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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가장푸른 바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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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39 회 작성일 24-02-24 18: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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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영은 화장대에 앉아 준우에게 제대 선물로 준비한 핸드폰을 보고있었다. 



단축번호 일번으로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면서 사촌누나라고 써야할지 아니면 정희영이라고 써야할지 잠시 망설였다.



몇번의 썼다 지웠다 하다가 이내 결심한듯 희영이라고 입력했다.



그리곤 조금더 망설이다가 자신이 최근에 독립하면서 얻게된 원룸의 주소와 현관문 비밀번호까지 입력했다.



희영이 그토록 바라던 준우의 제대날이었지만 준우는 전화한통 없었다. 



그런 준우의 무심함이 희영을 힘들게 만들었지만 준우가 무사히 제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낮동안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하루종일 멍한 표정을 짓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대폰을 자주 확인하자 학생들이 곧 짖굳게 물었다



"선생님 오늘 좋은일 있으신가봐요?"



"무슨소리야?"



"선생님 얼굴에서 하루종일 웃음이 떠나지 않잖아요. 자꾸 핸드폰만 열었다 닫았다 하시고"



"아니 그냥"



"오늘 데이트 약속있으신가봐"



희영은 오늘 학생과 낮에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라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화장대 앞에 비친 거울에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시간을 간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일부러 입술을 심술궂게 내밀자 도톰하고 윤기나는 분홍색의  입술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색 브이넥 사이로 가슴골이 드러나자 희영은 몸을 좀더 숙이면서 자신의 가슴골을 웃는 표정으로 쳐다 보았다.



"지금쯤 잠들었을까? 야속한놈.....오늘 내생각 한번이라도 했을까"



희영의 어머니는 준우 아버지의 여동생중 한명이었다.



희영의 아버지는 작은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서 어렸을때 부터 풍족하게 살았다.



희영뿐 아니라 두 남동생도 갖고 싶은거, 먹고싶은거, 하고 싶은것을 단 한번도 제지 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누리며 살아왔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난이란 상상하기도 힘들었고 가난한 타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당연하게도 두 남동생은 마음 약하고 자식이라면 안절부절 못하는 부모밑에서 점점 철부지로 자라났다.



한집에 살면서 남동생들이 하는 투정과 유치스런 행동을 볼때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곤했었다.



희영이 고등학교다닐때 오랫동안 병으로 고생하던 준우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화장터에서 눈물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자신보다 훨씬 커보이는 낡은 상복을 입고 있는 준우를 보자 희영은 동생들이 왜 한심하게 보였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자신보다 네살이나 어린 남자애가 눈물한방울도 없이, 표정의 변화도 없이, 손끝하나 움직이지 않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초상을 보는 모습은 연민과는 다른 감정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한번도 얼굴을 본적도 없는 친척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를 내며 또 어떤이는 비통함을 과장하며 괴로워하며 가슴을 치고 있는동안에 희영은 한참동안을 준우를 쳐다 보고있었다.



그렇게 준우를 쳐다보고 있는 동안 희영은 준우 가슴속 슬픔과 괴로움을 모두 읽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쳐다보는 동안 준우와 꼭한번 눈이 마주쳤는데 그 짧은 마주침 이후에야 희영은 자신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것을 알수 있었다.



화장이 끝나고 가까운 친척 몇명만이 허름한 준우의 집에 모였다.



모두들 이집의 불행과 가난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묻을까봐 조심스러워 하면서 작은 술자리가 벌어졌다.



희영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준우 아버지에게 뭔가 계속해서 충고와 질타를 했고 다른이들도 한두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희영은 준우의 방문을 조용히 열었다.



허름한 침대하나와 작은 책상이 놓여있는 어두운 방안에 준우가 책상앞 의자에 화장터에서 보였던 표정을 지으며 앉아있었다.



준우는 이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희영은 뒤로 손 깍지 킨채 자신의 눈이 어둠속에서 적응할때 까지 기다렸다.



"난 이제 가봐야해"



준우는 아무말이 없었다.



"내가 뭐 도와줄일 없을까?"



거실에서는 친척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갔다



희영은 조심스럽게 준우의 앞으로 다가갔다.



희영은 마치 자신이 누군가에게 떠밀려져서 스르르 준우에게 미끄러져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속에서 둘의 눈이 처음으로 마주치자 희영은 준우의 머리를 감싸고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준우의 얼굴은 희영의 배에 닿고 얼마지나지 않아 따스한 숨결이 배에서 느꼈졌다.



준우는 곧 소리도 없이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했다.



어깨를 조금씩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자 희영의 상의가 따뜻하게 젖어왔다.



희영은 준우의 등을 천천히 쓸어주며 고개를 숙여 준우의 머리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지금 이순간만은 전 우주에서 오직 둘뿐만이 존재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듯한 느낌이 들어다.



"괜찮아 질거야"



희영은 준우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준우는 처음으로 두손을 벌려 희영을 안았다.



간절하게 자신을 안는 준우의 몸짓은 마치 작은 새의 퍼덕임 처럼 느껴졌다.



둘은 마치 한짝의 남녀 발레리나 처럼 서로를 안고 쓸어주었다.



희영을 안고 있던 준우의 팔이 풀리며 희영의 상의를 서서히 올리기 시작했다.



희영은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거부감도 없이 오히려 준영을 올린 자신의 상의를 흘러 내리지 않게 잡고 있었다.



희영이 자신의 상의를 잡자 준영은 희영의 브라를 밀어 올렸다.



둘은 아무 소리도 없이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아직은 작지만 희고 부드러운 희영의 가슴이 창을 통해 들어온 달빛에 흔들리는듯 했다.



준영은 한쪽 가슴은 부드럽게 만지며 다른쪽 가슴의 분홍색 유두쪽으로 입을 가져갔다.



준영이 유두를 자신의 입에 넣자 희영은 가슴을 준영의 얼굴쪽으로 더욱 밀착시켰다.



준영은 마치 어린 아이가 젖을 빠는 듯이 고개를 살짝 앞뒤로 왕복하며 희영을 안았다.



희영은 가끔씩 까치발이 되기도 했고 준우의 등을 쓸어주기도 했고 자신의 상의 내려가서 준우가 자신의 가슴을 빠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잡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혹은 흐리지 않았는지도 알수 없을 순간이 지나자 거실에서 자명종 시계가 진중한 종소리를 내었다.



그 종소리가 마치 신호라도 되는듯이 서로가 떨어졌다.



희영은 브라를 내리고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아무말도 없이 준우의 방을 나섰다.



준우는 미동도 없이 방문을 나서는 희영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날이후 준우와 희영은 더이상 특별한 만남이 없었다.



희영은 피아노를 전공하여 음대에 입학했고 가끔씩 어머니를 통하여 듣는 준우의 소식은 몇가지 단편적이 이야기일뿐이었다.



"혼자서 살림하면서도 공부를 잘한다더라"



"준우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셔서 몸이 많이 안좋다더라"



그런 소식을 들을때마다 그날 준우의 방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생각 났지만 단 한번도 부끄러움, 수치, 흥분의 감정이 들지 않았다.



만나려고 하면 충분히 만날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만날때가 아니라는 직감과 만나지 않고 있더라도 서로가 뭔가를 통하여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져갔다.



그후 준우를 다시 만나게 된건 준우가 대학 일학년때 이었다.



희영의 막내동생의 과외선생을 구하던중 아버지가 이왕이면 준우가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명문대 법학과를 입학한 준우는 여러가지로 좋은 모범이 될수가 있다는 결론이 나와서 준우가 희영의 막내동생 과외선생이 되게 되었다.



일주일에 두번 준우는 희영의 집에 방문해서 두시간정도 사촌동생을 가르쳤다.



처음 몇달동안은 희영과 준우가 마주칠 기회가 전혀 없었다.



희영은 집에서 준우를 만나기를 기대했지만 졸업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었던 이유로 밤늦은 귀가가 일상이었고 과외는 주로 초저녁 시간이어서 준우의 과외가 시작된지 세달이 지나서야 육년만에 얼굴을 볼수 있게 되었다.



집을 들어서는 준우의 얼굴은 어렸을때와는 전혀 달라 있었다.



깊은 눈매와 서늘한 콧등 과묵해 보이는 입술은 마치 다른 세상에서 힘든 모험을 하고온 남자처럼 느껴졌다.



"오래간만이네"



"네"



"이제 다컸다고 존댓말이야?"



"이거봐라 준우형 얼마나 경우가 밝냐? 너도 좀 보고 배워라"



희영의 어머니가 막내아들을 나무라며 끼어들었다.



희영은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날 준우에게서 그동안 자신이 확신하고 있던 느낌과는 다른 일종의 낯섬이 느껴졌다.



그날 희영은 준우에게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며 다음날 식사약속을 했다.



준우는 썩 내켜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준우야 누나한테 맛있는거 많이 사달라고해라....안그래도 내가 희영이한테 시킬라고 했어"



이번에도 희영의 어머니가 끼어들었다.



다음날 저녁 희영과 준우는 신촌의 한 까페에서 만나게 되었다.



먼저온 희영은 준우에게 선물할 스웨터를 다시한번 꺼내보며 준우의 낯섬이 솔직한 마음인지 아니면 가장인지가 궁금했다.



약속시간이 되자 준우가 입구쪽에서 성큼성큼 걸어왔다.



희영은 웃으며 준우를 맞았지만 준우의 얼굴에서는 웃음이나 반가움은 전혀 찾아볼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두워?"



"아니 그냥"



"무슨일 있어?"



"없어요"



"무슨일 없으면 다행이다. 엄마가 너 맛있는거 사주라고 카드도 주셨으니까 우리 맛나는거 잔뜩먹자. 자 이거 받아"



준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쇼핑백을 받아 스웨터를 확인했다.



"이런거 좀 부담스러워요"



"세시간 동안 백화점 돌아다니면서 결정한거야. 고마워요....아니 그런말도 필요없다. 그냥 부담스럽다는 말이라도 않하고 받으면 안돼?"



희영은 준우의 표정과 태도에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준우는 고개를 숙인채 스웨터만 만지작 거렸다.



희영은 준우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테이블로 와서는 냉랭한 두사람의 분위기를 느끼고는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었다.



준우는 여직원에게 메뉴판을 받아서 희영의 앞쪽에 놓았다



"누나 미안해요"



준우는 테이블위에 놓여있던 스웨터를 자신의 옆쪽으로 내려놓았다.



희영은 한숨을 크게 쉬며 준우는 쳐다 보지도 않은채 메뉴판을 쳐다보았다.



"비가오네. 우산도 안갖고 왔는데. 차라리 수영복이나 사주지 이런날 입고다니게"



희영은 고개를 숙인채 웃음을 참았다



"누가 비오는날 수영복을 입고다녀?"



"최소한으로 입으면 최소한으로 젖을거 아니에요 그럼 말리기도 쉽고"



"바보같은 소리 그만하고 주문이나해"



둘은 같은 메뉴를 시켜서 식사를 했다.



대화는 단편적이었고 공통의 관심사는 거의 없었다.



희영은 준우가 짧게 대답하는 말속에서 뭔가 실마리를 찾고 싶었지만 대화는 겉돌기 일쑤였고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여기 친구들하고 자주 오는곳이야."



희영은 스테이크를 잘게 자르며 말했다.



"친구들끼리 오면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기분이 좋아지면 저쪽에 피아노도 연주하고"



희영은 까페의 한가운데 놓여진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를 나이프로 가르키며 말했다.



"여기 주인이 우리 교수님 친구인데 젊었을때 피아노 전공하다가 이상한쪽으로 빠졌어"



"이상한쪽?"



처음으로 준우가 흥미를 나타내며 물었다.



"젊었을때 꽤 피아노 연주로 유망한 사람이었는데...어느날 갑자기 피아노를 못치게되었데...아무 이유도 없이...손이 완전히 굳어버린거야"



"피아니스트들에게는 그런일이 가끔일어나나요?"



"설마....슬럼프라는건 존재하지만 완전히 손이 굳어서 피아노를 못치게 된다는건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어. 어째튼 그래서 여기저기 병원 찾아다니면서 원인을 알아내려고 했는데 의사들도 하나같이 이런경우는 처음이다라는 말만 들었대. 그동안 뒷바라지 해줬던 가족들 실망도 컷고 주변에서도 유망한 피아니스트가 갑자기 피아노 앞에 앉아서는 연주를 못하게되니까 여기저기서 말이 많았지. 결국 악단에서도 나오게 되고....그래서 완전히 폐인이 되서 한 몇년 세월을 보냈는데....어느날 누가 그러더래 혹시 모르니까 무당이라도 한번 찾아가봐라...크리스챤 집안이라 처음에는 무슨 헛소리냐 그랬다가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전라도에 유명한 무당한테 찾아갔더래....찾아가니까 첫마디가 그렇게 오라고 불러도 술만처먹고 안오더니만 이제서야 나타났구나....이제 그만 받아들여라....그러면서.....넌 무당될 팔자니 다른거 아무것도 할생각 말아라 하더래....그런데 웃긴건 그말듣자 마자 울기시작해서 하루를 꼼짝안하고 그자리에 누워서 울게 되었대...그리고는 결국 무당이 된거지...."



"결국은 흔한 이야기잖아요...."



준우는 곧 흥미를 잃고 대답했다.



"가끔 시간이 나면 사장님이 점 봐주는데 정말 정확해"



준우는 흥미가 없다는듯이 대답도 없이 식사를 계속했다.



준우가 옆에 누군가가 서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돌렸을때 턱수염을 보기 좋게 기른 남자가 테이블 옆에 서있었다.



"맛은 좀 어때요?"



남자가 희영에게 친근한 얼굴로 물었다.



"맛있어요...언제나 최고에요"



희영은 웃으며 답했다.



준우가 멍한 얼굴로 둘사이를 번갈아 쳐다보자 남자는 준우에게도 물었다.



"우리가게 처음이신거 같은데 음식은 어떠신가요?"



"아...맛있습니다"



"이분이 내가 방금 말한 사장님이야"



준우는 서둘러 냅킨으로 입을 딱으며 인사를 했다.



"제 남자친구에요....법대 다니고 있는데 사시때문에 답답하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요....좋은 말씀좀 해주세요"



희영이 사장에게 앉기를 권하며 과장된 웃음을 보였다.



사장이 희영의 옆에 앉아서 준우를 응시하자 준우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혼란스러워 했다.



사장은 손가락을 팅겨 직원을 불러 후식을 준비시켰다.



희영은 옆에서 사장의 대답을 기다리며 잔뜩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말씀해 주세요. 제가 잡아야 할지 아니면 딴남자 찾아야 할지를요"



희영이 웃으며 다시 재촉했다.



"글쎄 잘모르겠네"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준우는 주방으로 돌아가는 사장을 멍하니 쳐다 보았다.



"니가 맘에 안드나봐"



"다행이네요"



준우는 웃으며 말했다.



식사를 마치고 준우가 화장실을 가자 희영은 카운터로 계산을 하러갔다.



희영이 카드를 내밀자 사장은 카드를 긁으며 주저하는듯이 말했다.



"안만나면 좋겠지만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결국에는 만나게 되는 사이가 있어. 그리고는 서로 힘들어하면서도 떠나지 못하거든. 희영이가 어떤 남자를 만날까 항상 궁금했는데"



희영은 미소를 잃고 카드를 돌려받았다.



"저희 그런사이 아니에요. 아까 농담한건데....."



사장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친구가 이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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