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경험한...전반부 합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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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이튿날은 오전 내내 침대위에 누워서 빈둥거리다가 오후 참에사 장바구니를 챙겨들었다.
꽃게해물탕과 갈비찜을 좋아하는 남편, 비위라도 맞춰야 할 판국이었으니까..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한 나른한 느낌을 애써 떨쳐내며 앞일에 대해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려 했으나 그런데 아무 생각도 안난다.
다만 어제 하루는 재수가 좋지않아(?) 개꿈을 꾸었다고 애써 자위를 해본다.
그렇게 생각을 고쳐먹자 마트를 향해 가는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어? 103동 이쁜이 색시..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아니요, 그냥.. 소고기 좀 주세요..갈비로..]
주인아저씨가 고기를 꺼내 절단하여 적당히 기름덩이를 제거해 낸다.
[색시..는 그거 알아요?]
[네에? 뭐요? ]
함께 가게에 나와있던 고깃집 여자가 뜬금없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남자가 밤에 일을 잘 하면.. 다음 날 아침 밥상에 갈비를 해주고,
시원챦으면 김치 하나에 라면을 끓여주는 여자들이 많다는..호호!! ]
[네에...?]
[명희 아빠도 갈비먹고 싶으면.. 잘 해요! ]
[글쎄...흐흐!! 난 라면이 좋아.. ]
내심 뜨끔했지만..여자가 주인아저씨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 세상사는 게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의 내 일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배우자에 대하여 모두 한두 가지 고민거리는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앞으로는 자주..갈비사러 와야겠네요..]
그렇게 인삿말을 남기고는 해물거리를 파는 가게로 걸음을 옮겨갔다.
대충 집안 정리를 마치고 주방에서 부산을 떨고나니 얼추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다.
목에 둘렀던 앞치마를 걷어내며 잠시 고민에 빠진 나,
문득 언젠가 남편이 선물이라고 사다주었던 원피스가 생각났다.
"새삼스럽게.. 그 옷은 왜...?"
노출이 너무 심해서..외출용으로는 입을 수도 없는 그 원피스는,
길이도 엉덩이 바로 아래까지 내려오는 짧은 디자인이라,
가정주부가 입기에는 좀 꺼려지는 그런 옷이었다.
"갑자기 변신을 하면..남편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남편이 사다 주었을 때는 내가 입기를 바라고 선물했을 테니까..
그래..모처럼 애교도 좀 부릴려면..그래서 큰 맘먹고 그 옷으로 갈아 입기로 했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와 조금 짙게 화장을 마치고 거울을 쳐다본다.
"훗! 그 남자가...나를 아가씨로 착각한 게..."
거울속에는 20 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또 다른 나의 얼굴이 거기 있었다.
"역시.. 나도 꾸미니까.. 쓸만해..."
나는 그렇게 스스로 만족하며 다시 몸 전체를 거울에 비쳐보았다.
아직 탄력을 잃지 않은 탐스러운 젖무덤과 팽팽한 엉덩이가 돋보인다.
서랍을 열어 팬티를 고르던 내 손이 민망한 속옷을 집어들었다.
남편이 조르는 바람에 딱! 한 번 입어봤던 야한 속옷이다.
밴드 부분과 엉덩이골짜기를 채 반도 가리지 못하는 천을 제외하고는,
사타구니 그 부분을 망사로 가려주는 야시시한 팬티..
언젠가 남편이 선물로 사다 주었던 망사 팬티를 꺼내 들었다.
남편과의 잠자리에서는 아직도 불을 꺼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은 나.
근데 그런 야한 속옷을 챙겨 입으면서 야릇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다.
하지만 내게도 숨은 본능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팬티를 입고 나서 브래지어를 집어 들다가는 그만두었다.
원피스의 가슴 안쪽으로 얇은 캡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거울에 비춰 본 나의 모습은 너무나 도발적이다.
망사로 된 팬티 앞쪽으로 붕긋하게 솟아오른 둔덕과 거뭇한 실이 고스란히 비쳐보였다.
"이..이런 모습을..그 누군가에게 보인다면..."
야릇한 상상까지 하던 나는 서둘러 원피스를 몸에 걸쳤다.
거울앞에서 살짝 몸을 돌리면서 허리를 약간 숙이자..팬티가 보일락말락한다.
"아~ 너무 아슬아슬해..!! "
아무리 남편앞이지만 너무 천박하게 보일 것같아,
행동을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하는데..현관 벨이 딩동~~울린다.
남편이었다.
출장갔던 일이 힘들었던 듯 조금은 피로한 기색으로 현관문을 들어서던 남편,
이내 야시시한 내 모습을 보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윽! 누..누구세여? 내가.. 집을 잘못 찾아왔나..]
[호호..오빠두 참.. 이틀 사이에..그래..자기 아내 얼굴도 몰라봐요?]
서류가방을 바닥에 내팽게치고는 나를 덥썩 안으려는 남편,
나는 까르르 웃으며 살짝 몸을 빼낸다.
[샤워부터 하세요..오빠 좋아하는 갈비랑..꽃게해물..읍..흐읍..쬭!! ]
남편은 헐헐거리며 내 입술에 도장을 찍은 후에야 욕실로 향했다.
입술가에 번들번들 기름을 묻혀가며 정말 맛있게 갈비를 뜯는 남편,
나는 그런 남편의 얼굴을 말끄러미 바라보며 수저를 놀리는 것도 잠시 잊었다.
저렇게 착하고 순진한 남편을 배신하고..내가..
[어? 이쁜이..무슨 생각해...전화 안 받어..?]
[네? 아..네..당신 먹는 모습이 너무....]
[촌스럽게..남편 음식먹는 모습이 뭐 보기좋다고..얼른 전화나 받어요..]
[이 시간에..내게 올 전화 없는데...]
[무슨.. 고민있어..? 아까랑..다르게..표정이 좀 안 좋아 보이네...?]
[아, 아네요..고민은 무슨..민주가 갑자기..시골갈 일이 생겼다고 해서..우리 차를..]
[오라..그래서 그랬구나..들어오면서 보니까..차가 안보이길래 이상타 했는데...]
[사나흘 쯤 걸릴 것 같아요..오빠 불편할텐데..]
[이런..쯧쯧, 자동차랑 여자는 내 돌리는 법이 아닌데..
하지만 어쩌겠어..민주씨가 모르는 사람도 아니구..
걱정마..내일 모레가 토 일요일이니..월요일만 택시타면 되겠다]
그렇게 남편과 대화를 나누면서 전화기가 놓여있는 거실 탁자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내내, 나는 내심 조마조마했다.
다행이랄까..남편은 더 이상 꼬치꼬치 캐 묻지는 않았지만..
[여보세요...은애씨..! 서준입니다..]
약간 저음의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폴더를 열고 폰을 귀에 대자마자 들려왔다.
[네에? 잘못 거셨어요]
나는 얼른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주방 식탁쪽으로 천천히 되돌아왔다.
[누구야..? ]
[잘못 걸려 온 전화에요..왠 미친..]
[꽃게해물탕에 가볍게 술 한 잔 할까..그리고 오늘밤엔 모처럼 우리 둘이서 오붓하게..]
[그, 그래요..양주 꺼내올까요?]
[아니지..뭐니뭐니 해도 이런 안주엔 소주가 최고야..]
"서준..? 서준..이 누구...아~ 어제...그 빤쭈 차주인..."
냉장고에서 술병을 꺼내는 동안에도 머리속에서 뱅뱅 돌아다니는 낯선 남자의 전화.
아직도 그 남자의 명함은 구겨진 채 핸드백속 어딘가에 숨어있을텐데..
"아가씨..아가씨...! 골프를 다녀 오시나 보네요.."
중저음의 믿음직한 그 남자 목소리와 서준이라는 이름이 그제사 매칭이 된다.
"어떻해..남의 차를 받아놓고..걸려 온 전화까지 끊어버렸으니..
이 남자 속이 얼마나 상할까..몰라...근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을까.."
연락처를 가르쳐주기 위해 핸폰으로 전번을 찍어준 것은 기억이 나는데..
운전면허증을 보여준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나..
그만큼 어제는 내가 경황이 없었다는 증거였다.
[저어..여보! ]
[캬아~ 응..왜?]
소주 한 잔을 단숨에 털어넣은 남편은 그 맛난 캬~ 소리를 내뱉으며 가자미눈을 뜬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앉아있는 의자쪽으로 다가왔다.
[민주.. 우리 차 끌고가서 별 일 없는지.. 전화좀 하고 올께요]
[밥먹고 천천히 하지 뭐..초보도 아닌데.. 별일이야 있을라구..응..이쁜아! ]
여태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남편이 입고 있는 반바지 앞섶이 금새라도 뭔가 튀어 나올 듯 불룩하니 텐트를 치고있다.
[그래도..아이~그럼..나 잡아봐요..!.]
[크크..나, 나흘이나 굶은 거...알지..]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했어요...호호! 체하면 어떡해요..]
[어딜..도망가려구..]
여자의 가면속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나는 그렇게, 조마조마한 내 마음을 감추려고 난생 처음 애교섞인 장난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서준 그 남자와의 통화는, 저녁 늦은 시간에 할 수 밖에 없었다.
남편에게 내 입술로 디저트를 제공하고, 주방 설거지까지 마무리해야 했으니까..
* * * *
흐릿한 아침의 하늘자락 끝에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먹구름이 몰려있다.
새벽 일찍부터 낚싯대와 도구들을 챙긴 남편은 날이 밝기가 무섭게 현관을 나선다.
[비가 올 것 같아요.. 뭐 빠뜨린 건 없어요?]
[으응, 잘 마셨어..]
내가 부랴부랴 준비해 준 녹즙을 마시고는 싱긋 웃음을 보여주는 남편,
신혼 시절이 지난지 언제인데 잊지않고 입맞춤을 해온다.
[어떡해요...짐 가방이랑.. 먼길에..차도 없이..]
[색시는 걱정안해도 돼..오메가 전자..민전무 차로 함께 갈거니까..
오늘 낚시도 사실은.. 민전무가 보채서 마지못해 가는 거야..]
고무장화를 챙겨신고 집을 나서는 남편을 따라 나는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왔다.
[저..오늘 낮에.. 외출할지도 몰라요]
[그래, 종일 혼자서 집에 있으면 무료하쟎아, 친구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그래..
어..때 마침 저기 오네..]
남편 옆구리에 팔을 두른 채 1층으로 내려오자,
아파트 단지 입구쪽에서 검은색의 에쿠 한 대가 마악 진입해 들어오고 있다.
함께 다가가 인사라도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집안에서 입는 옷차림, 더군다나 슬리퍼를 신은 모습으로 그러기에는
아무래도 남편 체면에 문제가 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중소기업체(성일정밀)의 사장이지만, 민전무란 사람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이다.
대형마트와 동네 구멍가게의 차이랄까..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집안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평소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지만,
공장에서 생산되는 부품 일체를 모기업이나 다름없는 오메가에 납품하고 있는,
남편과 그의 사이는 아마 모르긴 해도 종속관계 그 이상일 것이다.
원래 산을 좋아하는 남편은 어제까지만 해도 근교에 등산을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저녁늦게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새벽 일찍 낚시 가방을 챙겼으니..
차 드렁크에 짐을 실은 남편은 이쪽을 쳐다보며 손키스를 날려보낸다.
왠일일까..나 혼자만의 우려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남편의 모습이
잔뜩 찌푸린 흐린 하늘만큼이나 아련하게 내 눈속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짠해 왔다.
불과 며칠 사이에 우리 부부의 사이를 무언가가 자꾸만 가로막는 듯한 불안한 느낌.
후우~~나즈막이 한숨을 내쉬던 나는,
남편이 탄 차가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간 뒤에야 천천히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한 평 남짓한 공간..혼자 오두마니 서 있는 내 모습이 벽거울에 비친다.
숫자 14의 버튼을 누르려고 왼손을 내민 순간,
내 눈에 확! 띄어야 할 결혼반지..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분명 무명지에 끼고는 있지만..자격을 상실한 반지의 주인을 나무라는 듯,
늘 반짝이던 돌알맹이는 하얗게 무채색으로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같았다.
차량 추돌사고 처리 문제를 두고 오늘 낮에 서준 그 남자와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다.
"의외로 수리비용이 많이..나와서..."
나는 처음에 그 남자의 말을 전화를 통해 듣고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무리 수입외제차..그것도 출고한지 두 달밖에 되지않은 신형이지만..
400만원도 아니구...동그라미가 한 개 더 붙을 수가 있는 건지..
4,000만원? 너무나 기가 막히고 어안이 벙벙해서,
한동안 벙어리가 되어버린 나는 말을 잃은 사람같이 벙쪄 있었다.
"일요일.. 오후 1시에...구정물역 3번 출구..."
귀가 먹먹하고 머리가 띵해서 남자의 다음 말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카센타에 맡겨진 우리 차는 범퍼를 새 것으로 갈고 여기저기 손질을 다 해도,
200만원 남짓 견적이 나왔었는데, 겉보기에 별루 이상도 없던 차...수리비가 4천이라니..
" 대물보험 배상한도를 1억으로 올렸으면..."
하지만 그런 후회나 보험관련 문제는 지금의 내가 생각하고 있을 게제가 아니다.
남편에게 말을 할까도 고려했었지만, 차 사고가 거론되면 결국 마사지샵의..?
그리고 초보도 아닌 내가 그런 뚱단지같은 사고를 냈었다고 하면,
남편은 농담하냐고..웃어 넘길게 분명했다.
"어쩌지..우리 집을 아는 것도 아닌데...전번을 바꿔버릴까..?"
"사천..사천...그 큰 돈을 어디서 구하나..."
"이제라도 남편에게 .. 이실직고를 해야하나..안돼! 그건...절대! "
"근데..옷은 뭘 입고 나가지..?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빈티를 낸다는 것도 이상하고.."
마음이 안정되지않아 오전내내 이리저리 거실과 주방쪽을 왔다갔다 서성거리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던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나보다는 경험이 많은 민주에게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응..나야...은애..어디니...?]
"..저수지..."
[저수지라니...이 시간에 그런 곳엔 왜..? 누구랑..]
"후후, 일요일이라...남편따라 낚시왔다..여기 온월저수지"
그새 두 사람 사이가 좋아진 건가..
나만 만나면, 못살겠다느니 이혼이 어쩌니, 자기 남편 흠담을 아끼지 않았던 민주..는,
"은애는 자상하고 착한 신랑만나 호강한다"느니..
"능력있는 남자에게 늘 신혼처럼 사랑받는 기분이 어떻냐" 는 둥
은근히 질투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화기에 대고 그런 말을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근데..무슨 일 있어...목소리에 힘이 없네..."
[힘이 없긴...뭣 좀 물어보려구..부탁할 것도 있구...]
"오라...은애..너! 그날 마사지 샵에서 무슨 일 있었구나..그치?]
[얘는..일은 무슨 일....그게 아니구 사실은...차 사고가 났었어...]
"차 사고라니..교통사고..? 기집애..그런 일을 왜 이제 말하는거야..어디 다친 데는 없어?"
[차라리 내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휴우~]
"한숨만 쉬지 말구..말해 봐.. 사고가 크게 난거니..?"
[응..사실은.. 그날 마사지샵에서 나오다가.. 외제차를..것도 빤추를 받아버렸어...]
"아니 어떻하다가.. 골프는 못쳐도 운전은 잘하면서.."
[그..글쎄..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후~~]
"쯧쯧..조심하쟎고..더군다나 빤쭈라면 수리비용이 엄청 많이 나올텐데..견적이 얼마나..?"
[큰 거 넉장..]
"400 ? "
[아니.. 400 이면 내가 걱정도 안하지..동그라미 한 개 더 붙어..
전화상으로 자세히 듣지는 못했는데..
그 사람 당분간 사용할 렌트카 대여비는 뺀 것인데도 그렇다나봐..민주야..! 나.. 어떻하면 좋니?]
"도리없쟎아...남편에게 말하구..보험처리 해야지...그래도 모자랄텐데.."
[그건 안돼...남편이 알게 되면...]
"은애..너.. 정말 ...무슨 일 있었구나...내게 못할 말이 어디 있다구...?
[일은 무슨..사고는 잠시 한눈 팔다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말할 게 있고, 못할 말이 따로 있지..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희미한 음악소리..
"저수지...낚시터에 왠 노랫소리..? "
그제서야 퍼뜩 남편도 낚시를 떠났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상기된다.
[근데..음악소리가 들리네..민주야..]
"갑자기 차사고 얘기를 하다말고 뜬금없이..아! 이 소리..남편이 그러네..
감미로운 발라드 음악을 들으면 물고기들이 미끼를 잘 문데나 뭐래나.."
[으응, 그랬구나..그리고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남편이 전화하면..
그래..시골에 볼 일이 있어.. 우리 차를 빌려갔다고..응, 후우~~]
"은애야..우리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나, 매운탕 끓일 준비해야 돼"
[칫! 민주 너..요리는 잼병이쟎아..]
"매운탕 그까이꺼..뭐 있니..호호! 고추장 확 풀고 물고기넣어서 부글부글 끓이면 되는거지.."
상큼하게 내 귓결에 와 닿는 민주의 웃음소리,
내 가슴속은 가믐에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었지만,
나는 애써 민주의 그 웃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남편은 원청회사 임원이랑 접대식으로 낚시를 갔는데..
공교롭게도 민주는 남편과 함께 부부 갈등의 화해를 위해 낚시를 나간 모양이다.
전화기를 닫으며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12시 30분이다.
민낯에 비비크림만 조금 바르고는 청치마에 꽃무늬가 프린터된 남방을 걸쳤다.
그리고 까페의 커피값은 내가 지불해야 할테니..3만 원만 작은 손지갑에 챙겨넣었다.
땅바닥만 뜷어져라 쳐다보면서 마악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경쾌한 클랙션 소리가 두 번이나 울려왔다.
그리고 스르르~ 엔진소리도 부드럽게 내 옆에 다가와 멈추는 승용차..
[은애씨...!]
[...........?!]
서준 그 남자다.
아니..우리 아파트를 어떻게 알고,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나타났을까.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애인이라도 마중나온 행태다.
반쯤 내려진 창문안으로 보이는..반팔 셔츠에 캐쥬얼한 바지..차림의 남자.
바람에 날린 듯 머리칼이 살짝 이마를 가린 그의 얼굴은,
꿀꿀한 내 마음처럼 잔뜩 흐린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환한 미소를 그리고 있다.
"도둑넘..사기꾼..멍게...말미잘..양의 탈을 쓴..쓰레기.."
별로 큰 이상.. 없어 보인다고 그날 그랬으면서..엄청난 돈을 챙기려는 그에게
나는 내심으로 온갖 욕지기를 다 찾아 내뱉았다.
[타세요..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습니다.]
[싫어요, 약속장소 정하신대로 버스타고 갈께요. 신경쓰지 마세요]
[단단히 화가 나신 모양이네요..하지만 그 수리비 견적은 사실입니다.
일단 타세요..저 배고파요..우리 어디가서 식사나 하면서 차근차근 얘기합시다]
그러고보니 내 뱃속에서도 주책없이 꼬르르~하는 신호음이 울린다.
이 와중에 밥 생각이 나다니..며칠 아니, 한두 달은 굶어도 배가 부를 형편인데..
아파트 단지와 근접한 길가에서 마냥 그의 청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혹시라도 누가 아는 사람이 본다면..
"흥! 그래도 매너는..아마 위선일거야.."
남자는 여전히 미소 띈 얼굴로 차에서 내리더니 뒷문을 열어준다.
조수석쪽의 문을 열었다면 진짜 타지 않았을 거다.
나는 못이기는 척 몸을 실었다.
[음식 깔끔하게 잘하는 한정식 식당을 아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는데..
괜챦겠습니까? 좋아하시는 요리가..]
[..비싼 음식은 대접해드리지 못해요.. 배상하려면..한 푼이라두..]
[하하..역시 제 눈이 틀리지 않았군요..은애씨..!
전..그날 은애씨 손가락에 반지가 안보이길래..골드 미스인줄 알았습니다.
근데 아니더군요..어엿이 남편분이 계시는..]
[은애씨..은애씨..! 듣는 은애 기분나쁘네요.
남의 호구조사를 그렇게 함부로 막 해도 되는 거에요?
직업이 형사세요? 아파트는 어떻게 알고..]
언제 그런 것까지 파악을 했을까..마사지를 받기전 민주와 목욕실에 들어가면서
반지를 뽑아 두었었는데..
[하하..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제 명함 못보셨습니까?..
은애씨..아, 참 호칭을 뭐라고 불러드려야 할지..아줌마라 부를까요..? 아님 미세스 심..?
그리고 오해는 하지마세요..저, 아줌마가 어느 아파트에 사시는지 모릅니다..
제 오피스텔에서 약속된 장소로 향하던 중.. 우연히..뒷모습이..눈에 익어서..]
"치잇! 언제는 아가씨라고 부르더니..아줌마라니.."
남자는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가벼운 유머를 섞어 분위기를 이끌려고 노력한다.
조금은 혼란스럽다.
말투나 생긴 모습에서는 꽃남 향기도 나고, 쓰레기같이 나쁜 넘으로 보이지 않는데..
한편으로는 여자 운전자를 등쳐 먹는 사기꾼 냄새도 좀 나기도 했다.
작은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얕으막한 산자락..
운취있게 조형된 한정식 식당에 당도했을 때는 제법 굵은 빗방울이 후둑 후두둑 떨어졌다.
자잘한 자갈돌이 깔려있는 주차장에 차를 멈춘 남자는,
비상용으로 비치된 우산을 펼쳐 내 머리위를 씌워준다.
순간, 샤워코롱의 남성다운 그윽한 향취..가..내 코에 익숙하게 와닿는다.
남편이 즐겨 사용하는 바디와셔의 그 냄새와 흡사하다.
휴일 점심 시간대라 그런지..
꽤나 많은 사람들의 신발이 길게 이어진 통로의 좌우측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차를 몰고오면서 미리 전화를 해둔 탓인가 보다.
도우미 아가씨는 호수가 보이는 조망이 좋은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곧이어 자리에 앉자마자 정갈하고 맛있어 보이는 산채와 부침개류, 잘 조리된 조림류와
비싼 굴비구이까지 30여 가지는 됨 즉한 전통 한정식이 교자상 그득하게 차려졌다.
이조백자처럼 생긴 자기병에 담긴 술 한 병..그것을 마지막으로 방문이 닫힌다.
대낮이지만, 낯선 남자와 단 둘이 함께 있다는 지금의 상황은,
내게 긴장과 불안감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었다.
일순간 어색한 침묵이 방안에 살짝 흘렀으나,
남자는 정말 배가 고팠던지..접시에 담긴 음식들을 이것저것 가리지않고,
부지런히 자신의 입안으로 옮겨 넣었다. 마치 며칠 굶은 사람처럼..
[어..? 이런..죄송합니다..실은..어제 저녁밥도 먹지를 못했더니..]
"나쁜 넘..어디 가서 또 사기질 치느라..끼니도 못챙겨 먹었을까.."
[좀 드셔보세요..시장이 반찬이 아니라..이집 음식 정말..]
[음..별루 입맛이 없네요]
[흠, 제가 미처.. 은애씨 기분을...그럼 약주부터 한 잔 하시죠..
전통방식으로 빚은 술인데..여성분들 입맛에 맞을 겁니다. 드릴 말씀도 있구요...]
노르끼리한 주액이 자기 술잔에 찰랑찰랑 채워진다.
그래, 긴장도 풀겸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면...술이라도 마시자.
남자는 운전을 핑계로 반쯤 술잔을 비우고 한켠으로 밀어 두었다.
[제가 오늘 은애씨를 뵙자고 한 것은...으음..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정중히 부탁드릴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은애씨!!]
연거푸 두 잔의 술을 비웠을 때 남자는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부탁이라니..부탁은 내가 해야되는 거 아닌가.
[모델..네, 그래요.. 저와 함께..모델일을 해 보실 의향이 없으신지...하구요]
[에엣...? 모..모델이라뇨..갑자기 그게 무슨 뚱단지같은..]
[이 남자 이제는.. 별 괴상한 제안을 다 한다 싶으시겠지만..
이건 차사고 문제를 떠나..제 개인적으로 진솔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정말 기분 나쁘네요...뭐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지만..순진한 가정주부 데리고
지금 갖고 노시는 거에요? 뭐에요..?]
손에 들고있던 술잔을 확! 남자의 얼굴에 끼얹어주고 싶었다.
나..참, 이 남자 감히 나를 어떻게 보구선...
[화 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제 말을 오해하지 마시구...
은애씨는 충분히...그럴 자격을 갖추고..]
[됐네요..더 들을 가치도 없는 쓰레.. 후~ ]
그때 마침 작은 손지갑에 넣어두었던 핸폰 벨이 울렸다.
[수리비 문제는 나중에..전화 드릴께요.. 녜, 여보!!...먼저 일어날께요..사기꾼..!!]
방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나는 폰을 귀에 대면서 밖으로 나왔다.
남자가 듣는 앞에서는 상냥하게 "녜, 여보!" 했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남편이 아니다.
마사지사 진동건.. 바로 그 남자였다.
* * * *
"노선버스가 다니는 큰길까지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승용차가 없으면 꼼짝할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있었던 한정식 집에서..
막상 화난 마음에 무작정 나오기는 했으나 난감했다.
"싫으시다면..잠깐만요...제 우산이라도 쓰고 가세요"
부랴부랴 내뒤를 따라나온 서준 그 남자의 호의,
차마 그것 마저 무시할 수가 없어 못이기는 척 우산을 받아들었는데..
빗줄기가 거세진 탓인지 우산을 받쳐도 남방셔츠가 젖는다.
"트윈..오피스텔...? "
최근에 신축한 건물인 듯,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아직도 여기저기에 걸려
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콘트리트 더미 사이로 동건씨가 가르쳐 준,
트윈 오피스텔을 찾기위해 고개를 치켜들고 살폈다.
[누..님!! ]
우측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목소리,
쌍동이 처럼 나란히 서 있는 두 동의 오피스텔 건물..
마악 현관에서 대리석 계단을 내려오던 남자가 이쪽을 쳐다보며 손을 들어보인다.
라운드형 티셔츠에 무릎부분이 얼기설기 찢겨진 청바지를 입은 남자..
영락없이 TV광고에 나오는 청바지 모델을 닮은 동건씨였다.
[무리한 부탁이라..안오시는 줄 알았습니다..비까지 내리..]
한 달음에 달려온 그는 내 우산속으로 쏙 들어왔다.
[쿡!! 사실은.. 올까 말까 망설였어요..근데..그걸 먹고 싶다는 동건씨 말이..]
닷자곳자 전화를 걸어서는 엉뚱하게도 이 남자..된장찌게를 끓여달라고 했다.
마침 어색한 분위기에서 전화를 받은 나는 여자의 모성본능이 작용했다랄까..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핑게거리에 흔쾌히 허락했던 것이다.
그와 만난지 불과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바깥에서 남자 얼굴을 대하니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샵에서의 그 일이
머릿속에 떠올라 부끄럽기도 하였다.
하지만 음식재료를 사러 마트에 잠깐 들러,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얘기하는 사이,
어느새 어색한 마음도 누그러지고 마치 친한 동생을 대하는 것 처럼 자연스러워진다.
조금 과묵하게 말 수를 아끼는 모습이 왠지 진실돼 보이는 동건씨는,
말주변이 좋았던, 서준 그 남자와는 비교조차 하기 싫었다.
나와 살을 섞은 남자니까 친밀감이 더 들고 끌리는 감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누님이 끓여주시면.. 시골 어머님의.. 그 냄새가 날 것 같아서..]
[좀 별나요..요즘 누가 된장찌게를..근데...아직도 술냄새가 나네요]
바람결에 솔솔 풍겨오는 그의 숨결에서 달콤한 주향이 풍겼다.
한정식당에서 내가 마신 전통주와는 또 다른..뭐랄까, 신세대의 서양술 냄새같은..
[죄송합니다..누님! 지난밤에.. 새벽까지..술을 마셨습니다..]
[누구랑요..]
[음..사실은, 저..알바 나가는 곳이 있습니다]
[술을 드시는 알바 일이면..유흥업소.. 뭐 그런 데에요?]
[비슷합니다..가끔 지배인이 연락해오면.. 샵의 수입으로는 살기가 아무래도 버겁고..
그리고 제 꿈을 이루려면...해서.. 호스트바~에..]
[아~ 여성전용 술집...언젠가..뉴스에서 본 적이 있어요..남자 접대부가...]
[화나셨죠? 차마 그런 얘기를 처음 만난 누님에게는 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제 자존심 문제도 있구..]
[화나긴요..내가 왜요..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동건씨...]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미안해 하는 남자가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
이야기 말미에..바깥에서 만나면 남들 눈도 그렇고 이상할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오피스텔로 초대(?)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남자.
그러나 음식재료가 담긴 비닐봉지를 손에 든 채 막상 오피스텔 입구에 도착하자 망설여진다.
아무리 한 번 관계를 맺은 사이지만 외간남자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간다는 것이 좀 그랬다.
"찌게 하나 끓여 주는 건데..뭘.."
내가 마음속으로 작은 갈등을 느끼는 사이,
동건씨는 마치 여자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는 듯 들떠 있는 모습이다.
[옷이 다 젖었는데.. 어떡하죠..누님..! 제 셔츠라도 드릴까요?]
집안에 들어선 나는 우선 실내를 둘러보았다.
오피스텔은 처음 들어와 보는데..의외로 아파트의 구조처럼 실내가 깔끔하다.
투 룸으로 된 구조는 방도 두 개나 따로 있고 거실 겸 주방..그리고 베란다까지..
독신자들이 살림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을 것 같았다.
[자..누님! 갈아 입으세요..전, 돌아서 있겠습니다]
[저어..누구 다른 분이랑 함께 사세요..?]
[네, 누님..제 수입가지고는 이런 고급텔에서 못살죠..
아는 선배님의 집입니다..전 그냥 공과금 정도 부담하는 걸루다.. 빌붙어 산다는..]
어쩐지..비교적 넓어 보이는 또 다른 룸..
한쪽 벽채 전체가 브라운 특수유리로 된..방안은 바깥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는데,
실루엣으로 보이는 커튼 장식이나 퀸사이즈의 침대가 우아해 보였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거실 한켠에 놓여있는 값비싸 보이는 촬영장비와,
커다란 행거에 꽉 채워져 걸려있는 의상들이었다.
[누님..커피 드릴까요? ]
[찌게에 밥먹고 싶다면서요..]
[한동안..퍽퍽한 닭가슴살에.. 삶은 달걀 흰자위만 주구장창 먹어서..
누군가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는 싶지만..찌게는.. 서툴어도 제가 만들께요..
누님..시종을 자청 했었는데..집에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누님은 가만 앉아계세요..
참, 점심 식사는 하셨죠?]
[아뇨...]
[예..? 지금 시계가 몇 시인데..]
[그럴 일이 좀 있어서요..]
금방 냉커피 한 잔을 준비해 준 동건씨는 주방에서 재료를 다듬는데..
큰소리를 치긴했어도 여자인 내가 볼 때는 많이 어설퍼 보였다.
[호호..역시..비켜보세요. 내가 할테니..]
나는 마치 내집 주방에서 요리를 만들 듯이 냉장고를 뒤져 양념들을 꺼내고,
동건씨가 씻어 놓은 무우를 얇게 썰기 시작했다.
어제 새벽까지 많은 술을 마셨다는데..
남편이 술 마신 다음날, 내가 끓여주던 북어해장국 생각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
적당한 크기로 찢은 북어살점들을 물에 살짝 불리는 사이..
찌게를 끓일 재료로 애호박과 두부 한 조각, 파 마늘등의 양념들을 쓸고 챙긴다.
참기름에 다글다글 볶은 북어살에 물을 붓고는 썰어두었던 무우를 넣었다.
찌게는 된장을 풀고 썰어놓은 호박과 두부 파 등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어느새 보글보글 끓고있는 북어국의 간을 보니 시원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마악 계란 하나를 깨트려 마무리를 하려는데,
식탁 의자에 얌전히 앉아있던 동건씨가 언제 다가왔는지 내 등뒤에서 살며시 껴안아왔다.
[누님이..이렇게 요리만드는 모습 보고 있으니..꼭 친누나가 저에게..]
[아서요..칫! 친누나랑..관계를 맺는 남동생이 어디있어요..]
[흠..흠..너무 좋아요...잠시만 이렇게 안고 있을래요. ]
[된장찌게랑..북어해장국..다 됐어요..으음~!]
여자의 모성본능을 자극해오는 동건씨.. 아까 서준 그 남자 때문에 화났던 마음이,
빗물에 떠밀려 흘러가는 지저분한 흔적들처럼 말끔히 씻기워진다.
나는 한손에 계란을 든 채 잠시동안 그런 자세로 서 있었다.
그러자 나를 껴안은 팔에 약간의 힘을 더 주어 바짝 껴안는 남자,
제법 천이 두터운 청치마, 엉덩이 부분에 뭔가 단단해진 물체가 닿는다.
과음으로 위속이 쓰릴 남자..북어해장국을 얼른 먹이고 싶은데..
허리에 부드럽게 와 닿는 손길과 귓결에 느껴지는 숨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그냥 찌게 하나만 끓여주려고 왔는데..
그러다가 남자가 껴안기만 했는데 내 몸이 반응을 해버린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쉼없이 흐르는 시냇물처럼, 남자의 손은 그냥 나를 껴안고만 있는데..
내 몸은 서서히 달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불위에서 끓고 있는 찌게와 북어해장국같이,
온 몸의 피가 일시에 부글부글 들끓어 오른다.
설레든 가슴이..규칙적이던 심장의 박동이 급작스럽게 쿵쾅쿵쾅 지 멋대로 펄럭거린다.
그리고 이렇게 안고만 있을 남자가 아니라는..그는 피끓는 젊은이라는 사실이,
나의 가슴을 더욱더 흔들어버렸다.
그러나 이런 내 마음을 남자에게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얼마후..가만히 껴안고 있던 그의 손이 허리에서부터 천천히 위로 올라온다.
[하..! 누님...정말 이렇게 껴안고만 있어도..저, 흥분되네요.
왕비님의 지독한 마법에 걸린..소인.. 한 번만.. 누님 젖가슴을...]
[아~ 안돼..요, 찌게가...쫄아..흐윽!! ]
내 귀에 대고 뜨거운 숨결을 불어 넣으며 와락 유방을 움켜 쥐어잡는 남자의 손.
비에 젖은 남방을 갈아 입으면서 브래지어를 풀지는 않았지만,
이미 곳추선 유실끝이 파르르 떨리는 느낌이 확! 들었다.
이, 이런 것이 낯선남자와의 만남에..저절로 내 몸이 감응하는 현상일까..
불현 듯 두렵다는 생각이 퍼뜩 머리에 떠올랐다.
내 젖무덤을 움켜잡은 동건씨의 손등을 밀쳐내려고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내 손안에서 무언가가 와지직!! 부셔지는 소리가 난다.
아차! 계란...북어국에 풀어 넣으려고 손에 들고있던 계란..껍질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내 동건씨의 손등과 내 손 사이에서 주루룩 흘러내리는 내용물..
아이~창피해.. 마치 남자의 사정액처럼 허연 액체가 껍질을 비집고 흐른다.
마지못해 아쉬운 표정으로 감았던 팔을 풀어주는 남자.
젖은 내 손은 동건씨의 손등과 합쳐져 북어국이 끓고있는 냄비위에..
해장국에 자동으로 풀어져 하얗게 덩어리를 만드는 계란 흰자위.
[큭큭..누님...북어해장국이 진짜 맛있겠는데요..]
[몰라..아무튼.. 꼭 그럴 땐 장난꾸러기같아요..]
[저도 도운 겁니다..누님이 만든 요리..]
[후~ 어서 먹어요..된장찌게는 국물이 다 쫄았어..]
[괜챦습니다..짭쪼롬한 게..양배추를 찍어 먹으면..제격이겠습니다..]
이것이 여자의 작은 행복인가보다.
우리는 마치 신혼의 부부처럼 서로 마주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그려보였다.
내 볼에는 아직도 여린 열기가 남아 화끈하는데..
냄비바닥을 박박 긁어대는 동건씨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내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잘 먹어주는 남자..
내 눈에는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정말..누님의 정성과 사랑이 담뿍 들어간 탓인지..이 세상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입니다..설거지는 제가..]
[잘 먹어주니 내 기분도 좋아..흡!! ]
밥을 두 공기나 해치운 그가, 빈 냄비를 주방 싱크대로 옮기려고 일어났다.
내 옆을 스쳐지나 싱크대앞으로 다가가던 동건씨가 갑자기 내 입술을 꾹 눌러온다.
[이건..찌게...값.. 이번에는..해장국...그리고 음음!! 쭙쭙]
[으응, 읍읍...흡!! 하아~~]
연거푸 소나기처럼 퍼부어지는 입맞춤에 숨을 쉴 겨를도 없다.
잠깐 막혔던 숨결을 하아! 토해내는 그때 남자의 혀가 내 입안으로 쏘옥 들어왔다.
구수한 된장내음..양배추의 상큼함..그리고 시원한 북어해장국의 맛이 한꺼번에
내 입안을 휩쓸고 지나간다.
자신의 혀로 내 입안을 양치질해 주듯이 구석구석을 정성드려 더듬는 남자의 혀,
내가 앉아있는 식탁의자가 뒤쪽으로 쏠려 넘어질 듯 위태롭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침입한 남자의 혀는 좀체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입천장과 이를 다 닦아낸 다음에는 나의 혀뿌리 밑으로 그의 혀가 쓸려온다.
그제서야 남자의 혀를 마중나가는 나의 혀..
숨결은 막혀 호흡은 거칠어지고 급작스럽게 퍼부어지는 뜨거운 남자의 키스에 몸이 달아올랐다.
나는 그의 목에 한 팔을 두르고 식탁모서리를 움켜잡으며 중심을 잡으려했다.
[후~~읍읍!! 도..동건씨...숨..흡..!!]
[흐음..쭙쭙..쬬옥~ 쬭쬭!! 아무말 하지말아요..누님, 음식값을 치루어 드릴께요]
내 목덜미를 한 손으로 받쳐 안은 그는 나머지 한 손을 내 젖가슴쪽으로 밀어넣었다.
톡! 귀에 익숙한 소리..브래지어가 어느새 풀려버린다.
식사하는 와중에 제자리를 찾았던 유두가 금새 발딱 고개를 내민다.
젖가슴에서 찌릿찌릿한 전율이 머리끝으로 전달되어지고..
남자의 달콤한 속삭임에 귀가 간질간질해진다.
[기억하세요..누님? 다음에 만나면.. 제가 혀와 입술로 마사지를..해..]
[하아~~여, 여기서 어떻게...함께 사신다는 그 분이..]
[걱정마세요, 선배님은 아마도.. 저녁 늦게 들어오실 겁니다..]
식탁위에 놓여있는 그릇들을 한쪽으로 밀친 남자는 내 몸을 들어올렸다.
브래지어는 이미 풀러졌었고, 마지막 남은 셔츠 단추 두 개를 손가락끝으로 열어젖히던 남자가,
말끄러미 내 얼굴을 내려다본다.
식탁바닥에 깔린 차가운 유리의 감촉이 내 등줄기에 전해져왔다.
[혀, 혀와..입술 마사지..]
[후후, 누님은 정말이지..음! 사전에 약속 하나만 해주세요..]
[..무슨....?]
[어려운 거 아니니 안심하시구요..제가 마사지 끝 낼 동안 두 손을 이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는 소퍼위에 놓여있는 하트형 쿠션을 하나 집어왔다.
그리고 내 머리밑에 베개를 해준 후 두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게 한다.
"꿀꺽!" 남자가 침을 삼키는 소리..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깨에 남자셔츠를 걸치고 상반신을 드러낸 여자,
조금 쳐진 유방도 팔을 위로 들어올리면 가슴형태가 아름다워 보이는데..
평소 전혀 처짐이 없는 젖무덤을 자랑하는 내가 두 팔을 머리에 올렸으니..
그 자태가 얼마나 요염하고 섹시할 지는 동건씨의 침 삼키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증명이 된다.
가끔 집에서 목욕을 하다가, 나 자신도 수밀도같은 내 유방에 도취된 적이 있었는데..
하물며 이상한 자세로 식탁위에 누운 반라의 여자 모습에 흥분안되는 남자가 어디 있을까.
왠지 모를 뿌듯한 기쁨이 내 가슴속에 가득 차올라,
곳추 선 젖가슴의 정점이 더 크지는 듯 했다.
[후~~누님..유방은...꿀꺽! 외국 여배우들처럼 미련하게 크지도 않고..
한국 여자분들..자연산이 이렇게 볼륨감 있고..탄력 넘치는 가슴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지.. 미의 여신이 비너스 어쩌구 그러지만..
제 눈에는 누님 유방이야말로..최고의 명품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풋! 입에 침이나 바르고 그런 말하세요..어디..미시 가슴이...
요즘 아가씨들..정말..탐스럽고...아름다운...]
[누님두 참..거짓말 아닙니다. 걔들은 거의 뽕이나 성형한 유방이라구요]
남자의 립서비스라 해도 기분 좋을텐데..
진심이 가득 담긴 그의 칭찬은 내 감정을 더욱더 붕붕 띄워 아삼삼하게 만들었다.
내 얼굴에 화상이라도 입히려는지 뜨거운 열기를 훅훅! 내뿜는 남자의 눈빛,
동건씨의 두 눈이 천천히 내 눈앞에서 사라진다.
오래지않아 내 몸의 심장부에 와 닿는 촉촉한 감촉..그렇게 남자의 마사지가 시작되었다.
혀와 입술만으로 서비스해 오는..감미로운 사랑의 텃치.
부드러운 점막질의 입술이 내 젖동산 아래를, 아이들이 솜사탕 베어 먹듯 한 입씩 베어문다.
느릿느릿 결코 서둘지않는 소걸음으로 유방위를 입술끝으로 걷는가 하면,
유두의 정점에 다달아서는 미끄름을 타 듯이 쭈욱 아래로 쓰레질을 했다.
[아아~~간지러..워요 ]
젖무덤 밑둥 주위를 비잉 둘러, 강아지같이 길게 내민 혀를 할할거리며
핥아 올릴 때는 저절로 내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온다.
왼쪽 유방이 간지럽다가 이내 오른쪽 젖무덤이 찌릿찌릿해지고...
그리고 다시 유방골이..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었다가,
두 개의 젖봉우리 전체가 마치 폭풍을 만난 듯 진동이 부르르 일어난다.
나는 나도 모르게 머리맡에 올려 두었던 두 손을 꼬옥 움켜쥐었다.
남자의 마사지 기술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쳇말로 여자인 내가 남자들의 무도는 잘 모르지만,
십팔반 무예를 익힌 무사가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때론 찔렀다가..
옆으로 칼등을 비스듬히 만들어 베는가 하면..작은 소검으로 푹푹! 찔러대는 동작으로
혀끝을 세워 유방고지를 유린하는 남자의 그 기교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머리끝이 쭈삣하는 아픔과 함께 전신에 소름이 오소소 돋을 듯 전율이 느껴지고,
자동차를 타고 코너링을 할 때처럼 약간의 어지러움이 느껴지는가 하면,
이내 탁트인 고속도로를 달리는 듯한 상쾌한 기분이 느껴지기도했다.
[하아~~그..그만...으크크!! 아우우~~]
그여코 내 입에서는 비명과 같은 신음소리가 연속해서 터져나왔다.
도예가가 도자기를 빚듯이 내 젖무덤을 통째로 아우르는 남자의 혀와 입술..
혀끝으로 발딱 선 내 유두의 싸대기를 거칠게 때리지를 않나..
"듬썩" 베어물며 금방이라도 과즙이 베어나올 것같은 육봉에 이빨을 세우질 않나..
화가의 그림붓이 물감을 색칠하 듯 온통 침칠을 해 대는 중구난방식 그 마사지에..
나는 도무지 더 이상 참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작은 고통마저 느끼게 하는 그 격렬한 희열..아~ 몰라!
너무나 간지러워 킥킥 웃음까지 터져나온 순간 아랫도리까지 축축히 젖었으니..
아니 팬티는 이미 젖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웃!! 도..동건씨..]
부끄러워 미칠 지경인데 그의 손길은 어느새 내 청치마에 닿아있다.
화들짝 놀란 내가 얼른 두 손을 내려 남자의 손을 붙잡었다.
[약속하셨쟎아요..손은 움직이지 않기로요]
[그..그래도..]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를 나무라는 그의 눈빛,
애원하는 눈길로 바라보는 나를 잠시 지켜보던 그는,
내 손을 가만히 집어올려,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둔다.
그리고 청치마 버튼을 풀고는 천천히 익숙하게 지퍼를 지이~익 내렸다.
"아! 어떡해...흠뻑 젖은 걸..아이~ 창피하게..."
이미 아랫도리는 물바다가 되어버린 듯 흥건히 젖어있다.
나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손을 머리쪽에 올렸다가 살그머니 젖가슴위로 옮겨 내려놓았다.
여차하면 얼른 음부를 가릴려고..
그러는 한편 젖은 비부에서 행여 냄새가 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생긴다.
[후..누님..엉덩이가 얼마나 탱탱한지...치마가 ]
버튼과 지퍼가 열렸지만 유리바닥에 바짝 엉덩이를 밀착시키고 있으니.
후후 동건씨..꽤나 고생을 한다.
아마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내일까지도 못 벗길껄..!!
[엄마야..! ]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치마 벗기는 게 여의치않자 남자는 내 허벅지 안쪽을 무시로 덤썩 베어 물어버렸다.
깜짝 놀란 나는 화들짝 놀라 엉덩이를 위로 치켜 들었고..
순간 아래가 시원해져 버린다.
[손..머리위로 올리세요. 또 그러시면 아프게 마사지해 줄 거에요]
[부, 부끄럽게...그, 그냥 가슴에 놓고 있을께요]
[음..좋습니다.. 그럼, 누님을 믿고 마사지 시작합니다..후~~ 누님..몸은 정말 예민하시네요]
부끄러워하는 내 기분을 이해했는지 밑이 젖었니 어쩌니 그런 말은 하지않는다.
살짝 실눈을 뜨고 몰래 쳐다보니 벗겨낸 내 팬티를 잠깐 코에 대고 두어 번 킁킁거린다.
"아! 이 남자..여자 팬티 냄새는 왜 코에 대고..."
달뜬 내 양볼이 더욱 뜨거워지며 빨갛게 사과빛이 되는 것같다.
고개를 들고는 내 눈치를 한 번 살피는 것 같더니,
손에 든 내 팬티를 자기 청바지 주머니에 턱 끼운다.
식탁위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몸을 뉘인 채 나는 얼굴만 발갛게 붉히고 있다.
천천히 의자를 당겨 엉덩이를 걸친 남자가 입을 열었다.
[누님..눈을 감고 느껴보세요..아마 훨씬 더 강렬하게.. 제 입술 마사지를 체험하실 겁니다]
[누..눈은 감고 있어요]
산부인과 병원에서 환자를 진찰하는 의사처럼 흠흠 잔기침을 해대던 그는,
내 허벅지 바깥쪽을 어루만지 듯이 쓰다듬는다.
모두가 잠들은 밤처럼, 쥐죽은 듯 조용한 가운데 나는 가만히 귀를 쫑긋세운다.
식탁가장자리에 발가벗겨진 엉덩이를 반쯤 걸친 채..
[쭈~~~우웁!! 쭈줍...쭙 ]
내 허벅지에 입술을 밀착한 남자는 길게 꿰적을 남기며 흡착키스를 해왔다.
남자의 마사지를 상상만 해도 온 몸의 세포들이 긴장되는 기분인데,
정성이 가득 담긴 그 키스는 나를 나른하게 무장해제 시켰다.
바짝 붙이고 있는 내 무릎을 부채살처럼 살살 펼치면서..
점점 더 깊은 곳으로..다가오는 감촉.
남자의 입술과 혀끝이 허벅지안쪽 야들야들한 속살에 닿을 듯 말 듯 스쳐지며
나의 여성 중심부를 향해 느릿느릿 다가오는 그 느낌은 정말 스릴 만점이다.
의자를 좀 더 끌어당기는 듯 "삐걱"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와 동시에 나의 한쪽 무릎이 남자의 손에 의해 들려진다.
너무나 부끄러운 자세..
한참 동안을 허벅지 주변만 마사지하던 그의 입술이 그여코 음부에 닿았다.
[윽! 거..거기는...]
[또..또...손 올려주세요..누님! ]
젖무덤을 가리고 있던 손을 얼른 내려 음부를 감추려했으나..
그러나 너무나 단호하게 명령을 하는 남자..속으로 뜨끔하다.
겉으로는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지만,
남자의 내면..그 속에 있는 그만의 고집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하아~~그..그치만.. 아으~~흐으~~]
남자는 아내 부끄러운 내 중심부에 자신의 얼굴을 묻는 듯했다.
남편에게 음부 애무를 받은 경험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흥건히 젖은 상태로 남편 입술을 맞이한 것은 아닌데..
나는 잔뜩 부풀어 고무공처럼 팽팽한 내 젖가슴을 와락 두 손으로 움켜안았다.
낯선 남자의 입술이 내 음부에 닿다니..
아무리 성관계를 나눈 사이라 해도 내게는 굉장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촉촉하고 따뜻한 입술의 온기를 느끼는데, 이내 더운 입김을 훅 뿜어내며..
꼬옥 맞물린 살틈새에 부드럽게 입맞춤을 한 번 한다.
그리고 내 음부를 전체적으로 "싸아악" 혓바닥을 이용해 길게 훑듯이 핥아 올리더니..
도톰한 대문(대음순) 두 짝을 번갈아 침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자는 입술과 혀를 도구로 이용한 음부마사지를 시작한다.
이미 유방마사지로 몸이 달아있는 내게 그것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나는 신음을 참으려고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아니 아예 다문 채,
아랫입술을 윗니로 지긋이 깨물었다.
눈을 감고 남자의 애무를 음미하면서 나 자신의 감정을 그렇게 숨기고 싶었다.
결코 서둘지 않고 은근하게 입술을 놀리는 남자의 동작에 맞춰진 듯,
나는 요염한 자객처럼 입안으로 숨어들 듯 신음소리를 삼키고 있다.
하지만 노련한 사냥꾼은 그런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런 사소한 제스처에 나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가는 억눌린 신음소리는,
오히려 듣고있는 상대로 하여금 정반대의 격정을 유발할 정도로 유혹적인 모양이었다.
넘치지 않고 약간 모자란 만큼만 드러내는 그 묘한 신음의 포만감을 느낀 남자는,
집중적으로 대문 사이를 마사지해 들어왔다.
[음음..할할..쭙쭙..할짝할짝...누님 비부는 쭙쭙..음음 ]
[으으~~아아!! 하아아~~]
입술을 꼭 다문 채로 느끼고 있는 나를, 이따금씩 뚫어질 듯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이,
눈을 감고 있어도 보이는 것 같았다.
서서히 고조되는 내 몸의 상태를 살피듯 말없이 쳐다보고 입술을 움직이던 그는,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마사지 형태를 바꾸었다.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로 분위기를 끌고 가면서..
나는 점차 나른해지면서 결국 어쩔 수 없는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음음, 누님은.. 정말로 사랑하고 싶은...]
그 몇 차례의 애무성 마사지에 나는 작은 절정의 고개를 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의 변화를 감지한 듯 차분하고 평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기 시작하는 남자..
내 엉덩이를 둘러 잘록한 허리를 껴안 듯이 두 손으로 감은 남자는,
편안한 대화를 나누듯이 내 입이 열리게 유도를 해온다.
[무감형으로 반응하지 않는 여자는..음..쭐쭐.. 아까처럼 참지 마시구요..
표현하세요..여긴 누님과 저..이렇게 단 둘 뿐이쟎아요]
[하, 하지만...나, 나는...]
[억압하지 마시구요..마사지를 원하는 부위가 있으면.. 부탁도 하고 그러세요..]
[으응!! 아..안돼..요. 어..어떻게...]
나의 목소리는 조금씩 그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끊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의 높낮이는 여전했지만 신음소리가 단발적으로 부셔진다.
여자의 성기를 입술로 마사지하는 방법을 얼마나 연마했는지..
내가 말하지 않고 원하지 않아도 척척 가려운 곳은 긁어주고,
너무 예민하게 느껴질만 하면 강도를 낮추고,
손이 닿지않는 등의 어느 부위가 가려우면.."거기..어어..더 아래..아니 위에.."
그런 명령어를 상대방에게 사용하지 않아도 정확히 그 부위를 찾아
가려운 부위를 긁어주는 효자손처럼,남자의 혀와 입술은, 거침이 없었다.
[아아~ 하으으~~더..더워요! 상쾌해...요]
남자는 나의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해내면서 점점 쾌감의 상승 곡선을 긋게했다.
"그래, 남자는 나의 배설기관이 달린 부끄러운 부분을 입으로 마사지하지 않는가..
좋으면 좋다, 시원하면 시원하다...불쾌하면 불쾌하다..
정직하게 표현하고.. 가려운 곳은 더 긁어 달래고..아프면 아프다고..신음소리는 응 으응.."
나의 몸은 어느새, 자그맣게 움직이던 동작이 점점 크지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있던 입을 벌리곤,
지금의 내 몸 상태를 그에게 표현한다.
그 사이 손가락 가위질을 하지않아도 저절로 벌어지며 남자의 혀를 맞이하는 내 몸의 중심부.
사타구니 음부 입구에서는 질척질척 물소리, 무언가를 맛나게 빨아먹는 음란한 소리,
국수가락을 후루룩 들이키는 마찰음 등.. 다양한 화음이 내 귓가에 울렸다.
그러는 틈틈이 내 음부 속살이 처녀들보다 더 밝은 선홍색이라느니,
지방이 두툼하게 쌓인 음부둔덕이 기름지다느니..
둔덕에 자란 수풀이 너무 섬세하고 부드럽다는니..
별별 괴상한 말을 다 늘어놓던 남자는,
입술밖으로 쾌감의 신음을 터트리는 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벌어진 내 음부 모습을 빗대어 방금 반으로 토막 낸 토마토 같다면서
여성통로속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신선한 과즙을 쭉쭉 빨아드리킨다.
그 와중에 내 몸은 정확하게 산부인과 병원의 진찰자세가 되어버린다.
[눈을 감으니..더 느껴집니까..? 누님..]
[아우~~모..몰라..요! 병원 의사선생님처럼..]
[저도 기분좋고..보람이 있습니다..조금만 더 벌릴께요]
[하아~~아흐으~~이..이상해요.. 갑자기 거기가..]
[음음..후후 사타구니를 넓게 펼치면...여기 음순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나는 나도 모르게 환희의 비명을 질러댄다.
양쪽 허벅지의 피부가 바깥쪽으로 당겨지게 되면서 음부의 대문과 쪽문(소음순)의 피부도
덩달아 얇아지게 당겨진 탓인지..처음 느껴보는 쾌감이 등줄기를 따라 쭈욱 올라왔다.
[평상시에는 가느다란 주름이나 홈으로 감춰졌던 부분이..이해가 되세요? 누님..]
[후아~~도..동건씨는...어쩜 그렇게..여자 몸을...]
[마사지를 배우면서..조금 알게된 지식입니다.. 저의 밥줄이라고 할까요..뭐..그런 ]
[으으~~으응..그..그랬군요..]
[거기다 더해..이따가 제 물건이 마찰까지 가해주면..후후..
하지만 오늘은 약속대로.. 혀와 입술 마사지만 해드릴 겁니다.]
이 남자 은근히 나를 협박하는 것이다.
관계는 맺지 않겠다는 뭐..그런 말뜻이다. 기대만 부풀게 애를 태우고..
가장 수치스러운 음부를 남자에게 활짝 열어 최대한 잘 보이게 드러내면,
심리적으로 더 큰 흥분이 몰려올 것은 당연한 이치..
식탁 가장자리에 두 다리를 교각처럼 세운 나는 엉덩이를 쉬지않고 움찔거렸다.
내 무릎을 양손으로 잡고 식탁바닥에 거의 닿도록 "쫘악" 벌리는 남자.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이 늘어나는 탓인지 골반부위에 아픔까지 느껴진다.
"휴우~ 요가를 배웠으니..망정이지..다른 여자였다면 가랑이가 찢어질거야.."
대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의 입술은 여성통로입구를 방어하는 나비날개(소음순)를,
좌우로 빤빤하게 펼쳐 쭉쭉 빨고 핥고 이 사이에 가볍게 물고는 자근자근 씹기도 한다.
끓어오르는 흥분감을 참지 못한 나는 젖가슴을 이리저리 비틀며 스스로 주물러대고,
단속적으로 흘러나오는 신음을 천장으로 뿜어올리며 두 다리를 들어올렸다.
근질거리는 사타구니를 어딘가에 대고 부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어깨에 다리를 걸쳐 목을 얽어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남자의 힘을 당할 수가 없다.
여전히 내 두 다리를 가지끈 벌린 채로 혀와 입술 마사지를 계속했으니..
이러다간 오래지않아 내 몸이 터져 폭발 해버릴 것만 같았다.
[아~흐으윽..!! 거...거기는...아우우~~넘..이상..해요]
남자의 혀와 입술에 무기력해진 내 사타구니의 음부 기관들을 마구 누르고,
파내고 헤집으며, 달콤한 과즙을 쉼없이 흐르게 요리하던 그의 혀끝이 어딘가를 스쳤다.
나는 기절할 듯이 화들짝 놀라 비명을 내질렀다.
아래에서 번져 올라오던 미세한 자극이 한꺼번에 어느 부분을 강타한 듯한 격렬한 쾌감.
민주가 장난칠 때 끄집어 내었던 바로 거기..여성의 핵심..클리토리스!
[하으으~~도..동건..씨..나..나...아흐으~~ 아아~~~]
나는 헐레벌떡 오르고 있던 절정의 고갯마루에서..그여코 오르가즘을..
눈앞에 작은 별들이 무수하게 부서지며 마구 쏟아져 내려온다..
순간적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이곳이 낯선 남자의 오피스텔이란 사실도..내 음부를 공략하는 입술의 주인공이,
남편이 아니라는 현실도 망각하고 있었다.
안정된 분위기, 사랑스런 애무, 언제 어디서 건 존중받을 수 있다는 믿음.
그 세 박자가 고루 갖춰진 상황의 마사지에 나는 정신줄을 놓고 내 혼백을 출장보냈다.
남편 몰래 경험하는 색다른 세계의 두려움, 서준 그 남자로 부터 받았던 화난 마음,
앞으로 다가올 불안한 미래는 이미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사회적 양심과 도덕관, 정상적으로 믿어온 이성의 근간을 흔들만큼,
남자의 마사지는 나를 혼돈의 세계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어느새 저만치 사라지는 황홀한 그 느낌,
그리고 사타구니의 중심 입구를 자극하는 남자의 혀..
아~ 그런데..남자의 잘 생긴 코끝이 아까 아니, 내가 방금 기절할 듯이 놀란 핵심에 닿는다.
"몰라..아흐으으응..너무 좋아..아그그..또..하우~~"
얇기가 비단천같은 음순의 윗부분..얇은 후드를 완전히 제끼고 드러난 핵심에
닿을 듯 말 듯 스쳐지는 동건씨의 콧대..그리고 음부의 입구를 집요하게 마사지해 오는 혀..
혀가 원을 그리듯 여성통로 입구를 빙빙 돌려대자,
덩달아 클리토리스에 살짝살짝 닿는 코끝도 작은 원을 그리며 움직