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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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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877 회 작성일 24-02-24 17: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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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부>


#1-아군의 심장을 겨누다.


그것은 평소 세라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늘 침착하던 두 눈빛은 초점을 잃은 상태였고, 어깨위를 살포시 덮었던 머리결 들은 모두 위로 올려 묶여져 있었다.하얀 목선과 얼굴선이 드러난 세라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일행은 그녀에게 반가움이 담긴 인사를 건내지 못했다.

“세라..”

준은 지금의 상황을 믿을수 없다는 듯이 황망하게 중얼거렸다. 그녀가 쏘아낸 맹렬한 검기가 밀고 간 자리는 폭격을 맞은 것처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재빨리 피한 덕분에 큰 출혈은 막았지만, 세라의 검은 옆으로 살짝 늘어뜨려져 위협적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준은 당황했다. 늘 자신을 지키던 그 믿음직 스러운 검이, 이제는 자신의 심장을 겨눈채로 예기를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라..무슨 짓이야!”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은 유나가 절규하듯 외쳤다.준은 평소처럼 뮤즈를 뽑아들지 못한채 떨리는 눈으로 세라를 바라볼 뿐이었다.

‘설마..?’

다들 불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세라를 보며 당황하고 있을 그때에, 멀리 떨어진 리미의 표정이 굳어졌다.모두들 당황해서 할말을 잃어버린 이때, 리미의 눈에는 세라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분명히 보이고 있었다.

‘평소의 세라가 아니다. 전혀 다른사람같아. 세라의 검기는 예리하면서도 부드럽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투박하고 거칠어.느낌자체가..’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지는 그 찰나의 순간, 다시금 세라의 검이 허공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검끝에서 파팟 하고 스파크가 튀었다. 세라의 기술은 물론 페어리 전원의 기술들을 숙지하고 있는 유일한 페어리인 리미는 다급하게 일행에게 외쳤다.

“모두 피하세요! 최대한 횡으로!”

세라의 검끝에서 발생하는 검기는 해상비조(海上飛鳥)라는 고등의 초식이었다. 리미의 외침에 따라 일행은 발목 관절이 지릿해 질 정도로 무리하게 몸을 틀며 횡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초식명 그대로 짙푸른 검기들이 바다위를 가르는 새들의 무리처럼 세라의 검끝에서 튕겨져 나가며 방사되었다.

콰콰콰콰..

세라의 눈은 그것을 가까스로 피하는 준의 움직임을 따르고 있었다. 그제서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낀 준은 서둘러 뮤즈를 뽑아들었지만, 차마 세라에게 겨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준을 제거한다. 그리고 준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방해하는 인물들을 모두 제거한다.-

세라는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내려지는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듯 다시금 준쪽으로 몸을 돌렸다. 파괴력이 강한 초식이 발동 되어 그것을 회피한 탓에, 일행들간의 간격은 삽시간에 벌어졌다.

“프로즌 월!”

유나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오며, 순식간에 세라를 중심으로 둥글게 얼음기둥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차마 직접적으로 세라에게 공격을 하지 못한 유나는 궁여지책으로 그녀를 가두는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유나는 강하게 양손을 맞잡아 프로즌 월을 마나로 고정시켜 버렸다.

“리미! 도대체 이게 어찌..”

준은 뮤즈를 잡은 손으로 프로즌 월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세라의 방향과 리미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당혹스러워 했다.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것 같습니다.함부로 공격을 했다간..”

파직!

순간 유나가 소환한 얼음의 장벽에서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리미는 재빨리 일행이 보이지 않는 곳 까지 이동해 몸을 은신했다.그녀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재빨리 상황판단을 해서 일행들에게 전략을 하달해야 하는 것이었다.

유나의 안색은 창백해졌다.최대한 세라의 몸쪽에 가깝게 붙여 그녀의 사방을 얼음의 벽으로 두른 수고가 무의미 하게도 그 장벽은 조금씩 갈라져 가고 있었다. 벽과 세라의 거리가 가까우면 마나를 쓸때 세라에게도 충격이 가기 때문에 한동안 시간을 벌 것이라 생각했던 유나는 급격하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게..도대체..’

준은 눈앞이 캄캄해 지는 것을 느꼈다.유나가 소환한 얼음의 장벽을 검으로 부수며 나온 그녀의 모습은, 언제나 자신의 앞에서 아름답게 웃어주던 세라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평소 자신을 지키던 활검이었던 세라의 바스타드 소드는 살검으로 바뀌어 지독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차분했던 머리칼을 모두 위로 올려 묶은 세라의 머리띠에는 작고 붉은 구슬 하나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리미마저도 그것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세라의 공격은 다시금 준을 향해 맹렬하게 퍼부어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큭!”

준은 황급히 뮤즈로 저항막을 만들어 내었지만, 맹렬한 세라의 검기에 밀려 한참이나 뒤로 밀려나며 거대한 나무에 볼품없이 부딪히며 나뒹굴렀다.

“노아! 어서 세라를 막..”

“안돼!”

다급하게 노아에게 지시를 하던 리미는 갑자기 들려온 준의 외침에 그대로 동작을 멈춰 버렸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그의 입가에는 살짝 피가 베어나와 있었다.그는 그것을 소매로 훔치며, 천천히 뮤즈를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세라를 공격할 순 없어.”

“주인님!”

유나는 발악하듯 준에게 소리를 질렀다. 세라가 맹렬한 기세로 준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섯불리 세라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마유미는 재빨리 수인을 맺으며 마법을 구현시키려 했지만, 이윽고 세라의 검에서 뻗어나온 검기를 피하느라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채애애앵!

리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두 절세의 무기가 청명한 음색을 뿌리며 맞부딪혔다.준은 뮤즈를 횡으로 잡아 올려 세라의 검을 막아내었다.준과 눈이 마주쳐도 전혀 동요가 없는 그녀의 초점없는 눈빛은, 준의 머리속을 백지장 처럼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2-최후의 전쟁, 서막.



“아..이 얼마나 애처로운 광경인가.”

리키는 파괴되어 버려 더이상 효력이 발생되지 않는 진법의 안으로 성큼 성큼 걸어 들어왔다.그의 뒤로는 우경이 조용히 뒷짐을 지며 따르고 있었다.

“정말 보스가 총공세 명령을 한거 맞아?”

우경의 의심어린 말에 리키는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중국놈 아니랄까봐 의심은...곧 보스도 미호를 데리고 이리로 올거다. 블랙맘바의 중간 간부들도 모두 올거라고.”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을거 같은데 말이야.”

우경은 사뭇 불만이라는 듯 투덜거리며 리키를 따랐다.리키의 눈에는 자신의 꼭두각시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는 세라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거 참 쓸만한 기술이네.덕분에 넌 뒷짐지고 구경하잖아?”

우경의 말에 리키는 피식 웃으며 물고 있던 담배를 뱉어 버리고는 등에 있는 칼을 뽑아 들었다.

“그렇지도 않아. 블랙맘바 인원들이 대부분 돌연변이에 가까운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하면, 내 능력이 가장 불완전 하니까 말야. 구슬을 매개체로 하지 않으면 도무지 저 최면 상태를 유지시킬 길이 없거든.게다가 저 세라라는 아이는 충성심이 강해서 더욱 세뇌하기가 어려웠지.”

“그러니까 니 말은...타임리미트다 이거군?”

우경의 말에 리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자면 그런거지. 저 아이가 언제 깨어날지 모르니, 그 안에 준을 죽이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지. 뭐..구태여 그러지 않아도 소득은 있겠지만 말야.”

“소득?”

“잔챙이 페어리 몇몇은 죽여주지 않을까 싶은데?”

리키의 말에 우경은 살짝 눈을 찡그리며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준을 필두로, 마유미와 유나, 수아까지 셋이 합세해서 세라를 막고 있었다. 우경의 시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노아와, 은신한채 유심히 세라를 관찰하는 리미를 향했다. 이런 상황은 리미에게도 당혹스러운 듯, 그녀는 평소다운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한채 당황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저 아이를 맡지.”

우경의 손이 가리킨 곳을 확인한 리키는, 그 대상자가 리미임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저 아이는 전투력 제로라고 판단한 아이잖아.너 이러기냐?”

“차우라는 녀석을 맡느라고 힘을빼서, 나도 좀 쉽게 가고 싶다고.”

“흥.한번에 처리한 주제에 겸손한척 하지 말고.”

“아니야. 전기장의 힘까지 극성으로 끌어 올렸었어.게다가, 원래 저들은 다 너의 임무가 아니었나?도움받는 주제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 어차피 세라라는 아이가 넷이나 맡아주니, 우린 한명씩 남은 애들을 처리하면 되는거잖아?”

우경의 말에 딱히 반박을 할 길이 없던 리키는 끄응 하는 신음소리를 내었다.우경이 리미를 맡게 되면, 자연스레 자신의 상대는 노아로 정해지기 때문이었다.

“쟤는 좀 꺼려지던데...”

“별수 있나? 정 안되면 최면이라도 써봐.”

“내가 알기론 저 아이는 그런재주가 먹힐 아이가 아니거든. 믿을수 없지만 보스가 두개의 자아를 가진 아이라고 했어. 그리고 자아가 두개라면, 두개의 자아에 모두 최면을 걸어야 한다는 거 아냐.”

“걱정마.곧 보스가 올테니까, 시간만 끌어주면 되는 거야.어차피 저 노아라는 아이는 미호가 처리할 테니까.”

“뭐..사실 다같이 달려들어서 준이라는 녀석을 처리하는 게 맞겠지만, 사실 저 두 아이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거고..우경 니가 말한대로 하는거 외엔 도리가 없구만.”

우경은 칼을 뽑아들고 머리를 긁적이는 리키를 보며 품안에서 날이 날카롭게 서있는 단도 몇자루를 꺼내 들었다.차우를 상대할때 와는 달리 그 숫자는 무려 10자루에 달했다. 그의 손짓과 동시에 10자루의 단도 들은 일제히 허공에 떠올랐다.

“걱정마.니 말대로 저 아이는 전투력이 제로니까..금방 처리하고 합세하지.”

리미를 향해 단도를 조정하는 우경을 보며 리키는 입맛을 쩝하고 다셨다.당황하고 있는 노아의 모습. 살짝 심호흡을 하는 리키의 검에는 어느덧 푸른 검기가 넘실대며 노아를 향해 살기를 뻗고 있었다.






김노인은 통탄스러운 마음을 금할수 없는듯 인상을 찡그렸다.방랑벽이 있는 자신이 유일하게 길게 머물렀던 통나무 집. 그리고 제자인 준에게 물려주었던 그 집 앞의 넓직한 구릉과 넓은 숲이 최후의 싸움터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정확히 말하자면 더이상 싸움이 있을거라 생각지 못했다는 것이 옳았다.

김노인의 귓가에 콰앙 하는 굉음이 울려왔지만, 그는 그쪽에 신경을 쓸수가 없었다.그것이 제자인 준에게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탄이었겠지만, 그의 시선은 멀리서 다가오는 한 무리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초희와 유희도 긴장을 한듯 김노인의 뒤에 섰다. 가파른 산길을 평지처럼 가뿐하게 걸어오고 있는 예닐곱의 인물들. 하지만 김노인은 그 중에서도 단 한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때 같은 길을 걸었던 동료, 그러나 서로 죽이는 오너 전쟁을 일으켰던 장본인이기도 한 자신의 오랜친구를.

김노인과 비슷한 연배였지만, 야마토는 김노인보다도 젊어 보였다.얼굴의 반이상을 차지하는 긴 검흔을 손가락으로 살짝 만진 그는 김노인의 모습에도 무표정한 얼굴로 앞으로 걸어나갈 뿐이었다.

“류호..너는 니 동생들을 데리고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우경과 리키를 도와라.”

그의 뒤를 따르던 네명의 사내중 애꾸눈의 사내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이윽고 빠른 속도로 발을 놀려 깊숙한 협곡쪽으로 몸을 날렸다.그런 류호의 뒤를따라 세명도 차례로 빠른속도로 그를 따랐다. 그들은 모두 승려처럼 머리를 삭발한 사내들이었고, 역시나 뱀의 문양이 새겨진 푸른 무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김노인은 흡사 네 쌍둥이를 연상시키는 네 명의 인물들을 살짝 바라보았으나 그들을 막지 않고 보내주었다. 어차피..자신의 역할은 야마토를 저지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이군.”

야마토가 걸음을 멈추자, 미호는 등에 찬 거대한 검을 바닥에 쾅 하고 꽂아 넣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초희와 유희의 표정은 살짝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그러게 말이야. 7년만이니까..”

김노인의 대답에 야마토는 피식 하고 웃었다. 그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더니, 이윽고 눈을 들어 김노인을 응시했다.

“살아 있었을 줄은 몰랐는데...”

“나도 그게 좀 후회되는 구만. 살아도 네가 죽은 것은 확인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큭큭..여전히 나에대한 알수 없는 증오를 갖고 있구나.”

“너에대한 증오가 아니다 야마토. 네 비정상적인 야망에 대한 증오지.”

“그런가..”

그는 살짝 웃으며 여유롭게 목을 양 옆으로 비틀었다.사뭇 경직되어 있는 김노인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느긋하기 그지 없었다.

“내 실수겠지. 너에대한 일은 내가 해결했어야 했는데..결국 준이에게도 짐을 지어 주고 말았으니.”

“하하하.너 답군. 늘 중립을 유지했던 사람답게 지금도 쏙 빠지려고 하는게 보여.안 그런가?”

둘의 대화가 오가는 그 때, 초희와 유희의 시선은 미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가냘픈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둘은 침을 꿀꺽 하고 삼키며 온갖 상형문자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미호의 거대한 대검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원래 얽혀있던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하지. 약간 뒷북이지만 말야.너와 맞겨뤄본 기억이 거의 없어서..조금은 흥분되는군.”

“넌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야마토.넌 오너로서는 약해.”

“글쎄..그건 두고봐야 알 일이겠지.”

야마토의 말이 신호였다는 듯, 미호의 손이 엄청나게 빠른속도로 움직이며 바닥에 꼽혀 있던 대검이 뽑혀졌다. 그와 동시에 초희의 모습이 잔상이 보일정도의 빠른 속도로 미호의 곁으로 이동했고, 미호의 손목이 살짝 꺾여지며 거대한 대검이 흡사 얇은 나무가지처럼 휘둘러졌다. 미호는 초희의 몸을 검의 넓직한 면으로 후려 갈긴 것이었다.

콰지직!

야마토의 품안으로 강권을 뻗었던 김노인은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뻗어지는 그의 방어에 놀라 뒤로 걸음을 물렀다. 단 한번의 경합으로 땅은 깊게 패여 버렸고, 유희역시 초희와 미호쪽으로 몸을 날렸다.

“재미있지 않나?”

허리춤에 차고 있던 악기를 꺼내든 김노인을 보며 야마토가 입을 열었다. 전투를 하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가 아닐수 없었지만 긴장감에 몸이 경직되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늘 오너끼리 싸움이 나면 말이야..꼭 이렇게 오너와 오너, 페어리와 페어리의 경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거든.”

단 한번의 충돌로 이제는 멀리 떨어져 버린 초희와 유희쪽을 살짝 응시한 김노인은 손에 있는 피리를 살짝 돌려 쥐었다.

‘예전의 야마토와는 확실히 다르군.’

김노인은 느낄수 있었다. 지금 야마토의 두 강권에 맺힌 빛무리는 우습게 볼 만한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천천히 자세를 낮추며 진지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속도만으로는 1세대 오너들중 최강을 자랑했던 야마토. 세월이 지나며 스피드 뿐만 아니라 파워까지 탑제 된것 같은 느낌에 긴장감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김노인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야마토의 모습은 연기처럼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큭!”

초희는 짧은 신음성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렀다. 미호의 검을 타고난 반사신경으로 막아내긴 했지만 충격만큼은 모두 흘릴수 없던 탓이었다. 미호의 몸이 지면을 박차고 솟구쳐 올랐다. 그녀는 초희가 앉아있던 지면으로 착지하며 검을 강하게 휘둘러 내리쳤다.

콰쾅!

단순히 검에 의한 물리적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땅은 깊게 패여버렸다.하지만 미호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자신의 검에 초희의 몸이 절단되는 느낌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거리를 벌리고 선 초희의 눈이 붉은빛으로 물들었다.어차피 미호는 절대 카피할수 없는 상대였다. 그럴바에는 그녀의 공격범위를 파악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 외엔 도리가 없었다. 초희는 예전에 침입했던 크룬족중 하나인 가투가 썼던 블랙 소울을 양 손에 맺히게 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미호의 표정은 무표정하기 그지 없었다.

“유희. 엄호를.”

“소용없는거 알잖아.”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수도 없는거니까.공격범위 따윈 신경쓰지 말고 날려.”

유희는 그녀의 말에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재빨리 수인을 맺었다.그것을 신호로 초희의 몸이 다시금 미호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미호의 큰 검이 스르릉 움직이며 초희쪽으로 휘둘러졌다. 그녀의 공격범위를 파악하고 있던 초희는 몸을 옆으로 흘려 그것을 피해내고는 미호의 복부로 마나가 맺힌 장력을 꽂아 넣어 버렸다.

콰아앙!

가투의 블랙소울은 피술자의 몸에 맞자마자 폭발을 일으키며 터지는 무서운 기술이었다. 그것을 똑같이 카피한 것이 초희의 기술있었으니, 미호의 몸역시 강하게 뒤로 튕겨나가며 지면을 나뒹굴렀다. 바로 그때 유희의 시동어가 울려 퍼졌다.

“소닉 바스터(Sonic Buster)”

고차원 마법중 몇안되는 대인(對人)공격 마법이 바닥에 뒹구는 미호를 향해 직격하기 시작했다.음속으로 날아간 바람의 마법은 미호의 몸에 닿자마자 무차별적으로 폭발하며 그녀의 몸을 점점 더 뒤로 밀어내고 있었다.

초희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마법이 직격하고 있는 미호의 몸위로 쉴새없이 원거리 장풍을 날렸다.계속해서 미호의 몸위로 쉴새없이 공격이 퍼부어졌다.

“유희!계속해서 날려!”

초희의 외침에 유희는 재빨리 다음 마법의 수인을 맺었다. 예상외로 승산이 보이는 것 같아 초희는 신이난듯 연신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붐(boom)”

시동어가 울린곳은 유희쪽이 아닌 공격에 직격당하고 있는 미호쪽이었다. 그녀의 대검이 환하게 빛나는가 싶더니, 유희는 익힌적 조차 없는 프로센의 고대 마법이 발동되며 충격파가 폭사되었다. 재빨리 실드와 방탄공을 펼친 둘이었지만, 그대로 그들의 몸은 뒤로 몇미터나 밀려나 쳐박혀 버렸다.

“역시...한번의 공격으로 승기를 잡기엔 무리였나..”

침통한 초희의 말에 유희는 얼른 일어나 중심을 잡았다. 그녀들의 시야에는 쉴새없이 직격된 마법과 장력때문에 몸에 있는 옷이 모두 녹아버린 미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었다. 놀랍게도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어야 할 미호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긴 했으나 매우 멀쩡해 보였다. 게다가 그녀의 찢겨진 몸들은 빠른 속도로 재생이 이루어지며, 아름다운 알몸의 미소녀상태 그대로 초희와 유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잊었냐...쟤의 정체를...이런걸로 잡을수 있을리 없어. “

유희의 말에 초희는 몸을 일으키며 무복에 하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었다.사내들이 보았다면 혼이 빠질정도의 아름다운 미소녀가, 그것도 전라의 몸으로 눈앞에 서있었지만 초희는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유희의 말처럼, 미호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초희는 깔끔하게 재생이 된 미호의 모습이 얼어붙어 버린 유희를 보며 살며시 중얼거렸다.

“다시 한번 확실히 가자. 상대는 전능수다.”




#3-混戰


리미는 무언가가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는 듯한 느낌에 재빨리 몸을 비틀었지만, 이윽고 뜨끈한 감촉이 온몸에 들어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잇..”

등과 팔, 그리고 다리에서 피가 흘러 내리는 느낌이 아련하게 들어왔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공격을 퍼분 존재를 확인하려 했다.하지만 이윽고 그녀의 몸을 스쳐 지나갔던 단검들은 다시 방향을 선회하여 리미를 노리고 날아 들었다.

채채챙!

리미의 몸이 빠르게 움직이며 이동했고, 10개의 단검들은 서로 부딪히며 바닥에 떨궈졌다. 그러나 다시금 허공으로 둥실둥실 떠오르는 그것들을 확인한 리미의 눈이 불신으로 물들었다.

“리미라..했지?”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때에, 여유있는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우경의 존재를 확인할수 있었다. 우경은 여유있는 걸음걸이로 리미를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차우라는 녀석때만큼 맹렬히 반항하지 말고 편안히 죽어주길 바란다.”

리미의 동공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눈앞에 있는 우경의 말에는 차우가 죽었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시선에, 우경의 무복에 세겨진 뱀의 문장이 비춰졌다.

리미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자신을 덮쳐올줄 알았던 리미가, 몸을 날려 저만치 먼 곳으로 몸을 날리는 것을 본 우경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뭐야..튀는거야 지금?”

우경의 팔이 살짝 움직이며 허공에 떠있던 단검들이 일제히 리미가 사라진 풀숲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채애앵!

또한번 청명한 금속성이 울렸다. 우경은 비릿하게 웃었다. 뭔가 자신을 유인하는 듯한 리미의 움직임. 그녀가 단순히 도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경은 살짝 생각을 고쳐 먹었다. 리미의 몸은 더 깊은 숲으로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벌겠다는 건가..아님 유인을 하겠다는 건가..’

우경은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곧 금방 정리될 전장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그는, 곧바로 리미를 향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리키는 당황했다.

자신이 호기있게 검기를 날린 순간, 지면이 솟구쳐 오르며 그것들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세라와 준, 그리고 그들을 막으려 뛰어든 유나,마유미,수아의 모습은 이미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 버린 모양인지 리키의 시선에는 보이지 않았다.

“오호..이게 절대 방어인가?”

리키는 사뭇 놀랍다는 듯 턱을 매만졌다.노아의 경계심 어린 시선이 리키를 향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갑자기 준을 공격하는 세라때문에 노아역시 어리둥절한 상태라는 점이었다.

“안녕 최강의 소녀?”

리키의 장난섞인 말에도 노아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자신을 공격한 리키를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깜찍한 눈망울이 살짝 떨렸다.

“음?내가 알기론 저런 순진한 눈망울을 했을때는 최강이 아닌데..”

리키는 살짝 머리를 긁적이고는 다시금 검을 들었다. 세라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검기를 날리는 것으로 보아 어느정도 정점에 이른자의 검술이라는 것을 직감한 노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리키의 검끝에 푸른점이 하나 맺히는가 싶더니, 이윽고 검기가 마치 레이져 처럼 노아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 들었다.

콰직!

노아의 몸이 사뿐히 지면에 안착했고, 목표물을 잃은 검기는 그대로 그녀가 서있던 나무에 직격해 버렸다. 바람의 정령의 비호를 받아 흡사 나비처럼 사뿐히 안착하는 노아의 모습을 본 리키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역시 얘는 좀 지원군이 필요하군..’

리키는 한껏 얼굴을 찡그렸다. 차라리 엄청난 수준의 검사라면 오히려 해볼만 할지도 모르지만, 노아의 경우에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에야 노아가 방어만을 하고 있지만, 정령의 여왕으로 바뀌어 버리면 적극적으로 자신을 공격할 것이 틀림없었다. 리키는 지원군이 올때까지는 원거리 공격만을 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검을 고쳐 쥐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리키의 검이 쉴새없이 휘둘러졌다. 그럴때마다 그의 검위에 맺혀 있던 검기들은 시간차로 노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강맹한 기운은 아니었으나, 그것이 저렇게 많은 양으로 밀려들어올때는 이야기가 달랐다. 위기를 감지한 노아의 눈빛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헐! 썅 저 눈빛은 좀 위험하다고 그랬는데!’

위기를 느끼면 변하는 노아의 특성을 숙지하고 있던 리키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졌지만 검기가 직격하는 굉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가 의아함에 동작을 멈추고 검을 거두는 찰나, 리키의 눈가가 꿈틀했다. 그가 쏘아보낸 검기들은 노아의 주변에 일어나는 맹렬한 강풍으로 인해 타겟에서 벗어나 모두 허공으로 날려지고 있었다.

“이런 씹....큭!”

노아의 손이 뻗쳐지자 그 바람은 역으로 리키를 향해 날아들었고, 그는 태풍속의 나비처럼 힘없이 날아가 나무등걸에 쳐박혀 버렸다. 입가에 확 하고 터지는 피를 뱉어낸 리키의 시선에 비춰진 것은, 이번에는 맹렬하게 날아오는 이글거리는 불덩이 들이었다.

화르르르!

몸이녹아 내리는 뜨거움이 아닌 얼굴만 화끈해짐을 느꼈던 리키는 질끈 감아버렸던 눈을 떴다.자신을 덮쳐오는 맹렬한 화염들이 무언가에 밀려나 애꿎은 나무를 태워버리고 있었다. 노아의 시선도, 리키의 시선도 빠르게 옆으로 이동했다.

류호를 필두로 해서 재빨리 달려오는 네명의 사내를 본 리키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류호의 동생들중 하나인 와호가 특기인 장풍으로 노아가 소환해낸 불의 정령의 공격을 순식간에 옆으로 쭈욱 밀어내어 버린 것이었다. 그는 지릿하게 전달되어 오는 통증을 느끼며 천천히 일어나 검을 쥐었다. 천진난만하던 노아의 표정은 어느덧 냉정한 여왕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그는 입가에 묻은 피를 스윽 닦아내며 여유있게 중얼거렸다.

‘지원군이 드디어 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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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들의 오너는 힘차게 막바지를 향해 갑니다. 야미님께 힘찬 응원과 격려의 리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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