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견문록 [15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유흥가 견문록 [15부]

페이지 정보

조회 7,471 회 작성일 24-02-25 22:01 댓글 0

본문

공유하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주의- 본 글에서 등장하는 업소명과 등장인물들,혹은 사이트의 이름은 실제가 아닌 가상으로 꾸며진 것임을
밝힙니다.


 



15부- 방어선.


 


 


밖은 어두웠고, 술기운이 입가에 은은하게 감돌았다. 여름도 아닌데 정장 안 쪽 와이셔츠가 후덥지근하게 느껴
졌다. 거짓말처럼 후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유리의 집안에 들어오고 말았다.


여자에 대한 환상을 확 깨어버릴 정도로 지저분한 방이면 어쩌나 하는 예상을 했지만 다행히도 그러진 않았다.
신발장에서 부터 테이블이나 선반 곳곳에 놓여진 아로마 향초때문인지 방 안에는 은근히 향기가 감도는 듯했다.
유리의 말로는 습기가 많아서 눅눅한 냄새때문에 놓아 두었단다. 그 목적이나 용도야 어쨌든 왠지 모르게 그
냄새가 날 더 떨리게 했다.


"좋네."


어색해진 나는 그렇게 상투적인 말을 했다. 역시나 아파트의 외관에서 보는 것처럼 내부 역시 혼자 살기엔 좀
넓고, 가족 단위로 살기엔 턱없이 작은 아담한 사이즈의 집이었다. 작은 거실에는 연두색 가죽쇼파가 놓여져
있고, 그 앞에는 테이블과 텔레비젼이 있다. 내가 사는 집 거실과 비슷하지만 내 것이 조금 칙칙한 것에 비해
여성이라 그런지 조금 깔끔하고 세련된 톤이다. 유리는 내가 더 둘러보기 전에 잽싸게 침실로 추정되는 방의
방문을 닫아 버린다. 왜그러냐고 물으니 "치우지 않아서" 란다.


"자켓 그 쪽에 걸어놔 오빠."


윽. 나는 움찔할 뻔할 것을 겨우 참아내었다. 보통 오피 업소를 방문하면 아가씨들이 하는 말이 저것과 비슷했
기 때문이었다. "자켓 벗어줘 오빠" 라며 친절하게 말하는 아가씨도 있고, "오빠 거기다가 옷 걸어놔"라고 귀
엽게 말하는 아가씨도 있다. 유리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것이겠지만 움찔 거리는 것은 어쩔수 없다.
게다가 지금은 충분히 밤이니까.


"음...혼자 사는지는 몰랐는데."


"난 부모님하고 같이 산다고 한 적 없는데?"


"아 뭐...그렇긴 해도."


무슨말을 해도 어색할 것 같았지만, 사실 유리가 혼자 산다는 것은 조금 의외긴 했다. 그녀는 자켓을 벗어 "공
개하지 않는 침실"속으로 던져 놓고는, 물이 든 주전자를 가스렌지 위에 올려 두며 말했다.


"원래는 언니랑 둘이 살았는데...언니가 호주에 갔어."


"호주?"


"응. 처음 듣지? 사실 늦게나마 공부를 해보고 싶데."


"그럼 부모님은?"


"귀농하셨어. 가끔 올라오긴 하시지만."


"그렇구나."


생각해보니 유리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었다. 나 역시 누나 부부가 이민을 가는 바람에 그 넓은 집
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으니까. 하기사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불리한 건 내 쪽이다. 내
개인사에서 유흥가를 빼면 도대체 뭐가 남는단 말인가?


"회사에서 마시는 스타일로 마시면 돼?"


"아.응. 부탁해."


"집에까지 와서 커피를 타다니!"


그녀의 농담에 피식 웃어 주었지만, 유리 역시 말투와는 달리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본인 나름대로는 집안
에 감도는 묘한 긴장감을 풀어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저 분위기의 환기일 뿐, 내 몸안에 감도
는 긴장감은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상대는 우리 회사 미인 경리인 유리씨다. 거래처 사람들이 우리 회사로 외근을 오면 꼭 한 번씩 뒤돌아 확인하
고 갈 정도로 청순하면서 섹시한 매력이 있는 아가씨. 뿐 만아니라 그녀와 닮은 체리씨는 오피스텔계에 유명한
"와꾸 되는 아가씨"로 불리운다. 그런 여자의 집에, 그것도 야밤에 술마시고 단둘이 있으니 아무리 유흥가로 단
련이 되었다 한들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방도가 없는 거다.


사공에 어떤놈이 그랬다. 혼자사는 여자를 바래다 주었을 때 커피 한 잔 하자는 것은 "나 먹어줘"하는 것과 같
다고. 마초성향이 풀풀 풍기는 발언이지만 사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얼토당토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싶었었
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상황이 되고 보니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저 어쩌다 알게 된 여자가 아니라, 나와 같
은 회사에, 같은 사무실을 쓰는 아가씨기 때문이다. 전후 상황 모르는 남자들은 앞 뒤 생각말고 들이대라고 할
지 모르지만 그리 쉽게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여자의 마음이라는 거, 그리고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남자의
욕망처럼 단순하고 쉬운게 아니기 때문이다.


"갑자기 비가오네."


"그러게."


그녀가 내민 커피를 한모금 들이키며, 나는 어설프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쇼파가 하나 밖에 없으니 나란히 앉
은 형상이 되었지만, 어색한 분위기를 의식해서 인지 유리는 나와 조금 떨어져 앉았다. 앉아 있는 그녀의 치마
밑으로 하얀 다리가 보인다.


"아까는 진짜 우울했어. 이딴 회사 계속 다녀야 되나 싶더라."


유리의 말에 나는 슬쩍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오죽했으면 회사 비상구 계단에서 그렇게 울고 있었을까. 여자
직원은, 특히 유리씨와 같은 말단사원은 오랫동안 넥타이를 메어 온 족속들에게 "밥"이나 다름없다. 만만한게
그네들인 것이다.


"그래도 참아야지 뭐. 그냥 무시해 나처럼. 한 귀로 흘려 버리면 편해."


"치. 그게 쉽게 되나 뭐? 자존심 상하는 말만 골라서 지껄이는데. 참야야 하는 이유는 나도 잘 알아. 여기 나
가서 다시 재취업이 쉬운것도 아니고....그리고 우리 회사 정도면 꽤 크잖아. 화난다고 자리 박차고 나오면 속
이야 시원하겠지만...나중에 이 회사가 대기업이 되면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저 씁쓸하게 유리를 보며 웃어주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하나는 나 역시 그녀의 고충을 해결해 줄 수 없
는 고위직이 아니라는 것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일말의 희망을 깨고 싶지 않아서 였다.


대기업이라. 그녀는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회사가 대기업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확실
히 회사의 덩치가 단시간안에 큰 건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 나라에는 충분
히 많은 대기업이 있으며, 그 대기업들은 다른 대기업의 탄생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 이유에서다. 대기업은 소비
자가 만들어 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유리야 그저 매출이 늘면 대기업이 될 수 있을거라 여길지도 모르지만, 사
실 그것은 무의미한 기다림이다.


삼면이 바다인 지리적 특성처럼, 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바다처럼 큰 대기업이 둘러싸고 있다. 물론 강이나 하
천, 개울 따위는 무수히 많다. 그것들이 바로 중소기업이라 불리는 크고 작은 회사들이다. 그들이 어찌어찌 흘
러 들어 바다로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강들이, 그 하천이나 개울들이 바다가 될 수는 없다. 그들이 바다
가 되기엔 우리나라의 여건은 너무나 척박하고 또 짜다.


"재밌는 이야기 해줄까?"


"응? 무슨 이야기?"


"니가 싫어하는 김 이사 이야기."


"어우.됐어. 안 들을래."


"아냐. 꽤 통쾌한 이야기일걸?"


"뭔데..?"


나는 피식 웃으며, 영업부 사람들만 알고 있는 그의 치부에 대해 들려주기 시작했다. 때는 유리가 입사하기 전인
3년 전이었고, 당시에 영업성과가 좋아서 김이사를 비롯한 영업부 몇 명이 룸싸롱에 갔었을 때 벌어졌던 일이
었다. 물론 그 자리에는 나는 없었지만, 평소 김이사를 좋아하고 있을리가 없던 직원들이 수근거리는 통에 영업
부 남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우리의 김이사는 직원들과 룸싸롱에서 무려 아가씨들을 다섯번이나 뺀찌를 놓는 개진상짓을 벌인 끝에 한 아가
씨를 초이스해서 앉혔다. 회사돈이니 김이사는 물쓰듯이 쓸 것이라는 것을 각오라도 한 듯 그 비싼 양주들을
계속 시켜대었고, 따라간 직원들이야 모두 주당들이니 얼씨구나 하며 마셨단다.


나이도 지긋한 김이사는 30대의 젊은피들도 아연실색하게 만들 "개매너"로 술을 쳐먹기 시작했다. 아가씨의 가
슴이나 팬티 안을 더듬는 것은 물론이고, 술에 만취했을때는 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리며 "빨아달라"고 강요
까지 했다 한다. 그들이 간 곳은 룸안에서 별에 별 짓 다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 그저 가벼운 터치만 허용되며
일련의 성행위는 2차에서나 가능한 업소였다는 점을 볼때, 그건 여간한 진상짓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엑."


예상대로 유리는 내 이야기를 들으며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재밌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거나하게 취
한 김 이사는 같이 간 직원들에게 "떡 까지 치고 가자"라는 말을 하며 업소에 2차를 요구했다고 했다. 직원들
이야 자기 돈 안나가니 당연히 땡큐베리머치 였을 것이고, 김 이사는 온갖 거드름을 피우며 마담에게 2차 인원
들 준비를 시켜 두라고 이르며 술값을 계산하기 위해 옷을 챙겨입고 룸을 나섰다.


아마도, 김이사는 룸을 나서자마자 자신에게 배정된 파트너가 야시시한 옷을 입고 눈웃음을 칠 것이라 기대했
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방을 나서자 보인 광경은 마담이 아가씨 한 명을 혼내고 있는 광경이었다. 그 아가씨는
저쪽 방에 있는 변태새끼랑은 절대 2차를 나가지 않겠다고 버텼고, 마담은 우리 앞에서 방실거리며 웃었던 것
과는 달리 험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되니 뻘쭘해진 것은 같이 따라간 직원들이었다. 통쾌하고 웃기긴 한데, 정작 "변태새끼"로 낙인찍힌 당사
자가 옆에 있으니 어찌 그럴수 있으랴. 얼굴에 철판깐 김 이사도 주춤할 법한 상황이었고, 그들이 나온줄 모른
아가씨는 마담에게 결정타를 날린다.


-저런 쭈구렁 방탱이 변태 새끼랑 잘 바에 청량리 588에 재취업을 할래요 언니. 홀애비 냄새 쩐다니까요?-


 


"푸하하하하!"


예상대로, 유리는 통쾌하다는 듯이 웃어 젖혔다. 뭐...사실 이런 원색적인 이야기는 여자에게 할 말이 못되지
만, 이미 술자리에서 꽤 수위높은 대화를 했으니 해도 상관없겠다 싶었다. 게다가 술이 취했으니 알게 뭔가?
나도 유리씨도 성인이니 한다고 해서 잡혀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거 진짜야? 어우 쌤통이다. 변태자식."


"아무튼 거기서 그렇게 개망신을 당한 이유로는 직원들이랑 룸싸롱 안간다더라."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유리를 보며, 나는 조금 미지근해진 커피를 들이켰다. 무거운 분
위기는 해소가 되었지만, 내 말이 끝나니 방안은 다시 조용해 진다.


"아무튼...고마워 오빠."


"뭐가?"


"나 기분 풀어주려고 했잖아. 술도 사주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 그렇게 엉엉 우는데."


"내가 언제 엉엉 울었어?"


그녀는 슬쩍 눈을 흘기며 나를 바라본다. 생각해보니, 아까 처음 앉았을 때와는 달리 그녀와의 거리가 조금
가까워 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하다 보니 서로에게 접근하게 된 모양이다. 왜인지 이유는 몰랐지만, 지
금이 키스를 할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모습을 내가 본다면 손발이 오그라 들었겠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얼굴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너
무나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을 내가 우스꽝 스러울 지경이었다. 유리는 조금 당황을 하며 얼굴을 뒤로 슬쩍 빼
려 했지만, 그녀가 취한 액션은 그렇게 과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방어기재였을뿐, 상체가 앞으로 계속 구부러
지는 내 모습에 그만 그녀는 스르르 눈을 감는다.


나와 유리의 입술이 만났다. 헤이즐럿 맛이 났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를 싫어하던 유리의 입술을 내가 빨고
있다는 생각에 붕 뜨는 기분이 든다. 더이상 얼간이 짓을 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나는 유리의 허리
를 잡고 내 쪽으로 잡아 끌었다.


"읍..음...으음.."


쪽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혀가 살며시 그녀의 입술안으로 파고들었다. 업소에서 하는 키스처럼 일괄의 과정
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돌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술냄새를 머금은 조금 가빠진 호흡이 내 입속에
와서 부딪히자 용기가 무럭무럭 솟아났다. 그녀도 나를 원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불끈했다. 용
기를 얻은 나는 불룩 튀어나온 그녀의 브라우스 윗 부분을 손으로 더듬었다.


"읍...!"


깜짝 놀라긴 했지만 거부반응은 없었다. 얻어 들은 지식 상으론, 이때에 더 강하게 밀어 붙여야 했다. 여자는
분위기에 매우 약한 동물이다. 섹스를 해야만 하는 분위기로 남자가 주도를 하면, 그녀들은 잠시 합리적인 생
각을 할 여유를 잊은채 몸을 내어주는 것이다. 키스와 전희가 너무 길어 루즈해지면 유리는 금세 이성을 찾을
지도 모를일이다. 남자는 분위기와 무드를 등에 업었을때 가장 멋져보이는 거다.


"흡..흠..."


유리의 종아리를 지나 허벅지로 손을 넣어 더듬었다. 스타킹의 맨들맨들한 감촉이 느껴졌고, 조금 더 위로 올라
가니 골반에 걸린 팬티끈의 두툼한 감각이 손끝에 전달되었다.


그녀의 몸은 그 나이 아가씨들이 그렇듯 탱탱하고 부드러웠다. 불룩 솟은 가슴과 허벅지의 맨들맨들한 감촉은
도자기 표면을 쓰다듬는 것 처럼 느낌이 좋았다. 두부처럼 연하지만 절대 두부처럼 부서지지 않을 만한 탄력을
가지고 있었다. 늘 유리와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피 업소의 체리에게 풀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체리를 보아도
유리에 대한 감정이입을 하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만 닮았을 뿐, 두 여자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자....잠깐!"


내가 그녀의 팬티 위를 더듬기 시작했을때, 다급함에 젖은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 주춤하던 사이 "분위기"
는 깨어져 버렸고, 바로 그 때 유리는 내 가슴을 살며시 밀쳐내었다.


"미...미안해."


어째서? 라고 묻는 듯한 내 얼굴을 보며 유리는 그렇게 중얼 거렸다. 허리 위로 올라간 치마를 황급히 내리며,
그녀는 얼른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발그래 해진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시작했다. 나는 황망한 표정으로 유리
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더니, 테이블 위에 있는 물통에서 물을 따라 마
시고 있었다.


허....최악이다. 이건 최악이었다. 차라리 시도를 하지 말던가, 끝까지 가던가 했어야 했는데 중간에 깨어지고
나니 분위기는 아까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산소 입자 하나하나에 납이 달려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가 서있
는 주방과 내가 앉아 있는 쇼파와의 거리가 서울과 부산 정도로 느껴질 지경이었다.


어째서. 어째서지? 거의 다왔다고 생각했는데 차여버리고 만 것이다. 이론적으로 거의 섹스를 해도 무방할 분
위기가 조성되었는데 그녀는 나를 밀쳐내고 말았다. 거기서 더 들이대면 오히려 추악한 느낌만 남을 것만 같았
다. 뭐라고 해야하지? 무슨말이라도 하면서 집으로 가야만 할 거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미안해....그냥...회사....때문에."


유리가 말한 것은 짧은 몇 개의 단어였지만, 나는 대충 그녀의 심중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리 분위기가 조성
되었다 할지라도, 선뜻 나와 몸을 섞기엔 두려움이 앞섰다는 것 아닐까? 나와 회사동료인 이상, 내일 또 우리는
마주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냐. 괜찮아. 내가 미안해."


이럴때는 쿨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비록 와이셔츠의 등뒤로 땀방울이 흘러 내리더라도, 치졸한
남자로 남아서는 안된다는 최후의 자존심이 내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나는 옷걸이에 걸린 자켓을 꺼내어
입으며, 나를 보지 않고 등을 돌려 버린 유리를 향해 최대한 흔들리지 않는 톤으로 입을 열었다.


"잘자고 회사에서 봐....그리고....너무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흠...그래서...오빠가 그냥 나왔다구요?"


"응."


어느새부터, 언젠가부터 사공내에서는 해바라기가 페방의 "마리"에게 푹 빠져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고, 해
바라기가 있던 오피,핸플,안마의 후기들은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오죽하면 사공내에서 나를 아는 몇몇 인원들
은 마리를 탐방하러 갈때 "재수씨 보러가도 되나?" 혹은 "형수님 뵈러 갈게요"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나는 오늘도 마리를 찾아가 두시간을 끊고야 말았다.


"음...안타깝네."


마리는 나와 유리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들으며 곰곰히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한시간이 아니라 두 타임이나 끊
었으니 대화할 시간이 넉넉한 까닭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마리에 미쳐있는게 맞는거 같다. 처음 그녀를 본
이후로 계속해서 찾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보기엔 그런거 같아."


"뭐가?"


"여자들은 방어선을 항상 구축하고 있거든."


"방어선?"


"그래 선. 선을 긋는거야. 오빠가 마음에 들던 안들던, 쉽게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일단 거절하
고 보는거야."


"뭐야..그럼 내숭이란거야?"


내 말에 마리는 예쁜 눈웃음을 보이며 쿡쿡 거렸다.


"그래. 여자는 원래 그래. 하다못해 7살짜리 여자애도 본능적으로 내숭을 떠는게 여자야. 어쩌면 오빠랑 키스를
했으니까 오빠가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지만..정작 섹스를 하려니까 쉽게 내주는 여자라는 느낌이 들까봐 무서
운거야."


"흠..복잡해 복잡해."


나는 길게 담배연기를 뱉으며 중얼거렸고, 마리는 내 팔짱을 끼고 파고들며 내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대충 알거 같았다. 그 놈의 내숭이라는 것 때문에, 방어선이라는 것 때문에 일반 여성들은 어려운 것
이다. 그래서 연애가 답답하고 짜증나는 것이다. 그래서 업소의 여자들이 더 편할수 밖에 없는거다.


"근데 오빠 좀 실망인데."


"응? 뭐가?"


"나 좋다고 할땐 언제고..진짜 미워."


"뭐야.그게."


"나 좋다더니 나한테 연애상담이야?"


"이게 무슨 연애상담이냐? 그냥 하루밤이 무산된거 뿐..."


말을 이으려던 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유리가 정말 하루밤 그냥 자고 말 여자일까? 하는 생각에 브레이크가
걸린 까닭이다. 눈치빠른 마리가 그것을 모를리 없다.


"뭐야. 내가 좋아 유리씨가 좋아?"


마리의 말에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마리가 내 이상형에 완벽하게 가까운 여자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이고, 또 더욱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마리에게 반해서 흠뻑 빠져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고, 나만을 위해 피는 꽃이 아닌 누구든 보고 만지고 향을 음미할 수 있는 꽃이다. 나라는 울타리에서만
자라는 꽃이 아니라, 입장료만 지불하면 누구든 들어갈수 있는 식물원의 화초인 것이다.


"그렇게 말할거면 나하고 데이트라도 해주던가."


"핏..! 맨날 이렇게 데이트하잖아. 여기서."


"그럼 여기서 하는 데이트가 다른 데이트랑 다를바 없다는 거야?"


"그럼! 물론이지."


"그럼 다른 데이트처럼 섹스도 해야하는데 안하잖아."


"에이~다른 데이트가 뭐 항상 섹스로 끝나?"


그녀는 늘 이런식이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해도 거부하지 않고 은근슬쩍 그것을 받아쳐 흘려버린다.
단골이라는 이유로 내 전화기에는 마리의 폰번호가 입력되어 있었지만, 절대 살갑게 먼저 전화해서 애교를 부려
주지 않는다. 밀고 당기기를 이렇게 잘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런데 어느순간 내가 마리를 향한 마음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그녀를 좋아하고 동경하지만, 가질수도 있다
는 착각을 조금씩 버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그 배경에는 유리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
었다. 하지만 자신이 없고 두렵다. 섹스를 위한 만남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 받는 만남을 선뜻 시작할 자신도
없고 의욕도 없었다. 그러니 나는 별수 없이 마리를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도 오빠가 마지막 나올때 말을 잘했네."


"뭐가?"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거 자체가...나를 받아주세요랑 비슷한 거잖아? 만약에 오빠가 "그냥 없었던 일로
하자"라고 했다면 유리씨는 크게 삐졌을걸? 근데 가능성을 열어 줬으니까 아마 오빠를 다시보게 될지도 몰라."


"됐어. 그만 생각할래."


"흥! 나랑 놀면서 유리씨 생각하려고 그러지?"


"당연히 아니지."


나는 유리의 생각을 지우기라도 하겠다는 듯, 의식적으로 마리의 몸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녀와 꽤
친해져서, 마리가 어디를 간지러워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가장 취약한 부분인 옆구리를 만지자 역시
나 그녀는 꺄르르 웃으며 쇼파로 발라당 누워 버렸고, 나는 짓궃은 표정을 지으며 마리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
어 적당히 토실토실한 허벅지를 더듬어 주었다. 내 요청대로 그녀는 치마 정장에 밴드스타킹을 착용한 상태였
고, 내 손에 부드러운 재질의 팬티가 만져졌다. 마리는 갑작스런 내 장난에 웃으면서도 눈을 흘기며 나를 바라
보았다.


"오늘은 나랑 뭐하고 놀꺼야? 상황극 하고 싶어?"


"글쎄."


"내가 유리씨 연기를 해줄까?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됐다니깐."


"그럼 뭐하고 싶어?"


마리는 내가 담배를 비벼끄자마자, 내 무릎위로 올라와 앉으며 나를 마주보았다. 가까이서 보아도 잡티하나 없
는 피부와, 그녀에게만 나는 좋은 향기가 내 머리를 어지럽힌다.


"그런거 말고....평소에 안해봤던거 하고 싶어."


"음..안해본 상황극?"


"응."


사실 나는 상황극을 많이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마리와 대화를 하다가 할 것이 없을때는 종종 그녀의 리드를
따라 해보곤 했다. 내 목을 감싸안은채로 눈을 굴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마리가, 곧 무언가가 생각난 듯한 표정
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럼 오빠! 좋은 생각이 있어. 그냥 평소의 오빠가 절대 안해볼 만한걸 하면 어떨까?"


"음...예를 들면?"


"글쎄? 지하철 치한 같은거?"


못말리겠다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를 보며, 마리는 뭐가 재밌는지 싱글거리며 웃는다. 어이없다는 제스쳐를
취했지만, 한편으로는 재밌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렴 어떠랴. 유리에 대한 생각과 마리에 대한 생각이
자꾸 드는 지금, 무념무상으로 만들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뭐든지 좋으리라.




추천62 비추천 29
관련글
  • 유흥가 견문록 [에필로그]
  • 유흥가 견문록 [17부]
  • [열람중] 유흥가 견문록 [15부]
  • 유흥가 견문록 [13부]
  • 유흥가 견문록 [12부]
  • 유흥가 견문록 [11부]
  • 유흥가 견문록[10부]
  • 유흥가 견문록 [8부]
  • 유흥가 견문록 [7부]
  • 유흥가 견문록 [6부]
  • 실시간 핫 잇슈
  • 야성색마 - 2부
  • 유부녀와 정사를 - 1부
  • 굶주린 그녀 - 단편
  • 고모와의 아름다운 기억 5 (퍼온야설)
  • 그와 그녀의 이야기
  • 모녀 강간 - 단편
  • 아줌마사장 수발든썰 - 하편
  • 그녀들의 섹슈얼 판타지
  • 가정주부 처음 먹다 - 상편
  • 단둘이 외숙모와
  • Copyright © www.hambora.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