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아이 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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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의 고집을 꺽 을 수 없었던 수정은, 정훈이 시키는 대로 침대에 얌전히 누울 수밖에 없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수정은 정훈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정훈은 수정이 자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당분간은 도장에 나가 모자란 것을 익히며, 사부님을 도와서 도장을 운영하면 되지만, 앞으로 자기가 할 일을 찾아봐야 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대신 가족들을 돌봐야 하는 정훈에게, 운동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고졸에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고, 그렇다고 대학을 가자니 성적이 좋지 않았다.
얼마 안 있으면 군대도 가야 될 거고, 몸은 성인이나 정신적으로는 아직 어린 정훈으로서는,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는 그런면이 부족했다.
수정이나 엄마와 의논을 했으면 정훈의 이런 고민은 쓸데없는 고민인 것을 알았겠지만, 가족들에게
돌아 온지 얼마 안 되는 정훈은, 아빠가 남겨주신 유산이 세 식구가 살아가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정훈이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 들어오세요."
문을 빼꼼히 열고 병실 안을 두리번거리고 살펴보는 연아의 얼굴이 보였다.
"연아야 들어와."
병실에 들어오는 연아의 얼굴은 피곤한 듯 보였고, 연아의 손에는 무언가가 잔뜩 들려 있었다.
"오빠! 몸은 좀 괜찮아?"
연아가 들고 온 것들을 침대 옆에 있는 탁자에 놓으며 정훈에게 물었다.
"괜찮아. 깁스하고 며칠 있다 퇴원하면 된데."
정훈의 침대 한편에서 자는, 수정을 보며 연아가 조심스럽게 정훈에게 물었다.
"언니는 나랑 같이 들어갔는데 언제 오셨어?"
"아침에 내 옷하고 병실에서 쓸 물건들 챙겨왔어."
"먹고 싶은 건 없어? 내가 간식거리를 조금 싸 왔는데."
"지금은 별로 생각이 없는데..., 사과나 깍아줘."
먹고 싶은 게 없다는 정훈의 말에, 연아가 울 듯한 표정을 짓자 말을 돌리는 정훈 이었다.
연아가 사과를 깎고 있을 때 마침 영화가 들어왔다.
영화는 들어오자마자 정훈의 침대로 와서 정훈의 손을 꼭 잡고 말을 했다.
"정훈아 아픈 데는 없어?"
"응, 괜찮아. 아참! 엄마, 연아 알지? 연아야 인사드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는 거 같아요."
"연아구나! 오랜만이네."
영화는 연아와 인사를 하면서도 정훈의 손을 잡고 놓지를 않고 있었다.
정훈의 몸을 찬찬히 살펴보다, 별 탈이 없는 것처럼 보이자 안심을 했는지 얼굴이 밝아졌다.
여럿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자 수정이 그제야 잠이 깨는지 몸을 움직였다.
그런 수정의 귓가에 정훈이 나직하게 말했다.
"엄마하고 연아 왔어."
"으응? 응~"
수정이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가며 연아와 인사를 나눴다.
"연아 언제 왔니?"
수정의 인사를 받고 연아가 살짝 웃으며 수정에게 말을 했다.
"금방 왔어요."
"엄마는 언제 왔어?"
"나도 지금 막 왔어. 오니까 넌 자고 있고 연아가 과일을 깎고 있더라."
"깨우지 그랬어."
정훈을 보며 원망하는 듯 말하는 수정에게 정훈이 웃으며 말했다.
"자는 김에 좀 더 자라고 놔뒀어."
네 사람이 이야기를 한참 나눌 때, 간호사가 와서 정훈을 진료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로 돌아온 정훈은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고, 그런 정훈을 본 세 사람은 걱정이 가득 어린 눈길로 정훈을 바라봤다.
"뭐~ 깁스만 풀면 이상 없고, 뼈는 더 튼튼해진다고 하니, 인상들 풀어~"
정훈의 농담 섞인 말에 수정과 연아는 안심을 했는지 살짝 웃었다.
영화는 그런 정훈의 말을 들으면서도 안심이 안 됐는지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침대에 앉아있던 정훈이 그런 영화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말을 이었다.
"엄마. 이상 없다니까 그러지마."
정훈이 영화의 손을 잡으며 오히려 위로를 하자 영화도 마지못해 설핏 웃었다."
정훈은 퇴원을 하고 집으로 왔다. 다리의 깁스와 가슴의 통증 때문에 혼자서는 움직이기 힘들어 하자, 영화와 수정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꼭 정훈곁에 붙어 있었다.
영화는 상속문제와 아빠가 하시던 일을 매듭지어야 해서 자주 집을 비워, 주로 수정이 정훈의 시중을 들었다.
"살살 움직이면 괜찮으니, 볼일 보러 다니라고."
"안돼. 엄마가 꼭 옆에 있으라고 했단 말이야."
"내가 어린애냐고~"
"환자잖아. 아직은 혼자서 움직이기 힘들 테니 고집 부리지 마라."
정훈은 퇴원하고 며칠이 지나자 슬슬 움직여도 될거 같아, 수정에게 나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볼일도 보라고 했지만, 수정은 완강하게 버티며 정훈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 정말 말 안 듣네."
"너나 잘 들어"
"관두자. 여자가 고집만 세 가지구"
"근데. 정훈아!"
"왜?"
"너 재수해."
"..."
"아직은 우리나라는 대학을 나와야, 뭘 해도 할 수 있어."
"차차 생각해보자."
영화가 남편의 유산을 정리하며 정훈과 수정에게 상당한 재산을 상속시켜줬고,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와 영화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사실을 알게 된 정훈은 대학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정훈의 마음을 눈치챈 수정이 재수하라며 매일 정훈을 조르고 있었다.
정훈의 옆에서 종알대는 수정이 귀엽다고 느낀 정훈은, 단아하고 청초한 수선화 같은 모습을 보이던 수정의 변신이 놀랍게 생각됐다.
-여자의 진실한 모습은 몇 개인지 모른다던데 누나도 그런 건가? 이런 모습도 나쁘진 않네.
수정의 수심에 젖은 조용한 모습이, 정훈의 일탈과 방황을 걱정하느라 보였던, 수정의 또 다른 모습의 일 부분 이라는 것을 정훈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정훈이 마음을 다잡고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자, 전의 수정의 모습과 함께, 이제는 마음이 놓여 밝아진 수정의 원래의 모습이라는 것을...
-딩동~~ 오빠 뭐해? 집에 놀러 가면 안돼? 연아 000-0000-0000
수정과 얘기를 나누던 중 메세지가 오자 확인한 정훈이 수정에게 물었다.
"연아가 놀러 오고 싶다네."
"오라고 해! 점심 전이면 같이 먹으면 되겠다."
-점심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 누나가 맛있는 거 해 준단다.
-준비하고 금방 갈게.
연아가 와서 점심을 먹고 셋은 이야기를 나눴다.
두 여자 사이에 끼인 정훈은 여자들의 수다에 정신이 없었다.
한 가지 이야기를 주제로 몇 시간이나 수다를 떠는 두 여자를 보며, 정훈은 피곤이 몰려 오는 것을 느꼈다.
"나 졸려. 방에 가서 좀 자고 싶어."
졸린다는 정훈의 말을 들은 체도 않는, 두 여자가 살짝 얄미워졌지만 어쩔 수 없이 앉아있는 정훈이었다. 두 여자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정훈에게 연아가 말했다.
"오빠 재수한다고 했다면서?"
"응? 아직 결정 안 했는데. 군대 먼저 갔다 와도 되잖아."
정훈이 연아의 말에 대답하자 수정이 정훈을 야단쳤다.
"지금 공부해도 될까 말까인데 군대 갔다 와서 될 거 같아. 공부는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거야."
수정과 연아의 말을 듣다 보니 두 사람의 말이 그럴 듯하게 들렸다.
어째거나 둘은 공부로는 전국에서 노는 사람들이니까, 둘의 충고를 듣고 정훈은 마음을 굳혔다.
"알았어. 재수할 게."
재수한다는 정훈의 말에 둘은 뛸 듯이 기뻐했다.
"오빠! 나 공부하던 책 가지고 올게."
연아가 정훈이 재수한다는 말을 번복 할까봐 겁나는지, 집에서 책을 가지고 온다고 하며 집을 나갔다. 연아를 보내고 온 수정이 정훈의 옆에 앉으며 정훈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
"엥? 내가 재수한다는 게 뭐가 고마워?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지."
"아빠 돌아가신지도 얼마 안 되는데, 너마저 군대 가면 엄마하고 나는 너무 외롭잖아."
"그건 그렇군. 그럼 앞으로 잘해."
정훈이 장난으로 잘하라고 하자, 수정은 그런 정훈에게 더 잘하겠다며 정훈을 당황 시켰다.
정훈이 다리의 깁스를 풀고 도장에 가자 사부가 웃으며 반갑게 맞아 줬다.
"깁스 풀었네. 갑갑했지."
"좀 그랬죠"
정훈이 웃으며 대답하자 사부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정훈에게 물어봤다.
"재수하기로 했다며?"
"네"
"운동하며 공부하기 만만치 않을 텐데."
"열심히 해야지요."
"그래.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안 되는 게 없는 거야. 지난번 대회는 재수가 없기도 하고 아무래도 체중 면에서 많이 차이가 나서 어쩔 수 없었다."
"네. 키 차이도 크고, 특히 몸무게가 30kg 이상 차이 나니까, 파워에서 많이 부족 하더라고요."
"스피드로 만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지, 너무 차이가 나면 한방에 가는 거라..."
"이제는 체중도 좀 늘려야겠어요."
"스피드를 살리면서 체중 늘리기가 만만찮을 텐데. 어쨌건 노력해보자."
정훈은 사부에게 내일부터, 운동을 하겠다고 말하고는 도장을 나섰다.
도장을 나서며 정훈은 휴대폰의 시계를 보고 연아와의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았다.
연아와 저녁을 먹기로 하고 시간을 맞췄는데도, 사부님과 얘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약속 시간에 맞추기가 아슬아슬해졌다.
정훈이 간신히 약속시간에 맞춰 카페에 도착하자 연아가 와 있었다.
꾸밀 줄 모르는 정훈은 아무거나 대충 입었지만, 연아는 정훈과 데이트가 오랜만이라 한껏 모양을
낸 차림새였다.
"오빠 여기야"
정훈이 카페에 들어오는 것을 본 연아가 손을 흔들며 정훈을 불렀다.
"일찍 왔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지금 왔어."
정훈이 일찍 왔냐고 묻자 연아도 지금 막 왔다며 웃으며 대답했다.
정훈은 윤아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다. 좀 있으면 연아도 입학해서 새내기로 학교에 적응을 해야 할 테니 시간을 내기 만만찮을 테고, 자기도 재수를 하기로 했으니 학원이라도 다니며 공부를 해야 했고, 틈이 난다고 하더라도 운동도 병행해야 해서 시간 내기 힘들 것 같았다.
어쩌면 당분간은 둘이 만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니, 지금 이 시간이 더 재미있고 더 소중해졌다.
연아도 정훈과의 이 시간이 소중하고 좋은 건 마찬가지였다. 정훈이 별말을 안 하다, 한 마디씩 던지는 재미없는 농담에도 연아는 자지러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정훈은 배도 출출했고 집에서는 영화와 수정의 과 보호 때문에 한동안 못 먹은 술도 한잔할 겸, 단골집으로 연아를 데리고 갔다.
"이모, 저 왔어요."
카운터에 있던 주인아줌마가 정훈을 반겨 맞았다.
"이게 누구야, 정훈이 아니야? 많이 다쳤다더니 괜찮아?"
"이제는 다 낫어요. 여기는 지난번에 같이 왔었던 제 친구 에요."
정훈이 인사를 시키자 연아가 인사를 했고, 주인아줌마도 반겨 맞아줬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더 예뻐진 것 같네."
"감사합니다."
연아가 웃으며 인사를 받자 정훈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예뻐지긴요, 더 사나워진걸요.
연아는 아줌마가 주문을 받고 상차림을 준비하러 간 사이, 정훈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야!~"
정훈이 엄살을 떨며 옆구리를 문지르자, 물을 가지고 온 아줌마가 웃었고, 그 모습을 본 연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얼굴을 들지 못 했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었다. 정훈이 그릇에 찌개를 떠 연아에게 앞에 놓아 주고는 먹으라고 말했다.
"맛있게 먹어"
"오빠도 먹어"
정훈은 연아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자기 잔에 술을 따랐다.
그런 정훈을 보며 연아가 뾰로퉁해서 말했다.
"내가 따라 줄려고 했는데..."
그런 연아를 보며 정훈은 술을 한 번에 마셔 버리고 술잔을 연아에게 내밀었다.
연아가 환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술병을 잡고 술이 넘칠세라 조심히 따랐다.
"술을 따르는 게 무슨 제사 지내는 거 같다."
정훈이 웃으며 말하자, 연아가 술병을 내려놓고 술잔을 잡고 정훈에게 내밀었다.
"오빠의 완치를 축하하며, 위하여~"
"위하여~"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하며 대작을 하다 보니, 술기운이 서서히 오르는 걸 느꼈다.
연아를 보니 얼굴에는 홍조가 어려 있고 말도 좀 취한 것처럼 보였다.
"연아야 이제, 그만 먹어야 할 거 같다. 너 취한 거 같아."
"나 이 정도엔 끄떡없어."
"그럼 딱 한 잔만 더 먹어. 나머지는 내가 먹을게."
한 잔만 더 먹으라는 정훈의 말에 연아는 빈 잔을 정훈에게 내밀고 따르기를 채근했다.
"나 한잔 더 먹고 따라줄게."
정훈이 술을 마시고 연아의 잔에 술을 따라주자, 연아가 병을 건네 받으며 정훈의 잔에 술을 채웠다.
둘이 술집을 나선건 10시가 훌쩍 넘었을 때였다. 정훈은 늦었다며 연아를 집에 바래다주려 했다.
연아는 같이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해서 일찍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직 11시도 안됐잖아. 오늘은 늦는다고 말하고 나왔단 말이야."
"지금도 늦은 거야."
"싫어, 2시까지 들어가면 된단 말이야."
"어휴!~ 고집은~ 그럼 추우니까, 어디 들어가 있자."
자기의 고집을 꺽지 못 하는 정훈을 보며, 연아가 이겼다는 듯 주먹을 꼭 쥐고 "아자"를 외쳤다.
*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이 글은 흐름이 완만하게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작가의 필력 부족으로 스토리 전개나 묘사에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군요.
*글을 다 써놓고 보면 어색한 부분이 많아 엎고, 또 엎고 이러다 보니 주간연재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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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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