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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이모탈-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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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282 회 작성일 24-02-24 16: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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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X라에서 쓰던 글 여기로 옮겨와서 쓸 생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몇 시간이 흘렀을 까.

 

인지오는 이마로 흘러 내린 땀을 닦아 내었다. 온 몸이 후끈하게 달아 오를 만큼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른 것도 어린 시절 이후에는 거의 처음이지 싶었다. 끈적끈적한 피 비린내가 코를 찔렀지만 인지오에게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만 같았다.



"...어이."


흥분이 조금 진정되자 인지오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용히 누군가를 불렀다. 대답이 없자 그는 검 끝으로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콕콕 찔러 보았다. 선혈을 머금고 있는 연분홍빛 살 덩어리가 그 끝에 살짝 걸려 검 끝을 밀어 내고 있었다. 검신은 이미 피와 살점 조각에 사람의 몸에서 베어 나온 기름으로 범벅이 되어 제대로 쓰지도 못할 만큼 엉망이 되어 있어 이제는 쇠 몽둥이라고 불려도 좋으리라.

아끼던 애검이 못쓰게 되었지만 인지오는 이제는 영영 들을 수 없게 된 대답에 안심한 듯 만족스럽게 웃으며 등을 돌렸다. 물론 그것은 인지오 혼자 만의 착각이었다.


"...씨, 씨발..."


걸음이 멈추었다. 마치 허파에 바람이 빠지는 듯 새는 목소리의 주인은 인지오의 믿음을 처절하게 배반한 채 그를 불러 세웠다. 공포에 질린 두 눈동자가 어둠 속을 향했다. 무언가가 꿈틀 꿈틀 거리고 있었다.


"...조, 좃나게 아프네 이 개 새끼야... 다 했냐? 응?"


"으, 으아아아아악!!!!!"


인지오의 비명 소리가 밤 하늘을 갈랐다.


.......................



"하아..."



샤샤, 소년의 두 눈동자가 어딘지 모를 곳을 헤매었다. 사회에서 생활할 때는 남들이 다 먼치킨이라고 떠들어대고 자신도 꿈에서나 그리던 이계 소환을 당했을 때는 정말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 곳에는 정말 모든 것이 다 있었다. 예쁜 엘프, 드워프, 수인족, 검강을 줄기줄기 뿌려대는 기사들과 드래곤이라는 놈들도.

그렇게 한 몇 년 간은 아무리 힘든 일을 당해도 곧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생각 하나로 꿋꿋하게 버텨 내었지만, 어디 사회 생활이라는게 그렇게 만만할 리 있겠는가. 사회라는 것은 어디를 가나 그 놈이 그놈이었다.


"신 놈, 눈 앞에 나타나기만 해봐라... 씨발..."


욕지거리를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샤샤의 두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죽는 거였다.


.............................



"갈래, 죽을래?"

 

"갈래요."

망설임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오타쿠 색히들은 가고 싶어서 몽정까지 해대는 마당에 그 좋다는 이계를 마다할 리가 있겠는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이계신이라는 놈은 얼굴을 마주한 채 대답을 강요하고 있었다.



"일단 잘 생겨야 하구요, 인기도 많아야 하구요, 귀족 가문이어야 하구요, 검강이랑 마법은 기본 옵션인 거 아시죠?"


태환의 횡설수설에 신도 어이가 없는 지 피식 웃었다.


"미친..."


신이라는 놈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마치 귀찮다는 듯한 손짓을 한 번 하자, 갑자기 일진 광풍이 불어 닥치며 태환의 몸이 어딘가로 날려 가기 시작했다.


"어, 어...?? 이거 예기가 틀리잖아?? 환생시켜 준다며???"


구름 너머로 튕겨나가 지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한 태환의 귓가로 신, 아니 그 놈의 미친 듯한 웃음 소리가 들려 왔다.


"사내 새끼는 그냥 튼튼하면 장땡이다."

 


그렇게 날아든 태환의 영혼은 어느 시체의 몸 속에 찰싹 들러 붙었다. 시체는 태환의 바램처럼 무척이나 아름다운 남자였고, 피부도 고운 것이 곱게 자란 귀족 가문인 듯 싶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그 시체의 원 주인이 살아 생전 처한 상황이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야, 야!! 저것 봐!!"


"으, 으아악!!!"


태환이 이계로 왔다는 기쁨에 똥오줌도 못 가린 채 헤실거리는 사이 그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몽둥이가 있었다. 태환은 환생 한 후 미처 말 한마디 제대로 해 보기도 전에 뒤통수가 터져 죽었다. 감격할만한 첫빵이었다.


"이거, 언데드아냐?"


"사람 아니여?"


"고깃 덩어리가 막 엉겨 붙던디?"


무식한 놈들이 서로 옥신각신 떠들어 대던 와중에 태환의 허여멀건한 뇌수와 깨진 두개골 조각이 다시 흠실흠실 들러 붙기 시작했다. 사내 셋은 놀라 밖으로 뛰쳐 나갔다. 다시 정신을 차린 태환은 골이 약간 울리는 느낌을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야..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지?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아이언 메이든이라면 태환도 본 기억이 있었다. 아마 안에는 침이 돋아나 있어 사람을 눕혀 놓고 닫으면 끔찍한 고통 속에 죽어가는 고문 도구라고... 고문 도구?


"흐으으으..."


기이한 목소리가 아이언 메이든 안에서 들려오자 사태 파악을 못하던 태환도 드디어 제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 마자 극악한 주변 환경에 머리 가죽이 쭈뼛거리는 공황 상태로 빠져 버렸다.


"뭐, 뭐야 저건..."


아이언 메이든 옆에는 SM잡지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목마가 등에 벌거벗은 채 포박 당한 여자를 태우고 그 체중이 앞뒤로 쏠릴 때마다 다각 다각거리고 있었다. 천정에 메달린 밧줄에 목이 메인 여자는 목마가 앞 뒤로 기울 때마다 숨통을 조이는 듯한 신음 소리를 뱉어 내었다. 부릅 뜬 두 눈이 자신을 노려 보고 있는 것만 같아 태환은 바짝 쫄아 천천히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끄으으으...!!"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돌아가는 마차 바퀴 위에 팔다리가 부러진 채 묶여 있는 남자, 두 손목과 발목만 잘려 나간 채 쇠꼬챙이가 박혀 있는 여자, 그리고 예전에는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죽과 고깃덩어리들.

평소 디아블로 같은 게임 속에서라면 경험치 내놔라 하면서 칼질이라도 했겠지만 꼴랑 19인치 칼라 모니터 속에서 신음하던 놈들이랑 이건 현실감부터가 틀렸다. 3D? 4D? 5D? 태환이 병신같은 생각을 거듭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열렸다.


퍼억!


그 순간 태환은 두번 째 헤드 샷을 당했다. 세 명의 남자가 왠 다 죽어 가는 노인네 하나를 업고 고문실로 내려온 것이다. 노인네는 태환을 겨눈 지팡이를 내리며 사내의 등에서 내려 근엄한 자세를 잡았다.


"허억, 허억... 저 새끼입니다요."


"보시면 아십니다요."


과연 태환의 머리 조각이 들러 붙기 시작하자 노인네의 두 눈이 놀라움과 탐욕으로 물들어 갔고, 그 후 태환은 고문실보다 더 끔찍하고 추악한 곳으로 끌려 가야만 했다.


"으읍, 읍...!!!"


태환의 두 눈이 수치로 물들었다.발가 벗겨 진 채 두 손과 두 발이 쇠사슬에 묶이고 말에게나 채울 법한 재갈을 입에 물린 탓에 바닥에 드러 누워 발버둥 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마치 작고 아늑한 실내 소극장 홀 같은 곳에는 자신을 개처럼 끌고 온 그 저주 받을 노인네와 왕족으로 보이는 화려한 놈년들이 두 눈을 벌겋게 부릅 뜬 채 태환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개 같은 년들이 어딜 보는 거야!!]


발버둥치던 태환의 육봉이 흥분한 탓인지 고개를 쳐들자 객석에 앉은 계집 년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마치 재미있는 구경 거리를 보는 것만 같은 태도였다. 그런데 낯 뜨거운 상황 속에 안 그래도 미쳐 버릴 것만 같았는데 왠 벌거벗은 검둥이가 길쭉한 쇠꼬챙이 하나를 들고 단상 위로 올라 오는게 아닌가.


"그읍... 그급!!"


태환이 힘껏 도리질을 치며 반항했지만 오히려 관중들은 즐겁다는 듯이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둥이는 사람을 알아 듣는지 모르는지 넉이 나간 눈빛으로 태환의 가슴을 향해 힘껏 쇠꼬챙이를 내던졌다.


"끼흡...!!"


쇠꼬챙이가 태환의 몸을 관통하고 바닥에 박혔다. 순식간에 꼬치가 되어버린 태환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 빛으로 가슴을 파고 들어 온 쇠꼬챙이를 노려 보았다.


미칠 듯한 격통이 찾아왔다.


 

관통 당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숨을 쉬기 위해 가슴을 들썩일 때마다 내장을 콕콕 찌르는 데에다 허파가 터져 나가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이라는 것이 정말 말로 형언하기 힘든 고통이었다. 보통 숨을 쉬지 못하면 죽게 되는 것이 인간인데 태환은 죽지를 못해 고스란히 그 죽음을 고통이라는 형태로 받아 들어야 했던 것이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용암 구덩이 속에 내동댕이쳐 진 것 같은 고통에 태환이 죽지도 못한 채 움찔 움찔거리자 얼굴에 나 왕이요라고 써 놓은 것 처럼 생긴 중년 사내가 비릿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그 놈 참 튼튼하구만."


........................................................................ 

 


태환이 쇠꼬챙이에 관통 당한 후 기절하자 자콥은 곧 그를 자신의 연구실로 데리고 왔다. 연구실에 도착할 즈음에는 태환의 상처도 이미 다 아물어 있었다. 자콥은 검둥이를 시켜 태환을 왠 골방 안에 쳐 넣고 정신이 들기만을 기다렸다. 태환이 정신을 차린 것은 끌려 온 지 두시간 만이었다.



"정신이 들었냐."


"...보면 모르냐."


찰싹!


"꺄아악!!"


노인네도 아니고 왠 검둥이가 손에 들고 있던 가죽 채찍으로 태환을 한대 후려 갈기자 등줄기에 깊은 상처가 새겨졌다. 화끈한 고통에 태환은 저도 모르게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정신이 들었냐."


자콥이 다시 한번 질문하자 이번에는 태환도 공손히 대답했다. 이 지경인데 상황 파악이 안 된다면 그건 죽으려고 발악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네..."


자콥은 진짜 곧 죽어도 이상할게 없는 호호 할아범이었다. 150센티도 되지 않는 단구에 빨간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얼굴이 풍성하게 자라난 하얀 수염에 파묻혀 거의 보이지 않아 태환은 순간 산타클로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콥은 태환은 천천히 살펴보더니 검둥이를 시켜 발목의 재갈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징그럽게 웃었다.


"주재 파악을 잘하는 놈이군. 그래도 일국의 왕자였던 놈이 꼬라지 하고는..."


왕자??

 

그런데 이 꼴은 뭐냔 말이다.


"저기.. 우리 나라는..."


병신 같은 질문에 자콥도 마치 태환을 내동댕이 친 신처럼 피식 거렸다.


"오르테가 왕국 말이냐? 그야 일주일 전에 우리 크툴 제국 황제 폐하의 뜻에 의해 지도에서 사라졌지. 샤샤 왕자, 살다 살다 너처럼 병신같은 질문을 하는 왕족은 처음 본다. 네 애비야 그 통 속에 있었으니 몰랐다 치더라도, 네 애미년이 말 위에서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게냐?"

 

충격적인 사실에 태환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필 환생시켜 줘도 이런 개같은 상황 속에서 환생될 게 뭐란 말인가.



"저기요, 저는..."


찰싹!


"꺄악!!"


다시 한번 화끈한 통증이 등줄기를 강타했다. 태환, 아니 샤샤가 잡은 옷자락을 더럽다는 듯이 몇번 털어낸 자콥은 그를 비웃으며 방에서 나갔다.


"앞으로 즐거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샤샤. 이히히힉!!!"


태환은 두 손을 뒤로 결박 당한 채 그 늙은이 -자콥- 의 연구실에서 지내야 했다. 밥을 먹을 때에도 풀어주지 않아 개처럼 엎드려 밥을 먹어야 했고 간간히 꼬챙이로 푹푹 쑤시며 살점을 뜯어가는게 영 마음에 안들었지만 태환은 자콥이 사실은 좋은 늙은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일화 때문이었다.

 


"자콥 경, 그 놈이 여기 있는가?"



"그렇습니다."


태환, 아니 샤샤가 막 엎드려 개 밥그릇에 담긴 밥을 먹는 중 방문이 열리며 두 명의 남자가 들어 왔다. 한 명은 늘 보던 자콥이었고, 다른 한 명은 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자였다. 남자는 다짜고짜 칼을 꺼내어 태환의 목에 쑤셔 넣었다.


"크륵...!!"


목이 잘리자 격통과 함께 숨을 쉴 때마다 피가 폐로 스며 들어왔다. 목이 관통당한 샤샤가 엎드린 채 고통에 발버둥 치자 남자는 주저않고 칼을 빼어 들어 그 몸을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 방이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으으으...끄윽..."


"음, 이 정도면 쓸만하군."


남자는 상처 하나 나지 않은 채 예리하게 빛나는 검날을 살피며 기분 좋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새로 구한 칼의 성능에 무척이나 흡족한 듯 싶었다. 남자가 또다시 칼질을 시작하려 하자 자콥이 인상을 찌푸렸다.


"에드미얼 백작님, 식사 시간에는 개도 안 건드리는 법입니다. 이 정도만 하시죠."


에드미얼은 자콥의 무례한 말투에 기분이 상한 듯 싶었지만 곧 인상을 풀었다. 자콥이라는 영감이 사실은 상당히 권력자인 듯 싶었다.


"이거 실례했소이다, 자콥 경!! 앞으로는 내 주의하리다."

 


그 때부터 샤샤는 귀족들의 장난감이 되었다. 장난감이라고 하면 보통 봉제 인형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집 같은 것을 생각하기 마련이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른들의 장난감>이 되어야만 했다.



샤샤가 죽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 알려지자 궁성의 남자들은 으례 칼의 예리함을 시험하러 오거나 혹은 화풀이 대상으로 태환을 애용했다. 샤샤는 피범벅이 되도록 구타 혹은 난자 당하면서 점점 고통에 무디어져 갔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계집년들의 만행이었다.


그 년들에게 있어 몰락한 왕국의 왕자인 샤샤는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었다. 계집년들은 찾아오면 으례 하는 것이 재갈을 물린 채  발가벗겨 놓고 온갖 수치스러운 행동을 강요하며 샤샤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이 검둥이 노예를 데려와 강제로 자신의 똥구멍을 유린하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외모 탓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잡아 찢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확실히 말해 샤샤는 노예 이하였다.

 

....................................................................

 

야릇하게 흥분된 기운이 감도는 방 안은 기이한 향을 머금은 연기와 더불어 끈적끈적한 살내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막 늙은 고깃덩어리들과 격렬한 정사를 마친 샤샤의 두 눈은 여전히 풀려 있었다. 풋풋한 남정네를 마음껏 농락하며 가지고 놀던 중년 귀부인들은 그 더러운 육신을 바둥바둥 챙기더니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며 방을 나갔다.

 

샤샤는 간신히 고개를 움직여 그들이 나간 쪽을 바라다 보았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이 연기가 머금고 있는 향 때문인지 아직도 하반신의 육봉은 힙차게 기립하고 있었다. 연기고 나발이고 간에 저런 굴러먹던 돼지같은 년들을 상대로 일어섰다는 사실 자체가 그로서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기에 이를 악 물며 다짐했다.

[빨리 익숙해 져야지...]


노예 이하의 노예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1년이 흘렀다. 그래도 마음 속에 한가닥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몸은 서서히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사실은 그도 이미 반 쯤은 포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샤샤가 몸을 힘겹게 가눌 때 쯤 방문이 열리며 왠 나신의 여자가 들어 왔다.


"...괘...괜찮으세요?"


샤샤는 여자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지는 포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윤기가 흐르는 새햐얀 블론드 머릿결을 가진 여자의 깨끗한 나신에는 그 흔한 잡티나 점 하나 없었다. 미끈하게 빠진 상아빛 피부에 유난히 눈에 띄는 분홍빛 유두를 뻔히 바라보자 여자는 수치심을 느끼는지 고개를 돌려 버렸다. 팔꿈치 위까지 오는 길다란 하얀색 투명한 실크 장갑 만으로 모든 부위를 가리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필사적으로 가슴과 음모만이라도 가리려고 애쓰는 모습에 샤샤는 조소했다.


"이리 와 봐. 같은 신세끼리 질퍽하게 미쳐 보자."


크툴 제국은 노예를 다루는 방법을 알았다. 그들은 제국 귀족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상당히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풍습을 즐겼다. 그것은 최초에 크툴 일족이 상당한 야만인들이었기 때문인데, 주위의 왕국들을 허물어뜨려가며 그들의 문화를 흡수해 자신들의 문화와 섞어 왔기에 당금의 크툴 제국의 문화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내실은 추악하고 야만적이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샤샤를 더욱 더 자신의 뜻대로 다루기 위해 언제부터인가 포상을 주기 시작했다. 물론 돈이나 보석같은 것들이 쓸모가 있을 리 없었기에, 그에게는 으례 여자가 제공되었다. 물론 지배 계급인 크툴 출신의 여자는 제공되지 않았다. 제공되는 여자는 황성 내부의 여자 노예들이었는데, 대부분이 크툴에 의해 멸망한 왕국의 후손들이었다. 귀하게 자란 그들은 크툴의 귀족들이 데리고 놀기에 적합한 품질을 가진 장난감들이었다. 마치 샤샤와 같이.


"하윽...!! 으으..."


환기가 되며 힘을 회복한 샤샤가 자신의 허리를 껴안은 채 거칠게 유두를 빨아 당기자 여자는 뿌리치지도 못한 채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꽉 껴안으면 마치 으스러져 버릴 것만 같은 부드러운 느낌과 따뜻한 체온이 기분 좋아 두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새하얀 몸을 쓰다듬으며 혓바닥으로 유두를 굴리며 농락할 때마다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가쁜 신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려 했다.

샤샤는 학대를 받으며 마음 속에 응축된 흉폭성을 제공되는 여자들에게 풀었고, 이후로 다시금 그의 주인 - 크툴의 귀족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스스로를 세뇌한 결과였다.


"...부탁해요... 아, 조금만 더... 부드럽게... 꺄읍...!"


샤샤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농락의 대상을 바꾸어 분홍빛 유두에서 목덜미를 햩으며 올라가 이번에는 머리칼을 억세게 휘어 잡아 강제로 고개를 젖힌 다음 도톰한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몇번인가 무의미한 반항을 했지만 턱이 바들바들 떨리며 곧 순순히 입이 열렸다. AV로만 보아오던 온갖 변태같은 테크닉이 실습을 통해 나날이 눈부시게 발전해 가고 있던 터라 순진한 그녀로서는 징그러운 혀놀림을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망측한 느낌에 그녀는 두 팔로 머리를 밀쳐 냈지만 녀석은 집요했다.

 

"하아, 그만... 하윽...!! 읍...!!"


 

따뜻한 물기가 맞닿은 뺨을 타고 전해 졌지만 그만 둘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남자 경험이 없이 처녀로 남아 있는 왕가 출신 노예들은 쉽게 맛 볼 수 없는 최고의 상품이었다. 그렇기에 닳고 닳은 년들과 달리 아직 품격이라는 것이 남아 있어 괴롭히는 재미도 더욱 각별할 수 밖에 없었다.

샤샤는 입술을 떼어 수치심으로 물든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얀 얼굴에 붉게 물든 두 뺨이 샤샤의 육봉을 더더욱 굳건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너, 이름이 뭐냐?"

 

"...리, 릴리라고 합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허리 위에서 음란한 자세로 태워진 채 입술을 빼앗긴 릴리는 허벅지에 맞닿은 물건이 대가리를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당황한 것 같았다. 앞으로 겪을 일을 스스로도 깨닫고 있겠지만, 샤샤는 그 전에 부끄러워 하는 그녀들을 충분히 희롱하는 것을 즐겼다. 닳은 년들은 닳은 년대로, 순결한 년들은 순결한 년 대로 괴롭히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분노를 해소하는 것에 샤샤는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



샤샤가 이렇게 크툴식으로 길들여져 가고 있을 무렵, 자콥은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미리 채취 해 둔 살점을 연구하는 한편 새로운 정복을 계획하고 있는 프레스틸 황가를 위해 군사 회의에도 참가해야 했고, 개인적으로 제일 짜증나게 생각하는 귀족들의 방문 역시 감수해야만 했다.


"이번에는 일주일 정도 빌리고 싶은데, 댓가는 섭섭치 않게 드리리다."


"곤란합니다. 이미 선약이 있어서..."


"선약이라니, 누구요 그게!! 감히 나 바스톨렌 후작의 행사를 방해 해?"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황제 폐하께서 직접 제게 일임하신 일이오니 후작 각하께서는 노여움을 푸소서."


샤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크툴의 귀족 계급에게 인기가 대단했다. 다만 자콥은 뒷수입이 짭짤해 진 것은 좋았지만 원래 혼자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었기에 현 상황이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희귀하고 탐이 나는 연구 재료였으니, 지금처럼 바쁠 때에는 그야말로 계륵이나 다름 없었다.


"이 놈을 어떻게 한다..."


이미 자신의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도를 넘어셨다. 크툴 민족은 성향이 너무 급진적이고 난폭했다. 이대로라면 불만이 쌓인 귀족들의 분노가 자신을 향할 우려가 있기에 자콥은 손가락을 책상을 톡톡 두들기며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어차피 대답은 하나였다.


"마차를 준비해라!! 어쩔 수 없이 공작 폐하를 만나 뵈어야 겠군."


.....................



이틀 후 샤샤가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자콥의 연구실로 돌아 왔을 때, 가장 먼저 반겨 주는 것은 검둥이 노예들이었다. 놈들을 볼 때마다 엉덩이가 욱신거리는 것 같아 짜증이 밀려 왔지만 지능이 지워진 놈들이 힘 하나만큼은 대단했기에 샤샤는 인상을 찌뿌리며 그들을 제치고 자콥을 찾았다.



"주인님.. 어라?"


마침 자콥은 연구실에 없었다. 샤샤는 검둥이 노예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곧 연구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검둥이들은 연구실 경비를 맡고 있었지만 오로지 샤샤만큼은 예외였기에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자콥이 언제 돌아올 지 몰라 되도록 표시나지 않도록 조심스러우면서도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무슨 영감쟁이가 넝마주이도 아니고 잡동사니가 왜 이렇게 많아!! 씨발..."


샤샤는 욕설을 내뱉으며 잡동사니를 뒤졌다. 그런데 책장 언저리를 뒤질 때 즈음 범상치 않은 표지의 책 한권이 눈에 띄었다.


"소드 마스터 한권으로 끝내기"


"이거야!! 내가 찾던 건!!"


샤샤는 대소하며 미친듯이 책을 탐독했다. "검과 나는 하나다" "마음이 있는 곳에 검이 있다" "사람을 살리는 검이 진정한 검이다" 하나 같이 정겨운 내용이 눈에 쏙쏙 들어 왔다. 25년 인생에 이토록 열심히 공부한 적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의외로 눈에 익은 듯한 내용이라 샤샤는 오래지 않아 책의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책만 본다고 당장 오라 소드를 만들어 낼 수는 없겠지만 이로서 몰래 수련할 준비는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다음은 마법이다!!"


마치 장난처럼 금새 눈에 띄었다. 그 또한 표지의 제목이 여간 상서롭지 않았다.


"1서클에서 10서클까지 한달 만에 정리하기"


정석 수학의 귀퉁이만도 못한 마법 수식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기에 샤샤는 우선 마법에 대한 개념만 챙기고 스스로 독학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눈에 뵈는게 없었다.


"푸하하!! 다 끝났어!! 이제 게임 오버야!! 먼치킨만 되면 다 때려 죽여 주 켁!!"


광소하던 샤샤의 머리통이 갑자기 터져 나갔다. 터지기 직전 자콥의 의아한 목소리가 샤샤의 귓가로 파고 들었다


"뭔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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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맞듯이 두들겨 맞은 샤샤가 목에 사슬이 걸린 채 끌려 간 곳은 크툴에서 프레스틸 황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권위를 자랑하는 니어미드 공작의 사저였다.
이제 21살의 이 암코양이같은 여 공작은 그 잔인한 무용과 함께 성벽이 유별나기로 유명했다.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가 황궁에 행사할 때마다 마치 똥구덩이라도 보는 듯 화들짝 놀라 도망치기 일쑤였지만, 처음으로 대면하면 그녀의 미모에 넋이 나가 멀뚱멀뚱 바라보는 얼빠진 놈들이 많았다.

그래서 난데없이 수도 황성에는 배에 칼침 한번 안 맞은 남자 귀족이 드물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오, 자콥!! 드디어 내게 왔군, 귀여운 것!!"


나이도 어린 년이 머리를 쓰다듬자 귀싸대기를 후려 버리고 싶었지만 샤샤는 꾹 참고 방긋 웃으며 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완전한 굴종의 자세였지만 어차피 나는 이계인이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샤샤였기에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무릎 쯤은 얼마든지 꿇어 줄 수 있었다.


"미천한 종이 새로운 주인을 뵙니다."


자콥은 샤샤를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는 니어미드 공작에게 팔아 넘긴 것이었다. 마음같아서는 인신 매매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었지만 어차피 크툴에서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보다 조금 더 시끄러운 정도에 불과했기에 얌전히 입을 닫고 있기로 했다. 한대라도 덜 맞아야지,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그럼 약속대로..."


"내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지. 그리고 샤샤를 연구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말만 해. 빌려 줄테니. 하하하!!"


도주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차라리 황궁 깊은 곳에 콕 처박혀 있는 히키코모리 변태 마법사인 자콥에게서 일반인(?)인 공작에게 넘어간 것이 다행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샤샤는 이상하게 똥줄이 타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 혹시 좆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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