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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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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947 회 작성일 24-02-24 18: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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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부>


#1-과학자의 힘.


“헉..헉..”

리미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참으며 앞으로 달려나갔다.그간 이곳에 머문 몇 달 동안 지형지물을 숙지한 덕택에 그녀의 몸은 자유자재로 잘 다듬어진 길을 찾아 내달릴 수 있었다. 팔과 등에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따뜻한 피의 감촉에 리미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투욱!

뒤에서는 쉴새없이 단도가 날아들었고, 리미가 아슬아슬하게 피할때마다 그것은 애꿎은 나무등걸을 관통하며 둔탁한 소리를 자아내었다.

‘싸이코 키네시스인가?’

리미는 달려나가며 침착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단검을 살아있는 생명처럼 움직이게 한다고 했을때, 그녀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그것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아니야..그렇다면 저렇게 비효율적으로 공격을 할리가 없다.’

리미의 머리속에 염력을 쓰는 윌리엄스의 페어리였던 제니가 떠올랐다. 염력이라 하면 자신이 아닌 모든것에 적용시킬수 있는 초자연적 힘이었다.즉, 염력을 효율적으로 쓰는 자들은 사물을 날려 공격하는 방식이 아닌, 염력을 직접 적에게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지금의 경우에 우경이 염력을 사용할 줄 안다면 리미의 복숭아뼈 부분에 살짝만 흘려넣어도 리미는 데굴데굴 구를수 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실드나 호신강기를 부릴줄 안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애석하게도 리미에게 그런 전투능력은 없었다.

‘이건..?’

리미는 자신의 벨트의 버클부분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고 살짝 눈을 크게 떴다. 그것역시 다양한 무기의 휴대가 가능하도록 리미가 연금술로 고안해낸 벨트였고, 버클 부분은 강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금 그것이 이상하게도 조금씩 풀리며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것이었다.

‘자력(磁力)이로구나. 염력이 아니다.’

리미는 얼른 벨트의 버클 부분을 떼어 멀리 던져버렸다. 예상했던 대로 버클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리미가 던진부분과는 다른 방향으로 맹렬하게 날아가 버렸다. 주변에 일종의 자기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증거였다.

‘조금만 더..’

리미는 이를 악물로 뛰었다. 일시적으로 스피드를 올려주는 신발을 신고 있어서 겨우겨우 사정권을 벗어나고는 있지만 서둘러야만 했다. 리미가 혹시 주둔지에서 전투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하여, 다양한 연성진을 미리 구축해서 심어놓은 숲까지 가야만 우경과 대등하게나마 대결을 할 수 있을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응?’

여유있는 경공으로 그녀를 추격하던 우경의 눈이 가늘게 흡떠졌다. 방금전만해도 시야에 보이던 리미의 갈색 머리칼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의 손짓으로 리미를 따르던 단검들이 허공을 선회하더니 다시금 우경의 쪽으로 몰려들었다.

‘매복을 하겠다는 건가..’

우경은 피식하고 웃었다. 행여나 부비트랩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어 일부러 천천히 그녀를 따랐던 자신의 행동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뻗어 허공에 떠있는 단검들을 모두 땅에 박히게 하고는 자신이 다룰수 있는 자기장의 최대치의 인력(引力)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운이 좋은 년이군.몸에 쇠붙이하나 지니지 않고 있는건가.’

끌어당기는 힘을 발동시켰으니, 리미가 철로 된 무언가를 갖고 있다면 자연히 자신에게로 끌려올 것이라 생각했던 우경은 피식 하고 웃었다. 끌려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녀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내지른 한수 였지만, 땅에 박혀 있는 단검들만이 파르르 떨릴뿐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섯불리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조금이나마 파악하고 있는 우경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섯불리 접근했다가는 어떤 트랩이나 진법이 발동될지 모를 일이었다. 땅위에 그려진 원하나로 9써클의 마법사를 분자별로 분해버린 전적을 그 역시 조사를 통해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스스로 기어나오게 해야겠지.’

우경의 발치에는 아까 발동시킨 자기장 덕분에 무수히 많은 철가루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의 손짓에 의해 그것들은 마치 수십만 마리의 곤충때처럼 허공으로 비상하기 시작했다.이윽고 그것들은 우경의 손짓 한번으로 살아있는 생명처럼 맹렬하게 앞으로 폭사되었다.

‘치잇!’

큰 나무뒤에서 기척을 숨기고 그를 바라보던 리미는 얼른 고글을 쓰며 뒤로 몸을 날렸다. 그녀의 품안에서는 몇개의 마나폭탄이 꺼내어졌고 그녀는 망설임없이 그것을 자신의 발치에 던지며 신속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갑작스런 폭발음과 함께 맹렬히 날아가던 철가루들이 되려 뒤로 밀려버리는 모습에 우경의 눈이 꿈틀했다. 순간 보였던 리미의 모습은 폭발시의 섬광을 끝으로 다시 사라져 버렸다.

‘제법이군.폭발의 후폭풍을 이용해서 철가루들을 밀어낸 건가.’

우경은 그녀의 빠른 상황대처능력에 탄복한듯 미소를 지었다. 폭발에 의해 그를 향해 무수히 날아오는 돌맹이들을 가볍게 피한 그는 다시한번 손을 위로 휘저었다. 그것을 신호로 땅바닥에 박혀있던 단도들은 마치 수아가 쏘아낸 화살처럼 리미가 숨어있는 숲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돌진했다.

‘ㅤㅋㅡㅅ!’

리미는 자신의 팔에 깊은 검흔을 남기고 스쳐가는 단검에 터져버릴뻔한 비명을 겨우 참아내었다. 임의의 방향으로 날린 우경의 검이 하필 리미가 숨어있던 풀숲을 뒤지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흥,그 쪽이로군.’

리미쪽으로 날아간 단검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본 우경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그것을 필두로 사방으로 흩어졌던 검들은 모두 한 방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투두둑!

우경은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자 직감적으로 그것이 리미가 아닌 다른것에 명중했다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예상대로 그가 서있는 방향으로 몇개의 폭탄이 날아들었다.그는 흡사 수직상승을 하듯 몸을 날려 그것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콰쾅!

재빨리 주변에 있는 나무뿌리들을 이용해서 나무로된 보호막을 치고 그에게 공격까지 날린 리미는 황급히 동선을 바꾸며 다시 은신했다. 우경이 착지한 지점을 확인한 리미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위험한데..’

리미는 계속해서 주저하며 망설였다.우경이 서있는 지점은 그녀가 중간중간 설치해 놓았던 트랩과 거리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인하지 않으면..’

다행히도 쇠붙이를 탑제한 무기들은 없었다.하지만 언제까지 우경이 자기장에 의한 사물공격을 할지는 의문이었다.리미는 침착하게 기척을 죽이고 눈앞에 있는 적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정황상 블랙맘바의 일원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빨리 세라가 있는 쪽으로 가지 않으면 모두가 위험해진다.’

리미는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오너전쟁때야 워낙 결전을 각오하고 간 것이니 상관없었지만, 사실 오늘의 싸움은 전혀 예상치 못했을때에 일어났기 때문에 그녀 역시 약간은 어리둥절해 있었던 것이었다.

“듣자하니..전투형 페어리가 아니라더군?”

우경은 어딘가에 숨어 있을 리미를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리미쪽에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그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런 장난감들을 만들어 날리는 것이기도 하고...재미있구만. 중국의 고등 무공을 익힌 오너를 싹 분해하고 왔더니 이번엔 과학자 아가씨라?”

리미는 자신도 모르게 우경을 향해 입을 열 뻔한 것을 겨우 참아내었다.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차우가 죽었냐고 질문을 할뻔한 것이었다. 리미는 재빨리 땅위에 손으로 기이한 문양의 연성진을 그리기 시작했다.자신이 몸을 감춘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반이상 연성진안으로 들어가도록 서둘러 그것을 완성시킨 리미는 손을 몇번 교차시켰다.

콰지직!

우경은 재빨리 소리가 난 곳으로 단검을 날렸다. 순간 작은 빛무리가 형성되는가 싶더니 이윽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작은 빛무리가 미치는 영역안에 있던 나무들이 흡사 살아있는 동물처럼 가지들을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나무가지는 순식간에 길어지며 우경이 서있는 곳을 향해 맹렬히 뻗쳐왔다.

콰드드득!

그는 재빨리 양손에 내공을 모은후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나무가지들을 향해 강하게 내질렀다. 나무줄기들은 수수깡 부러지듯 깔끔하게 절단되었고,그 틈을 타서 자리를 옮기는 리미의 모습이 우경의 눈에 똑똑히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살짝 옆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를 향해 뻗어오던 나무가지는 거기까지가 한계인지 더이상 우경이 서있는 곳까지 뻗치지 못하고 있었다.

리미의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우경이 서있는 곳은 정확히 리미가 연성진을 그려둔 그 위치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재료를 올려두고 사물을 생성할때 쓰는 연성진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오늘도 잊을 뻔했군. 저번에 얻은 좋은 교훈을 또 까먹고 있었어. 언제나 상대를 대할땐 최선을 다해야 하지.설령..그게 전투력이 제로인 머리만 좋은 아가씨라고 해도 말이야.”

우경은 흡족하게 웃으며 양 손을 맞잡았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철가루들과 단검등의 쇠붙이 들은 일제히 그의 중심으로 몰려 들었다.

‘어차피 전기장으로 바꿔 이온화 시키는 작업은 타겟을 설정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내 쪽에 그것을 생성해서 저년에게 덮어씌우는 수밖에..’

작전을 구상한 우경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많은 힘이 소요되는 필살기 였지만 그 효과만큼은 깔끔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전무후무한 그 공격력 대신 목표물에게 적중시키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차우의 경우에야 개방된 자리에서 대치하고 있었기에 수월했지만, 리미는 최대한 자신을 음폐 엄폐하고 있기에 까다로웠다.따라서 그는 우선 자신의 주변에 자기장을 형성한 후, 리미가 공격해 들어오면 그 쪽으로 보내버릴 생각이었다.

‘저건..?’

리미의 눈에서 이채가 번뜩였다. 손에 마나를 머금은채로, 자력을 끌어올리는 그의 머리카락은 계속되서 파생되는 전자기장에 의해 쭈뼛하고 서있었다. 그리고 언제든 리미에게서 오는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듯한 그의 손은 완벽히 공격과 방어 양면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세임이 분명했다.

‘그렇구나! 차우씨를 분해하고 왔다는 소리는 그거였어.. 전기장으로 바꿔 이온화 시켜 버린거였다...’

리미는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경의 시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찾아 둘러보고 있었다. 우경이 흘리듯 말한 그 혼잣말 하나로, 리미는 그의 기술을 정체를 재빨리 파악해 낼수 있었다. 리미의 시선이 그가 서있는 땅에 매설되어 있는 연성진, 그리고 그의 주변에 몰려 있는 철가루와 단도를 향했다.

‘드디어 나오셨군.’

조금씩 자기장의 파장이 전기장으로 바뀌어 갈 그때,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며 이동하는 리미를 본 우경은 피식 하고 웃었다. 그는 완성되어 가는 자신의 필살기를 쏘아내기 위해 천천히 리미가 있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바로 그때였다.

“종합 연성 구축!”

어디선가 들려오는 리미의 목소리. 그의 눈에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리미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발치에서 올라오는 강력한 빛무리에 우경은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리미가 나무를 이용한 공격으로 교묘하게 연성진이 있는 자리까지 밀어넣은 것이지만 우경이 그것까지 파악할리 없었다.

자기장의 파동에 따라 그의 주변에 몰려있던 쇳가루들과 단검들은 그 빛에 쏘이자 마자 액체와 같은 형태로 합쳐지는가 싶더니, 이내 그것은 우경을 둘러쌓며 일정한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스르르릉.

우경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닭장처럼 일정한 간격의 구멍이 있는 철장의 형태로 변화된 쇳가루들은 번쩍번쩍 빛이나며 금속음을 전달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철장은 우경을 가두는 형태로 둘러쳐 있었다.

“으어어억!”

우경은 당황했다. 그가 태어나서 이렇게 당황한것은 처음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자신을 가두듯 둘러싼 철창밖으로는 전기장이 흘러나가지 않고 있었다. 즉, 리미를 향해 쏘아져야할 전기장들이 마치 무언가에 갇힌 것처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이었다. 점점 자신의 몸이 이온화 되어가는 고통이 우경의 온몸으로 엄습했다. 자신의 최고 기술을 술법자 본인이 고스란히 느끼며 고통받고 있는 것이었다. 일정하게 구멍이 뚫린 철장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장이 자신의 몸 주변에서 맴돌며 철장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을 느낀 우경의 입에서 선혈이 터져나왔다.

“크어어억!너..이..이..철창에 무슨짓을..크아아아!”

리미는 푸른빛의 스파크에 휩싸여 죽어가는 우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증오와 분노가 담긴 우경의 눈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리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페러데이 케이지.단순히 도체로 만들어진 상자나 그물망으로 외부의 정전기장을 차단하는 기본적인 과학원리입니다.즉, 지금 당신을 가두고 있는 철장은 어떠한 연금술적 가공을 하지 않은、당신의 주변에 있던 철가루와 단검으로 이루어진 그저 순수한 철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으어어어!”

우경의 비명이 능선을 타고 메아리쳤다.그의 몸이 부서지듯 이온화 되며 사라져가는 모습을 리미는 말없이 지켜보았다.

“당신은 세가지 실수를 한겁니다. 첫번째로는 내게 전기장을 다룰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점, 그리고 두번째로는 나를 직접적으로 노리지 않고 자신의 주변에 전기장을 형성시키고 기회를 노리려 했던 점. 페러데이 케이지 안에 있는 전기장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습니다.절대로요.”

“크으윽!”

“그리고 마지막으로..과학자를 개무시한 점.”

이윽고 리미의 고글을 푸른 빛으로 물들이던 전기장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우경이 있던 자리는 원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수증기 같은 연기만 남기고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찢어지는 듯한 고통스러운 우경의 외침은 메아리만 남긴채 사그러들어갔다.

“위험..했다..”

리미는 우경의 최후를 확인하고 나서야 상처를 지혈하기 시작했다.워낙 피를 많이 흘려 머리가 띵한 느낌마저 들어왔다.

짧은시간에 세운 전술로 절대적 우세의 상대를 단숨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만든 리미는 비틀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쉴새 없이 울리는 굉음.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리미의 시선은 어느 한 지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서 세라에게 걸린 알수 없는 봉인을 풀지 않으면...’




#2- 미호의 정체.


“큭!”

김노인은 외마디 신음성을 뿌리며 한참이나 날아가 쳐박혀 버렸다. 땅바닥을 구르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자신에게 장력을 뻗은 야마토의 모습이 김노인의 두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말도 안돼..아무리 시간이 지났지만..이런 상식밖의 성장은..’

김노인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소매로 닦아내었다. 예전 1세대 오너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잠깐 보았던 야마토의 실력과 지금의 야마토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지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듯했다. 이미 피리에서 파생되는 음율로 공격하는 것은 효과가 없음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는지 오래였다. 문제는 야마토의 상식이상의 스피드에 있었다.

“일어나라.내가 알기론 너는 이 정도에서 끝날 인물이 아닐텐데?”

야마토의 빈정섞인 말에 김노인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손에 쥐어있는 두꺼운 피리는 이미 피로 물들어 붉은빛깔마저 자아내고 있었다.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구나. 넌 그때도 오너끼리의 싸움을 강력하게 반대했었지. 중립이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야.”

야마토의 중얼거림에 김노인은 그를 노려보았다.이미 몸에 다섯군대 이상 장력을 맞아버린 상태라 구토가 올라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왔다.

“핑계?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서로를 죽이려 했던 거냐? 그 말도 안되는 살인에 동참하는 거 자체가 비정상인거다.”

“명분?”

김노인의 말에 야마토는 비릿하게 웃었다.1세대 오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엄청난 마나의 파동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휘몰아 쳤다.

“세상에 명분이 존재하는 싸움따윈 없다. 양쪽에 명확한 명분이 존재한다면, 분쟁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거다.결국 정의감에 물든 낭만주의때문에 넌 쥐새끼 처럼 살아남은거고.”

그의 말에 김노인은 어이없는 듯 피식하고 웃어버렸다.그는 힘겹게 손에 든 악기를 조용히 입술로 가져가며 중얼거렸다.

“여전히 대화와 타협이 통하지 않는 녀석이구만..니 방식대로 해결하자.와라.”






“이이..저 염병할 인조인간!”

미호의 몸으로 총 10개가 넘는 불의 구체를 쏘아대던 유희는 이내 화가난듯 욕설을 내뱉었다. 불길에 휩쌓여도 순식간에 타버린 피부가 다시 뽀송뽀송하게 윤기나는 피부로 순식간에 재생되는 모습에 기가 질렸다. 그녀는 다급히 미호와 체술로 고군분투하는 초희쪽을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부우웅!

미호의 대검이 원래 초희의 허리가 있던 부분을 양단하듯 휘둘러졌지만, 그것은 애ㅤㄲㅜㅊ은 허공만을 허무하게 갈랐다. 순식간에 미호의 대검위에 올라탄 초희는 재빨리 몸을 날리며 미호의 턱에 깔끔한 발차기를 꽂아 넣었다.

우드드득!

목뼈가 돌아가는 소리가 초희의 귀에도 똑똑히 들려오고 있었지만, 이윽고 몇발자국 뒷걸음질 친 미호의 목은 다시금 돌아간 반대 방향으로 강하게 틀어졌다.

뿌득!

그저 도리도리 한방으로 부러진 목뼈를 원상태로 복구해 버리는 미호의 모습에 초희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곧이어 검신에 온갖 상형문자가 적힌 그녀의 대검이 푸른빛으로 물드는 모습에 초희는 재빨리 몸을 날렸다.

콰콰콰쾅!

발동어 없이 발동되는 고대마법. 검위에 적혀진 문자들이 일종의 스크롤 역할을 한 다는 것을 유희는 잘 알고 있었다. 무지막지하게 방출되는 충격파에 유희는 재빨리 초희를 끌어안고 실드를 펼쳤다.또다시 둘의 몸이 실드에 쌓인 상태 그대로 주르륵 밀려나며 미호와 그녀들간의 거리를 벌려 놓았다.

“뭐..저런게 다있어..”

초희의 넋나간 중얼거림이 이해가 된다는 듯 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고전할 상대를 만난 둘의 몸은 긴장감으로 경직되기 시작했다.

“잘 알잖아. 저건 전능수야. 사람이 아니라고.궁중마법사가 사람의 몸에 온갖 몬스터의 뼈와 장기들을 이식해서 만든 인조인간이잖아.”

“그걸 누가 모르냐? 왜 궁중마법사 그 새끼는 쟤를 만들때 메뉴얼은 안 만들었다냐?전원 스위치 어디달렸는지 혹시 유희 넌 알어?”

“농담할때가 아냐. 드래곤 하트를 이식해서 마나도 남아도는 아이다. 우리가 지칠때까지 고대마법을 펑펑 쓰면서 저 무식한 검을 휘두를 거야.정신줄 놓는 순간 소멸이라고.”

초희는 다시금 저벅저벅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알몸의 미소녀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1세대 전쟁때도 너무나 피하고 싶었던 페어리. 마법자체에 대한 저항능력마저 갖추고 있는 진정한 사기 케릭인 그녀가 걸어오는 모습은 흡사 사신의 일보일보를 보는듯한 착각마저 자아내었다.

전능수.

페어리 프로젝트를 기획한 프로센의 대마법사가 생명 윤리를 무시하고 만들어낸 과학과 마법의 산물이었다. 인간 여자의 몸에 재생력이 뛰어난 몬스터의 뼈와 장기들,그리고 피부조직들이 잔뜩 이식되었고, 심장부에는 드래곤 하트의 일부까지 들어간 꽤나 ‘고가’의 제품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인격 자체를 컨트롤 할 수 있으니 로봇이나 다름없었다.게다가 마나에 의한 공격을 몸안으로 흡수해 버리는 기능까지 있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전능수 제작을 성공시킬 확률은 지극히 희박했고, 프로센 왕실은 무수히 많은 죄없는 소녀들을 전능수로 만든다는 미명하에 희생시켰었다.그 치밀할 정도의 낮은 확률속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야마토의 페어리 미호였던 것이었다.

“방법이 있어?”

초희의 물음에 유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방법이 없는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방법을 행하기 위한 과정이 고달플 뿐이었다.

“검을 쓰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검?”

초희가 의아한 듯이 되물었다.미호와의 거리는 불과 20여미터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좁혀져 있었다.

“응. 재생이 아예 불가능 할 정도로 토막내서 난도질 하거나, 몸 안에 검 몇개를 꼬치처럼 박아넣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어. 검을 꽂은 부분은 재생이 안될테니까 잡아둘수 있겠지.아니면 뭐 머리를 댕겅 자르는 방법도 있겠군.”

“...젠장 그냥 방법이 없다고 해.”

불만스런 말을 남긴 초희의 몸이 다시금 맹렬하게 미호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녀를 향해 휘둘러지는 미호의 대검. 초희는 검은빛깔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것들을 피하며 쉴새없이 미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엄호마법을 위해 수인을 맺던 유희는 동료 초희가 다시 미호의 대검에 얻어맞아 날아가는 것을 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세라나..노아같은 아이가 있었으면 할만할 텐데..’




#3-순애보.


“프로즌 에로..으힉!”

세라를 방어하기 위해 마법을 날리려던 유나는 시동어를 외치지 못하고 다급하게 몸을 숙였다. 세라의 검기가 날카롭게 유나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유나가 아슬아슬하게 피하자 그것은 집채만한 바위를 무자르듯 잘라 버리고 나서야 사그라 들었다.

‘자..장난이 아니잖아. 세라가 아냐..저건 세라가 아냐.’

유나는 기가 질린듯 중얼거렸다.세라에게 마법을 날리는 일은 마음에 너무 걸렸지만, 사실상 날리는 거 자체도 불가능했다. 아군일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막상 적군이 되고 나니 그녀는 완벽에 가까운 페어리였다.

“모두..공격을 해선..안..”

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피를 토해내었다. 유나와 마유미, 그리고 수아가 방어를 해줘서 그나마 배를 걷어차인것에서 끝난 것이었다. 마유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세라와 준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한번 검기를 흩뿌려 유나와 마유미의 움직임을 봉쇄한 세라는 망설임 없이 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쉬우우우욱!

숲에 있는 나무 어딘가에서 매복하고 있던 수아쪽에서 도합 다섯개의 화살이 한꺼번에 날아 들었다. 세라의 몸이 공중에서 기묘하게 틀어지는 가 싶더니 이윽고 그녀의 검은 물 흐르듯 상하로 자연스레 움직였다. 세라의 검에 맞은 화살들은 조금씩 방향이 틀어지며 마유미와 유나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으익!”

유나와 마유미는 재빨리 몸을 날렸다. 화살을 쏜 수아역시 창백한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세라는 수아의 화살을 방어함은 물론, 그 궤도를 정확히 읽고 검으로 쳐냄으로써 마유미와 유나쪽으로 공격루트를 바꿔버린 것이었다.다행히 그녀들은 몸을 날려 피했고, 수아의 화살들은 지면에 가지런히 처박혔다.

채앵!

이윽고 준쪽으로 접근한 세라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준은 힘겹게 뮤즈를 들어 그녀의 검을 막아내었지만,이내 세라의 검은 조금씩 검기가 입혀지기 시작했다. 리미가 만들어준 뮤즈가 두동강 나지는 않았으나 세라의 검기를 금속의 무기로 막아낸 탓에 준의 손목에는 상상이상의 충격이 가해지고 있었다.

“세라아! 정신차려!”

멍해져 있는 그녀의 눈을 보고 준은 절규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세라의 발은 기묘한 각도를 그리며 준의 옆구리로 직격해 버렸다. 준의 입에서 선혈이 터져나왔고, 그의 몸은 또다시 몇미터나 날아가 쳐박혔다.

“꺄아아악!”

준을 보호하려 몸을 날린 유나는 그만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렀다. 세라의 검이 지면에 살짝 꽂히며 유나가 있는 쪽으로 충격파를 흘렸기 때문이었다. 내장이 뒤집히는 듯한 진동에 유나는 그만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어떡해..어떡하지?어쩌면 좋지?’

멀리서 그것을 지켜본 수아는 발을 동동 굴렀다. 숲과 혼연일체인 트루피출신이라는 이유로 세라역시 수아의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수아도 세라에게 어떤 상해도 입힐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수아의 금발머리가 바람에 날렸다.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기 시작했다.전투의 경험이 많지 않은 그녀에겐 아군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였다.

수아는 발을 동동 굴렀다. 침착하게 생각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수아는 유나나 리미같은 전략파가 아니었다. 차분히 전장을 바라보며 작전을 하달하는 리미가 있었더라면 세라와 준 둘다 피를 보지 않고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왠일인지 통신구로부터 리미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수아는 침착하려 애쓰며 맹렬히 준쪽으로 달려나가는 세라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저건..?’

수아의 눈에 세라의 모습이 비춰졌다. 누구보다도 시력이 좋은 그녀의 눈에는, 다른이들에게 보이지 않은 손톱만한 붉은 구슬이 또렷이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세라의 머리칼을 묶은 머리띠에 고정되어 있었다. 고양이 같은 수아의 눈에서 이채가 떠올랐다.

수아의 몸이 세라의 동선을 따라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흡사 숲 속에 부는 바람마냥 빠르고 날카로운 움직임이었다. 밑에 있는 사람 어느 누구도 수아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설마..내 예상이 맞는걸까?’

수아의 눈에 비친 그 붉은 구슬은 점차 색깔이 흐려지고 있었다.평소와는 달리 묶어올린 머리를 한 그녀의 머리 한가운데에 달린 붉은 구슬. 분명히 그냥 쉽게 넘어갈 부분이 아니었다. 수아는 두 다리로 나무에 자신의 몸을 고정시킨후 화살을 뽑아 들어 활에 먹였다. 그녀의 가냘픈 팔에 의해 화살줄은 팽팽히 당겨졌고, 그것은 망설임없이 세라의 머리띠를 향해 쏘아졌다.

타앙!

수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분명 세라는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과 등을 지고 있었음에도, 마치 훤히 보고 있는 것처럼 등 뒤에서 검을 끌어올려 튕겨내 버린 것이었다. 일반적인 궁술과는 차원이 다른 수아의 화살은 방향을 바꾸어 옆에 있는 나무의 몸통을 관통해 버렸다.

채애앵!

힘겹게 일어선 준은 뮤즈를 휘둘러 세라의 검을 막아내었다. 애초에 준이 세라와 체술로 상대가 될리 없었다.그녀의 검은 자비없이 준의 급소만을 노리고 날아들었고, 준은 필사적으로 뮤즈를 휘둘러 그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큭!”

옆구리쪽으로 파고 드는 세라의 검을 가까스로 막아낸 준은 신음성을 흘리며 고꾸라졌다. 검이 막히자 그녀의 발은 또한번 준의 복부와 턱을 순신간에 차례로 강타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안돼!!”

찢어지는 듯한 유나의 비명이 들려왔다.뮤즈를 놓치고 바닥에 뒹굴게 된 준을 노리고 세라의 검이 일직선으로 뻗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라가 검을 뻗치는 그 부분은 정확히 준의 심장이 위치한 곳이기도 했다.준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며 눈을 감아 버렸다.

“하아..하아..”

“...........!”

시간이 멈춘듯 정지해 버렸다. 준은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아 감은 눈을 떴다.그의 시선을 가득 메운것은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이었다.준의 눈망울은 삽시간에 크게 흡떠졌다.

“아..아..”

작은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준을 앞을 막아선 붉은 머리칼의 그녀는 세라의 검에 관통당해 비를 맞은 작은 새처럼 몸을 떨었다.그녀의 몸을 관통한 세라의 검끝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마유미!”

세라의 눈망울이 조금씩 흔들렸다. 경악어린 준의 외침과 동시에 세라의 검은 더욱더 앞으로 밀려나가며 그대로 마유미의 뒤에 있는 준의 어깨마져 관통해 들어갔다. 하얀 피부위에 별빛처럼 빛나는 마유미의 검은 눈동자에 조금씩 이슬이 고이기 시작했다. 마유미는 검에 관통당한 채로,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어 자신을 찌른 세라의 양손을 움켜쥐었다.

“마..마유미..”

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연결된 무형의 끈이 조금씩 잘려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오며, 마유미의 몸은 조금씩 붉은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얼른 그 곳으로 달려가려는 유나도 다리가 풀린듯 주저앉아 버렸다.

투욱!

준의 눈망울이 절망으로 물들었다.어깨를 관통한 검에 대한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선가 맹렬한 속도로 화살이 날아들며, 세라의 머리가 묶인 지점을 잘라 버렸다.

순간적으로 세라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녀의 팔이 봉쇄된 틈을 타서 수아가 쏜 화살은 그대로 세라의 머리띠를 한번에 잘라 버렸다. 묶인 부분이 통째로 잘려 그녀의 윤기나는 머리칼이 허공에 휘날렸다.

스스스스..

그와 동시에 붉은 가루로 화해 허공으로 날아가는 마유미의 흔적들. 절망이 가득찼던 숲에서는, 절규하는 듯한 준의 외침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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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미님께 힘찬 응원과 격려의 리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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