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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의 눈을 가진 남자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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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321 회 작성일 24-02-25 04: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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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설민정 part.3

수혁의 입에서 길게 담배연기가 뿜어졌다.이곳은 민정의 회사 근처에 있는 커피숍이었다. 예상대로 하루빨리 돌아왔다는 말을 했을때 민정은 깜짝 놀라면서도 너무나 좋아했다. 그녀는 지금 사업가 답지 않게 최대한 빨리 일을 처리하고 있을것이다. 일에 손에 잡힐리가 없다.하루만 안봐도 보고싶은 연인을 며칠동안 못보다가 보게 되었다고 하니 일이 눈에 들어올리가 만무했다.

‘역시 오고있군.’

커피숍 창밖으로 부랴부랴 민정이 잰 걸음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급하게 신경쓴듯한 화장과 검은 정장 차림의 그녀.수혁은 담배를 비벼끄고 머리를 살짝 다듬었다.민정이 커피숍문을 열고 두리번거리는 그 찰나 수혁은 먼곳을 응시하며 괴로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오빠!”

민정은 주변시선을 아랑곳않고 수혁을 보자마자 달려와 살짝 끌어 안았다.다행히 한가한 시간이라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어디보자. 우리민정이 여전히 이쁘네.”

“근데 오빠는 왜그래? 왜이렇게 핼쓱해진거야?”

“그래?민정이 보고 싶어서 잠을 못자서 그런가보다.”

“피..뭐야.”

민정은 싱글싱글 웃으며 수혁의 맞은편에 앉았다.수혁은 웃고 있었지만 뭔가 씁쓸해 보이는 어두운표정이었다.

“진짜 왜그래…무슨일 있어?”

“아니.아무것도 없어.진짜야.”

수혁은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하지만 민정의 표정은 근심이 가득했다.언제나 당당한 수혁의 이런모습은 그녀로써는 처음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무슨 담배를 이렇게 많이 피웠어.”

수혁의 앞에 있는 재털이에는 담배꽁초들이 꽃꽂이 수준으로 꽂혀있었다.그와 너무나 잘어울리는 수혁의 후줄근한 모습.수염은 불규칙적으로 자라있었고 얼굴에 생기는 하나도 없었다. 그 모습을 위해 수혁은 며칠동안 면도도 안하고 하루종일 쫄쫄 굶은데다가 잠도 고작 세시간만 잤을 뿐이라는 것을 그녀가 알리는 없지만.

“그냥…너 기다리다가 지루하다보니까..”

“오빠…무슨일 있는거지?그렇지?”

“아니래두 그러네..”

수혁은 민정의 볼을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쓰다듬는 표정에서 무언가 슬픈 느낌을 주기위해 그윽한 눈빛을 보내는 연출도 잊지 않았다.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봐도 근심으로 가득찬 상태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보는 모습이었다.

“오빠…나 사랑하잖아…근데 왜 말안해줘…무슨일있는거 맞지?그렇지?”

수혁은 괴로운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물었다.공사에 있어서 모든연기력을 집중해야 하는순간이 바로 지금이기도 했다.민정은 안타까움과 불안함.걱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말없이 수혁을 달랬다. 간간히 였지만 수혁은 땅이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었다.

‘설마…헤어지잔 말은 아니겠지….’

민정은 속으로 그것만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얼마만에 자신을 설레게 한 남자인지 모른다. 이유는 알수 없었지만 이 사람과 눈이 마주쳤던 그 순간부터 자신은 이미 수혁이라는 남자를 마음속에 계속해서 담아두고 있었고, 그 사람과 사랑이 시작됬다고 믿었다.하지만 자신의 손을 불안한지 꼭 잡고 있는 수혁을 보며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시간 괜찮으면…잠깐 나가서 술한잔 할래?”

“술?”

의아하게 되묻는 민정을 이끌고 수혁은 묵묵히 커피숍을 빠져나왔다.민정은 왠지 모르게 수혁의 손이 차갑다는 생각을 했다.표정에는 온갖 착잡한 마음이 다 담겨있는 듯한 그를 보면서 민정은 왠지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시간이 마침 저녁시간인지라 술집에 가는것이 이상하지 않았다.자신이 일을 끝내고 올 정도 였으니 이미 날은 꽤 어둑어둑해 지고 있었다.

“소주한병 주세요.안주는 아무거나 주시고..”

“네. 알겠습니다.”

점원에게 주문을 하자마자 또 담배를 피워무는 수혁.민정은 수혁이 이렇게 담배를 많이 피면서 불안해 하는것을 본적이 없었다.자신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왔다.

“오빠…..”

수혁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하지만 힘없는 표정으로 민정을 바라보았다.살짝 볼을 타고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수혁은 손을 뻗어 닦아주었다.

“울지마.바보같이.아무말도 안했는데.”

“그치만 오빠가 이런모습 보인적 없었잖아.”

민정의 눈에 비친 수혁은 언제나 멋있었고 자신의 일에 후회를 안하는 사람이었다.추진력이 있었으며 어떤 고난에도 약할거 같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이렇게 초췌한 모습을 보니 민정은 가슴이 찢어질듯 아팠다.

“일이 잘 안되었던 거야?”

시간이 지나고 민정이 조심스레 물었다.때마침 주문한 술이 나오자 수혁은 소주를 잔에따라 입에 털어넣었다.

“나도 한잔줘.”

수혁은 살짝 민정을 바라보고는 그녀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민정도 똑같이 수혁처럼 술을 마셨다.술을 잘 못하는 민정이라 너무나 입에 썼다.하지만 지금은 술을 마셔야만 될거 같았다.

“응…좀 심각하게….일이 어긋났어.”

“왜? 무슨일 때문인데..”

수혁은 쉽사리 입을 열지 않고 술잔을 비웠다.민정은 속이 타들어 가는것만 같았다.몇분의 정적끝에 수혁이 끝내 입을 열었다.

“L/C클래임이 걸렸어.그것도 전량…”

무역을 하는 민정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물건을 선계약하고 컨테이너를 뜯었는데 물건의 하자 또는 오류,수량이 맞지 않는 다거나 사기를 당했음을 의미했다.물론 광범위한 뜻이 내포되어 있는 말이었지만 지금 수혁의 상황으로 봐서는 그것이 맞는 모양이었다.

“어머…어쩌다가..”

“오래 거래하던 사람이라 내가 너무 믿었나봐.물건이 아예 없어.그 사람은 연락도 안되고…이번 수출건때문에 투자자들한테 선불로 받은 돈이 모두 날아가 버린거야….”

“어쩜…그런….”

수혁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손을 꾹 잡았다.하지만 수혁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미안해.,.너한테 이런모습보여서…나 이번거 잘되면…너랑 행복하게 살고 싶었어. 사실 너만나면서 스케쥴 바쁜 내가 싫었어.매일처럼 너 보고 싶은데…그래서 이번건을 무리하게 진행시켰어.당분간 바쁘지 않아도 될 만큼…미리 일을 다 해놔 버리고 싶었어. 이제 너랑 자주 만날수 있다고…그렇게 믿었는데..”

수혁의 말에 쉴새없이 민정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항상 바쁜 그가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었다.같은 무역을 하는 사람인데도 자신에 비해 너무나 바빴던 그 사람.하지만 수혁도 자신을 만나기 위해 일을 무리하게 진행시켰다는 소리를 듣자 가슴이 찡해왔다.

“그래서,….어..얼마나 손해를 본거야?”

민정이 조심스레 물었다.수혁은 돈 이야기만 들어도 괴로운듯 술잔을 비웠다.

“십억이 넘어가. 대략적인것은 회사를 없에서라도 막을수 있었어.아직은 내 자금으로 운영하는 회사니까 가능했고….그런데 그것으로 투자자들 돈을 다 막기는 글렀어.이제 빚더미에 앉게 됐으니….도대체 무슨 낙으로 널 봐야할지…미안하다…미안해 민정아.”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그래서 얼마정도 되는거야?해결할 돈이..”

“3억정도…”

힘겹게 고개를 떨구는 수혁을 보며 민정은 재빨리 머릿속에서 계산을 했다.단가가 센 보석류를 취급한다면 그정도 빵구가 날 법도 했다.그리고 자신의 현재 입장을 생각해보니 그다지 크게 어려운 돈도 아니었다.

“내가 해줄게.그거…응?”

“뭐…라구?”

수혁은 어이없다는 듯 민정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신념에 차 있었다.오히려 돕는게 기쁘다는 것처럼 그녀는 웃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수 있어 그정도면..”

“그만해.”

“응?”

“그만하라고.나 비참하게 만들지 마.”

“오빠 그런게 아니라 난…”

“민정아.도대체 왜그래.니가 그럴까봐 나 이야기 안하려고 했어.나도 남잔데 너한테 이런모습 보이고 싶었겠니?그런데 거기다 대고 도와준다니…도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고 그러는거야 도대체.”

“오빠…”

“그만해.내가 알아서 할거야.앞으로 한 일주일정도 뛰어다녀보면….”

민정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일주일이라니…3억을 구하기 위해 어떻게든 돌아다닐것이 아닌가.너무 싫었다.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고생을 하는것은 죽어도 싫었다.게다가 일주일은 자신과 함께 있지도 못할거 아닌가.민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빠…나 사랑해?”

“무슨소리야 지금 상황에서.널 사랑하니까 너한테 이런말하는게 괴로운거야.”

“그럼 오빠 자존심 버려줘.내가 도와줄게.그냥 주는거 아냐.오빠가 갚으면 되잖아.그러니까 제발…응?”

“민정아…너 도대체..”

수혁은 괴로운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물론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나 오빠 이렇게 괴로운거 싫어.그러니까….내가 도와 줄테니까….다시 일어나줘.응?”

수혁은 아무말없이 또 한번의 술잔을 비웠다.워낙 스트레이트로 마신탓에 소주병은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다시,,,,못일어날지도 몰라….”

“상관없어….그리고 난 믿어.오빠라면 잘 할수 있을거야.”

수혁은 마지못하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허락의 뜻으로 안 민정은 너무나 밝게 웃었다.그에게 도움이 된다는게 이렇게 기쁜것일 줄이야. 서른이 되도록 이런사랑은 처음하는것만 같았다. 이미 민정에게는 3억이 어떻게 되던간에 관심밖의 일이었다.중요한 것은 수혁이 그 돈 덕분에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날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모텔에 들어가 서로를 탐닉했다.민정은 처음 수혁과 섹스를 했을때보다 몇배나 더 적극적으로 수혁의 품에 안겨왔다.수혁으로써는 서비스 차원의 모텔행일지 모르지만 민정에게 있어서 수혁이 자신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힘을 얻기를 바랬다. 저번엔 수혁이 자신을 위해서 애무를 해주었지만 이번에는 민정이 적극적으로 수혁의 몸을 애무했다.

“으음…”

수혁은 살짝 탄성을 질렀다.민정이 가슴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혀로 타고 내려갔기 때문이었다.이렇게 적극적일 여자일줄은 수혁도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그녀의 입속으로 불끈 솟아오른 자지가 스르르 빨려 들어간다.너무나 부드럽고 뜨거운 감촉에 수혁은 몸을 살짝 비틀어야 했다.능숙하진 않지만 애정이 잔뜩 들어간 애무였다.알몸의 민정이 열심히 자지를 빨아주는 모습은 누가봐도 너무나 매혹적인 장면이었다.민정의 타액으로 수혁의 것이 맨들맨들해 졌을때쯤 민정은 천천히 수혁의 몸위로 올라탔다.

“아앙..”

수혁의 바로앞에 민정의 균형잡힌 가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몸을 파는 매춘부처럼 익숙한 여성상위는 아니었다.중간중간 민정의 보지에서 흔들리던 수혁의 것이 쑥 빠져나가버리기도 했다.하지만 수혁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몸을 흔드는 민정의 몸짓에 수혁은 자기도 모르게 조금은 감동하고 말았다. 수혁은 자신의 몸을 타고 리듬감있게 허리를 흔드는 민정의 가슴을 살짝 움켜쥐고는 그녀와 함께 호흡을 맞춰 허리를 움직였다. 민정의 양 볼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천천히 쾌감으로 물들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것도 수혁으로써는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흐응…흐응..”

이제는 수혁이 반대로 올라타서 그녀의 몸안에 벌겋게 달아오른 자지를 진입시키기 시작했다.급하게 소주 한병을 비우고 와서인지 평소보다는 감각이 무뎌져 있었다.덕분에 흥분에 예민할대로 예민해진 민정의 몸은 몇번이고 달아올랐다가 절정으로 갔다가를 반복했다.누군가의 섹스가 이렇게 행복한 것은 처음이었다.예전에는 사귀던 남자의 요구에 마지못해 몸을 주었지만 지금 그녀는 너무나 행복했고 수혁을 원하고 있었다.설령 그가 성욕을 위해 자신을 범한다 해도 민정은 너무나 행복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허억…허억..”

“아흥..아앙…아앙,,,.”

한참을 자신의 몸안에서 왕복운동을 하던 수혁의 자지가 스르르 빠져나오면서 하얀 정액을 분사하기 시작했다. 민정의 온몸을 적셔버리듯 수혁의 분신들은 민정의 상반신위에 가득 뿌려졌다.
수혁이 민정의 몸을 티슈로 닦아 주었다.둘의 몸은 이미 애액으로 질펀했기에…그리고 이렇게 닦아주는것이 수혁으로써는 마지막 배려였기 때문이었다.

“휴우..”

담배연기가 허공으로 뿜어졌다.민정은 수혁의 품에 꼭 안긴채 떨어지질 않았다.평소에 그렇게 싫은 담배연기지만 그와 떨어지기는 싫었다.수혁을 기쁘게 해주었다고 생각하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그녀였다.

“민정아.”

“응?”

“기다릴수 있겠지?나도 참고 기다릴테니까.”

수혁의 말에 민정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그가 홍콩으로 가서 일을 해결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민정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류의 일에 있어서는 현지에 가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동종업계에 종사하는 민정이 왜 모르겠는가.수혁으로써는 돈을 받고 잠적할 만한 좋은 핑계가 생긴것이다. 물론 간간히 이메일이나 컴퓨터로 연락하면 된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 버린다 하더라도 민정의 기억속에 자신은 돈먹고 튀어버린 남자로 남지 않는다. 일이 잘 해결이 안되어서 안돌아온다고 생각할 그녀라는것은 수혁도 뻔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민정이 본 수혁의 성격상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수혁이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기다릴게.보고싶어도 꾹 참을래.사진보면서..그리고 홍콩에서 오래 있을거면 꼭 전화만들어서 나한테 전화해줘…꼭…”

수혁은 몸을 틀어 민정을 끌어 안았다.꼭 감은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것을 수혁도 볼수 있었다.이제 한동안 못보리라고 생각하니 나올 눈물일 것이다.수혁에게 있어서는 다시는 안보게 될 민정이겠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달랐다.항상 이런 씁쓸한 마음이 남는다는게 이 직업의 단점일지도 모른다.

"매료안에 사람의 기억을 지우는 기능도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쪼옥.

수혁의 키스에 민정은 또 한번 매혹적인 알몸을 수혁에게 밀착시켰다.밤이 깊어가도록 두 남녀는 그렇게 몇번이고 서로를 탐닉하고 있었다.




-
한산한 강물이 흐르고 있다.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받아 수면에서 반사되는 빛에 수혁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선글라스를 썼어도 눈쪽으로 파고드는 빛은 어쩔수가 없었다.조그만 조각배를 타고 강의 중심부까지 온 수혁은 정종을 한잔 따라 강물에 뿌렸다.

“나 왔어.늦어서 미안해 할머니.”

오늘이 할머니의 기일이었다. 수혁은 후회하고 있었다.유언에 따라 화장을 해서 강물에 뿌리기는 했지만 할머니가 남긴 돈으로 어떻게든 묘지를 마련했어야만 했다.그렇게 못한것이 할머니에게 미안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바람이 불며 물살이 일었다.수혁이 타고있는 배가 살짝 심하게 흔들렸다.

“미안해.이 일 금방 끝낼 거니까….그렇게 화내지 마.”

수혁은 씁쓸한 마음으로 또 한잔의 술을 뿌렸다.민정과의 일이 있는지 벌써 한달이 가까워 지고 있었다.김노인에게 마련한 대포통장에 정확히 3억이 입금되었고,예정대로 윤수혁이라는 남자는 이제 사라졌다.등장이 그러했듯이 사라지는것도 빠른것이 바로 자신의 직업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민정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그저 추억속의 남자가 될 것이다.

워낙 큰 오다였다 보니 상철에게 중개료를 주고 유경에게 어느정도 성의를 보이고도 꽤 두둑한 성과였다.물론 지난 1년간 이런 오다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동안 몇천만원짜리 오더에 묶여 있다가 간만에 큰 건을 해결한 것이다.

우우웅.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휴대폰 벨소리를 싫어하는 수혁은 언제나 진동으로 해두었다. 매번 바뀌는 핸드폰이지만 바뀔때마다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상철뿐이다.물론 가끔 상철을 통해 유경이 연락을 취하기도 하지만.

“어..무슨일이냐.”

-너 어디냐?또 그 강에서 똥폼 잡고 있냐?-

“이제 돌아가려고.”

-다 알아 임마.안그래도 형이 직접 내려오셨다.-

“지금 어딘데?”

-차로 들어가면 헤맬거 같아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니가 틈만 나면 거길 가는거 같길래.빨리 나와라.-

상철은 수혁이 이곳에 있을거라고 알고 찾아온 모양이었다.노를 저어 뭍으로 간 수혁은 차 시동을 걸고 내리막길을 향해 차를 몰았다.오다가 아니면 상철에게 연락이 올일은 없다.

한참을 내려가니 상철의 고급차가 보였다.민정의 공사가 끝나면 중개료로 차를 바꾼다 하더니 진짜 바꾼 모양이었다.

“여어~여기다 여기.”

수혁은 상철의 차 옆에 간단하게 주차를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상철은 그동안 꽤 바깥을 돌아다녔는지 얼굴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나름 가게도 운영하는데다가 조직의 유일한 중개인이다 보니 휴가지에서 그을릴 만큼 한가한 이는 아니었다.아마 오더를 따는 도중에 꽤나 돌아다닌 모양이었다.

“어.오랜만이다.”

“새끼.무뚝뚝하기는.”

“유경이 형님은 잘 계시냐.”

“안그래도 너 한번 보고싶으시다고 하시더만.야 형님이 널 그렇게 이뻐하는데 와서 한번씩 얼굴도 비추고 그래라.매번 공사끝나고 싸가지없이 돈만 찍 입금시키고 쌩까지 말고.”

“알았어.안그래도 한번 뵈려던 참이니까.됐고 본론부터 말해.”

“하여간 까칠한 새끼.”

상철은 이내 능글능글한 웃음을 흘리며 차문을 열고 다시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중개인인 상철의 서류라면 뻔한거 아니겠는가. 잘 알고 있던 수혁이었기에 선글라스를 벗고 상철이 내민 서류를 개봉했다. 언제나 처럼 파파라치 뺨치게 정교하게 찍은 여자의 사진이 있었다.회사 유니폼같은 옷을 입고 있는 2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는 눈웃음을 치고 있어 눈모양은 알 수 없었지만 꽤나 미인이었다.

“이름은 유리나. 성이 유씨고 이름이 리나란다…무슨 양년도 아니고…흠..암튼 SJ파이넨셜 이라고 증권회사 알지?거기 팀장이란다.나이는 스물 여섯. 월급쟁이긴 해도 증권사라서 꽤나 연봉도 높은데다가 잘가는 냄비인 모양이야. 이 형님의 판단에 의하면 5천은 나올 오다같아서 뽑아왔다.물론 뭐 얼굴도 괜찮고.”

넌 항상 얼굴만 따지는 지랄같은 놈이잖아….라고 하려는 것을 상철은 꾹 참았다.할머니의 유골을 뿌린 강에 있는 수혁은 언제나 심기가 별로였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증권회사라…”

상철의 설명을 들으며 수혁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역시나 수혁의 취향을 잘 아는 상철인지라 이번에도 꽤나 미인을 데려오긴 했지만 아직 공사가 끝난지 한달이 겨우 되었을 뿐이라 약간 망설여지는것도 사실이었다.보통 그런 공사를 하고 나서는 3개월정도는 푹 쉬는게 정석이었다.

“자..그리고 이거는 이여자 경력하고 프로필.”

상철이 내민 서류에는 그녀의 출신학교와 입사정보를 비롯 세세한 사생활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명문대를 졸업한 꽤나 똑똑한 여자였는데 이례적인것은 증권회사에 오자마자 초고속으로 승진을 했다는 사실이었다.스물여섯의 증권사 팀장은 솔직히 흔한 것이 아니었다.게다가 그녀의 출신학과는 증권과는 전혀 관련없는 사회복지 학과였다.

‘대충….사이즈가 나오긴 하는데…’

한참을 망설이는 수혁을 보며 상철은 더운지 손으로 부채질을 해댔지만 재촉하지는 않았다.어차피 그는 중개인이다.수혁이 싫다고 하면 조직내의 다른 선수에게 오다를 전달하면 그만이었다.

“좋아.공사 들어간다. “

“오호.하긴 그 여자 얼굴보면 공사비고 뭐고 일단 들어가고 싶긴해.꽤 괜찮게 생겼잖아.”

“일단은….할배부터 찾아가서 이것저것 만들어야 겠군.”

“어떤식으로 공사칠건데?”

“내 방식대로 할거야.이번에는 바람잡이는 필요없을거 같다.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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