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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이모탈-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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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270 회 작성일 24-02-24 18: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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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갈레라에게 있어 세상은 언제나 불합리적인 것이 당연했고, 평등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죄악임을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 권력자의 핏줄로 태어난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고에 기인하여 힘의 행사에 있어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인간과 버러지는 단지 종의 차이일 뿐, 입장에 있어서는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주세페는 그의 종복과 백성들을 언제나 땅바닥에 들러붙은 껌딱지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자비와 관용이란, 그저 통치 수단의 일익일 뿐이지 스스로를 승화시키는 인간적, 도덕적 덕목이 될 수 없었다.

 

버러지로서, 영원히 자신보다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야 할 존재가 어느날 인간의 지위로 격상해 오는 모습을 갈레라 후작은 결코 좌시할 수 없었다. 벌러지들에게는 그들에게는 주어진 1할의 파이가 있고, 그것을 아귀처럼 서로 뜯어먹으며 살면 그것으로 족하다. 거기까지는 용납할 수 있다. 그러나 9할의 파이는 언제나 자신같이 고귀한 자들을 위해 남겨진 파이였기에,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자신의 몫을 주장하는 자를 용납한다는 것은 갈레라 후작 본인의 사상과 가치관을 송두리 째 뒤엎는 것이었다.

 

버러지는 결코 인간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영원 불멸해야할 진리였다.

 

....................................................................

 

"뭐라고!!"

 

쾅!!

  

"이 버러지 새끼가 자기 분수도 모르고!!"

 

최초에 샤샤에게 느꼈던 감정은 기특함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분수를 깨달았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법이다, 언제나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을 샤샤는 직접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샤샤는 자신을 너무 닮았다. 갈레라는 그것을 부정했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위정자의 자질을 타고 태어난 벌레였다.

 

"말을 준비해라!! 아니, 당장 사병들을 집합시켜!!"

 

주세페 갈레라는 급히 붉은 친위대를 이끌고 왕궁 내로 진입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그놈은 얀을 이용해 국왕을 조종, 왕국의 실세가 듣도보도 못한 잡놈에게 넘어갈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신성왕국의 수장인 탓에 계집맛을 모르고 커온 젊은 아다라면 그럴 가능성이 컸다. 근위대장이 나와 친위대를 물리라 하였지만 갈레라는 조까라마이신을 외치며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어떻게 그 놈이 바람의 손을 조종할 수 있는거지? 소드마스터도 아닌 놈이!!"


 
아무리 국왕이라 해도 대륙 검사에게 함부로 본좌에게 처녀막을 바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얀이라면, 미와 무를 겸비한 재녀로서 평소 작위가 없었다 할 지라도 사실상 반 귀족이나 마찬가지로 주다스피스트의 소중한 보물 취급을 받아 왔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귀족 가문에서 막강한 후원을 받아가며 온실속에서 자라났다는 평가를 받는 주세페로서는 얀을 향한 애증이 도를 넘어선 상태였다. 아마도 그가 소드마스터에 이를 수 있었던 원동력도 그런 증오가 일조했을 터였다.
 
[내가 꺾지 못할 꽃이라면, 아무도 꺾지 못한다!!!]


주세페는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이를 꽉 깨물었다. 물리적으로라도 국왕과 얀이 합방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아니 합방을 시작했다면, 아쉽지만 얀을 죽여서라도 국왕에게서 떼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이 자신의 정치적 야심과, 개인적 증오와, 바이퍼라는 묘한 사내에 대한 견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어디를 급히 가시나, 후작 나으리?"



외곽에 있는 가문의 별장에서 내성과 외성을 지나 입궐하여 마침내 가을궁전에 위치한 젊은 국왕의 침소에 다다랐을 때, 침실 입구를 막고 서 있는 자는 단 한 명의 사내였다. 입가에 요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놈은 비틀린 미소에 어울리지 않는 선한 얼굴을 하고 있어 천진난만하게 주세페의 마음을 농락하는 것만 같았다.


 
"네 이놈, 물러서질 못할까!!!"


 
채채챙!!


 
왕궁 내의 식솔들이 갈레라 친위대의 흉흉한 기색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근위대도 정예는 이미 씨몰살을 당해 허수아비밖에 남아 있지 않은 지금, 이 곳에 샤샤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여전히 밉살스러운 여유가 철철 흘러 넘쳤다.


 

"아앙...!!"


 

그 때 문 너머에서 얀의 신음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처녀막 터지는 소리를 들은 샤샤는 두뺨에 떠오른 홍조와 함께 흐뭇한 미소를 얼굴 가득 지었다.



"어쩜, 우리 국왕 나으리께서는 정력도 좋으시지..."


"거기에서 물러서라!! 물러서지 않겠다면 베겠다."


주세페의 평소의 신념은 선빵필승이었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묘한 느낌이 있었다. 말로 딱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이. 경계심을 느낀 주세페는 일단 위협을 했지만 샤샤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았다.

 

"뭘 그렇게 당황하시나, 후작나으리. 국왕께서 애첩 좀 두시겠다는데 고작 후작 나으리 씩이나 되시는 분께서 발정난 돼지처럼 씩씩거리며 달려올 이유가 있으신지요. 한마리 소개 해 드릴깝쇼?"

 

욕인지 존대인지 알 수 없었지만 뭐라고 주댕이를 놀리건 주세페는 이미 바이퍼 로만사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자는 신뢰할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자는 멀리하는게 당연한 것이다. 물론 주세페 본인이 멀리 갈 수는 없으니, 샤샤를 멀리 보낼 생각이었다. 요단강 너머로.

"죽여라!!"

 

"우와아앙!!"

갈레라 친위대가 개나리스텝을 밟으며 미칠듯한 기세로 짓쳐들어오자 샤샤도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전신의 오라를 활성화시켰다. 어떻게 본다면, 이렇게 정상적인 상태에서 오라를 다루는 집단과의 싸움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러나 샤샤의 머릿속에는 그 날 체험해 보았던 니어미드 공작의 무서운 검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으럇!!"


샤샤는 사방에서 붉은 옷을 입은 친위대가 달려들자 땅 속 깊숙히 손을 찔러 넣었다. 이미 이런 사태를 대비하여 다크 엘프들에게 명령해 놓은 바가 있었다.

 

"마침 딱 좋은 정도로 숙성되었군."

 

끄집어 낸 것은 다 썩어가는 태아의 시체들이었다.

흑마법이라는 것은 단순히 악마로부터 연계되는 힘 뿐만이 아니라, 인륜을 저버린 저주받은 자들만이 연성할 수 있는 비정의 마법이었다. 샤샤와 계약을 맺은 사바스는 부정한 재생을 의미하는 흡혈귀를 상징화한 존재였으며, 그의 지식을 이어받은 샤샤는 주로 네크로멘시 계열의 저주마법에 통달해 있었다. 샤샤의 입술이 옹알거리며 뭔가 기이한 주문을 끊임없이 내뱉고 있었다.

 

"아니, 이것은!!"

주인공이 신을 저주하는 마법의 주문을 영창하자 판타지 소설의 법칙에 따라 친위대들이 제자리에 멈춰섰다. 이제는 썩어 고깃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태아의 시체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채 되살아나 갹갹 거리며 웃는 모습은 무서울 정도였다. 샤샤의 손을 벗어난 그것은, 아주 천천히 땅바닥을 기어 친위대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빠빠빠빠..."

"으흑...!!"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였지만 친위대 중 한 명인 폴렉은 그것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핏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째서, 부인의 뱃 속에서 얌전히 잉태되어 있어야 하는 자신의 아기가 왜 저런 몰골을 하고 이 곳에 있는거지?


"안돼...!! 다시 들어가, 다시 들어가...!!"


폴렉은 어느새 무기를 버리고 썩어가는 아이의 시체를 소중하게 안아 들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정원의 땅이 들썩거리며, 샤샤가 미리 죽여서 땅 속에 묻어 놓은 친위대의 가족들이 기어 올라 각자의 혈족을 찾아 방황하기 시작했다.


"에비야... 에비야... 집에 쌀이 없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 겠어요..."


"으으아악!!!"


"아아악!!! 오지 마!!"


"아버지, 어머니이이!!"


친위대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주에 걸려들지 않은 이는 갈레라 오직 하나였으며, 나머지는 모두 친족의 시체와 대치한 채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정신차려라!! 이 멍청한 놈들!!!"


그러나 친위대는 이미 모두 정신줄을 놓아버린듯, 갈레라를 쌩깐 채 썩어가는 시체를 부둥켜 안고 있었다. 그 때 갈레라의 코에 미묘한 향기가 느껴졌다. 환각제 냄새. 자신도 가끔 대마나 아편을 즐기지만 이것은 비교를 거부할 만큼 지독한 농도의 환각제였다. 갈레라는 깜짝 놀라 급히 코를 틀어 막았다. 그러나 이미 쇼크 상태에 빠진 친위대는 점점 더 공황상태에 빠져들 뿐이었다. 단순히 시체만을 되살리는 네크로멘시 마법이 아닌, 사람의 심리적 약점을 자극하여 함정에 빠뜨리는 교활한 술책이었다.


"예상대로군... 자신들은 언제나 안전한 곳에서 타인의 고통을 관람만 해온 이들은 온갖 역경 속에서 살아가는 천민들보다 손쉽게 정신을 붕괴시킬 수 있지. 게다가 나름 신성 왕국이라는데 흑마법에 대한 저항력도 끔찍할 정도로 낮군 그래."


"너...너... 크툴의 간자였구나!!"


유로파 대륙에서 흑마법을 사용하는 자는 동방 대륙에서 온 크툴인 뿐이다. 샤샤는 백색 피부를 가진 로만인이었지만, 흑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크툴에 포섭된 간자로 의심받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아...아..."


"으으으..."


장내에 이변이 일어났다. 어느덧 시체가 산사람을 껴안고 땅속으로 다시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정리에 현혹되어 두 눈이 풀린 이들은 모두 저항없이 끌려 들어가 땅 속에 거꾸로 처박힌 채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얼굴을 파 먹혔으며, 패닉에 빠져 가족의 시체를 난도질한 자는 울며 미쳐 날뛰었다.

 

"빠빠빠빠..."

 

"그래, 아빠다.... 빠빠빠..."

두 눈이 멍하게 풀린 채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는 폴렉의 손에 들린 아이는 어느새 폴렉의 입 안으로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역한 시체 비린내에 콜록콜록 기침을 하던 그는 어느덧 피를 토하기 시작했고, 피 속에는 조각난 내장의 살점들이 거의 민치 상태가 되어 토해져 있었다.



"쿨럭... 케헥...!"


마침내 자리에 쓰러진 폴렉의 배는 어느덧 홀쭉하게 들어가, 그 속에서 태아로 짐작되는 작은 덩어리가 살가죽을 찢고 나오려고 울렁거리고 있었다.


"사령의 저주라... 정말 지독하군. 밑준비에 정성이 들어간 만큼 고객을 만족시키는 정성이 있는 주문이야."


"죽어라!!"


차마 몰골을 보아줄 수 없었던 주세페는 부들부들 떨며 붉은 오라로 코팅된 검기를 날렸다. 황금빛 오라를 두르고 검을 막아내려던 샤샤의 팔이 성둥 잘려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으응...?"


절단면에서 피가 줄줄 새고 있었지만 샤샤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떨어진 팔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오라가 불충분한가...?"

 

마스터급의 검은 익스퍼트급과 비교하여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갈레라, 그도 얀에 비하면 함량 미달이었지만 소드마스터로서의 자격은 충분히 있었다. 샤샤는 문득 깨달았다.

 

[제대로 마스터와 붙는 것은, 이게 처음이구나...!!]

 

한편 갈레라도 깜짝 놀랐다. 팔이 잘려 나갔는데도 너무나 채연한 행동이 의아스러웠으며, 곧 절단면을 갖다 붙이자 팔이 다시 들러붙는 모습에 두 눈을 뻐끔뻐끔 거리며 경악했다.

 

"사... 사람이 아니구나!!!"

 

"...글쎄?"

 

샤샤의 입술이 비틀린 미소를 짓자 갈레라의 흥분되었던 마음도 곧 무서울 정도로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두사람은 이 일전이 서로의 운명을 판가름짓는 중요한 일전임을 깨닫고 임전태세에 들어갔다. 가을에 붉은 낙엽으로 물든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워 가을 궁전이라 이름지어졌던 황제의 별궁은, 이제 시체와 저주로 가득찬 음산한 곳이 되어 있었다.

 

.......................................................................

 

슬럼프+시험준비+워드프로그램 깨짐+블루스크린에러로 크리티컬 데미지가 농축되어 연재 주기는 불투명해질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새 좀 슬럼프가 심각해서 매번 웃기기가 힘드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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