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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Circle-A...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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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769 회 작성일 24-02-25 03: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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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5월.


찬웅은 이제 2학년이 되었다. 그는 키가 160센치가 넘어 또래들보다 훨씬 컸고, 힘은 성인들 못지않았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었지만 모든 면에서 동창들을 압도했다. 마을에서는 개천에서 용 났다는 소리를 듣고 있어 숙정은 어깨가 으쓱했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으로 행복해하는 엄마를 본 찬웅은 어쩌면 숙정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어, 미자와 하는 공부에 더욱 열심히 임했다.




하지만 학교 수업은 재미가 없었다. 선생들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찬웅은 지금 이미, 고3 수험생의 수준을 초월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따분하면서도 초조했다. 찬웅은 미자에게 월반에 대해 물었지만, 그녀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웃으며 조금 더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찬웅이 국민 학교만 졸업하면 사법고시를 준비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해줬다.




찬웅은 한번도 사법고시에 대한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하루빨리 서울대학에 입학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뿐이었는데, 미자의 생각은 2009년을 경험한 찬웅보다도 현실적이었다. 학력, 연령, 횟수제한이 없는 사법고시를 패스하기만 하면 찬웅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미자의 말을 들은 찬웅은 그녀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고, 다시 조급함을 버리고 차분해 질 수 있었다.




미자로 인해 다시 차분함을 찾은 찬웅은 학교에 다니면서 40년이나 넘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당시엔 찬웅이 또래들에 비해 키가 작아서 항상, 맨 앞에 앉아야만 했었고 여자애 중엔 벌써 156센치나 되는 애도 있었다.




상철은 여전히 작았는데 몸이 말라서 더욱 작아보였고, 여자애들에게도 두들겨 맞아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그 당시 가장 크고 싸움도 잘했던 태영과 형우가 이제는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형우와 태영은 읍내에 있는 오락실에 갔다가 흠씬 두들겨 맞고 온 일이 있었는데, 찬웅이 녀석들에게 복수를 해준 적이 있었다.




녀석들은 읍내에 있는 학교의 6학년생들이었지만 찬웅에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처음엔 3대1로 벌어졌던 싸움이 10대1로 벌어졌고, 나중에 녀석들은 중학생들 까지 데려왔는데 그들은 잭나이프까지 소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학생들조차도 찬웅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말았다.




찬웅은 녀석들에게 이겼지만 귀찮기도 하고, 하이에나처럼 덤벼오는 놈들에게 너무나 화가 났다. 숫자를 늘려서 덤비던 놈들은 점점 칼, 쇠파이프, 자전거 체인까지 들고 왔고, 염산을 뿌리는 놈까지 있었다. 찬웅은 엄청난 순발력으로 염산공격을 피하긴 했지만 팔을 다치고 말았다. 그 일로 눈이 뒤집혀버린 찬웅은 기어코 놈의 팔을 부러뜨려 버렸고, 겁을 먹은 녀석들은 친구도 버리고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그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염산에 닿은 팔은 제 빠르게 옷을 벗고 물로 씻어냈는데도 쓰리고 아팠다. 아픔이 자신의 팔을 타고 뇌로 올라오자 찬웅은 이성을 잃어버렸다. 그는 도망간 중학생 녀석들 집을 일일이 찾아가 기다리다가 한 놈씩 조져놓았다. 쪽수가 많을 때는 거들먹거리던 놈들이 혼자서 찬웅과 마주치자 모두들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팔이나 다리 하나를 부러뜨려 놓고 나니, 더 이상 찬웅에게 덤비는 놈들이 없어졌고, 읍내에서 찬웅을 보게 되면 모두들 줄행랑을 쳐버렸다.




이 일로 인해 찬웅은 학교에서 선배라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는 영웅이 됐고, 그의 말은 선생들 말보다도 더한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40년을 넘게 산 찬웅이지만 자신은 현재 9살, 국민 학교 2학년에 불과했다. 차이가 많이 났지만 그와 싸웠던 놈들도 어리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모두 어린 애 답지 않았다. 어른들은 착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애들은 덩지가 작은 어른이었다. 그들은 언제든지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고, 어른 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로 어리지 않다는 생각에 찬웅은 착잡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장희연 선생이 찬웅은 남으라고 했다. 친구들은 모두 우르르 몰려 어딘가로 달려갔고, 찬웅은 희연과 함께 시험지 채점을 함께했다. 태영과 형우의 시험지를 채점하면서 찬웅은 너무나 기가 막혔다. 녀석들은 어떤 과목에서도 30점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상철만이 평균 70점을 넘을 뿐이었다. 




“찬웅아, 내가 너무 수업을 잘 못하는 거 아니니? 음...애들 성적이 너무 현란하다 현란해...!”

희연은 채점을 하면서 한숨을 몰아쉬었고, 찬웅은 피식 웃었다. 찬웅은 항상 그렇듯이 그녀가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희연은 화장실에도 가지 않을 것 같았다. 희연의 긴 목과 함께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 그리고 봉긋한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빵빵한 엉덩이와 쭉 뻗어 내린 종아리와 앙증맞은 발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채점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더니 기어코,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희연은 내리는 비를 보며 찬웅을 걱정했는데, 그때 비를 흠뻑 맞은 형우가 교실로 들어왔다. 찬웅이 형우를 보니 입술에서 약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형우야?”




희연의 물음에 형우는 말이 없었다. 찬웅은 그런 형우를 살피다가 희연을 안심시킨 뒤 그를 데리고 교실을 나왔다. 희연은 걱정이 많이 되는지 내리는 비를 맞으며 뛰어와서는 기어코 우산을 주고서야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찬웅은 형우가 태영과 싸웠다는 얘기에 피식 웃었다. 형우와 태영은 항상, 싸우면서도 금방, 친해졌기 때문이었다. 찬웅은 형우를 데리고 태영의 집으로 가보니 그의 엄마 순희만 있고, 태영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순희는 찬웅과 형우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꿀물과 함께 과자를 내 주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40년을 넘게 산 찬웅의 입맛에도 과자가 맛있었다. 9살의 나이답지 않은 몸이었지만 그 속성만은 갖고 있는 것이라고 찬웅은 생각했다.   




형우와 찬웅이 과자를 다 먹을 즈음 태영이 들어왔다. 그는 형우를 보더니 피식 웃었고, 형우도 웃었다.




“야, 그런데 봇대 아저씨가 죽었어...완전히 새카맣게 타서 말이야!...”




“뭐? 봇대 아저씨가? ...언제...?”




태영의 말에 형우가 놀라서 되물었고, 찬웅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가 죽은 시간은 저녁이 아니라 아침이었다. 찬웅은 정확한 날짜는 모르더라도 밝은 날이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자신이 기억하는 사건은 일어나는데, 시간은 달랐다. 하지만 그딴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은 숙정이 자신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불안했다.


찬웅은 머릿속이 혼란해져 태영의 집을 나섰다. 아직도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어서 앞을 분간하기도 힘들 지경이었지만, 아무 느낌도 없었다.




[엄마가 나를 떠나는 것인가? ...그건...운명인가?...도저히 어떻게 되돌릴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란 말인가?...]




정신없이 걷다보니 찬웅은 큰 길을 벗어나 지름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그 길은 좁고 무서워서 낮에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가끔 번개가 치기도 했지만 찬웅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그가 좁은 길을 따라 정신없이 코너를 돌아갈 때, 갑자기 누군가 길 옆의 숲에서 굴러 떨어져 찬웅 앞에 쓰러졌다. 그리고는 뒤이어 다섯 명의 사내가 뛰어내려 쓰러진 남자를 에워쌌고, 위에서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퍼뜩 정신이 돌아온 찬웅이 산 위로 뛰어 올라가자, 여자가 옷이 벗겨진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가자 번개가 치며 장희연 선생의 모습이 들어났다. 겁을 먹은 채 입술까지 떨며 희연은 울고 있었다. 블라우스가 벗겨져 브래지어를 한 가슴이 보였고, 치마는 찢어져 허연 허벅지가 그대로 보였다. 순간적인 일이라 찬웅도 정신이 없었다. 밑에서는 다시 싸우는 소리가 격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저 찬웅이에요...!”   




희연은 놀라다가 찬웅을 확인하고는 갑자기 도망가라고 외쳤다. 그러자, 그녀의 소리를 들었는지 두 남자가 달려왔다. 녀석들은 검정 교복을 입고 있는 고등학생들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할 겨를이 없었던 찬웅은 그들을 막아섰다. 찬웅이 또래들에 비해 훨씬 컸지만, 놈들은 고등학생이라 키와 덩지가 찬웅보다 훨씬 더 컸다. 찬웅에게 당했던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놈들이었고, 다시 태어나기 전 과거에 숙모인 자영을 강간하고 개처럼 끌고 갔던 놈들과 비슷해 보여 찬웅은 전에 없이 긴장을 했다.




남자들은 긴장해서 올라왔다가 앳돼 보이는 찬웅을 보고는 실실 웃기 시작했다. 찬웅은 녀석들의 표정을 보고는 일단, 안심이 되었다. 그들이 방심하는 만큼 자신이 훨씬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 놈이 찬웅에게 다가가자 그는 다가오는 녀석을 피해, 뒤에서 방심하고 있던 놈의 턱을 정확히 가격했다. 




찬웅에게 턱을 맞은 놈은 컥, 소리를 내며 얼굴부터 땅에 쳐 박고 쓰러져 누웠다. 먼저 다가온 놈은 깜짝 놀라 방어를 취했지만, 찬웅의 달려오는 속도를 이기지 못했다. 녀석도 찬웅에게 정확히 배를 맞고는 얼굴부터 땅에 쳐 박으며 쓰러져버렸다. 두 녀석이 찬웅에게 당한시간은 불과 10초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불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차...찬웅아...”




희연이 찬웅을 보고 당황한 얼굴로 쳐다보며 말했다. 찬웅은 희연에게 다가와 블라우스를 여며주었고, 자신의 우산을 씌워주었다.




“이제, 괜찮아요 선생님...안심하세요...어디 다치신 데는 없죠?”




“나, 난 괜찮아 찬웅아, 그 남자...그 남자 애는 어떻게 됐어?...”




희연의 말에 찬웅이 어리둥절해 졌다. 그녀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찬웅이 돌아보자, 번개가 번쩍이며 그의 얼굴이 보였는데 얼굴엔 피가 흥건해 마치 괴물 같았다. 그의 모습을 본 희연이 비명을 질렀고, 찬웅이 다가오는 그의 앞을 막아섰다.




“찬웅아!!...그 남자애는 아니야!!...나를 구해준 애야 찬웅아!!...싸우면 안돼!!!”




희연의 말에 찬웅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일단은 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만을 하고 있자니 피를 뚝뚝 흘리며 남자가 다가왔다. 어둠에 익숙해진 찬웅이 교복의 명찰을 보니 그 남자의 이름이 보였다. 유경수...라고 적혀있었다. 이름을 확인한 찬웅은 오래전 기억이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희연은 경수에게 강간당했다는 소문이 났었고, 그 일로 전근을 가야했다. 그리고 경수는 신군부가 권력을 잡은 뒤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는 소문이 들렸었다. 찬웅은 혼란스러웠다. 소문과는 달리 지금 상황은 오히려 경수가 희연을 구해준 것이 아닌가?




“꼬마...!...니가 ...한 짓이냐?...”




경수는 피 범벅을 한 얼굴로 쓰러진 놈들을 둘러보고는 찬웅에게 말했다. 찬웅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그럴 거면...조금만 더 빨리 오던가...!...제길...!”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하던 경수는 비틀거리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희연은 다가와 경수를 살피더니 그를 업으려고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찬웅이 경수를 어깨에 둘러메고 산을 내려갔고, 희연이 따라왔다. 밑에 길로 내려와 보니 세 놈이 고꾸라져 있었다. 




찬웅은 급한 대로 가까운 학교로 달려갔고, 관사로 들어가 경수를 뉘였다. 당직 선생은 황당한 얼굴로 서 있다가 희연의 설명을 듣고는 경찰에 신고했고, 30분이 지나서 응급차와 경찰차가 도착했다.




성폭행은 친고죄였다. 2009년을 경험한 찬웅도 이런 사건사고를 많이 봤지만 피해자인 여자들이 숨기고 피해서, 가해자는 풀려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더군다나 여선생 입장에서 그런 일을 당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었지만 희연은 모든 일을 차분하게 경찰에게 설명을 했고, 정신을 차리고 큰 길로 걸어오던 녀석들은 모두 체포되고 말았다.






놈들은 경수와 같은 고3 학생들로 읍내에서 알아주는 주먹들이었다. 경수도 싸움을 잘 하긴 했지만, 타고난 성품은 싸움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처럼 싸움에 휘말릴 뿐이었다. 희연을 강간하려던 놈들은 이미, 자기들 끼리 조직을 결성한 하이에나 같은 녀석들이었다면, 경수는 호랑이 같은 남자로 독불장군이었다. 그들과는 서로 알고는 있었지만 어울리는 일은 없었다.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치안이 너무나 개판이어서 강간 사건이 비일비재했었다. 심지어 신군부가 삼청교육대까지 만들어서 교화를 시킨다고 설레발을 쳤지만, 80년 대 후반엔 경기가 활성화되고 향락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부족한 여자들을 납치해 사창가에 팔아버리는 인신매매가 사회적인 문제가 될 정도였다.  






병실에 누워 잠이든 경수를 보던 희연은 찬웅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행이다, 찬웅아...그렇지?”




찬웅은 험한 일을 당한 희연이 자기 자신보다도, 경수와 찬웅 자신을 걱정하는 희연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찬웅은 희연에게서 미자의 모습이 겹쳐보였고, 희연의 의연한 모습에 자신의 불안감이 희석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경수는 의사의 만류에도 퇴원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희연이 제지하자 어찌된 일인지 경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포기 했다. 찬웅이 보기에 경수는 희연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경수의 미래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는 찬웅은 그를 이대로 놔둘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수를 방치한다면 그는 분명, 삼청교육대로 끌려가고 말 것이었다.




찬웅은 고민 끝에 미래의 일은 빼고, 경수의 상황만을 미자와 의논을 했고, 그녀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경수가 따라줄지 의문이라고 했다. 미자가 말한 방법은 경수가 대학에 입학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는 똑똑한 사람들과 돈이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룰대로 움직여가는 사회라고 했다. 평범한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룰대로 움직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미자가 찬웅에게 사법고시를 보게 하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경수야...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는 꼭 졸업하는 거야 알았지?”




“...알았수다!...졸업장이 뭐 그렇게 밥 먹여주는 거라고 똑 같은 소리들을 하는 지 원...! 그리고 뭐냐...나이 차도 별로 안 나는데 거 서로 반말은 하지 맙시다. 나 보다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원~” 




희연은 경수의 말에 깔깔대고 웃으며 그의 볼을 잡았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찬웅이 깜짝 놀랐다.




“야, 너 까불지 마, 임 마! 6년 이면 밥그릇으로 따져도 얼만데 차이가 없냐?”




“아, 거 사람들 보는데 창피하게...에이, 잘 가슈!~”




터미널에서 망신 아닌 망신을 당한 경수는 휙 돌아서서 걸어갔다.




“경수야! 네가 졸업하면 키스해 줄게!!!”




경수는 그 말에 돌아섰고, 터미널의 모든 사람들이 희연과 경수를 쳐다봤다. 그는 얼굴이 새 빨게 지며 줄행랑을 쳐버렸고, 희연과 찬웅은 피식 웃었다.




“찬웅아, 경수 참 귀엽지 않니?”




험한 일을 겪었음에도 당당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희연이 너무나 멋진 여자라고 찬웅은 생각했다. 자신도 희연처럼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해 맑게 웃으며 버스에 올라 손을 흔드는 희연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찬웅이 경수의 집 쪽으로 달려갔다. 어떻게 해서든 경수를 도와주고 싶었다. 분명히 경수는 희연을 사랑할 것이었지만 자신의 한계 때문에 포기했을 것이었다. 찬웅은 그것이 싫었다. 과거에 자신을 보는 것 같아 경수가 그렇게 포기하는 모습이 보기가 싫었다.




“경수는 친구들이 찾아와서...나갔는데...저기 산으로 올라가더구만...”




경수의 집에 도착하니 그의 할머니가 찬웅에게 말했다. 경수의 집은 집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모습이었고, 할머니는 굽어진 허리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집을 나온 찬웅은 걱정이 됐다. 그가 아는 경수에겐 친구라고는 없었다. 그렇다면 친구란 놈들은 그 놈들 뿐이었다. 찬웅은 바람 같은 속도로 산 위를 뛰어올라갔다. 미친 듯이 달려 올라가 보니 그의 예상대로 이 지역에서 주먹을 쓰는 놈들이었고, 희연을 강간하다가 잡혀간 놈들과 북두칠성이란 조직을 만든 놈들이었다.




5명이 뒤에서 둘러싸고 있었고, 그들 앞에선 4명이 경수를 패고 있었다. 찬웅이 달려들려다가 멈추고 나무에 몸을 숨겼다. 경수가 전혀 반항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4명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던 경수가 쓰러지자, 놈들이 경수 앞에 일렬로 다리를 벌리고 늘어섰다. 경수는 상체를 일으켜 개처럼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개처럼 기고 기어서 9명의 다리 사이를 기어서 통과했다. 그러자 맨 앞에 있던 놈이 경수 앞으로 걸어가 그의 배를 걷어차 버렸다.




“뭐야, 이 새끼!! 이제 와서 무슨 졸업장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이게 뭐야 새끼야!!!”




무슨 일인지 더욱 화가 난 놈이 경수를 차고 짓밟았고, 경수는 전혀 반항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다. 한참을 때리던 놈은 경수에게 침을 뱉고는 먼저 내려갔고, 다른 놈들이 그를 따라 내려갔다. 경수는 대자로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서 하늘만 보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찬웅은 경수가 왜 웃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꼬마야, 이제 나와도 돼!!!”




찬웅은 경수를 생각해서 오늘은 그냥 돌아가려고 했는데, 들켜버려서 멋쩍은 얼굴로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왜 그냥, 맞고만 있었어요?”




“하하하, 그럼 쟤네들하고 싸워? 노, 노, 노!~~ 쟤네들 못 이겨...!”




그의 말은 단호했다. 찬웅도 경수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았다. 하이에나 같은 인간들이 조직이란 것을 결성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리 실력이 좋은 주먹이라고 하더라도 저들을 이 길수는 없었다. 차라리 이렇게 한 번 머리를 숙여주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형, 대학에 가요!...”




“자다가 웬 봉창 두들기는 소리냐?”


“갈 수 있어요, 형! 제발 포기하지 마요, 형은 할 수 있어요!”




경수는 흥분해서 말을 하는 찬웅의 말에 기가 막혔다. 자신은 지금 겨우 졸업장이나 따보자고 성질 죽이고, 쳐 맞은 건데 얘는 지금 한 술 더 뜨고 있었다.




“뭔 헛소리야, 임마! 그 일로 너랑 나랑 친군 줄 아냐? 그 재수 없는 피비케이츠 때문에 가뜩이나 피곤해 죽겠고만...빨리 꺼져 임마!!”




찬웅은 경수의 말에 몸을 일으켜 세웠다.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 ##공장으로 찾아오세요...”






경수는 희연의 부탁대로 학교에 충실했지만 희연이 그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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