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雨緣)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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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 촤아~’
어둠 속에서 밀려왔다 쓸려나가는 파도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머리카락을 흩트리면서 상의 속으로 들어와, 옷을 돛처럼 잔뜩 부풀리고 빠져나가는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짓궂게도 자꾸만 치마를 들추려는 녀석의 장난에 손으로 누르며 쩔쩔매는 수아의 모습이, ‘7년만의 외출’에서 마릴린 먼로가 보여주었던 그 유명한 지하철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사람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비교할 걸 하라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 눈에는 그녀보다 수아가 훨씬 더 아름답게만 느껴져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 여기에 앉을까? 사람도 없고 조용해서 좋은데...”
“ 네~ 오빠~ 호호~”
방파제의 거의 마지막까지 들어오자, 둑의 아래쪽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몇 명만 빼고는 사람들이 보이지를 않았다.
약간 취기가 느껴지는 수아의 목소리, 하지만 생기와 즐거움이 가득해 내 가슴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엉덩이를 맨바닥에 대고 나란히 앉자, 서늘하게 올라오는 냉기가 술을 조금 깨우게 한다.
‘ 딱~ 치익~’
캔맥주를 따는 소리마저 미소를 머금은 듯 유쾌하게만 들려왔다.
“ 자~ 마셔, 많이 피곤하지? 다리는 안 아파?”
“ 웅~ 너무 좋아서~ 전혀 모르겠어요, 헤헤~ 오빠, 저 땜에 많이 힘들었죠?”
“ 하하하~ 아니야, 나도 재미있었어...”
대답은 그렇게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은 다리가 뻐근하게 아파왔다.
급하게 결정을 하다 보니, 회사가 거래하는 여행사를 통해 겨우 이틀간만 숙소를 구할 수가 있었다.
원래는 단체 패키지 상품인데 출발직전에 한 쌍이 취소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그 팀들과 같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만,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도착한 숙소가 호텔이라는 이름이 너무 무색해 살짝 열을 받게는 했지만, 그런 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제주도는 처음이라며 들뜬 수아의 천진한 모습에 그냥 웃고 말았다.
그때부터 시작된 강행군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짧은 탓인지 아니면 처음으로 온 제주도에 대한 욕심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짐을 풀자마자 카운터에다 물어 코스를 잡더니 내 손을 잡아 끌고서 종횡무진 탐험을 시작했다.
낯선 곳인데도 버스에 버스를 잘만 갈아타고서 식물원, 박물관, 폭포 그리고 목장관람 등을 연이어 했다.
게다가, 한달 전부터 이미 예약이 다 끝났다는 잠수함탑승도 택시기사 아저씨와 어떻게 말을 주고 받아 표를 구하더니, 당연히 해야 한다며 해수욕까지도 몽땅 해치우는 놀라운 괴력을 발휘했다.
남들이 4~5일에 도는 코스를 단 이틀 만에 정신 없이 소화한 덕분에, 이제야 이렇게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애초에 생각했던 아늑하면서 뜨거운 둘만의 휴가와는 너무나 달랐지만, 씩씩하게 내 손을 잡아 끌며 눈빛이 초롱초롱한 수아의 새로운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단지, 내일 아침이면 다시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 안 추워? 내 앞에 앉아..”
“ 헤에~ 사실은 조금 춥기 시작했는데...아~ 좋아~~”
“ 후후후~”
시원하기만 하던 바닷바람이 조금만 앉아있다 보니 여름인데도 소름이 돋을 만큼 선듯하게 느껴졌다.
방파제의 둑에 걸터앉아 아래쪽으로 내려 뻗었던 다리를 벌려주자, 냉큼 들어와서 엉덩이를 들이밀고는 등을 기대왔다.
사타구니에서부터 배와 가슴팍에까지 부드럽고 따스한 살결이 체온을 전해주자, 그 느낌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밀려든다.
해풍이 불어오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날려 내 얼굴에다 살랑거리며 간질였다.
바다의 짠 내음과 희미한 샴푸냄새,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따스한 온기, 그리고 아랫도리를 푹신하게 눌러오는 짜릿한 감촉, 이런 것들이 피로와 함께 술기운으로 몸이 나른하게 가라앉는 나를 몽롱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래쪽에서 치밀고 올라오는 이 뜨겁고 두근거리는 느낌이라니!
“ 여기서 그냥 이러고 영영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
“ 흐응~ 저도요...하지만 그런 건 꿈이겠죠....아~...따뜻해요, 오빠의 손...좋아...”
수아의 가슴께 놓여있던 손을 움직여 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브래지어 속까지 한번에 파고든 손바닥으로 따스하고 말랑거리는 살이 부드럽게 붙어왔다.
마치 환상의 섬에 와있는 것만 같은 기분 탓인지, 다른 때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이 입 속에서 사르르 녹는 솜사탕처럼 너무나 달콤하다.
손아귀에서 넘쳐나는 감미로운 살덩이를 살며시 거머쥐자, 자연스레 손가락 사이에 낀 젖꼭지가 뾰로통하게 성을 낸 채로 잘게 떨었다.
“ 이곳에서는 힘들겠지만 비슷하게는 할 수가 있지...”
“ 네? 비슷하게요?”
“ 응...”
휴가 전이나 도중에 말을 꺼내면 괜한 부담감을 받을까 싶어 일부러 미뤄왔었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 같았다.
약간은 풀어진 마음이어서 설득하기에도 유리한데다가, 휴가가 끝난 뒤에 그 후유증으로 허전함을 느낄 새도 없이 심사숙고를 하게 될 것이니 일석이조였다.
손에 쥔 캔맥주를 내려놓고는 이젠 그 손마저 집어넣어 젖가슴을 잡았다.
한여름에 손이 시린 건 아닌데도 왠지 그 포근함과 따스함이 부족했다.
그래서, 한 손으로는 양에 안 차, 두 손을 모두 수아의 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양손으로 가득 밀려드는 아련하고도 따스한 느낌, 내가 원했던 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젖가슴을 잡은 채 그녀의 몸을 더 바짝 당겨 안으면서 목덜미에다 얼굴을 묻었다.
희미하게 맡아지는 달콤한 살 냄새, ‘킁킁~’ 소리까지 내가면서 한껏 빨아들이자 그녀의 낮은 웃음소리가 짤랑거리고 들려왔다.
“ 우리 돌아가면 같이 지내지 않을래?”
“ ..같이 지내요?”
“ 그래...”
수아의 귓가에다 소곤거리면서 진철에게 들었던 충고를 토대로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젖가슴을 쉴새 없이 조몰락거리는 두 손이 그녀를 설득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준지는 모르겠다.
어쨌던 간간히 달뜬 한숨을 토해내며 더욱더 깊이 내 품으로 파고드는, 그녀의 간절한 몸짓이 나를 안달하게 하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 ...생각은 해볼게요....”
“ 부모님 때문에? 어차피 난 퇴근하고야 올 테고, 수아 너도 가게가 끝나면 자정이 넘는데...
그 시간에 부모님이 올 리도 만무한데다, 가끔 오신다고 해도 그때는 적당히 대응을 하면 되지..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런 기회가 생기면 차라리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어...”
“ 오, 오빠....전....”
“ 쉬이~ 내 이야길 좀 들어볼래? 수아야....”
“ 네? 네....아~”
뭔가를 말하려는 수아를 막았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가슴 속 저 깊숙한 곳에다 묻어두었던 이야기들, 시뻘겋게 쩍 벌어진 상처가 아직도 채 아물지 않은 사연들이었다.
“ 한 사내아이가 있었어. 그 아이는 엄마를 무척이나 따랐지...
엄마의 말에 의하면 네다섯 살이 되어서도 젖을 떼지 않으려 해서 고생을 했다고 하니까...”
벌써부터 몸이 후드득 떨려왔다.
하지만 이래선 안 된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채 시작도 못한 상태였다.
수아를 더욱 꽉 껴안으면서 목덜미에다 얼굴을 갖다 붙였다.
그녀의 몸이 전해주는 따스함이 약간은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유난히 덩치가 작고 가냘펐던 그 아이가 늘 엄마의 젖가슴을 만지면서 잤다던지,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 여탕을 다니다 거기서 여반장을 만난 이후로 남탕을 가게 됐다는 것 같은, 아주 소소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무슨 예감이라도 있었던지 수아는 한번도 말을 끊지 않고 듣기만 하면서, 자신의 젖가슴을 만지는 내 손을 어루만질 뿐이었다.
“ 중학생이 됐는데도 여전히 품에서 떨어지지 않는 작기만 한 아이가...그 엄마는 안쓰러웠어...
그래서, 커다란 가방을 질질 끌다시피 하고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늘 마중을 나왔지....
그 아이는 횡단보도 건너편에 서있는 엄마를 발견하면 언제나 좋아서 환히 웃었어...
신호등 불빛이 바뀌고 건너가는 자신을, 도로 중간까지 나와 맞아준 엄마가 안아줄 때면 너무나 행복했거든?”
그 순간 엄마의 품에 안겼을 때 느껴지던 포근한 느낌과 그 체취가 아련하게 떠올랐다.
어쩌면 지금 내 손에 잡힌 이 따스함과 달콤한 냄새와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달랐다.
훨씬 더 편안하고 포근해서 저절로 졸음이 쏟아지는 듯한 그런 느낌, 그게 엄마에 대한 기억이었다.
“ 어느 날 여름이었어...”
왜 그랬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잘 나지를 않는다.
그날 아침,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며, 우산을 챙겨주는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면서 뿌리치고는 학교를 향했다.
골목길 어귀를 내달릴 때 밖에까지 따라온 엄마의 애닯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렇게나 좋아하던 엄마에게 그때는 왜 그렇게 고집을 피운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기억이 제대로 나지를 않는 걸 보면, 정말로 아주 하찮은 이유였을 게 분명하다.
그래 놓고는 그게 내내 마음에 걸려 점심마저도 뜨는 둥 마는 둥 했었다.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 핸드폰으로 통화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건 고사하고 공중전화를 거는 것마저도 그다지 익숙지 않아, 그럴 생각도 떠올리지 못했다.
“ 버스에서 내리는데 정말로 비가 쏟아졌어....”
“ 그래서...어떡...했어요?”
“ 길가 가게의 처마 밑에 서서 겨우 비를 피했지...
그럴 때는 덩치가 작다는 점이 도움이 되는 게 참으로 우습지만....하...하...”
“ 오...빠....”
애써 침착해지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몸이 떨리고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습기가 축축하게 배인 내 음성에, 수아도 뭔가 불안했던지 손을 꼭 붙들며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 근데, 그때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엄마가 보이는 거야...
예쁜 파란색 우산을 쓰고 또 하나는 든 채로...내게 손을 흔들었어...
미안하고, 고맙고....너무, 너무 반가워서...순간적으로 가슴이 찡하면서 눈물이 다 났어...”
드디어 바뀐 신호등 불빛, 엄마는 내게 그냥 거기서 기다리라는 손짓을 했다.
아마 비가 오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깟 비에 젖는 것 따위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엄마의 저 따스하고 포근한 품에 안기고 싶었다.
그런 다음에 아침에는 너무 미안했다고 용서를 빌고서 ‘엄마 사랑해’ 라고 말하리라 생각했다.
내가 달려나가자 엄마의 눈에서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사랑하는 아들이 비에 젖어 감기라도 들까 걱정이 됐을 게다.
반갑게 손을 흔들며 빗속을 달려가자, 엄마의 얼굴에서 애정 어린 책망과 흐뭇함이 서렸다.
엄마의 발걸음 역시 빨라졌다.
‘ 끼이이익~ 끽~~~~’
나를 막 안아주려던 엄마의 눈에서 다급한 눈빛이 보였다.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이 들리면서 머리 속을 멍하게 만들었다.
그때, 늘 다정하기만 하던 엄마의 손이 난생 처음으로 나를 거칠게 떠다밀었다.
엉겁결에 뒤로 날아가 ‘철퍼벅~’ 넘어졌다.
‘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엄마가 나를 그렇게 빗길에다 내던지다니, 서러움에 울컥 목이 메어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모여들었다.
그리고, 누군지 알 수도 없는 낯선 아줌마가 나를 끌어안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겁이 더럭 났다.
‘엄마, 엄마’ 중얼거리면서 그 아줌마의 품에서 겨우 빠져 나오자, 횡단보도를 지나쳐 커다란 트럭이 서있는 게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버티고 엄마를 애타게 찾으며 울먹였다.
그러나, 엄마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를 않고, 그 트럭 앞에 엄마가 썼던 파란색 우산만이 나뒹굴고 있었다.
아스팔트를 흘러내리는 빗물에 섞인 진한 선홍색 빛깔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 ...그렇게...그렇게...엄마가.....”
“ 흑흑흑...오빠...오빠...흑흑....”
수아가 몸을 돌이켜 내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다 안고서 오열을 했다.
하염없이 울고 있는 건 그녀인데, 지금 내 뺨을 적시다 못해 수아의 가슴을 흥건하게 만들고 있는 이 물기는 뭐란 말인가?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그날의 이야기를 이렇게 누군가에게 다 털어놓은 건 난생 처음이었다.
사고가 났을 당시에도 목격자가 워낙 많았던 터이라, 딱히 경찰도 어린 나에게 증언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누가 하나 내게 감히 그 이야기를 꺼내려 하지도 않았다.
하기야 내가 엄마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만 해도 6개월이란 시간이 걸렸었다.
즉, 다시 말해서 그 사고 이후로 처음으로 말문을 터는데 걸린 기간이었다.
“ 나 때문에 서둘러 아버지가 재혼을 했지...
자상한 새엄마와 혼자이던 내게 예쁜 여동생도 덤으로 생겼어....
새엄마였지만...나한테 진심으로 잘해 주셨어...동생도 나를 너무나 잘 따르고...”
덕분에 상처가 많이 아물었다.
특히나 고3 수험생 기간 동안 새엄마의 아주 헌신적인 보살핌을 받으며, 무사히 서울로 유학까지 올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결국 더한 충격과 상처로 돌아왔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의붓 남매간인 줄만 알았던 여동생이 사실은 나와 배다른 남매였던 것이다.
나와 세 살 차이인 여동생, 엄마가 돌아가신 중학교 1학년, 그리고 6개월 만에 내가 제정신이 돌아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날 핑계로 재혼을 했던 아버지, 이 사실들이 합쳐지자 결론은 하나밖에 나오지를 않았다.
이미 아버지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오래 전부터 다른 살림을 차리고 있었다.
버젓이 아이까지 낳고서, 10여 년간 엄마를 속여왔다는 이야기였다.
그 충격에 휴학을 하고는 군대를 갔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집과는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엄마와 여동생에 대한 원망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분노만은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나 대신에 너무나 소중했던 엄마의 목숨을 잃게 만든, 자기 자신을 스스로 용서 못하는 건지도 몰랐다.
“ ...그래서...한때는 정말로 비가 오는 날을 싫어했었어....그러다가...
어쩌면 이제부터는 수아 네겐 듣기가 괴로울지도 몰라...다른 여자 이야기니까...하지만...”
“ 흑흑...오빠...그만, 그만해요...저, 안 들어도 되니까 그만해요....
흑흑...틀림없이 또 아픈 이야기겠죠?...흑흑흑....”
“ 하아~ 그래....맞아...역시 아픈 이야기지....내 운명이 그런가 싶을 정도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렇게나 비를 싫어하면서도, 복학 후로 비가 오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진철의 가게 Bar에 앉아서 그 음악을 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를 피해 진철의 가게로 들어와 우연히 내 옆자리에 앉았던, ‘Rain’이라는 음악을 자기도 좋아한다며 반색을 했던, 내 모든 걸 다 바쳐서 사랑했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된 어떤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수아는 거부했다.
수아는 본능적으로 알았던가 보았다.
온통 회색 빛이던 내 마음에 온기를 되살려주고 비를 다시 좋아하게 만들었던 그 여자가, 결국엔 내게 더 큰 절망만을 안겨주었다는 걸 느끼고서 듣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 수아야....”
“ 흑..흑...오빠...제발 그만해요...흑흑...”
수아가 내 얼굴을 가슴에서 떼고서, 떨리는 손으로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쉴새 없이 넘치는 눈물로 자신의 얼굴도 엉망인데도, 그녀는 내 눈물이 마치 상처에서 쏟아지는 피라도 되는 것처럼 닦고 또 닦아냈다.
“ 너한테...어떤 아픔이 있다는 걸 알아...그것 때문에 날 힘들게 할까 두려워하는 것도...하지만...”
“ 흑흑흑...알았어요...알았으니까 그만해요...흑흑...오빠..사랑해요...
우리 이제부터 같이 지내요...흑흑...오빠가 다시는 외롭지 않게...흑흑...아프지 않게 할게요...흑흑흑...”
“ 흑...수아야..사랑해...흑...”
나도 모르게 참았던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손을 뻗어 수아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따뜻한 눈물이 손가락을 적셨다.
물기에 젖은 보드라운 뺨이 따끈따끈하게 열기를 토하며 떨리고 있었다.
울음을 토해내고 있는 저 빨간 입술이 너무나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뭔가에 쫓기듯이 허겁지겁 내 입으로 막아버렸다.
울먹울먹하는 숨소리와 함께 말랑거리는 혀가 급하게 감겨와 정신 없이 빨기 시작했다.
누구의 눈물인지는 몰라도 얼굴을 타고 흘러내려 입 속에다 짭짤한 맛을 전해주었다.
‘ 엄마, 그땐 미안했어...너무나 보고 싶어...
사랑해, 엄마...나 이제 다시 용기를 내려고 해...믿고 지켜봐 줘...’
문득 등뒤에서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아련하게만 기억나는 그 느낌, 바로 엄마의 품 속에서 전해지던 바로 그것이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지금 분명히 엄마가 뒤에서 나를 안아주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언제나 당신을 안쓰럽게만 만들던 그 작은 아이가, 이제야 어른이 되려 한다는 게 대견하다는 듯이 보듬고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서늘하게만 느껴지던 바닷바람도, 엄마의 품 속에서 잠들 때면 느끼곤 하던 따사로운 숨결처럼, 이제는 다정하고 훈훈하기만 했다.
“ 이제는 그만 갈까?”
“ 네..오빠...”
키스를 하면서 얼마나 그렇게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두 사람 다 눈물이 말랐다.
하지만 마음껏 울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마음은 굉장히 가벼워졌다.
그리고, 조금씩 가슴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치솟았다.
어느덧 서로의 손이 상대방 옷 속으로 들어가 매끄러운 살결을 더듬었다.
서로를 간절히 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격한 감정의 동요가 다른 본능까지 일깨운 건지도 모른다.
어쨌던 수아의 손에 잡힌 터질듯한 성기와 내 손에 닿은 흥건해진 음부가, 한시도 더 기다리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손을 잡고 일어섰다.
서로의 손바닥에서 축축한 물기가 만져졌지만 부끄러움 따위는 느껴지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을 이렇게나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욱 달뜨게 만들었다.
“ 자, 잠깐만요...오빠...”
“ 왜?”
바닥에 내려놓았던 캔맥주와 안주를 주섬주섬 챙겨, 비닐봉투에 넣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수아가 붙들었다.
“ 저...화장실...”
“ 급해? 갈 때까지는 못 참겠어?”
“ 네...아까부터 좀...그랬어요...”
“ 후후후~ 그래? 어디 한번 보자...”
술을 마신데다가 내 손으로 인해 자극을 받아서 더 그랬을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둑을 나서야만 공중화장실이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수아의 얼굴을 볼 때 아주 급한 것만 같았다.
아까의 분위기로는 도저히 도중에 그런 말을 꺼내지 못하고 참았던가 보았다.
“ 안 되겠다...저기서 일을 봐...내가 옆에서 누가 오는지 지켜봐 줄게...
저 아래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빼고는 아무도 없으니까 괜찮을 거야...”
“ 하, 하지만...”
“ 자~ 빨리...참으면 병이 돼...”
“ 오, 오빠...”
조금 떨어진 곳에 목재를 쌓아둔 게 보였다.
내 허리 정도까지 오는 높이로 쌓인 두 더미 사이에, 마침 사람 하나가 쪼그리고 앉으면 보이지 않을 공간이 있었다.
망설이는 수아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 자~ 어때? 전혀 안 보이지? 빨리 해...”
“ ..네...보지 말아요? 절대...”
“ 후후후~ 그러니까 더 보고 싶은데?”
“ 아, 안돼요...”
“ 하하하~ 걱정하지 말고...”
그 사이에 쪼그려 앉아 치마를 걷어 올리면서도 불안해하는 모습이 야릇한 흥분을 일으켰다.
등을 돌리고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둠 속에서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만 들려왔다.
‘ 쏴아아~’
참기는 무척이나 참았던가 보았다.
부스럭거리고 옷을 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괜히 웃음이 나면서도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 두근두근~’ 심장이 마구 요동을 치면서 가뜩이나 흥분을 했던 성기가 더욱 날뛰었다.
‘ 쪼르르~ 쫄~ 쫄~’
점점 가늘어지는 물줄기 소리가 너무나 생생하게 들려왔다.
갈등이 커지고만 있었다.
이제 곧 끝날게 분명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곳을 손으로 만지고 씻기는 건 물론 혀로 샅샅이 핥아 맛을 보기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오줌을 누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이렇게 흥분이 되는 건 무슨 심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성적인 자극을 꽤나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변태적인 성향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은 욕망이 마구 끓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 오빠....”
“ 으, 응...다했어?”
그때 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의 다급했던 음성과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은은한 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잠깐 갈등을 하는 사이에 일을 다 본 모양이었다.
아쉬움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안도감도 들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흘렀으면 자칫 이상한 모습을 보여줄 뻔했던 것이다.
“ 수, 수아야?”
그런데, 갑자기 수아의 손이 스르르 뒤에서 타고 넘어와서는 바지 위로 내 성기를 거머쥐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팬티를 올리긴 했지만 여전히 쪼그리고 앉은 모습이었다.
“ 돌아서요...오빠...”
“ 수아야....”
“ 어서요...”
성기를 거머쥔 채로 내 엉덩이를 잡아 몸을 돌리게 한다.
터질 듯이 부풀어오른 내 성기가 작은 손에 잡혀서는 그녀의 얼굴 바로 앞에 있었다.
어떤 상상이 떠오르면서 기대감으로 심장이 마구 박동을 했다.
“ ..저도 해보고 싶었어요....”
‘ 찌익~’
수아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지퍼가 내려갔다.
설마 했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려 하고 있었다.
나긋나긋한 손이 옷을 파고 들어 성기를 거머쥐고서 밖으로 빼냈다.
귀두 끝에서 이미 흘러내린 물로 젖어있던 기둥이 바닷바람에 서늘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끝에 부딪치는 뜨거운 숨결에 금새라도 사정을 해버릴 것만 같은 아찔함이 몰려왔다.
“ 하아~ 오빠...자지....뜨거워요...손안에서 마구 뛰어요....”
“ 수아야....”
“ 마음 속으로는 몇 번이나 상상을 하면서도 망설였어요...오빠가 이상하게 볼까...”
“ 사랑해..수아야...네가 하고 싶은 건, 뭘 해도 내겐 아름다울 뿐이야...”
“ 알아요...알면서도...제 마음 속에...하....”
“ 흐읍~~ 좋아...”
“ 우웅~ 웁~”
어둠 속이지만 수아의 그 도톰한 입술 사이로 굵은 기둥이 들어가는 게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혀가 귀두를 건드리는 게 느껴졌다.
간질간질하면서도 뜨거운, 그리고 조심스럽게 피부를 따라 움직이는 말랑거리는 살점에 온몸으로 전기가 흘렀다.
눈앞이 하얘지는 느낌과 함께 숨이 가빠오면서 나도 모르게 수아의 머리를 잡았다.
아주 능숙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빨로 통증을 주는 것 같은 초보의 움직임도 아니었다.
아마 이래서 그녀는 망설였던 지도 모른다.
자신의 과거 편린을 드러내는 걸 겁을 내는 그녀였다.
머리 속으로는 나를 믿으면서도 아직은 완전히 껍데기를 깨고 나오지 못한 것이었다.
그랬던 것을 오늘 또다시 용기를 내서 자신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런 진심을 알기에 그 어떤 능숙한 움직임보다 더더욱 나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 후읍~ 쓰읍~ 후웅~”
“ 하아~”
조금씩 들어가던 성기가 어느덧 반 이상이 자취를 감추었다.
기둥의 아래쪽을 감싼 보드라운 혀가 천천히 움직이며 마찰을 하고 있었다.
뺨을 홀쭉하게 해서 강하게 빨아들이는 느낌이 황홀하기만 하다.
이제 수아는 그걸 더 깊이 삼키려는지 끙끙대고 있었다.
저 좁은 목구멍으로까지 귀두가 넘어가면 아무래도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 짜릿한 쾌감 속에서 그대로 끝까지 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혼자서만 그런 즐거움을 갖는 게 내키지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또다시 더 강한 유대가 생기고, 앞으로 같이 지낼 것을 약속한 지금이기에 혼자라는 건 싫었다.
즐거움도, 슬픔도, 그리고 쾌락도 모두 함께이기를 원했다.
“ 그만해...수아야...”
“ 하아~ 오빠?”
수아의 입을 떼어내게 하자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올려다본다.
달빛만으로도 똑똑하게 보이는 젖은 눈빛과 번들거리는 입술이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벌떡거리는 기둥을 거머쥔 하늘하늘한 손가락이 뜨겁기만 했다.
침을 삼키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진정시켰다.
“ 가자..우리, 방으로 돌아가자...”
“ 하지만...”
“ 가서...너에게도 해주고 싶어...”
“ 오...빠...”
“ 네가 내 자지를 삼킬 때...나도 수아의 보지를 빨고 싶어...알았지?”
“ 하아~ 네...”
수아의 눈빛이 더욱 뜨거워졌다.
뻣뻣해진 성기를 힘들게 바지 속으로 밀어 넣고서는 손을 내밀자 꼭 잡으면서 일어선다.
“ 사랑해...수아야...”
“ 사랑해요...오빠...”
손을 잡은 채로 입술을 내밀어 뜨겁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서로의 팔짱을 꼭 끼고서 종종걸음을 옮겼다.
머리카락과 옷을 휘감아 돌아나가는 바닷바람이 소곤거리며 두 사람에게 축복을 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