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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우연(雨緣)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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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740 회 작성일 24-02-25 06: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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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완결까지 그냥 다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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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건으로 손을 닦는 민지의 새하얀 손가락이 오늘따라 유난히 가늘고 길어 보였다.


느릿한 그 손동작이 자수라도 놓는 것처럼 우아하면서도 왠지 슬픈 느낌이 드는 건, 어쩌면 내 마음 탓일 게다.


지금에 와선 솔직하게 인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예전부터인지 최근에 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내 마음 속에 민지가 여자로 들어와있었던 것이다.


머리로는 강하게 부정을 했었어도 이 작은 사건 하나에 그 진실이 너무나 쉽게 드러나버렸다.


 


‘ ..차라리 잘된 거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하기보다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저 아인 수아와는 다르다.


수아처럼 거센 들바람에 금새라도 꺾어져버릴 것만 같은 가냘픈 들꽃이 아니라,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그 아름다움과 짙은 향기로 벌과 나비를 불러모으는 꽃의 여왕 장미였다.


만약에 나와 연결이 된다면 저 화려한 꽃망울을 채 터뜨려보지도 못할 것이다.


물론, 천성이 자상하니만큼 민지는 그 속에서도 스스로 잔잔한 행복을 찾고 만족해할 건 거의 확실했다.


하지만, 그런 건 결국에 내게 죄의식만 남길 뿐이었다.


여기저기 깊은 상흔이 남은 내 입장에선 어울리는, 아니, 과분한 여자이겠지만 그녀에게는 아니다.


민지의 싱싱한 생명력을 자양분 삼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기생충이 될 게 뻔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반쯤 피다 말고 조금씩 시들어가는 안타까운 한 여자의 영혼일 테고.


보라,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했을 뿐인데도 저 얼마나 아름다운가! 눈이 부시고 가슴이 뛴다.


 


‘ 그래, 이렇게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근대는 가슴을 달래고 또 다짐했다.


어쩌면 이게 자기위안일지라도 그렇게 생각해야만 한다.


 


“ 자~ 이것부터 먹어봐...이 부위가 맛있어...”


“ 으, 응...고마워, 삼촌...”


 


민지 앞의 작은 빈 접시에다 회를 놓아주자 입술가로 작은 미소가 걸린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심심치 않게 봐왔던 모습인데도 대뜸 심장이 두근거렸다.


무의식 속으로 밀어 넣어두었던 감정이 이젠 인식을 하자마자 주체를 못하는 모양이었다.


머리와 가슴의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 삼촌...”


“ 응?”


 


다소곳하게 오물거리고 있던 민지가 눈을 맞추며 불렀다.


형광등에 반짝거리는 눈빛이 파고드는 기분과 함께 눈이 아파오는 느낌마저 든다.


 


“ 아까 내가 물었던...”


“ 민지야..”


“ 응? 왜?”


 


그 다음 말이 나오기 전에 재빨리 막았다.


 


“ 우리, 좀 있다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던 맥주를 한잔하던지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하자..


  오늘은 삼촌이 민지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데이트를 하고 싶거든? 어때?”


“ 으, 응...알았어, 미안~”


“ 하하하~ 아니야...자~ 우리가 아직 첫 잔도 안 비웠네? 건배~”


“ 응, 건배~”


 


잔을 내밀어오는 민지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약간 더 짙어졌다.


데이트라는 말이 그렇게도 좋았던지 어두웠던 분위기가 이제야 조금씩 가시고 있었다.


약간은 처연한 조금 전까지의 모습이 날 빨아들이고 있었다면, 지금은 저 눈부신 광채 속으로 녹아 사라질 것만 같다.


확실히 저 아이는 누가 봐도 정말로 예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 운 좋은 녀석...쳇~’


 


누군지는 몰라도 오늘 민지의 파트너가 된 녀석은 지금쯤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있을 것이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심술이 났다.


수아 앞에서는 바다같이 아주 넓은 가슴을 가진 척했지만, 아니,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여겼는데, 이제 알고 봤더니 난 무지하게 속이 좁은 놈이었던 게 틀림없었다.


씁쓸한 느낌에 잔을 기울이자 톡 쏘는 알코올 특유의 냄새가 그런 기분을 부채질하는 것만 같았다.


 


 


간단하게 반주를 겸한 식사가 처음과는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끝나고, 그 다음을 묻자 민지는 대뜸 맥주라고 대답을 했다.


물론 술을 즐기는 나로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예지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덥석 매달리지는 않았지만, 슬며시 팔짱을 껴오는 민지에 미소가 지어지면서 모른 척해주었다.


아니, 솔직히 나도 좋았다.


복잡한 머리 속을 떠나서 보드랍고 따스한 느낌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다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말랑말랑하게 느껴지는 젖가슴이 내 심장에다 무리를 주는 게 조금 문제였다.


사람의 마음이란 건 정말로 신기하다.


객관적으로만 따지면 수아까지 포함해서 셋 중에 예지가 가장 육감적이었다.


단순히 볼륨만이 아니라 그 느낌까지 거의 환상적이다.


그런데, 젖꼭지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상태로 와락 안겨와도 ‘아주 감촉이 좋구나’ 하는 정도다.


반대로 가장 빈약(?)한 수아가 이렇게 팔짱을 껴오면 대뜸 발기부터 된다.


그러면 민지는? 그게 지금 날 난감하게 하고 있었다.


아직은 괜찮지만 왠지 아래쪽에서 근질근질한 느낌이 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절묘하기까지 했다.


여체라는 객관적인 면에서나, 내 감정에서, 심지어 내 몸의 반응까지도 민지는 수아와 예지의 딱 중간이었다.


 


“ 저기로 갈까?”


“ 응, 삼촌..”


 


마침 아담해 보이는 카페가 눈에 띄었다.


더 찰싹 달라붙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민지의 모습이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 머리를 쓰다듬고 말았다.


 


“ ..괜찮다고 했잖아? 삼촌...”


“ 으, 응...하..하..”


 


머리에다 손을 올린 채로 문득 멈추자 민지가 소곤거렸다.


손바닥에 만져지는 매끄럽고 보드라운 머리카락, 그리고 향긋한 냄새와 함께 숨결이 따스하게 내 귓전을 간질이자 결국에 아랫도리가 단단해져 버렸다.


그나마 길거리를 계속 걷는 게 아니라 실내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 다행이었다.


 


월요일인데다가 저녁이면 공동화가 되는 도심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우리뿐이었다.


물론 그래서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들기는 했다.


덕분에 돌덩이처럼 돼버렸던 아래도 곧 잠잠해졌다.


묘한 기분이었다.


죄책감이 들면서도 금단의 달콤함을 맛보는 것 같은 짜릿함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었다.


 


“ 어땠어?”


“ 으, 응? 응, 너무 맛있었어...고마워~ 삼촌...”


“ 아니, 미팅 말이야. 파트너는 맘에 들었어? 잘 생겼어? 하하하~”


 


자꾸만 이상해지려는 스스로에게 굴레라도 씌울 듯이 먼저 말을 해버렸다.


때로는 마음과 상반되더라도 이미 뱉어버린 말에다 맞추어나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지금이 그럴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고 가볍게, 삼촌의 입장에서 어린 조카에게 던지는 말투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민지에게도 한계가 지어진다.


이런 상황이 왠지 우울해지지만 태연하게 보이려고 최대한 애를 썼다.


 


“ ..그냥...그랬어...”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움찔하고서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던 민지가 넋이 나간 듯이 중얼거렸다.


 


“ 흐음~ 남자애가 애프터신청을 안 했어? 했을 텐데? 그 녀석이 눈이 삔 게 아니라면..하하하~”


 


그 모습에 가슴이 욱신거리고 아파왔지만 다시 한번 잔인하게 쐐기를 박았다.


 


‘ 미안해, 민지야...하지만 이게 서로를 위해서 좋아...’


 


마음 속으로는 민지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어쩌면 내 자신을 위한 거였다.


스스로를 통제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민지에게 모질어지는 건 나의 나약함이 그 원인이었다.


 


“ 그러고 보니..지금까지 민지 남자친구 이야기를 한번도 못 들었었네?


  미안해...내가 워낙 눈치가 없잖아? 사귀는 사람은 없어? 궁금한데? 하하~”


 


이건 내 머리 속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이 망할 주둥이가 어디까지 잔인해지려고 작정을 한 건지 거침없이 쏘아냈다.


내 입에서 나간 한마디 한마디가 서슬이 시퍼런 칼날이 되어 민지의 가녀린 심장으로 박혀 드는 게 똑똑히 보였다.


내가 말을 할 때마다 몸을 움찔움찔하는 모습이 너무나 생생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아픔이 나를 마구 난도질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뭔가가 내 가슴 속을 헤집고 지나가면서,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과 함께 불에 댄 듯한 뜨거움이 밀려왔다.


 


“ ..정말..모르는 거야? 아니면...그냥 그런 척...하는 거야? 너무해...정말...흑...흑...”


 


테이블 위에 놓인 손등에서 핏기가 사라져 새하얗다 못해 푸르게까지 보일 정도로, 두 주먹을 꼭 거머쥐고 부들부들 떨던 민지가 결국에 울음을 터뜨렸다.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 하~ 이런 바보 같은 놈...어째서 하는 짓마다 이 꼬락서닌지....’


 


애초부터 잘못된 짓이었다.


이건 외면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민지가 훨씬 더 용감했다.


내가 비겁하게 회피하느라 민지에게 상처를 주는 방법을 택한 것과는 달리, 그녀는 수면 위로 드러내고서 이렇게 당당하게 물어온다.


아저씨 내외께는 그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면서도 민지에겐 정반대로 했다.


자꾸만 여자로 의식을 하게 되는 자신이 무서워서, 민지를 억지로 어린애인양 치부하고 위한다는 미명하에 상처를 입힌 것이다.


민지는 몸도 마음도 이미 완전한 성인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자신을 그렇게 봐주기를 애타게 기다려왔던 아이다.


그런데, 난 그걸 끝까지 무시하면서까지 결국에 아프게 만들고 말았다.


천근만근 무겁게만 느껴지는 몸뚱이를 끌어 민지의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 미안해...민지야...정말 미안해...내가 잘못했어...”


“ 흑흑흑...미워...삼촌...너무 미워...흑흑...”


“ 하아~~”


 


어깨를 안아주자 내 가슴 속으로 파고들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원망의 말을 퍼부으면서도 가늘게 떨고는 더더욱 깊이 파고든다.


가슴언저리를 축축하게 적셔오는 물기가 마치 염산이라도 갖다 부은 것처럼 살갗을 화끈거리게 만들었다.


흘러내린 부드러운 머리카락, 뽀얀 목덜미, 그리고 여리게만 보이는 어깨가 마음을 저리게 한다.


언제나 당당하던 이 아이가 지금 이 순간에는 수아보다도 연약하고 예지보다 더 어리게 느껴진다.


 


‘ 시펄~ 구경 났냐? 그 따위로 하니까 손님이 없지, 시발 놈...’


 


카운터에 앉아 흥미롭다는 듯이 눈빛을 반짝거리면서 지켜보는 주인남자가 눈에 띄었다.


아까 들어오면서 조용한 분위기에 좋아했던 것도 잊어버리고는 속으로 욕설을 한 바가지 퍼부었다.


애꿎은 욕을 먹은 그가 마치 내 말이 들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제서야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후련해지기는커녕 자신의 치졸함에 한심한 생각만 들뿐이었다.


내 손에 잡힌 민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려오면서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 민지야...내 말을 좀 들어볼래?”


“ 훌쩍~......”


“ 그래...그게 편하면 그냥 이렇게 있어...”


“ 훌쩍....”


 


울음소리가 잦아드는 걸 느끼고서 민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민지는 오히려 옷자락을 꼭 거머쥐면서 얼굴을 더 깊이 파묻었다.


그래도, 고개를 젓거나 어깨를 움츠리지 않는 걸 보니 거부의 뜻은 아닌 것 같았다.


눈물에 젖은 얼굴을 보이기가 싫었던지, 이대로 있고 싶은 건지, 아니면 둘 다일 것이다.


 


“ 미안해...알면서도 모른 척을 했었어....”


 


움찔하는 게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으로 느껴졌다.


 


“ 넌 참 예뻐...마음도 너무 착하고...”


 


과연 어디까지 진심을 털어놔야 하는지가 잠깐 고민이 되었다.


이미 숨기려고만 하다가 상처를 준 상태였다.


그렇다고 완전히 열어 보였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안 된다.


그 둘의 적절한 경계선이 어디쯤일지가 너무나 애매했다.


그냥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수 밖에 없다.


 


“ 널 보고 있으면 나도 종종 두근거려...”


 


또다시 움직임이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 전보다는 더 확연했다.


그건 그만큼이나 심적인 동요가 컸다는 걸 의미한다.


아주 조심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일단은 진심의 한 조각을 보여주면서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달래줬으니 이제는 서서히 닫아야 할 때였다.


 


“ 하지만, 나 같은 사람한테는 안 어울려, 아니, 너무 과분해...”


“ ..삼..촌...”


 


드디어 민지의 목소리가 미약하게나마 들려왔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려 달래듯이 등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을 이었다.


 


“ 너처럼 맑고 예쁜 아이는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야 해...”


“ 그런 게 어디 있어?”


“ 그래...왠지 말이 안 되는 것 같겠지만 내 이야길 조금만 더 들어볼래?”


“ 으, 응...”


 


내 가슴에다 얼굴을 묻은 이후로 처음 고개를 발딱 쳐든 민지가 항의의 눈빛으로 올려다봤다.


물기가 서린 눈동자가 너무나 아름다운 광채를 쏘아내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당황스러움을 감추려고 등을 쓰다듬던 손을 다시 올려서 그녀의 뒷머리를 당겨 안았다.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들킬까 두려웠지만, 계속 저 얼굴을 보고 있다가는 정말로 그렇게 해버릴 것만 같아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의 민지는 내가 경험했던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 나이 차이가 많은 거...물론 그것도 작은 문제는 아니지...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야..”


 


최초의 나이 이야기에서 꿈틀하던 민지가 이어지는 말에 잠잠해졌다.


새근거리는 따스한 숨결이 내 가슴을 타고 올라와 코끝을 맴돌며 달콤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 난 마음 속에 상처가 많은 사람이야...그리고, 세상의 이런저런 때도 제법 탔어...


  이런 내게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맞아...서로에게 주고 받을 게 있거든?


  하지만, 너처럼 깨끗한 사람한테서는 난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너는 나의 닳고 닳은 모습을 닮아갈 거고...”


“ 그게 나쁜 거야? 아니잖아?”


“ 후후후~ 그래...꼭 나쁜 거라고 말할 순 없지...


  어차피 사람은 세월이 가면 그렇게 될 테니까...하지만, 그걸 일부러 앞당길 이유는 없어...


  인생에 있어서 네 나이쯤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때야...너무나 짧고 소중한 시기지...


  나 역시도 그런 시절을 거쳤어...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쉽고 안타까운 것도 많아...”


 


잠시 말을 끊고는 손을 뻗어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입안이 바짝 타왔던 게 말을 많이 해서인지, 지금 품 속에 안긴 민지에 대한 어떤 갈증 때문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여간에 내 본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뱉고 있었다.


사실은, 왜 진작에 민지의 이 매혹적인 모습을 거부하려 했는지 약간 후회를 하는 기분도 들었다.


물론 머리 속만큼은 그런 자신의 마음에다 대고서 맹렬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 그런데, 네가 나 때문에 그걸 잃어버린다면, 난 늘 너에게 죄를 지은 기분이 들 거야...”


“ 삼촌!”


 


민지가 날카롭게 부르면서 고개를 쳐들려 하는 걸 두 손으로 꼭 끌어안았다.


 


“ 난 네가 지금처럼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어.....진심이야...


  너한테 주어진 이 귀한 시간을 마음껏 누리길 바래...민지야...넌 나한테 정말로 소중해...”


“ 삼촌....”


 


귓가에다 다정하게 속삭이며 등을 계속 쓸어주자 민지의 몸에서 힘이 쭉 빠지더니 나지막하게 내뱉는다.


아슬아슬했던 어려운 고비가 겨우 넘어간 모양이다.


하지만, 안심이 되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싸하게 아파왔다.


결국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선 남자의 본능이 민지를 잡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 ...바보...”


“ 민지야?”


“ ..바..보...흑...정말...바보야...삼촌은...흑흑....”


“ 휴~ 민지야....그래...난 바보일 거야...


  아까 그 녀석더러 눈이 삐었다고 했지만 정말은 내가 그렇지...미안해...”


“ 흑흑흑...흑흑...”


 


조용하다 싶더니 결국에는 흐느끼면서 내 가슴을 다시 적셔온다.


청춘은 이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어린 시절 첫사랑의 아련한 아픔을 흘려 보내고, 다음날이면 다시 앞을 향해서 씩씩하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엎어지고 깨지면서 조금씩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먼 훗날이 되면 그때의 자신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제 나는 민지의 이 눈물에 떠내려가는 과거의 한 조각일 뿐이었다.


왠지 자꾸만 쓸쓸해진다.


 


 


“ 민지야~ 민지야~ 괜찮아?”


“ 우웅~ 헤헤~ 사~암~촌~”


“ 조심해...넘어져...”


“ 헤헤~ 사랑하는 장우 삼~초~온~”


 


한 팔을 내 목에다 감게 하고 허리를 껴안았지만 민지의 몸은 흐느적거리며 아래로 흘러내렸다.


한동안 울던 민지가 내 품에서 빠져나간 뒤에 묵묵히 맥주를 들이키는 걸 보면서도 말릴 수가 없었다.


너무나 비장하고 단단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냥 술에 취해 푹 자고 일어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랬더니 역시나 이렇게 만취가 되어버렸다.


 


“ 조금만 힘을 내...다 와가니까...”


 


그나마 택시를 탈 때까지는 정신이 좀 있는 것 같더니, 오는 동안 내 허벅지를 벤 채로 자고 나서는 이 상태가 되었다.


아직은 골목 하나를 더 돌아야 집이었다.


엎어지면 바로 코가 닿을 거리인데도 지금은 천리행군을 하는 것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 ..삼...촌...”


“ 으, 응? 정신이 좀 들어?”


“ ..여기..어디야?”


“ 응..집에 다 왔어...”


 


마지막 골목을 돌기 직전 모퉁이에서 민지가 벽을 한 손으로 짚으면서 물어왔다.


조금 전까지의 발음도 힘들어하던 거에 비하면 한결 또렷해진 음성이 그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었다.


 


“ 잠..깐만...”


“ 힘들어? 그래...잠시 쉬자...”


 


허리를 감은 내 손을 떼어내더니 벽에다 등을 기대고 서서 가쁜 숨을 몰아 쉰다.


흐릿한 눈동자, 땀에 젖어 어지럽게 달라붙은 머리카락, 그리고 허리 한쪽의 살이 드러날 만큼 흐트러진 옷차림, 민지에게서 처음 보는 엉망인 모습인데도 그 어느 때보다 매혹적이고 아름다웠다.


지금 그녀에게서는 내가 알고 있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완벽할 정도의 성숙한 매력을 뿜어내면서 나를 끌어당기는 한 여자만이 존재했다.


입 안이 쩍쩍 갈라지는 느낌이 들만큼 말라왔다.


위험했다.


아래쪽에서 불덩이가 올라오는 감각이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 이제 그만...미, 민지야?”


“ 사랑해...삼촌...사랑해...”


“ 미, 민..흐읍~”


 


빨리 집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민지의 허리를 안는 순간 갑자기 몸이 돌아갔다.


등에 닿는 차갑고 단단한 시멘트 벽과 함께 민지가 내 목을 껴안으면서 입술을 덮쳐왔다.


너무나 부드럽고 촉촉한 그 감촉을 채 느끼기도 전에 말캉한 살덩이가 입 속으로 들어와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섬세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니, 아주 거칠고 광폭하기까지 한 서툰 키스였지만 정말로 뜨거웠다.


엄마의 젖꼭지를 찾는 허기진 아이처럼, 입술이 문드러질까 두려울 만큼 비비고 빨면서 때로는 이빨끼리 부딪히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순수한 열망과 애정이 너무나 절절하게 와 닿아서 머리 속을 멍하게 만들었다.


 


내 목을 강하게 조이고 뭉클한 젖가슴을 문질러대는 이 가녀린 몸을 밀어낼 힘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다.


그러나, 내 혀를 빨아당기면서 꿀꺽대고 타액을 받아넘기는 그녀의 간절함이 나를 꼼짝할 수 없게 했다.


아니다. 그건 핑계다.


나 역시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내 손은 민지의 잘록한 허리를 강하게 조이면서, 터질 듯이 부풀어오른 성기로 나긋나긋한 여체의 아랫배를 찌르고 있었다.


그걸 알고서 그러는지 아니면 그냥 무의식적인 동작인지는 몰라도, 폭신한 아랫배가 기둥을 누르고 문지르면서 아찔한 느낌을 몰고 왔다.


 


손에 만져지는 매끄러운 허리살의 바로 아래쪽에서, 탱탱하게 부풀어올라 한없이 부드러운 촉감을 전해주고 있는 엉덩이가 느껴졌다.


거머쥐고 싶다.


저 탐스러운 살덩이를 두 손아귀에 가득 잡고서 떡 주무르듯이 하고 싶다.


하지만, 손가락을 쉴새 없이 꼼지락거리면서도 망설여진다.


얇은 치마만이 그 경계를 어설프게 구분 짓고 있을 뿐인데도, 저걸 넘어서는 순간 영원히 되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은 두려움을 준다.


 


‘ 장우야, 장우, 한 장우, 이 미친 놈아~~~!!!’


 


마음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발악을 해보지만 벌써 손은 그 경계를 벗어나 슬금슬금 아래로 기어가고 있었다.


 


“ 흐으응~ 삼..초...온....”


“ 미, 민지야~ 민지야~ 정신차려봐~”


 


그때 갑자기 입술이 떨어지면서 민지의 몸이 축 늘어졌다.


깜짝 놀라서 엉덩이 쪽으로 내려가던 손을 올려 허리를 잡았다.


조금 전의 모습은 마지막 심지를 사르던 촛불이었던가!


거의 기절을 한 것처럼 완전히 인사불성이다.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돌아오지 못할 다리에다 한발자국을 살짝 걸치던 상황이었다.


 


“ 휴우~~”


 


길게 심호흡을 하고서는 민지를 아예 안아 들었다.


그다지 무겁지 않은 몸무게인데도 축 늘어진 탓에 무릎이 휘청거렸다.


 


“ ..미안해...민지야...”


 


이젠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한가지는 분명했다.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내 진심이 원하는 대로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 사, 삼촌?”


“ 헉헉~ 예지야...민지가 많이 취해서 그러는 거니까..헉헉...걱정 마..안방 문이나 좀 열어줄래? 눕히게...”


“ 으, 응...”


 


이마로 겨우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 후에 대문을 열어준 예지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리고, 힘겹게 내뱉는 내 말에 화들짝 놀라서 뛰어가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고 실내로 사라졌다.


몇 개가 안 되는 계단이었지만 에베레스트의 정상처럼 까마득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왠지 이렇게라도 민지를 안고 올라가야만 죄책감이 줄어들 것 같았다.


한걸음 한걸음에 업보를 갚는 심정으로 발을 옮겼다.


 


 


“ 휴우우~ 우~”


“ 삼..촌...자~ 물 좀 마셔...땀도 닦고...”


“ 어? 그래, 고마워...예지야...”


 


민지를 침대에다 눕히고 나자 예지가 물잔과 함께 수건을 내밀었다.


그제서야 땀이 비 오듯이 쏟아져 등까지 완전히 적시고 있는 걸 알았다.


차가운 물을 들이키자 정신이 확 깨면서, 몸만이 아니라 마음 속의 뜨거운 열기까지 한결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


컵을 건네주고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침대 위에 길게 누운 민지의 치마가 말려 올라가 눈부신 허벅지는 물론 팬티의 끝자락까지 언뜻 내비쳤다.


민지를 안고 오면서 힘이 든 탓에 가라앉았던 성기가 당장에 튀어 올랐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지만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뛰어서 왠지 예지를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 예지야...나 담배를 사고 술도 좀 깨울 겸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걱정 말고 먼저 자...”


 


사실이기도 했지만 거짓말이기도 했다.


담배를 사고 열기를 식히려는 건 맞지만 수아에게 가려는 것이었다.


 


“ 삼촌, 잠깐만...”


“ 으, 응? 왜?”


“ 가만 있어봐...”


“ 어? 어...그래...”


 


돌아서려는데 예지가 붙들더니 땀을 닦고 넘겨주었던 수건으로 내 입가를 문질렀다.


 


“ ..이젠 됐어...알았으니까 나가봐...삼촌...”


“ 예, 예지야?”


“ ..빨리...언니 옷을 벗기게...”


“ 그, 그래....”


 


도망치듯이 나오고 말았다.


예지의 손에 쥐어진 내 입술을 닦았던 수건에서 벌건 립스틱 자국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던 것이다.


 


 


‘ 가만...혹시...저 녀석?’


 


처음에는 민지와의 키스를 눈치챘을 거라는 사실에만 당황해서 알아채지 못했다.


왠지 울 것만 같이 느껴지는 예지의 얼굴도 그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물을 마시고 나서 수건을 건네줄 때까지만 해도 모른 척하고 있던 예지가, 외출한다고 하자 그제서야 입술을 닦아주었던 것이다.


그러면 어제의 눈물도? 머리가 망치로 맞은 것처럼 울려왔다.


지금 모든 걸 생각하기에는 머리 속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대문 밖에서 잠시 서성이다가 결국 수아의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출입문 앞에 서서 유리를 통해 안을 들여다 보자 오도카니 혼자 앉아있는 수아가 보였다.


닫을 때가 다된 탓도 있지만 여전히 손님이 많지는 않았었다.


그게 늘 안타까웠는데 지금만큼은 너무나 기뻤다.


 


“ 오빠~”


“ 그래, 끝났어?”


“ 네~”


 


안으로 들어서자 수아가 펄쩍 뛰다시피 달려와 안겼다.


부드럽게 감겨오는 따스한 몸, 이미 흥분으로 터질 것만 같은 성기가 부르르 떨렸다.


 


“ 사랑해, 수아야~”


“ 아이~ 오빠~”


 


엉덩이를 와락 거머쥐자 비음을 토한다.


 


“ 자, 잠깐만요...가게부터...”


“ 간판을 끄고 문만 잠가...나머지는 나중에 하고...나 지금 너무 급해...미치기 직전이야...”


“ 아, 알았어요...


 


품에서 빠져나간 수아가 스위치를 내리고서 문을 잠그는 걸 보며 소파에 앉아 허리띠를 풀었다.


 


“ 수아야~”


“ 아흑~ 오빠~”


 


옆에 앉는 수아를 안으며 젖가슴을 거머쥐자 그녀가 신음을 토하고는 내 아랫도리로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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