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12편.
페이지 정보
본문
가을이 중반으로 접어들 때, 은아는 서울 본사로 올라갔다. 사업의 덩지가 너무 커져서 전문 경영인 체제인가 뭔가로 전환한다고 들었는데, 아직은 완벽히 정리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낮 시간엔 주로 수민과 지냈다. 그 일이 있은 후, 수민은 완전히 내게 빠져들었는데 양순은 그녀의 애를 봐주는 등 우리를 배려해주었다. 나는 별장에서 지냈고, 오전 10시쯤이 되면 수민이 차를 끌고 별장으로 오는 식이었다. 아파트에선 남의 시선을 신경 써야 했지만, 이곳에선 수민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애정표현도 과감했다.
예전 수민과 사귈 때나, 결혼한 후에도 수민은 내게 이런 표현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럼, 수민이 국현과 살면서는 어땠을 까? 두 사람의 생활이 어떤지는 알 수 가 없었지만, 나와 관계를 맺고, 계곡의 일을 거치면서 수민이 들떠있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차분하게 바라봐 주는 그의 모습에 난 당황스러웠다.
승백, 병숙과 준규, 혜경부부와 규식, 영인과 두석, 양순부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동거관계로 살더라도 여느 부부와 다를 것이 없었던 것인가? 더군다나 국현의 반응은 다른 부부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그건 마치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수민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 자식아! 라는 것으로 보여 무척이나 짜증이 났다.
난 수민과 영화도 보고, 찜질방도 다니는 등 정서적인 데이트 위주로 즐기다가 오늘은 수민을 데리고 서울에 올라갔다. 인사동에 들른 나와 수민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그녀는 스무 살짜리 처녀처럼 뜰 떠서 나와의 데이트를 즐겼다. 더군다나 내가 해 준 메이크업과 내가 골라준 패션은 여느 서울 여자들보다 나았기 때문에 수민은 전처럼 촌스러운 모습을 버리고 점점 변한 자신의 모습을 즐기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은 후 밤이 깊어갈 무렵, 난 수민을 데리고 단골이었던 청담동 쪽의 클럽으로 직행했다.
“여기...나 같은 아줌마가 들어가도 돼요?”
“수민씨, 지금 수민씨를 쳐다보는 남자들 보여요? 저 녀석들 아마 수민씨가 아줌마라는 걸 믿지 못할 겁니다.”
“그래요?”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수민은 긴장을 풀고, 이젠 음악에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데리고 젊은애들 속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수민의 몸 뒤로 붙은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였고 수민도 엉덩이를 비비며 리듬을 탔다.
“수민씨는 지금 20대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그냥...그렇게 믿고 즐기면 됩니다...날 믿고...”
예전, 수민을 데리고 나이트클럽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도 수민은 낯설어 했지만 술이 조금 들어가자 내가 놀랄 정도의 모습을 보여줬었고,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었다. 그때는 내가 춤을 잘 추지 못해 수민을 맞춰주지 못했지만, 이젠 나도 20대들 못지않게 춤을 잘 췄기 때문에 수민과 나는 클럽 분위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20대로 보이는 놈들은 계속 수민과 나를 쳐다봤고, 짧은 스커트 밑으로 보이는 그녀의 다리와 살짝살짝 보이는 수민의 젖가슴을 쳐다보고 있었다. 수민도 몸이 좋은 녀석들의 몸을 살피며 야릇하게 그들을 쳐다봤다.
“수민씨...어떤 일이 생겨도 수민씨 뜻대로 하세요...모든 것을 본능에 맞기고 수민씨가 원하는 것을 하세요...알았죠?”
수민은 귀속을 간질이는 내 속삭임에 고개를 끄덕였고, 난 미친 듯 몸을 흔들어대는 그 속에서 빠져나와 어두운 곳에서 수민을 살피기 시작했다. 수민이 혼자가 되자, 연예인처럼 잘 생긴 녀석이 그녀의 뒤에 붙었고, 수민은 나로 착각했는지 그와 엉덩이를 비비며 춤을 추다가 녀석을 보고, 주위를 살피더니 이내 젊은 녀석과 미친 듯이 몸을 비비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수민은 빠져들고 있었다. 내가 예상한대로 수민은 자유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시골 아파트에 살던 수민은 이제, 청담동 클럽에서 젊은 남자를 유혹할 수 있는 여자로 거듭나 있었고, 그녀는 그 짜릿한 맛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소위 부비부비란 것은 옷을 입고하는 섹스와 같았다. 지금 수민은 젊은 녀석과 미친 듯이 섹스를 하고 있었다. 놈과 수민은 이제 정면으로 사타구니를 붙인 채로 몸을 비벼댔고, 녀석의 동료로 보이는 잘생긴 놈들이 둘러 싼 채로 수민의 엉덩이와 젖가슴을 만져댔다. 그녀의 모습에 내 생각이 맞았음을 느꼈다. 수민은 갈증에 시달리고 있던 것이었다. 저런 여자가 어떻게 하다가 국현같은 남자를 만났는지 이해할 수 가 없을 정도였다.
지금, 국현은 어떤 여자와 섹스를 하고 있을까? 병숙? 양순? 정란자매? 아니면 혜경과 잘 지도 몰랐다. 계곡에서의 일은 어느새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부부들도 알고 있었고, 이들은 아파트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과감하게 아내를 바꿔서 자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한 번 시작한 일은 되돌리기 힘들었다. 가속이 붙은 이들은 이미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국현은 착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다른 여자에게 빠져있어, 자기 여자의 실체를 신뢰라는 단어로 포장해서 해석하고 있었다. 난 수민에게 다른 맛을 보게 할 것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는 전혀 색다른 맛을 보게 된다면 수민은 절대로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 할 것이었다.
[당신 뜻대로 되었네요. 이제 만족했어요?]
핸드폰으로 들리는 은아의 목소리가 힘이 없어 보였다. 수민을 클럽에 두고 호텔로 들어와 자려는데, 은아가 전화를 한 것이었다. 수민은 내게 전화를 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 수민은 내 예상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내 뜻대로 되어가고 있지만 기분이 좋진 않았다. 오늘도 난 수민이 내게 전화를 걸어오기를 바랐다. 내게 전화를 걸어 왜 자기를 두고 갔냐며, 울고불고 화를 내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수민은 이 시간까지도 전화를 하지 않고 있었다. 젊은 놈들에게 취해 이젠 아파트 남자들까지 잊었을 것이었고, 나를 기억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제 수민은 내가 자극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변화될 것이었다. 국현은 물론, 나조차도 그녀를 통제하지 못할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게 질려갈 것이었고, 내 복수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일주일 뒤에 ...홍 변호사를 수민이에게 보내서 이혼수속을 밟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은아는 잠깐 뜸들이다가 알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그 동안의 일을 떠 올리자, 속이 답답했다. 통쾌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가슴이 답답했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답답한 속을 겨우 진정시키고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요란하게 핸드폰이 울려 잠이 깨어보니 아직도 어두운 새벽이었다. 내 손은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다. 수민인가? 시간을 보니 새벽 3시를 향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역시나 은아의 전화였다.
“어...나야...”
“차...찬웅씨...”
평상시에 들을 수 없는 은아의 긴장한 목소리였다. 웬 만해서는 은아는 긴장하지 않는 여자였다.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기에 은아가 이토록 긴장을 한 것일까?
[여어!~ 박형민이!!! 나 기억하냐?]
목소리가 매우 낯이 익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누굴까?
[허어!~ 이 새끼 이거, 내 대갈통을 박살내고도 기억을 못하네...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녀석은 용역 일을 할 때, 내게 머리를 맞았던 강택민이었다. 상황이 다급했다. 녀석이 어떻게 나를 알았는지 따질 겨를이 없었다. 택민은 나에 대한 원한으로 무슨 일이든 저지를 인간이었다. 일단, 나는 대협과 기혁에게 상황을 전하고 녀석이 오라는 곳으로 출발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룸살롱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홀 중앙에서 택민이 은아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채, 그녀의 두 다리를 잡고 좆 질을 하고 있었다. 은아의 블라우스는 단추가 떨어져 벌어진 채였고, 그녀의 검은 스커트는 허리 위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 옆에는 수민이 겁먹은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었고 주위엔 다섯 놈이 지켜보고 서있었다. 은아가 수민을 대신해서 녀석의 좆을 받았을 것이었다. 택민에게 당하고 있는 은아와 벌벌 떨고 있는 수민을 보자, 갑자기 머리가 띵 해졌다. 도대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가 없었다. 은아도 그렇고 수민까지 잡혀온 이 상황이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택민은 생각보다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이!! 꼴통, 박형민이!!! 여기다 여기야!!”
택민은 은아에게 좆 질을 하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차...찬웅씨!...”
수민은 나를 보고 놀란 듯 눈이 커진 채로 외쳤다. 수민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다섯 남자가 나와 수민을 번갈아 바라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찬웅? ...아, 하하하! 맞다, 맞어! 너 이름 바꿨다고 했지. 박찬웅!..하하하! 꼴통 박형민에서 박찬웅이라...?”
택민은 미친 듯이 좆 질을 하다가 자지를 빼고 은아의 머리를 잡고 당겼다. 그러자 은아가 일어나 그의 자지를 입에 물었고, 택민은 헉! 소리를 내며 사정을 했다. 은아는 녀석에게 머리카락을 잡힌 채로 그의 정액을 삼키다가 이내, 컥컥대며 눈물을 흘렸다.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택민은 마지막 정액을 은아의 얼굴에 쏟아내고, 야비한 얼굴을 하며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주변의 있는 덩지들은 연신 은아의 몸과 수민의 몸을 시선으로 더듬고 있었다. 녀석들은 택민이 명령만 내리면 은아와 수민에게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이년...니 깔따구지? 졸라 맛있는데, 어?”
조금 있자니 밖에서 두 남자가 안으로 들어오며 내가 혼자 왔음을 택민에게 알려주었다. 수민은 택민과 나를 번갈아보며 상황을 파악하느라 애쓰고 있었고, 은아는 테이블 위에서 내려와 수민의 옆에 앉자마자, 떨고 있는 수민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은아는 이런 상황에서도 수민을 챙기고 있었다.
“꼴통새끼!...돈 많은가봐? 어?~ 얼굴까지 바꾸고...그러면 누가 못 알아 볼 줄 알고, 병신새끼...!”
택민이 내 앞으로 다가와 의자에 앉으며 싸늘하게 말했고, 내 뒤에 있던 놈들이 내 팔을 잡고 그의 앞으로 끌고 갔다. 수민은 커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수민은 변한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택민은 나를 정확히 알아보고 있었다.
8개월을 살을 섞으며 살았던 내 아내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불과 1개월을 동료로 지낸 택민은 나를 알아보았다. 어찌된 일인가? 수민도 기가 막히겠지만 나도 어이없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이 난감한 상황을 해결해야했다.
“너 요즘 잘 나가나 보더라? 씹 새끼... 내 대갈통을 터뜨리고 어?...혼자만 재미 좋아, 아주...응?~”
“원하는 거나 말 해...!”
내가 말하자, 택민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그는 일어나 내게 다가와 배와 얼굴을 가격했다. 내가 버티고 서있자, 발로 등을 까 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내 앞에 놓인 의자에 앉으며 손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좆같은 새끼...예전이나 지금이나 착한 척 하는 건 여전하네...! 너나 나나 같은 쓰레기들 아냐? 근데, 왜 넌 쓰레기가 아닌척하는 거야, 재수 없게!”
택민의 말대로 난 쓰레기였다. 돈이 없을 때도, 돈이 많은 지금도 난 쓰레기였다. 애초에 시답잖은 복수극을 꾸민 것부터가 잘 못이었다. 은아의 말대로 이 상황은 돌이킬 수도 책임질 수 도 없었다. 내 쓸모없는 집착이 은아와 수민, 그리고 나 자신까지 위험에 빠트리고 말았다.
“야, 형민아~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응? 나와 우리 애들!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먹고 살겠냐, 응? 안 그래?”
내가 그를 노려보자, 한 놈이 내 배를 발로 찼다.
“형민아, 그냥 십억을 만들어 와라, 응? 친구 사이에 뭐 그 정도야 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응? 현찰이다, 현찰? 돈 으로 장난치면 저 년도 먹어버리고 섬에다 팔아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라.”
이때, 누군가 안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내가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최 형사였다. 택민과 그들이 흘긋 보다가 다시, 나에게 집중했다. 최 형사가 다가와 은아를 보고는 택민의 머릴 때렸다.
“똘아이 새끼!...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니까...아휴!~내가 너희 같은 꼴통들하고 뭘 하겠냐, 니미!... 그렇게 얘기해 줘도 대가리가 안 돌아?!!~”
“형사님, 지금 나오시면 어떡해요? 우리 수가 다 읽히잖아요!”
“벌써 다 읽혔어 촌놈아...!”
택민의 말에 최 형사가 무시하며 나를 바라봤다.
“찬웅씨, 미안해... 이렇게 까지 하려 고는 안했는데 말이야...내가 요즘 경제가 너무 안 좋아...애 새끼들은 괜히 싸질러서 학원비 대는 게 내 일이라니까?...”
대협의 말이 떠올랐다. 칼을 쥔 자들은 절대 믿지 마라... 대협은 최 형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난 대협의 말을 무시하다가 내 발등을 찍은 것이었다. 최 형사와 택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현재 돌릴 수 있는 가능한 현금이 130억입니다. 원한다면 모두 줄 테니 여자들을 풀어 주십시오...”
“이, 이 새끼가 어디서 약을 팔려고...!”
택민이 나를 치려고 하자 최 형사가 막았다.
“... 130억이라...내가 예상한 액수보다 조금 많군요...”
“형사님! 이 자식이 그런 돈이 있을 거 같아요?”
“당연하지...너 같으면 이 상황에서 뻥 카를 날릴 수 있겠어?”
최 형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택민을 끌어들인 것은 내가 다른 세력을 이용할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신이 혼자 일을 벌이면 모든 돈을 먹을 수는 있겠지만, 표적이 자신에게 집중될 것이었기에 순진(?)한 택민을 끌어들였을 것이었다. 내가 이들을 속이고 이 상황을 벗어나봐야 안전한 곳은 없었다. 여차하면 더 큰 조직에 나를 팔 것이었고, 법은 절대로 나와 은아 그리고 수민을 보호해주지 못할 것이었다.
은아는 내 차에 수민을 태우고 현금 확보를 위해 떠났다. 택민은 최형사에게 뭔가를 지시받더니 이제 여자들을 불러 미친 듯이 놀기 시작했다. 처음 로또에 당청 됐을 때 내 모습과 같았다. 앳돼 보이는 놈들도 술이 취하자 개처럼 놀기 시작했다. 여자들을 알몸으로 만들고 자지를 덜렁거리며 이곳저곳에 찔러댔다.
택민은 나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갔다. 최 형사는 없고 앳된 여자 둘만이 있었다. 최형사는 아마, 은아의 움직임을 체크할 것이었다.
“아, 새끼 이젠 기분 좀 풀어. 남자 새끼가 그만 일로 삐져 갔구는...자 마시자!”
폭탄주를 연속해서 마시고 난 뻗어버렸다. 잠에서 깨고 보니 내 옆엔 앳된 여자가 있었다.
“일어 나셨어요? 물 드릴까요?”
난 그녀가 준 물을 벌컥 벌컥 마시고, 기혁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그와 대책을 의논했다. 그녀와 함께 뜨거운 탕 속에 있는데 택민에게 전화가 왔다.
선짓국은 쓰린 속도 달래줬지만, 어지러운 머리도 달래 줄 정도로 맛있었다. 택민과 그의 부하들은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웃고 있었다.
“형민아, 이 선짓국보다 그때 일 끝나고 먹던 게 더 맛있지 않았냐?”
그때 나와 택민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패고 때리는 악마에서, 일 끝나고 선짓국을 먹을 땐 천사 같은 얼굴이 되었었다. 사람의 몸속엔 천사와 악마가 공존했다. 이들도 어제는 악마의 얼굴로 나를 대하다가 지금은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제와 오늘의 모습...둘 다 이들이었다. 택민은 은아의 연락이 늦어지자 초조한 듯 나를 의심했지만 어떻게 130억을 하루 만에 현금화 시킬 수 있겠는가?
“하하!! 대단한 여자구만!! ...담에 또 봅시다!”
최 형사는 택민의 새 차에 돈 가방을 싣고 함께 떠났다. 분명, 그는 다음에 또 나를 찾아와 돈을 뜯어갈 것이다. 그들은 흡혈귀니까...
“수민인 좀 어때?”
“오히려 당신 걱정을 많이 했어요...당신이 박 형민이었다는 것도 놀랐고...많이 혼란스러울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