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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주인의삶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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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996 회 작성일 24-02-25 19:0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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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은 검은색 에쿠스에 몸을 싣는 호강을 누리면서도 표정을 굳혔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의아심, 두려움 따위의 불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럴 법 했다.


그는 이 때까지 단 한번도 남에게 원수 진 일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였으며, 정도 많고 성격도 좋았다.
작년에 유명 대학에 당당히 합격하여 대학생 생활을 하며 모자랄 것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몇 시간 전 까지만 해도 강의를 다 듣고 집으로 귀가 한 뒤 라면을 끓여 먹는,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라면에 밥까지 말아먹고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들이닥쳤을 때부터가 문제였다.


사내들은 다짜고짜 그에게 총을 들이대더니 같이 좀 가줘야겠다고 했다. 윤기가 반지르르하게
나는 그 총을 가짜라고 볼 수 없었던 정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텐이 검게 된 이 에쿠스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내들에게 그는 질문조차 던지지 못했다.
 몇 번 시도 해보았지만 가면 알게 될 거라고 말할 뿐 이였으니 아이에 포기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들은 누군데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서민일 뿐인 자신을 납치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고 누군가와 시비를 붙은 적도 없었다.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이라도 만날라치면 절대 외면치 못하는 온화하고 따듯한 그가 누구에게 원수질 일이 있겠는가.


탁.


"다 왔습니다."


사내들은 그를 납치하면서도 시종일관 존대말을 썼다.
몇 시간에 걸쳐 자신을 데리고 온 것이 어디인지 알기 위해 고개를 내민 그에게 보이는 건 산.
그리 크지않는 산 아래에 그가 타고온 자동차가 멈춘 것이다.


"산?"


그의 의아한 중얼거림에 사내들 중 선그라스를 낀 사내가 손가락으로 무언가 가르켰다.


"어? 뭐야. 저 산은 꼭대기에 빌라가 있네?"


그랬다.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산 위에는 5층 규모의 빌라 형식의 건물이 있었다.
 선그라스를 착용한 사내는 그의 어깨를 뚝뚝 치더니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이 사람들은 처음 봤을 때부터 말을 극도로 아끼는 듯 했다.
반항해서 좋을 것 없으며 그럴 능력도 없는 정훈은 순순히 그들을 따라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향긋한 풀내음이 도처에서 났지만 그런 걸 의식할 여유 따윈 없었다. 그는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후우, 후우…"


거친 숨소리가 날 정도로 걷고 나서야 그는 빌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헉헉타??고개를 든 그에게 건물의 입구 위에 적힌 현판이 보였다.

 


사내들은 그에게 건물을 가르키며 말했다.


"이제부턴 이곳을 혼자 들어가시면 됩니다. 엘레베이터가 있으니 최고층에 계신 분을 만나뵈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자꾸만 불안하고 의아심이 들었지만 어찌 되었건 어떻게 돌아가는
 사정인지는 곧 알게 되리라는 생각에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헉…"


그는 당혹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로비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에 펼쳐진 광경 때문이다.
젖꼭지에 구멍이 뚫리고 그곳에 커다란 링이 달린 여자를 데리고 가는 남자,
목에 개줄이 묶여서 끌려가는 여자,
 입술로 남자의 심벌을 빨아대며 봉사하는 여자 등을 비롯해서 이곳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체는 기본이요,
 성행위는 다반사였다.


"이, 이런…"


그는 당황해하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은 상관치 말고 어서 가보라는 시늉을 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 그의 어깨를 툭치며 물었다,


"낄낄, 형씨? 신참이슈?"


30대 후반 즘 되어 보이는 얼굴에 기름끼가 낀 전형적인 변태 인상의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정훈과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긴 생머리가 인상적인 청순한 스타일의 여자가 그의 남근을 혀로 핥아대고 있었다.
 그 상태로 대화를 하는 것도 그렇고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고 이곳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인 듯 했다.


그는 그래도 사람이 뭐라 말하는데 무시하기도 그렇고 이런 상황에서 답하기도 그래서 머뭇거리자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아아, 당황스럽겠지. 여기 온 사람들 다 형씨와 같은 방법으로 여기에 들어왔으니까.
 자네도 이런 호강을 누릴 수 있으니 너무 긴장하진 말게.
후후, 기념으로 이 년 혀 솜씨 형씨한테도 한 번 보여 드리까?
이 년이 내가 가지고 있는 계집 중에서 혀 솜씨가 제일…"
"실, 실례 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는 민망한 말에 도망치듯 엘레베이터로 내달렸다.
 그 타이밍에 엘레베이터가 눈에 띄지 않았으면 그는 더 큰 곤혹을 치뤄야 했을 것이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로비에 있는 사람들은 웃어댔다.


"큭, 나도 저랬는데. 저 양반도 곧 적응하겠지."
"이보쇼. 강씨, 그건 그렇고 그 년 나한테 팔라니까 그러네.
 내가 가지고 있는 년들 중에서 제일 괜찮은 년으로 둘 주리다."


사이코스런 대화 내용에 귀를 틀어 막은 정훈은 엘레베이터에 탑승한 후 최고층인 6층을 눌렀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 데스크에 20대 초반의 여성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애교 많고 귀여운 인상의 여자였는데 꽤나 예쁜 얼굴 이였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게 있었다.
 그가 로비서부터 만난 여성 중 아름답지 않은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음은…
이곳 SM월드에서 아름답지 않다는 건 주인에게 버려지는 지름길이기에 필사의 각오로 외모를 가꾸고 있음을…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 이시죠?"
"으헉!"


그는 또 한번 놀라야 했다.
처음엔 데스크에 가려서 몰랐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이 여자 또한 나체라는 걸 알아볼 수 있기 때문 이였다.
 공처럼 부푼 젖가슴과 통통한 허벅지살이 인상적인 몸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랫도리가 팽창했다.


"혹시 새로 오신 분 이십니까?"
"예? 예… 아마 그런 것 같은데…"


그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 지 몰라 어색해하며 말했다.
 그녀는 그런 그를 보고는 한번 생긋 웃더니 인터폰을 들었다.


"주인님, 손님이 오셨어요."


상대방에게 무언가 말을 듣는 듯 가만히 귀를 귀울이던 여자는 "알겠습니다.
"라는 말을 끝으로 인터폰을 내려놓았다.


"모시고 오라 하셨습니다.


그는 여자를 따라 반들거리는 대리석 위를 30초 가량 걸어서 어느 문에 도착했다.


똑똑.


"주인님 손님을 모셔왔습니다."
"들어오시라 하게."
"손님, 주인님이 들어오시라 하십니다."
"아, 예…"


그는 조심스럽게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살포시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선 그에 눈에 들어오는 건 의외로 정상적이였다.
 이 비정상적인 공간의 우두머리인 것 같았으니
 알몸을 한 여자들이 일렬로 줄을 서 있을 것이라 예상 했지만 의외로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남자였다.


"아, 앉읍시다."


남자는 정훈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데도 하대나 반하대가 아닌 완전 존칭을 사용했다.
 남자는 책상 앞에 위치한 테이블에 앉았고 정훈도 앉았다.
 40대 후반의 넉넉한 인상의 남자. 그를 테이블에 앉아서 마주보는 순간 정훈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한병수 의원…?"
"아, 저를 알아 보시는군요."


자신의 눈썰미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정훈은 크게 놀랐다.
 한병수.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욕 안 먹는 몇 안되는 국회의원이다.
검소하고 결백한 인상으로 많이 알려졌고 특히 전국에 산개한 수많은 고아원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아니, 한 의원님께서 어떻게 여기에…"
"제가 이곳을 만든 사람이자 책임자이고, 관리자이기 때문이죠."
"헉!"
"놀라셨나보군요. 하긴, 이곳에 오신 분들은 모두 사실을 알고 난 후 놀랐으니까요."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란 말인가.
혹시 뭐 국가적인 차원의 비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예상을 해보았지만
 그런데서 어떻게 벗은 남녀가 버젓히 돌아다니겠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인가?


"올해 나이 21살. 출생 때부터 부모는 물론 가까운 친척도 하나없이 자라난 대학생. 맞습니까?"
"예? 아, 예… 그게 제 이력이긴 합니다만…"


어떻게 저 사람이 그걸 알고 있을까 싶은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여러 가지로 궁금하고 답답하실 겁니다.
 직설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시면서 보았겠지만 이곳에 계신 분들은 다 그쪽분과 같은 방법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의 당신을 버리고 주인으로써의 삶을 즐기시면 됩니다.
 그것 뿐 입니다."
"주인의 삶?"
"대충 예상하셨으리라 생각 되는데…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마음껏 안을 수 있죠. 그녀들의 주인이 되어 날마다 품에 안고 즐기시면 됩니다."
"옛? 아, 아니! 전 그런 거 관심 없습니다."
"싫으셔도 하셔야합니다."


정훈은 이 모순된 상황에 얼굴을 찌푸렸다.
차라리 그보고 노동을 하라거나 힘든 일, 목숨이 위험한 일 등등을 시키면 모르겠으나
 여자들을 품에 끼고 즐기며 살라니. 억지로 사람 붙잡아놓고 이런 요구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후, 그러면 그런 요구를 제게 하는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사실 저도 당신처럼 고아입니다. 또 이곳에 온 분들도 고아,
그것도 아니면 부모가 사망하거나 버림받은 경웁니다.
저는 말입니다, 고생을 굉장히 했습니다. 일가친척 하나없이 고아로 태어나 굳은 일도 정말 많이 했답니다.
 그 후 깨달았습니다. 세상은 정말 더럽고 부조리 투성이구나. 정의니 사랑이니 하는 소리는 개소리구나."
"저도 같은 입장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그 심정 잘 압니다. 그렇지만 왜 이런 곳을 만드신 겁니까?"


이 질문을 할까말까 생각하던 그가 끝내 한병수에게 물었다.


"저는 이 더러운 세상에 맞춰서 더럽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면서도 떳떳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저는 그게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증명 해보이고 싶었죠. 나만 특별히 나쁘고 사악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인간의 본성이 더럽고 추악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곳에 노출되면 타락할 것이다. 생각하면서… 결과는 제 예상대로 였습니다. 이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이 처음엔 마음이 착하고 양심적이기 때문에 적응을 잘 못하는 듯 했죠. 하지만 차츰 인간의 본성이 살아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노예들을 학대하면서, 그러면서 저처럼 악마로 변해갔습니다. 전 만족합니다. 제 타고난 인간성이 나쁜 게 아니라, 누구라도 이렇게 타락할 수 있음을 증명 했기 때문이죠."


한병수는 스스로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걸 인지하고 난 후 핑곗거리를 사람의 본성은 누구나 사악하다. 나는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이다, 라고 정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 아니…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니죠. 이런 공간은 제가 한번 즈음 꿈꾸던 공간입니다. 개인적인 취향이죠. 그런데 그것을 실행할 능력이 생겨서 실천한 거죠. 참고로 이 근방으로 1Km안에는 인가도 없고 사람도 거의 지나다니질 않죠. 이런 곳을 찾아내기 힘들었지만 돈을 퍼부으니 불가능하지도 않더군요."


정훈은 이제야 모든 정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연히 성인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만화로 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채찍으로 벗은 여자를 때리고 묶고 학대하던데 아마도 저 남자가 그런 취향이 있는 것 같았다.


병수의 말대로 자신이 꿈꾸는 공간을 꿈만 꾸는 게 아니라 현실에 만든 것이다.


"당신은 미쳤습니다. 이건… 이건… 양심이 있다면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 수가 있습니까!"
"후후, 뭐 좋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그러지 못했지만 대부분은 처음엔 당신처럼 제가 저지른 악행을 꼬집었죠. 하지만… 오면서 보셨다시피 이 생활에 매료되어 하루하루 기쁘게 즐기고 있습니다."
"그건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아니, 설사 그렇다해도 저는 다릅니다. 전 이곳에서 수 십년을 생활해도 이런 생활에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당신도 다르지 않습니다. 5개월, 딱 5개월만 이곳에서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5개월이 지난 후, 그 때도 이 공간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이 공간에 대한 비밀을 엄수하겠다는 약속을 하셔야겠지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지금 이 조건은 다른 분들께도 제시한 조건이지만 5개월 후 돌아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음… 제가 지금 돌아가고 싶다고 해도 돌려 보내주시지 않겠죠."
"물론입니다. 그건 반칙입니다. 적어도 먹어보고 맛이 어떻다 말씀하셔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신이 재학중인 학교엔 제가 손을 써두었기에 나중에 충분히 복학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길…"
"후, 그럼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고아로 태어나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나쁜짓을 안 했기 때문입니까? 하아…"


병수는 정훈을 보고 묘하게 웃었다. 그 자신만만한 웃음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결 마음이 나아졌다. 최소한 불안감은 없으니까. 이런 공간에 노출되면 누구나 타락한다고 했지만 그는 자신 있었다. 오 개월. 딱 오 개월만 생활하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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