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술사 2 - 그 여름의 시작 여섯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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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사..2
그 여름의 시작...
여섯 번째..이야기...
그...그..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뭐야...또..너야...2학년..말많은 녀석..."
교무 주임 이학철이었다...
"박대호도 있네...어라..김도인 너도..넌..왜있는거야..공부도 잘하는 녀석이...."
아니..공부도 잘하는 녀석이 왜있냐는 말은...나랑..대호를..뭘로 보고...으으...
"아무튼..세 녀석다..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밥은 먹는거냐..."
"그거야...여기는...대한...아니...학교...아니..잔디밭...이군요..."
"저기 써있는거 보이냐..."
이학철은 손가락으로 잔디앞쪽의 팻말을 가르켰다...
음...잔디를 밟지 마시오...잔디 보호..이렇게 써있네...젠장 딱 걸렸네...
"잔디를 밟지 말라고.."
"근데..밟지 말라는 잔디를 밟는 것도..모자라서...엉덩이로 뭉개고 있는거냐.."
"죄송합니다..."
상대는 이학철이다..별명은 이악질...괜히..쓸데없는 말을 했다가는 본전도 못찾을게 뻔한것이
다...
이럴때는 그냥...죄송합니다..이러면서..고개를 푹숙이면..지도..별수 있겠어..욕좀 하다가..가겠
지...흐흐
"뭐..반성을 한다면야..더이상 뭐라고는 하지 않겠다...다만..."
다만...
"기왕 잔디밭을 망친것도 있고..하니까..잔디밭에..잡초나..좀 뽑아라..."
"아예...뭐..그 정도야..그렇지..않아도..잡초가..많아서..좀 뽑아야겠다..그렇게..생각하던 참이
었는데...헤헤..."
"저기 보이지...테니스장 옆에서 부터..저 쪽...벤취 있는데..까지..거기까지만..깨끗히...잡초
제거하고..음...그래..너..2학년..말많은 녀석...이름이 뭐냐..."
"유..윤..영호인데요..."
윤영호라...이학철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점심 시간 끝나기 전까지..다 하고 나한테..검사 맡으러와...점심시간까지..다 못하면..쉬는 시
간에라도 나와서..하고..아무튼...다 하고..나한테..검사 받기 전까지는 집에..못갈테니까...니가
..책임지고...알아서 해라...내 스타일 알지...난..여러녀석 안 건드리거든..난..무조건..한 녀석
만 조지니까...너..윤영호...다 니 책임이니까...니가..책임지고..잡초제거 하도록...그럼..이따
가 보자....."
음 테니스장 옆에서부터..벤취까지만..이라...그건 다시말하면...학교에 잔디밭 전부를 말하는 건
데...절묘한 표현이군...벤취까지만..이라..으으..역시..악질은..악질이다....점심시간동안 셋이
서..언제다..잡초를 뽑으라는 거야...
"얘들아...너희도 들었지..정말 너무한거 아냐...잔디밭에서 밥좀 먹었다고...학교 잔디밭에 잡초
를 다 제거하라니...그것도..점심시간 동안말야...셋이서..언제..이걸..다하지..."
"음..근데..말야..영호야...미안한데...난..아무래도...다시..화장실 청소하던거 마저 하라 가야
겠다..지금부터..열심히 하지..않으면..수업 끝나고도..남아서..해야..한다구...하루 종일 화장실
청소하는 것도 억울한데...수업 끝나고도..청소하는건 너무 하잖아..안그래...그래서..나먼저..이
해하지..영호야..."
대호는 주섬주섬 도시락을 챙겨들고는...학교 건물 뒤편으로 사라져버렸다...
"하긴..대호야..해야할 일이 있으니까..이제 단 둘뿐인가...안그래..도인..도인아..야..김도
인..."
도인도 어느새..도시락을 챙겨들고는..어디론가..막 사라지려던 참이었다...
"으으..이 녀석 치사하게..어딜 도망치려구..."
"아니..그게...엄마한테..전화하러...."
"엄마한테..점심시간에..전화는 왜..."
"너도..알지..우리..친엄마가 따로 있는거...LA에 계신데...지금 전화를 하지 않으면...통화하기
가 힘들어..."
"뭐..친엄마..."
"응..거기서..공부도 하시고..바쁘시거든...시차 때문에...지금 거기는 밤 9시쯤 됐을거야...엄마
도 바쁘게 지내는 편이라..일주일에 한번씩만 전화를 하는데..오늘이 하필..그 날이지 뭐야..."
"나중에 하면..안돼는 거야..."
"엄마가 기다릴텐데...내 전화가 오기만을...수업 끝날때쯤이면..거기는 새벽이 될거라구...전화
가 안오면..엄마가 밤새 잠도 못자고 걱정 하실지도 몰라...부탁이야..영호야..좀 봐주라...."
"뭐..그렇다면야..."
모자지간의 정을 억지로 떼어 놓는것도...가슴아픈 일이고...어쨌든...잡초 제거는 나 혼자서..다
해야 하는 건가.....셋이서..해도 될까말까인데..혼자서..이걸다 어떻게 하지...큰일이다..큰일이
야..잘못했다가는..오늘 집에도 못가겠는데...
영호는 그대로 잔디밭에..주저 앉아...잡초를 뽑기 시작했다...아직 점심시간은 30분 이상 남아
있었지만...제거해야 할 잡초의 양은...너무나 방대했다...
"궁시렁..궁시렁..."
일단...자잘한것까지 다할 수는 없으니까..눈에 보이는 큰 것만이라도..일단..뽑아서..한척이라도
해야겠는걸...
단지 잡초를 뽑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영호는...허리 한번 펴지않은채..풀뽑기에 여념이 없었
다...그의 이마에서..굵은 땀방울이.. 막 떨어지려는 무렵....
쭈그려 앉은채...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며..잡초를 뽑고 있던 영호의 눈에..뭐가..허연..아니..우
윳빛의...물체가..눈에..들어왔다...그것은...다리였다..
사람의 다리다...매끈하고..날씬하고..아무튼..보기에 썩 좋은..그런..다리...그렇다..대충대
충...잡초를 뽑으며..테니스장에서..출발한..
영호는...어느새...종착지점인..벤취 근처까지..와있었던 것이었다...
벤취에 앉아 있는 예쁜 다리의 주인공은 누구지...영호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미끈한 종아리
위로..무릅 위까지 가리는..하늘거리는..베이지색..
치마..그리고..그 위로..다소곳이..무릅위에 올려진 희고 매끄러워 보이는 손...그리고..그 위
로...햐얀 블라우스 위로..불룩한..가슴...
그리고..그위로...너무나도..아름다운..청순한..그 얼굴...서미연 선생님이었다...
"어머..영호야..."
"아..선생님...."
"점심 시간에..뭐하는 거니...혹시..벌이라도 받는 거야..."
"예...아..아뇨..그냥...풀이 많은 것 같아서...원래..제가..이런거 보면 그냥 못넘기거든요...하
하..."
왠지...믿을수 없다는 서미연 선생님의 얼굴...하지만..아무려면 어떤가...
미연은 캔에 든 녹차를 마시고 있었다..벤취에는 아직 개봉을 하지 않은 녹차캔 하나가..놓여있었
다...
"음..마침 잘 됐네...이거 마실래...녹차 마시니..."
"아...그럼요...집에서..매일 먹는걸요..."
사실...영호를 제외한 식구들은..모두..녹차를 마신다...하지만..영호는 몸에 좋은 줄은 알지만..
왠지..텁텁한..녹차의 맛이 영 질색이다...
"톡.."
영호는 얼른 몸을 일으키며..흙이 뭍은...손을 바지에 비며..털고는...미연이 내미는 캔을 받아
땄다...
"잘먹겠습니다..."
영호는 미연에게..미소를 지어보이며..녹차캔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왠지..텁텁한..녹차의 맛
에..영호는 얼굴을 찡그리려다..자신을 바라보는 미연의 얼굴을 깨닫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
다...
"맛있네요...역시..."
"어머..그런데..바지에 불룩한 거는 뭐니..."
바지에 불룩...혹시..서미연 선생님 앞에서..거기가..영호는 좀 당황한 표정으로 바지 앞섭을 내
려다 보았다...별로 불룩한건 같지는 않은데....여기가 아닌가...
"아..그..주머니에 말야...주머니에..네모난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설마..담배는 아니겠지..."
미연은 특유의 뭔가 엄한 표정을 지으려다가..천성적으로 귀여워 보이게 되는 표정을 지으며..영
호를...짐짓 엄하게 흘겨보았다...
음..저..표정 너무 귀여워...
"아...이거요....이건...그러니까..이건..물론..담배는 아니지만...그러니까..그러니까..."
"흠..이상해...왠지..대답을 못하고..버벅거리는게...."
"아뇨...절대..선생님이 생각하는 그런..이상한건 아니라구요...."
"그럼..뭔데..꺼내봐..."
"아...뭐...그렇다면..."
영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작은 플라스틱 상자같은 것을 꺼내어 미연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뭐니..새로나온 게임기인가...어떻게 하는거야..."
미연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마치..소녀같은..말투로 영호에게...말하는 것이었다...
"아..그건..게임기가..아니고..."
"아니면..뭔데...."
"그..그건..메트로놈..이라는 건데..."
"메트로놈...어디에 쓰는 거야..."
"뭐..별건 아니에요...그러니까...최..최..최면을 걸 때 ...쓰는 건데..."
"최..면..."
순간..미연의 표정이..잠시 묘해지더니..이내..얼굴 가득히..함박웃음을 지었다....왠지...정말..
엉뚱하네..별종이네..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생각보다...그러니까...창의적이라고나 할까...독창적이라고 할까..아무튼..재미있는 생각이
야..."
"아..좀 특이하죠..."
"근데...어떻게..이걸로 최면을 거는 거니...할줄은 아는 거겠지...."
"예...아..뭐..그러니까...이걸..이렇게..켜면..깜빡 거리잖아요..보이죠..빨간 불이 말이예
요..."
"아..정말..그런 다음에는...."
"예..???."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는 거야...최면 말야....한번 해봐...궁금해..어떻게..하는지..."
미연의 목소리는 또..아까처럼..사춘기 소녀가 되어 버렸다....호기심 많은 사춘기의 소녀말이
다..
"그..그게..."
"얼른..가르쳐 주지 않으면..화낸다...으음.."
다시 또..엄한듯...귀엽기만..한 그 얼굴...그런 얼굴은..말그대로..영호에게 쥐약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미연이 짓는 그런 표정말이다...한없이 귀엽기만..한 얼굴로...억지로..엄
한..듯..화난듯..짓는 표정...
그래서..엄하게 보이기는 커녕..더 귀엽게..보이는 그런..소녀같은 얼굴...
왠지..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님은...어린 소녀같단 말야...성숙한 몸을 가진..어린 소녀...
아니 내가..대체..무슨 생각을...
"그러니까..일단 벤취에 앉아서 하죠..."
영호는 일어서 있는 미연에게 벤취를 가르키며 말했다...벤취 주위에는 아무도 없이..고요하기만
해서...
왁자지껄..시끄러운...운동장과..테니스장 쪽과는 사뭇..다른..분위기 였다...
"이걸..두 손에..쥐고..말이죠..이렇게...무릅 위에..올려 보세요...그리고..깜빡이는 불을 집중
해서..보는 거예요..."
"그냥..보기만 하면..되는 거야..."
"예..불을 보고 있으면...제가..최면 유도문으로 최면을 걸어 볼께요..."
"어머..제법이네..그런 것도 알고 있니....왠지..으시시한걸..."
"아...걱정은 마세요...왜냐하면...그게..."
"뭐..."
"왜냐하면...그냥..최면일 뿐이잖아요...하하하..뭐..별일이야...하하...그냥..최면이다..그거
죠..."
"음..너..왠지..."
"아무튼...말이죠...여기에 집중하세요...이 불빛에 말이예요...깜빡..깜빡...이 불빛을 보고 있
으면..몸이 점점 편안해..집니다..깜빡..깜빡...깜빡..깜빡...."
"띠리링....띠리링...."
"할로우..."
"엄마..저예요...도인이..."
학교에 두 개뿐인 전화부스..점심시간이라..전화걸러 나온 아이들 때문에..도인은..한참 만에야..
겨우 부스안에..들어갈 수가 있었다..
"잠시만..티비..볼륨좀 줄이고...그래..잘 지냈니..."
"예...저야..잘지내죠...엄마는 어때요..학교는 재미있어요..."
"응..나이들어 공부하는게..쉽지는 않지만..내가 꼭..하고 싶었던 공부라..솔직히..너무...즐거운
거 있지...그리고..교수도 너무 잘생겼어..나이도 나랑..비슷한데..."
"아..아들앞에서..너무하는거 아니예요..."
"뭐...어때...솔직한 것 뿐이야...아들앞에서..엄마가 거짓말 하기를 바라니..."
"헤헤..농담이예요...다행이예요..전..아직도..엄마가..힘들어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거든
요..."
"이젠 괜찮아..여긴..새로운..말하자면..기회의..아니..그보다도..파라다이스야..날씨도 너무 좋
고..."
"그렇게..거기가 좋으세요..."
"그래..너도..고등학교 졸업하고는 미국에 오지 않을래..."
"미국요..."
"그래..한국보다는 여기서..대학을 다니는게..더 좋지 않겠니...."
"아..글쎄요...생각해 보고요..그나저나..엄마..한가지 물어봐도 되요..."
"뭐..설마..남자 친구가 있냐는 건 아니겠지..."
음..그것도..궁금하기는 하지만...그보다도...
"예전에 말이예요..엄마가..집을 떠나기 얼마 전예요...엄마가 그랬잖아요..아빠가 무섭다고요...
내가..왜..아빠가 무서우냐고 하니까...나중에..크면..말해준다고 했잖아요..."
"음..그거..아직..넌..어른이 아니잖아...."
"아..역시..아직인가요...그..그건..나중에...흠..그러면..이건 물어봐도 되요..."
"뭐..."
"약말이예요...이젠 안 드시죠..."
"아..다..도인이..네... 덕분이야...그나마..중독되지 않은건..."
"이젠..완전히..끊으신거죠..."
"여기에 온후로는...거의..."
"거의..완전히는 아니군요...아직도..밤에...악몽을 꾸세요...."
"걱정해 주는 거니...고마워서..몸둘바를 모르겠는걸..."
"아직도..악몽을 꾸세요..."
"아니..별로..."
"아직도 아빠가 무서우세요..."
"후훗...아니...그냥..그냥..말이야..불쌍하다는 생각뿐이야..불쌍한 사람..."
불쌍하다구..아버지가..불쌍하다구...도인은...어머니의 말이 왠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맴
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이제..제가 셋을 세면..잠에서 깨어납니다...잠에서..깨어나면..몸이 아주 편안하고 상쾌합
니다...자..하나..둘..셋...깨어나세요...선생님...."
영호의 말과 동시에 미연의 눈이 번쩍 띄였다...눈을 뜬 미연의 눈에..영호의 어딘지 어색해 보이
는 얼굴이 비치었다..
"어..어어.."
미연은...몸이 아주 상괘한 것을 느꼈다...하지만..기분은 좀 묘했다...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주아주 깊은..수렁에..빠져들었던..그런 느낌이었다...
어딘가..끝도 없는 수렁으로 한없이..빨려들어갔다 나온..그런..기분..왠지 모르는 두려움이 느껴
졌다..하지만..
그 기억은..점점 희미해져 버리더니..이내...완전히..사라져버렸다..오싹하던..이상한 기분도 동
시에..희미해져...사라져 버렸다...
"아..뭔가..."
미연은 뭔가를 기억하려고..노력했다...좀 전까지만..해도..불과..30초전만 해도..생생하던..어떤
..기억과...감정이...있었던 같은데...
이제..아무것도..남지..않았다..아무것도..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뭐였지..."
"뭐가요..."
"아니..왜..그런거..있잖아..꿈을 꾸었는데...아주 생생한 꿈을 말야...잠에서..깨고..나서..몇
분 쯤 후에..아무것도..기억이 안나는..."
"꿈이요..."
"뭔가..있었는데...꿈은 아니지만..그...그런데...이제..아무것도..기억이 안나...."
"아..글쎄..전..잘...."
"내가..잠을 잤었니..."
"아..아뇨...그런건...어쩌면..."
"딩동...댕..댕..."
미연은 종소리에..시계를 쳐다보았다....
"어머..이거..예비종이 아니라..수업종이잖아..."
"아..그러게요...."
운동장에도...교정에도..아이들은..아무도 없었다...교정 끄트머리의 벤취에..영호와 미연 이렇게
..단 둘뿐이었다...왠지..학생들이 빠져 버린..교정은..스산한..분위기다...
뭔가..이상하기는 한데..모르겠어..뭐가..이상한지...아..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다음 시간
에..수업이 있잖아...
"영호야..늦었어..뭐하니..빨리 들어가지 않고...."
"아..그래야죠...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미연과..영호는 서둘러...학교 건물쪽으로 뛰어 가기 시작했다...아무래도..남자인..영호의 발걸
음이 더 빨랐다..미연은..앞서나가는 영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왠지 가슴이 콩당콩당 뛰고 있었다...이상해..기분이...영호..녀석...왠지..귀여워 보이는걸...전
에도...그랬었나...
서둘러 교사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의 등뒤로 고급스런 은색 BMW 한 대가 교문을 소리없이 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