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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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부>
#1-최후
바람 부는 소리,그리고 무언가가 진동하는 듯한 파공음이 차우의 귓가를 때렸다.자신이 강하게 남긴 타격 때문에 입가에 선혈이 드리워진 우경의 모습에 차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수가 없었다. 그의 양손으로 마치 날파리때처럼 모여들고 있는 쇳가루 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차우는 당황했다. 차라리 검과 같은 무기의 형태로 날아온다면 오히려 회피하기 쉬었지만,입자가 작은 가루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우경과 차우 둘 다 서로를 너무나 가볍게 봤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었다.
우경의 몸이 차우의 쪽으로 쏘아져 나갔다.그와 동시에 그의 양손에 몰려있던 작은 입자들은 공기중으로 확 분산되며 차우의 시선을 막아버렸다. 차우는 강하게 지면을 박차며 뒷걸음질 쳤다.그의 양손으로 푸른 빛무리가 아른거렸다. 지금 이 순간 우경의 공격을 막을수 있는것은 단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트드드드드.
우경의 눈망울이 크게 흡떠졌다.차우가 서있는 자리를 중심으로,땅위로 기이한 문양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그것이 팔괘라는 가전무공의 특성임을 우경이 알 리가 없었다.
‘이건..?’
우경은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차우를 중심으로 휘물아 치고 있음을 느끼고 재빨리 몸을 측면으로 틀었다.그의 조종에 의해 쇳가루들은 일제히 차우를 향해 흩뿌려졌다.
‘바람?’
우경은 차우의 양 손의 움직임에 따라 엄청난 강풍이 지면에서 허공을 향해 수직방향으로 몰아치고 있는것을 깨달았다.대자연의 원리를 생각하면 절대 있을수 없는 풍향이었다. 팔괘의 초식중 하나인 섬풍(殲風)이었지만, 우경이 그 초식의 이름까지 알수 있을리가 없었다.
“크윽!”
그로 인해 일제히 쇳가루들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우경이 자기장으로 조종하는 힘보다,차우가 순간적으로 일으킨 바람의 힘이 더더욱 강력했기 때문이었다.뿐만 아니라 차우는 바람의 힘을 살짝 바꾸며 자신의 등뒤로 역풍을 불게 했고,그에 따라 차우의 몸은 우경의 몸앞으로 순식간에 다가와 복부에 강한 일격을 남겼다.
‘이..이런!’
차우의 장력에 맞아 후방으로 날아가던 우경의 눈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그가 뒤로 날아가는 그 찰나의 순간,차우의 오른손에는 짙푸른 기운들이 뭉쳐져 자신에게 겨누어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지면에 떨어지는 그 순간, 그것을 날리려는 것이 분명했다.
콰아아앙!
우경은 입가로 뜨끈한 선혈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허공에서 무리하게 몸을 비틀었다.그와 동시에 그의 양손은 강하게 지면으로 장력을 방출했다. 그를 향해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던 차우의 고개가 위로 치켜 올려졌다. 우경은 장력을 방출함으로써 일어나는 반동으로 허공으로 솟구쳐 버렸다.
“쳇.”
차우는 금세 나무가지 위로 모습을 감춰버린 우경의 모습에 아쉬운듯 투덜거렸지만, 정작 나무사이로 몸을 숨긴 우경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차우에게 가격당한 복부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만약 차우에게 많은 시간이 있었더라면 아마 복부에 맞은 이 일격으로 우경은 즉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단한 꼬맹이로군.마나를 이용해 기압차를 만들고,그 기압차로 바람을 일으키다니..’
순식간에 행한 임기응변치고는 너무나 훌륭한 한 수였다고 우경역시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차우는 복부에 일격을 남기는 그 찰나의 순간에 우경의 몸에 자신의 마나를 흘려넣었던 것이었다. 우경은 내장이 뒤집히는 아련한 충격에 입술을 깨물었다.
-우경. 니 가장 큰 단점은 자만이다.어떤 적을 만나든, 네가 가진 최고의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 최후의 보루라는 것은 아껴두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최후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하는 거다-
우경은 자신의 보스가 했던말을 떠올리며 감았던 눈을 떴다. 보스의 말이 옳았다. 애초에 차우와 조우했을때 한번에 최고기술을 썼더라면 이런 부상도 입지 않았을 터였다.
우지끈!
우경이 피해있던 나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기 시작했다.단박에 우경이 숨어있는 곳을 알아챈 차우가 일격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우경은 재빨리 몸을 피하며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그래.어차피..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오너라면..애초부터 무시해서는 안될 상대였지.’
우경은 한곳으로 집중하여 끌어올렸던 내공을 다시금 전신으로 분산시켰다.아이러니 하게도,자신의 최고 기술은 마나가 전혀 소모되지 않는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자기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특유의 능력으로 인해 탄생한 기술.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우경의 시야에 자신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 차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우우우웅..
차우는 고개를 갸웃했다.무언가가 자신의 주변을 감싸는 느낌이 들어왔다. 예사롭지 않은 이질적인 음성들이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뭐..뭐야 이거.’
분명, 자신의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마나가 아닌 무언가가 자신을 감싸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느껴져 차우는 우수를 크게 휘둘러보았다. 하지만 손에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나라면 당연히 내것과 부딪히며 반응이 일어날 터인데..뭐지 이건?’
차우는 자신의 눈앞에서 지면으로 착지하는 우경을 바라보았다.입가에 흐르는 선혈을 한쪽팔로 쓰윽 닦아낸 우경은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안목이 있네. 뭔가 이질감을 느꼈다니..”
“너! 무슨짓을...”
차우는 점점 자신의 움직임이 더뎌 지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무언가가 자신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회전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왔다.
‘바람도 아니고..마나도 아니다..이건 도대체?’
차우의 귓가에서 우웅 하는 소리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차우는 알수 없는 압박에 한쪽 무릎을 지면에 쿵 하고 꿇어 버렸다. 그의 두 눈동자로, 천천히 양손을 들어 자신을 향하고 있는 우경의 모습이 보였다.
“마나..마나..니들은 늘 그 단어를 달고 다니더군.”
차우는 고막이 찢어질듯한 느낌에 귀를 막았지만, 자신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무형의 기운은 더더욱 세어지고 있었다.우경은 그를 조롱하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이야.마나라는걸 다루지 않아도..강해질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느끼고 있겠지만 지금 이 기술에도..마나는 전혀 개입되지 않거든. 물론..목표물에 정확히 발동시키는게 조금 까다롭지만.”
우경의 손이 점점 더 위로 올라감에 따라, 차우는 자신을 둘러싼 무형의 기운이 더욱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파지직!파직!
차우는 숨조차 쉬어 지지 않는 극심한 고통속에 감은 눈을 떴다.힘겹게 버티던 나머지 한쪽 다리마저도 지면으로 힘없이 추락해 버렸다. 그의 주변으로 파지직!하는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차우는 우경이 쓰는 기술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자기장을 다룬다는 것은..여러가지 의미가 있더군.뭐..내가 과학적 지식이 해박하지 못하니 자세히 설명은 못해주겠지만 말이야.한가지 확실한건..”
“크아아악!”
차우는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그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회전하던 자기장의 기운은, 조금씩 짜릿한 전류를 방전하는 전기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릿지릿한 충격이 몸안에 스며들때마다, 차우는 피를 토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자기장의 움직임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면 전기장이 되지.”
차우는 더이상 우경의 말을 들을수 없었다.완전히 땅바닥으로 허물어진 그의 모습을 보며, 우경은 높이 들었던 양손을 한쪽으로 모으기 시작했다.그에따라 차우를 둘러싼 전기장은 점차 그 세력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큭..크윽..큭..”
차우는 자신의 몸이 점차 분해되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집어 삼켰다.자신과 연결된 두개의 고리, 소소와 샤이와의 연결고리가 뚝 하고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오며 눈앞에 서있는 우경의 모습이 흐릿해져 감을 느끼고 있었다.
“과학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말이야..”
차우의 몸이 천천히 허공에서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계속해서 튀는 스파크가 우경의 두 눈동자를 번뜩이게 만들었다.
“자기장이라는게...계속 작용되면...물체가 이온화 되어 사라진다더군.머리아픈 이야기지?"
파식!
너무도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원래 차우가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우경역시 무리한 기술을 쓴 탓에 한줄기 핏물이 귓가에서 흘러나왔다. 차우가 서있던 자리는 흡사 지우개로 지운것처럼 깨끗하게 사라진 무형의 공간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우경의 손이 내려가자, 주변을 장악하던 이질적인 기운들은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고, 중간중간 튀기던 스파크 마저도 서서히 사라져 갔다. 자신의 고유 능력의 정점에 있는 기술을 쓴 우경은 살짝 휘청거리며 차우에게 얻어맞았던 복부를 움켜쥐었다.
“역시...보스의 말이 맞군.처음부터 이렇게 승부를 해야 했는데..처음부터 최선을 다했어야 했지.”
그는 품안에서 자그마한 종이를 꺼내었다.자신이 배당받은 목표물인 차우일행에 대해 적혀 있는 종이였고, 그것은 곧 그의 손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하지만..차우 너도 나와 같은 실수를 했기에 당한 거겠지.”
#2- 一觸卽發
“오랜만이구만. 이 대형도.”
김노인의 농담섞인 말에도 유희와 초희는 웃지 않았다. 사람이 찾지 않는 조그마한 산의 중턱에서 그들은 평상시와는 달리 긴장된 눈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법에 무지한 김노인은 살짝 뒤로 빠졌고 유희가 김노인의 앞을 막아섰다. 1세대 오너 전쟁이 있을때에는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늘 해왔던 일들이지만, 지금 그들이 하려는 일은 무려 7년만에 이뤄지는 일이었고, 그때와는 스케일 자체가 달랐다.
“하지만, 마나를 숨기면 그만일 텐데.”
초희의 중얼거림에 유희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야마토의 죽음을 믿었던 이유는, 당시에 마나를 탐색하는 마법으로 그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때는 몰랐지만, 니 말대로 야마토는 미호에 의해 완벽히 숨겨지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때와 나는 구현할수 있는 마법의 종류자체가 달르니까.”
유희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초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유희는 7년전과는 비교도 할수 없는 고등의 수준을 지닌 마법사였다.물론 오너의 마나에 기생을 하기에 프로센에 있을때와는 성장속도 자체가 다른 까닭이긴 했지만, 동기가 어떤 것이든 결과가 중요한 법이었다.
“디텍팅 마나 포스”
유희는 손을 앞으로 뻗으며 시동어어를 읊었다. 순간 허공에는 희미한 마법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마법에 조예가 깊지 않은 초희도, 김노인도 그것이 보통의 마나탐지 마법에 비해 훨씬 고차원의 수준의 마법이라는 것을 직감할수 있었다.
“나는 눈을 뜰수 없으니..초희와 주인님이 좀 봐줘요.”
유희는 정신을 집중하듯 눈을 감았고, 둘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를 어떤 방식으로 감추든 일시적으로 내제된 마나까지 모두 탐지할수 있는 고위의 마법이었다.엄청난 마나량이 소모되는 탓에 유희의 마나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김노인이 뒤에 자리해야만 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이의 마나를 살펴야 하는,오로지 유희만이 부릴수 있는 술법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보는’능력이 가장 뛰어난 초희는 유희가 구현해낸 마법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마법진 위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가고 있었다.마나를 아예 모르는 인간들에서 부터, 자신은 모르지만 희미하게 그것을 느끼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마법진 위로 스쳐 지나갔다. 유희는 두 눈은 긴 속눈썹에 살포시 덮여 있었다. 단번에 집중을 해서 빨리 끝내려는 속셈인듯, 이윽고 마법진에 비춰지는 얼굴들이 바뀌는 속도는 더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초희 역시 안력에 모든 것을 집중하여 그것을 바라보았다. 김노인의 모습, 준의 모습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초희는 차우의 모습이 나오지 않자 살짝 고개를 갸웃했지만, 계속해서 나타나는 얼굴들에 정신을 다시금 집중하기 시작했다.
초희가 본적이 없는 리키와 우경의 모습, 그리고 정체를 알수 없는 사내 몇명의 얼굴이 빠르게 지나쳐 갔다. 이윽고 세라와 유나,마유미,리미,수아 등등이 지나쳐 갔다. 유희와 초희의 모습마져 순식간에 사라져 가고 있을 그때, 초희의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우우우우우..
유희의 감겨있던 두 눈이 서서히 떠졌고, 이윽고 허공에 구현된 마법진의 모습역시 사라져갔다. ‘뇌’를 쓰는 것이 마법이란 녀석이기 때문일까. 유희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기 까지 했다.
“본거야?”
유희와 김노인이 동시에 초희에게 물었다. 엄청난 속도로 인물들의 모습이 바뀌는 마법진에서, 각각의 투영된 모습들을 제대로 볼수 있는 사람은 여기서 초희 한명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네. 사실이군요.야마토는..살아 있어요.미호와 야마토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김노인과 유희의 안색은 지나치게 굳어져 버렸다. 차라리 유희에게 실컷 얻어맞아도 좋으니, 자신의 근심이 기우(杞憂)였길 바랬던 김노인은 당황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먼저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겠지. 대화로 해결될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야마토의 위치..어디였지?”
김노인의 물음에 초희는 고개를 저었다.역시 그 짧은 순간에 위치까지 파악하지 못했던 걸까?실망한 낯빛으로 바뀌던 김노인에게, 초희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게 무슨말이야?”
초희의 두 눈이 떠지며 유희와 김노인의 얼굴을 향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둘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는 이미 이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정확히 말하면..한국으로요.”
사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무언가 음산한 분위기이기도 했다.흡사 거대한 뱀위 비늘위에 있는 것처럼 사늘한 긴장감이 공기중에 만연해 있는 느낌이었다.
어둑어둑한 건물안에는, 몇몇의 사내들이 도열해 있었다. 제 각각의 옷을 걸치고 있었지만,그들의 옷에는 한결같이 똑같은 뱀의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그들은 한결같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있었고, 그 방향의 끝에는 한남자와 여자가 서서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는 중년의 나이로 보였지만, 이마에서 왼쪽 턱까지 길게 검흔이 자리잡은 사뭇 위협적인 외모를 갖고 있는 자였다. 그의 옆에 있는 여인은 긴 대검을 등에 찬채로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을 뿐이었다. 단발머리를 한 그녀의 외모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무래도..다같이 움직일 때가 된거 같군.”
수장인 듯한 사내의 말에 모두들 조금의 동요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몰랐군.내 실수였어. 이번 오너들 중에 늙은 오너 하나가 아직까지 살아남아 뒤를 봐주고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군.”
뭔가 심기가 뒤틀린 듯한 그의 말에 도열해 있는 사내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자존심이 강한 자신의 보스가 저런 식의 자조적 말투를 했을때는 늘 귀찮은 일이 일어나곤 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미호를 보내도 될 일이였지. 미호 혼자만으로는 각개격파가 힘들것 같아 우경과 리키를 보낸것이 실수였나?”
미호라는 것이 그녀의 이름인 모양인지, 대검을 차고 있는 여인의 무표정했던 눈빛이 반짝 하고 빛이 났다. 도열해 있는 사내중 한쪽 눈에 안대를 두른 자가 눈치를 보다 입을 열었다.
“하지만 보스. 우경은 차우라는 녀석을 제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리키 역시 반이상 성공을 한 것이나 다름없구요.”
“아니. 우경은 성공이라 할수 있을지 몰라도 리키는 아직 그것이 성공인지 아닌지 알수 없는 거다. 물론 그 검을 쓰는 페어리가 리키의 꼭두각시가 되었다고 해도..리키의 환술은 백퍼센트 믿을수가 없겠지. 또 그 구슬에 의지해서 조종할수 밖에 없는거 아니던가?”
보스,아니 야마토가 입을 열자, 일순간 쥐죽은 듯한 적막이 흘렀다.애꾸눈의 사내는 다시한번 용기내어 입을 열었다.
“리키의 술수는 환술이지만, 문제는 그 환술이 계속해서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그 구슬을 썼을때는 달라집니다. 그것은 리키의 환술이 계속해서 적용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승산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야마토는 부하의 말에 실소를 머금었다.
“그래..분명 준이라는 녀석은 리키와 너희들이 나서서 처리할수 있을지 모르지.하지만 그 영감탱이는 달라. 그 영감을 따르는 두명의 페어리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즉, 결국엔 나와 미호가 그 셋을 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 그렇게 따지고 보면 결코 우리쪽에 유리한 입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미호는 야마토의 말에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그녀의 머리속으로, 딱한번 겨뤄봤던 초희와 유희의 모습들이 슬쩍 비춰 지나갔다.무표정하기 그지없던 그녀의 표정에도 살짝 이채가 비췄다가 금세 사라져 버린다.
“알고 있겠지만..내가 블랙맘바를 조직한 이유는 무차별로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너라는 녀석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지. 마치 자신들이 세계평화를 지켜야 하는 주체로 알고 있거든. 결국 그런 잘못된 마음들이 자신과 비슷한 모든것을 죽이려는 욕심으로 작용하곤 하지.”
야마토는 손에 쥐고 있던 라이타를 딸칵 거리며 자신의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만물을 지배하는 것은 힘이다. 그 힘으로 초기화를 시켜야 하는데, 다른 무언가의 힘이 우리를 걸리적 거리게 한다면..부득이 하지만 제거하는 것이 맞겠지.”
그의 말에 눈을 감고 있던 미호의 무심한 눈망울이 번뜩 하고 떠졌다. 초점이 없는 듯한 무심한 표정.야마토는 살짝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여기 있는 인원만 전원 준이라는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간다.잔챙이들은 가봐야 총알받이가 될 뿐이니까. 리키와 우경에게도 연락을 취해서, 준 쪽으로 합류하라고 전달하도록.”
#3- 세라의 습격.
유원지에 있던 준 일행은 서둘러 자신들의 집으로 이동해야만 했다.유나가 통신구를 통해 끊임없이 비상 메세지를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비행기를 통해 세라와 나란히 와야만 했던 유나가, 그것도 혼자서 집결지에 있다는 것은 쉽게 넘길일이 아니었다.
“유..유나!”
준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도착해서 만난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흡사 무언가에 추격을 당했던 사람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설마..예상했던 일이..”
리미의 중얼거림에 좌중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그리고 그 긴장감은 유나가 두 눈망울 사이로 눈물을 보였을때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유나..왜그래?”
노아의 천진난만한 질문에도 유나는 웃을 수 없었다.그들이 있는 산골짜기에는 때아닌 긴장감이 흘렀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세라가...”
“세라에게 무슨일이 있어?”
준의 언성이 자신도 모르게 높아졌다. 애초에 둘만 보내는 것을 많이 걱정했던 리미역시 안색이 굳어졌다.
유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녀역시 진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준은 더이상 재촉하지 않고 그녀의 말만 경청하기 시작했다.
세라와 헤어진 유나는 어김없이 윌리엄스의 집을 들렸다.블랙맘바의 인원 셋을 본의 아니게 사살해야만 했던 사실이 심하게 걸렸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뚝 하고 끊긴 윌리엄스의 저택에는, 유나가 처리한 세명의 시신을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유나는 그제서야 상황이 뭔가 꼬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서둘러 공항으로 달려갔지만, 공항의 입구에서 우뚝 멈춰설수 밖에 없었다.뭔가 큰 일이 벌어진듯 인산인해를 이루는 공항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서 유나가 발견한 것은 검기에 의해 잘려진 것이 분명한 공항내의 기물들이었고, 곧이어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한 인원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유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자신은 리미가 준 스크롤을 늘 지니고 다녔기에 상관없지만,세라는 워프 스크롤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곧 세라의 신변에 무슨일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리미.잡히는데 있어?”
유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황급히 준이 리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유미의 표정도 창백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세라 정도의 실력자가 순식간에 종적을 감춘것은 언젠가 오겠지..하고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었다.
“저번에 말씀드렸던..블랙맘바가 확실하겠죠. 다만...마음에 걸리는 것이 만약 그들의 소행이라면, 유나에게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만약 우리를 해하려 하는 것이라면 유나에게도 자객이 붙어야 정상인데, 유나는 아무런 일도 없었으니까요.”
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세라가 만약 누군가에 의해 소멸되었다면, 준에게도 그 느낌이 전달되는 것이 원칙이었다.하지만 준은 세라의 소멸로 오는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미안해요..”
유나는 잔뜩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준은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유나의 모습에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니 잘못이라곤 할 수 없어.니가 어떻게 했건, 녀석들은 우리를 계속 노렸을테니까.”
하지만 준의 위로에도 유나의 훌쩍임은 멈추지 않았다. 가장 오래 같이 있었고, 최초의 라이벌이었던 세라에게 소리를 질렀던 것이 유나는 못내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더욱더 참기 힘든 사실은, 만약 유나가 세라와 함께 왔었다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근데요오.”
침울해 있던 좌중의 시선이 나무위로 향해졌다. 언제나처럼 나무위에 앉아 그들의 말을 듣던 수아가 , 원피스밑으로 나온 하얀 다리를 까딱 거리며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문제가...세라가 없어진 거에요?”
“응. 세라를 찾아 나서야 할거 같아.”
“세라 저기 오는데?”
“뭐?”
수아의 태연한 말에 그들은 황급히 수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순간 리미의 표정이 심하게 찡그려졌다.
“진법이...파괴되고 있어요.”
“그게 무슨소리야?”
준의 눈에는 세라가 보이지 않았다. 리미는 자신이 연성한 거대한 진법이 조금씩 흩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이 진법을 깰수 있는 사람은 최초에 어떤 지형지물에 진법이 걸려 있는지 꿰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존재할수 없었다.
“어..어?”
나무위에서 세라쪽을 바라다보던 수아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드드드...
지면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무언가가 이질적인 느낌에, 준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모두 피해!!”
준의 외침을 필두로 모두 약속이나 한듯 다른 방향으로 재빨리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맹렬한 기운이 폭사되며 그대로 지면을 밀어 버렸다.
콰콰콰쾅!
수아가 앉아있던 아름드리 나무도 쓰러져 버렸다.재빨리 다른 나무로 이동한 그녀의 눈망울이 커졌다.
“저..저건..”
수아를 비롯한 모두는 제대로 말문을 열지 못했다.묵빛검신을 들고 살기를 방출하며 맹렬히 달려오는 여인. 그녀는 바로 세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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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최후
바람 부는 소리,그리고 무언가가 진동하는 듯한 파공음이 차우의 귓가를 때렸다.자신이 강하게 남긴 타격 때문에 입가에 선혈이 드리워진 우경의 모습에 차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수가 없었다. 그의 양손으로 마치 날파리때처럼 모여들고 있는 쇳가루 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차우는 당황했다. 차라리 검과 같은 무기의 형태로 날아온다면 오히려 회피하기 쉬었지만,입자가 작은 가루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우경과 차우 둘 다 서로를 너무나 가볍게 봤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었다.
우경의 몸이 차우의 쪽으로 쏘아져 나갔다.그와 동시에 그의 양손에 몰려있던 작은 입자들은 공기중으로 확 분산되며 차우의 시선을 막아버렸다. 차우는 강하게 지면을 박차며 뒷걸음질 쳤다.그의 양손으로 푸른 빛무리가 아른거렸다. 지금 이 순간 우경의 공격을 막을수 있는것은 단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트드드드드.
우경의 눈망울이 크게 흡떠졌다.차우가 서있는 자리를 중심으로,땅위로 기이한 문양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그것이 팔괘라는 가전무공의 특성임을 우경이 알 리가 없었다.
‘이건..?’
우경은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차우를 중심으로 휘물아 치고 있음을 느끼고 재빨리 몸을 측면으로 틀었다.그의 조종에 의해 쇳가루들은 일제히 차우를 향해 흩뿌려졌다.
‘바람?’
우경은 차우의 양 손의 움직임에 따라 엄청난 강풍이 지면에서 허공을 향해 수직방향으로 몰아치고 있는것을 깨달았다.대자연의 원리를 생각하면 절대 있을수 없는 풍향이었다. 팔괘의 초식중 하나인 섬풍(殲風)이었지만, 우경이 그 초식의 이름까지 알수 있을리가 없었다.
“크윽!”
그로 인해 일제히 쇳가루들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우경이 자기장으로 조종하는 힘보다,차우가 순간적으로 일으킨 바람의 힘이 더더욱 강력했기 때문이었다.뿐만 아니라 차우는 바람의 힘을 살짝 바꾸며 자신의 등뒤로 역풍을 불게 했고,그에 따라 차우의 몸은 우경의 몸앞으로 순식간에 다가와 복부에 강한 일격을 남겼다.
‘이..이런!’
차우의 장력에 맞아 후방으로 날아가던 우경의 눈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그가 뒤로 날아가는 그 찰나의 순간,차우의 오른손에는 짙푸른 기운들이 뭉쳐져 자신에게 겨누어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지면에 떨어지는 그 순간, 그것을 날리려는 것이 분명했다.
콰아아앙!
우경은 입가로 뜨끈한 선혈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허공에서 무리하게 몸을 비틀었다.그와 동시에 그의 양손은 강하게 지면으로 장력을 방출했다. 그를 향해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던 차우의 고개가 위로 치켜 올려졌다. 우경은 장력을 방출함으로써 일어나는 반동으로 허공으로 솟구쳐 버렸다.
“쳇.”
차우는 금세 나무가지 위로 모습을 감춰버린 우경의 모습에 아쉬운듯 투덜거렸지만, 정작 나무사이로 몸을 숨긴 우경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차우에게 가격당한 복부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만약 차우에게 많은 시간이 있었더라면 아마 복부에 맞은 이 일격으로 우경은 즉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단한 꼬맹이로군.마나를 이용해 기압차를 만들고,그 기압차로 바람을 일으키다니..’
순식간에 행한 임기응변치고는 너무나 훌륭한 한 수였다고 우경역시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차우는 복부에 일격을 남기는 그 찰나의 순간에 우경의 몸에 자신의 마나를 흘려넣었던 것이었다. 우경은 내장이 뒤집히는 아련한 충격에 입술을 깨물었다.
-우경. 니 가장 큰 단점은 자만이다.어떤 적을 만나든, 네가 가진 최고의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 최후의 보루라는 것은 아껴두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최후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하는 거다-
우경은 자신의 보스가 했던말을 떠올리며 감았던 눈을 떴다. 보스의 말이 옳았다. 애초에 차우와 조우했을때 한번에 최고기술을 썼더라면 이런 부상도 입지 않았을 터였다.
우지끈!
우경이 피해있던 나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기 시작했다.단박에 우경이 숨어있는 곳을 알아챈 차우가 일격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우경은 재빨리 몸을 피하며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그래.어차피..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오너라면..애초부터 무시해서는 안될 상대였지.’
우경은 한곳으로 집중하여 끌어올렸던 내공을 다시금 전신으로 분산시켰다.아이러니 하게도,자신의 최고 기술은 마나가 전혀 소모되지 않는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자기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특유의 능력으로 인해 탄생한 기술.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우경의 시야에 자신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 차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우우우웅..
차우는 고개를 갸웃했다.무언가가 자신의 주변을 감싸는 느낌이 들어왔다. 예사롭지 않은 이질적인 음성들이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뭐..뭐야 이거.’
분명, 자신의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마나가 아닌 무언가가 자신을 감싸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느껴져 차우는 우수를 크게 휘둘러보았다. 하지만 손에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나라면 당연히 내것과 부딪히며 반응이 일어날 터인데..뭐지 이건?’
차우는 자신의 눈앞에서 지면으로 착지하는 우경을 바라보았다.입가에 흐르는 선혈을 한쪽팔로 쓰윽 닦아낸 우경은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안목이 있네. 뭔가 이질감을 느꼈다니..”
“너! 무슨짓을...”
차우는 점점 자신의 움직임이 더뎌 지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무언가가 자신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회전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왔다.
‘바람도 아니고..마나도 아니다..이건 도대체?’
차우의 귓가에서 우웅 하는 소리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차우는 알수 없는 압박에 한쪽 무릎을 지면에 쿵 하고 꿇어 버렸다. 그의 두 눈동자로, 천천히 양손을 들어 자신을 향하고 있는 우경의 모습이 보였다.
“마나..마나..니들은 늘 그 단어를 달고 다니더군.”
차우는 고막이 찢어질듯한 느낌에 귀를 막았지만, 자신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무형의 기운은 더더욱 세어지고 있었다.우경은 그를 조롱하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이야.마나라는걸 다루지 않아도..강해질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느끼고 있겠지만 지금 이 기술에도..마나는 전혀 개입되지 않거든. 물론..목표물에 정확히 발동시키는게 조금 까다롭지만.”
우경의 손이 점점 더 위로 올라감에 따라, 차우는 자신을 둘러싼 무형의 기운이 더욱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파지직!파직!
차우는 숨조차 쉬어 지지 않는 극심한 고통속에 감은 눈을 떴다.힘겹게 버티던 나머지 한쪽 다리마저도 지면으로 힘없이 추락해 버렸다. 그의 주변으로 파지직!하는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차우는 우경이 쓰는 기술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자기장을 다룬다는 것은..여러가지 의미가 있더군.뭐..내가 과학적 지식이 해박하지 못하니 자세히 설명은 못해주겠지만 말이야.한가지 확실한건..”
“크아아악!”
차우는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그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회전하던 자기장의 기운은, 조금씩 짜릿한 전류를 방전하는 전기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릿지릿한 충격이 몸안에 스며들때마다, 차우는 피를 토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자기장의 움직임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면 전기장이 되지.”
차우는 더이상 우경의 말을 들을수 없었다.완전히 땅바닥으로 허물어진 그의 모습을 보며, 우경은 높이 들었던 양손을 한쪽으로 모으기 시작했다.그에따라 차우를 둘러싼 전기장은 점차 그 세력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큭..크윽..큭..”
차우는 자신의 몸이 점차 분해되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집어 삼켰다.자신과 연결된 두개의 고리, 소소와 샤이와의 연결고리가 뚝 하고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오며 눈앞에 서있는 우경의 모습이 흐릿해져 감을 느끼고 있었다.
“과학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말이야..”
차우의 몸이 천천히 허공에서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계속해서 튀는 스파크가 우경의 두 눈동자를 번뜩이게 만들었다.
“자기장이라는게...계속 작용되면...물체가 이온화 되어 사라진다더군.머리아픈 이야기지?"
파식!
너무도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원래 차우가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우경역시 무리한 기술을 쓴 탓에 한줄기 핏물이 귓가에서 흘러나왔다. 차우가 서있던 자리는 흡사 지우개로 지운것처럼 깨끗하게 사라진 무형의 공간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우경의 손이 내려가자, 주변을 장악하던 이질적인 기운들은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고, 중간중간 튀기던 스파크 마저도 서서히 사라져 갔다. 자신의 고유 능력의 정점에 있는 기술을 쓴 우경은 살짝 휘청거리며 차우에게 얻어맞았던 복부를 움켜쥐었다.
“역시...보스의 말이 맞군.처음부터 이렇게 승부를 해야 했는데..처음부터 최선을 다했어야 했지.”
그는 품안에서 자그마한 종이를 꺼내었다.자신이 배당받은 목표물인 차우일행에 대해 적혀 있는 종이였고, 그것은 곧 그의 손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하지만..차우 너도 나와 같은 실수를 했기에 당한 거겠지.”
#2- 一觸卽發
“오랜만이구만. 이 대형도.”
김노인의 농담섞인 말에도 유희와 초희는 웃지 않았다. 사람이 찾지 않는 조그마한 산의 중턱에서 그들은 평상시와는 달리 긴장된 눈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법에 무지한 김노인은 살짝 뒤로 빠졌고 유희가 김노인의 앞을 막아섰다. 1세대 오너 전쟁이 있을때에는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늘 해왔던 일들이지만, 지금 그들이 하려는 일은 무려 7년만에 이뤄지는 일이었고, 그때와는 스케일 자체가 달랐다.
“하지만, 마나를 숨기면 그만일 텐데.”
초희의 중얼거림에 유희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야마토의 죽음을 믿었던 이유는, 당시에 마나를 탐색하는 마법으로 그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때는 몰랐지만, 니 말대로 야마토는 미호에 의해 완벽히 숨겨지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때와 나는 구현할수 있는 마법의 종류자체가 달르니까.”
유희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초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유희는 7년전과는 비교도 할수 없는 고등의 수준을 지닌 마법사였다.물론 오너의 마나에 기생을 하기에 프로센에 있을때와는 성장속도 자체가 다른 까닭이긴 했지만, 동기가 어떤 것이든 결과가 중요한 법이었다.
“디텍팅 마나 포스”
유희는 손을 앞으로 뻗으며 시동어어를 읊었다. 순간 허공에는 희미한 마법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마법에 조예가 깊지 않은 초희도, 김노인도 그것이 보통의 마나탐지 마법에 비해 훨씬 고차원의 수준의 마법이라는 것을 직감할수 있었다.
“나는 눈을 뜰수 없으니..초희와 주인님이 좀 봐줘요.”
유희는 정신을 집중하듯 눈을 감았고, 둘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를 어떤 방식으로 감추든 일시적으로 내제된 마나까지 모두 탐지할수 있는 고위의 마법이었다.엄청난 마나량이 소모되는 탓에 유희의 마나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김노인이 뒤에 자리해야만 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이의 마나를 살펴야 하는,오로지 유희만이 부릴수 있는 술법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보는’능력이 가장 뛰어난 초희는 유희가 구현해낸 마법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마법진 위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가고 있었다.마나를 아예 모르는 인간들에서 부터, 자신은 모르지만 희미하게 그것을 느끼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마법진 위로 스쳐 지나갔다. 유희는 두 눈은 긴 속눈썹에 살포시 덮여 있었다. 단번에 집중을 해서 빨리 끝내려는 속셈인듯, 이윽고 마법진에 비춰지는 얼굴들이 바뀌는 속도는 더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초희 역시 안력에 모든 것을 집중하여 그것을 바라보았다. 김노인의 모습, 준의 모습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초희는 차우의 모습이 나오지 않자 살짝 고개를 갸웃했지만, 계속해서 나타나는 얼굴들에 정신을 다시금 집중하기 시작했다.
초희가 본적이 없는 리키와 우경의 모습, 그리고 정체를 알수 없는 사내 몇명의 얼굴이 빠르게 지나쳐 갔다. 이윽고 세라와 유나,마유미,리미,수아 등등이 지나쳐 갔다. 유희와 초희의 모습마져 순식간에 사라져 가고 있을 그때, 초희의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우우우우우..
유희의 감겨있던 두 눈이 서서히 떠졌고, 이윽고 허공에 구현된 마법진의 모습역시 사라져갔다. ‘뇌’를 쓰는 것이 마법이란 녀석이기 때문일까. 유희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기 까지 했다.
“본거야?”
유희와 김노인이 동시에 초희에게 물었다. 엄청난 속도로 인물들의 모습이 바뀌는 마법진에서, 각각의 투영된 모습들을 제대로 볼수 있는 사람은 여기서 초희 한명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네. 사실이군요.야마토는..살아 있어요.미호와 야마토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김노인과 유희의 안색은 지나치게 굳어져 버렸다. 차라리 유희에게 실컷 얻어맞아도 좋으니, 자신의 근심이 기우(杞憂)였길 바랬던 김노인은 당황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먼저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겠지. 대화로 해결될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야마토의 위치..어디였지?”
김노인의 물음에 초희는 고개를 저었다.역시 그 짧은 순간에 위치까지 파악하지 못했던 걸까?실망한 낯빛으로 바뀌던 김노인에게, 초희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게 무슨말이야?”
초희의 두 눈이 떠지며 유희와 김노인의 얼굴을 향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둘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는 이미 이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정확히 말하면..한국으로요.”
사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무언가 음산한 분위기이기도 했다.흡사 거대한 뱀위 비늘위에 있는 것처럼 사늘한 긴장감이 공기중에 만연해 있는 느낌이었다.
어둑어둑한 건물안에는, 몇몇의 사내들이 도열해 있었다. 제 각각의 옷을 걸치고 있었지만,그들의 옷에는 한결같이 똑같은 뱀의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그들은 한결같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있었고, 그 방향의 끝에는 한남자와 여자가 서서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는 중년의 나이로 보였지만, 이마에서 왼쪽 턱까지 길게 검흔이 자리잡은 사뭇 위협적인 외모를 갖고 있는 자였다. 그의 옆에 있는 여인은 긴 대검을 등에 찬채로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을 뿐이었다. 단발머리를 한 그녀의 외모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무래도..다같이 움직일 때가 된거 같군.”
수장인 듯한 사내의 말에 모두들 조금의 동요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몰랐군.내 실수였어. 이번 오너들 중에 늙은 오너 하나가 아직까지 살아남아 뒤를 봐주고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군.”
뭔가 심기가 뒤틀린 듯한 그의 말에 도열해 있는 사내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자존심이 강한 자신의 보스가 저런 식의 자조적 말투를 했을때는 늘 귀찮은 일이 일어나곤 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미호를 보내도 될 일이였지. 미호 혼자만으로는 각개격파가 힘들것 같아 우경과 리키를 보낸것이 실수였나?”
미호라는 것이 그녀의 이름인 모양인지, 대검을 차고 있는 여인의 무표정했던 눈빛이 반짝 하고 빛이 났다. 도열해 있는 사내중 한쪽 눈에 안대를 두른 자가 눈치를 보다 입을 열었다.
“하지만 보스. 우경은 차우라는 녀석을 제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리키 역시 반이상 성공을 한 것이나 다름없구요.”
“아니. 우경은 성공이라 할수 있을지 몰라도 리키는 아직 그것이 성공인지 아닌지 알수 없는 거다. 물론 그 검을 쓰는 페어리가 리키의 꼭두각시가 되었다고 해도..리키의 환술은 백퍼센트 믿을수가 없겠지. 또 그 구슬에 의지해서 조종할수 밖에 없는거 아니던가?”
보스,아니 야마토가 입을 열자, 일순간 쥐죽은 듯한 적막이 흘렀다.애꾸눈의 사내는 다시한번 용기내어 입을 열었다.
“리키의 술수는 환술이지만, 문제는 그 환술이 계속해서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그 구슬을 썼을때는 달라집니다. 그것은 리키의 환술이 계속해서 적용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승산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야마토는 부하의 말에 실소를 머금었다.
“그래..분명 준이라는 녀석은 리키와 너희들이 나서서 처리할수 있을지 모르지.하지만 그 영감탱이는 달라. 그 영감을 따르는 두명의 페어리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즉, 결국엔 나와 미호가 그 셋을 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 그렇게 따지고 보면 결코 우리쪽에 유리한 입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미호는 야마토의 말에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그녀의 머리속으로, 딱한번 겨뤄봤던 초희와 유희의 모습들이 슬쩍 비춰 지나갔다.무표정하기 그지없던 그녀의 표정에도 살짝 이채가 비췄다가 금세 사라져 버린다.
“알고 있겠지만..내가 블랙맘바를 조직한 이유는 무차별로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너라는 녀석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지. 마치 자신들이 세계평화를 지켜야 하는 주체로 알고 있거든. 결국 그런 잘못된 마음들이 자신과 비슷한 모든것을 죽이려는 욕심으로 작용하곤 하지.”
야마토는 손에 쥐고 있던 라이타를 딸칵 거리며 자신의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만물을 지배하는 것은 힘이다. 그 힘으로 초기화를 시켜야 하는데, 다른 무언가의 힘이 우리를 걸리적 거리게 한다면..부득이 하지만 제거하는 것이 맞겠지.”
그의 말에 눈을 감고 있던 미호의 무심한 눈망울이 번뜩 하고 떠졌다. 초점이 없는 듯한 무심한 표정.야마토는 살짝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여기 있는 인원만 전원 준이라는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간다.잔챙이들은 가봐야 총알받이가 될 뿐이니까. 리키와 우경에게도 연락을 취해서, 준 쪽으로 합류하라고 전달하도록.”
#3- 세라의 습격.
유원지에 있던 준 일행은 서둘러 자신들의 집으로 이동해야만 했다.유나가 통신구를 통해 끊임없이 비상 메세지를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비행기를 통해 세라와 나란히 와야만 했던 유나가, 그것도 혼자서 집결지에 있다는 것은 쉽게 넘길일이 아니었다.
“유..유나!”
준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도착해서 만난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흡사 무언가에 추격을 당했던 사람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설마..예상했던 일이..”
리미의 중얼거림에 좌중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그리고 그 긴장감은 유나가 두 눈망울 사이로 눈물을 보였을때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유나..왜그래?”
노아의 천진난만한 질문에도 유나는 웃을 수 없었다.그들이 있는 산골짜기에는 때아닌 긴장감이 흘렀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세라가...”
“세라에게 무슨일이 있어?”
준의 언성이 자신도 모르게 높아졌다. 애초에 둘만 보내는 것을 많이 걱정했던 리미역시 안색이 굳어졌다.
유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녀역시 진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준은 더이상 재촉하지 않고 그녀의 말만 경청하기 시작했다.
세라와 헤어진 유나는 어김없이 윌리엄스의 집을 들렸다.블랙맘바의 인원 셋을 본의 아니게 사살해야만 했던 사실이 심하게 걸렸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뚝 하고 끊긴 윌리엄스의 저택에는, 유나가 처리한 세명의 시신을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유나는 그제서야 상황이 뭔가 꼬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서둘러 공항으로 달려갔지만, 공항의 입구에서 우뚝 멈춰설수 밖에 없었다.뭔가 큰 일이 벌어진듯 인산인해를 이루는 공항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서 유나가 발견한 것은 검기에 의해 잘려진 것이 분명한 공항내의 기물들이었고, 곧이어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한 인원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유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자신은 리미가 준 스크롤을 늘 지니고 다녔기에 상관없지만,세라는 워프 스크롤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곧 세라의 신변에 무슨일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리미.잡히는데 있어?”
유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황급히 준이 리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유미의 표정도 창백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세라 정도의 실력자가 순식간에 종적을 감춘것은 언젠가 오겠지..하고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었다.
“저번에 말씀드렸던..블랙맘바가 확실하겠죠. 다만...마음에 걸리는 것이 만약 그들의 소행이라면, 유나에게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만약 우리를 해하려 하는 것이라면 유나에게도 자객이 붙어야 정상인데, 유나는 아무런 일도 없었으니까요.”
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세라가 만약 누군가에 의해 소멸되었다면, 준에게도 그 느낌이 전달되는 것이 원칙이었다.하지만 준은 세라의 소멸로 오는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미안해요..”
유나는 잔뜩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준은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유나의 모습에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니 잘못이라곤 할 수 없어.니가 어떻게 했건, 녀석들은 우리를 계속 노렸을테니까.”
하지만 준의 위로에도 유나의 훌쩍임은 멈추지 않았다. 가장 오래 같이 있었고, 최초의 라이벌이었던 세라에게 소리를 질렀던 것이 유나는 못내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더욱더 참기 힘든 사실은, 만약 유나가 세라와 함께 왔었다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근데요오.”
침울해 있던 좌중의 시선이 나무위로 향해졌다. 언제나처럼 나무위에 앉아 그들의 말을 듣던 수아가 , 원피스밑으로 나온 하얀 다리를 까딱 거리며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문제가...세라가 없어진 거에요?”
“응. 세라를 찾아 나서야 할거 같아.”
“세라 저기 오는데?”
“뭐?”
수아의 태연한 말에 그들은 황급히 수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순간 리미의 표정이 심하게 찡그려졌다.
“진법이...파괴되고 있어요.”
“그게 무슨소리야?”
준의 눈에는 세라가 보이지 않았다. 리미는 자신이 연성한 거대한 진법이 조금씩 흩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이 진법을 깰수 있는 사람은 최초에 어떤 지형지물에 진법이 걸려 있는지 꿰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존재할수 없었다.
“어..어?”
나무위에서 세라쪽을 바라다보던 수아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드드드...
지면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무언가가 이질적인 느낌에, 준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모두 피해!!”
준의 외침을 필두로 모두 약속이나 한듯 다른 방향으로 재빨리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맹렬한 기운이 폭사되며 그대로 지면을 밀어 버렸다.
콰콰콰쾅!
수아가 앉아있던 아름드리 나무도 쓰러져 버렸다.재빨리 다른 나무로 이동한 그녀의 눈망울이 커졌다.
“저..저건..”
수아를 비롯한 모두는 제대로 말문을 열지 못했다.묵빛검신을 들고 살기를 방출하며 맹렬히 달려오는 여인. 그녀는 바로 세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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