행동이 이어졌다.
“건방진 자식!”
취개의 타구봉이 움직였고 동시에 팽극천의 허리춤에 있는 도가 뽑혀졌다. 취개의 타구봉과 팽극천의 도가 부딪치려는 순간 팽가익의 입에서 내공이 섞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만하십시오!!!”
“!!!!”
팽가익의 함성에 취개와 팽극천은 본능적으로 떨어졌다. 두 무인이 겨루는데 있어서 다른 방해요소는 심각한 내공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팽가익의 함성에 취개는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팽극천은 놀라움에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단순한 함성이었지만 팽가익의 숨겨졌던 무공의 자락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두 분 다.. 무기를 거두시지요.”
팽가익의 말에 먼저 팽극천의 얼떨떨해 하면서 도를 거두었다. 지금은 팽극천이라 하더라도 지휘관인 팽가익의 말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팽극천이 도를 거두자 취개도 타구봉에 깃든 내공을 풀고 다시 어깨에 기대었다. 팽가익은 전투는 벌어지지 않겠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취개에게 말하였다.
“취개님.. 장난이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껄껄껄 이 꼬맹아 니가 진작 내말에 호응을 했다면.. 이런 일도 안 벌어지지! 게다가 만약 네가 계속 실력을 숨겨서 이 늙은이를 노망난 사람으로 만들었다면...”
취개의 눈빛이 시악하다고 느껴질 만큼 홀쭉해졌다.
“내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할 때까지.. 여기 이 애송이와 결판을 벌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너였을 것이지..”
“....”
팽가익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팽극천이 었다. 팽극천은 아까 말한 취개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방금전 팽가익이 지른 함성에 깃든 기운은 초절정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팽극천은 팽가익이 자신보다 고수라는 것은 인정할 수가 없었다. 같은 화경이라도 자신이 더욱 빨리 화경이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익! 자네 정말로 나보다 무공이 높은가?”
“.....”
팽가익은 취개가 나타난 이 상황에서도 무공에 대해서만 따지는 팽극천이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런 팽극천과 팽가익의 대화를 취개가 웃으면서 듣고만 있었다.
“말해!!!”
“..... 네.. 그렇습니다.”
팽가익은 결국 말했다. 이전처럼 자신이 팽극천보다 무공이 낮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옆에는 취개가 있었다. 만약 여기서 팽가익이 팽극천보다 무공이 낮다고 하면 취개는 또다시 자신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난리를 부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미.. 믿을 수가 없다.”
팽극천의 말에 팽가익은 이제는 귀찮았다. 그래서 말없이 자신의 허리에 있는 용무늬가 새겨진 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도에 기를 넣자 자색빛깔의 도강이 은은하게 서렸다.
“!!”
팽극천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팽가익의 도에 서린.. 도강!! 이 도강의 색이 자색이라는 데서 할말을 잃었다. 오호단문도를 극성으로 익혔을때 나타난다는 자색의 도강은 아직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높은 수준의 도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허무함과 자괴감에 말을 잊었다.
사실 팽가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고수들을 두고있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그 많은 고수들을 모두 공개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팽가에서는 많은 무사들의 경지를 한 단계 낮추어 외부에 알리고는 했는데... 그 대표적인 고수가 팽가익이었다. 팽가익은 팽극천보다도 빨리 화경의 경지에 올랐었다. 하지만 이런 팽가익의 진정한 실력을 아는 사람은 문주인 팽완과 비곡주를 비롯한 아주 핵심 장로들만 알고 있었다.
팽가익의 무공에 팽극천은 충격을 받았다. 사실 팽극천에게 있어서 팽가익은 어리지만 최대의 라이벌이자 시기의 대상이었다. 팽가익은 외모도 팽극천보다 잘생겼고.. 그래서 20대 시절에는 많은 미녀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게다가 문무를 겸비했기 때문에 단순하게 무에만 치중한 자신보다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었다. 그래서 팽극천은 더욱 무에 치중하였다. 적어도 무공에 있어서만큼은 팽가익에게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팽가익이 자신보다 고수라니.. 충격이었다. 팽극천에게는 충격이었다.
팽가익의 무공을 잘 구경하고 덤으로 팽극천의 넋이 나간 표정을 구경한 취개가 껄껄거리면서 말했다.
“껄껄껄 이게 맞어.. 이게 정상이지! 크크크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런 팽가의 꼼수.. 난 안 좋아해. 아무리 실력의 3할을 숨기라는 무림의 명언이 있지만.. 팽가는 너무 심해! 너무!”
“죄송합니다. 취개님.”
취개의 말에 팽가익이 사과를 하였다. 그리고 취개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팽가익도 무림인이라면 자신이 화경의 경지라는 것을 뽐내고 싶었을 것이다. 초절정과 화경의 차이는 엄청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팽가익도 어차피 가주를 비롯한 높은 사람이 시켜서 실력을 감추었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팽가의 숨겨둔 고수도 찾아내고 클클.. 평화롭던 무림에 재미있는 일이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다른 재미도 챙겨보는군.”
팽가익은 짜증과 함께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골치가 아팠다. 멍하게 있는 팽극천도 처리를 해야 했고.. 나이 많고 노련한 취개도 상대를 해야 했다.
“취개님. 이곳은 팽가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참견하지 마시고 개방으로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팽가익은 팽가의 이름으로 취개를 물러서게 만들고 싶었다. 다른 말로 개방은 팽가의 행사에 참여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노련한 노강호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크크크 건방진 애송아! 장난해? 흡정마공이 출현했다는데.. 그게 무슨 팽가의 일이야? 무림 전체의 일이지.. 금지된 마공은 무림공적이라는 사실 몰라?”
“……. 하지만 저희 팽가가 뿌린 씨앗!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당연히 너희가 처리해야지! 하지만 난! 마두.. 아니 마녀겠군.. 마녀가 죽는 것을 내 눈으로 봐야겠어.”
“.......”
명분에서 지고 들어갔다. 게다가 무력으로 강제로 떨어트릴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다. 팽가익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취개는 당당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취개의 뒤를 따라는 개방의 거지들도 합류하였다. 취개는 직접 미희에게 내공을 빼앗겨서 미라가된 시신을 살펴보았다.
“오.. 정말 흡정마공인가? 이런 말라붙은 시신은 생전 처음 보는 군. 흡정마공에 의하여 내공을 흡수당하면 미라가 된다는 것이 사실이었군.”
“......”
“애들아 모조리 확인해!”
“네!”
취개의 명령에 개방의 거지들이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팽가익은 골치가 아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