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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직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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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828 회 작성일 24-02-26 03: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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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직업은..






 

단편

 



그녀를 처음 본 건 DSLR동호회에서였다.



작은 상자안으로 보이는..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잡아내는 카메라.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쓰는 걸 좋아했던 나는 카메라를 보자마자 빠져들었고, 길을 가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심지어 밥을 먹다가도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커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혼자 찍는 사진에 대한 흥미는 금방 떨어져 가고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때 가입한 클럽이나 동아리는 전부 사진부였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가면서 난 그 일이 내 천직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사진을 찍어 먹고 산다는 게 내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니였고 결국 난 꿈을 꺽고 취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카메라에 대한 관심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큰 맘먹고 좋고 더럽게 비싼 DSLR을 사게되었다. 만지작 거리고 렌즈도 바꿔끼어보고 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사람들과 사진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포탈사이트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나는 많은 활동을 했고 실제로 회원들끼리 만나 사진을 찍기도 하고 찍히기도 하면서 놀러다니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빨간 금요일에 카페 회원들은 만나서 술 한잔하기로 했고 나는 당연히 참석했다. 차가 막혀 약간 약속시간을 오버에서 장소에 도착을 했는데.. 그 곳에서 그녀를 보았다. 



"야..! 김성현! 왜 이렇게 늦었어!?"



카페에서 만나 친해친 형들이 나를 타박했지만.. 내 눈과 귀에는 그 형들의 얼굴과 목소리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고 한 쪽 구석에 여자들과 앉아서 맥주를 홀짝거리는 그녀의 모습만이 들어왔다.



"어? 이새끼가 형들을 쌩까?"



갑자기 형 하나가 달려와서 헤드락을 걸고 나를 잡아 끌었지만 나는 이게 아픈건지.. 안아픈건지.. 꿈인지.. 생신지.. 그녀를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에 형에게서 벗어나며 자리에 앉았다. 맞다.. 꿈이 아니구나..



그녀는 화사했다. 어두컴컴한 술집에서 그녀가 있는 곳만 빛나는 것 같았다. 웃는 모습도 예쁘고 안주를 먹는 모습도 예쁘다.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쓴 지 미간에 주름이 잡히며 찡그리는 모습도 예쁘다. 그녀는 예쁘다.



하지만 그녀와 나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제일 먼저 온건지 제일 구석에 앉아있는 그녀와 문쪽에 앉아 있는 나의 거리는 좁힐 수 없어 보였고 나는 그렇게 정신을 놓아가면서 술을 마셔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짓..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미소.. 그녀가 의식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남자를 매료시키는 그런 여자였다. 물론 이곳에 나만 남자는 아니였는지 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 씨발.. 예쁜 건 알아가지고.. 젠장.. 좆달린 놈들은 하여튼..



나도 예쁜 걸 알고 좆은 달렸지만 험준한 산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그녀를 보고 등산을 준비하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화가 났고, 나는 등산준비를 할 생각조차 못했다. 나같은 놈이 그녀하고 어울릴리가 없으니까.. 병신같은 놈.. 쪼다.. 쓰레기.. 난 그런 인간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말 한 번 건네지 못하는 그런 인간..



그렇게 열심히 자기비하만 해대다가 그날의 술자리가 끝나고 난 그녀의 성도 몰라 이름도 몰라 전화번호는 더더욱 모른다. 그녀는 몇살일까.. 이름은 뭘까.. 뭘 좋아할까..? 뭐하는 여잘까..? 그녀의 직업은 뭘까..? 



그렇게 말도 걸어보지 못한 처음 본 여자에게 빠져들어서 나오지도 않을 답을 스스로에게 물으며 잠이 들었다.





며칠간 그녀만을 생각했고 언제 또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카페에 정모 계획이 없는지 맨날 들어가 살피곤 했지만 그렇게 정모가 쉽게 잡힐리가 없다. 빨간 금요일.. 그날은 정말 하늘이 내린.. 그녀를 만나라고 점지해준 날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하아~ 보고 싶다.."



그녀가 보고 싶다.





그렇게 몇달이 흘렀다. 그간 여러번의 정모를 했고 나는 그 곳에서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볼때마다 예뻐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예쁠 수 있을까..? 그녀가 나오는 정모는 말 한 번 걸지 못하면서도 그저 즐거웠고 그녀가 나오지 않는 정모는 말 한 번 하지 않으며 짜증만 났다.



그녀는 언제나 사람들로 둘러 쌓여 있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그녀를 좋아하고 특히 남자가 더 했다. 그녀의 남자를 끌어드리는 향기에 마치 남자놈들은 벌이 꿀냄새를 찾아 가는 듯이 그녀 옆자리를 선점하려고 노력했고 병신같은 나는 내 소심한 성격만을 탓하며 언제나 그녀와 제일 먼자리에 앉게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였다..! 그녀의 이름과 나이를 알았으니까.. 그녀의 성은 정씨요. 이름은 서연이며. 나이는 27. 직업은 모름. 정서연.. 27살.. 나는 31살.. 궁합도 안 본다는 4년나이차인데..? 크크.. 크.. 씨발.. 나만 아는 사실도 아니고 동호회 남자회원 전원이 아는 정보다. 아마 내가 제일 마지막에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던 나.. 그러던 어느 날 정모에서 여름휴가를 다 같이 가면 어떻겠냐고 물어왔고 다들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녀는 내키치 않는지 조그만한 목소리로..



"주말만 아니면.. 괜찮아요.."



라고 말한다. 주말..? 그러고 보니 그녀가 나오지 않는 정모는 언제나 주말에 열렸다. 토요일.. 일요일.. 남들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쉬는 요일에 그녀는 무슨 일을 하기에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만난지 6개월이 넘어가지만 그녀의 직업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녀는 무슨 일을 할까.. 그녀의 외적인 미모만 보면 모델..? OL..? 그런 쪽일 것만 같은데..



아무튼 그녀의 조그만한 목소리에 목, 금 1박 2일로 일정을 잡게 되었다. 그녀가 가지 않으면 아마 대부분의 남자가 가지 않을테니 너무 당연한 결정이였다.. 



장소는..? 바닷가.. 바닷가 어디? 해운대..? 사람 너무 많아.. 그럼 광안리..? 바다는 부산에만 있냐..? 그럼 경포대..? 거기 고딩들 쩔어.. 



여기는 안된다. 저기도 안된다. 거기도 싫다. 서로 얘기를 나누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장소 정하기가 쉽지 않다.



"저기.."



그녀가 조그만한 목소리로 말한다.



"화양계곡이라고 있는데.."



그녀의 말 한마디에 화양계곡으로 결정. 계곡을 가는 게 아니라고 몇몇은 말했지만 그곳에도 백사장이 깔린 곳이 있다는 말에 그곳으로 가기로 서로 합의를 보고 일어난다.



화양계곡.. 예전에 한 번 가본적이 있는데.. 그녀도 그 곳을 가본적이 있는걸까..? 넓은 바닷가가 보이지는 않지만 계곡에서 부드럽게 깍여나간 돌산 밑 계곡에서 노는 게 참 재밌었는데.. 그녀도 아는 걸까..





둘이 가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녀와 같이 간다는 여행에 난 하루빨리 여행날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여행 날 아침이 되어 약속장소로 나간다. 맨날 늦게 도착하는 것 같다. 저기 멀리서 몇명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그녀는..? 저기 있다. 무릎위로 올라오는 반바지에 시원해 보이는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머리에는 야구 모자를 쓰고 있는데.. 평소에 여성스럽게 입고 다니던 그녀의 색다른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만지면 분가루가 묻어 나올 것 같은 새하얀 다리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다.



큰 승합차를 가지고 나온 형들 덕분에 편하게 갈 수 있겠네.. 그런데 역시나 오늘도 난 그녀와 제일 먼자리.. 그녀는 앞에 있고 나는 뒤에 있다. 어떻게 한번도 그녀의 옆자리를 차지해 보지 못하는건지.. 잠이나 자자..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깬다. 눈을 부비며 기지개를 펴 보니 운전하는 형 하나를 빼놓고 다들 잠들어 있다. 그녀도 자고 있을까? 눈을 돌려 그녀를 본다. 그녀는 잠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나도 그녀를 쳐다본다. 이렇게 서로 눈이 마주친건 그녀를 만난 후 처음이다.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날 빨아드린다.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에 눈을 돌리고 싶지만.. 그럴수도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는 듯 하다.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 왜 나를 보면서 생각하는 걸까.. 그녀의 생각이 궁금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녀는.. 그녀의 눈이 감긴다. 아.. 말 한번 하지 못하고 눈만 마주쳤는데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면서 웬지 그녀도 나를 그동안 지켜봐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녀를 지켜봐왔듯이..



설레는 가슴에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 그렇게 그녀의 까만 눈동자를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미리 예약해놓은 팬션앞에 계곡이 펼쳐져 있다. 아름답고 부드럽게 깍인 암석들 밑으로 흐르는 물. 모두들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얼굴이 환해진다.



짐을 풀고 나서 물가에 나가 놀기 시작한다. 계곡이라 그런지 다들 수영복을 입지는 않고 반바지에 티셔츠만 입었다. 이런.. 이걸 생각 못했군.. 그녀의 수영복 입은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나 혼자 보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녀의 뭣도 아니지만 그녀의 속살을 다른 남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나만 보고 싶지만 남들은 보여주기 싫고 나도 못보지만 남들도 못본다. 공평하다.



그렇게 계곡에서 놀면서 그녀를 힐끗 쳐다보니 젖은 머리칼이 그녀의 목덜미와 얼굴에 찰싹 붙어 있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물놀이를 하면서 꺅꺅 소리를 질러댄다. 조용하고 청순해보였던 그녀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녀의 다른 모습을 본듯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런 젠장.. 그녀의 티셔츠가 물에 젖어서 그녀의 브래지어가 보인다. 같이 놀고 있는 남자놈들은 의도한 듯이 그녀의 가슴쪽에만 물을 뿌려댄다. 이 씨발놈들이..? 나도 물장구를 치면서 그 쪽으로 슬금슬금다가가 그 형이라고 부르는 남자놈들한테 물장구를 친다.



"하하~ 형들~"



나오지않는 웃음을 짜내면서 그 늑대들을 그녀에게서 몰아내고 나니 그녀는 여자들과 어울려서 놀고있다. 헤헤.. 내가 해냈어..





팬션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역시 그녀는 남자들한테 둘러 쌓여서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다. 그 곳에 끼어들 용기가 없는 나는 쌀을 씻고 있는데 옆에서 여자 하나가 내게 묻는다.



"오빠는 저기에 끼고 싶지 않은가봐요..?"



누구지.. 그녀를 본 후에 동호회에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 그녀가 누군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지현이였던가..



"아.. 나..?"



"네.. 호호.. 오빠요.. 여기 오빠말고 또 다른 오빠가 있어요? 다른 오빠들은 다 서연이 언니한테 가 있는데?"



"아.. 나는.."



뭐야.. 씨발.. 갑자기 준비도 안 되있는 상태에서 그녀에 대해 물어봐오는 이 기집애.. 뭐라고 하지.. 어떻게 해야 멋있고 쿨해보일까..?



"나는.. 나도 가고 싶어.."



크크크크.. 병신.. 여행이 끝나면 웅변학원이라도 다녀야 겠다.



"풋~ 오빠도 가고 싶어요? 히히.. 그런데 왜 여기서 쌀이나 씻고 앉아 있어요?"



나도 저기로 가고 싶고 쌀이나 씻고 앉아있고 싶지 않다고..



"사람도 많고 그냥.."



"오빠도 서연이 언니 좋아하죠?"



티가 많이 났나? 아니면 여자의 직감인가? 아니다.. 모임이 있을때마다 그녀의 얼굴만 쳐다 보는데 그걸 모르는 게 병신이겠지.. 근데 다른 남자들도 다 그랬을텐데.. 맞아.. 남자라면.. 그녀를 안 좋아할수가 없잖아..



"..."



나는 말없이 쌀을 씻지만 뜨거워지는 내 양볼을 느낄 수 있다. 안봐도 뻔하다. 아마 빨갛게 올라와 있겠지. 내게 당황스러운 질문만을 던지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지현이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면서 떨어져 나간다.



씨발.. 뭐야..







다들 고기를 굽고 밥을 먹으며 술을 마셔대고 나도 복잡한 마음에 잘 마시지도 않는 소주를 마셔가며 취해간다.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내게서 가장 먼곳에 있다. 이제보니 그녀 옆에 지현이라는 기집애도 같이 있는데 둘이서 원래 그렇게 친했었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붙어서 쫑알거리고 있다. 



갑자기 지현이가 나를 힐끔쳐다 보더니 아까처럼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내게 내민다. 뭐야.. 뭐야..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멍해진다. 갑자기 나한테 왜 저러는거지.. 말도 잘 안하던 애였는데.. 안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이 더욱 더 복잡해진다. 



술자리는 어느새 파장 분위기다. 이것저것 분담해서 치운후에 다들 노느냐 먹느냐 피곤했던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술에 취해 잠이 든다. 다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대학교때 MT가서 술먹으면서 했던 놀이는 생각조차 없는듯하다.



나도 남자방에 들어가 내 자리를 찾아 눕는다. 오늘은 별일 없는 듯하면서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을 들켜버렸다. 첫번째는 내게는 너무 특별한 일이였고.. 두번째는 웬지 다 알고 있었던 걸 털어놓은 것 같아서 홀가분한 기분이였다.



잠이 오지 않는다. 그녀의 모습을 떠올린다. 오늘 아침에 봤던 산뜻하면서도 쾌활한 모습에 물에 젖어 달라붙는 그녀의 머리카락.. 물에 젖어 속옷이 비쳐보이던 그녀의 몸매.. 홀짝거리며 맥주를 마시던 모습.. 지현이와 붙어 앉아서 깔깔거리면 웃던 그녀의 미소..



이대로 누워 있어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쓰레빠를 신고 아까 놀았던 백사장이 깔린 계곡으로 향한다. 밤이 되서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래들과 잔잔히 흐르는 물.. 그 위에 반사되어 보이는 달.. 하늘을 보니 반짝이는 별들 사이에 빛나는 달빛에 오묘하다. 달에 빠져들 것만 같다. 







저벅저벅..



한참을 그렇게 있는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그녀다. 정서연.. 짧은 반바지에 후드티를 입은 그녀가 걸어오고 있다. 술이 다 깨지 않았는지 비틀비틀 거리면서 내게 다가오는 모습에 난 멍하니 그녀를 쳐다본다.



"..."



"..."



그녀가 내 앞에 다가와 나를 올려다 본다. 나도 그녀를 쳐다본다. 달빛을 받아 빛나는 그녀의 얼굴은 마치 이 세상의 그것이 아닌 것 같다. 그녀가 살짝 입술을 벌려서 말한다.



"예전에.. 그 쪽을 본적이 있어요.."



..? 갑자기 무슨 말일까.. 나를 본 적이 있다니..? 언제.. 어디서..? 내가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자 다시 그녀는 말을 건낸다.



"예전에.. 본 적이 있다구요.."



"어.. 언제요..?"



그녀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낸다.. 언제요..? 생각치도 못한 첫마디 였고 그녀가 나를 알고 있었을거란 생각도 못했다. 나는 그녀를 6개월전에 처음봤다. 그 어두컴컴한 술집에서..



"예전에 본 적이 있다구요.."



술에 취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나를 본 적이 있다는 말만 한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서 그녀를 언제 봤을까.. 하고 찾아보지만 이렇게 예쁜 여자를 내 기억속에서 찾아낼수가 없다..



"저.. 죄송한데.. 저는 정말 기억이 없거든요.. 혹시 잘못 보신거 아니에요..?"



"예전에 본 적이 있다구요.."



그녀는 같은 말만 반복하면서 나를 쳐다본다. 그녀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흑.. 흑흑.. 예전에.. 흑.. 본 적이 있다구요.."



당황스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에 그녀를 달래지만 그녀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그녀를 달랜다. 그녀가 내 품에 안겨서 내 옷을 적시며 울고 있다.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에 기쁜 마음보다 당황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녀가 점점 울음을 그쳐 나가기 시작하면서 나를 올려본다. 



그녀의 눈빛에 달이 보인다. 눈물에 젖어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울어서 새빨개진 그녀의 눈은 더욱 아름답다. 울어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얼마나 될까.. 아니 그녀만큼 아름다운 여자가 있을까.. 그녀가 눈을 감고 나는 그녀의 입술을 훔친다.



달콤하다. 그녀의 닫힌 입술을 비집고 혀를 집어 넣는다. 계속해서 그녀의 입술을 두드리지만 그녀는 입술을 열지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두드리니 그녀가 신음소리를 낸다.



"아흣.."



열린 입술사이로 혀를 집어 넣어서 그녀의 혀를 만난다. 이제 그녀도 내 혀를 감아오며 두팔을 내 목에 감아 더욱 밀착해온다. 그녀의 입슬을 느끼면서 그녀의 가슴을 느낀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던 손을 내려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을 만진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듯 그녀의 후드티 위로 그녀의 가슴이 그대로 느껴진다.



"흐윽.. 아읏.."



그녀의 적당히 솟아 오른 가슴이 부드럽다. 누를 때는 젤리 같고 튕겨나올 때는 고무와 같다. 한참을 그렇게 입으로는 키스를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만지다가 입술을 떼고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하아.. 하.. 이제.. 기억 났어요..?"



기억은 안났지만 여기서 기억 안났는데요? 하면 그녀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것 같은 마음에 아무말도 없이 그녀의 후드티를 벗긴다. 그녀가 손을 들어 도와준다. 내 티셔츠도 벗어 버린다 그녀의 짧은 반바지도 벗겨버리고 내 반바지도 벗어버린다.



그녀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 팬티만 남아있고 나 역시 그렇다. 그녀를 백사장위로 눕히고 잠깐 감상을 한다. 언제나 멀리서만 봐왔던 그녀를 지금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그녀의 숨결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숨이 차는 듯 헐떡이는 그녀의 배꼽이 들썩이고 거기에 맞춰 그녀의 적당히 솟아오른 가슴도 들썩인다. 



달빛을 내는 듯한 그녀의 몸을 쓰다듬고 물고 빤다. 그녀의 분홍색 젖꼭지를 손으로 비비고 당기고 누르고 비튼다. 그에 맞춰 그녀도 몸을 비비꼬며 반응해온다.



"하읏.. 하앙.. 하아.. 너무..."



"하아.. 너무.. 뭐요..?"



"너무.. 세게 하지 마요.. 아파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말하는 그녀를 깨물어주고 싶다.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키스한다. 내 흔적을 남기고 싶다. 



"하읏.. 아.."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떤다. 그녀의 보지를 감싸고 있는 팬티위로 이미 아플정도로 발기해 있는 내자지를 비빈다. 그녀의 갈라진 보지가 내팬티와 그녀의 팬티위로 느껴진다. 그녀는 몸을 다시 한 번 부르르 떨면서 내 머리를 그녀 쪽으로 잡아 당긴다.



그렇게 그녀의 보지위로 지분대던 내 자지에서 겉물이 흘러나온건지 아니면 그녀의 보지에서 흘러나온 물인지 모르게 서로의 팬티가 젖어가기 시작했고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니 그녀가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린다.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내 팬티를 벗어 버리고 그녀의 팬티도 벗긴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서로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던 나와 그녀가 이제는 남녀가 몸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로 향하려 한다. 그녀의 팬티를 벗겨 이미 젖어버린 그녀의 보지를 바라본다. 아름답고 고귀해보이는 그녀의 보지. 그녀의 분홍색 젖꼭지처럼 그녀의 보지도 선분홍색이였다. 마치 남자의 손길을 한번도 닿아보지 않은 것처럼 깨끗한 그녀의 보지에 나는 입술을 갖다 대며 빨아대기 시작했다.



"하응..! 하아.. 하아아앙.. 부끄러워요.. 부끄러워.."



그녀가 손으로 내 머리를 밀면서 부끄럽다고 말을 하지만 나는 그녀의 보지를 더 맛보고 싶다. 혀로 그녀의 음순을 핥아대고 그녀의 부끄러운듯 숨어있는 음핵을 빤다. 혀를 말아서 그녀의 보짓속을 긁어주니 그녀는 보짓물을 쏟아내면서 신음소리를 낸다.



"하읏..! 하응.. 으흥.. 아.. 그만해요.. 아흣.. 제발.. 이제.."



그녀도 더 이상은 참기 힘든지 뒤를 잇지 않았지만 해달라고 조른다. 내 자지도 벌떡대며 빨리 하자는 듯 겉물을 질질 흘려댄다. 나는 내 자지를 잡고 그녀의 보지에 가져다 댄다. 그녀는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한다.



"하앙.. 나 기억 났죠..?"



다시 한 번 그녀가 내 양심을 시험하지만 나는 듣지 못한 척.. 자지를 박아 넣었다. 뭔가 중간에 가로 막는 거 같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그것을 뚫고 지나가 버렸다.



"하앗..!! 하.. 아아.. 꺅!! 아파!! 아파요..! 흑.. 흑흑.. 아파요.."



어.. 처음인가..?



"처.. 처음이에요..?"



"흐윽.. 흑.. 아프다고요.. 흑흑.. 아프단 말이야.. 이 나쁜 자식.. 흑흑.."



그녀가 처음일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어떤 여자가 자신의 처녀를 오늘 처음 말을 나눈 남자에게 바친단 말인가.. 하지만 밑을 보니 그녀의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새빨간.. 어둠속에서 봐서 그런지 조금은 검은 듯한 그녀의 피를 보니 정말이다. 희열이 느껴졌다. 내가 그녀의 첫 남자야.. 그런데 왜 그녀는.. 나한테..?



그녀가 내 목을 휘감아 오면서 계속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댄다. 나는 그녀의 아픔을 덜어주고 싶어서 계속 그상태에서 머무르면 그녀를 배려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도 조금은 괜찮아 졌는지 내 목을 조이던 팔에 힘을 뺀다. 



"괜찮아요..?"



"하.. 이.. 나쁜 자식..!"



그녀는 나를 보면서 나쁜 자식이라며 욕을 한다. 뭐야.. 말도 나눠보지 못한 나한테 키스까지 해놓고 몸도 만지게 해줬으면서.. 자기도 허락해놓고서는.. 나한테 왜 나쁜 자식이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진다. 그녀에게 조심스레 묻는다.



"움직여도 되요..?"



"아.. 잠시만.. 흐윽.."



그녀가 몸을 뒤틀면서 고통스러워하고 난 기다린다. 그녀가 결심을 했는지 말을 한다.



"천천히.. 천천히 해줘요.."



그녀의 말에 나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움직이며 그녀의 처녀지를 희롱해간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면서 허리를 움직여 대고 그녀의 입술과 가슴을 빨고 그녀의 목덜미를 핥아 대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 깍지를 낀다.



"하앙..!! 하읏.. 하.. 하앙.. 아퍼요.. 죽을 것 같아요.. 하응.. 으으응.."



그녀가 아프다하면서도 신음소리를 내며 나를 바라본다.



"난.. 아앙.. 처음 봤을 때.. 당신이 누군지 알아차렸어요.. 으응.. 하읏.. 아파.. 아픈데.. 흐응.. 죽어요.."



그녀는 누굴까.. 누군데 이렇게 나를.. 그렇게 그녀의 보지를 쑤셔대니 그녀도 서서히 아픔과 함께 좋은 기분을 느끼는 지 달콤한 신음소리를 낸다.



"좋아요.. 하응.. 좋아요.. 오빠.. 아픈데.. 좋아요.."



그녀가 나를 오빠라고 부른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그녀의 보지속에 쌀뻔한걸 참아낸다. 



"하응..! 아파요..! 하아아앙..! 오빠.. 좋아요..! 오빠.. 오빠.."



그녀는 아프다면서도 좋다며 나를 계속 오빠라고 불러 댄다.그녀의 아름다운 몸을 탐하면서도 난 그녀가 누군지를 생각해봤지만 그녀는.. 그녀가.. 누군지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 이대로 그녀를 떠올리지 못하면 그녀가 실망하고 나를 떠날것만 같다. 그녀를 이렇게 하룻밤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 제발.. 제발 생각 좀 나라..



그러는 사이에도 내 허리는 멈추지 않고 자지는 더욱 더 단단해져가면서 그녀를 몰아붙혔고 그녀도 나도 점점 절정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그녀도 이젠 아픔보다는 쾌락이 더 느껴지는 듯 하다.



"하앙.. 오빠.. 서연이 이상해요..! 서연이.. 서연이 쌀 것 같아요..! 서연이 쌀 것 같아요..! 서연이 하아.. 안돼.. 쌀 것 같단 말이에요..!"



그녀 자신을 3인칭화하면서 지르는 목소리.. 내가 싫어하던 여자 말투였는데 그녀가 하니 너무나 귀엽다. 아마도 그녀는 오줌을 쌀 것 같다고 느끼는 모양이지 같지만 그게 아니다. 그녀는 감도가 좋은 것 같다. 첫 경험때 이렇게까지 느끼는 여자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애초에 처녀를 경험한 적도 별로 없지만..



"하앙.. 오빠.. 서연이 오줌 쌀 것 같아요..! 오빠.. 하응.. 오빠..!!"



그녀는 이제 다급한지 오줌이 마렵다는 소리를 직접적으로 한다. 그녀가 몸을 경직시키면서 신음소리를 지른다.



"오빠!! 서연이 싸요..! 오빠..! 하아아아앙!!!!!"



그녀의 절정과 함께 나도 정액을 그녀의 보지 안에 쏟아붙는다. 마치 불알에 들어있던 모든 정기를 쏟아 넣은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그녀는 정말로 오줌을 싸는 것처럼 보짓물을 뿜어대고 아직도 느끼는 중인지 몸을 떨면서 움찔거리고 있다. 그럴때마다 그녀의 보지가 죽어가는 내 자지를 자극한다.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만져주며 키스를 해주고 그녀가 절정을 만끽할 수 있게 배려해준다.



"하아..."



그녀가 긴 한숨과 함께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나도 그녀를 쳐다본다. 아침까지만 해도 그녀와 눈이 마주치며 느꼈던 부끄러움은 이제 없다. 그녀가 사랑스럽다. 내 여자가 된 것만 같다. 그녀가 나를 대하는 행동에 많은 궁금증이 생기지만 지금 중요한 건 아니다.



밑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보지의 오물거림과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다시 한 번 자지가 화를 내기 시작한다. 죽어가다 다시 살아나는 내 자지를 그녀도 느낀듯 하다.



"어머..?"



그녀가 놀라면서 얼굴을 붉힌다. 다시 한 번 그녀의 보지를 채워나가면서 열락에 휩싸인다.





그녀는 보지가 아픈듯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첫경험에 두번씩이나 했으니.. 그녀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 너무 황홀한 느낌이였다. 그녀의 처음을 내가 가졌다.. 라는 생각만으로 나는 날아 갈것만 같았다. 왜 그녀가 내게 처녀를 준건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녀가 나를 보며 이제 기억났냐고 웃으며 말하지만 나는 머쓱한 얼굴로 말을 하지 못한다.



"치잇..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녀도 내가 기억 못한채로 그녀를 안은것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녀는 뾰루퉁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 예전에 고등학교 때 친구들하고 여기 놀러온 적이 있거든요. 근데 그 때 여기 이장소에서 혼자 놀다가 발에 쥐가 나가지고 물에 빠져 죽을 뻔 한적이 있어요.."



어...?



"너무 무섭고 두려워가지고 살려달라는 말도 못하고 이대로 죽는구나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대학생인지 남자 하나가 와가지고 구해줬거든요.."



기억이..



"그 남자가 여기 백사장까지 끌고 나와가지고 나 쳐다보면서 미쳤냐고 막 화를 내면서 그렇게 깊은 곳까지 혼자 들어가면 어떡하냐고 만약에 자기가 못 봤으면 어쨌을 거냐고 막 뭐라고 그러는거에요.."



나기 시작한다..



"난 무섭고 살았다는 안도감에 갑자기 막 눈물이 나서 우는데 그 남자가 당황하더니만 어깨를 잡고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날 위로해주는거에요.. 히히.. 내가 고맙고 미안한데 그 남자가 그렇게 위로해주니까 더 눈물이 나가지고 그남자한테 안겨서 펑펑 울었는데.."



그 남자가 나다. 굉장히 오래 된것 같고 그 날 혼자 온 것도 아니였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억이 안 났던건가..



"그 남자가 어깨를 감싸주면서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혼자서 그렇게 깊은 곳까지 들어가면 안된다고 하면서 디~게 상냥하게 말을 하기 시작하는거에요.. 나는 막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러면서 그남자를 쳐다봤는데 너무 잘생겼었어요.. 그 남자.. 히히.."



그녀는 말을 하면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래서 그 남자한테 고맙다고 하면서 이름하고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하는데 그 남자가 됐다고 그러면서 막 계속 거절을 하고 그러는 거에요.. 칫.. 누가 뭐 자기한테 반해서 그런 줄 알고.. 사람 기분 나쁘게.. 그래도 그 때 그남자 얼굴은 똑똑히 머릿속에 기억해 놨거든요.. 분명히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제 확실히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그 때 대학교때 동아리에서 MT를 왔었을 때 였다. 아마 그 당시에 여자친구도 있었지.. 질투가 엄청나서 다른 여자하고 있는 것만 봐도 화를 내고 자기 이외에 다른 여자 전화번호가 핸드폰에 있는 것만 봐도 며칠은 갔었지.. 왜 그런 여자하고 사귀었을까..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이 곳이였다. 그녀가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 뒤로 나도 졸업을 하고 대학교도 가고 다시 또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왔는데도 그 남자를 못 만나는 거에요.. 난 진짜.. 막.. 막.. 흑흑.."



그녀가 이야기를 하다가 감정이 복받혔는지 눈물을 흘린다. 



"흑.. 흑흑.. 나쁜 자식.. 흑흑.."



그녀가 나를 욕하면서 내 가슴을 때린다. 이제 그녀가 나와 정사를 나누면서 나를 보며 나쁜 자식이라고 했던게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둘 다 발가벗고 백사장위에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흐.. 그래도 그녀가 그 때 그.. 그.. 얼굴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이렇게 예쁜 여자라면 내 머릿속에 남아있을텐데.. 아마 갑작스럽고 긴박한 상황이였고 우는 여자애 때문에 정신이 없었나보다..



"흐윽.."



그녀가 울음을 멈추고 나를 다시 올려다 보면서 째려본다. 그녀의 고운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꼬집는다.



"아야!"



"풋.. 아파요..?"



그녀가 엄살을 떠는 내모습이 웃긴지 웃는다. 나는 괜찮다는 듯이 그녀를 다시 꼭 껴안아주니 그녀가 내 가슴속에 파고들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그 남자를 찾지 못해서 우울해서 막 죽고 싶었는데.. 그 때 갑자기 그 날이 생각난 거에요.. 나 구해주고 나서 웃으면서 다음부터 조심하라면서 달라는 전화번호는 안주고 내 머리나 쓰다듬고..! 가는! 그 나쁜! 자식!이 말이에요.."



"진짜 나쁜 놈이네.."



"그쵸..? 아무튼 그 나쁜! 자식!이 걸어가는 무리쪽에 삼각대하고 엄청 큰 망원경같이 생긴 렌즈같은 걸 끼고 사진찍는 사람들이 보이는거에요.. 아마 대학생인 것 같았고 사진 동아리 그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던게 기억났어요.."



그 때 계곡 풍경을 담는다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지.. 그러다가 갑자기 물에서 허우적 거리는 그 애를 발견했었고..



"아무튼 그래서 아마 그렇게.. 좋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지금쯤 사진사가 되있겠구나하고 생각을 했죠.."



"뭐..? 하하.. 크.. 하하하.."



"왜요? 사진사 아니에요?"



너무 어이가 없고 귀엽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고 사진사가 됐을거라고 생각하다니.. 아니.. 난 그럴려고 했지만 결국 현실에 수긍하고 꿈을 꺽었으니 어쩌면 그녀의 예측은 어느정도 맞는 것이다. 어느정도가 아니지 반은 맞은것이지.. 지금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니.. 아니야. 회사다녀.."



"에~ 그렇구나.. 하긴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고 사진사가 되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걸 이제야 알았니..



"아무튼..! 그래서 저는 그 쪽으로 찾아보기로 생각했죠. 좀 큰 사진관이라면 전국을 다 돌아니기도 했고.. 이름이 알려진 사진사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했고.. 아무튼 그 쪽으로는 더 이상 찾을 곳이 없을 정도로 찾아봤는데도 못 찾았어요.. 에취!"



추운지 재채기를 하는 그녀위로 내 옷과 그녀의 옷을 겹쳐서 덮어준다.



"흡.. 고마워요.."



그녀가 고맙다며 더욱 더 내품으로 고양이처럼 파고들어 안긴다. 으.. 이 귀여운 것..



"아무튼 그랬는데도 못 찾아서 이젠 어떻게 찾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인터넷 사진 동호회 이런게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그 동호회 중에 제일 큰 카페에 가입을 했고 거기서 그 나쁜 자식을 찾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찾은 거에요.. 그 나쁜 자식을.."



어떻게 찾았지..?



"정모 사진인가 뭔가에서 카메라 들고 웃으면서.. 있는 그 나쁜 자식.. 얼굴은 몇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더라구요.. 자기때문에 마음고생하면서 몇년을 찾아해매는 나같은 여자가 있는건 아마 꿈에도 모른다는 듯한 얼굴로요.."



몰랐다..



"그래서 저도 정모에 나갔어요.. 그 나쁜 자식.. 몇년을 찾아해매다가 겨우 찾아낸 그 나쁜 자식을 보려고요.. 정모날에 엄청 긴장해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다해서 예쁘게 차려입고서 그 자리에 나갔는데 그 나쁜 자식은 날 보더니만 처음 본다는 듯이 쳐다보더라고요.. 그 때 그 나쁜 자식 넋이 나간것 같던데..?"



맞다.. 넋이 나갓었지..



"아무튼 그렇게 그 나쁜 자식 얼굴 본 것만으로도 만족했고 앞으로 계속 볼 수 있으니까.. 그 나쁜 자식도 계속 보다보면 아마 날 기억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그 나쁜 자식은 날 전혀 기억 못하더라고요.. 맨날 정모때마다 쳐다보기는 하던데..?"



"으음.."



뻘쭘함에 할 말도 없고 헛기침만을 해댄다.



"아무튼 그 나쁜 자식은 맨날 쳐다보기만 하고 별 이상한 남자들만 계속 말걸고 추근덕 거리고 짜증나서.. 그렇게 몇달이 흘렀죠.. 그러다가 그 날에 놀러가자는 말이 나왔고 나는 그 때 그 나쁜 자식을 만난 여기를 말한거고요.. 혹시나 그 나쁜 자식도 이 곳에 오면 날 기억하지 않을까 해서요.. 근데 그 나쁜 자식은 말이에요.. 나를 이렇게 가져놓고도 내가 누군지 기억을 못하는거 있죠.."



"그 나쁜 자식도 기억 못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에..?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그녀가 궁금하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온다.



"글쎄.. 그 때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여자애를 구해주는데 그 급박한 상황에서 여자애 얼굴을 볼 겨를이 있었을까..?"



"음.. 하긴 그럴수도 있겠죠.. 그래도 백사장까지 나와서 나를 달래줬을때는요?"



"으.. 그건.. 그 남자는 아마 여자를 잘 모르는 사람이 아니였을까..? 여자 형제도 없고 소심해가지고 여자한테 말도 잘 못 거는데 갑자기 그 여자애가 우니까 당황했던 거야.. 뭐 그런 이유.."



"글쎄요..? 그 때 보니까 그 나쁜 자식은 여자친구도 있는 것 같던데요?"



어? 어떻게 알지..?



"그냥 그렇게 보내기가 아쉬워서 그 나쁜 자식이 떠날때까지 지켜봤거든요. 옆에서 어떤 여자가 막 감시하듯이 그 나쁜 자식 팔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던데?"



"아.. 그건.. 여자친구가 있는 거 하고 여자를 잘 아는 거 하고는 다르지 않을까..?"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딴에는 말이죠.."



그녀가 잠깐 망설이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제 지현이한테.. 부탁을 했어요.. 오빠한테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봐달라고..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평생 오빠는 나한테 말도 못 걸고..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확식이 서지 않았거든요.. 만날 때마다 오빠가 날 쳐다보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나를 좋아해서 쳐다 보는 건지.. 아니면 그냥 쳐다보는건지.. 여자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행동에 옮기지 않아요.. 그리고 지현이에게 말을 들었을 때.. 기쁘면서도 난 화가 났어요.. 남자가 뭐에요? 그렇게 소심하게 쳐다보고만 있어도 그 여자가 다가와서 말을 걸어줄꺼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쪽팔린다. 할 말이 없다.



"여자가 이렇게 먼저 다가가는게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운 일인줄 알아요..? 아냐구요!?"



"미안.."



"진짜.. 나는.. 나는.."



그리곤 그녀는 말은 없다. 아니 그 애.. 아니 서연이..



"..."



"..."



서연이를 보니 다시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나도 울고 싶은 마음이 든다..



"보고 싶었어요.. 진짜.. 너무 보고 싶었어요.. 꿈에서 오빠를 보고 깰때마다 내가 어땠는지 알아요..? 매일 주말마다 여기를 왔어요.. 혹시나 오빠가 다시 여기를 찾지 않을까하고요.. 오빠를 다시 찾고서도 주말에는 항상 왔어요.. 혹시나.. 오빠도 나를 기억해내서 이곳에 와줄까하는 마음에.. 근데.. 근데 오빠는.. 흑.. 흑.. 흑흑.."



"..."



서연이가 또 다시 눈물을 흘린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스럽다. 나는 서연이를 꼭 껴안아 준다.. 앞으로는 서연이를 절대 울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렇게 꿈같은 하룻밤을 보내고 달이 보내준 거 같은 애인이 생겼다. 서연이.. 서울로 올라와 서연이와 하루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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