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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우연(雨緣)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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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456 회 작성일 24-02-25 05: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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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익~’


 


오래된 경첩이 약간 녹이 슬어 내는 소음에 자신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은근히 신경을 긁어대는 저 소리를 들을 때마다, 오늘은 꼭 윤활유를 사다가 저걸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막상 방을 나서면 금새 까먹어버리곤 한 지가 이미 오래였다.


무슨 상념 속으로 그리도 깊이 빠져들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아마, 그냥 멍하니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담배가 비에 흠뻑 젖어서, 길다란 재를 매단 채로 꺼져있는 모습이 마치 나를 원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으~응? 벌써 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비가 들이치는 창문을 닫고서 돌아서며 말을 건네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기울여 수건을 쥐고서 머리카락을 말리는 수아가 보였다.


내 옷으로 갈아입은 탓에 마치 포대자루를 뒤집어쓴 것처럼 돼버린,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웃음이 나오지를 않았다.


아주 가늘고 새하얀 몸이었다.


시골의 한적한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떠올랐다.  


수수하면서도 너무 짙지 않은 은은한 향기를 풍겨 미소를 짓게 하지만, 한편으론 왠지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지도록 만드는 그런 쓸쓸한 느낌의 들꽃 말이다.


저 가녀린 몸을 품에 안을 때마다 밀려들던 알 수 없는 서글픔의 정체가 바로 저것이었나 보다.


 


그때 상체를 숙이는 수아의 몸 한쪽으로 옷이 축 늘어지면서 둥그스름한 어깨가 드러났다.


‘ 꼴깍~’ 하고 자신도 모르게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천둥처럼 커다랗게 귀를 울렸다.


한쪽이 거의 드러난 새하얀 어깨 위로 가느다란 살색 끈이 보였다.


뽀얀 살결에 얌전히 달라붙은 그 끈이 살짝 솟아오른 빗장뼈의 끝부분을 가로지르고서, 그 아래쪽의 옷 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명치 부근이 마치 불덩이를 삼킨 것처럼 뜨거워졌다.


그리고는, 비좁다는 듯이 혈관을 마구 밀치며 내달리는 더운 피를 따라 화끈거리는 그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 이, 이런~!’


 


아랫도리가 뻐근하게 당겨오면서 하의가 불편해질 정도로 급속하게 부풀기 시작한다.


담배를 피우면서 겨우 가라앉혔던 흥분이 아까보다 더욱더 빠르고 강하게 밀려왔다.


 


“ 안 씻어요? 오빠.”


“ 으, 응..씻어야지.”


 


머리를 숙이고서 수건으로 한참 털고 있던 수아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면서 물어오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서, 침대 위에다 두었던 수건과 옷가지를 낚아채서 허둥지둥 방을 빠져 나왔다.


왠지 뒤통수가 따갑게만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도둑이 제 발 저린 탓일 거라고 생각했다.


 


 


“ 아이~ 참? 빨리요~”


 


벌써 거의 5분 가까이를 이렇게 옥신각신하고 있는 중이었다.


손목을 잡아 끌면서 재촉하는 수아를 난처하게 내려다보았다.


침대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수아의 반바지에서 빠져 나온 매끄러운 허벅지가 자꾸만 눈길을 붙든다.


또다시 심장의 박동이 거세지면서 머리끝까지 쭈뼛해지는 느낌이다.


이래서, 불편하게 바닥에서 그러지 말고 같이 눕자는 수아의 권유에도 내가 계속 버텼던 것이다.


아까도 살짝 드러난 어깨와 브래지어 끈만 보고서 당장에 그런 반응이 왔는데, 저 매혹적인 여체가 바로 옆에서 그 향기를 뿜어낸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이 뻔했다.


아마 잠은 고사하고, 참느라 스스로 허벅지를 찌르는데 필요한 바늘이 한줌은 있어야 할 것이다.


 


“ 수아야. 그러면 서로 불편해서 둘 다 제대로 못 잘 거야. 그러니까...”


“ 오빠, 제발~ 네? 생각을 해봐요, 침대주인을 바닥에다 눕혀놓고 잠이 오겠어요?”


“ 그렇긴 한데,”


“ 치이~ 오빠가 고집이 있다지만, 저도 한 고집을 한다고요~ 네?”


 


이제는 거의 젖을 보채는 아기처럼 칭얼대는 수준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까지 매달리다시피 애원하는 수아의 모습이 아주 기쁘다.


그리고, 그런 걸 떠나서 저렇게 올려다보는 간절한 눈빛에 더 이상은 버틸 재간이 없었다.


 


“ 알았어, 알았으니까 어서 누워. 시간이 많이 늦었어. 피곤하지 않아?”


“ 헤헤헤~ 이겼다~”


“ 하하하~”


 


혀까지 쏙 내밀면서 좋아하는 수아의 투명한 웃음에 그냥 너털웃음을 짓고 말았다.


 


‘ 휴~ 이제부터 인내력 테스트의 시간인가?’


 


하지만, 지금 내가 속으로 한숨을 짓고 있다는 걸 수아는 절대 모를 것이다.


 


 


 


‘ 생각처럼 쉽지가 않은 거구나....이런 게...’


 


드라마나 소설 같은 걸 보면 꽤나 낭만적이고 멋있어 보이더니 실제로 당해보자 이건 정말로 고역이었다.


비록 최대한 몸이 닿지 않게 애를 쓴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싱글베드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한 이불 안에 나란히 누운 여체가 몸을 뒤챌 때마다, 무심결에 닿는 신체를 통해서 전해주는 부드러운 감촉과 따스한 온기가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더군다나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이 은은한 체취의 유혹은 정말로 참기가 힘들었다.


이 정도라면 바늘이 한줌이 아니라 아예 몇 통은 필요할 거 같다.


‘두근두근’ ‘새콤달콤’ 또 어떤 표현이 있을까? 하여간에 붕 뜨면서도 행복한 기분이었다.


술에 취한 듯 신열에 들뜬 듯 이런 몽롱한 상태로 드러누워서, 숨을 죽인 채 천장만 바라보고 있은 지가 정확히 얼마나 된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수아도 내 상태와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몸을 꼼지락거리다 조금 전 등을 보이고 돌아누운, 수아의 숨소리가 지나치게 조용한 걸 보면 아직 잠들지 못한 게 분명했다.


 


“ 자요? 오빠?”


“ 아니...왜? 잠이 안 와?”


 


긴장감 속에 유지되던 정적을 깨고서, 수아의 어깨너머로부터 들려온 낮은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


 


“ 으~음,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 헤헤~ 아니면 오빠 때문에?”


“ 그, 그~을..쎄....”


 


침대가 출렁하더니 예고도 없이 갑자기 몸을 돌린 수아에 숨이 턱 막혀왔다.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린 새카만 머리카락에서 윤기가 흘렀다.


닿을 듯 말듯한 코끝과 촉촉한 느낌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입술로부터 불어오는 따스한 숨결이 꽃 내음을 전해준다.


그리고 바로 저것, 호수같이 맑고 깊은 눈동자가 분명 잠깐이나마 내 심장을 멈추게 했던 것도 같다.


도톰하고 새빨간 입술이 살며시 벌어져, 너무나 깨끗하게 보이는 하얀 이빨이 눈을 부시게 한다.


게다가, 장난스레 던지는 수아의 물음 또한 다시 한번 심장을 떨리게 만든다.


 


“ 팔 좀 이리 줘봐요, 오빠.”


“ 으, 응...이렇게?”


“ 와~ 좋다~! 헤헤~~”


“ 수, 수아야...”


 


가뜩이나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판국이었다.


아래쪽이 불같이 뜨거워지고 회음부가 당길 정도로 성기가 단단해진 것에도 제대로 신경을 못쓸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수아의 말에 거의 반사적으로 팔이 나간 게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정신이 든 건, 아니 완전히 나가버렸다는 게 더 맞겠지만, 수아의 머리가 그 위에 올라온 다음이었다.


팔을 누르는 묵직하면서도 따스한 체온, 정말로 오랜만에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수아가 내 팔을 베고 누운 것이다.


 


“ 오빠의 가슴이 너무 포근하고 따스해서, 어쩌면 팔을 베도 무척 편할 것 같더니 정말 그런걸요?”


“ 좋아? 편해?”


“ 네, 오빠...”


“ ..그래. 그러면 그렇게 자...난 괜찮으니까...”


 


너무나 편안해서 저절로 잠이 온다는 것처럼 수아가 눈을 스르르 감고 소곤거린다.


그런 그녀의 길게 휜 속눈썹을 응시하면서 조용하게 말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팔베개를 해주고, 그 잠든 얼굴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행복한 기분을 주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비록 오래된 기억이긴 했지만 그것마저 잊어버릴 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연인이 아니기에 이렇게 지켜만 봐야 하는 거라면 행복보다는 고통일 거다.


그렇다고 해도 좋다.


지금 이 순간 이렇게 가까이서 수아를 느끼며 평화롭게 잠든 모습을 지켜볼 수만 있다면, 그 정도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가 있었다.


 


“ 이런 거...참 오랜만이에요...”


“ ......”


 


과거를 떠올리고 있었기에 가슴이 뜨끔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만 같은 예리한 아픔이 느껴졌다.


오랜만이라는 그 말, 그렇다면 이건 나만의 옛추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 아~ 오, 오해는 말아요, 오빠.”


“ 으, 응...뭘?”


 


그런 내 심경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던지 수아가 갑자기 당황해 하며 말했다.


지난 밤에도 여러 번 실수를 했었는데 또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은 척을 했다.


이렇게 하면, 아마도 수아는 앞에 했던 말까지 대충 얼버무리면서 쉽게 넘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 저...그런 사람 없어요...”


“ ..그게..무슨?”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귀에는 분명하게 들렸다.


아니, 아예 귀청에 새겨지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아까 키스가 끝나고 난 다음부터 너무나 듣고 싶었던 말이라 그런지도 몰랐다.


그래도 제대로 이해가 잘 안 간다는 듯이 다시 물어보았다.


환청이었던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 환희의 찬가를 한번 더 듣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 ..아까 오빠가 물어보려고 했던 거....전 누구를 사귀거나 하는 그런 거 없어요...지금은..”


 


역시, 예상처럼 아까 수아는 분명히 내가 하려는 말을 알고서 미리 막은 것이었다.


왜 그랬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어쨌던 당장에는 그걸 따질 이유도 그럴 정신도 없었다.


환호라도 지르면서 수아를 뜨겁게 포옹하고 키스를 퍼붓고만 싶었다.


몸을 틀어 수아의 목 밑으로 들어가있던 팔로 어깨를 감싸면서, 다른 팔로는 잘록한 허리를 안았다.


 


어깨를 안은 팔꿈치로 바닥을 짚으며 상체를 일으켜 내려다보자, 숨이 찼는지 수아는 입술을 살짝 열고서 새근거리는 숨결을 토해낸다.


립스틱이 다 지워졌는데도 여전히 저렇게 붉다니, 어쩌면 저 빛깔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화장을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가지고 싶다.


또다시 아까처럼 저 선명한 입술과 그 안에 숨은 달콤함을 맛보고 싶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손끝에 살짝 닿았던 한없이 부드러운 젖가슴을 마음껏 만지고, 너무나 매끄럽게 보이던 허벅지의 살결을 쓰다듬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 제가 좋아요?”


“ 그래, 내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그때, 수아가 손을 들어 내 뺨을 쓰다듬으면서 물어왔다.


 


“ 저도 오빠가 좋아요. 너무 포근하고 따뜻하고...보고만 있어도 자꾸 눈물이 나올 것 같고..하지만...”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수아의 손바닥에서 따끈따끈한 열기가 전해졌다.


왠지 물기가 서린듯한 떨리는 속삭임에서도 뜨거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깊고 잔잔하던 눈동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뭔가 주저하는 것만 같은 수아의 모습이 오히려 발화스위치를 눌러버렸다.


 


“ 아~”


 


수아의 허리를 안았던 손을 올려 뺨을 만지면서 물기가 언뜻 비치는 눈시울을 닦아주자, 짧은 탄성을 토해내고는 눈을 감는다.


손바닥으로 따스하게 느껴지는 발그레한 얼굴과 함께 촉촉하게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빨간 입술이 눈앞에 가득했다.


하늘하늘했던 가을 들녘 코스모스는 어느새 져버리고, 화사한 봄날의 연산홍이 피어나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현기증을 느낄 것만 같은 붉디 붉은 빛깔, 나비처럼 그 찬란한 꽃잎으로 내려앉았다.


살며시 혀를 밀어 넣으니 이번에는 수줍음을 떨쳐버리고서 대뜸 달려와 이리저리 쓰다듬어본다.


말랑말랑한 살덩어리가 내 혀를 감아 쥐고 안달을 하는 동안, 수아의 뺨에 있던 손으로 목덜미와 귀를 만지자 부르르 떠는 게 느껴졌다.


귓불을 살짝 잡았다가 그 위쪽의 좁다란 홈을 더듬는 순간 몸을 움찔움찔하면서 혀를 더욱 강하게 빨아왔다.


 


문득, 수아가 막 씻고 들어왔을 때 자신을 숨막히게 했던 그것이 떠올랐다.


손을 내려 다시 목덜미를 쓰다듬고 미끄러지면서 어깨 쪽을 향했다.


딱히 뭘 하겠다는 생각이나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마음의 물길을 따라 손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뿐이었다.


볼록 솟아오른 가느다란 빗장뼈의 바로 위로 오목하게 패인 홈이 만져졌다.


어깨를 부드럽게 거머쥐면서 엄지로 그곳을 문질러보자, 수아가 또다시 몸을 부르르 떨며 콧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때, 손바닥으로 좁다란 끈이 닿았다.


이 끝에 달린 브래지어 속의 탐스러운 젖가슴이 연상되면서, 아까부터 딱딱해져 있던 성기가 꿈틀거렸다.


 


이것이 동물적인 욕정이라고 욕해도 어쩔 수가 없다.


구태여 그걸 부정하거나 미화할 생각도 않는다.


지금 난 수아의 모든 걸 가지기를 원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그리고 영혼까지, 아주 소소한 마지막 한 조각도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내게 있어선 이 전부가 사랑이었다.


어느 하나가 빠진 게 아닌 완전한 사랑을 수아에게 바라는 것이다.


 


어깨를 쥔 채로만 망설이고 있던 손이 드디어 브래지어 끈을 따라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산 속에서 잠깐 느껴보았던 부드러운 살결이 얇은 천 속에서 만져지면서, 구릉에다 첫발을 디디는 순간 갑자기 수아가 손목을 잡아왔다.


완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가늘고 작은 손이었지만, 마치 호랑이의 턱에라도 물린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영원히 내 혀를 탐하고만 있을 것 같던 수아의 입술이 떨어졌다.


 


“ 하아~아~ 오빠...”


“ 수아..야..”


 


젖가슴의 언저리에 놓인 손바닥 아래로 브래지어의 끝부분이 살짝 만져진다.


그리고, 내 손목을 잡은 채로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수아의 젖은 눈빛, 우리 둘은 눈을 마주친 채 침묵하고 있었지만, 이미 많은 대화가 오가는 중이었다.


애원과 애원이, 그리고 설득과 설득이 치열하게 맞서며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내 손이 스르르 미끄러지며 그 자리를 떠났다.


 


“ ...오빠...”


“ 으, 응?”


 


일으켰던 상체를 다시 침대에다 눕히고서, 수아에게 팔베개를 해준 채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데 속삭임이 들려왔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커다란 눈동자가 여전히 뜨거움을 간직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한번 가슴 속에서 열기가 솟구치면서, 저곳으로 뛰어들어 녹아 들고만 싶어진다.


 


“ 저 좀 안아줘요...조금 전같이...”


“ 그래, 이리와...”


 


수아 쪽으로 몸을 돌려서 마주 안았다.


보드라운 머리카락이 코끝을 간질이면서 따스한 숨결이 턱에 부딪친다.


포근했다. 그리고, 또다시 갈증이 커졌다.


 


“ 더 꼭 안아줘요...허리도 꽉...”


 


수아의 어깨를 감싸 당기면서도, 그냥 놓여만 있던 허리의 손에다 힘을 주었다.


그러자, 수아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면서 몸이 완전히 달라붙어왔다.


가슴팍을 눌러오는 뭉클한 느낌, 그리고 그와 동시에 폭신한 수아의 아랫배를 여전히 기세 등등한 성기가 쿡 찔렀다.


순간적으로 기둥전체가 살 속으로 푹 파묻혔다가 반발력에 다시 튀어나오는 것 같은 감촉이 아찔하기만 하다.


하지만, 곧바로 당혹감이 밀려들었다.


 


“ 그냥, 그냥 이대로 있어요, 오빠..제발...”


“ ..그래...알았어...그럴게..”


 


수아가 움찔하는 것과 함께 하체를 뒤로 빼려는 순간 그녀의 팔이 허리를 감아오면서 소곤거렸다.


수아 역시 외로움에 많이 목말라했던가 보았다.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은 무시하고 이렇게 서로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 오빠...전 어린애가 아니에요....”


“ 맞아...넌 어리지 않아...”


 


부드럽게 속삭이는 음성이 따스한 숨결을 타고 귀가에서 몽롱하게 맴돈다.


그리고, 난 그것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 ..절 안고 싶어요?”


“ 수, 수아야?”


“ 그랬잖아요? 전 어리지 않다고....”


“ ...그...래...”


 


내 가슴 속을 꿰뚫고 들어오는 한마디에 흐릿하던 정신이 번쩍 깨어났다.


그리고, 수아의 허리를 놓고 몸을 뒤로 빼려 하자 더욱더 강하게 안아오면서 다시 말했다.


맥이 탁 풀리면서 수아를 껴안았다.


아니, 내가 수아에게로 안겼다.


 


“ 절 사랑해요?”


“ 그래...그런 것 같아...아니, 맞아...틀림없어..널 사랑해...믿기 힘들지는 모르겠지만...”


 


까맣게 잊었다시피 했던 탓인지, 아니면 다시는 뱉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던 때문인지, 순간적으로 그 말이 잘 나오지를 않았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긴 해도,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게 진실이었다.


어쩌면 그건, 지금도 밖에서 내리고 있는 저 비 때문인지도 모른다.


 


“ 믿어요, 오빠...하지만 그래선 안돼요...”


“ ...그런 거니?”


 


그랬었다.


결국엔 거절의 의미였다.


그렇다고 수아가 지금까지 나를 가지고 놀았다는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를 않았다.


어떻게 보면 내 욕심이고 착각이었다.


 


“ 오빠가...좋아요...너무 좋아서 가슴이 벅차요...어쩌면 사랑인지도 모르죠...믿기 힘들진 모르겠지만...후후~”


“ ...고마워...수아야...”


 


내가 했던 말을 장난스럽게 그대로 되돌려준 수아의 말에 가슴이 터져버리는 것만 같았다.


벌써 몇 번째 수아의 말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었지만, 전혀 부끄럽다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냥 너무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런 떨림의 감정이 조금 낯설긴 했다.


 


‘ 그렇다면 조금 전 그 말은 뭐지? 내가 부담스럽다는 뜻일까? 왜?’


 


다만, 수아의 말에서 약간의 혼란을 느꼈다.


 


“ 절 안아도 좋아요...”


“ 수, 수아야?”


“ 절 가져도 좋다는 말이에요...”


“ 헛~!”


 


잘못 알아들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수아가 곧바로 확인을 시켜주었다.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기뻐하고 감격을 해야 하는데도 그러지가 않다.


그건 수아의 목소리에 담긴 어두운 회색빛깔 때문이었다.


 


“ 대신...저를 사랑하지는 말아야 해요...오빠...”


“ 수아야..그게 도대체 무슨,”


“ 제가 오빠를 사랑해도, 오빠는 절 사랑하지 마세요...그래야만 해요...그렇게만 약속해줘요..”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쉬기가 곤란했다.


수아가 한 말은 결국 그냥 육체만 가져가라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화를 내고 버럭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수아 자신은 나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단다.


아니, 조금 전 수아가 했던 말로 보면 이미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밑도 끝도 없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내뱉다니!


하지만, 한가지만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분명히 수아는 자기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저런 말을 한 것일 게다.


도대체 어떤 사연인지는 몰라도 분명히 아픈 상처가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커다란 상흔, 어쩌면 그래서 그 영혼에 서린 슬픈 체취를 맡고 정신 없이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


 


“ ...미안해...약속할 수가 없어...이미 늦어버렸거든...”


“ 그러면 안돼요...정말...”


“ 기다릴게...네가 마음을 완전히 열 때까지...”


“ 흑...흑...안 되는데...흑...오빠...”


 


꽉 끌어안으면서 이마에다 입술을 대자 수아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이렇게 번번히 울리기만 하는 못난 연인이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조금 전 수아가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는 말을 할 때, 내 심장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와버렸다.


수아를 내 마음 속에서 지우려면 아마 심장의 일부분을 잘라내야 할 것이다.


어쩌면 또 한번, 아니, 예전보다 더 큰 상처를 받게 될지도 모르지만 돌이키기엔 이미 늦었다.


수아의 떨림이 계속 되고 있었다.


 


 


‘ 아~! 수아...’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팔을 누르는 묵직한 느낌과 품에 안긴 따스하고 보드라운 감촉에 안심이 되었다.


언제 잠이 들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수아의 울음이 조금씩 잦아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보면서 혹시나 깰까 숨소리마저 조심했던 것까지가 마지막 기억이었다.


 


‘ 후~ 아무리 장마라지만 정말로 쏟아 붓는구나, 부어..’


 


완전히 동이 터지 않은 건지 아니면 비 때문인지는 몰라도, 들려오는 빗소리와 함께 아직도 어둠이 조금 남아있는 게 창문 밖으로 보였다.


 


‘ 어? 이, 이건? 언제 이렇게 된 거지?’


 


그제서야 마주보고 잠들었던 수아가 품에 안긴 채 등을 보이고 돌아누워있는 걸 깨달았다.


왠지 완고하게만 느껴지는 좁은 등이, 몸을 웅크리고 꽁꽁 숨어버린 수아의 상처받은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온다.


하지만, 그런 씁쓸한 감정과는 상관없이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두근거리게 하고 있었다.


지난 새벽 결국에 좌절되고 말았던 그 갈망이 이렇게 쉽게 이루어질 줄이야!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손아귀에 부드러운 젖가슴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비록 두 겹의 천이 가로막고는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말랑말랑한 촉감과 따스한 포만감은 너무나 생생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손바닥을 살며시 찌르는 작은 돌기까지도 느낄 수가 있었다.


 


갑자기 온몸이 더워지면서 아랫도리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성기가 완전히 발기가 된 채로 수아의 엉덩이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때였다.


움찔하고 수아의 몸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순간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가슴이 죄어들면서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 휴~~’


 


다행히도 깬 것 같지는 않았다.


긴장이 확 풀어지면서 등으로 축축하게 땀이 배인 걸 그제야 알았다.


조심스럽게 아랫도리를 떼어내면서 손바닥에 느껴지는 아찔한 감촉을 뒤로 하고 손을 폈다.


 


“ 그냥 그대로 있어요...오빠...”


“ 흡~ 수, 수아야...깼어? 그, 그러니까...”


“ 괜찮으니까 그냥 있어요...5분만...딱 5분만...네?”


“ 그, 그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간이 떨어지는 줄만 알았다.


그리고, 수아가 젖가슴에서 떨어지려는 내 손을 위에서 감싸 쥐더니 지긋이 눌렀다.


조심스럽게 몰래 만지던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전해졌다.


부드럽고 따스한 살 속으로 손가락이 파묻히고는 탱탱한 탄력이 전해진다.


그러자, 엉거주춤하게 멈추었던 아랫도리에서 성기가 부르르 떨며 수아의 엉덩이를 건드렸다.


 


“ 훗~”


“ 미, 미안해...”


“ 호호~ 아니에요...오빠가 무척 건강한 것 같아서 저도 기뻐요...”


“ 수아야...”


 


장난기가 조금 섞인 수아의 밝은 목소리가 지금까지 겪어본 그 어떤 유혹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자신도 모르게 손에 잡힌 젖가슴을 거머쥐면서 상체를 일으켜 수아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뻗었다.


수아도 내 목소리에 담긴 무엇인가를 느꼈던지 뒤로 얼굴을 돌리면서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 이렇게 계속 잤으면 좋겠어요....”


 


키스가 끝나고도 여전히 내게 젖가슴이 쥐인 채 안겨있던 수아가 소곤거렸다.


 


“ 자...더 자도 돼...내가 깨워줄게...”


“ 아니에요...이젠 그만 가야죠...조금만 더 있으면...오빠가 가라고 밀어내도 못 갈 것만 같아요....”


 


이건 분명히 사랑의 고백이었다.


가슴 속에서 따스하고 달콤한 감정이 피어 올랐다.


점점 더 깊이 수아에게 빠져든다.


 


“ ..그래...우리 너무 서두르지는 말자...차근차근..조금씩...”


“ 오빠...”


“ 강요하지는 않을게...대신 억지로 외면하지도 마...알았지?”


“ ...네...”


“ 자...씻어...나가서 간단하게 뭘 먹고 차 타는 데까지는 내가 바래다 줄게...”


“ 알았어요...”


“ 사랑해...수아야...”


“ ....오빠...”


“ 괜찮아...지금은 대답하지 않아도 돼....네가 내킬 때 나중에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서는 수아의 등뒤에다 대고 그 말을 하자 순간 주춤하더니 돌아본다.


기쁨과 슬픔 그리고 감동과 미안함, 이런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보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 삐익~’


 


방문의 경첩소리가 이렇게 기분 좋게 들린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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