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내 남자의 남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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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목덜미에 밴드를 붙이고 있으면 눈에 뜨일 것 같아 스카프를 찾아 목에 둘렀다.
스카프 사이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더운 날씨에 이것도 못할 짓이었다.
"들어오기만 해."
시부모가 늦게 가라고해서 좀 늦었다며 서둘러 일을 시작하는 아주머니를 두고 침실로 들어갔다.
될 수 있는 데로 다른 사람의 눈에 안 띄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저녁에 찬거리를 생각하며 짐정리를 하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뭐하나?]
"짐 정리요."
[그런 건 아주머니에게 시키고 좀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나중에 쉴게요. 참! 오늘 못나가게 만들어서 좋겠어요."
목덜미의 선명한 흔적이 생각나자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왜?]
"목 때문에 어떻게 나가요? 장도보고 해야 하는데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웃음소리가 더 얄밉게 느껴졌다.
[내가 퇴근하고 사랑해줄게. 그럼 됐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여기 있지. 어서 좀 쉬라고.]
"몰라요. 끊을 거니까 전화하지 말아요."
아침부터 거친 사랑과 시차 때문에 눈꺼풀이 자꾸 내려갔다.
"조금만."
화들짝 놀라 거실로 나가보니 도우미 아줌마가 완벽하게 해놓고 가서인지 할 일이 없었다.
"나중에 게을러지면 어쩌지?"
세련이 조르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놀이공원도 데려가주는 희준 때문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산에 오를 때는 손을 잡고 이끌어주고, 힘들 때는 업고 다니기까지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을 &51922는 시선은 어디로 가든 따라 다녔다.
두사람만 그 시선을 못 느낄뿐이었다.
"오늘 정말 놀이공원 가는 거죠?"
"내가 언제 말실수하는 것 봤나?"
세련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럼 우리 저것 타러가요."
체면상 뒤로 뺄 수도 없어서 마지못해 타긴 했지만 몇 초 만에 후회하고 말았다.
세련에게 말려들지 말았어야 했다. 이를 악물고 버틸 때까지 버텨야 했다.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온 희준은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 같았다.
"왜 그래요 희준씨?"
"난...화장실."
세련은 희준이 걱정되어 화장실 밖에서 안절 부절 못하고 있어야 했다.
한참이 지나자 해쑥 해진 얼굴로 희준에게 미안했다.
"괜찮아요?"
"별로...좀 앉지."
세련이 아무리 졸라도 타지 말았어야 했다. 편한 복장도 아닌 상태에서 탄 것이 큰 원인이 된 것이다.
집에서 나오기 전 세련이 말릴 때 캐주얼 차림으로 나왔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차가운 기운에 옆을 바라보았다.
걱정스런 얼굴로 물수건을 만들어와 얼굴을 닦아주는 세련이 보였다.
"괜찮아졌어요?"
"좀 났군."
"옷이 너무 불편했어요."
"당신은 괜찮은 건가?"
"난 끄떡없다고요. 앞으로 놀림거리 생긴 것 알죠?"
"그러기만 해보라고."
희준은 더운 열기에 힘들어하는 그녀를 위해 그늘이 되어주었고,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쉼터가 되어주었다.
배가 고플 것 같으면 알아서 음식까지 대령해주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희준의 몸에 일부분은 항시 세련에게 닿아있었다.
"좀 떨어져서 걸으면 안돼요? 사람들이 우리만 보는 것 같잖아요."
"보라고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있는 게 뭐가 이상하다고."
"그래도."
"당신 자꾸 그러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키스해 버릴 거요."
혹시나 그들의 대화를 듣는 이가 없나 주변도 살펴야 했다.
"순진하기는."
마음 같아서는 품에 안고 격렬하게 키스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세련이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통통 튀듯이 세련이 달아나려고 하자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일을 과감하게 감행해버렸다.
누구의 시선을 무서워하기엔 그의 사랑이 더 커져버렸다.
그녀의 거부하던 몸짓이 어느 순간 스며들어 열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몸은 마치 하나인 것처럼 붙어있었다.
"엄마 지금 영화 찍는 거야?"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하는 세련을 품에 안고 주변을 둘러보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예쁜 커플이네. 부럽다."
"그러게 저런 커플도 흔치 않은데. 젊으니 좋구먼."
희준의 가슴에 무한한 사랑이 번졌다.
"우리 그만가요. 창피해."
"창피하긴 난 좋기만 한데. 그렇지 않아도 가야할 시간이요. 피곤하지 않나?"
"어서 가기나 해요."
미리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향하면서도 세련의 붉은 기운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만 고개 들어도 돼. 맛있는 것 먹게 해줄 테니까."
고급스런 인테리어에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운치 있는 곳이었다.
희준이 의자를 빼서 자리를 권하자 세련은 수줍은 미소 지으며 앉았다.
희준이 앉자 미리 주문해 놓은 음식들이 나왔다.
테이블에 놓여있는 음식들은 마치 예술작품을 연상시켰다.
"아까워서 못 먹을 것 같아요."
"입맛에 맞을 거요."
맛있는 음식에 곁들인 와인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달지 않으면서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너무 많이 먹지는 말라고. 요즘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군."
"알았어요. 조금만 먹을게요."
잠시 후 웨이터의 손에는 신선한 딸기가 들려있었다.
"뭐예요?"
"차라리 딸기와 같이 먹으라고."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에 반해버릴 것 같았다.
"아무래도 당신 때문에 살찔 것 같아요."
"당신은 살이 좀 붙어야해."
두 사람의 은밀한 대화를 방해하는 소리에 모든 동작이 경직되었다.
"여어...이게 누군 신가? 너무 오랜만이네?"
희준은 혁준의 등장에 세련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다행이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의 옆에 자연스럽게 앉는 혁준을 힐끔 쳐다보고 찻잔을 들었다.
"우리 오랜만 아닌가?"
"그런 것 같군."
"이거 서운한데. 부인 소개는 안 해줄 거야?"
"..."
그렇다고 내색할 수 없었기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야 했다.
"안녕하세요?"
"부인이 상당한 미인이시군요. 언제 한번 식사 초대하면 응해주시겠습니까?"
"글쎄요..."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테이블분위기는 나빴다.
"젠장."
인내심을 최대한 끌어 모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려니 죽을 것 같았다.
세련도 아까와는 달리 불편해보였다.
"이런 내가 두 분의 데이트를 방해한 것 같군요. 그럼 다음에 식사에 초대하지요. 그때 즐겁게 지내죠."
희준의 안도하는 표정에 세련은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누구예요?"
"그냥 아는 사람이야. 혹시 다른데서 만나면 아는 체하지 않도록 해."
"하지만 저 사람은 친한 척 하던데."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야. 혼자서 저러는 거니까. 내말 명심하라고."
"네."
혁준의 등장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생각나자 온몸이 흥분으로 똘똘 뭉쳐지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흥분을 가라앉히려면 파트너가 필요했다.
다행이 멀리가지 않아도 동석한 사람이 있으니 얼마나 근사한가,
서로 눈짓을 교환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다급한 지퍼 소리와 격한 신음소리만이 가득 찼다.
혁준의 거친 몸놀림에 파트너는 자지러졌고,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지 않게 하기위해 격한 동작도 서슴지 않았다.
"젠장 죽일 샘이야? 헉."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혁준의 몸놀림에 무너져 내리려는 파트너를 움켜쥐며 짐승 같은 신음소리를 냈다.
혁준의 섬뜩한 눈빛을 마주한다면 욕망이 저 멀리 달아나겠지만 파트너는 벽에 밀어붙여진 상태여서 보지 못했다.
그 모습이 역겨웠지만 나름대로 대용품으로 쓸 만했기에 심하게 채찍질하듯 몰아붙였다.
파트너가 고통스러워할수록 쾌감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파트너의 눈빛이 흐려지는 것을 알아차리고 두 동강이를 내려는 듯 움직였다.
질퍽한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두 사람은 동시에 정상에 올랐다. 짐승 같은 신음소리를 내며 서서히
무너져 파트너에게 기댔다.
두 남자의 지친 몸은 마치 붉은 살덩이를 형상화해 놓은 것처럼 달라 붙어있었다.
화장실 안에는 비릿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파트너의 몸에서 빠져나와도 채워지지 않은 무엇인가에 짜증이 밀려왔다.
희준이 채워주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채워줄 것이란 생각을 해봤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갑자기 여자가 생각나며 희준 옆에 앉아있던 세련에게 군침이 돌았다.
세 사람이 살을 비빈다면 어떤 맛이 날까 생각하자 동물적 본능이 고개를 쳐들었다.
만신창이가 되어도 희준 곁에서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희준에게는 자신뿐이라는 것을 알게 만들어줄 것이다.
설득은 필요 없었다.
오로지 행동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자 희준에 대한 허기가 조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세면대위에서 성기를 씻으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파트너를 힐끔 쳐다보니 몸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대로 쓸 만 한 놈이 재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았다.
처음으로 두 사람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세련이 불안해하는 것을 알았지만 생각에 잠겨있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아니오. 회사일이 갑자기 생각나서. 씻겨줄까?"
"싫어요. 나 혼자 씻을 수 있다고 했잖아요. 당신은 꼭 날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섹시한 어린아이가 어디 있다는 거요? 당신 씻겨주면서 만지는 게 너무 좋아서 그러는 거지."
"그래도 싫어요. 오는 내내 불안하게 만든 벌이예요."
희준은 그제야 얼굴을 피고 욕실 문을 두드렸다.
"어서 문 여시오."
"싫어요. 나 화났다고요."
"다시는 안 그럴 테니 화 풀고 문 열지."
"쉽게 용서 안 해줄 거예요."
희준은 세련의 대답에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끼고 문에 기댔다.
"당신은 밤새도록 그곳에서 지내겠다는 소리인거요?"
"..."
희준은 일부러 발자국 소리를 크게 내며 나가는 척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욕실 문이 빼 꼼이 열리며 세련의 작고 사랑스런 얼굴이 삐죽이 나오는 게 보였다.
희준이 정말 나갔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이때가 기회라는 생각에 세련의 팔을 덥석 잡아 품안에 가두어버렸다.
"아악."
"당신 욕실에서 잘 것 같더니 왜 나왔나?"
"못됐어. 정말."
혁준의 일은 한쪽으로 밀어놓고 지금 세련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다급한 손길과 키스에 무너지는 세련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근심걱정은 사라져 버렸다.
불같은 열정이 타들어가자 긴박한 헐떡거림과 농염한 신음소리가 조화를 이루었다.
거친 사랑으로 지친 세련을 품에 가두며 누구라도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무언지 모를 번뜩임에 섬뜩함까지 곁들여 생소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세련을 부모와 같이 지내게 하는 것이 어떨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밤에는 두 사람이 같이 지낸다고 하지만 출근하고 나면 혼자 있을 세련이 마음 놓이지 않았다.
"부모님 집에서 당분간 지내는 게 어떨까하는데."
"왜요? 우리 둘만 지내는 게 싫어요?"
"아니 그런 건 아니요. 낮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기도하고."
"그런 거라면 걱정 마세요. 요리학원 다니고 싶어서 당신한테 허락 받으려고 했어요. 자격증도 따보고 싶고요."
"요리학원?"
"네.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서요. 허락해 줄 거죠?"
"어렵지는 않지만 너무 힘들지 않겠나?"
"힘들게 일하는 당신도 있는데 뭐가 힘들어요."
"그럼 기사를 붙여주지. 내말을 따라 준다면 허락해줄게."
"사람들이..."
"내 아내 내가 차를 내주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요. 그리고 수강 신청할 때 같이 가지."
"정말요? 안 바빠요?"
"시간 낼 수 있소. 학원 알아보고 연락 할 테니까 나오라고."
"알았습니다. 사장님."
삐진 듯 아랫입술을 내밀고 있는 세련이 귀여워 한입 베어 물고 핥아 맛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