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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우연(雨緣)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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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98 회 작성일 24-02-25 05: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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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했던 대로 진철이 수아의 가게로 찾아왔다.


녀석도 한참 바쁠 텐데 일부러 주말에 맞추어 온 것이었다.


자기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잠시 맡기기까지 한 것이라 많이 미안했다.


 


“ 네가 보기엔 어때?”


“ 으음~~..”


“ 너 여기에 매일 출근하냐?”


“ 아~ 그렇긴 한데...”


 


가게를 닫기 직전에 손님이 없을 때만 조금 도와주는 정도라는 걸 설명했다.


진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건 잘했어...”


 


진철의 설명에 의하면, 여긴 위치나 인테리어, 그리고 메뉴 등에 있어서 특별한 유인요소가 없었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손님을 끄는 방법이 호기심과 약간의 기대심리라고 했다.


즉, 어리고 청순한 여자가 주인이라는 점은 충분히 강점을 가질 만하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특별한 걸 원한다면,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아예 여자가 나오는 술집으로 간다.


이렇게 편안하게 마시는 곳에선 그저 막연한 기대감과 상상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떡하니 임자가 버티고 앉아서 지켜보고 있다면 그런 효과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 ..그리고, 가끔가다 보면 이상한 놈들이 있는데, 그때도 가급적이면 네가 안 나서는 게 좋아...”


“ 야~”


“ 임마, 내 말을 들어. 차라리 정 안되면 경찰을 부르는 게 나아...


  다시 말해서, 여기 장사는 수아 씨한테 모든 게 달렸다는 거야...


  내 말뜻은 잘 알 거야...그런 이야기는 네가 수아 씨에게 해. 그게 나을 테니까...”


“ 알았어....”


 


진철의 말은 수아가 남자들에게 적당히 웃음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연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속이 쓰린 일이다.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면, 내게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만 하기에 지금은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조금만 있으면 끝날 시간이니까, 수아가 차 타는 걸 보고 나서 소주나 한잔 하자..”


“ 어? 같이 안 마시고?”


“ 집이 과천이야...”


“ 햐~~ 멀구나 멀어...”


 


하기야 이 녀석도 본가가 일산이라서 제 가게가 있는 신촌부근에다 아예 원룸을 구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상황을 바로 이해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손님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가는 게 보였다.


그때, 나와 눈이 마주치자 수아가 생긋 웃어주었다.


마음이 푸근해지면서도 안쓰러움이 밀려들었다.


 


 


“ 삼초온~~”


“ 하하하~ 그래, 예지야, 어? 민지 너도 아직 안 잤어?”


“ 이제와? 삼촌..”


 


방에서 편하게 마시자는 진철의 말에 돼지족발을 포장했다.


손에다 비닐봉지를 주렁주렁 든 채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예지가 환성을 지르면서 달려와 안겼다.


지난 주말에 부모님들께 다녀오느라 근 1주일 만에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반가웠던 모양이다.


거실바닥에 앉아있다가 뒤따라 슬그머니 일어선 민지도 그런 기색이 역력했다.


하기야, 나도 흐뭇한 미소가 나오긴 마찬가지였다.


 


“ 둘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구나?”


“ 헤헤헤~ 응~”


 


내게 달라붙어 비비적거리는 예지에게서 술 냄새가 솔솔 풍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더 귀엽게 보이는 얼굴도 그걸 증명했다.


그제서야, 거실바닥에 펼쳐진 신문지 위로 마른 오징어와 맥주 캔이 눈에 들어왔다.


예지가 대학생이 되고 난 뒤부터 종종 보이는 장면이었다.


 


“ 이 나쁜 놈~”


“ 컥~”


“ 어머?”


 


그때 갑자기 진철이 뒤에서 내 목을 조여오며 으르릉거리고 내뱉었다.


깜짝 놀라 내게서 떨어지며 눈이 휘둥그래진 예지만이 아니라 민지도 꽤나 당황하는 눈치였다.


하기야, 나부터가 황당해하고 있었다.


 


“ 너, 임마~ 내일 당장 나하고 집을 바꿔~ 웃돈 이런 거 전혀 필요 없으니까~”


“ 야~ 야~ 일단 이것부터 좀 놔...숨막혀...”


 


양손에다 비닐봉지를 든 상태라, 예지가 뛰어들 때도 그랬지만 지금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 이 자식이? 난 밥이나 제대로 먹고 다니나 늘 걱정을 했었는데...


  이런 천국에서 잘만 지내고 있었다니, 그러면서도 시치미를 딱 떼고 있었어? 이 배신자~”


“ 너 임마, 갑자기 왠 헛소리야?”


 


이제야 둘이서 장난을 치고 있다는 걸 안 두 자매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여간에 이 녀석하고 같이 있으면 남의 구경거리가 되는 건 정말로 한 순간이었다.


 


“ 이 놈이 끝까지 오리발이네? 야! 저런 천사들이 있는 곳이 천국이지, 어디가 천국이냐?”


“ 처, 천사? 어디에? 너 언제부터 신기가 들었어? 남들한테 안 보이는 것도 다 보게?”


“ 삼촌은 저리 비켜, 이 오빠하고 인사나 하게...”


“ 크윽~ 오, 오빠? 이 녀석이? 삼촌 친군데?”


“ 흥~~ 늙어서 눈이 침침한 삼촌하고, 이렇게 젊은 오빠하고 어떻게 같을 수가 있어?


  안녕하세요~~ 오빠~ 전 민지에요~ 반가워요~ 호호호~”


“ 오~ 그래~? 정말 반가워~ 난 진철 ‘오빠’야~ 우하하하~~”


“ 어, 어머?”


 


특유의 우렁찬 폭소와 함께, 아니나 다를까 손을 덥석 쥐고서 크게 흔드는 진철에 민지는 당황해 한다.


내심이 웃음이 나는 걸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살짝 약을 올렸더니 발끈해서 내게 반격을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진철의 능글맞은 면은 미처 예상치 못한 변수였던 것이다.


예지가 슬며시 붙어와서 내 팔을 잡고는 눈이 동그래져 그걸 지켜봤다.


 


“ 하하하~ 그래~ 그런데 이 예쁜이는 누구? 자~ 반가워~ 악수~”


“ 히잉~ 삼촌~ 이 아저씨 너무 무서워~”


“ 크악~ 아, 아저씨? 으윽~”


“ 푸하하하하~ 역시 우리 예지가 최고다~”


“ 헤헤헤~ 삼초온~ 나 잘했지?”


“ 그래, 그래~ 하하하하~”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밀자, 예지가 화들짝 놀라 내 뒤로 숨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진철이 자기 가슴을 붙잡고 비틀거리는 시늉을 하자, 예지는 그제서야 내 어깨에다 머리를 비비면서 혀를 낼름 내밀고 생글생글 웃었다.


 


‘ 흐흐흐~ 역시, 똑똑한 녀석이란 말이야~’


 


귀여운 예지의 머리를 쓱싹쓱싹 쓰다듬어주었다.


 


“ 잘됐다. 삼촌이 친구랑 한잔하려고 족발을 사왔는데 같이 먹을래?”


“ 와~ 삼촌 최고~ 내가 좋아하는 족발이다~ 헤헤헤~”


“ 어디 거기 봉투에 전화번호 있지? 작은 거 하나를 더 시키자...아니, 보쌈으로 할까?”


“ 우웅~ 삼촌, 난 족발이 더 좋아~~”


“ 하하하~ 그래 알았어...우리 예지가 먹고 싶은 걸로 하자...”


 


내게 착 달라붙어 강아지처럼 비비적거리는 예지에게 웃어주고서 거실로 앉았다.


충격을 받았다는 조금 전 그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어느새 비닐봉지를 뺏어 든 진철이, 거실바닥에다 내용물들을 꺼내놓는 중에도 민지와 뭔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역시 유들유들한 면에서는, 특히나 여자들에게는 더더욱, 거의 최강인 녀석다웠다.


 


 


“ 담배나 한대 피고 배가 좀 꺼지면 자자...”


“ 어, 그래...”


 


워낙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진철이라, 두 자매와도 오래 전부터 안 사이처럼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3시가 넘어있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씻은 후에, 재떨이를 사이에다 두고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 안 피곤해? 오늘....고맙다...정말로....”


“ 자식이, 별 헛소리는?”


 


매일 술 취한 사람을 상대하는 녀석인데, 흔하디 흔한 안주에다 쓴 소주 한잔이 아쉬워서 이 먼데까지 왔을까? 당연히 친구 때문이었다.


그런 고마움에 한마디를 던지자 슬쩍 웃고 만다.


 


“ 그나저나 어쩔 거야?”


“ 뭐를?”


“ 뭐긴 뭐야? 여기서 수아 씨 이야기 밖에 더 있겠어?”


“ 수아? 수아가 왜?”


“ 하~ 이 자식이 못 알아듣는 척 잡아떼네?”


 


물론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은 건 아니었다.


다만, 진철의 의도가 대충 짐작이 되었기에 꺼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 차라리 내가 이야기를 할게. 결혼까지도 생각하는 거냐? 아니, 너라면 분명히 그렇겠지?”


“ 으, 응...생각 중이긴 한데...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기도 해서...”


 


사실은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을 굳혀가고 있었다.


지난 주말을 그렇게 둘이서 같이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배웅을 받으며 대문을 나설 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됐어, 임마. 내가 너를 몰라? 그래서 더 걱정이지만...”


“ 자식이? 걱정은? 내가 어린애냐?”


“ 어쨌던, 탁 까놓고 말할게. 같은 남자로서 볼 때, 수아 씨 참 좋은 여자 같더라. 너한테도 진심이고, 잘 어울리기도 해.”


“ ...그래?”


 


이런 걸 예상했었기 때문에 별로 듣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저 녀석이 늘 실없는 농담이나 하는 것 같지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때는 꽤나 아픈 소리를 쏘아댄다.


물론, 그건 아주 가까운 몇 명에게 한해서이긴 하다.


그리고, 당연히 거기엔 나 역시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아마 이제부터 본론이 나올 게 분명했다.


 


“ 하지만, 친구로서는 말리고 싶어. 너한테는 정말 듣기 싫은 소리겠지만...”


“ ...계속해봐...”


 


역시나 그랬다.


예상을 하긴 했다지만 그래도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걸 간신히 참았다.


진철의 진심을 아는데다,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느꼈을 수도 있을 테니 일단 들어는 봐야 했다.


 


“ 두 사람이 연인으로 지낼 거라면 좋아. 하지만, 결혼을 한다면 나는 반대야.”


“ ..무슨 이유로?”


 


이 녀석이 이런 말을 할 때면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금방 담배를 피웠는데도 가슴이 답답해져 와 다시 한대를 입에다 물었다.


 


“ 불안해 보여. 너희 두 사람은...여린 성격이 너무 닮았어...”


“ ..그건 오히려 좋은 것 아니야?”


“ 휴~~ 연애를 할 때야 좋겠지...그렇지만 결혼은 다르잖아?


  늘 좋고 행복하다면야 상관이 없지만, 아닐 경우에는 그게 오히려 널 더 힘들게 할 거야...”


 


그나마 어떤 특별한 문제를 들고나온 게 아니라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진철의 말은 결국에 내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기를 바래서 하는 걱정일 뿐이었다.


 


“ 너도 이제는 남들처럼 대충대충 두리뭉실 좀 편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


“ 됐어, 임마. 내가 타고나기를 그렇게 타고난 걸 어째?”


“ 너한텐 차라리 민지 같은 애가 마누라로 제격이야. 임마, 그런 애가 있었으면 진작에...”


“ 야, 야~ 너 이 자식,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그런 소리는 절대로 하지마.


  걔들은 정말로 내 피붙이 같은 애들이야, 조카이기도 하고 동생이기도 해.


  아니, 예지 같은 경우엔, 가끔은 내가 아빠가 된 기분까지 들어...”


“ 하~ 이 자식.....그건....그래...그만하자...”


 


내가 워낙 정색을 하자, 진철은 어이가 없는 것처럼 쳐다보며 뭔가 말을 할 듯하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 하여간에, 어차피 이미 수아 씨한테 눈이 완전히 돌아갔으니.....


  네 놈 성격에 다른 사람 말이 귀에 들어오진 않을 건 뻔한데도, 이런 이야기를 한 건...”


“ 훗~ 자식이, 잘 알면서 쓸데없이...”


 


확실히 나를 너무나 잘아는 친구였다.


사실 내 마음 속에서 이미 그 문제에 있어서만은 그 누구와도 타협을 할 뜻이 없었다.


 


“ 그럴 거면 차라리 당장에라도 합치라는 거야...”


“ 당장에 합쳐?”


 


이건 의외의 이야기였다.


물론 나 역시 하루라도 빨리 같이 살 방도를 찾으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결혼이란 게 두 사람만 동의를 한다고 해서 당장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그래, 결혼식은 나중에 올리더라도 일단 먼저 합쳐...그게 나을 거야...”


“ 임마, 그게 어디 말처럼 그렇게 쉬우냐?”


“ 하~ 이 답답한 놈, 요즘 세상에 동거하는 게 어디 유별난 일이야?”


“ 도, 동거?”


“ 그래, 임마. 수아 씨도 과천에서 왔다 갔다 하기 힘들어서 조만간 방도를 찾을 거라며?


  그리고, 너도 이런 홀아비 생활은 이제는 지긋지긋할 테고..


  무슨 문제야? 둘이 합쳐서 방값도 줄이고, 생활비도 절약되겠다...


  원래 연애할 때는 돈이 알게 모르게 무지 많이 새나가는 거야...


  결혼을 해야 돈을 모은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줄 알아?


  눈 딱 감고 일단은 같이 살아, 그리고 돈을 모아서 빨리 결혼식을 올리면 되잖아?”


“ 그, 그거야 그렇지만 수아가...”


 


가슴이 마구 뛰고 있었다.


언뜻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냥 내 혼자만의 희망사항이려니 하고 넘겨버렸는데, 진철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 왠지 당장에라도 가능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임마, 우선 수아 씨한테 이야기나 해보고 나중을 걱정해...


  그리고, 만약에 힘들더라도 그걸 설득할 생각부터 해야지...


  아마, 내가 했던 말을 가지고 살살 잘 꼬시면 넘어올 거야...


  내 말만 믿어, 그런 데에 있어서는 내가 완전히 도사 아니냐? 하하하~”


“ 자랑이다, 임마~”


“ 그럼~~ 난 바람둥이인 걸 내 프라이드로 삼고 살지~ 흐흐흐흐~”


 


이 녀석하고 있으면 이런 게 정말로 좋다.


시원시원 명쾌하게 답이 나오고, 심각한 일도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다.


 


“ 너야 동거가 아니라 당장에 애를 낳아도 집에선 아무도....아! 미안하다...장우야...”


“ 후후~ 자식이? 바람둥이로는 몰라도, 뻔뻔하기로는 내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1등인 놈이..됐어...신경 쓰지마...”


 


무심결에 내 아픈 곳을 건드려버린 진철이 정말로 미안해했다.


순간적으로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견딜만했다.


그래서, 농담을 건네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길 수가 있었다.


 


“ 후~~ 너 임마...정말..수아 씨를 만나면서 많이 변했구나?


  아까 내가 했던 쓸데없는 말들은 다 잊어라, 내가 괜한 소리를 했어...


  어쩌면, 너희 둘이 결혼을 하는 게 정답인 것도 같다...잘 살아라...그만 자자...”


“ 후후후~ 그래. 근데, 임마. 나한테 오지랖 넓은 소리를 할 게 아니라 넌 장가 안가?”


“ 이 자식이? 아예 저주를 해라, 이 멋들어진 자유를 포기하라고?


  뭐....물론 민지 정도면...흐음...아니지, 예지도 정말 귀여운데..이거 고민이네?”


“ 이게 또 헛소리를?”


“ 켁~ 켁~ 자, 장인어른~ 수, 숨이~”


“ 야~ 야~ 자자...졸린다...”


“ 흐흐흐~ 이 자식, 정말 걔들 아빠 같네? 크크크크~”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틈만 나면 농담을 해대는 녀석이었다.


둘이서 목을 조이고 살려달라고 버둥거리는 장난을 치다 보니, 마치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것만 같아 유쾌했다.


이래서 흔히들 불알친구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침대 위의 재떨이를 치우고는 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참을 서서 기다리고서야 겨우 탈 수가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찬 엘리베이터의 한쪽 벽으로 수아를 붙여 세우고 그 앞을 내 몸으로 막아 섰다.


 


“ 재미있었어?”


“ 네..”


 


밤낮의 생활이 바뀌어 거의 좁은 가게 안에서만 생활하는 수아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서는 영화를 보러 온 것이었다.


바짝 맞닿은 보드라운 몸과 턱밑을 간질이는 따스한 숨결이 짜릿하기만 하다.


 


“ 아~”


 


수아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러고는 혹시나 누가 들었을까 곁눈질을 하면서 얼굴이 새빨개진다.


 


“ 후후후~”


“ 오빠...”


“ 괜찮아..나한테도 겨우 들렸는데...뭘?”


 


내 가슴팍에다 두 손을 대고서 숨만 새근거리는 수아의 발그레해진 귀가 보드랍게만 보인다.


이제 막 이 뜨겁고도 달콤한 여체를 속속들이 알아가는 때라서, 이렇게 작은 자극이나 접촉만으로도 수시로 발기가 되었다.


조금 전에도 순식간에 딱딱해진 성기가 수아의 아랫배를 쿡 찔러버렸던 것이다.


 


“ 차나 한잔 마실까?”


“ 네, 그래요..하아~”


 


수아의 허리를 감아 쥔 손에 느껴지는 나긋나긋하고 따스한 살결이 야릇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자꾸만 밑으로 내려가 손아귀에 가득 넘쳐나는 그 탐스럽고 부드러운 감촉을 맛보고 싶어진다.


손바닥에 착착 감기는 듯한 그 느낌, 그리고는 계곡 사이로 스며들어 한없이 연약하면서도 뜨거운 속살을 더듬고만 싶었다.


벽 쪽으로 붙어 섰기에, 콩나물시루처럼 꽉 찬 실내의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염려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엘리베이터가 외부에 달린 조망용이라는 것이었다.


투명한 외벽을 통해 도로를 달리는 차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게 선명하게 보였다.


아쉬움을 달래면서 이마에다 입술을 살짝 대고 속삭이자, 움찔하더니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며 대답을 한다.


 


“ 오빠, 그거...”


“ 으, 응? 뭐?”


 


엘리베이터가 드디어 1층에 도착하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가장 구석 쪽이라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수아의 나지막한 귓속말이 들려왔다.


 


“ ...오빠...자...지...섰잖아요? 지금 나가면...”


“ 후후후~ 괜찮아, 이렇게 티를 밖으로 빼면 돼...”


 


청바지 속으로 넣었던 상의를 빼내며 말하자 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전 자신의 그 말이, 약간 가라앉는 것 같던 성기를 정말 터지기 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걸 몰랐으리라.


비록 남에게 들리지 않는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런 말을 내뱉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아찔한 흥분에, 이대로 손을 잡고 모텔로 가버릴까 하는 고민이 잠깐 들 정도였다.


하지만,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대신에 어깨를 껴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 그래, 어디로 갈까?”


 


커피숍의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지난 밤 진철에게 들었던 몇 가지 충고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동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수아에게 물었다.


 


“ ...저...오빠...시간이...”


 


내 손가락에다 깍지를 끼우고는 손바닥을 간질이다 움찔하더니 주저주저 대답을 한다.


다음주면 여름휴가였다.


그래서, 두근거리며 기대를 하고 있던 내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온몸에 맥이 쭉 빠졌다.


 


“ 휴우~....그래? 어쩔 수 없지...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지 않을래?”


“ 미, 미안해요....저도 사실 많이 원해요...하지만...차라리 영화를 안 봤더라면 몰라도...”


“ 으, 응?”


 


뭔가가 이상했다.


갑자기 거기서 영화이야기가 튀어나온 것이다.


휴가를 갈 시간이 없는 것과 아까 봤던 영화 사이에서 상관관계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 오빠...저..차라리 가게로 조금 일찍 가요...그래서 저번처럼 가게에서...그러면...”


“ 수..아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너무나 밑도 끝도 없이 한마디만 툭 던졌었다.


수아는 지금 아주 큰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깍지를 낀 그녀의 손에서 뜨끈뜨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부끄러움에 뺨이 발개진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 수아야~”


“ 아~ 네...”


 


귀에다 바람을 ‘훅~’ 불어넣으면서 소곤거리자 몸을 바르르 떤다.


슬며시 실내를 둘러보자, 다행히도 우리가 앉은 뒤쪽으로만 드문드문 사람들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소파의 등받이에 가려서 우리의 머리 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수아의 허벅지에다 손을 슬며시 올렸다.


 


“ 수아의 보지...지금 젖었지? 하고 싶어서...”


“ 오, 오빠?”


“ 괜찮아, 다른 자리에서는 안 보여...”


“ 하, 하지만...”


“ 자, 대답을 해봐...어서...”


“ ...네...많이...”


“ 젖은 거? 아니면...하고 싶은 거?”


“ ...둘 다...”


 


손을 치마 밑으로 스르르 미끄러뜨리자 당황해서 손목을 잡아왔다.


그리고서 내 말에 곁눈질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놓았다.


그녀는 조금 전 말을 모텔로 가자는 소리로 들었던 것이다.


신기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기 직전 내가 했던 생각을 마치 읽기라도 한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녀 역시 나와 마찬가지였다.


한참 서로에게 뜨겁게 빠져들어 늘 애타하고 있었다.


내게 타는 갈증과 욕정이 있다면 그녀도 그런 게 당연했다.


가슴이 터질 듯이 거칠게 뛰었다.


이런 우연한 오해가 가져온 살 떨리는 흥분이라니!


예전에 종종 즐기고 했던 이런 짜릿한 상황이, 워낙 수줍음을 많이 타는 수아에게선 당분간은 힘들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 아~ 오빠....”


“ 후후후~ 정말로 많이 젖었네?”


 


얇은 천이 손끝에 닿자 후끈거리는 열기와 함께 축축한 게 느껴졌다.


수아의 허벅지가 파르르 떨리면서 천 속의 여린 꽃잎도 움찔거렸다.


 


“ 오, 오빠...가게로 가요...여기서 이러지 말고....아흑~”


“ 조금만...있다가...커피도 아직 남았잖아?”


 


물론 그건 핑계일 뿐이다.


꽃잎 사이를 손끝으로 누르면서 가르고 올라와 음핵을 살짝 문지르자,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수아의 눈빛이 더욱 젖어 들었다.


순간적으로 손에 느껴지는 열기가 더욱 커진 것만 같았다.


 


“ 언제부터 이런 거야?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 하아~ 네....”


“ 내 자지가 찌르니까 그렇게 됐어?”


“ 네...”


“ 보지에다 넣고 싶어진 거야? 그때?”


“ 아~으~ 오~빠~”


 


수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손을 팬티 속으로 넣었다.


보드라운 음모가 사그락거리면서 손바닥을 스치는 느낌이 아찔했다.


조금 전 팬티 아래로 만져지던 뾰족한 싹이 손끝을 지날 때 그녀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리고는, 젖다 못해 아예 흥건해진 살결을 벌리고서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미끈미끈, 하늘하늘한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그 연약한 살이 손가락을 에워싸고서 호들갑을 떨었다.


내 가슴에다 얼굴을 묻으면서 헐떡거리는 그녀, 아마 다른 자리에서 본다면 그저 다정한 연인이 밀어를 속삭이는 걸로만 알 것이다.


질문을 던질 때마다 음부가 움찔거리면서 애액을 토해냈다.


숨결이 가빠지는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바지 속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당장에라도 옷을 찢고 튀어나올 기세였다.


 


“ 아~ 으~음~ 으~”


 


손가락을 움직였다.


흐느적거리는 꽃잎을 손끝으로 살짝 긁고서 매끄러운 오솔길을 미끄러졌다.


흥건한 속살과 젖은 손가락이 마찰되는 ‘찌걱~ 찌걱~’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내 팔뚝을 두 손으로 꽉 잡은 채 떨고 있던 수아가, 성이 난 음핵을 집중적으로 문지르기 시작하자, 반쯤은 눕다시피 소파로 등을 기대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축축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면서 두 손으로는 자기 입을 막은 채, 팬티 속을 파고든 내 손가락의 움직임에 맞추어, 마치 밸리댄스라도 추는 것처럼 엉덩이를 돌리고 있었다.


이 모습을 영원히 보관해둘 캠코더가 지금 없다는 게 한탄이 될 정도로, 너무나 음란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대신에 머리 속으로 그리고 손에다 확실하게 기억을 하겠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서 손가락의 움직임을 더욱 빨리 했다.


 


“ 제, 제발~ 그, 그만해요...오빠...비명을 지를 것 같아요...하아~ 하아~”


 


조금씩 떠오르는 것 같던 허리가 갑자기 ‘팍팍~’ 공중을 치더니, 수아의 허벅지가 꽉 조이면서 내 손을 붙들었다.


그리고는, 입을 막았던 손을 떼서 내 팔뚝을 강하게 붙들며 애원을 해온다.


꽉 달라붙은 허벅지가 딱딱해져 잘게 경련을 하는 거나, 손끝에서 느껴지는 음부의 상태가 심상치가 않았다.


아마, 절정에 올라서기 직전인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꼭 보고만 싶다는 욕구가 끊어 올랐지만 참아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이 두 사람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 수아를 괴롭게 하면서까지 혼자만의 쾌락을 쫓을 수는 없다.


어쩌면 나중에도 또다시 비슷한 장면이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그건 수아 스스로가 원해야 하는 것이다.


 


“ 그만 나가서 가게로 가?”


“ 그래요...오빠...잠깐만....”


 


치마 아래서 손을 빼내고 속삭이자 열기가 서린 목소리로 대답을 해왔다.


그리고, 갑자기 내 손을 붙들더니 백을 뒤져서 휴지를 꺼내 닦아주기 시작했다.


손을 번들번들하게 만들고 있던 끈적한 액체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모습이 왠지 안타까웠다.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샅샅이 닦아내자, 손끝이 습기로 인해 쪼글쪼글해진 게 보였다.


슬쩍 웃음을 짓는 날 보고서, 수아의 눈가로 부끄러운 기색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마저도 유혹하는 것처럼만 보여서 숨이 가빠진다.


 


“ 자...나가자...”


“ 네...오빠...”


“ 참...아까 물었던 거...”


“ 네? 뭐가요?”


“ 후후후~ 내가 어디로 갈 건지 물었었잖아?”


“ 아~! 하지만...지금 가게로 가기로...”


“ 흐흐흐~ 그거...사실은 휴가 때 어디로 갈 건지 물은 거야...후후후~”


“ 어, 어머? 나 몰라~”


“ 후후후~ 빨리 가야지? 우리 수아가 아주 급하다는데...”


“ 오, 오빠~”


“ 사랑해...수아야...그런 솔직하고 야한 모습이 너무나 예뻐...”


“ ..저도 사랑해요...


 


일어서려다가 수아에게 속삭이자 그녀의 얼굴이 아주 새빨개졌다.


정말로 활짝 피어난 한 송이의 진달래같이만 보였다.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자 부드럽게 감겨왔다.


사실은 수아보다 내가 더 급했다.


어쩌면 수아의 가게를 들어서자마자 짐승처럼 덤벼들게 될지도 몰랐다.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해 커피숍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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